[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7)

  • 입력 1997년 3월 6일 08시 14분


제7화 사랑의 신비 〈3〉 세 자매의 결혼식은 그날 당장 거행되었다. 왕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은 일시에 온 나라로 퍼져나가면서 백성들과 신하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비록 왕이 근면 검소하고, 경국지사(經國之事)에 여념이 없다고는 하지만, 왕의 나이가 벌써 사십이라는 걸 생각하면 행여 후대가 절손이 되어 그 고결한 왕의 이름은 망각의 심연에 묻혀 버리고 영토가 남의 손에 넘어가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을 사람들은 벌써부터 염려하고 있던 터였다. 이러한 백성들의 염려를 왕의 측근들은 수차례 진언하기도 하였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왕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뿐 이렇다할 대답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더니 이렇게 전격적으로 결혼을 선포하니 어찌 반갑고 기쁘지 않겠는가? 왕과 막내 처녀의 결혼식은 일국의 제왕의 결혼식답게 아주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그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죄수들은 석방되고, 모든 학교의 학생들은 소풍을 떠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는 왕의 선물이 전달되었다. 농가의 가축들마저도 그날은 행복한 날이었으니, 황소는 쟁기질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당나귀는 연자방아를 돌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시녀들의 손길은 전에 없이 바빴다. 왕비가 될 막내 처녀를 장미수에 목욕을 시킨다,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힌다, 머리를 장식한다, 하느라고 분주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면서도 시녀들은 그 일이 즐겁고 보람차기만 하였으니 그녀들이 수고를 할 때마다 열일곱 살 난 신부는 갓 피어난 재스민 같이 아름답게 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막내 처녀는 어느 나라 공주가 보아도 질투를 느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로 변하였다. 이렇게 성대한 막내처녀의 결혼식에 비하면 두 언니들의 결혼식은 초라하였다. 그녀들은 그 남편들의 신분에 맞게 일반적 풍습에 따라 거행되었던 것이다. 그날밤 막내 처녀는 그녀가 소원했듯이 자신의 순결을 왕에게 바쳤다. 그리고 왕의 품에 안겨 꿈결같이 달콤한 잠을 잤다. 왕은 자신의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그 예쁘고 착한 아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몇번이고 잠에서 깨어 그녀의 이마에 입맞추곤 했다. 한편 요리사와 과자 만드는 사람과 결혼을 한 두 언니들로 말할 것 같으면 막내 동생에 대한 질투와 분한 감정이 가슴에 사무쳐 그날밤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녀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동생인 왕비가 자신들에게 베푸는 은혜를 겉으로만 고마워하는 척하면서 받아들이곤 했다. 왕비에 대한 왕의 사랑은 각별했다. 나이 사십에 열일곱 살의 아내를 얻었으니 그럴만도 했겠지만 왕에게 있어 왕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따라서 왕비와 함께 있으면 왕은 흡사 소년처럼 천진난만해졌다. 왕비 또한 왕을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하였으니 그들 두 사람이야말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천생연분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왕과 왕비의 그 애틋한 부부애를 보고 있노라면 신하들마저도 행복을 느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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