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10〉
첫번째 섹스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다. 왜냐하면 두번째 섹스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입술이 젖가슴에 닿을 때의 따뜻함, 그의 손길이 허리를 쓰다듬을 때의 떨림, 그의 몸을 만날 때 그 견딜 수 없이 벅찬 인간된 슬픔. 다 예전과 같았다.
그러나 숨을 가다듬으며 현석은 예전처럼 내 귓불에 대고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마 위로 흩어져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고 싶어.
『당장이 아니라도 괜찮아. 당신이 언젠가 결혼을 하고 싶어지면 그때 하면 돼. 기다릴 수 있어』
나는 침대 아래로 손을 뻗어 남방셔츠를 집어서 걸친다. 첫담배에 불을 붙여 현석에게 건네주고 다시 두번째 담배를 붙인다. 커튼 너머로 희미한 빛이 비쳐들고 있을 뿐 방안은 어둡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결혼을 두 번이나 할 생각은 없어』
내 목소리는 담배 연기에 묻혀 깔깔하게 나온다.
『……』
『지금 이대로 됐어. 나한테는 결혼생활이 안 맞아』
『나하고는 해보지 않았잖아』
『다른 여자하고 결혼해. 그리고 나하고 몰래 만나자구. 우린 괜찮은 내연관계가 될 거야. 당신이 마피아한테 쫓기면 숨겨줄게』
『농담 아냐』
『농담이 아닌데 그런 말을 했단 말야? 부탁이야. 나한테는 농담만 해줘』
내가 빈정거리자 현석이 몸을 일으킨다.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끈다. 그리고는 침대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인다.
『사랑해』
『그래』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정말 좋은 농담이야』
현석도 웃는다.
그가 내 양쪽 겨드랑이에 팔을 넣고 깍지를 낀 채로 드러눕는 바람에 내 몸은 현석의 몸 위로 쏟아진다. 그의 몸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란 이렇게 슬픈 것일까. 나는 그의 어깻죽지에 가만히 얼굴을 내려놓고 침대 커버의 무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현석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나는 손가락으로 무늬를 따라 그린다. 그러나 그가 남방셔츠를 헤치고 가슴에 얼굴을 묻자 아무 생각도 안 하기로 하고 손을 그의 등으로 옮겨간다. 따뜻하다.
<글 :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