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통화전쟁… 각국 “환율방어” 비상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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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환시장 개입에 글로벌 경제 요동
《일본 정부가 15일 외환시장에 전격적으로 개입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자 서방국가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온 미국과 유럽은 갑자기 일본이 독자적으로 시도한 엔화의 평가절하 시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 통화 강세의 여파에 시달려온 신흥 경제국은 이를 빌미로 속속 자국 환율 방어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통화 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 “글로벌 교역 활성화 논의 막아”

일본 재무성이 15일 도쿄 런던 뉴욕 외환시장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푼 돈은 총 2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시장개입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그 덕분에 15년 만에 최고치까지 급등했던 엔화가치는 16일 달러당 85.30엔대로 진정세를 이어갔다.

재무성은 엔화가 확실히 안정세로 돌아설 때까지는 계속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환시장에서 승리를 쟁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재무성이 올해 회계연도(내년 3월 말)까지 외환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시장안정기금) 규모는 약 40조 엔. 일본이 환율 방어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했던 2003년의 35조 엔보다 많다. 일본은행도 잔뜩 풀린 엔화를 당분간 거둬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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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은 “일본의 일방적인 시장개입이 중국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려는 국가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 문제에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어줬을 뿐 아니라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글로벌 교역 활성화 논의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

더구나 미국은 중국의 환율 문제를 다룰 의회 청문회를 코앞에 둔 시점이다. 143명의 의원이 중국의 환율 ‘조작’에 맞설 환율보복법안을 지지하고 있고 일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샌더 레빈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일본의 개입을 “대단히 불안감을 주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유럽에서도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이 “일방적인 액션은 글로벌 불균형을 다루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라며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유럽연합(EU)의 최대 경영자그룹인 ‘비즈니스유럽’은 “인위적 조작이 아닌 시장의 힘이 화폐가치를 결정해야 한다”며 비판 의견을 내놨다.

○ “통화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환율 방어에 나설 틈을 노리고 있던 국가는 분주해졌다. 경기회복세와 수출호조에 힘입어 통화가치가 급상승한 신흥경제국이 대부분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매일 2000만 달러어치의 페소화를 풀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고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다른 나라의 환율 조정으로 우리 수출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통화 초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린다. 달러당 바트 가격이 13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태국에서는 “바트를 안정화하라”는 기업인들의 압박이 거세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대만 등도 환율시장 개입 방침을 시사했다.

이런 국가가 경쟁적으로 환율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글로벌 환율 전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도시샤대의 노리코 하마 교수는 “일본이 다른 모든 국가에도 일방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할 권리를 줘서 잇단 통화 평가절하 시도를 유발하는 셈”이라며 “매우 어리석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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