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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캐나다 2위 항공사인 웨스트젯 지분 10%를 전략적으로 인수하며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새 도약에 나선다. 이번 투자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캐나다 항공시장 진출 강화와 북미·중남미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받는다.대한항공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웨스트젯 항공 지분 10%를 약 2억2000만 달러에 전략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델타항공도 웨스트젯 지분 15%(약 3억3000만 달러)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델타항공은 이 중 일부(2.3%)에 대해 추후 에어프랑스-KLM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세계 7위 규모의 캐나다 항공시장은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항공사들에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토로 인한 높은 항공 교통 의존도를 바탕으로 2024년 330억 달러(46조 2430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특히 2019년 이후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은 웨스트젯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여 북미 및 중남미 시장 진출을 가속한다. 양사는 기존 코드쉐어(공동 운항) 협약을 확대해 한국과 북미를 잇는 다양한 노선 옵션을 제공하고, 웨스트젯이 보유한 중남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목적지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여행 옵션과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 항공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22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원메이크 레이싱 대회 ‘현대 N 페스티벌’ 2025시즌이 17일 개막한다. 이 대회는 동일 차종으로 트랙을 달려 드라이버의 실력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열린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 제고를 위해 2003년부터 이 대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17, 18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1라운드를 시작으로 총 6개 라운드로 구성된다. 3개의 특색 있는 클래스가 운영되는데, 아이오닉5 N 기반 경주차(아이오닉5 N eN1 컵 카)가 참가하는 ‘그란 투리스모 eN1’, 아반떼 N1 컵 카로 경쟁하는 ‘금호 N1’, 아반떼 N2 컵 카가 출전하는 ‘넥센 N2’ 등으로 나뉜다. 올해는 TCR(Touring Car Racing) 아시아, 월드 투어와의 공동 개최 라운드(3라운드)가 마련됐다. 최종전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주 대회인 SRO TC 아메리카와 중국 N 컵 우승 선수들을 초청해 국내 드라이버들과 국제 교류전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차는 각 라운드 현장에 경주 시뮬레이션, N 택시, N 미니카, 서킷 사파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한다. 또한 N 모델 보유 고객이 참여하는 ‘N 트랙 데이’도 신설해 모터스포츠의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기아가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하이브리드의 신규 트림 ‘베스트 셀렉션’(사진)을 2일 출시했다. 프레스티지 트림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번 신규 트림은 다양한 안전 사양과 고급스러운 디자인 요소를 기본 적용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베스트 셀렉션 트림에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를 비롯해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외관에는 프로젝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LED 후진등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했다. 또한 내비게이션을 선택 사양으로 추가할 경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 시 편안함이 크게 향상된다. 이번 신규 트림 출시와 함께 기아는 기존 트림의 상품성도 강화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기본형(엔트리) 트림인 트렌디부터 운전대(스티어링 휠) 진동 경고와 세련된 디자인의 신규 전자식 룸미러를 기본 적용했다.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에는 2열 이중 접합 소리 차단(차음) 유리를 새로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전기차(EV) 모델에는 모든 트림에 스티어링 휠 진동 경고가 추가됐다. 엔트리 트림부터 실내외 V2L(외부로의 전력 공급) 기능이 적용돼 활용성도 증대됐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반영 기준으로 베스트 셀렉션 트림의 판매 가격은 3206만 원으로 책정됐다. 2025 니로 하이브리드는 트렌디(2787만 원)부터 시그니처(3497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기아 관계자는 “베스트 셀렉션은 다양한 안전 사양과 디자인 요소가 추가돼 고객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르노코리아가 5∼6월 두 달간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 7곳에서 연식 3년 초과 차량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는 프리미엄 점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타이어, 공조시스템, 오일류뿐 아니라 내·외부 라이트, 브레이크 패드·디스크, 엔진 마운트 등 36개 항목에 대한 정밀 진단을 포함한다. 점검 중에 발견된 특이 사항은 ‘마이 르노’ 앱이나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안내돼 고객이 점검 리포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약 방문 고객은 2만 원 상당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5월 말까지는 전국 400개 서비스 네트워크에서 캐빈 필터 교체 시 최대 2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김한식 르노코리아 디렉터는 “차량 연식 증가에 따른 고객분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르노코리아의 투명하고 전문적인 점검 서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경주 타이어 독점 공급사로서 세계 최고 전기차 경주 대회인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시즌11 ‘2025 모나코 E-PRIX’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6일 밝혔다. 3∼4일 모나코에서 진행된 이번 대회는 포뮬러 E 역사상 모나코 첫 더블헤더(한 주간 두 번의 레이스를 진행하는 방식) 경기였다. 한국타이어의 ‘GEN3 에보 아이온 레이스’ 타이어는 폭이 좁고 급격한 내리막길이 있는 까다로운 모나코 서킷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6라운드에서는 닛산 팀 소속 올리버 롤랜드가, 7라운드에서는 엔비전 레이싱의 세바스티앙 부에미가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대회는 17∼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기아가 올해 1분기(1∼3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분기 기준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의 판매 성과와 현지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기아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에서 2만7761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종전 최다였던 2023년 3분기(2만3794대)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유럽 내 기아 총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기아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6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런 성과를 견인한 건 EV3였다. 지난해 8월 출시된 EV3는 올해 1분기에만 1만7878대가 팔리며 전체 기아 전기차 판매의 64%를 차지했다. 최근 ‘2025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된 EV3는 유럽 내 베스트셀링 전기차 순위에서도 테슬라 모델 Y·모델 3, 폭스바겐 ID.4·ID.7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57만35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성장세가 가파른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기아는 올해 EV4, EV5, PV5 등 다양한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위기일수록 초심을 찾자.” 최근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정치 불안, 미국의 관세 폭풍과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역대급’ 불확실성을 맞은 가운데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모두 각 선대 회장들의 경영 철학이 담겼다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어려운 때일수록 앞선 리더들의 헤리티지(유산)를 다시금 강조하며 본연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다.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사사(社史) 발간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섰다. 2027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현대차는 내부 공지를 통해 “정주영 선대 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 중심 헤리티지의 본류를 총체적인 기록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선대 회장의 대표 헤리티지인 ‘인본주의’는 오늘날 현대차 혁신의 밑바탕이라고 평가받는 경영 철학이다. 정 선대 회장이 생전에 직원들에게 줄곧 해오던 말이 “우리에게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바로 여기 있는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다. 정의선 회장도 2023년 11월 울산 전기차 공장 기공식에서 선대 회장의 인본주의 뜻을 이어 “우리나라 역사가 그렇듯 현대차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대 회장의 그 정신과 ‘하면 된다’는 생각 등을 중심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LG는 올해 구광모 ㈜LG 대표가 주재한 첫 사장단 회의에서 구본무 선대 회장의 헤리티지를 꺼내 들었다. 창립 70주년인 2017년 신년사로 당시도 지금처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며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급변하던 시기였다. 구 대표는 “(선대 회장께서) 경쟁 우위와 성과 창출이 가능한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라고 말씀했다”며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했다. LG는 또 지난달 구자경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영상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소비자’ 대신 ‘고객’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는 등 구 명예회장의 ‘고객가치’ 중심 철학이 담겼다.SK는 지난달 최종현 SK 선대 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를 담은 ‘선경실록’을 완성했다.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해 온 30∼40년 전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집대성한 디지털 사료다. 명칭은 SK의 본래 사명인 ‘선경(鮮京)’을 따서 지었다. 선경실록에는 지금처럼 정치 불안이 심각할 때 귀감으로 삼을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최 선대 회장이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대 중반 임원·부장 신년간담회에서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주문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재용 회장이 임원 대상 교육에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하라”고 주문해 주목받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이건희 선대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맞으며 과거 위기를 이겨내고 사업을 키운 선대 회장들로부터 지혜와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메시지는 조직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내부 임직원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구성원들을 하나의 비전과 목표로 결집시키기 위해 헤리티지를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선대 회장과 같은 명망 높은 경영인을 불러들이는 것은 내부 지지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밴드 잔나비와의 두 번째 협업 음원인 ‘아름다운 꿈’을 공개했다고 6일 밝혔다. 2023년 ‘포니’ 발매 이후 1년 만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번 음원의 콘셉트는 동심을 주제로 한 ‘어른을 위한 동요’다. ‘아름다운 꿈’은 5일 어린이날부터 국내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함께 선보인 비주얼라이저 영상(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시각효과)은 노래의 순수한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영상에는 현대차와 잔나비 협업을 상징하는 다양한 오브제가 숨겨져 있어 찾아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곡은 SAMG엔터와 제작한 ‘캐치! 티니핑’ 스핀오프(원작에 기반한 파생 작품) 영상의 주제곡으로도 선정됐다.현대차 관계자는 “‘동심’이란 키워드를 바탕으로 세대 간 연결과 지속 가능한 소통을 실천해 나가기 위한 협업”이라고 설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6·3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노동조합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규직 노조의 경우 구성원의 90% 이상이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합원 91% “성과연동제 반대”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산하 남양연구소위원회가 6691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의 91%가 성과연동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소식지 ‘현장의 힘’을 통해 “기아가 일반직에 성과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현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회사와 노조 집행부가 일반직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성과연동제란 직원의 연간 업무 성과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임금체계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와 달리 평가 결과에 따라 보상에 차이가 생긴다.현대차는 자동차 산업 환경이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정보기술(IT)·SW 분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연구·일반직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성과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이 제도 도입을 논의해 왔지만 지난해에도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반면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기아가 임금체계 개편의 신호탄을 쏘았다.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로 사원·대리급 일반직에 성과연동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인사 평가 등급에 따라 기본급 인상분의 최대 두 배까지 차등화하는 제도다. 기존 호봉제를 유지하면서도 성과 보상 요소를 강화한 ‘절충형 모델’이지만, 현장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높은 호봉급 비중이 임금 격차 원인정치권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 유연화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제약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단체협약이 근로기준법이나 취업규칙보다 우선하는 구조라 기업이 노조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 역시 임금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사 자율’ 원칙을 강조하면서 컨설팅과 정보 제공 등 간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전체 사업체 중 호봉급 도입 비중은 12.8%다. 반면 1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이 비중이 52.6%로 크게 높아진다.호봉제 유지는 신입사원과 장기근속자 간 임금 격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근속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295에 달한다. 이는 일본(227)이나 유럽연합(EU) 평균(165·2018년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만큼 임금이 직급이나 성과와 관계 없이 연공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는 뜻이다.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경직적 호봉제는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 여력을 줄인다”며 “미래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어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실효적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4대 방산업체들이 합계 수주 잔액 100조 원 돌파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중동 등이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방위비를 잇달아 늘리면서 ‘K방산’의 글로벌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이른바 ‘빅4’ 방산기업의 수주 잔액이 약 94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1∼3월) IR(투자자 대상 홍보) 자료를 통해 지상 방산 분야의 수주 잔액이 31조40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65%가 수출 물량으로, 내수보다 수출의 비중이 더 높다.국산 전투기 헬기 전문기업인 KAI 역시 1분기 기준 24조2569억 원의 수주 잔액을 확보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의 성장을 이뤘다. 정밀유도무기 등을 만드는 LIG넥스원의 수주 잔액도 지난해 말 기준 약 20조531억 원으로, 2021년(8조307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K2 전차 등 지상무기를 앞세운 현대로템은 같은 기간 18조8000억 원의 수주 잔액을 나타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방위비 증액과 K방산의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폴란드,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서 대형 방산 수출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가 ‘에이치 슈퍼 세이브’ 특별 프로모션을 통해 5월 한 달간 인기 차종 8개에 최대 600만원까지 할인을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국내 자동차 시장의 완만한 회복세 속 내수 활성화가 이번 행사의 배경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32만7888대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으나, 2023년 1분기(36만7785대)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136만4750대로 2009년(139만4000대)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현대차도 1분기 16만636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나, 시장 회복세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이번 프로모션의 핵심은 전기차를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오닉 6는 최대 600만원, 아이오닉 5는 500만원, 코나 일렉트릭은 400만원이 할인된다. 모든 지원책을 활용하면 아이오닉 6는 3810만원에서 약 3124만원으로, 아이오닉 5는 4091만원에서 약 3531만원으로, 코나 일렉트릭은 3388만원에서 약 2879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내연기관 차량도 상당한 혜택을 받는다.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는 200만원, 코나는 100만원이 할인되며, 하이브리드 모델도 포함된다. 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쏘나타 가솔린 터보는 3218만원에서 약 3018만원으로, 그랜저 가솔린은 4193만원에서 3993만원으로 내려간다.구매 고객에게는 국민관광상품권(7명)과 고급 세차키트(70명) 등 다양한 경품도 제공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진작과 고객의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이번 프로모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한편, 쉐보레도 같은 날 가정의 달 맞이 혜택을 발표해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에 60개월 할부와 50만원 현금 지원을, 콜로라도에는 72개월 특별 할부를 제공한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최근 인천 강화도와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등 약 200km 거리를 현대자동차의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주행해 봤다. 그 결과 국내 패밀리카 시장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메기’가 될 것으로 느껴졌다. 현대차그룹의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2)을 처음 적용한 이 모델은 단순한 동력원 변화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기아 카니발이 주도해 온 시장 구도에 의미 있는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의 개입 구간이 확대돼 일상 주행에서 엔진 작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조용했다. 2.5L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은 334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며 2t이 넘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저속과 중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유의 둔중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도심, 국도, 고속도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해 본 결과 부드럽고 정숙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도심이나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차(EV) 모드가 자주 작동해 가솔린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프리미엄 감각을 전달했다. 6단 변속기와 결합한 터보 엔진 역시 가속 시 부드럽게 반응했고, 엔진 개입 시 진동과 소음도 이전 세대 대비 뚜렷하게 줄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진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야외 활동에서 두드러졌다. 시승 첫날, 강화도 해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불 위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니 부슬비 속 차 안에서 즐기는 ‘우중차박(雨中車泊)’의 낭만이 느껴졌다. 1∼3열이 모두 벤치형 시트로 구성된 9인승 모델은 평탄화가 쉬워 차박 환경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어린이 1명을 포함한 3인 가족이 누워도 공간 여유가 있었다. 약 2시간 반 동안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공조기를 켜두었지만 ‘스테이 모드’ 덕분에 엔진이 실제로 작동한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주차 상태에서 배터리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면서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시스템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이 작동할 때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적어 전기차에서 쉬는 듯한 정숙함이 돋보였다. 차량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해 뜨거운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는 경험도 색달랐다. 이전에는 전기차에서만 누릴 수 있던 전기 활용이 하이브리드에서도 가능해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다음 날 양평 두물머리로 이동하는 길, 극심한 정체 상황에서도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넓은 실내와 보스(BOSE)의 고급 오디오 시스템 덕분에 쾌적한 휴식 공간이 됐다. 에어컨을 충분히 가동해도 연료비 부담이 적었고, 넉넉한 적재 공간은 야외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싣고도 여유로웠다. 연료소비효율은 대형 SUV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14.1km(이륜구동, 18인치 휠 기준)로 실제 주행에서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 L당 11∼13km,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16km대까지 나왔다. 다만 언덕길이나 고속 주행 시 엔진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때 들리는 엔진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전 세대 하이브리드보다는 소음이 억제됐지만 급가속 시에는 여전히 엔진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캘리그래피 등 트림별로 4968만∼6326만 원에 판매된다. 가솔린 모델 대비 약 700만 원 높은 수준이다.양평·강화=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포스코그룹이 기술의 절대적 우위를 통해 시장을 ‘초격차’로 선도한다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비전 실현에 나섰다. 장 회장은 최근 그룹기술전략회의에서 주요 사업회사 대표와 기술 임원들에게 “초격차 기술로 사업별 난제를 극복하고 수익 증대로 연결해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며 초일류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포스코홀딩스는 초격차 기술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기술과 사업 전략을 긴밀히 연계하는 ‘그룹 R&D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내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큰 과제들을 ‘초격차 그룹혁신과제’로 선정하고 현재의 경영 난제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포스코그룹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핵심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 건설경기 침체,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라는 도전 속에서도 철강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탄소배출 저감 기술 혁신에, 이차전지소재 부문에서는 생산공정 안정화와 차세대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포스코그룹의 기술 혁신은 2022년 설립된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항에 본원을 둔 미래기술연구원은 그룹 R&D의 컨트롤타워로 포항, 광양, 송도 및 해외 연구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방사광가속기 등 연구 인프라와 협력해 기초연구부터 응용 기술까지 폭넓게 개발하고 있다.외부와의 열린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도 포스코그룹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벤처기업들의 창업보육부터 제품개발, 판로 개척까지 지원하는 전주기 벤처플랫폼을 구축하고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에 나섰다. 이러한 기조는 그룹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사업,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장 회장의 초격차 기술 전략은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소재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이차전지소재를 양대 축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통해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위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영역 다각화와 글로벌 인프라 확충,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공격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한편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며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 연구개발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43억 원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조7486억 원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동화와 전장 부문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출 확대와 수익성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5489명이었던 국내외 R&D 인력은 지속적인 채용 확대로 지난해 7457명까지 증가했다. 국내 R&D 인원만 해도 약 5900명에 달한다. R&D뿐 아니라 국내외 생산 거점 시설 및 설비 투자에도 2년 연속 2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는 매출과 이익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및 부품제조 매출 대비 R&D 비중은 점차 안정화 단계(10.6→8.9%)로 접어들었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하고 세상의 한계를 넘어 가능성을 확장하다’라는 새로운 비전은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 비전 아래 현대모비스는 2027년까지 연평균 8% 이상의 매출 성장과 5∼6%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2033년까지 부품제조 부문에서 글로벌 완성차 매출 비중 40%를 확보해 ‘글로벌 톱 3’ 부품사로 도약한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포부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금호타이어가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 ‘엑스타’의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엑스타 스포츠 S’ ‘엑스타 스포츠’ ‘엑스타 스포츠 AS’ 등 세 종류로 모두 스포츠 드라이빙에 필요한 핵심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금호타이어는 이번 신제품들에 첨단기술을 적용하며 주행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견고한 블록 강성 설계와 벨트 보강 기술을 통해 운전자 의도대로 반응하는 정교한 핸들링을 구현했다. 또한 타이어와 휠이 만나는 비드(타이어 강철선) 부분의 내구력을 개선해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타이어 표면에 적용된 지그재그 형태의 홈(리브) 디자인은 노면과의 접지력을 극대화해 급격한 커브 구간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신제품들은 금호타이어 유럽연구소에서 4년 동안 연구개발을 거쳐 완성했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폴리우레탄 폼을 부착하는 소음 저감 기술과 전기차 특화 기술도 함께 적용해 다양한 차량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 사용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또한 고하중 지지 기술(HLC)이 적용된 라인업도 함께 출시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고중량 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에 맞춤형 성능을 제공한다. 금호타이어는 이번 신제품 출시로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는 “수십 년간 축적된 모터스포츠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엑스타 신제품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국내 수소전기차 5만 대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국가와 지방정부의 체계적인 인프라 지원과 관리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심 충전 인프라 확충과 수소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28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최초 양산형 승용 수소차 ‘넥쏘’ 출시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국내 판매된 수소차는 3만9216대로 집계됐다. 넥쏘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했고, 2023년 3만 대를 넘어서는 등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현대차가 유일하다.올해는 신모델 ‘디 올 뉴 넥쏘’ 출시와 함께 정부가 1만3000대 분량의 구매 보조금을 확정하면서 연내 국내 수소차 누적 판매량이 5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이런 시장 성장세와 달리 충전 인프라는 크게 뒤처진다.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수소충전소는 218곳에 불과하다. 특히나 서울의 경우 충전소가 9곳뿐이다. 서울에 등록된 수소차가 3189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354대당 충전소 1곳을 이용하는 셈이다.충전소 한 곳당 설치비가 30억 원에 달하는 탓에 사업성을 높이려면 공공부문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수소충전소가 도심 내 기피 시설로 여겨지는 점도 난관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유지나 공공부지 대부분이 외곽에 있고, 도심 내 설치에는 주민들의 우려가 커 용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지·공공부지 등 도심 내 유휴 공간을 충전소 용지로 제공하고, 운영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수소 공급망 안정화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수소 유통망은 한국석유관리원과 한국가스공사 등 여러 기관이 분산 관리하고, 공급 및 유통 과정에서 민간 참여 비율이 90%를 넘는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1kg당 수소 가격이 84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석유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달리 수소 공급 단가는 생산비와 운송비 등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며 “공공부문에서는 민간사업자의 수소충전소 운반 차량 구매비의 절반가량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일본 수소충전소네트워크합동회사(JHyM)’를 통해 25개 기업이 충전소 구축·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각각 에너지부와 국가에너지국이 수소 정책을 총괄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와 공급망을 통합 관리한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1월 수소사업자의 인허가 체계 정비와 공급 계획 등 수소 산업의 체계적 관리와 시장 안정성을 위한 ‘수소 및 수소화합물 사업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공급망 통합 관리와 가격 안정화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차가 5만 대를 넘어 대중화 단계에 진입하려면 충전 인프라와 수소 가격 등 총보유비용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소 가치사슬 전 과정에 걸친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3사가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사외이사의 대표 격인 선임사외이사를 선출해 사외이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주주 가치 제고와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위한 거버넌스 혁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이달 개최된 정기 이사회에서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의결하고 심달훈(현대차·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조화순(기아·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화진(현대모비스·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외이사를 각 사의 초대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27일 밝혔다. 국내 비금융권에서는 2018년 SK하이닉스가, 2023년 10월 삼성그룹의 삼성SDI와 삼성SDS가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전체를 대표해 경영진에게 현안 보고를 요청하고, 사외이사 회의를 소집·주재할 권한을 갖는다. 또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전달하며 주주와 경영진 간 소통 창구 기능도 수행한다. 3사는 선임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회’도 신설했다. 이사회 개최 전 사외이사들만의 독립적인 안건 검토와 논의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제도 도입을 통해 사외이사진이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더 자주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이외에도 주주 가치 제고와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학계나 정부 기관이 아닌 경영인 출신 3인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해 이사회의 기업 경영 관련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이 24일 나란히 부진한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저가 공세, 미국의 관세 압박 등 대내외 환경 악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국내 기간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현대제철은 올 1분기 매출액 5조5635억 원, 영업손실 190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558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458억 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회사 측은 “철강 시황 회복 지연 및 파업의 영향으로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7조4370억 원, 영업이익 5680억 원을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4%, 2.6%씩 감소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관세 전쟁 및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도 전 분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되면서 작년 1분기 수준을 회복했다”고 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34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줄었다. 글로벌 철강산업 업황 부진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배터리를 포함한 에너지 소재 부문에서는 9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문제는 2분기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시황 침체 속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저가 상품 밀어내기의 여파로 향후에도 상당 기간 부진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건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감산만으로는 가격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여기에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유입되는 저가 제품이 급증하며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겼는데, 공장이 문을 닫았다는 게 아직도 실감 나질 않습니다.” 한때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차갑게 식은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4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는 A 씨(60)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마지막 출하 제품이 걸려 있던 자리를 직접 보여줬다. 연말 은퇴를 앞둔 그는 2t짜리 선재코일로 가득했던 텅 빈 공간을 한참 바라봤다. 타이어 코드(보강재) 등에 필요한 선재코일을 연간 70만 t 생산하던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코일 생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1968년 포스코 창립 이래 경영난 등으로 공장이 폐쇄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차갑게 식어가는 건 ‘철의 도시’ 포항만이 아니다. 국내 제조업 3대 근간(根幹) 산업으로 분류되는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 업종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이들 업종은 전방산업과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아 ‘산업의 뿌리’로 불린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역대급 불황을 맞은 3개 업종은 올해 미국발 관세 폭탄까지 얻어맞으며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23일 본보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자산 기준 100대 제조사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개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은 약 2500억 원으로 전년(7197억 원) 대비 66% 급감했다. 업종별로는 배터리(5곳)가 97.5%, 석유화학(14곳)이 64.5%, 철강(6곳)이 46.4% 줄어들며 영업이익 감소율 ‘톱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00대 제조사 평균 영업이익이 79.1% 급증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3개 업종이 위기에 빠지면서 포항과 전남 여수 산단의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의 수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악화 일로다. 역시 석유화학(―8.5%포인트), 배터리(―6.2%포인트), 철강(―4.9%포인트)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ROE가 장기간 감소한다는 것은 추가 투자 유치의 어려움과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이 각자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지원을 늘리고 불공정 게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기업들만 고군분투하는 중”이라며 “한국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여수=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경북 포항시 포항철강산단의 현대제철 포항 제2공장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9일 정오 무렵 식당으로 향하는 근로자들로 북적여야 할 공장 거리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년 가까이 건설 현장의 핵심 소재인 H형강 등 연간 70만 t의 철강을 생산해 온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완전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가 노사 간 협의 끝에 간신히 제강 라인의 ‘부분 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산단에서 어렵게 만난 한 근로자는 “국내 봉형강 생산의 주요 거점이던 이곳이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공장도 석유화학 굴뚝도 ‘OFF’포항블루밸리산단 공장 부지에도 인부들은 간데없고 건설 자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곳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전구체·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하려 했던 부지다. 불과 1년 전 이 부지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는 전기차 시장의 예상치 못한 침체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의 영향으로 최근 완전히 백지화됐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배터리 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산업 전반이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이중고로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경험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며 “한국 업체가 그나마 선방하던 미국 시장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이 지속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산업이 처한 이중고를 설명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 업계 역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10일 찾은 여수산단에서는 굴뚝의 연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퇴근 시간임에도 공장 주변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자리 잡은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8940억 원, 3002억 원의 적자를 내며 일부 시설의 가동률을 70% 아래로 낮췄다. 산단의 위기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여수의 한 기계설비 유지보수 업체 직원은 “2∼3년 전과 비교해 발주가 50%는 줄었다”며 “적자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니 정비 발주도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가에도 임대 딱지가 붙은 가게들이 속속 눈에 들어올 정도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0)는 “여수는 솔직히 산단 때문에 먹고사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매출이 반 넘게 줄어 당장 사람부터 줄이고 있다”고 했다.● “제조업 버리는 방향으로 가선 안 돼”제조업의 근간인 3대 업종의 위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규모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879만7355t으로 2020년(601만6634t) 대비 46.2%나 급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중국산 철강재 관세 인상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 시장으로 대거 밀려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역시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중국과 중동 기업들의 가격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 침체에 직면한 제조업 3대 업종은 올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라는 암초까지 만나 침몰 위기에 놓여 있다.산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모두 힘을 합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는 전기료 감면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장현 한국화학산업협회 정책연구본부 본부장은 “전기요금의 지속적 인상에 따라 생산 원가가 증가하며 시장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산업 위기 선제 대응 지역에 대해 전기요금 감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의 출발점은 제조업”이라며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제조업을 버리는 방향으로 법 제도가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여수=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