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회의 들여다보기]<5>외신기자들이 바라본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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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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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광고 G20 언급… 마치 월드컵-올림픽 보는 듯”

《 11, 12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 주재 외신특파원도 부쩍 바빠졌다. 한국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늘면서 써야 할 기사가 많아진 탓이다. 이들에게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짧은 회의 기간에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기자들은 해줄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욕타임스(미국), 파이낸셜타임스 더타임스(이상 영국), 르피가로(프랑스), 아사히신문(일본), 중국중앙(CC)TV 등 6개 언론사 특파원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
○ “G20에 쏟는 한국의 열정 놀라운 수준”

“또 G20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거봐요. 취재원 누구를 만나도 G20 이야기뿐이에요. 지금 한국은 핵개발이든 경제든 문화든 모든 것이 G20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니까.”(마크 맥도널드 뉴욕타임스 특파원)

“여기서는 G20 정상회의가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행사로 여겨져요. 거의 모든 광고가 G20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세바스티앙 팔레티 르피가로 특파원)

이들은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한국에서 넘치는 열정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앞서 G20 정상회의를 열었던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국민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크리스천 올리버 특파원은 “G20 런던 정상회의를 개최한 영국의 경우 그런 회의가 열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영국과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특파원들은 지난달 22, 23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도 낸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한국이 이 회의에 갖는 기대가 지나치지 않은지 우려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정상들의 회의를 ‘파티’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이 G20을 개최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나라인데도 과분한 행운을 얻은 듯 들떠 있는 모습이 좀 어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버 특파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방향을 좀 다르게 잡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근 TV 캠페인 광고(사랑해요 코리아)처럼 한국이 새치기를 하지 않고 줄을 잘 서는 것 등에는 방한 기간이 짧은 외국인들은 관심이 없다는 것. 그는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어떤 실질적인 결론이 나오고 한국 내의 해외투자 규모가 얼마나 커지느냐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정상이 1박 2일밖에 머물지 않는 데다 악화된 중-미관계도 아직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특파원도 있었다. CCTV의 루싱하이(盧星海) 서울지국장은 “환율 분쟁이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북한 문제를 넘어 한국문화에도 관심”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아직도 ‘코리아’ 하면 상당수가 북한이나 김정일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북한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취재 대상이다. 올해는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3대 세습 등 대형사건이 이어져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팔레티 특파원은 “북한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새 스토리”라며 “이것이 한국 근무를 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특파원을 두지 않았던 본사를 설득하며 한국 근무를 자청했다. 앤드루 새먼 더타임스 기자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올해 6·25전쟁에 관한 책을 써 출판했다.

하지만 특파원들은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만큼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늘어나면서 한국음식이나 문화 같은 분야에도 관심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된장찌개 불고기 갈비 같은 한식을 좋아하고 한국의 독특한 술문화와 분위기도 즐긴다. 특히 테이블 위에 불을 피우고 함께 둘러앉아 바비큐 요리를 해먹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세계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맥도널드 특파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취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12년 만에 특파원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엄청난 변화에 놀랐고 기뻤다”며 “요즘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과 서울이라는 도시 등에 대해 기사를 자주 쓴다”고 말했다. 포브스 등 다른 매체의 프리랜서 기자로도 일하는 새먼 특파원도 최근 G20 스페셜 에디션에 들어갈 한국의 맛집 소개와 여행가이드 같은 기사를 쓰느라 밤을 새웠다.

○ “한국이 일류국가로 거듭나려면…”


이들 기자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에 걸려든 한국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코다 지국장은 “한국사회는 아직도 법치가 아닌 ‘인치(人治)’가 작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에게 “왜 법질서를 안 지키느냐”고 물으면 “높은 사람도 잘 안 지키는데 뭘…”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단다. 새먼 특파원은 해외 언론에 소극적인 한국의 대기업을 들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회사들이 외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거나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접근과 정보 모두 막혀 있어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자주 실린다는 이유로 국내 독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던 파이낸셜타임스의 올리버 특파원은 “한국인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외부의 시선이나 의견에 신경을 덜 써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루싱하이 지국장은 “외국인이라며 신용카드를 개설해주지 않고 보험 가입 요건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적용조차 잘 안 해줘 의료비가 비싸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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