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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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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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의 타협, 환율해결 좋은 선례”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는 15일 환율 갈등을 겪는 세계에 유로단일 통화를 도입한 유럽의 경험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를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는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는 15일 환율 갈등을 겪는 세계에 유로단일 통화를 도입한 유럽의 경험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를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는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이 인터뷰 직전 제공됐다. 끈적끈적할 정도로 농축된 이탈리아 커피였다.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독한 커피가 주는) 충격이 김치의 매운맛보다는 덜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레제리 대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을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드러냈다.

그는 우선 G7(혹은 G8)이 G20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G20은 ‘3A’로 부를 수 있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의제(Agenda) 행위자(Actor) 운영(Administration)의 세 가지 A가 바로 그것.

“G20이 어떤 의제를 어디까지 다룰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규제란 이슈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G20이 기후변화나 식량안보 같은 이슈까지 논의해야 할까. 두 번째 ‘행위자’ 과제는 G20의 20개 회원국 수 및 그 국가들의 선정이 적정했느냐는 문제다. G8은 이미 중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국가를 정기적으로 회의에 초청해 의견을 나누어왔다. 기존의 G8이 이런 확대(outreach) 전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G20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세 번째 ‘운영’ 측면에서도 G20은 G8과 다르다. G8은 사실상 영구적인 상설기구로 실체가 있는 조직 아닌가.”

―그럼 이탈리아 정부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G20 회원국에는 3가지 목표가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 금융위기 재발 방지, 개발 불균형의 시정이 이 세 가지다. 이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협력하고 중재하며, 여기서 합의된 규제들을 실천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환율 분쟁 등) 매우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의장국으로서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이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인가.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불균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특정 국가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 모두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불균형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환율이나 중국의 임금 문제가 지금 불거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곳곳에서 지역 생산기반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문제에 민감할 것 같은데….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는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에서는 유로라는 공통 화폐의 도입이 그 ‘무기’를 빼앗아가지 않았나. 유로존 국가들은 다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바탕으로 경쟁하게 됐다.”

―금융위기 당시 유로가 오히려 유럽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유로는 유럽 국가가 긴급 위기상황에 맞설 수 있는 길 또한 열어주었다. 유로는 유럽연합(EU)의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다. 전쟁을 겪은 나라들끼리 경제협력을 통해 리스본 조약 같은 정치적 통합의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한 바탕이었다.

이런 유럽의 경험은 환율문제에 직면한 세계에 좋은 교훈적 선례가 될 수 있다. 유로 도입의 핵심은 결국 그 방법과 과정에 있다. 끝없이 계속되는 협상과 연구, 상호이해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예스’라는 대답 외에 ‘노’라는 대답도 존중하고 왜 그런 대답이 나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질문이 양국 협력 방안으로 넘어가자 레제리 대사의 답변이 길고 상세해졌다.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이탈리아의 반대로 지연된 것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자유무역을 옹호해 왔지만 어느 가족에나 보호해야 할 연약한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에겐 자동차와 섬유산업이라는, 지켜야 할 아이가 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산 휴대전화나 TV 같은 제품을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며 “FTA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주한 이탈리아대사

△1950년 이탈리아 로마 출생 △1971년 로마대 정치학과 졸업 △1972년 이탈리아 외교부 근무 △1976∼1999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이탈리아 대표부, 유엔 이탈리아 대표부 등 근무 △2006년∼주한 이탈리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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