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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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종교37%
문학/출판20%
문화 일반20%
인사일반10%
역사7%
미술3%
여행3%
  • [책의 향기]물질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cod)’에는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라는 어마어마한 부제가 붙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관점으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세 유럽에서 발전한 박물학이 생물학, 지질학, 광물학은 물론이고 고고학, 인류학 등으로 심화해 간 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이나 팀 마셜의 ‘지리의 힘―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등 이런 유형의 책이 서구에서 잘 팔리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도 비슷한 관점에서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등 6가지 물질과 그와 관련된 산업이 어떻게 인간 세계를 확장시키고 역사를 움직여 왔는지를 지구촌 곳곳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엔지니어 토머스 미즐리는 휘발유에 테트라에틸납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엔진 잡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납은 강력한 신경독소로, 어린아이의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에 제너럴모터스는 납을 대체할 방안을 찾는 대신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이름을 고쳐 썼다. 테트라에틸납을 에틸로 바꾼 것이다. 단순히 해당 물질의 역사만 쭉 기술했다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전문서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부터 미국 네바다주 코테즈 광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취재 내용을 역사적 사실들과 씨줄, 날줄로 엮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다. 원제(Material World: A Substantial Story of Our Past and Future)를 반영하듯 저자의 시선이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까지 확장돼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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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독한 죗값만큼 사람 바꿔 내보내는 게 중요해”

    “사형수가 아니면 언젠가는 다 출소합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켜서 내보내는 게 우리 사회를 위해 나은 일이 아닐까요.” 4일 경기 여주시 소망교도소에서 만난 김영식 소장(61·군산 양문교회 목사)은 “죗값은 당연히 치러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교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문을 연 소망교도소는 개신교계가 설립한 아가페 재단이 국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민영 교도소. 교정 간부 출신인 김 소장은 명예퇴직 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소장 공모에 응모해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재소자들이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더군요. “국영 교도소는 대부분 각자 갇힌 방에서 먹지만 저희는 공동식당에서 400여 명의 재소자가 4교대로 함께 식사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각자 알아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요. 재소자들끼리 싸움이나 시비가 붙으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도 있지만 제가 부임한 1년여 동안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함께 걷고,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활동이지요. 저희는 이런 활동이 교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거든요.” ―일각에서는 더 혹독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저도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죗값은 당연히 치러야지요.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엔 어릴 때부터 나쁜 환경에 있다 보니 안 좋은 것만 보고 배워서 그렇게 된 경우도 많습니다. 사형수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다 출소하는데, 교도소에서조차 좋은 문화,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나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교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지요. 제대로 된 교화에 재소자 인권과 처우 개선 등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요.” ―소망교도소 지원율이 3, 4 대 1을 넘는다고요. “보통 매달 약 20명 정도를 받는데, 전국의 교도소에서 지원 신청이 옵니다. 지원 자격은 7년 이하 형기, 전과 2범 이하 등인데 조직폭력이나 마약 등 중범죄는 제외합니다. 지원서류를 본 뒤 면접을 보는데 ‘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지요. 아무래도 대우도 좋고, 국영 교도소보다는 더 맞춤형으로 교화 프로그램과 멘토링이 진행되다 보니 지원자가 많아요.” ―교도소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셨더군요. “안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범죄에 빠진 건데, 교도소가 그 안 좋은 환경보다 더 안 좋으면 출소 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인들이 받겠지요. 재소자 중에는 어릴 때부터 성장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 자신이 용서받음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남을 용서할 줄 모르고, 그러다 보니 분노가 쌓여 범죄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이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자들과 좋은 인간적인 관계를 갖다 보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으면 바뀔 수 있는데 포기해서야 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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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광화문 일대서 ‘부활절 퍼레이드’…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올해 부활절 퍼레이드가 부활절(31일) 전날인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2024 부활절 퍼레이드 조직위원회’(대회장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부활절 퍼레이드 축제가 기독교만의 행사가 아닌, 교회가 사회 속으로 들어가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복음의 장이자 전도의 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조직위 대표회장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공동대회장에는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오정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 김의식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임석웅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감경철 CTS 기독교 TV 회장이 추대됐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예수 부활의 참 의미를 전하며 기독교의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되길 바란다”며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대표적인 기독교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Go Together!’를 주제로 한 올해 부활절 퍼레이드는 1부 퍼레이드(오후 3시∼5시 반), 2부 기념음악회(오후 6시 반∼8시 반) 순으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2024 부활절 퍼레이드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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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의 기운 태워버리는 ‘佛의 불꽃’

    최근 세종시는 ‘불교낙화법보존회’(대표 환성 스님)가 보존·계승해온 ‘낙화법(落火法)’을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낙화법은 재앙을 소멸시키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한지와 숯 등으로 낙화봉을 만들어 태우는 불교 의식이다. 불이 가진 정화 능력을 불교적으로 재해석해 구체화한 것으로, 고려시대부터 사찰에서 행해졌다. 부정하고 삿된 기운을 제거하고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속세의 악업을 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찰에서 계승해온 낙화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례는 예비 의식과 본의식, 재앙을 없애는 소재(消災) 의식, 축원, 자신이 닦은 공덕을 다른 중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회향(回向) 순으로 진행된다. 낙화봉은 숯가루를 한지로 싸고 그 속에 생년월일과 진언(眞言·부처와 보살의 덕이나 가르침을 간직한 범어 그대로 외우는 불교 주문)을 쓴 심지를 넣어 만드는데, 이후 사찰 처마나 추녀, 나무에 매달고 ‘수구즉득다라니’ 등을 염송하면서 의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축원하며 의례를 마친다. 타오르는 불과 수행자가 하나 돼 삼매수행을 한다는 점에서 경남 함안 낙화놀이, 전북 무주 안성 낙화놀이 등 축제 성격의 낙화놀이와는 구별된다. 낙화법은 일제강점기에도 명맥을 이어왔으나 6·25전쟁과 불교 정화 운동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낙화법이 되살아나 보존·계승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시 영평사(대한불교조계종) 주지 환성 스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5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정진할 때 만난 한 노스님에게 5종의 다라니를 편집한 ‘오대진언집(五大眞言集)’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책의 한 빈 곳에 숯과 소금, 향을 태워 불꽃을 떨어뜨리는 낙화법과 낙화법의 핵심 진언인 대수구대명왕대다라니, 육자진언 등이 적혀 있었던 것. 대수구대명왕대다라니는 일체여래를 비롯해 불·보살과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앙과 재난을 소멸하고, 번영을 성취하는 진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재 의식에서 염송했을 육자진언은 모든 업장을 소멸시키고 공덕을 얻게 한다. 모두 민간에서 행하는 불꽃놀이에서는 볼 수 없는 절차들이다. 낙화법 계승자 중 한 명인 원행 스님(세종 광제선원 주지)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록에도 부처님오신날에 전국에서 낙화가 진행됐다고 나올 정도로 낙화법은 연등회와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대표하는 세시풍속”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만 있는 불교 의례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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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승려 기증 봉안당에 무연고 징용희생자 모셔… 합동 위령제 지내고싶어”

    “이르면 올가을,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됐다가 희생된 조선인 무연고자들을 위한 합동 위령제를 지내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치기(栃木) 현세이타이지(靑泰寺) 주지 나카지마 야스요시(中島泰義) 스님이 절이 소유하고 있던 봉안당 시설을 강원 원주시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사(주지 해운 스님)에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보문사에서 만난 해운 스님은 “한일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던 나카지마 스님이 ‘양국의 미래를 위해 좋을 곳에 써 달라’며 기증했다”면서 “스님의 뜻을 고려해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됐다가 희생된 조선인 무연고자들의 유골을 찾아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승려가 봉안당을 기증하다니 뜻밖입니다. “나카지마 스님과는 사찰 문화재 관련 연구·조사를 하면서 인연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갑자기 절이 소유하고 있는 봉안당 시설이 몇 군데 있는데 일부를 기증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한일 역사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양국이 과거의 일로 갈등을 겪는 게 안타까웠던 것 같습니다. 도치기현 미카모 메모리얼 파크 내에 600여 위의 유골함을 모실 수 있는 시설인데, 지난해 9월 기증식을 갖고 12월에 정식으로 법적 권리 이양을 마쳤지요.”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강제징용 무연고자 유골을 찾아 모실 계획이라고요. “일본 내 사찰에는 일제강점기에 끌려갔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위패와 유골이 모셔진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 무연고자라 이제는 찾는 사람도 없지요. 이름이나 유골이 남아있는 것도 있지만 성만 쓰여 있거나 그도 아니면 강제징용자 여러 명이 함께 묻혔다고 알려진 장소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런 분들을 찾아서 모셔 오려고 하지요.” ―보문사는 작은 절인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합의에 따라 ‘한일 유골협의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실태 조사를 통해 일본 전역에 2800여 위의 조선인 강제 징용자 무연고 유골이 있는 것을 파악했지요. 하지만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현재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요. 저도 사실 시작은 했지만 막막하긴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기증서에 아예 ‘한반도에서 일본에 강제 연행된 사람들, 그 자손의 유골을 봉안하도록 권리를 이양한다’라고 명시했더군요. “당시 정부가 파악한 것은 2800위이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많이 찾아 모셔야지요. 나카지마 스님은 필요하다면 앞으로 시설과 땅을 더 기증하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승려도 이러는데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단지 제 능력이 그걸 해낼 만큼 될는지…. 가능한 한 많이 찾아 이르면 올가을 일본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싶습니다. 백 년 가까이 타국을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것을 넘어 과거사로 인해 늘 갈등을 겪는 양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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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피는 봄, 지리산-섬진강 품은 ‘화엄사 순례길’ 걸어요”

    밀물처럼 올라오고 있는 남도의 봄. 꽃과 나무가 흐드러진 조용한 지리산 산길을 걸으며 겨우내 움츠린 몸과 지친 마음을 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의 끝에 구도의 길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칠암자 순례길은 트레킹과 순례 모두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 코스다. 지리산 둘레길의 미니어처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칠암자 순례길은 화엄사 내 일곱 암자(지장암, 금정암, 내원암, 미타암, 보적암, 청계암, 연기암)를 잇는 약 6km의 호젓한 산길이다. 험하지 않은 데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어 마음을 비우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가장 아래에 있는 지장암에서 출발하는데, 이곳에서는 높이 약 12m, 둘레 약 4m의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올벚나무(국가 유산 천연기념물·추정 수령 약 350년)를 만날 수 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다른 벚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올벚나무라고 부른다. 벚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창과 칼자루로 많이 사용됐는데,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은 인조(재위 1623∼1649년)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많이 심게 했다고 한다. 당시 화엄사 벽암 선사가 이에 찬성해 절 주변에 올벚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지금은 이 한 그루만 남아있다. 화엄사에서 바로 가장 위에 있는 연기암(530m)을 먼저 오른 뒤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화엄사∼연기암 길에서는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화엄사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봄여름 우거진 녹음 아래를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일품인데, 절로 힐링이 된다고 ‘치유의 숲길’, 화엄사 창건주 연기 조사가 어머니를 업고 올랐다고 해 ‘효심의 길’ ‘어머니의 길’로도 불린다. 연기암은 시원하게 펼쳐진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다. 푸른 강과 지리산을 보는 눈맛이 그만이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운무를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금정암은 화엄사를 대표하는 산내 암자. 조선 명종 17년(1562년) 설응 선사가 창건하고 고종 때 칠성각을 건립했다. 1991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93년 중건했는데, 화엄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타암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 대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대문을 지나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 석상을 만날 수 있다. 절 내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을 준다. 7암자 순례길 코스에는 없지만, 최근 국가 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엄사 경내 홍매화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마침 25일부터 한 달 동안 ‘제4회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도 열린다. 현재 꽃망울이 맺힌 상태로 다음 달 중순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엄사가 있는 전남 구례에서는 다음 달 9∼17일 산수유꽃 축제도 열린다. 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화엄사가 화려하고 장엄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면, 칠암자는 수줍음 많은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를 보는 듯한 매력이 있다”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 사이에서는 걷는 맛, 보는 맛은 물론이고 힐링까지 얻을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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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메스 위 희망과 절망… 어느 의사의 수술실 이야기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은 참담하다. 성형외과, 피부과가 즐비한 서울 압구정동과 달리 지방은 의사를 구할 수 없는 곳이 부지기수이고 부모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 의대 지망생은 미어 터지는데, 필수의료 분야는 고사 직전. 고육책으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은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의가 수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며 깨달은 경험을 담담히 풀어냈다. 서두에 언급한 의사의 사회적 사명이나 잘못된 의료 문제의 개선 같은 엄숙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또는 수술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떠올리는 인간과 생명, 그리고 의사라는 존재에 대한 단상 같은 독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의사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튼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뇌와 배를 가르도록 허락한 유일한 존재이니 말이다. ‘“미안해요”라는 내 사과에 그는 “왜요”라고 답했다. 구식 타자기를 이용해 한 번에 한 키씩 누르는 속도로 1시간 동안 대화하며 우리는 소통했다. 환자는 그런 복잡한 수술을 나에게 부탁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마치 내가 슬픔을 정리하고, 자신의 결단을 이해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했다.’(10장 ‘삶―환자들이 가르쳐준 인생의 태도’ 중) 읽다 보면 유명 미국 드라마로 2005년부터 시작해 현재 시즌 20이 방영 중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는 느낌도 든다. 드라마 내용과 일치하는 사례도 꽤 있다. 책 제목은 20년 넘게 1만5000명의 환자, 4000건이 넘는 수술을 해온 저자의 삶을 상징한 것. 저자는 전혀 생각조차 안 했겠지만, 힘들고 돈 안 되는 분야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하다. 원제는 ‘Life on a Knife’s Edg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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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생명은 다 소중” 25년간 동식물 천도재 지내는 스님

    “모습이 동물일 뿐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지요. 어느 생명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천도재를 지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12일 강원 강릉 만월산 현덕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현종 스님은 “25년 동안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현종 스님은 절을 세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 ―대웅전에 정말 동식물 위패가 있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장난치다 빨랫줄에 앉은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습니다. 출가 후에도 그게 늘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후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지냈지요. 몇 년 하다 보니 어떻게 알고 여기저기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의뢰하는 분들이 늘면서 지금은 음력 7월 15일(백중)과 10월 셋째 주,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감도 컸다고요. “동물 천도재도 낯설었지만 사람 위패와 함께 모셨으니까요. 저는 모습만 강아지와 고양이지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지요.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겠습니까.” ―실험용 쥐를 위한 천도재도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약사의 요청이었어요. 대학 시절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한 선후배들이 있어서 뜻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을 위한 천도재, 야생 동물을 위한 천도재도 지냈지요.” ―외람됩니다만, 재를 지낸다고 극락에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저는 천도재가 천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모두가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라지요. 천도재를 통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 거기가 극락이지요.” ―최근에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담앤북스)라는 책도 내셨더군요. “생명과 환경에 대한 제 생각을 적은 건데…. 그래서 천도재 이야기도 들어 있는 거죠.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없어져도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달이 뜹니다. 별도 빛나지요.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많은 사람이 마치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갈 것처럼 삽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일하며 살고 몸이 망가지지요. 억지로라도 쉬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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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복음교회 “미혼모 복지시설 지원 강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첫아이를 낳는 신도에게 2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1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구절벽 극복은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라며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첫째 아이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넷째 500만 원, 다섯째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왔다. 이를 올해부터 첫째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 1000만 원으로 각각 인상한 것이다. 쌍둥이는 500만 원, 세쌍둥이는 1000만 원이다. 출산장려금은 현재까지 총 5016명에게 54억여 원이 지급됐다. 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 가족복지 시설인 ‘바인센터’ 지원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2019년 문을 연 바인센터는 24세 이하 미혼모를 위해 특화된 주거시설로, 최대 1년간 머물며 사회 복귀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에는 한 미혼모가 서울 소재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2022 삼성행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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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순복음교회, 첫 아이 낳는 신도에 200만원 출산장려금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첫아이를 낳는 신도에게 2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구절벽 극복은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라며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넷째는 500만 원, 다섯째는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왔다. 이를 올해부터 첫째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 10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한 것이다. 쌍둥이는 500만 원, 세쌍둥이는 1000만 원이다. 출산장려금은 현재까지 모두 5016명에게 54억여 원이 지급됐다.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가족복지 시설인 ‘바인센터’ 지원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2019년 문을 연 바인센터는 24세 이하 미혼모를 위해 특화된 주거시설로, 최대 1년간 머물며 사회 복귀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에는 한 미혼모가 아기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공부하는 등 노력 끝에 서울 소재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2022 삼성행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순복음교회는 이 밖에도 ‘양육인지감수성’ 고양을 위해 직장 내 육아문화 개선, 지역 공동체와 교회를 연계한 육아 시스템 모색,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문화 사회의 희망 조명 등 육아 문화와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이영훈 목사는 “저출산 극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모든 과제를 함축하고 있는 중차대한 국가 대사이자 교회가 마땅히 해야할 사회선교의 새 영역”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있어야 교회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5년간 저출산 문제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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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소중함 모르면, 전쟁은 살육에 불과”

    “장병들에게 ‘자비심’을 심어주고 싶지 말입니다.” 7일 경기 가평군 호국연호사에서 만난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군종법사 균재 스님(대위)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임관한 그는 군내 2호 비구니 군종법사. 첫 번째 비구니 군종법사인 명법 스님은 지난해 대위로 만기 전역했다. 현재 군에는 균재 스님을 포함해 모두 7명(육군 5명, 공군 2명)의 비구니 군종법사가 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게 전쟁인데 자비심이라니요. “전쟁에서 윤리 이야기를 하니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 말입니다. 전장에서 적용하기 쉬운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인간성과 생명의 소중함, 정의와 자유의 가치, 이런 정신입니다. 전쟁은 이런 것을 파괴하는 집단에 맞서기 위해 하는 것이고, 군인과 군대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전쟁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하면 살육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용사들과 ‘자비경’을 읽으며 남을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려고 하지요.” ―비구니 군종법사는 흔치 않은 선택인데요. “2014년 여군 군종법사 제도가 생겼는데 전 그 다음 해에 임관했지 말입니다. 동국대 불교학과 재학 중에 여군 군종법사 선발 소식을 들었는데, 참선이나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젊은 사람들을 만나 포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을 끌었지요. 절에서는 대부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밖을 보고 살 필요가 적고, 또 그러다 보니 좀 고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장병 상담도 많이 한다던데, 주로 어떤 고민이 많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기성세대와 고민거리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 말입니다. 군 복무의 어려움, 인간관계 등등 비슷하지요. 고민 중에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많은데, 저는 그럴 때 이렇게 말해줍니다. 뭘 할지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그것 없이 무조건 뭘 해야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고, 또 결정해도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고 말해주지요.” ―장병들이 다 MZ세대인데 좀 많이 다릅니까. “하하하, 제가 처음 임관했을 때와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지 말입니다. ‘초코파이 먹을래?’ 하고 주면 ‘제가 몸 만드는 중이어서 못 먹지 말입니다’라고 하니까요. 전에는 장교가 주면 싫더라도 먹거나 안 먹더라도 받아두긴 했거든요. 초코파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핫도그나 꽈배기, 꿀떡 이런 걸 주로 주지요.” ―종교를 가리지 않고 요즘 신자가 줄고 있고, 불교도 마찬가지인데요.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종교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지 말입니다. 저희가 더 다가가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저도 군종법사가 된 후 알게 됐는데, 대부분의 청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스님을 만났지 직접 만난 적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스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하더군요. 저는 법회에 오는 장병들에게 ‘군복무 잘하고, 무사히 전역하고, 불자로 살지는 않더라도 법당에서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전역하고도 찾아오는 장병들이 있는데, 그럴 땐 참 보람을 느끼지 말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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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 맞던 ‘내소사 동종’ 지키려 국보 추진… ‘고려 걸작’ 널리 알릴 것”

    지난달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내소사 동종(銅鐘·구리로 만든 종·사진)’ 국보 지정식이 열렸다. 높이 104.8cm,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cm로 고려 후기 동종 중 가장 큰 이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12월 국보로 승격됐다. 5일 내소사에서 만난 주지 진성 스님은 “지금은 보존 때문에 수장고에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모든 국민이 내소사 동종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예술혼이 잘 깃든 걸작으로 꼽힌다. 용이 입을 벌린 채 살아서 날아갈 것 같은 용뉴(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4개의 당좌(撞座·범종을 칠 때 당목이 닿는 곳), 균형 잡힌 비례와 몸체의 아름다운 곡선 등 뛰어난 조형성과 장식성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두른 덩굴무늬 띠, 어깨 부분에 표현된 입체적인 연꽃 문양도 아름다움을 더한다. 몸체에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존상은 불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세 분의 존귀한 존재, 부처와 양옆에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보기 드물게 종을 만든 내력이 담긴 주종기(鑄鐘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주종기에 따르면 이 종은 고려 고종 9년(1222년) 한중서(韓冲敍)라는 장인이 만들었다. 원래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조선 철종 1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을 적은 이안기(移安記)가 몸체에 새겨져 있다. 한중서는 13세기 초·중반 활동한 장인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은 국보 승격 당시 “내소사 동종은 양식, 의장, 주조 등에서 한국 범종 역사와 제작 기술,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주종기와 이안기 등을 통해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내소사 동종이 국보로 승격될 수 있었던 데는 출가 이후 40년 넘게 이 절에서 생활하며 동종을 지켜온 진성 스님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진성 스님은 “원래 경내 보종각 안에 있었는데, 구경 오는 사람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동전이나 심지어 돌을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나라의 보물이 어떻게 훼손될지 몰라 2017년 주지가 되면서 절 안에 수장고를 짓고 동시에 국보 승격도 추진하게 됐다는 것. 진성 스님은 “보존이 시급해 먼저 수장고에 보관했는데 (수장고를) 상설 박물관, 전시관으로 이용하기에는 시설과 관리 인력 등의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특정 기간이나 행사 때 공개 전시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수장고를 박물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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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5개 이은 ‘섬티아고 순례길’…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

    ‘지금, 지치고 힘들다면 섬티아고 순례길 어때?’ 순례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화된 나로 새로 태어나는 것. 신앙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많은 이들이 고통을 마다치 않고 일부러 힘든 길을 찾아 걷는 것은 그 과정에서 더 큰 삶의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에서 이름을 따온 ‘섬티아고 순례길’은 내 안의 나를 찾는 시간은 물론, 걷는 과정에서 모세의 기적과 유사한 체험도 할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힐링 공간이다. 섬티아고 순례길은 전남 신안군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 섬 12km를 잇는 길이다. 2017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된 뒤 국내외 건축·미술 작가들이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기도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 12곳을 길로 연결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건축물 자체가 아름다운데 섬 안에 크고 작은 호수와 저수지가 많아 화보 촬영 장소로 인기라고 한다. 섬티아고 순례길의 또 다른 매력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도 들 수 있다는 점.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이 노둣길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노둣길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섬과 섬, 또는 섬과 육지 사이를 오가기 위해 크고 작은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를 말한다. 밀물과 썰물에 맞춰 길이 하루 두 번씩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데, 썰물 때면 그 모습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12곳의 기도 공간은 건강의 집(베드로),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그리움의 집(야고보), 생명 평화의 집(요한), 행복의 집(필립보),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인연의 집(토마스), 기쁨의 집(마태오),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칭찬의 집(유다 타대오), 사랑의 집(시몬), 지혜의 집(유다 이스카리옷) 등이다. 노둣길, 숲속, 언덕과 호수 위 등에 멋스럽게 들어서 있는데, 모두 한 사람이 들어가 기도하거나 신앙이 없다면 홀로 사색하기에 적당한 크기(약 3평)로 지어졌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는 건강의 집은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를 기리기 위해 지었는데, 방문자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듯 새하얀 외벽과 지중해풍 푸른 돔 형태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 같은 외양의 기쁨의 집은 소기점도에서 소악도로 가는 갯벌 중간에 있다. 이 때문에 밀물 때면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집처럼 보이는데, 세 방향의 대형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단, 다시 물이 빠질 때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 지점에 있는 지혜의 집은 예수를 배신한 유다 이스카리옷을 상징해 지었다. 붉은 벽돌의 본체와 첨탑은 마치 중세 유럽 교회 같은 모습인데, 푸른 바다와 붉은 벽돌의 조화가 아름답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포함된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작가는 배신했지만, 나중에 잘못을 뉘우쳤다는 점에서 배신이 아닌 반성의 아이콘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순례와는 관계없지만, 대기점도에서는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 아이노시마에 온 듯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30여 년 전 극심한 들쥐 피해 때문에 고양이를 들여왔는데, 개들이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일이 빈번해지자 개들을 모두 뭍으로 내보냈다. 그 뒤로 번식을 거듭해 이제는 400여 마리의 고양이가 30여 가구와 함께 살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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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계에 ‘십자가 그림’ 설 선물 보낸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로 불교계에 발송된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등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 편향 논란이 일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대통령실 불자회장인 이 실장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1일 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착한 윤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에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포함됐다. 불교계를 위한 선물에는 차례용 전통주인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는 제외됐다. 문제는 선물 상자에 십자가, 성당, 묵주를 든 여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물 상자는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 작품으로 꾸며졌다. 선물에는 한 한센인의 기도문을 담은 메시지 카드도 동봉됐다.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불교계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이 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 스님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는 큰 결례를 했다”며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은 회수하고 포장을 다시 해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진우 스님은 이 실장에게 “저도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와 해명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해달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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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불교계에 십자가·성당 그림 그려진 선물 논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로 불교계에 발송된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등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편향 논란이 일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대통령실 불자회장인 이 실장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1일 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착한 윤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에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포함됐다. 불교계를 위한 선물에는 차례용 전통주인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는 제외됐다. 문제는 선물 상자에 십자가, 성당, 묵주를 든 여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물 상자는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으로 꾸며졌다. 선물에는 한 한센인의 기도문을 담은 메시지 카드도 동봉됐다.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불교계 일각서 논란이 일자 이 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 스님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는 큰 결례를 했다”며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은 회수하고 포장을 다시 해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진우 스님은 이 실장에게 “저도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와 해명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해달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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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가 사회보다 뒤처져서야… 교회내 성폭력 피해 막아야죠”

    “교회가 사회를 끌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처져서야 되겠습니까.” 29일 서울 종로구 여전도회관에서 만난 사단법인 예장여연 홍기숙 대표는 지난해 개신교 내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산하 단체인 예장여연은 지난해 8월 센터를 개설하고 같은 해 12월 1기 수료생 25명을 배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된다. ―교회에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교회 내 일반 상담센터에서 성폭력 상담을 해주는 곳은 있지만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곳은 저희가 처음인 것 같아요.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사실 성폭력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스스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는 신앙이라는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더 어렵지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일이 많고, 주변에서 함께 아파하기보다 오히려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주변에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됐지요.” ―성범죄가 신앙과 결부돼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요.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목사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사이비 종교에서는 목사가 아예 신자들을 그렇게 길들이기도 하지요. 원래도 신자들은 목사에게 순종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면 성추행, 성폭행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서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문제 있는 교회로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좀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이렇게 대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교회 공동체라는 특성 때문에 ‘용서해라’ ‘기도로 이겨내자’ 이런 식으로 대하기도 하고요. 피해자는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수료생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습니까. “현재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어요.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되는데 인력이 쌓이면 전문 상담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피해자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피해자 자신도 어떤 경우에는 그런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나이가 있으신 중장년 여성분들은 과거에 워낙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서 더 많고요. 수료생들이 완전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런 분들에게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는 걸 알려주고, 교회와 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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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눈물을 굽는다’… 이런 문장은 어떻게 쓴 걸까

    어릴 적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로 시작하는 청마 유치환의 ‘바위’를 읽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청마의 마음을 흔든 바위가 어떤 바위일까’ 정말 궁금했는데 물어봐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시험에 나오는, 알고 싶지 않은 지식만 가르쳐줬다. 만약 그 바위가 실제로 있어서 직접 볼 수 있다면 이 아름다운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등단 50년이 넘은 시인도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시인 정호승이 자신의 시 68편과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한데 묶은 일명 ‘시가 있는 산문집’을 펴냈다. 자신의 대표작과 그 시를 쓸 당시의 사연을 함께 소개한 내용이다. “…국화빵을 굽는 초라한 노점 하나가 집 앞 횡단보도 부근에 들어선 걸 보고도 늘 무심히 지나치곤 했는데, 그날은 비닐 포장 사이로 국화빵을 먹고 있는 초라한 주인 사내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아, 저녁 대신 자기가 구운 국화빵을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국화빵을 사 먹는 이유’ 중) 시인의 시선은 주인 사내의 허옇게 센 머리와 허름한 옷차림, 서투른 손동작을 넘어 떨어진 국화빵과 빵틀의 빈자리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사는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으로 시작해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으로 끝나는 시 ‘국화빵을 굽는 사내’는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흔히 보는 시 해설이나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시가 나오기까지의 뒷이야기에 가깝다. 혹자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개인사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를 공부하거나 시에 관심이 있는, 나도 한번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보고 겪는 일상에서 시인이 어떻게 시를 만들어내는지,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이렇게 주옥같은 단어와 문장을 뽑아내는지 가르쳐주는 훌륭한 참고서도 될 수 있을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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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라운지]중구청, SNS 주민홍보단 발족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25일 구민들로 구성된 ‘소셜미디어(SNS) 주민홍보단’을 발족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국가적인 큰 정책과 정보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뉴스에는 잘 안 나는, 작지만 일상생활에는 꼭 필요한 동네 정보”라며 “이런 정책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주민홍보단을 발족했다”고 말했다.20~60대로 구성된 홍보단은 지역 사정에 밝은 통장, 아파트 내 카페 운영자, 문화 관광해설사 등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구청 정책, 행사, 유용한 생활 정보 등을 알리고 일상에서 찾은 미담 사례를 주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중구 홍보팀 양찬승 주무관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유용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활정보들은 많은데 이를 적절하게 알릴 수단이 부족했다”며 “홍보단 자신이 지역 주민인 만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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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엄사 홍매화, 천연기념물 지정… “경제적 가치 23억”

    문화재청은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지리산 대화엄사(전남 구례·주지 덕문 스님)의 홍매화 1주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홍매화는 화엄사 각황전(국보) 옆에 있는 것으로 지정 명칭은 ‘구례 화엄사 화엄매’(사진)다. 화엄사 천연기념물에는 1962년 지정된 지장암 옆 올벚나무(1주)와 2007년 지정된 길상암 앞 매화(속칭 들매화·1주)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된 각황전 옆 화엄매는 앞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대 매화(순천 선암사 선암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화)와 달리 검붉은 꽃을 피우는 유일한 매화”라며 “학술적 가치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화엄사의 대표 경관으로 자리 잡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조선 숙종(1674∼1720) 때 심어진 것으로 알려진 홍매화는 각황전 옆에 있어 ‘각황매’ 또는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붉다 못해 검붉다고 해 흑매화(黑梅花)로도 불린다. 화엄사에 따르면 수량을 늘리기 위해 다른 곳에도 씨를 심어봤지만 각황전 옆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 매년 3월 초중순에는 화엄사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 인근 마을까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다. 매년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올해 4회 대회는 3월 11일∼4월 6일 열린다. 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지난해 화엄사 이미지 노출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총 82억여 원으로 분석됐는데 이 중 홍매화가 23억4500여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화엄사 요가대회 11억 원, 모기장 영화음악회 11억 원, 화엄 문화재 7억 원 등이다. 주지 덕문 스님은 “화엄사 홍매화는 자태도 아름답지만 300여 년 동안 피고 지고를 거듭하며 많은 위안과 감동을 준 국민과 함께한 나무”라며 “천연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화엄사를 방문해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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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고종 상진 총무원장 “계층·세대간 조화 이루는 데 노력”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사진)은 2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갈등과 위화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층과 세대 간 조화를 이루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상진 스님은 “지금 우리 사회는 다종교, 다문화 등 다양한 계층이 살고 있는 속에 지역간 대립과 경제적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우리 종단은 다종교·다문화 계층과 세대 간 조화를 이루면서 미래를 향한 평화와 화합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전법교화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태고종은 비정부기구(NGO)와 연대해 국제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각종 재난과 사고 피해자를 위한 폭넓은 사회구호 활동을 펴기로 했다. 이밖에 태고종이 전승·보존하고 있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태고종 영산재’ 및 생전예수재, 수륙재 등 불교의식의 해외 공연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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