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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교회 수련회에서 청년들이 신나게 춤추며 찬양하는 걸 보던 중장년층 성도님들이 ‘우리도 저렇게 원 없이 흔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흥겹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뽕짝’ 사역이 떠올랐습니다.”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항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사역’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가 이따금 한 곡조 뽑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2009년 1집을 낸 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5집, 싱글만 100여 곡을 낸 준프로 가수다. 모두 트로트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담았다.“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인간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고”로 시작하는 ‘참말이여’(3집 수록곡)는 흥겨운 리듬과 구수한 가사가 입에 착 붙는 대표곡 중 하나. 구 목사는 “예수님이 유대 땅이 아니라 전라도에 왔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며 “예수님이 무슨 트로트냐고 할지 모르지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귀족들이 부르는 노래를 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뽕짝 사역’에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트로트를 좋아해 입에 배다 보니 찬송가가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풍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반 신자일 때는 괜찮지만 목회자가 찬송가를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위축돼서 목사님께 상담했더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그걸 발전시킬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그때 중장년층 성도들을 어떻게 흥겹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한 교회 행사에서 트로트 곡을 찬양곡으로 개사해 불렀는데 다들 좋아하시더군요.”물론 신성한 교회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 목사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며 혀를 차는 분도 많았다”면서 “초청받고 간 교회 행사에서 한창 노래하는 중에 한 장로에게 끌려 내려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트로트풍 찬송가가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로트가 우리 사회와 음악에서 굉장히 친숙한 장르인데, 유독 종교라는 분야와는 접목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성경 ‘시편’에도 ‘새 노래로 찬양하라’라고 돼 있지, 딱히 어떤 음악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트로트 찬송가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교회 수련회에서 청년들이 신나게 춤추며 찬양하는 걸 보던 중장년층 성도님들이 ‘우리도 저렇게 원 없이 흔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흥겹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뽕짝’ 사역이 떠올랐습니다.”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항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사역’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가 이따금 한 곡조 뽑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2009년 1집을 낸 뒤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5집, 싱글만 100여 곡을 낸 준프로 가수다. 모두 트로트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담았다.“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인간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고”로 시작하는 ‘참말이여(3집 수록곡)’는 흥겨운 리듬과 구수한 가사가 입에 착 붙는 대표곡 중 하나. 구 목사는 “예수님이 유대 땅이 아니라 전라도에 왔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라며 “예수님이 무슨 트로트냐고 할지 모르지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귀족들이 부르는 노래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의 ‘뽕짝 사역’에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트로트를 좋아해 입에 배다 보니 찬송가가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풍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반 신자일 때는 괜찮지만, 목회자가 찬송가를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위축돼서 목사님께 상담했더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그걸 발전시킬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그때 어떻게 중장년층 성도들을 흥겹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한 교회 행사에서 트로트 곡을 찬양곡으로 개사해 불렀는데 다들 좋아하시더군요.”물론 신성한 교회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 목사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라며 혀를 차는 분도 많았다”며 “초청받고 간 교회 행사에서 한창 노래하는 중에 한 장로에게 끌어내려 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트로트풍 찬송가가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로트가 우리 사회와 우리 음악에서 굉장히 친숙한 장르인데, 유독 종교라는 분야와는 접목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성경 ‘시편’에도 ‘새 노래로 찬양하라’라고 돼 있지, 딱히 어떤 음악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트로트 찬송가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맨헌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게 됐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 정보당국의 10년 추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놀라운 것은 제작진이 확보한 실제 영상과 증언이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실제 투입된 특수부대원,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의 증언은 물론이고 실제 공격 상황을 담은 영상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됐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였다. 생각해 보면 10년 동안 수백 명이 이 추적에 참여했는데 10년,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확인비행물체(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정치탐사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역사 작가인 저자가 70여 년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UFO 현상’을 탄탄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UFO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서 ‘비행접시’ 잔해가 발견된 이래 ‘광풍’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은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FO가 점차 UAP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다. “UFO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고 조사하면서, 나는 UFO에 관한 정부의 은폐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의도치 않은 은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가 자기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론 중) 미드 ‘X파일’의 팬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저자는 지금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UFO 은폐론’ 등 대부분의 음모론은 미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 작은 일이나 단기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적어도 UFO 분야에 있어서 미 정부는 그 정도로 비밀스럽지도, 창의적이지도, 조심스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긴 빈 라덴 사살 작전 같은 최고 등급의 극비 사안도 10여 년 만에 거의 다 공개되는데, 7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숱하게 벌어진 UFO 관련 사안을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막으면서 은폐하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UFO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별로 정리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원제 ‘UFO: The Inside Story of the US Government’s Search for Alien Life Here-and Out Ther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통일교 측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이하 통일재단)에 재산목록의 제출을 요청한 건 통상적 업무의 일환이라고 12일 설명했다. “얼마 전 통일재단이 정관 변경 승인 신청을 해 왔고, 이를 처리하다가 필요해 목록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통일재단은 통일그룹 기업들을 총괄하는 곳으로 모나용평, 일신석재, 세일여행사, 일화 등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통일교) 선교 및 교육 사업과 이념 구현을 위한 제반 활동을 지원, 보조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 기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비영리법인으로, 문체부의 감독을 받는다. 정관상 기본 재산이 변동되거나 토지의 매각·취득 등을 하려면 법원 등기 전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기에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을 뿐이라는 게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 허가 취소 등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산목록 제출 요구가 이재명 대통령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 등이 통일교를 겨냥해 ‘해산’을 거론한 최근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장관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종교단체는 민법에 의거해 설립, 운영되고 법을 위반하거나 공익 침해가 인정될 때는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시키도록 규정돼 있다”며 “공익 침해가 인정되는지 여러 사실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통일교 교단이 아니라 유관 기업 등을 관리하는 통일재단으로 자료 제출 요구가 온 것”이라며 “문체부가 통상적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목록을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메리칸 맨헌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게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 정보당국의 10년 추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놀라운 것은 제작진이 확보한 실제 영상과 증언이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 실제 투입된 특수부대원, 당시 CIA 국장 등의 증언은 물론이고 실제 공격 상황을 담은 영상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공개됐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세상에 비밀은 없구나’였다. 생각해 보면 10년 동안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이 이 추적에 참여했는데 10년, 20년이 넘도록 그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UFO(미확인비행물체)는?정치탐사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역사 작가인 저자가 70여년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UFO 현상’을 탄탄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UFO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서 ‘비행접시’ 잔해가 발견된 이래 ‘광풍’이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은 ‘미확인 공중현상(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FO(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가 점차 UAP로 대체되는 것도 이런 논의가 진전됐기 때문이다.“UFO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고 조사하면서, 나는 UFO에 관한 정부의 은폐가 무언가를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의도치 않은 은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가 자기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론 중)미드 ‘X파일’의 팬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저자는 지금도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UFO 은폐론’ 등 대부분의 음모론은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주 작은 일이나 단기간이라면 또 모르지만, 적어도 UFO 분야에 있어서 미국 정부는 그 정도로 비밀스럽지도, 창의적이지도, 조심스럽지도 않다고 말한다. 하긴 빈 라덴 사살 작전 같은 최고 등급의 극비 사안도 10여 년 만에 거의 다 공개되는데, 70여 년 동안 여기저기서 숱하게 벌어진 UFO 관련 사안을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막으면서 은폐하는 건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UFO와 관련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건별로 정리해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원제 ‘UFO: The Inside Story of the US Government’s Search for Alien Life Here-and Out Ther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2021년 한 차례 만난 사실을 인정했으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통일부도 “장관 관련 의혹은 윤영호를 한 번 만난 것 외에 전혀 근거 없는 허위 낭설”이라며 일축했다. 다만 정 장관이 통일교 본부인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한 만큼 통일교의 정교유착 논란이 이재명 정부로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 장관은 최근까지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鄭 “한학자 면식 없고-윤영호 명함 보고 알아” 정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절 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야인 시절인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경 천정궁에서 처음 만나 차담을 가졌다”며 “천정궁 커피숍에서 윤 전 본부장과 총 3명이 앉아 10분가량 차를 마시면서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윤 씨(윤 전 본부장)를 만났고, 명함을 보고 이분이 이제 통일교 실세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당시 천정궁 방문은 정 장관이 고교 동창이자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 김희수 회장 등 친구 7, 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이뤄졌다. 통일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천정궁 출입 시 통일교 인사가 동행해야 하고, 최소 일주일 전 예약해야 한다고 돼 있다. 내부 카페 이용 시 감사 헌금을 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정 장관 측 일행인 김 회장이 천정궁 방문을 예약하고, 교내 최고위직인 윤 전 본부장에게도 미리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당시 민주당 소속은 아니었지만, 이후 2022년 3·9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했다. 정 장관이 통일교와 여러 차례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 장관은 2016년 5월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의 김옥길 전북협의회장 취임식 축사를 했다. 2018년 9월엔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NGO)인 천주평화연합(UPF) 한국회장 취임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리에선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성 전 의원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만나기 4개월 전인 2021년 5월 UPF 호남·제주지구 주최 행사에 참석했고, 이번 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올해 8월에도 통일교 주관 통일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장관 측은 “올 8월 행사는 통일부 등록 법인의 행사로 매년 장관들이 참여해 온 행사”라며 “그 이전 행사들의 경우는 오래전이라 참여한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본인이 합당한 처신 해야” 이 대통령이 이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통일교 유착 의혹 논란이 정 장관 등 다른 내각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전날 여야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만큼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거취 문제는 당사자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 그에 맞춰 합당한 처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개별 판단에 맡겨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살다 보면 나약할 때도, 괴로울 때도, 슬플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요.” 2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오죽하면 최근 국회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살 예방 문화운동 ‘명대로 삽시다’까지 출범했을까. 최근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불광출판사)를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4일 동아일보와 만나 “불경에 ‘사자신충(獅子身蟲)’이란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바람이 통하게 창틈만 조금 열어도 찜통 같은 방 안에서 견딜 수 있듯이, 삶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금만 흘려보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자신충, ‘사자 몸속의 벌레’란 뜻인지요.“백수의 왕인 사자를 감히 어떤 짐승이 해치고 먹어 치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자가 죽으면 그 시체를 모두 먹어 치우는 건, 외부의 짐승이 아니라 사자 몸 안에서 생긴 벌레지요. 혹시 혼자서 화가 날 때 그런 자신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저 자신을요?“네, 대체로 처음에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지요. 그런데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되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내가 화내는 소리에도 화를 내요. 스스로 고립시켜 놓고, 막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착각하는 거죠. 그래서 죽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 많은 분이 위로 조금, 용기 조금 북돋아 주는 것만으로도 나아져서 돌아갑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런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이가 힘겹게 낮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참 많아요. 손을 놓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옆에서 이야기해도 그 말을 믿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손을 놓으면 끝없이 깊은 벼랑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 점점 더 세게 잡고요.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좌절과 상실로 얼룩진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저도 그랬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화를 삭이지 못하고 쌓아 두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지요. 속은 부글부글 끓고,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거나 주먹을 불끈 쥘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행자다 보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했고요. 그렇게 제 안의 화가 자꾸 저를 갉아먹던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라고요. 희한하게 이 생각이 분노로 응어리진 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더라고요.” ―너무 힘들면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만….“오해하면 안 되는데,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끝까지 그걸 움켜잡고 괴로움 속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모든 걸 포기하란 뜻도 아닙니다. 어떤 건 포기해도 괜찮다는 거죠. 그 어떤 게 내게 분노나 괴로움, 더 나아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우선 내려놓고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어요. 바람이 통하게 비워두고 열어놓으면, 힘든 일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나갈 겁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살다 보면 나약할 때도, 괴로울 때도, 슬플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요.”2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오죽하면 최근 국회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살 예방 문화운동 ‘명대로 삽시다’까지 출범했을까. 최근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불광출판사)를 출간한 원영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청룡암 주지)은 4일 동아일보와 만나 “불경에 ‘사자신충(獅子身蟲)’이란 말이 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바람이 통하게 창틈만 조금 열어도 찜통 같은 방안에서 견딜 수 있듯이, 삶을 극단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금만 흘려보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자신충, ‘사자 몸속의 벌레’란 뜻인지요.“백수의 왕인 사자를 감히 어떤 짐승이 해치고 먹어 치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자가 죽으면 그 시체를 모두 먹어 치우는 건, 외부의 짐승이 아니라 사자 몸 안에서 생긴 벌레지요. 혹시 혼자서 화가 날 때 그런 자신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제가 저 자신을요?“네, 대체로 처음에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지요. 그런데 점점 더 에스컬레이터 되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내가 화내는 소리에도 화를 내요. 스스로 고립시켜 놓고, 막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착각하는 거죠. 그래서 죽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 많은 분이 위로 조금, 용기 조금 북돋아 주는 것만으로도 나아져서 돌아갑니다.”―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런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이가 힘겹게 낮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참 많아요. 손을 놓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옆에서 이야기해도 그 말을 믿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손을 놓으면 끝없이 깊은 벼랑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아 점점 더 세게 잡고요.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좌절과 상실로 얼룩진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저도 그랬어요.”―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화를 삭이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했던 시기가 있었지요. 속은 부글부글 끓고,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거나 주먹을 불끈 쥘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행자다보니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남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했고요. 그렇게 제 안의 화가 자꾸 저를 갉아먹던 어느 날, 문득 저도 모르게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죽을 순 없잖아’라고요. 희한하게 이 생각이 분노로 응어리진 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꾸더라고요.” ―너무 힘들면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만….“오해하면 안 되는데,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끝까지 그걸 움켜잡고 괴로움 속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모든 걸 포기하란 뜻도 아닙니다. 어떤 건 포기해도 괜찮다는 거죠. 그 어떤 게 내게 분노나 괴로움, 더 나아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우선 내려놓고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어요. 바람이 통하게 비워두고 열어놓으면, 힘든 일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나갈 겁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엉뚱하게도, 읽는 내내 왜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가 준 모험 스릴과 소설 속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의 지적 스릴이 비슷해서일까? 지적 스릴러물의 대표작인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이 8년 만에 돌아왔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인페르노’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페르소나 로버트 랭던을 데리고. 장소는 체코의 프라하. 주인공은 같지만,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 랭던은 기호학이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노에틱 과학(noetic science)’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한다. 노에틱 과학의 신봉자들은 고도로 집중된 인간의 마음이 집단으로 작용하면, 물질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증명하려 한다. 이들은 인간의 마음 하나하나가 약한 중력을 갖고 있어 이것들이 모이면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기본 구조는 전작들과 비슷하다. 노에틱 과학자이자 연인인 캐서린의 초청으로 프라하에 온 랭던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연인마저 출간 직전의 원고와 함께 사라진다. 연인의 행방을 쫓는 랭던과 뭔가를 숨기는 듯한 체코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들, 진실을 묻으려는 미지의 조직,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생명체가 중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앉아서 읽었는데, 마치 100m를 뛴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건 저자의 필력 때문일까. 분명 소설인데, 저자는 프롤로그도 시작하기 전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 작품, 유물, 상징, 문서는 진짜다. 모든 실험, 기술, 과학적 결과는 사실 그대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조직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대못을 ‘꽝’ 박는다. 소설의 장치이겠지만, 정말 리얼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원제 ‘더 시크릿 오브 시크리츠(The Secret of Secrets)’.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저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만난 지형은 담임목사(66)는 정년(2030년 1월)보다 3년 반이나 먼저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 주요 대형 교단의 목사 정년은 70∼75세. 하지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지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년 6월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초 선언했다. 국내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정년(70세)까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 “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꼭 맞다고 할 순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사 정년이 70세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담임목사의 고령화와 교회 사역 노화는 피할 수 없이 연결되니까요.” ―고령화는 사회적 추세 아닌지요.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단지 담임목사는 어떤 면에서 최고경영자(CEO) 같은 자리인데 저도 60대 후반이 되면서 사고와 판단, 행동이 느려지더군요. 자기 경험에 매여 고정관념에 갇히기도 하고요. 젊은이들이 가져온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두세 가지 넣으려다 흠칫한 적도 있으니까요.” ―경륜 있는 어른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전적으로 청년들에게 맡긴 일에 제 생각을 말하면, 자신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소신껏 해보려는 구상에 영향을 주고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그 일은 청년 프로젝트였거든요. 70을 바라보는 제가….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고 응원한다고만 했습니다.” ―그리 탐탁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없는 건 아니지요. 제가 교단이 정한 정년 규정을 파괴한다는데…. 목사도 사람인데, 오래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도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이나 미자립 교회 같은 곳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률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 ―조기 은퇴 이유를 굉장히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밝히셨더군요. “목사에게는 은퇴도 중요한 공적인 목회 행위입니다. 말년 병장처럼 설렁설렁 대충 하다가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했던 일도 대부분 마무리했고, 맡았던 외부 자리도 꼭 필요한 몇 개만 빼고 물러났습니다. 교회 담임목사 자격으로 맡았던 자리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 오는 사람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일단락을 지어 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저 대신 조금이라도 일찍 훌륭한 젊은 목사가 온다면, 그게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더 낫지 않겠습니까?”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만난 지형은 담임목사(66)는 정년(2030년 1월)보다 3년 반이나 먼저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국내 주요 대형 교단의 목사 정년은 70~75세. 하지만 고령화 등 여러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교단이 늘고 있다. 지 목사는 이런 분위기와는 반대로 내년 6월 은퇴하겠다고 지난달 초 선언했다. 국내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선언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정년(70세)까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만….“목회자의 정년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꼭 맞다고 할 순 없는 문제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사 정년이 70세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담임목사의 고령화와 교회 사역 노화는 피할 수 없이 연결되니까요.”―고령화는 사회적 추세 아닌지요.“사회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한 곳도 있습니다. 단지 담임목사는 어떤 면에서 최고경영자(CEO) 같은 자리인데 저도 60대 후반이 되면서 사고와 판단, 행동이 느려지더군요. 자기 경험에 매여 고정관념에 갇히기도 하고요. 젊은이들이 가져온 아이디어에 제 생각을 두세 가지 넣으려다 흠칫한 적도 있으니까요.”―경륜 있는 어른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습니까.“전적으로 청년들에게 맡긴 일에 제 생각을 말하면, 자신들의 시각과 생각으로 소신껏 해보려는 구상에 영향을 주고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그 일은 청년 프로젝트였거든요. 70을 바라보는 제가…. 그래서 더는 말하지 않고 응원한다고만 했습니다.”―그리 탐탁치 않게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없는 건 아니지요. 제가 교단이 정한 정년 규정을 파괴한다는데…. 목사도 사람인데, 오래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저도 목회자 구하기가 어려운 지방이나 미자립 교회 같은 곳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일률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닙니다.”―조기 은퇴 이유를 굉장히 자세하게, 공개적으로 밝히셨더군요.“목사에게는 은퇴도 중요한 공적인 목회 행위입니다. 말년 병장처럼 설렁설렁 대충 하다가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했던 일도 대부분 마무리했고, 맡았던 외부 자리도 꼭 필요한 몇 개만 빼고 물러났습니다. 교회 담임목사 자격으로 맡았던 자리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 오는 사람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일단락을 지어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원수는 사랑하지 마세요.” 신부가 어떻게 이런 말을? 최근 치유 에세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출간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는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마음이 감당할 수 없는 걸 하면 병이 난다”고 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힐링 에세이가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에 자살 충동에까지 이르렀던 자신과의 맹렬한 투쟁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 이 때문에 ‘전투적 치유 에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사제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종교가 늘 ‘용서하라’ ‘사랑하라’라고 가르치는데, 사람 마음은 그렇게 넓지 않아요. 내 마음에 응어리가 있는데 억지로 용서하면 화병 납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용서하고, 그 이상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요. 저도 전에는 기도나 명상을 하면 속이 넓어지고, 큰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기도, 명상은 자아를 승화시키는 과정으로 압니다만….“남을 포용한다는 건 내 자아가 굉장히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어도) 늘 불안, 우울, 분노에 시달리며 살고 있거든요. 내 배가 풍랑 속 쪽배처럼 뒤집힐 것 같은데, 남을 태울 수 있겠습니까? 종교도 그걸 강요하면 안 돼요.” ―종교가 강요한다고요.“의외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면 빚을 내서 남을 돕는데, 그렇게 못 하면 자기가 믿음이 약해서 희생, 헌신하지 못하는 거라고 괴로워해요. 그러다가 신경질적인 병이 생기지요. 저는 종교가 모든 이에게 무조건 착하게 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봐야지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굉장히 궁핍한 사람은 먼저 자기부터 채워야 해요.” ―그래도 신부인데 알코올 의존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하는 건 좀….“신부라고 좋은 말만 듣는 게 아니에요. 신자들로부터 비난도, 욕도 많이 먹지요. 그걸 술로 풀다 보니, 어느 날 미사 중에 손이 떨리더군요. 알코올 의존증 초기라는데 무기력증도 왔고요. 게다가 제가 신앙적으로 저 자신을 많이 학대했어요. ‘왜 기도할 때 집중을 못 해’ ‘왜 그것밖에 안 돼’ 계속 야단친 거죠. 이게 심해지면 ‘독성 수치심’이 생겨요.” ―독성 수치심이 뭡니까.“자기 학대는 수치심을 낳는데, 이게 정도를 넘으면 독성으로 확대돼서 ‘나 같은 놈은 죽어버리는 게 나아’ 같은 생각을 들게 해요. 그게 극단적 선택을 유도합니다.” ―신부님은 이겨내신 것 같습니다만….“우연한 기회에 한 신부님을 만났는데…고민에 답을 해주는 게 아니라 저보고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정말 설사가 터지듯 속마음이 가장 밑바닥에 이를 때까지 다 나왔어요. 신부가 남의 상담, 고해성사는 받았어도 자기 얘기를 누구에게 털어놔 봤겠습니까. 그게 전환점이 된 거죠. 샌드백도 치고….” ―샌드백이요?“억지로 용서하면 내가 병들어요. 내 안의 분노와 화부터 풀어야지요. 저는 샌드백에 미운 사람 이름을 써놓고 마구 쳤습니다. 사람 때문에 누군가 화를 내면 옆에서 ‘내가 대신 때려줄게’라며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풀립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원수는 사랑하지 마세요.”신부가 어떻게 이런 말을? 최근 치유 에세이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출간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는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마음이 감당할 수 없는 걸 하면 병이 난다”고 했다. 이 책은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힐링 에세이가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에 자살 충동에까지 이르렀던 자신과의 맹렬한 투쟁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 때문에 ‘전투적 치유 에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사제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종교가 늘 ‘용서하라’ ‘사랑하라’라고 가르치는데, 사람 마음은 그렇게 넓지 않아요. 내 마음에 응어리가 있는데 억지로 용서하면 화병납니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용서하고, 그 이상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요. 저도 전에는 기도나 명상을 하면 속이 넓어지고, 큰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기도, 명상은 자아를 승화시키는 과정으로 압니다만….“남을 포용한다는 건 내 자아가 굉장히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은 (병원 갈 정도는 아니어도) 늘 불안, 우울, 분노에 시달리며 살고 있거든요. 내 배가 풍랑 속 쪽배처럼 뒤집힐 것 같은데, 남을 태울 수 있겠습니까? 종교도 그걸 강요하면 안 돼요.”―종교가 강요한다고요.“의외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면 빚을 내서 남을 돕는데, 그렇게 못하면 자기가 믿음이 약해서 희생, 헌신하지 못하는 거라고 괴로워해요. 그러다가 신경질적인 병이 생기지요. 저는 종교가 모든 이에게 무조건 착하게 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봐야지요. 정신적, 물질적으로 굉장히 궁핍한 사람은 먼저 자기부터 채워야 해요.”―그래도 신부인데 알코올 의존증과 자살 충동을 고백하는 건 좀….“신부라고 좋은 말만 듣는 게 아니에요. 신자들로부터 비난도, 욕도 많이 먹지요. 그걸 술로 풀다 보니, 어느 날 미사 중에 손이 떨리더군요. 알코올 의존증 초기라는데 무기력증도 왔고요. 게다가 제가 신앙적으로 저 자신을 많이 학대했어요. ‘왜 기도할 때 집중을 못해’ ‘왜 그것밖에 안 돼’ 계속 야단친 거죠. 이게 심해지면 ‘독성 수치심’이 생겨요.” ―독성 수치심이 뭡니까.“자기 학대는 수치심을 낳는데, 이게 정도를 넘으면 독성으로 확대돼서 ‘나 같은 놈은 죽어버리는 게 나아’ 같은 생각을 들게 해요. 그게 극단적 선택을 유도합니다.”―신부님은 이겨내신 것 같습니다만….“우연한 기회에 한 신부님을 만났는데…고민에 답을 해주는 게 아니라 저보고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한 번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정말 설사가 터지듯 속마음이 가장 밑바닥에 이를 때까지 다 나왔어요. 신부가 남의 상담, 고해성사는 받았어도 자기 얘기를 누구에게 털어놔 봤겠습니까. 그게 전환점이 된 거죠. 샌드백도 치고….”―샌드백이요?“억지로 용서하면 내가 병들어요. 내 안의 분노와 화부터 풀어야지요. 저는 샌드백에 미운 사람 이름을 써놓고 마구 쳤습니다. 사람 때문에 누군가 화를 내면 옆에서 ‘내가 대신 때려줄게’라며 맞장구를 쳐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풀립니다. 보통 사람이 기도, 명상으로 마음을 비워 화를 푸는 건 정말 어려워요. 종교가 너무 어렵게 가르치는데, 가끔은 망가지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제18대 공동대표의장으로 재선출했다고 3일 밝혔다. 임기는 2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종교 간 화합과 교류 증진을 목표로 1997년 설립됐으며, 조계종(불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천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개신교), 원불교, 성균관(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민족종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동안거(冬安居·승려들의 겨울철 집중 수행) 시작을 앞두고 1일 결제(結制·안거 시작) 법어를 발표했다. 성파 스님은 법어에서 “오직 화두일념이 뜨거운 불무더기가 되어 만마(萬魔)와 천불(千佛)을 모두 태워버릴 때 불조(佛祖)의 향상일로(向上一路)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친 번뇌가 잔잔해지면 미세한 번뇌를 알게 되고 미세한 번뇌가 흩어지면 그대들의 본래면목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본래면목을 확연히 깨닫고 활용할 수 있는 수행자를 일러서 본분사를 마친 대도인(大道人)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거’는 동절기 3개월과 하절기 3개월간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조계종 동안거는 4일 시작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1909∼1988·사진)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나안 김용기’(감독 김상철)가 개봉됐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격과 민족정신 함양을 통해 농촌 지도자를 육성해 온 사회 교육기관. 목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지난달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사표가 될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며 “종교를 떠나 어른을 잃은 요즘 시대와 사람들에게 참어른과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2009년 김수환 추기경, 2010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옥한흠 목사와 법정 스님 등이 잇달아 돌아가시면서 우리가 참어른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자꾸 혼란스러워지는데 바라보고 의지할 분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보석 같은 분들을 조명해 올바른, 목적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용기 장로는 1933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고향인 경기 남양주 봉안에서 이상촌 건설을 통한 농촌 부흥 운동을 시작한 인물. 자치 농장 형태로 시작한 봉안이상촌은 서울,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1962년 경기 광주에 본격적으로 가나안 농군학교가 설립되며 1960, 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 김 감독은 “흔히 선생(先生)님이라고 부르지만 ‘선생’의 참 의미는 단순히 먼저 태어난 게 아닌, 먼저 사람이 된 사람을 말한다”고 말했다.“참어른이자 선생인 김 장로는 기독교인이고 가나안 농군학교도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됐죠.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신부나 수녀 등 타 종교인까지 찾아와 개척 정신을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 영화엔 수십 년 전 김 장로가 “이 나라의 난국을 어떻게든 극복해서… 공산주의의 침략을 다시 받지 말아야겠고, 일본 사람에게 다시 노예 생활을 하지 않도록, 미국 사람에게 밀가루 얻어먹지 않는 것이… 이것은 온 국민이 그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복 뒤 가난과 타성에 젖어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 감독은 “개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할 때, 이를 준엄하게 질타하고 가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지금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스승 빈곤의 시대에 참된 어른, 선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가나안 농군학교 설립자인 김용기 장로(1909~1988)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가나안 김용기’(감독 김상철)가 개봉됐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격과 민족정신 함양을 통해 농촌 지도자를 육성해 온 사회 교육기관. 목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지난달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사표가 될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라며 “종교를 떠나 어른을 잃은 요즘 시대와 사람들에게 참 어른과 스승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 2010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옥한흠 목사와 법정 스님 등이 잇달아 돌아가시면서 우리가 참 어른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자꾸 혼란스러워지는데 바라보고 의지할 분들이 없는 거죠. 그래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보석 같은 분들을 조명해 올바른, 목적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김용기 장로는 1933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고향인 경기 남양주 봉안에서 이상촌 건설을 통한 농촌 부흥 운동을 시작한 인물. 자치 농장 형태로 시작한 봉안이상촌은 서울,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1962년 경기 광주에 본격적으로 가나안 농군학교가 설립되며 1960~70년대 새마을운동의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가 1966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고무신을 신고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시상식에서 “나는 한국인이고, 농부라 고무신을 신고 왔다. 필리핀과 한국 사람이 고무신을 더 이상 안 신을 때까지 고무신을 신고 일하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 감독은 “흔히 선생(先生)님이라고 부르지만 ‘선생’의 참 의미는 단순히 먼저 태어난 게 아닌, 먼저 사람이 된 사람을 말한다”라며 “또한 ‘선생’은 누군가를 지금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다. “참 어른이자 선생인 김 장로는 기독교인이고 가나안 농군학교도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됐죠.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신부나 수녀 등 타 종교인까지 찾아와 개척 정신을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영화엔 수십 년 전 김 장로가 “이 나라의 난국을 어떻게든 극복해서…공산주의의 침략을 다시 받지 말아야겠고, 일본 사람에게 다시 노예 생활을 하지 않도록, 미국 사람에게 밀가루 얻어먹지 않는 것이…이것은 온 국민이 그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방 뒤 가난과 타성에 젖어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김 감독은 “개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갈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할 때, 이를 준엄하게 질타하고 가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이 지금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스승 빈곤의 시대에 참된 어른, 선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영국의 유명한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인간 대 자연’을 보다 보면 경이로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극한의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행동을 하는데, 본 것 중 최악은 사자가 먹다 남긴 동물 사체를 뜯어먹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죽은 동물 내장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짜서 수분을 섭취하고, 곰이 남긴 배설물에서 과일을 찾아 먹기도 했다. 보는 내내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생존력에 감탄한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놈’들이 보기에 베어 그릴스의 생존력은 아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메시 앞에서 공 차는 격이 아닐까 싶다. 영국 과학 작가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세계의 신비한 동물을 찾아다니며 소개해 온 저자가 이번엔 ‘이놈들’ 사막과 극지방, 심해, 심지어 방사능 지대 등 극악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를 소개했다. 지면 온도가 60도가 넘는 사막에서 1초에 1m를 달리는 ‘사하라 개미’와 얼어붙은 남극 바다에서도 얼지 않는 혈액을 가진 ‘아이스피시’, 6개월 동안 산소 없이 생존한 ‘멋쟁이 거북’ 등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생명체의 놀라운 능력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저자는 이런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는 생존력이 아주 특별한 생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멧돼지, 노루 등 평범한 동물에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1986년 4월 원자로 폭발로 죽음의 땅이 되고, 지금도 방사선이 유해 수준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을 그 예로 든다. 약 40년이 지난 현재 각종 새와 멧돼지, 노루, 토끼가 이곳에서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힘으로 회복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인근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에는 지금 늑대와 멧돼지 그리고 사슴들이 살고 있으며… (동물들에게) 방사선 계측기를 대면 백색 소음 같은 치직 소리가 들린다. … 만일 그 입자들이 동물의 몸속으로 침투한다면 여러 방식으로 DNA가 파괴될 수 있다. … 그러나 이 모든 교과서적인 방사선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주변에서는 생명체들이 자라고 있다.”(8장 ‘독이 가득한 낙원’에서) 저자는 이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명체에 관한 책을 쓴 까닭에 대해 “상상도 못 할 만큼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를 보고,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시기를 헤쳐 나오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그 한 예로 약 20억 년 전 ‘남세균(cyanobacteria)’의 광합성 작용으로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한 기존 생명체의 대재앙 사태를 꼽았다. 당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번성했던 생명체에게 산소는 독과 마찬가지였고,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모두 절멸했다. 하지만 대재앙을 겪으면서 미생물들은 산소라는 ‘독성 기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진화하면서 더 큰 번성을 이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생존력은 과학적인 능력 때문이겠지만, 저자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들을 보며 ‘참고 버티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저자 개인적 경험 차원을 넘어, 갈수록 가혹해지는 지구라는 환경 앞에서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은 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원제 ‘Super Natural: How life thrives in impossible places’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번에는 위로와 함께 각성도 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즉문즉설(卽問卽說)’로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던 법륜 스님의 ‘청춘콘서트’(2011∼2018년)가 7년 만에 ‘청년페스타’로 돌아왔다. 7∼9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법륜 스님과 배우 조인성, 소통 강사 김창옥 등이 청년 3000여 명과 함께 토크콘서트, 강연, 세미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은 공감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14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청춘콘서트가 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상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범위를 넓혀 청년들을 위로하고 또 건강한 사회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7년 만에 다시 시작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청춘콘서트가 똑같은 걸 오래 하다 보니 변하는 사회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걸 모색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잠시 멈췄어요.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길어진 거죠. 그사이 사회도 변하고 청년들의 고민도 많이 달라졌는데, 희망이 없는 건 더 심해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지요.” ―위로와 각성을 함께 말씀하셨습니다. “청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너무 희망이 없어요. 취업도 어렵고, 자살률도 높고, 결혼도 힘들고, 은둔·고립하는 청년도 많고… 그래서 위로가 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외국 청년들이 볼 때 한국은 굉장히 가보고 싶은, 살고 싶은 나라예요.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여성 혼자 자정에 길은 물론이고 야간 등산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핸드폰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훔쳐 가지 않고요. 그래서 위로와 함께 너무 비하하지 말자는 각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각에선 “6·25전쟁을 겪은 세대도 있는데 요즘 청년들이 좀 나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만…. “인간의 삶에 객관적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온 가족이 한방에 살았어요. 그러다 결혼해서 셋방이라도 얻으면 삶의 질이 나아진 거죠.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청년들의 삶이 부모와 함께 살던 환경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금 청년들에게 ‘우리 때는…’ 같은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야죠.” ―우문입니다만, 스님이라고 모든 물음에 답할 순 없지 않습니까. “전 물음에 ‘답’을 하는 게 아니라, 물음을 놓고 대화한다고 생각해요. 묻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이야기할 설(說)’인 거고요.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별일 아니었네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울에 비친 자기 고민을 보고 깨달은 거죠. 만약 답해야 하는 질문인데 모르면, ‘모른다’라고 하면 되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 봐요’ 하면 되지 곤란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요즘 인공지능(AI) 좋아요, 하하하.” ―한 번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바로 고민이 해결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서도 길을 찾고 자신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청년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걸 멈추지 마세요. 그리고 기성세대도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길을 여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청년이 우리의 미래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번에는 위로와 함께 각성도 시켜주고 싶었습니다.”‘즉문즉설(卽問卽說)’로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던 법륜 스님의 ‘청춘콘서트’(2011~2018년)가 7년 만에 ‘청년페스타’로 돌아왔다. 7~9일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법륜 스님과 배우 조인성, 소통 강사 김창옥 등이 청년 3000여 명과 함께 토크콘서트, 강연, 세미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은 공감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14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청춘콘서트가 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상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범위를 넓혀 청년들을 위로하고 또 건강한 사회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7년 만에 다시 시작하신 이유가 있습니까.“청춘콘서트가 똑같은 걸 오래 하다 보니 변하는 사회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걸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잠시 멈췄어요.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길어진 거죠. 그 사이 사회도 변하고 청년들의 고민도 많이 달라졌는데, 희망이 없는 건 더 심해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지요.”―위로와 각성을 함께 말씀하셨습니다.“청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데, 너무 희망이 없어요. 취업도 어렵고, 자살률도 높고, 결혼도 힘들고, 은둔·고립하는 청년들도 많고… 그래서 위로가 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외국 청년들이 볼 때 한국은 굉장히 가보고 싶은, 살고 싶은 나라예요.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여성 혼자 자정에 길은 물론이고 야간 등산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핸드폰을 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훔쳐 가지 않고요. 그래서 위로와 함께 너무 비하하지 말자는 각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일각에선 “6·25전쟁을 겪은 세대도 있는데 요즘 청년들이 좀 나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도 합니다만….“인간의 삶에 객관적이라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온 가족이 한 방에 살았어요. 그러다 결혼해서 셋방이라도 얻으면 삶의 질이 나아진 거죠. 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청년들의 삶이 부모와 함께 살던 환경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금 청년들에게 ‘우리 때는…’ 같은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야죠.”―우문입니다만, 스님이라고 모든 물음에 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전 물음에 ‘답’을 하는 게 아니라, 물음을 놓고 대화한다고 생각해요. 묻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이야기할 설(說)’인 거고요.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별일 아니었네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울에 비친 자기 고민을 보고 깨달은 거죠. 만약 답해야 하는 질문인데 모르면, ‘모른다’라고 하면 되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 봐요’ 하면 되지 곤란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요즘 인공지능(AI) 좋아요, 하하하.”―한 번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바로 고민이 해결될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세상은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서도 길을 찾고 자신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청년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걸 멈추지 마세요. 그리고 기성세대도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그들과 함께 길을 여는 사람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청년이 우리의 미래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