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PGA 혼다클래식 우승… 세계 랭킹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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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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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만 바라보던 풋내기 그 소년 우즈가 바라보다

1997년 6월 16일. 타이거 우즈(미국)는 21세 6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8세였던 꼬마는 우즈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 네 살 때 집 안에서 칩샷으로 세탁기에 공을 집어넣는 놀이를 했던 이 아이의 방에는 온통 우즈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그 꼬마는 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22세 10개월에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그것도 한때 경외의 대상이던 우즈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 북아일랜드의 ‘골프 신동’ 로리 매킬로이(22)다.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챔피언스코스(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은 올 시즌 신구 골프 황제의 불꽃 대결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매킬로이는 북해의 빙산처럼 냉철한 가슴으로 위기를 다스리며 1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트로피를 안은 그는 최근 40주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지켜오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986년 세계 랭킹 출범 후 16번째 챔피언이었다. 전날 매킬로이에게 9타나 뒤졌던 우즈는 이날만 신들린 듯 이글 2개와 버디 4개로 8언더파를 몰아쳐 톰 길리스(미국)와 2타 차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62타는 우즈의 4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우즈는 549야드의 18번홀(파5)에서 205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투온을 노렸다. 조금만 밀려도 물에 빠질 상황이었지만 연못과 벙커를 넘겨 핀 옆 2.4m에 붙인 뒤 이글을 낚았다. 천지를 흔들 만한 갤러리의 함성은 13번홀에서 2.7m 버디 퍼트를 앞둔 매킬로이에게도 전해졌다. 1타 차로 쫓긴 매킬로이는 버디 퍼트를 넣은 뒤 막판 5개 홀 중 3개 홀을 1퍼트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베어트랩의 15, 17번홀(이상 파3)에서 모두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파를 지킨 게 백미였다. 지난해 선두로 나섰던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80타로 무너지며 망연자실했던 풋내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두 살때 골프채를 쥐여준 아버지와 감격의 포옹을 한 매킬로이는 “꿈꾸던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우즈가 쫓아와 힘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파가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11개 대회에서 공동 11위가 가장 나쁜 성적일 만큼 매킬로이의 상승세는 매섭다.

비록 시동이 늦게 걸리긴 했어도 우즈도 강렬한 피날레로 2009년 BMW챔피언십 우승 후 2년 넘는 무관에 마침표를 찍을 날이 머잖은 듯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310야드로 1위를 차지했고 최대 고민이던 퍼트 난조에서 벗어났다. 첫날 퍼트 수가 34개까지 치솟긴 했어도 2∼4라운드의 평균 퍼트 수는 26개로 떨어뜨렸다. 우즈는 올 들어 몇 차례 우승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4라운드에서 무너졌지만 이날은 승리를 부른다는 붉은 티셔츠의 위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즈의 동반자였던 어니 엘스는 “예전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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