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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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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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서 환율문제 풀려는 한국노력 지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13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스울리히 자이트 대사.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13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스울리히 자이트 대사.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각종 이슈의 점검도 그렇거니와 아직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아보지 않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첫 방한을 앞두고 각종 회의와 보고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 지식인과의 만남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G20을 통해 환율 같은 최근의 현안을 풀어내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3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독일대사관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독일 정부는 어떤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독일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추구하는 G20의 목표를 같이 추구한다. 최빈국에도 이익이 돌아가는 공정하고도 지속가능한 성장 지향 정책을 지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규제와 자유로운 세계무역의 보장 같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로운 세계무역과 관련해 환율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데….

“통화 ‘전쟁’이라는 대립적 용어를 부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글로벌 통화 문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주요 통화들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과거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기적 해법(quick fix)에 그칠 뿐 결코 각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산업구조나 상품군, 상품과 서비스의 질, 적시(適時) 공급 여부 같은 다른 요소가 환율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요소다.”

―독일도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환율에 민감한 부분이 있을 텐데 정부 입장에 산업계의 반대나 충돌은 없는지.

“맞는 지적이다. 독일도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여서 환율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단기적인 환투기나 환조작 같은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유럽의 공동화폐(유로)를 도입한 이유도 바로 환율의 안정성 때문이다.”

―환율 분쟁이 격화하면서 G20 정상회의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주요국 간 주먹다짐의 장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통화전쟁이나 주먹다짐 같은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다. 이는 경제사안을 정치화(politicize)하는 것이라고 본다. 언론이 과장해 떠드는 측면도 있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과 경제위기를 보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근본적인 시각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 장기적인 상황을 구분해 봐야 한다. 환율전쟁 같은 개념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화된 단기적 주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트렌드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은 이 문제를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G20에서 논의하려는 것이다.”

―결국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인가.

“세계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변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한국에 지나친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공정하지도 않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기나긴 과정의 한 중요한 이정표로서 의미가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방한이 처음인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총리는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라 한국이 가진 엄청난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분단 한국의 상황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동독 출신인 총리가 학자로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정치가로 나선 이유도 통일독일의 재건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성 지도자로서 최근 10∼15년 사이에 한국 여성들의 역할, 지위 변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의 첫 방한이라 음식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일이 많을 것 같다.

“총리가 김치를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워크라우트(독일식 절임야채)는 좋아한다. 한식도 즐길 것 같아서 방한 기간에 한식 메뉴를 제안할 생각이다. 다만 산낙지를 드시라고는 못 하겠다.”(웃음)

―세계 주요 현안 논의의 장이 선진국 중심의 선진 7개국(G7), 주요 8개국(G8)에서 신흥 국가들이 참여하는 G20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기득권을 가진 국가로서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G20으로의 확대는 20년간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한 흐름이다. 21세기의 현실을 반영하는 이런 결과를 환영한다. 앞으로 가장 핵심적 포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정말로 의미가 크다. 100년 전 주권을 상실하고 60년 전 끔찍한 전쟁을 치른 나라가 이제 의장국이 된 것은 G20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독일 자동차업계의 반대가 있었다. 양국의 경제협력 전망은….

“독일 정부는 한국과의 FTA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자유무역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양쪽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의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이트 대사는 양국의 문화 및 인적교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맥주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독일의 맥주는 한국의 막걸리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주지만 살이 찌는 게 문제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맛이 부드러운 한국 맥주는 더운 여름에 마시면 최고”라며 “그래도 삼겹살은 독일의 리슬링 와인과 함께 즐겨야 최고”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

△195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생 △1973∼78년 튀빙겐, 제네바, 본 대학(법학, 역사학, 정치학) △1980년 독일 사법고시 합격 △1982년 외무부 입부 △1986∼2008년 모스크바, 나이로비, 워싱턴, 아프가니스탄 나토(NATO) 상설대표부, 유엔환경계획(UNEP) 등 근무 △2009년∼현재 주한 독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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