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법 전수할게, 빈곤과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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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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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셰프 佛뒤카스씨 빈민여성에 희망 프로젝트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에펠타워 근처의 한 최고급 레스토랑 조리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한 여성이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데 몰두해 있다. 바닷가재를 맛보기는커녕 바닷가조차 가본 적 없는 빈민 여성이지만 지금은 이런 해산물 요리에 미래를 걸었다. 카디디아투 씨가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프랑스의 스타 요리사인 알랭 뒤카스 씨(사진)가 운영하는 ‘미래를 꿈꾸는 여성 15인’ 프로젝트에 신청하면서부터.

뒤카스 씨는 프랑스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지에 27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이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 가이드’에서 받은 별만 19개에 이른다. 그런 그가 “요리 실력으로 빈곤문제 해결을 돕겠다”며 지난달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청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선발된 여성 15명은 1년간 요리 공부와 뒤카스 씨의 레스토랑 견습 기회를 얻게 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운 ‘클린턴 재단’이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8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첫 프로그램 참가자는 20대 미혼모와 남편의 상습구타에 시달리는 여성, 마약과 범죄가 들끓는 우범지역에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등 고단한 삶을 사는 빈민여성들이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이들은 이제 “뉴욕이나 런던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차리는 게 꿈이다. 이제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낀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뒤카스 씨가 이처럼 자신의 요리 기술로 사회에 공헌하게 된 계기는 26년 전 당시 자신이 타고 가던 경비행기가 추락해 자신을 제외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했고, 가까스로 생존한 이후에도 15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비극적인 경험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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