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997년 6월 16일. 타이거 우즈(미국)는 21세 6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8세였던 꼬마는 우즈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 네 살 때 집 안에서 칩샷으로 세탁기에 공을 집어넣는 놀이를 했던 이 아이의 방에는 온통 우즈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그 꼬마는 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22세 10개월에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것도 한때 경외의 대상이던 우즈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 북아일랜드의 ‘골프 신동’ 로리 매킬로이(22)다.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챔피언스코스(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은 올 시즌 신구 골프 황제의 불꽃 대결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매킬로이는 북해의 빙산처럼 냉철한 가슴으로 위기를 다스리며 1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트로피를 안은 그는 최근 40주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지켜오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986년 세계 랭킹 출범 후 16번째 챔피언이었다. 전날 매킬로이에게 9타나 뒤졌던 우즈는 이날만 신들린 듯 이글 2개와 버디 4개로 8언더파를 몰아쳐 톰 길리스(미국)와 2타 차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62타는 우즈의 4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우즈는 549야드의 18번홀(파5)에서 205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투온을 노렸다. 조금만 밀려도 물에 빠질 상황이었지만 연못과 벙커를 넘겨 핀 옆 2.4m에 붙인 뒤 이글을 낚았다. 천지를 흔들 만한 갤러리의 함성은 13번홀에서 2.7m 버디 퍼트를 앞둔 매킬로이에게도 전해졌다. 1타 차로 쫓긴 매킬로이는 버디 퍼트를 넣은 뒤 막판 5개 홀 중 3개 홀을 1퍼트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베어트랩의 15, 17번홀(이상 파3)에서 모두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파를 지킨 게 백미였다. 지난해 선두로 나섰던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80타로 무너지며 망연자실했던 풋내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두 살때 골프채를 쥐여준 아버지와 감격의 포옹을 한 매킬로이는 “꿈꾸던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우즈가 쫓아와 힘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파가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11개 대회에서 공동 11위가 가장 나쁜 성적일 만큼 매킬로이의 상승세는 매섭다. 비록 시동이 늦게 걸리긴 했어도 우즈도 강렬한 피날레로 2009년 BMW챔피언십 우승 후 2년 넘는 무관에 마침표를 찍을 날이 머잖은 듯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10야드로 1위를 차지했고 최대 고민이던 퍼트 난조에서 벗어났다. 첫날 퍼트 수가 34개까지 치솟긴 했어도 2∼4라운드의 평균 퍼트 수는 26개로 떨어뜨렸다. 우즈는 올 들어 몇 차례 우승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4라운드에서 무너졌지만 이날은 승리를 부른다는 붉은 티셔츠의 위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즈의 동반자였던 어니 엘스는 “예전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새로운 골프 황제를 꿈꾸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단독 선두에 나섰다. 매킬로이는 4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코스(파70)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1언더파 199타로 2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 매킬로이가 우승하면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에도 오른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2언더파 208타로 선두에게 9타 뒤진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이 대회에서 아들 응원에 나선 우즈의 어머니 쿨티다 씨는 2라운드 때는 우즈의 아들 찰리를 데리고 나와 주목받았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PGA투어 첫 승을 거둔 재미교포 존 허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존 허는 주니어 시절 대회 참가비와 여행경비 부담으로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성실한 태도와 노력으로 극복했다. 존 허는 혼다클래식에서 우즈의 우승 축하를 받은 뒤 “그런 얘기를 들을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존 허는 2오버파로 공동 52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4일 KT와 LG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올 시즌 최다인 1만1042명의 관중이 몰렸다. 홈팀 KT 전창진 감독은 “팬들이 많이 오시는 경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동안 보답을 잘 못했다”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KT는 모처럼 끈질긴 집중력을 보이며 LG에 73-69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부상 공백에 따른 5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난 KT는 31승 23패를 기록해 KCC와 동률을 이뤘지만 맞대결 전적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보여 3위가 됐다. 전창진 감독은 “체력과 사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여러 가지 악재가 많았는데 오늘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졌더라면 4위가 될 뻔했던 KT는 68-69로 뒤진 경기 종료 37초 전 박상오의 골밑슛에 이어 종료 13초 전 조성민이 자유투로 1점을 보태 승리를 결정지었다. 조성민과 박상오는 4쿼터에만 각각 9점과 10점을 집중시키며 팀이 올린 22점 가운데 19점을 합작했다. KT가 3위, KCC가 4위로 결정되면서 포스트시즌 대진도 확정됐다. 4위 KCC와 5위 모비스는 7일부터 전주에서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KT는 6위 전자랜드와 8일 부산에서 맞붙기 시작한다. KCC는 고양에서 오리온스를 88-82로 누르고 최근 5연승으로 정규시즌을 매듭지었다. KCC 허재 감독은 “공동 3위 아닌가(웃음). 자밀 왓킨스 교체 후 상승세를 타고 있어 플레이오프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안양에서 신인상이 유력한 인삼공사 오세근은 삼성을 맞아 27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생애 첫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다. 인삼공사는 93-77로 이겼다. 정규시즌 챔피언 동부는 원주에서 모비스에 72-78로 패했지만 역대 최저인 평균 실점 67.9점에 역대 최고 승률 0.815로 최고 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다. 60점대 실점과 8할이 넘는 승률 모두 사상 처음이다. LG 애론 헤인즈는 평균 27.56득점으로 사상 첫 2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오리온스 크리스 윌리엄스는 평균 6.02개로 외국인 선수로는 첫 어시스트 1위를 차지했는데 2위 양동근(모비스)보다 전체 개수에서 1개가 많았다. 이날 5경기에는 3만2633명이 체육관을 찾아 정규시즌 전체 관중 수는 역대 최고인 119만518명으로 마감했다. 서울 연고의 SK와 삼성은 9, 10위에 그쳤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고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용대(삼성전기)가 독일 배드민턴 그랑프리골드에서 남자 복식 결승에 올랐다. 이용대는 4일 독일 뮐하임에서 열린 남자 복식 준결승에서 어깨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재활을 마치고 코트에 복귀한 정재성과 출전해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겐이치 조(일본)를 2-0(21-12, 21-13)으로 눌렀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세계 2위 이용대-정재성 조는 세계 14위 훙웨이-선예 조(중국)와 맞붙는다. 이용대는 하정은(대교)과 손발을 맞춘 혼합 복식 결승에서는 덴마크의 토마스 레이보른-카밀라 라이터 율에 0-2(9-21, 16-21)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자 복식 정경은(인삼공사)-김하나(한국체대) 조도 결승에 합류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프로농구 동부 김주성은 2002년 프로 데뷔 후 어느덧 10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주성 역시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최근 동부가 갖가지 기록을 갈아 치우며 최강의 전력을 떨친 중심에는 김주성의 변화가 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주성이 성실한 거야 누구나 다 안다. 이젠 주위를 챙기는 리더의 역할까지 해낸다”고 칭찬했다. 김주성은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선배들이 챙겨줬듯 이젠 나도 누군가를 끌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54경기 중 1경기를 남긴 김주성은 지난 53경기를 모두 뛰었다. 전 경기 출전은 2007∼2008시즌 이후 4시즌 만이다. 당시에도 동부는 정상에 올랐다. 개근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던 훈련과 정신력의 산물이다. 김주성은 “운이 좋아 큰 부상이 없었다”면서도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아깝게 패했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우리 외곽 슈터들이 좋아져서 골밑 부담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시즌 31.2%로 리그 최하위였던 동부의 3점슛 성공률은 이번 시즌 36.5%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외곽 열세로 골밑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 속에 공격 시도가 잦았던 예전과 달리 한결 숨통이 트였다는 게 김주성의 얘기. 김주성은 이번 시즌 동부가 세운 다양한 신기록 중에 16연승 기록을 남다르게 여겼다. “16경기 동안 한 번도 안 진다는 건 대단해요. 고비가 많았는데 우린 탄탄한 수비가 기본이기 때문에 헤쳐 나갈 수 있었어요. 선수들이 서로 믿었고요.” 이번 시즌 통합 챔피언을 꿈꾸는 김주성은 10번째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동부에 정도 많이 들고 되도록 남고 싶어요. 우선 마무리부터 잘해야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군체육부대 상무 농구단 이훈재 감독(45)은 프로농구 동양에서 뛰던 1998∼1999시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이 감독이 주전 포워드로 뛰던 동양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32연패의 수모를 안았다. 그랬던 이 감독이 지도자로는 180도 달라진 상황을 맞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상무는 지난달 29일 끝난 프로농구 2군 리그에서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상무는 2군 리그, 농구대잔치, 전국체육대회 등에서 82연승을 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상무는 2009년 대전 전국체육대회 결승에서 연세대에 무너진 뒤 패배를 몰랐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내세울 만한 기록은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상무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서 주전으로 뛰던 강한 개성을 지녔으며 호흡을 맞출 만하면 제대를 하는 구조적인 핸디캡이 있기에 이 감독의 지도력은 높게 평가받는다. 양정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이 감독은 아마추어 기아에서 주로 수비 전문 식스맨 신세였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 한기범 등 화려한 스타들의 그늘에 가릴 때가 많았다. 2001년 은퇴 후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코치로 일하다 2004년 상무 감독에 부임했다. 덕장으로 유명한 이 감독은 “군인답게 희생정신을 강조한다. 프로 출신인데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모를 때가 많아 선수 눈높이에 맞춘 훈련과 작전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령탑 시절 이 감독을 코치로 데리고 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착실하고 꼼꼼하다. 농구 관련 자료를 틈나는 대로 모아두고 활용하는 공부하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상무가 성적 부진으로 정신교육 차원에서 전방부대에 입소했던 일은 이제 옛날 일이 됐다. 전성기를 맞은 상무는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3 대 1이 넘는다. 5일 상무 입대 테스트에는 동부 윤호영, 안재욱과 인삼공사 박찬희 등 24명이 나선다. 이 감독은 “지난달 제대한 함지훈, 이광재 등을 비롯해 상무 출신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 군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웃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타이거 우즈(미국·사진)는 올 시즌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맞았지만 번번이 마침표를 찍는 데 실패했다. 결정적인 고비에서 쇼트 퍼트가 홀 컵을 외면한 탓이다. 한때 승리에 쐐기를 박는 클러치 퍼트의 대가였던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2일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 앞서 1일 기자회견에 나선 우즈는 10개가 넘는 퍼트 관련 질문을 들어야 했다. 평소 퍼트보다는 롱 게임 훈련에 치중했던 그는 최근 어드레스와 정렬, 스트로크 등 퍼트의 기본을 집중 체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즈는 초심 되찾기에도 공을 들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과 오래된 기본기를 챙겨봤다. 예전 비디오테이프도 다시 봤다.”우즈는 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2009년 1.5∼3m 거리의 퍼트 성공률이 62%(9위)였으며 1.5m 미만에서는 98%(4위)로 높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같은 거리에서 42%(161위), 90%(178위)까지 나빠졌다. 퍼트 난조의 원인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우즈의 전 코치 부치 하먼은 “우즈의 백에서 나이키 퍼터를 빼고 대신 예전에 쓰던 스코티 캐머런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늘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던 아버지 얼 우즈가 2006년 타계한 뒤 정신적인 지주가 사라진 영향이라거나 퍼트 불안에 대한 강박 관념, 심지어 입스(yips·퍼트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가 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쇼트 게임 코치 고용, 심리 상담, 벨리 퍼터 사용 권유 등 우즈를 향한 조언도 줄을 잇고 있다.PGA투어에서 2년 넘도록 무관에 그치고 있는 우즈. 퍼트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우승 퍼즐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어디든 신인들은 말 못할 설움이나 진입장벽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루키는 관심이 떨어지는 오전 이른 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티오프를 배정 받아 무명선수들과 조 편성이 된다. 지난달 PGA투어 데뷔 5개 대회 만에 첫승의 기쁨을 누린 재미교포 존 허(사진)는 2일 개막하는 혼다클래식에서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의 PGA 내셔널 코스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 ‘황태자’ 어니 엘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샬 슈워츨(이상 남아공) 등 거물들과 같은 조로 묶였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바로 앞 조여서 덩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이 대회는 이들을 비롯해 20명의 역대 메이저 챔피언이 출전하는 별들의 전쟁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펼치는 세계 랭킹 1위 등극 경쟁도 뜨겁다. 2009년 이 대회에서 PGA투어 첫승을 장식했던 양용은과 배상문, 김경태, 노승열, 위창수 등 코리안 브러더스도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 데이에서 “함지훈(사진)이 돌아올 때까지 잘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이었던 함지훈이 시즌 막판 복귀하는 시점에서 중위권에 머물러 있어야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있다는 뜻이었다. 당시 유 감독은 “지훈이 오고 나서 11경기가 남는데 5할 승률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로부터 5개월 가까이 흘렀다. 결과만 놓고 말하면 함지훈은 지략이 뛰어나 ‘만수(萬手)’로 불리는 유 감독의 전망을 뛰어넘는 ‘복귀생 효과’를 일으켰다. 모비스는 지난달 초 함지훈이 돌아온 뒤 9경기에서 8승 1패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29일 현재 27승 25패를 기록해 5위로 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오면서 모비스의 강점인 득점력 분산이 가능해졌다. 골밑이 든든해져 리바운드도 강화됐다”고 흡족해 했다. 함지훈이 없을 때 모비스의 평균 득점은 75점(7위)에 실점은 76.8점(5위)이었다. 공수의 불균형이 함지훈이 뛰면서 평균 득점 78.6점(5위), 실점은 73점(2위)으로 조화를 이루게 됐다. 함지훈은 “팀워크를 잘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선후배들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군대 갔다 오면 철든다는 말이 있듯이 함지훈은 국군체육부대에서 1년 동안 분대장을 맡으며 리더십과 동료애 등을 길렀다. 유 감독은 “예전에는 몇몇 선수하고만 말을 하곤 했는데 이젠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잘 챙긴다”고 칭찬했다. 복귀 후 평균 13.2득점, 7.1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한 함지훈은 한국농구연맹이 선정한 2월의 선수에 뽑혔다. 예비역 병장이 복귀무대에서 월간 최우수선수에 뽑힌 건 이례적이다.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겠다는 함지훈. 자연스럽게 농담이 나올 만큼 코트에서도 여유가 늘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타이거 우즈(미국)는 참전 용사의 아들이다. 2006년 타계한 아버지 얼 우즈는 베트남전쟁 당시 특수부대 그린베레 장교(중령)로 참전했다. 얼 우즈는 베트남전쟁 당시 이름을 날린 전우의 별명에 따라 아들 엘드릭에게 타이거라는 미들네임을 붙였다. 우즈 역시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때 골프 클럽을 내려놓고 얼룩무늬 군복에 소총을 잡기 위해 몰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9일 공개된 우즈의 전 스윙 코치인 행크 헤이니가 쓴 ‘큰 실수(The Big Miss)’ 의 발췌본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즈는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되려고 수차례 입소 훈련을 받으며 구체적으로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2004년 4월 마스터스대회를 마친 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특수부대 양성소인 포트그래스에서 4일 동안 훈련을 받았다. 2006년 US오픈을 앞두고는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사흘 동안 낙하산을 탔다. 그는 10여 차례 해군기지를 찾아 고공낙하, 시가지 전투, 자기 방어술 등의 네이비실 지원자 훈련 과정을 이수했다. 장거리 사격과 스쿠버다이빙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즈는 네이비실의 28세 연령 제한 규정에 대해 “특별히 내게는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집 근처를 뛸 때도 전투화를 신었다는 우즈는 하루에 10번씩 낙하산을 타는 등 무리한 훈련으로 무릎을 다쳐 입대의 꿈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헤이니는 우즈가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18승)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심한 체력훈련을 하다 무릎 부상이 악화됐다고 썼다. 왼쪽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스윙을 교정했지만 훅 샷을 초래했다는 게 헤이니의 진술. 헤이니는 “우즈는 흔히 두려움이 없는 존재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드라이버 샷을 두려워했다”고 덧붙였다. 4월 마스터스를 앞두고 출간될 예정인 이 책의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우즈는 아버지 때문에 군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를 늘어놓았다”고 반박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호텔 근처에서 샌드위치, 치킨 등으로 간단히 먹고 있어요. 일찍 들어가 쉬려고요.”거나한 우승 뒤풀이를 떠올렸던 기자의 예상은 어긋났다. 하긴 안 먹어도 배부를 만했으니 메뉴가 뭐 그리 중요했으랴. 27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존 허(22)였다. 그는 멕시코에서 대회를 마친 뒤 이번 주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 주로 이동해 28일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날아온 부모님, 형과 재회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존 허의 목소리는 유난히 천진난만하게 들렸다. 데니스라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모처럼 온 가족과 저녁을 들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 얼굴을 뵙는데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오랫동안 껴안아 드렸어요. 이제 시드 걱정 안 해도 되고 정말 좋아요.”올 시즌 신인이라 출전 순번이 밀려 큰 대회에는 결원이 생겨야 겨우 뛸 수 있었던 존 허는 이번 우승으로 올해 대부분의 대회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2년 출전권도 확보했다.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의 출전 자격도 따냈다. 세계 랭킹은 지난주보다 130계단 오른 137위까지 점프했다.“아직도 내가 우승을 한 건지 실감나지 않아요. 목표를 너무 빨리 이뤄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다시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봐야죠.” 올 시즌 5개 대회 만에 우승한 데 대해 그는 “운이 많이 따랐다. 드라이버가 정확했던 덕분이다. 늘 3퍼트만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는데 퍼터도 말을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8차 연장까지 가는 격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긴장의 연속이었죠. 물도 자주 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죠. 6차 연장전에서 50cm 정도 되는 버디 퍼트를 놓쳤을 땐 창피스럽더라고요.”존 허는 “고생 끝에 낙이 왔다. 힘든 시기를 견뎌냈기에 오늘의 영광이 온 것 같다. 지하철 타고 다니며 골프연습장 다닌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투어에서 뛸 때 연습라운드 한 번 하려고 2∼3시간씩 기다리다 결국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었다. 주말골퍼 틈에 끼어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가장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집안이 어려워 순댓국만 먹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 순댓국도 먹긴 했지만 고기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 여제’ 청야니(대만)는 필드에서 당당한 걸음걸이로 유명하다. 청야니와 여러 차례 맞대결을 펼친 최나연(SK텔레콤)은 “야니가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 같다. 표정도 일부러 더 밝게 하고 웃는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공 제조업체 넥센의 신제품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개리 길크라이스트 씨(48·사진)는 청야니에 대한 비밀 한 가지를 공개했다. 길크라이스트 씨는 “챔피언이 되려면 챔피언답게 걸으라고 했다. 청야니는 조금만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었다. 미스샷이 나오더라도 당당해지고 버디를 잡으면 감정을 숨기지 말고 에너지를 발산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3년째 청야니를 지도하고 있는 길크라이스트 씨는 “청야니는 선천적으로 빠른 스윙에 체중을 공에 실어 보내는 능력을 지녔다.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그를 1인자로 만들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KCC는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정규시즌 성적은 3번 모두 3위여서 2위 이상에 주는 4강 직행 티켓은 없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뒷심을 떨쳤다. 이번 시즌에도 KCC는 남은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3위 또는 4위를 차지해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르게 됐다. 정규시즌 슬로 스타트를 하다 포스트시즌 들어서 집중력을 보이는 앞선 패턴을 이번에도 되풀이할지 흥미롭다. 특히 KCC는 올 시즌을 끝으로 주전들이 대거 빠져 전력 이탈이 불가피하다. 하승진은 7월 입대 영장을 받는다. 전태풍은 혼혈 귀화선수는 한 팀에서 3년만 뛸 수 있다는 규정에 묶여 새 둥지를 찾아 떠나야 한다. 5월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최고령 추승균(38)은 은퇴의 기로에 섰다. 당분간 고전이 예상되는 KCC는 올 시즌 유종의 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모기업의 안정적인 고용 분위기에 따라 농구단도 인위적인 선수 변동이 적은 KCC는 최근 외국인선수 드션 심스를 내보내고 센터 자밀 왓킨스를 영입했다. TG삼보(현 동부)에서 뛸 때 우승 경험이 있는 왓킨스의 가세로 KCC는 골밑의 중량감을 높였다. 왓킨스는 센터치고는 패스 능력도 뛰어나 외곽에 있는 동료들까지 살려줬다. KCC 최형길 단장은 “하승진이 한결 편해졌다. 평소 없던 어시스트까지 늘었다”고 흡족해했다. KCC는 최근 세 경기에서 평균 101점의 가공할 공격력을 과시하며 3연승을 달렸다. 이번 시즌 동부는 60점대 실점의 ‘짠물 농구’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 성사될지도 이번 포스트시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코트 중앙을 파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위치인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솟구쳐 올라 슛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공은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래도 잠시 고개를 숙였다. 머릿속에 지난 세월이 스쳐가는 듯했다. KCC 추승균(38)이 정규시즌 통산 1만 득점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추승균은 26일 SK와의 전주 홈경기에서 2쿼터 종료 2분 7초 전 이정표를 세웠다. 전날 삼성과의 방문경기에서 9990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날 전반이 끝나기 전에 남은 10점을 꼭 채웠다. 1997년 데뷔해 15시즌 736경기(평균 13.6득점) 만의 대업. 2008년 11월 19일 당시 KCC에서 뛰던 서장훈에 이어 두 번째. 서장훈은 11시즌 462경기(평균 21.6득점) 만에 달성했다.○ 땀의 결정체추승균의 별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서장훈 같은 공격 위주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의 기록이다. 특유의 성실성과 철저한 자기 관리의 산물이다. 통산 86.7%의 높은 자유투 성공률은 반복 훈련의 성과다. 추승균은 “열심히 뛰다 보니 이런 날이 왔다. 짜릿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발목을 다쳐 한 번 쉰 것을 빼고는 부상으로 빠진 적이 없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주위에 좋은 선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대 시절 그를 뽑은 신선우 전 감독은 “승균이는 윤활유 같은 존재다. 희생하고 배려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이 모든 것이 쌓여 이뤄진 산물”이라고 칭찬했다. 15년 넘게 늘 90kg 안팎의 체중을 유지한 그는 철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부상을 예방했다. 소주 8명을 마셔도 끄떡없는 주당이지만 시즌 때는 철저하게 금주를 실천했고 담배는 피운 적이 없다. 추승균의 부인 이윤정 씨(33)는 “쉬는 날에는 좀 풀어질 만도 한데 개인 훈련 한다고 혼자 체육관을 자주 찾는다. 집에선 기저귀도 갈고 설거지도 해주는 자상한 아빠”라고 자랑했다.○ 마지막 불꽃추승균은 1997∼98시즌부터 줄곧 한 팀에서만 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플레이오프(106경기)와 챔피언결정전(47경기)에 모두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5회 우승 기록도 역시 최다. 화려한 경력을 쌓기까지 가시밭길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주무시다 돌연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중학교 때 선배들의 괴롭힘과 사춘기를 겪으며 운동을 그만두려다 어머니의 설득으로 공을 다시 잡았다. 추승균은 “어려움 속에서 잘돼야 한다는 의식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추승균은 5월 KCC와 1년 계약이 끝난다. 올 시즌 목표 중 하나인 1만 득점을 이룬 만큼 이제는 6번째 우승반지를 꿈꾸고 있다. “잘 마무리해야죠. 일단 시즌에 전념한 뒤 회사와 상의해 더 뛰든 지도자로 변신하든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에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추승균이 1만 득점을 돌파한 KCC가 정규시즌 최하 4위를 확보했다. KCC는 26일 전주 홈경기에서 SK를 101-83으로 완파하고 3연승을 달리며 29승 23패를 기록했다. 추승균은 12점을 넣어 통산 1만2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추승균에게 2차례 3점슛 기회를 준 하승진은 15득점, 9리바운드에 어시스트를 7개나 했다. KCC 전태풍은 3점슛 6개를 시도해 5개를 적중시키며 17점을 터뜨렸다. KCC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 자밀 왓킨스는 23득점, 11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KCC는 왓킨스가 팀워크를 맞추기 시작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한층 강화된 전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에서 모비스는 박종천(16득점)을 비롯해 출전선수 5명이 10점 이상을 넣는 고른 득점력으로 KT를 시즌 첫 4연패에 빠뜨리며 75-59로 이겼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 1패의 눈부신 승률을 보인 모비스는 27승 25패로 5위를 굳게 지켰다. 고양에서 오리온스는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주전 대신 식스맨 위주로 선수를 기용한 정규시즌 챔피언 동부를 91-68로 크게 이기고 3연승을 달렸다. 오리온스 크리스 윌리엄스는 18득점, 11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자신의 시즌 두 번째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오리온스는 20승 32패로 LG와 공동 7위가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열 번 찍어 안 넘어갔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럼 스무 번 찍어도 꿈쩍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진이 빠져 관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날 거다. 24일 연고지 부산에서 오리온스와 맞붙은 KT 전창진 감독은 여러 차례 ‘도끼’를 집어던지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KT는 3쿼터까지 줄곧 앞서던 오리온스를 1, 2점 차 또는 동점까지 줄기차게 추격하며 압박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전세를 뒤집을 만하면 결정적인 실수가 쏟아졌다. 분위기를 되살릴 흐름이 번번이 끊기면서 전 감독은 수시로 벤치에 앉아 한숨만 토해냈다. KT의 자멸에 편승한 오리온스는 84-72로 이겨 시즌 첫 2연승이자 부산에서 4년여 만의 승리를 거뒀다. 오리온스는 KT와의 부산 방문경기에 2008년 2월 22일 이후 11연패에 빠져 있었다. 오리온스 신인 최진수는 67%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앞세워 24점을 터뜨렸다. 크리스 윌리엄스도 후반에만 23점을 집중시키며 29점을 퍼부었다. 경기 전 전 감독은 이 경기를 “결승”으로 표현했다. 이날 패하면 자신이 KT 사령탑으로 부임한 200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3연패에 빠지기 때문이었다. KT에서 전 감독의 최다연패 기록은 2경기로 12차례 있었다. 나름 의미 있는 기록으로 여겨 꼭 지키고 싶었던 전 감독의 바람도 깨졌다. 창원에서 홈팀 LG는 71-71 동점이던 종료 4초 전 마지막 공격에 들어간 뒤 애런 헤인즈가 극적인 버저비터를 성공시켜 73-71로 이겼다. 헤인즈(29득점)와 변현수는 51점을 합작했다. LG는 20승 32패로 단독 7위가 됐고 8위 오리온스(19승 32패), 9위 SK(18승 33패)가 그 뒤를 이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무게가 30kg 정도 되는 캐디백을 둘러멘 20대 초반의 청년은 넓은 세상을 자신의 앞마당 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른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거물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노승열(21)이다. 노승열은 이번 주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골프장(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 출전했다. 멕시코 방문은 처음. 노승열은 아시아, 유럽투어를 거쳐 PGA투어에 뛰어드는 동안 자신의 나이보다 더 많은 수의 국가를 방문했다. “지난주까지 헤아려 보니 23개 국가를 다녔어요. 올해는 멕시코에 이어 다음 달 초 푸에르토리코 등 서너 개 국가가 새롭게 추가될 계획이에요. 그 나라 동전이라도 좀 수집해야겠어요.” 올 시즌 초반 PGA투어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4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예선 통과했지만 톱10 없이 최고 성적은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거둔 공동 27위다. 노승열은 “퍼트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훈련하던 그의 캐디백에는 퍼터가 3개나 들어 있었다. 그중 한 개는 벨리 퍼터였는데 퍼팅 스트로크 할 때 어깨의 움직임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썼다. 노승열은 멕시코 대회에서 퍼팅 라인을 잘 본다는 새 캐디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강행군 속에 자주 코피를 흘리는 노승열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상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곳이라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모래바람과 맞서고 황량한 유럽의 해풍에 시달리면서 약관을 갓 넘긴 노승열의 마음도 단단해진 듯했다. 노승열은 24일 1라운드에서 퍼트 수를 28개로 막으며 3언더파를 쳐 강성훈 등과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쳤다. 올 시즌 PGA투어 신인 중 상금 랭킹 최고인 30위에 오른 재미교포 존 허는 4언더파로 공동 2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아디다스골프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킹 회장(53·미국)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2007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방한한 목적은 신제품 국내 출시 행사 참석이었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한 킹 회장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인 야심작은 지난해 ‘화이트 열풍’을 일으킨 R11 드라이버의 후속 모델인 R11S와 로켓볼즈(Rocketballz) 시리즈였다. 특히 로켓볼즈 페어웨이우드는 이색 마케팅 전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모델은 클럽 교체만으로 17야드의 비거리 증대 효과를 낸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파5홀에서 투 온에 목마르거나 긴 파4홀에서 레귤러 온에 애를 먹는 주말골퍼라면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3번 우드로 331야드를 날렸다. 미국에서는 한 블로거가 ‘거짓광고 아니냐. 만약 맞는다면 뒤통수에 테일러메이드 로고를 새기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테일러메이드 측에서 그를 초청해 테스트를 한 결과 37야드가 증가해 실제로 머리를 밀기까지 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골프숍에서는 이 클럽 시타 행사에서 1야드 늘 때마다 10달러씩 지급해 1인당 최대 100달러까지 총 1만 달러를 나눠주는 게릴라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 클럽은 헤드 스피드 증대를 위해 무게중심을 헤드 앞쪽 아래로 옮겼다. 또 페이스 쪽 크라운(클럽 헤드의 윗부분)에 홈을 판 스피드 포켓 디자인으로 스프링 효과를 극대화해 반발계수를 한계치인 0.83에 근접시켰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마음뿐 아니라 몸도 느슨해질 때가 됐어요.” 강동희 동부 감독은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김치찌개로 점심을 들며 오랜 연승에 따른 피로감을 드러냈다. 동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원주에서 전자랜드에 패한 뒤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패하지 않았다. 이 기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뒤 18일 KCC를 꺾고 역대 최다인 16연승과 시즌 42승(7패)을 달성했다. 신기록 달성에 무게를 두고 선수들을 이끌었던 강 감독도 서서히 고삐를 느슨하게 할 시점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주전들은 좀 쉬게 해줘야겠어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숨 고르기를 염두에 뒀던 강 감독에게 구단 프런트의 전갈이 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이날 시즌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강 감독은 당초 빼려던 황진원까지 다시 엔트리에 넣으며 총력전에 나섰지만 우려대로 동부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반면 SK는 9위라는 순위가 무색할 만큼 올 시즌 들어 최상의 경기 내용으로 동부를 91-77로 대파했다. 17연승 달성에 실패한 동부는 54일 만에 패배를 맛봤다. 강동희 감독은 “승패를 떠나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져 우리다운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경기에 앞서 늘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는 SK 문경은 감독은 이날 평소와 달리 ‘열(熱)라면’을 골랐다. SK 선수들도 최근 맞대결에서 7연패의 수모를 안긴 동부를 맞아 2쿼터 한때 25점 차까지 앞서며 설욕을 향한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SK는 18승 32패로 오리온스와 공동 8위가 됐다. SK 알렉산더 존슨은 신통치 않은 무릎에도 30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김민수도 20점을 보탰다. SK는 5시즌 연속 15만 관중을 돌파해 기쁨이 더했다. 울산에서 LG는 7연승 중이던 모비스를 83-59로 완파하고 3연패에서 벗어나며 7위로 올라섰다. 모비스는 전자랜드와 공동 5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을 취재했다. 기자가 탄 미국행 360t의 보잉 747 항공기는 태평양 상공을 지나는 동안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에 자주 요동을 쳤다. 비상구 옆자리에서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을 뒤늦게 관람하던 때였다. 최고 신궁으로 나오는 주인공 남이의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울림을 남겼다.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바람마저 돕지 않는구나”라며 비웃던 청나라 명장 쥬신타는 남이가 쏜 회심의 화살에 절명했다. 영화 속 남이와 달리 이번 골프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애를 먹었다. 순간 최고 초속 15m의 강풍에 속절없이 휘청거리는 아름드리 야자수처럼 선수들의 스코어도 널을 뛰었다. 이 정도 바람에는 골프채를 고를 때 평소보다 3클럽 이상 차이가 나고 좌우로는 50야드까지 편차를 보인다. “바람은 피부에 닿거나 귀로 지나가는 느낌을 통해 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나무와 깃발을 통해 보인다.” 득도한 듯 대비책을 내놓았던 최경주마저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옥외 경기장에서 하는 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양궁과 골프는 풍향과 풍속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닮았다. 바람이 불면 오조준을 해야 하는 것도 똑같다. 그린이 과녁이라면 홀컵은 엑스텐(10점 만점 중에서도 지름 6.1cm가 정중앙)이라는 말도 있다. 원리가 비슷해서인지 유명 양궁인 중에는 유난히 골프 고수가 많다. ‘골프 지존’인 신지애는 초등학교 시절 양궁선수 경험이 골프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국 양궁이 수십 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게 지키는 데는 올림픽, 아시아경기 등 주요 대회에 앞서 철저하게 바람에 대비한 효과도 컸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당시 양궁대표팀은 대전체육 고교 훈련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황량하고 변화무쌍한 돌풍이 자주 부는 환경이 베이징 경기장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를 갔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일이다. 8월의 그리스에는 에게 해에서 멜테미라는 바람이 부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거셌다. 게다가 양궁장은 1896년 제1회 올림픽이 열렸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말굽 모양으로 생겨 돌개바람이 심했다. 표적지가 아니라 허공을 겨냥하는 일도 나왔다. 올림픽에 앞서 바람으로 유명한 유럽 지역과 제주에서 훈련했던 양궁대표팀은 아테네에서 한국선수단이 딴 금메달 9개 중 3개를 휩쓸었다. 특히 여자 양궁 2관왕에 오른 박성현은 남자선수들이 쓰는 44파운드의 인장강도를 지닌 활로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심술을 제압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경욱은 화살이 과녁 정중앙 초소형 카메라를 맞힌 ‘퍼펙트 골드’로 화제를 뿌렸다.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른 신궁은 마음으로 활을 쏴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과녁을 꿰뚫는다고 한다. 어찌 활뿐이랴. 세상 살다 보면 이런저런 바람을 맞는다. 올해 같은 선거철에는 특히 심해진다. ‘뭔 풍(風)’으로 끝나는 신조어가 쏟아진다. 스포츠나 정치나 바람을 잘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바람둥이로 전락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한때 참선에 매달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다. 모든 건 올곧은 마음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로스앤젤레스에서김종석 스포츠레저부 차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