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LH 임대아파트 관리비 상한제
‘관리 직원 복리에 영향’ 교섭 근거로 ‘사용자성’ 넓게 인정돼 공기업 긴장
노동계 “실제 교섭 나선 지자체 적어”
전문가 “이젠 법 개정 공론화 필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진짜 사장 나오라”며 원청 사업장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3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후 약 100일간 1161개 하청 노조가 439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뉴스1
“임대아파트 관리비 상한제는 관리업체 직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히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외부 노무법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법률 자문 결과를 받았다. 임대아파트 입주민의 부담을 덜기 위한 ‘관리비 상한제’가 관리업체 소속 직원들이 LH를 상대로 ‘진짜 사장’을 요구할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 100일을 넘기면서 원청 사용자성의 주요 근거로 떠오른 ‘산업 안전’ 외에도 예상치 못한 의제가 잇달아 하청 노조 교섭의 빌미가 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뒤집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나오면서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자회사 인력이 많은 공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 하청 직원 휴게실이 ‘진짜 사장’ 근거로
22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하청업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만든 것이 교섭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받았다. 외부 법무법인은 “공사 예산으로 일부 계열사 직원이 사용하는 사무실 등 휴게공간을 개량하고 사무실 비품 등을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인덕대와 학교법인 성공회대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휴게시설 관련 사항은 근로자의 건강과 관련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대학 측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인덕대는 하청 근로자와 교섭에 들어간 상태다.
민간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공 부문도 ‘산업 안전’과 관련된 의무가 노란봉투법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히고 있다. 사내하도급 직원이 6220명에 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노무법인으로부터 “노동 안전, 작업 환경 분야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노동 안전과 작업 환경을 꼽는 외부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한국가스공사는 외부 자문 등을 거친 결과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코가스서비스얼라이언스, 코가스보안관리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코가스서비스얼라이언스와 코가스보안관리는 가스공사의 환경 미화, 보안 등을 맡은 자회사다. 실제로 최근 현대자동차는 환경 미화, 보안·경비 근로자 등의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지방노동위의 판정을 받았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입법 과정에서 정부는 법 시행 후 문제가 발생하면 추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시행 100일을 넘기며 실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국무총리가 법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이제는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지자체 등 잇따라 교섭 시작
공공 부문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계속되고 중앙노동위가 재심을 통해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실제 교섭 테이블에 앉는 공공 부문 원·하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에서 사용자성 인정 판정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16일 공공연대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교섭 절차를 시작했다.
경기 화성시는 생활체육지도사들의 교섭 요구에 대해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환경 미화와 소각장 근로자들과는 교섭을 시작했다. 인천 연수구와 전북 전주시도 각각 교섭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공공 부문에서 실제 교섭에 응한 지자체가 적다는 입장이다. 민노총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43개 지방정부 중 단 3곳만 계약 외 사용자로서 교섭 절차에 응했고 실질적인 교섭에 돌입한 곳은 없다”며 노동부 해석 지침이 공공 부문 하청노조의 교섭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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