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강한 사나이’ 추승균 10000 득점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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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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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이어 역대 두번째 달성

10000점의 행복? 추승균(KCC)이 26일 SK와의 전주 안방경기에서 정규시즌 통산 1만 점을 채웠다. 전날 삼성과의 잠실 방문경기에서 9990점을 기록했던 추승균이 1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1만 점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0000점의 행복? 추승균(KCC)이 26일 SK와의 전주 안방경기에서 정규시즌 통산 1만 점을 채웠다. 전날 삼성과의 잠실 방문경기에서 9990점을 기록했던 추승균이 1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1만 점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코트 중앙을 파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위치인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솟구쳐 올라 슛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린 공은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래도 잠시 고개를 숙였다. 머릿속에 지난 세월이 스쳐가는 듯했다. KCC 추승균(38)이 정규시즌 통산 1만 득점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추승균은 26일 SK와의 전주 홈경기에서 2쿼터 종료 2분 7초 전 이정표를 세웠다. 전날 삼성과의 방문경기에서 9990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날 전반이 끝나기 전에 남은 10점을 꼭 채웠다. 1997년 데뷔해 15시즌 736경기(평균 13.6득점) 만의 대업. 2008년 11월 19일 당시 KCC에서 뛰던 서장훈에 이어 두 번째. 서장훈은 11시즌 462경기(평균 21.6득점) 만에 달성했다.

○ 땀의 결정체

추승균의 별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서장훈 같은 공격 위주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의 기록이다. 특유의 성실성과 철저한 자기 관리의 산물이다. 통산 86.7%의 높은 자유투 성공률은 반복 훈련의 성과다. 추승균은 “열심히 뛰다 보니 이런 날이 왔다. 짜릿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발목을 다쳐 한 번 쉰 것을 빼고는 부상으로 빠진 적이 없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주위에 좋은 선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대 시절 그를 뽑은 신선우 전 감독은 “승균이는 윤활유 같은 존재다. 희생하고 배려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이 모든 것이 쌓여 이뤄진 산물”이라고 칭찬했다. 15년 넘게 늘 90kg 안팎의 체중을 유지한 그는 철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부상을 예방했다. 소주 8명을 마셔도 끄떡없는 주당이지만 시즌 때는 철저하게 금주를 실천했고 담배는 피운 적이 없다. 추승균의 부인 이윤정 씨(33)는 “쉬는 날에는 좀 풀어질 만도 한데 개인 훈련 한다고 혼자 체육관을 자주 찾는다. 집에선 기저귀도 갈고 설거지도 해주는 자상한 아빠”라고 자랑했다.

○ 마지막 불꽃

추승균은 1997∼98시즌부터 줄곧 한 팀에서만 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플레이오프(106경기)와 챔피언결정전(47경기)에 모두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5회 우승 기록도 역시 최다. 화려한 경력을 쌓기까지 가시밭길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주무시다 돌연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중학교 때 선배들의 괴롭힘과 사춘기를 겪으며 운동을 그만두려다 어머니의 설득으로 공을 다시 잡았다.

추승균은 “어려움 속에서 잘돼야 한다는 의식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추승균은 5월 KCC와 1년 계약이 끝난다. 올 시즌 목표 중 하나인 1만 득점을 이룬 만큼 이제는 6번째 우승반지를 꿈꾸고 있다. “잘 마무리해야죠. 일단 시즌에 전념한 뒤 회사와 상의해 더 뛰든 지도자로 변신하든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에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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