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13>우베 비센바흐 주한 EU 대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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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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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주의 추구 EU의 경험 G20 합의도출 도움될 것”

27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럽연합(EU)의 행보는 사상 최대의 통합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서유럽의 강대국부터 동유럽 소국까지 격차가 큰 회원국들이 잡음을 줄여가며 현안을 조율 및 합의하는 과정은 극적이다. 모든 회의문서를 23개 공식 언어로 일일이 번역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베 비센바흐 주한 EU 대리대사는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유럽의 이런 경험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눌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의 포석인 경주재무장관 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려했던 싸움의 장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자리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안도 경주회의에서 얻어낸 또 하나의 주요한 성과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서 다원주의를 구현할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다원주의의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EU는 이를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

―무역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로 규제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에 EU는 동의하는가.

“EU 내에서도 아직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G20 국가 사이에는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예외도 있다. 4%라는 숫자는 임의적이다. 모두가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숫자를 제시하기에 앞서 각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수치보다는 가이드가인을 제시하는 등의 다른 방식을 찾을 수도 있다.”

―독일 등 일부 EU 회원국은 무역수지 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U 내에서조차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듯한데….

“제시된 기준 수치에 걸리지 않는 국가는 큰 이견이 없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독일의 반응도 놀라운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 흑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불균형의 이유와 해법, 그리고 그 구조적 인프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원자재 수출국이 목표치만큼 흑자를 줄이는 것은 그 어느 국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광물이나 석유 같은 원자재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렇듯 모두가 다른 상황과 해법, 이유를 갖고 있다.”

―축적된 통합 경험을 갖고 있는 EU로서 G20은 어떻게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보는가.

“EU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일종의 ‘실험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항상 다 가질 수는 없고 때로는 희생하거나 양보해야 하는 것에 익숙하다. 상호 신뢰와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지난해 EU가 내놓은 ‘2020 기후변화 패키지’의 경우 관련 정책 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회원국도 모두 합의했다. 결국 정치적인 결단의 문제다. G20은 EU처럼 회원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의무적인 입법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또 사용하는 언어 수도 적기 때문에 합의 과정이 EU보다 훨씬 더 쉬울 수 있다. IMF가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EU FTA 이후 두 지역 간 협력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이번 FTA는 EU가 유럽 밖에서 맺은 가장 야심 찬 무역협정이다. 양측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시아 전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우베 비센바흐 주한 유럽연합(EU) 대리대사

△1964년 독일 마인츠 출생
△1991년 영국 런던정경대 석사
△1994∼2003년 EU 집행위원회, 주중국 및 몽골 EU대표부 근무
△2004∼2009년 EU 집행위 개발총국 (중국 및 아프리카 관계 담당)
△2009년 주한 EU대표부 참사
△2010년 현재 주한 EU대표부 대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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