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이정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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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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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칼럼94%
선거3%
미국/북미3%
  • [‘서울 선언’ 해외 반응]독일 희색… 브라질 존재감… 프랑스 부담

    독일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밀어붙이려던 경상수지 목표제에 가장 큰 반대 목소리를 내온 국가다. 그런 측면에서 G20 정상들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내년으로 넘긴 것은 독일로선 주요 성과로 볼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어느 한 기준에 맞춰 해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가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도 “경상수지 목표제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 등을 압박해 왔다.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은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와 함께 메르켈 총리의 성과를 ‘승리’로 표현했다. 브라질은 환율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록 이번 회의에서 브라질이 요구했던 환율문제의 구체적 해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급성장하는 자국 경제와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서울에서 “선진국이 신흥국처럼 내수를 늘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는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세부 기준 마련 시한이 내년 6월로 설정되면서 글로벌 불균형 및 환율문제 해법의 공이 내년 G20 회의로 넘어갔기 때문. 회의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의장으로서) 국제 통화시스템의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엔화가치 급등으로 고심 중인 일본은 이번 G20 서울 회의에서 환율갈등 해소를 위한 큰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까지는 앞으로 6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G20 수장들이 환율 불균형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결과라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평가하는 분위기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20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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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부정 항의’ 소수민족 반군-정부군 교전… 미얀마 1만여명, 태국 피란

    미얀마에서 7일 20년 만에 치러진 총선의 불공정성에 항의하는 소수민족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이 발생해 민간인 3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8일 보도했다. 또 1만여 명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란한 것으로 알려졌다.‘5여단(Brigade 5)’이라 불리는 미얀마 반군은 총선 당일인 7일 태국 접경지대에 있는 미얀마 카렌 주(州) 미야와디 지역의 경찰서 등 관공서들을 점령했다. 정부군은 5여단이 점령한 관공서를 탈환하고자 반격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반군이 쏜 중화기가 민가에 떨어지면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병력 피해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5여단 사령관은 “미야와디의 전력적 요충지들을 점령했다”면서 “장교 등 정부군 병사 8명도 포로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공정한 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서 등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5여단은 병력 14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여단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휴전협정을 맺은 민주카렌불교군(DKBA)의 분파 조직이지만 군정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소수 민족 반군들을 국경수비대에 편입시키려 시도하고 있으나 반군 측 반발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정이 90일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태국 현지 언론 더네이션은 뉴질랜드 매체 ‘라디오 뉴질랜드’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총선 직후 9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 기간 정치집회가 금지되고 병사들이 병영을 떠날 수 없다고 전했다.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태국은 미얀마 소수 민족이 대거 태국으로 건너오고 폭탄이 태국 지역에도 떨어져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국경 지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국경지대에 있는 태국 딱 주의 사맛 로이파 주지사는 “현재 국경을 넘어온 피란민이 1만여 명에 이른다”면서 “미야와디 지역에서 교전이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미얀마 총선에서는 군정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정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미얀마 통합선거위원회는 아직까지 공식 개표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아웅산 수치 여사 등 야당 주요 인사들의 출마가 원천 봉쇄된 데다 야권 세력의 분열까지 겹쳐 군정이 지지하고 있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집권당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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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G20 정상회의 D-2]世銀총재 “G20, 변형 金본위제 모색할 때”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사진)가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금본위제 국제통화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요 20개국(G20)이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 ‘G20은 브레턴우즈를 넘어서 봐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주요 경제대국들이 향후 환율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금본위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의 구조적 개혁과 관련한 국제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탄생시킨 1945년의 브레턴우즈 협정의 뒤를 이어 1971년에 구축돼 지금까지 적용돼온 브레턴우즈Ⅱ의 대안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1930년대 각국 통화가치의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금과 달러가 고정된 교환비율을 갖는 고정환율제였다. 베트남전쟁으로 달러가 대거 발행돼 유럽이 반발하자 1971년 미국이 달러를 더는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해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서 브레턴우즈Ⅱ 시대가 시작됐다. 졸릭 총재는 기고에서 ‘변형된 금본위제 채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에는 달러, 유로, 엔 및 파운드와 함께 중국 위안화도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금이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및 향후의 통화 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와 관련한 국제적인 준거가 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금을 ‘낡은 통화’로 볼지 모르지만 오늘날 시장에서는 엄연히 대체 통화 자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해 자본과 경상적자 정책에 관한 IMF 규정을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IMF의 평가를 세계무역기구(WTO) 쪽과 연계해 각국이 무역 혜택을 보기 위해 환율 정책을 동원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패키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릭 총재는 브레턴우즈Ⅱ를 대체하는 작업이 시간을 요하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패키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직은 G20 논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결코 과격하지 않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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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서울회의 들여다보기] 외신기자들이 바라본 G20

    《 11, 12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 주재 외신특파원도 부쩍 바빠졌다. 한국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늘면서 써야 할 기사가 많아진 탓이다. 이들에게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짧은 회의 기간에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기자들은 해줄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욕타임스(미국), 파이낸셜타임스 더타임스(이상 영국), 르피가로(프랑스), 아사히신문(일본), 중국중앙(CC)TV 등 6개 언론사 특파원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 “G20에 쏟는 한국의 열정 놀라운 수준” “또 G20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거봐요. 취재원 누구를 만나도 G20 이야기뿐이에요. 지금 한국은 핵개발이든 경제든 문화든 모든 것이 G20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니까.”(마크 맥도널드 뉴욕타임스 특파원) “여기서는 G20 정상회의가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행사로 여겨져요. 거의 모든 광고가 G20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세바스티앙 팔레티 르피가로 특파원) 이들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한국에서 넘치는 열정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앞서 G20 정상회의를 열었던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국민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크리스천 올리버 특파원은 “G20 런던 정상회의를 개최한 영국의 경우 그런 회의가 열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영국과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특파원들은 지난달 22, 23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도 낸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한국이 이 회의에 갖는 기대가 지나치지 않은지 우려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정상들의 회의를 ‘파티’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이 G20을 개최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나라인데도 과분한 행운을 얻은 듯 들떠 있는 모습이 좀 어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버 특파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방향을 좀 다르게 잡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근 TV 캠페인 광고(사랑해요 코리아)처럼 한국이 새치기를 하지 않고 줄을 잘 서는 것 등에는 방한 기간이 짧은 외국인들은 관심이 없다는 것. 그는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어떤 실질적인 결론이 나오고 한국 내의 해외투자 규모가 얼마나 커지느냐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정상이 1박 2일밖에 머물지 않는 데다 악화된 중-미관계도 아직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특파원도 있었다. CCTV의 루싱하이(盧星海) 서울지국장은 “환율 분쟁이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넘어 한국문화에도 관심”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직도 ‘코리아’ 하면 상당수가 북한이나 김정일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북한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취재 대상이다. 올해는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3대 세습 등 대형사건이 이어져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팔레티 특파원은 “북한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새 스토리”라며 “이것이 한국 근무를 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특파원을 두지 않았던 본사를 설득하며 한국 근무를 자청했다. 앤드루 새먼 더타임스 기자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올해 6·25전쟁에 관한 책을 써 출판했다. 하지만 특파원들은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만큼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늘어나면서 한국음식이나 문화 같은 분야에도 관심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된장찌개 불고기 갈비 같은 한식을 좋아하고 한국의 독특한 술문화와 분위기도 즐긴다. 특히 테이블 위에 불을 피우고 함께 둘러앉아 바비큐 요리를 해먹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세계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맥도널드 특파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12년 만에 특파원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엄청난 변화에 놀랐고 기뻤다”며 “요즘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과 서울이라는 도시 등에 대해 기사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포브스 등 다른 매체의 프리랜서 기자로도 일하는 새먼 특파원도 최근 G20 스페셜 에디션에 들어갈 한국의 맛집 소개와 여행가이드 같은 기사를 쓰느라 밤을 새웠다.○ “한국이 일류국가로 거듭나려면…” 이들 기자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에 걸려든 한국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코다 지국장은 “한국사회는 아직도 법치가 아닌 ‘인치(人治)’가 작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에게 “왜 법질서를 안 지키느냐”고 물으면 “높은 사람도 잘 안 지키는데 뭘…”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단다. 새먼 특파원은 해외 언론에 소극적인 한국의 대기업을 들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회사들이 외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거나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접근과 정보 모두 막혀 있어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자주 실린다는 이유로 국내 독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던 파이낸셜타임스의 올리버 특파원은 “한국인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외부의 시선이나 의견에 신경을 덜 써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루싱하이 지국장은 “외국인이라며 신용카드를 개설해주지 않고 보험 가입 요건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적용조차 잘 안 해줘 의료비가 비싸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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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대사 릴레이 인터뷰]우베 비센바흐 주한 EU 대리대사

    27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럽연합(EU)의 행보는 사상 최대의 통합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서유럽의 강대국부터 동유럽 소국까지 격차가 큰 회원국들이 잡음을 줄여가며 현안을 조율 및 합의하는 과정은 극적이다. 모든 회의문서를 23개 공식 언어로 일일이 번역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베 비센바흐 주한 EU 대리대사는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유럽의 이런 경험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의 포석인 경주재무장관 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려했던 싸움의 장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자리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안도 경주회의에서 얻어낸 또 하나의 주요한 성과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다원주의를 구현할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다원주의의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EU는 이를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 ―무역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로 규제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에 EU는 동의하는가. “EU 내에서도 아직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G20 국가 사이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예외도 있다. 4%라는 숫자는 임의적이다. 모두가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숫자를 제시하기에 앞서 각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수치보다는 가이드가인을 제시하는 등의 다른 방식을 찾을 수도 있다.” ―독일 등 일부 EU 회원국은 무역수지 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U 내에서조차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듯한데…. “제시된 기준 수치에 걸리지 않는 국가는 큰 이견이 없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독일의 반응도 놀라운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 흑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불균형의 이유와 해법, 그리고 그 구조적 인프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원자재 수출국이 목표치만큼 흑자를 줄이는 것은 그 어느 국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광물이나 석유 같은 원자재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렇듯 모두가 다른 상황과 해법, 이유를 갖고 있다.” ―축적된 통합 경험을 갖고 있는 EU로서 G20은 어떻게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보는가. “EU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일종의 ‘실험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항상 다 가질 수는 없고 때로는 희생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것에 익숙하다. 상호 신뢰와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지난해 EU가 내놓은 ‘2020 기후변화 패키지’의 경우 관련 정책 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회원국도 모두 합의했다. 결국 정치적인 결단의 문제다. G20은 EU처럼 회원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의무적인 입법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또 사용하는 언어 수도 적기 때문에 합의 과정이 EU보다 훨씬 더 쉬울 수 있다. IMF가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EU FTA 이후 두 지역 간 협력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이번 FTA는 EU가 유럽 밖에서 맺은 가장 야심 찬 무역협정이다. 양측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시아 전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우베 비센바흐 주한 유럽연합(EU) 대리대사△1964년 독일 마인츠 출생△1991년 영국 런던정경대 석사△1994∼2003년 EU 집행위원회, 주중국 및 몽골 EU대표부 근무△2004∼2009년 EU 집행위 개발총국 (중국 및 아프리카 관계 담당)△2009년 주한 EU대표부 참사△2010년 현재 주한 EU대표부 대리대사}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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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 영향력’ 후진타오 1위 오바마 2위

    후진타오(胡錦濤·얼굴)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올랐다. 유력 외신이 뽑는 영향력 1위에 중국 지도자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포브스는 후 주석에 대해 “13억 중국인의 지도자로서 세계 그 누구보다 막강한 정치적 힘을 행사하는 리더”라며 “(그는) 강줄기를 바꾸거나 도시를 세우고, 반체제 인사는 감옥에 집어넣으며, 인터넷을 검열할 권한 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이끄는 중국은 최근 경제규모에서 일본을 제친 데 이어 향후 25년 안에 미국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며, 환율절상 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 주석은 지난해 리스트에서는 2위였다.그 대신 지난해 1위였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등으로 입지가 축소되며 2위로 밀려났다. 3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차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4위)와 교황 베네딕토 16세(5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위)가 뒤를 이었다.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8위)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은행 총재(11위) 등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1위였다. 한국 국적으로서는 유일하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1위에 올랐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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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테러경계령]전세계 테러공포 확산… 한국 全재외공관 155곳에 경계령

    예멘발 미국행 소포 폭탄과 예멘의 한국 송유관 폭발 등으로 불거진 테러 공포가 유럽과 중동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를 떨게 하고 있다. 또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와 공관들을 겨냥한 모방성 소포 폭탄 테러까지 이어지면서 각국은 ‘소포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국제테러 위험에 대비해 3일 155개 전 재외공관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대(對)테러 중점공관’ 38곳에 한국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점검토록 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과 직항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해당 공관장이 현지 공항당국과 경찰을 접촉해 한국행 승객과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 강화를 요청하도록 했다. 국제테러 가능성에 대한 공관의 경계태세 강화는 필요한 경우 수시로 취해 왔지만 한국행 승객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요청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대한 테러 징후가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 테러정보를 종합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일 ‘G20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할 각국 정상의 경호 안전 대책, 예상되는 집회와 시위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송유관 폭발 사건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현지 시간으로 2일 오전 8시 ‘퍽’ 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폭발물 잔해 등 흔적이 발견돼 폭발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는 송유관에서 지상으로 흘러나온 원유가 자연 발화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유관 테러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지도자 안와르 알울라키와 폭탄제조가 이브라힘 알아시리를 체포하기 위한 예멘 정부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많다. 서유럽 국가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포 폭탄 테러의 공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소포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테네 소재 다수의 외국 공관을 겨냥한 소포형 폭탄 11개가 발견된 그리스는 순식간에 유럽 소포 폭탄 공포의 근원지로 부상했다. 2일 아테네의 러시아와 스위스 대사관 등지에서 소포형 폭발물이 터진 직후 독일과 이탈리아 총리실에서도 발견됐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 경제부’가 발신처로 돼 있는 책 모양의 소포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폭발장치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伊서도 소포폭탄 발견… 호주 “필리핀 여행자제령”… 이라크선 21곳 동시다발 테러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소포는 이틀 전 그리스에서 발송된 것”이라면서 “폭발 장치가 들어 있었으며 아테네 소재 스위스 대사관에서 폭발한 것과 같은 종류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날 이탈리아 볼로냐 공항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수신인으로 한 소포 폭탄이 발견됐다. 이 소포는 택배사 TNT의 화물기 안에서 발견됐고 폭탄전문가들이 개봉하려는 순간 불꽃이 일면서 불이 붙었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이 화물기는 벨기에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그리스 경찰에게서 소포 폭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보를 받고 항로를 바꿔 볼로냐에 착륙했다. 2kg가량의 작은 소포는 책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이름과 총리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스트런던대의 앤드루 실커 테러연구소장은 “그리스 폭발물은 예멘발 소포 폭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며 “이런 종류의 폭탄은 만들기도 쉬워서 앞으로 몇 달간 유사한 공격이 크게 증가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위협은 아시아로도 번져가는 조짐을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포함해 상당수 유럽 국가가 예멘발 항공 소포 및 화물의 자국 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호주 정부는 3일 발표한 여행경보에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테러 공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형 쇼핑몰이나 회의장 등 외국인의 방문이 잦은 곳과 시장, 대사관, 호텔, 대중교통시설, 경기장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밀집 지역 21곳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폭탄테러는 테러 대상과 장소의 무차별성과 예측불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로 인해 최소한 100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는 카페, 식당, 시장 등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1건은 차량 또는 자살 폭탄테러였다고 현지 보안소식통들은 밝혔다.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이라크이긴 하지만 수십 곳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테러 공격이 거의 동시에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서방 정보기관들은 말한다. 청와대는 북한 사이버부대가 G20 준비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점을 확인하고 북한발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G20 행사 정보에 대해 중국 지역의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하는 제3자가 들락거려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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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켈 獨총리에도 폭발물의심 소포 배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무실에서 폭발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됐다. 2일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총리실에서 폭발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돼 정밀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경제부가 발신처로 돼 있는 이 소포는 이날 오후 총리실로 배달됐다. 메르켈 총리는 벨기에를 방문 중이었다. 1일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폭발물 소포가 발견되는 등 전 세계에 폭탄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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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서 한국송유관 폭발… 알카에다 테러공격 추정

    국제 테러의 새 근거지로 지목받고 있는 예멘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송유관 일부가 폭발했다. 일부 외신은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8시경(현지 시간) 예멘 남부 샤브와 주의 주도인 아타크 시에서 동쪽으로 25km가량 떨어진 사막 지역에서 석유탐사 4광구의 송유관이 폭발했다. 전체 204km 송유관 구간 중 샤브와에서 마리브 주 방향으로 31.5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석유공사는 “폭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파견된 10명의 직원 모두 무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현장 주변에 폭발물 잔해가 있는 것으로 미뤄 누군가가 고의로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멘 보안당국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타이머가 달린 폭발물에 의한 폭발로 보인다”며 “알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송유관 밑부분에 설치돼 있던 두 개의 폭탄이 동시에 터졌다”며 “사건 현장에 알카에다 범행으로 추정할 흔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멘 보안당국은 급히 책임자를 현장에 보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파괴된 송유관을 복구하기 위해 기술팀도 급파했다. 폭발이 발생한 4광구는 2007년 7월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예멘석유공사(YICOM)와 공동 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공사 관계자는 폭발 원인과 관련해 “중동 지역에서 송유관 폭발은 드문 일이 아니다”며 “알카에다 등이 추정되고 있지만 폭발 원인을 자세히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예멘은 최근 예멘발 미국행 화물기의 폭탄소포 테러 모의 사건이 적발되면서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 같은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지목된 나라다. 더구나 폭발 사고가 발생한 샤브와 주는 예멘 정부군과 알카에다 간 교전이 지속돼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예멘 보안당국은 이번 폭탄소포 사건과 관련해 핵심 용의자 검거를 위해 샤브와 주와 마리브 주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군사 작전에 들어간 상태다.외교부는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예멘 한국대사관 직원이 사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알카에다의 소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자원 개발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한 시위였을 수도 있다”며 “4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20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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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집중투자로 정보력 키워… 테러 온상서 테러잡는 첨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당국은 지난달 말 예멘발 화물기 폭탄테러 시도를 적발한 일등공신이다. 사우디 정보기관은 알카에다가 항공화물을 이용해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최초로 입수해 지난달 28일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 긴급 전파함으로써 이번 테러를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 혐의자에 대한 사우디 정보기관의 탐지 및 적발, 회유 능력을 전 세계 만방에 크게 과시했다는 평가다. 예멘 정부에 따르면 테러 정보를 최초로 제공한 사람은 사우디 정보기관에 투항한 알카에다 소속 가베르 알 파이피다. 사우디 보안당국이 수배 중인 알카에다 핵심 요원 20명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을 기소하지 않고 석방해주는 대가로 테러 정보를 제공했다. 9·11테러에 가담한 19명의 테러리스트 중 15명이 사우디 출신이었을 정도로 국제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된 사우디가 이처럼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밑바탕에는 정부의 결단과 투자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8월 대(對)테러 책임자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마저 암살당할 뻔한 사건을 겪은 이후 사우디는 첩보활동과 수사력을 강화해 왔다. 알카에다 내부에도 정보원들을 심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보당국의 활동은 서방과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권위주의적인 왕정 국가의 특성상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난색을 표할 만한 대대적인 감시와 인터넷 검열, 노골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에서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특공대도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붙잡힌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미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갱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출소 후 일자리는 물론 배우자까지 찾아주는 후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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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 알카에다 급팽창… ‘테러 빅리그’ 진입

    ‘테러의 축(the Axis of Terror)이 두꺼워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예멘발 미국행 화물기의 폭탄테러 음모가 적발되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런 분석과 함께 예멘을 새로운 글로벌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수단,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예멘이 테러리즘의 ‘빅 리그’에 새로 진입했다는 것. 뉴욕타임스와 텔레그래프 같은 외신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새 근거지로 부상한 예멘에 경고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예멘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 아라비아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예멘은 오사마 빈라덴 집안이 대대로 뿌리를 내린 곳. 내전으로 인한 사회 불안 속에 1990년대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한 테러와 납치 사건이 이어졌다. 2006년 예멘 수도 사나의 감옥에 갇혀 있던 알카에다 조직원 23명이 집단으로 감옥을 탈출한 뒤 국내 테러단체에 속속 가담하면서 그 힘은 눈에 띄게 세졌다. 탈옥자 중에는 예멘의 아덴 항에 정박 중이던 미 구축함 ‘콜’ 폭파사건의 주범도 포함돼 있었다. 2009년 초 빈라덴의 부하였던 나세르 압둘 카림 알 우하쉬가 알카에다의 지부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를 창설하면서 예멘은 본격적인 테러의 기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재 300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AQAP는 최근 벌어진 각종 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2009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 수장을 겨냥한 사무실 폭탄테러, 같은 해 성탄절 연휴에 발생한 미 노스웨스트 항공사 테러 모의 사건 등이 대표적인 예, 예멘 내에서도 사나에서 팀 톨롯 주예멘 영국대사가 공격당하는 등 서방 외교관을 상대로 한 공격이 이어졌다. AQAP는 영문 잡지와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선전 선동에도 적극적이다. 10대 잡지처럼 감각적으로 제작되는 영문 잡지 ‘인스파이어(Inspire)’에는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법’ 같은 기사가 버젓이 실려 있다.○ 세력 확대하는 예멘의 테러조직 최근에는 서방의 젊은이들도 예멘의 테러조직에 잇따라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우 무슬림 8000여 명이 매년 이슬람 공부를 목적으로 예멘을 찾는데 이 중 일부가 테러 교육을 받고 오는 것으로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한 미국인 사미르 칸은 “미국을 배신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AQAP의 잡지에 올린 뒤 예멘으로 떠났다. 스웨덴 국립국방대의 연구에 따르면 최소 70명의 독일인, 30명의 영국인이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에서 AQAP 조직원을 지도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유럽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알카에다 소탕 작전을 벌이는 사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던 아라비아반도에서 새 세력이 힘을 키워 왔다는 점이 확인된 것.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소탕전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이 지역에서 시도된 글로벌 테러사건의 비율은 5년 전 90%에서 현재 50%까지 떨어진 상태. 하지만 이런 성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알카에다가 예멘에 새로운 본거지를 틀고 부활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안보 관계자는 “AQAP는 파키스탄 북부에 근거지를 준 기존의 알카에다에 견줄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며 “서방을 공격할 테러 모의 능력이 정교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의 밑거름 없애야” 미국은 예멘 정부와의 공조하에 예멘의 대(對)알카에다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예멘으로 파견한 군사전문가를 지난해의 두 배인 50여 명으로 늘렸고, 예멘에 파견하는 CIA 요원도 확충했다. 미 정부는 헬리콥터 비행기 및 대테러 장비 구입을 위해 예멘에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미국은 예멘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발 원조에도 비슷한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빈곤과 문맹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테러 발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예멘은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빈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달 3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알카에다라는 암세포를 제거해야 한다”며 공조 의사를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美태생 성직자 아울라키 배후로 지목 ▼인터넷 설교로 테러리스트 양성… 2006년 예멘서 체포됐다 풀려나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예멘발(發) 항공화물 폭탄 테러기도 사건의 배후로 미국 태생의 급진적인 이슬람 성직자인 안와르 아울라키(사진)를 거론하고 있다. 1971년 미국 서남부 뉴멕시코에서 태어난 아울라키는 최근 10년간 설교와 저술, e메일 등을 통해 이른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면서 미국과 미군,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폭력적인 지하드(성전)를 지휘해 온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폭탄테러 미수사건의 범인 파이살 샤자드는 “지하드를 촉구하는 그(아울라키)의 인터넷 설교에 감명을 받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고 자백했다. 또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미국행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의 범인 우마르 압둘무탈랍도 아울라키의 인터넷 설교에 포섭됐다. 한 달 전인 같은 해 11월 텍사스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니달 하산 소령은 아울라키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테러 계획에 확신을 얻었다고 자백했다. 9·11 테러범 3명도 아울라키의 설교를 들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달 30일 아울라키가 2006년 테러 모의 혐의로 예멘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가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거쳐 풀려난 뒤 테러 공격의 배후조종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 당국은 그가 예멘의 알카에다 지부인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의 핵심 구성원이라고 확인했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아랍 국가들의 요원 수백 명을 총괄하는 단체로 예멘 정부의 치안력이 미치지 않는 수도 사나 동쪽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한편 지난해 1월 미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아울라키 등 예멘의 알카에다 수뇌부 5명을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보도했다. 곧 미 정부는 중앙정보부(CIA)를 통해 미국 시민권자로서는 처음으로 아울라키에 대한 살인명령을 허가했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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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대사 릴레이 인터뷰]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킨다는 의미에서는 모든 나라가 환율시장에 ‘개입’한다. 환율 분쟁의 한 원인은 미국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는 것이다. 자국 내부의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이 강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브라질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 (책임을 나누자며)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주한 브라질대사관에서 만난 에드문두 후지타 주한 브라질대사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문제를 보는 신흥국의 입장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브라질은 이번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세계로 퍼뜨린 국가이자 최근 잇따라 환율시장 개입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을 불러온 주요 신흥국 중 하나다. ―브라질은 최근에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올렸다. 이런 방식의 외환시장 개입이 최근 환율 갈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있는데…. “미국이 자국의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낸 결과 현재 브라질 통화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우리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전 세계 투기성 자본이 몰려오면서 올해만 300억 달러의 해외자금이 유입됐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높아졌는데 이런 상황은 어느 나라 경제에도 좋지 않다. 우리는 기회주의자들의 단기 투기자금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라질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인가. “중국도 브라질처럼 고성장을 유지하다 보니 빈부격차 같은 심각한 내부 문제가 있다. 이 상황에서 경제가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반정부)사회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문젯거리가 될 것이다. 이웃 국가를 포함한 모두에게 훨씬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물론 위안화 가치가 과도하게 낮다면 조정돼야 하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국은 달러를 그만 찍어내야 한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브라질 장관이 오지 않은 것을 G20 논의에 대한 불만 섞인 반응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G20은 회원국을 처벌하거나 법적으로 구속할 힘이 없다. 원한다면 어느 나라에 대해서나 모든 문제를 다 비난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한국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브라질은 지금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는 대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장관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브라질은 장관만 빼고 대규모 대표단을 이번 회의에 파견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브라질의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은 14위에서 10위로 뛰어올랐다. IMF 개혁의 대표적인 수혜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족하는가. “만족한다. 이번 회의는 IMF 개혁의 시발점이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줬다. 이제는 과거의 선진 7개국(G7) 체제로는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없으며 많은 국가의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수출과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G20 국가 중 1위이지만 브라질은 각각 19위와 20위에 불과하다. “그것이 바로 브라질과 한국이 왜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이다. 한국은 수출에 강하고 브라질은 인구와 자원이 많고 내수시장이 크다. 브라질은 남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중동에 많은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의 높은 기술과 결합하면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두 나라가 공동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브라질이 이달 발주할 예정인 23조 원 규모의 리우데자네이루∼캄피나스 고속철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이 낙찰될 가능성은…. “한국의 고속철 건설 능력은 대단히 높다. 내가 알기엔 현재 고속철 수주전은 중국과 한국의 2파전 양상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지타 대사의 사무실에는 직접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는 G20 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미술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옛 산사를 찾아 아름다운 그림과 건축을 감상할 때도 많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식으로도 정갈한 사찰음식을 꼽았다. 일본인 이민자 3세이기도 한 그는 1975년에 아시아계 이민자로는 처음으로 브라질 외무고시에 합격해 인도네시아 대사와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에드문두 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1950년 상파울루 출생 △1972년 상파울루대 법학과 졸업 △1976∼1979년 아시아태평양국 근무 △1979∼1994년 런던, 도쿄, 모스크바, 유엔 등에서 근무 △1995∼2005년 대통령 전략담당 비서실 근무,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2005∼2009년 인도네시아 대사}

    •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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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대사 릴레이 인터뷰]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이 인터뷰 직전 제공됐다. 끈적끈적할 정도로 농축된 이탈리아 커피였다.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독한 커피가 주는) 충격이 김치의 매운맛보다는 덜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레제리 대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을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드러냈다. 그는 우선 G7(혹은 G8)이 G20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G20은 ‘3A’로 부를 수 있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의제(Agenda) 행위자(Actor) 운영(Administration)의 세 가지 A가 바로 그것. “G20이 어떤 의제를 어디까지 다룰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규제란 이슈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G20이 기후변화나 식량안보 같은 이슈까지 논의해야 할까. 두 번째 ‘행위자’ 과제는 G20의 20개 회원국 수 및 그 국가들의 선정이 적정했느냐는 문제다. G8은 이미 중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국가를 정기적으로 회의에 초청해 의견을 나누어왔다. 기존의 G8이 이런 확대(outreach) 전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G20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세 번째 ‘운영’ 측면에서도 G20은 G8과 다르다. G8은 사실상 영구적인 상설기구로 실체가 있는 조직 아닌가.” ―그럼 이탈리아 정부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G20 회원국에는 3가지 목표가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 금융위기 재발 방지, 개발 불균형의 시정이 이 세 가지다. 이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협력하고 중재하며, 여기서 합의된 규제들을 실천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환율 분쟁 등) 매우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의장국으로서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이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인가.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불균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특정 국가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 모두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불균형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환율이나 중국의 임금 문제가 지금 불거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곳곳에서 지역 생산기반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문제에 민감할 것 같은데….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는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에서는 유로라는 공통 화폐의 도입이 그 ‘무기’를 빼앗아가지 않았나. 유로존 국가들은 다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바탕으로 경쟁하게 됐다.” ―금융위기 당시 유로가 오히려 유럽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유로는 유럽 국가가 긴급 위기상황에 맞설 수 있는 길 또한 열어주었다. 유로는 유럽연합(EU)의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다. 전쟁을 겪은 나라들끼리 경제협력을 통해 리스본 조약 같은 정치적 통합의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한 바탕이었다. 이런 유럽의 경험은 환율문제에 직면한 세계에 좋은 교훈적 선례가 될 수 있다. 유로 도입의 핵심은 결국 그 방법과 과정에 있다. 끝없이 계속되는 협상과 연구, 상호이해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예스’라는 대답 외에 ‘노’라는 대답도 존중하고 왜 그런 대답이 나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질문이 양국 협력 방안으로 넘어가자 레제리 대사의 답변이 길고 상세해졌다.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이탈리아의 반대로 지연된 것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지만 어느 가족에나 보호해야 할 연약한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에겐 자동차와 섬유산업이라는, 지켜야 할 아이가 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산 휴대전화나 TV 같은 제품을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며 “FTA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1950년 이탈리아 로마 출생 △1971년 로마대 정치학과 졸업 △1972년 이탈리아 외교부 근무 △1976∼1999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이탈리아 대표부, 유엔 이탈리아 대표부 등 근무 △2006년∼주한 이탈리아대사}

    •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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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대사 릴레이 인터뷰]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각종 이슈의 점검도 그렇거니와 아직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보지 않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첫 방한을 앞두고 각종 회의와 보고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 지식인과의 만남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G20을 통해 환율 같은 최근의 현안을 풀어내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3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독일대사관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독일 정부는 어떤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독일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추구하는 G20의 목표를 같이 추구한다. 최빈국에도 이익이 돌아가는 공정하고도 지속가능한 성장 지향 정책을 지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규제와 자유로운 세계무역의 보장 같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로운 세계무역과 관련해 환율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데…. “통화 ‘전쟁’이라는 대립적 용어를 부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글로벌 통화 문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주요 통화들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과거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기적 해법(quick fix)에 그칠 뿐 결코 각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산업구조나 상품군, 상품과 서비스의 질, 적시(適時) 공급 여부 같은 다른 요소가 환율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요소다.” ―독일도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환율에 민감한 부분이 있을 텐데 정부 입장에 산업계의 반대나 충돌은 없는지. “맞는 지적이다. 독일도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여서 환율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단기적인 환투기나 환조작 같은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유럽의 공동화폐(유로)를 도입한 이유도 바로 환율의 안정성 때문이다.” ―환율 분쟁이 격화하면서 G20 정상회의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주요국 간 주먹다짐의 장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통화전쟁이나 주먹다짐 같은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다. 이는 경제사안을 정치화(politicize)하는 것이라고 본다. 언론이 과장해 떠드는 측면도 있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과 경제위기를 보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근본적인 시각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 장기적인 상황을 구분해 봐야 한다. 환율전쟁 같은 개념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화된 단기적 주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트렌드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은 이 문제를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G20에서 논의하려는 것이다.” ―결국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인가. “세계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변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한국에 지나친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공정하지도 않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기나긴 과정의 한 중요한 이정표로서 의미가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방한이 처음인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총리는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라 한국이 가진 엄청난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분단 한국의 상황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동독 출신인 총리가 학자로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정치가로 나선 이유도 통일독일의 재건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성 지도자로서 최근 10∼15년 사이에 한국 여성들의 역할, 지위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의 첫 방한이라 음식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총리가 김치를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워크라우트(독일식 절임야채)는 좋아한다. 한식도 즐길 것 같아서 방한 기간에 한식 메뉴를 제안할 생각이다. 다만 산낙지를 드시라고는 못 하겠다.”(웃음) ―세계 주요 현안 논의의 장이 선진국 중심의 선진 7개국(G7), 주요 8개국(G8)에서 신흥 국가들이 참여하는 G20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기득권을 가진 국가로서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G20으로의 확대는 20년간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한 흐름이다. 21세기의 현실을 반영하는 이런 결과를 환영한다. 앞으로 가장 핵심적 포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정말로 의미가 크다. 100년 전 주권을 상실하고 60년 전 끔찍한 전쟁을 치른 나라가 이제 의장국이 된 것은 G20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독일 자동차업계의 반대가 있었다. 양국의 경제협력 전망은…. “독일 정부는 한국과의 FTA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자유무역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양쪽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의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이트 대사는 양국의 문화 및 인적교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맥주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독일의 맥주는 한국의 막걸리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주지만 살이 찌는 게 문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맛이 부드러운 한국 맥주는 더운 여름에 마시면 최고”라며 “그래도 삼겹살은 독일의 리슬링 와인과 함께 즐겨야 최고”라고 제안하기도 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195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생 △1973∼78년 튀빙겐, 제네바, 본 대학(법학, 역사학, 정치학) △1980년 독일 사법고시 합격 △1982년 외무부 입부 △1986∼2008년 모스크바, 나이로비, 워싱턴, 아프가니스탄 나토(NATO) 상설대표부, 유엔환경계획(UNEP) 등 근무 △2009년∼현재 주한 독일대사}

    •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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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냉키 “日경제의 고통스러운 경험서 배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90년대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 일본의 경제 관리에게 잇단 쓴소리를 내뱉었던 석학이었다. 그는 장기 침체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에 대해 “일본 스스로가 초래한 경제마비 현상”이라며 “(난국 타파를 위해) 일본 금융당국이 그 어떤 실험도 해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놀랍다”고 비판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고 혼란스러우며 지나치게 신중했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그랬던 버냉키 의장이 최근 일본의 경제정책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전했다. 그는 “과거 일본의 경제정책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가 하면 “일본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디플레이션 방어정책을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WSJ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FRB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은 과거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일본과 최근 미국을 비교해 보면 더딘 성장세와 고실업 행진, 인플레이션 속도 둔화 등 각종 경제 관련 그래프가 유사한 곡선을 그린다. 양국 모두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 이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피해를 경험했고 이후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통화 보유국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닌다. 일본의 경우 1989년 증시가 최고점을 찍은 데 이어 2년 뒤 자산 거품이 붕괴됐다. 이후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0.7%에 머물렀고, ‘잃어버린 10년’ 중 7년은 소비자물가지수가 하향세를 그렸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이 기간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국채 매입 같은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계와 기업에 심어줘 경제활동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3% 내지 4%의 인플레이션을 공개 목표로 잡고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0년 일본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을 때 정부가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것인 시기상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과 같은 처지에 놓인 미국에서 버냉키 의장은 자신이 과거 일본에 제안한 정책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중앙은행(BOJ)에 근무했던 오키나 구니오 씨는 “책임질 필요 없이 토론만 하는 것과 실제 자신들이 해결 부담을 지고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종료할지 고민하던 미 금융당국은 경기가 다시 악화되면서 이제는 정반대로 디플레이션 해법에 골몰해 있다.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버냉키 의장의 최대 과제는 미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당사자 옆에서 조언만 해주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이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은 어떨까. 후쿠이 도시히코 전 BOJ 총재는 “버냉키 의장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그가 예전에 나에게 해줬던 바로 그 말”이라고 말했다. “결단력을 가지라”는 것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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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타기보다 힘든 美 FRB 입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입성이 노벨상 수상보다 힘들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피터 다이아몬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70·사진)의 FRB 이사 선임을 놓고 나오는 말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 조세와 사회보장 제도 등 부문에서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 벤 버냉키 FRB 의장도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이런 전문성을 이유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맞서야 하는 FRB의 이사로 4월 지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야당의 벽은 노벨위원회보다 높았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의 리처드 셸비 공화당 의원이 그를 “통화금융정책에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이사 자질이 부족하다”며 자격을 문제 삼은 것. 상원 금융위원회는 16 대 7 찬성으로 인준안을 상원 전체회의로 보냈지만 결국 인준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9월 다이아몬드 교수를 재지명함으로써 상원의 인준을 다시 한 번 요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상원의 인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이아몬드 교수도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나는 FRB가 해결해야 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FRB 이사로 인준받기를 여전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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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법 전수할게, 빈곤과 맞서라”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에펠타워 근처의 한 최고급 레스토랑 조리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한 여성이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데 몰두해 있다. 바닷가재를 맛보기는커녕 바닷가조차 가본 적 없는 빈민 여성이지만 지금은 이런 해산물 요리에 미래를 걸었다. 카디디아투 씨가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프랑스의 스타 요리사인 알랭 뒤카스 씨(사진)가 운영하는 ‘미래를 꿈꾸는 여성 15인’ 프로젝트에 신청하면서부터. 뒤카스 씨는 프랑스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지에 2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 가이드’에서 받은 별만 19개에 이른다. 그런 그가 “요리 실력으로 빈곤문제 해결을 돕겠다”며 지난달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청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여성 15명은 1년간 요리 공부와 뒤카스 씨의 레스토랑 견습 기회를 얻게 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운 ‘클린턴 재단’이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8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첫 프로그램 참가자는 20대 미혼모와 남편의 상습구타에 시달리는 여성, 마약과 범죄가 들끓는 우범지역에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등 고단한 삶을 사는 빈민여성들이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들은 이제 “뉴욕이나 런던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차리는 게 꿈이다. 이제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낀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뒤카스 씨가 이처럼 자신의 요리 기술로 사회에 공헌하게 된 계기는 26년 전 당시 자신이 타고 가던 경비행기가 추락해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했고, 가까스로 생존한 이후에도 15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비극적인 경험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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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가 사회변혁 선봉대? 오합지졸 네트워크에 불과”

    1960년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한 작은 식당에 흑인 대학생 4명이 앉았다. “흑인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는다”는 대답에 이들은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 날은 27명, 그 다음 날은 80명, 300명, 600명…. 식당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이들의 시위에 다른 지역 학생들까지 가담하면서 전체 참여자 수는 7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뜻을 함께하는 대중의 참여가 흑인차별 철폐라는 민권 운동의 승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건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런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까. ‘티핑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맬컴 글래드웰 씨(사진)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글래드웰 씨는 최근 시사잡지 뉴요커에 기고한 ‘작은 변화’라는 장문의 글에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를 촉진해 사회변혁이나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사회 참여에 대해 “큰 위험을 질 필요가 없고, 개인적인 희생이나 비용을 감수할 필요도 없는 조건에서만 부담 없이 참여하는 정도의 결속력”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내의 ‘(수단의 분쟁지역인) 다르푸르 구하기’ 사이트는 128만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지만 평균 기부액은 1인당 9센트에 그친다는 것. 글래드웰 씨는 “그린즈버러 연좌농성의 참여자는 구타당하거나 체포되거나 심지어 총에 맞을 결연한 각오를 하고 현장에 나갔던 사람들”이라며 “소셜 미디어 신봉자들은 이처럼 강한 결속력으로 맺어진 동지와 일면식도 없는 인터넷상 지인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사이버 행동주의’로 포장된 트위터 등에서의 움직임이 체계적인 조직이나 리더십, 전략적 사고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그린즈버러 연좌농성의 경우 마틴 루서 킹 목사 같은 지도자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훈련받은 활동가, 흑인 교회가 조직적으로 지원했다. 글래드웰 씨는 “중앙의 권위나 지도자도 없고 결속력도 약한 오합지졸 네트워크에서 전략적이고 철학적인 결정이나 합의, 목표 설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뉴요커는 물론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의 블로그와 기사 댓글에는 “소수 사례를 일반화한 결과 트위터의 힘을 간과했다” “성격이 다른 두 현상을 비교했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래드웰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트위터로 퍼뜨릴 것”이라는 공격도 나왔다. 여기에 “스크린 뒤에 익명으로 숨은 누리꾼에게는 변혁의 힘이 없다”며 공감하는 의견이 맞서면서 논란이 뜨겁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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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진타오, 北 김정은 후계체제 사실상 승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새 지도부와 협력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지도부’라는 단어 속에 김정은 후계구도가 함축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후 주석은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개된 이후 최초로 이처럼 말했다. 대표자회 결과를 설명하러 온 최태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만난 자리에서다.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북한의 후계구도를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3대 세습을 묵인하는 게 떳떳하지 않으니 여러 갈래로 해석할 수 있도록 중국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이날 신화통신이 보도한 후 주석의 표현 속에는 ‘김정은’ 또는 ‘북한 후계’ 라는 글자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당 대표자회 성공 개최를 축하하고 ‘새 지도부’를 2차례 거론한 것에 주목했다.지난달 28일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주요 언론은 북한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주요 뉴스로 반복 보도했다. 후계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은 안 했지만 중국 내에서 이번 당 대표자회는 김정은의 후계자 데뷔 무대이고 그가 북한 새 지도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 주석이 굳이 ‘북한의 새 지도부’라고 거듭 거론하면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게다가 통신은 또 최 비서가 후 주석에게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창조한 혁명사업의 완성과 대대손손 계승의 튼튼한 기초를 닦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맥상으로 최 비서가 후 주석에게 김정은 후계 문제를 언급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후 주석의 언급은 새 지도부를 수용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이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후계구도를 묵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의 의지에 반해 중국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만큼 일단 김정은 후계체제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일본 게이오대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피터 벡 씨는 3일 AFP통신에 후 주석이 당 대표자회 직후 축전을 보낸 점에 주목했다. 신화통신은 3일 후 주석과 최 비서가 만난 사실을 보도하면서 축전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아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물려줬다”며 “이에 대한 후 주석의 축전은 (세습에도) 중북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북한과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중국이 이미 당 대표자회에 앞서 북한의 후계체제를 묵인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중 간에는 후계자가 인사차 방문하는 전통이 있다”며 “북한의 새 후계자도 당연히 인사차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고 그것이 8월 김정일의 올해 2차 방중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후 주석이 북한 세습구도를 묵인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완전히 북한 내부의 일로 중국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고 밝혀 왔다.한 중국인 교수는 “‘새 지도부’라는 표현은 중국이 자주 써온 표현으로 굳이 의미를 붙일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북한 세습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내정불간섭이나 묵인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후 주석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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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A+ ’ 스웨덴 중도우파… 총선 승리 ‘첫 우파 재선’ 유력

    19일 스웨덴 총선에서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45)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이 승리했다. 그러나 극우파의 약진 때문에 2006년 총선과는 달리 자력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녹색당 등 군소정당과의 연정에 성공할 경우 스웨덴에서 우파 정권이 재선에 성공하는 첫 사례가 되겠지만 극복해야 할 정책 차이가 크다. 레인펠트 총리가 정국 불안의 소지가 있는 소수정부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온건당과 자유당 중도당 기독교민주당 등 4개 중도보수 정당 연합은 모두 49.2%를 득표해 하원 전체 349석 중 172석을 차지했다. 과반(175석)에 3석이 모자란다. 반면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등 좌파연합은 43.7%로 15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중도우파 연합에 힘을 실어 준 가장 큰 동력은 경제성장. 45세 젊은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은 경기회복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감세 등의 정책을 통해 중산층의 강한 지지를 끌어냈다. 스웨덴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4.5%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스웨덴 크로나의 가치는 6월 말 이후 달러 대비 10%나 절상됐다.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1%로 EU 회원국 평균(7.2%)의 3분의 1 수준으로 안정돼 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약 99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주면서도 육아 복지 교육 등 기존의 복지정책을 후퇴시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당의 이런 성과에 눌려 사민당의 사회주의 정책공약은 먹히지 않았다. 복지국가를 외치며 최근 74년 중 61년간 집권해온 정당으로서는 민망한 성적표다. 스웨덴 최초의 여성 총리를 노렸던 모나 살린 사민당 당수(53)는 “신뢰 회복에 실패한 우리가 졌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레인펠트 총리가 3석을 더 얻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경우 1920년 스웨덴에 보통선거제가 도입된 이후 우파에서 임기를 채우고 재선출되는 첫 총리가 된다. 다만 중도우파가 연정을 구성하기까지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석수를 보태줄 수 있는 스웨덴 민주당은 반(反)이민자와 반이슬람 등을 외치는 극우파 정당이기 때문. 발칸 지역 국가와 이란, 이라크 등지로부터의 이민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 이 정당은 5.7%(20석)를 득표해 사상 최초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극우파를 경계해온 레인펠트 총리는 “스웨덴 민주당에 협력하지도, 의존하지도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 대신 녹색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기후변화 정책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상태다. 따라서 레인펠트 총리가 과반 확보에 실패해 정국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가 마지못해 스웨덴 민주당에 손을 내밀 경우 외국인에 관대했던 스웨덴의 개방 정책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201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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