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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저의 소망은 모두 한국이 민주적으로 통일을 이뤄 평화의 땅이 되는 것입니다.” 한 미국인 판사가 한국의 교육과 선교에 평생을 바친 할아버지와 한국의 평화를 지키다 전사한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미국 오하이오 주 법원의 스티븐 쇼 부장판사(63). 그는 방문 기간 부인 버지니아 쇼 등과 함께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친이 묻힌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을 참배한 뒤 아버지의 동상과 전사기념비가 있는 은평구 평화공원, 자신이 다녔던 서울 외국인학교, 아버지가 해군 민관인 교관으로 활동했던 진해 해군사관학교 등을 둘러봤다. 마지막 일정은 3일 6·25전쟁 때 전사한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세운 ‘해밀턴기념예배당’(현재의 목원대학교회)이 있는 대전의 목원대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이 교회에서 기념 예배를 드린 뒤 목원대가 아버지를 기려 세운 ‘해밀턴 쇼 대위 전사기념비’를 둘러봤다. 할머니와 어머니 등이 설립해 운영하던 전쟁미망인 자립 터전인 ‘성화원’(현재의 중촌교회 자리)도 방문했다. 쇼 일가의 3대에 걸친 한국과의 인연은 할아버지인 윌리엄 얼 쇼가 평양의 광성보통학교 교사로 한국에 온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 교육과 함께 선교활동을 펼치던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주한미군에 자원입대했다. 한국군에서 그는 군목제도를 처음 도입했으며 1954년 목원대 전신인 ‘감리교 대전신학원’을 설립할 때 창립 이사로 참여하고 신학 교수도 지냈다. 윌리엄 얼 쇼의 외아들인 해밀턴 쇼는 한국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1922년 6월 평양에서 태어나 1944년 미국 해군 장교로 입대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1948년부터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민간인 교관으로 함정 운용술을 가르쳤다. 하지만 이후 미국 하버드대 철학박사 과정을 밟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상태였지만 “태어나 자란 나라의 고난을 외면할 수 없다”며 해군에 자원입대해 참전했다. 당시 그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정보 장교로 활동하며 맥아더 장군을 도와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으나 서울 탈환작전 때 녹번리 전투에서 28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1956년 정부는 그에게 금성을지무공훈장을, 미국 정부는 은성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쇼 판사는 1956년 선교와 교육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어머니를 따라 들어와 서울외국인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판사가 됐다. 목원대 김원배 총장은 교회를 방문한 쇼 부장판사 부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쇼 일가가 한국과 목원대에 보여준 숭고한 희생과 위대한 사랑을 영원히 잊지 말자”고 말했다. 쇼 판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같은 분들이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기대한다”며 “통일이 되면 한국의 젊은이들과 같이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인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원장 조연환·전 산림청장)이 예술과 인문학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음악공연과 시낭송회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는 물론이고 소규모 특강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수목원은 7, 8일 ‘우리, 가슴에 자연을 품다’는 주제로 2012 자연사랑문학제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시인 김후란 문효치 유안진 성춘복, 소설가 김지연 노순자 백시종 유만상 등 문인단체인 ‘문학의 집 서울’ 소속의 유명 문인 80여 명이 참석한다. 8일 오전 11시부터는 수목원 숲속에 위치한 소사나무집과 해송집 등에서 세 그룹으로 나뉘어 일반 관람객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한다. 수목원은 지난달 19일에는 신달자 회장과 한국시인협회 200여 명이 참여한 ‘봄 문학기행’ 행사를 가졌다. 같은 날 안면도문화학교와 공동으로 ‘가수 이두헌과 함께하는 숲속의 작은 음악회’도 열었다. 4월 21일에는 광화문을 지키는 시인 100여 명이 참석한 ‘시낭송회’를 개최했다. 조 원장은 “앞으로도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난 분재 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수목원이 관람객과 주민에게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문화 예술도 제공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출신으로 귀화해 2002년 작고한 민병갈 박사가 언젠가는 식물자원의 보유량이 국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1962년 사재를 털어 세웠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별장처럼 사용해 왔던 충남 아산의 건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223호)을 국가가 매입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아산시가 냈다. 아산시는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외암리 민속마을 건재고택의 체계적 관리와 보존을 위해 국가가 사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의서를 문화재청에 냈다고 31일 밝혔다. 건재고택은 사유재산이어서 문화재 관리 및 보존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문간채와 사랑채, 안채가 주축을 이루고 있고 사랑채 앞 넓은 마당에 정원이 배치된 건재고택은 건물의 배치와 규모, 기법 등이 조선 후기 사대부가(家)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연못과 정자, 소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꾸며진 정원은 국내 우수 정원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답다. 문화재청은 3월 건재고택을 세계유산 등록을 위한 잠정목록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하지만 2009년 후손이 미래저축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사업에 실패하면서 소유권이 넘어가 경매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김 회장이 주말에 이곳에 머물며 술판을 벌여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아산시에 앞서 외암민속마을보존회도 최근 건재고택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해 줄 것을 촉구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거스 히딩크 감독(66·러시아 안지·사진)이 31일 대전을 방문한다. 배재대는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10주년인 31일 대전을 방문해 이날 배재대에서 열리는 ‘히딩크 드림필드 9호’ 개장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배재대 풋살구장에 준공된 히딩크 드림필드 9호는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이다. 배재대가 용지와 외곽시설을 제공하고 히딩크재단이 1억여 원을 들여 인조잔디가 깔린 풋살경기장(1260m²) 으로 조성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뜨거운 축구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200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히딩크재단을 설립한 뒤 장애아동과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복지사업의 하나로 2007년부터 시각장애인 축구장인 히딩크 드림필드를 꾸준히 건립해 오고 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과 공주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의 유물은 그것이 설령 제기(祭器)가 아니더라도 자연과 운명 앞에 나약한 인간들의 소망과 염원을 담고 있다. 부여박물관은 25일 시작한 ‘신과의 만남, 백제의 제사’ 특별전을 8월 19일까지 연다. 백제의 제사는 기록의 미비로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곳곳에서 발굴된 유적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제사는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의 하나였다. 백제인의 기원 내용을 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 ‘나라의 운을 빌다’ 코너에서는 한성백제 시기 풍납토성 유적과 웅진백제 시기의 공주 정지산 유적, 사비백제 시기의 부여 관북리 유적을 통해 수도(首都)의 제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무덤과 노천에 남겨진 제사의 흔적’ 코너에서는 무령왕릉 출토 제기와 은어뼈,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청동거울과 수정 등을 소개한다. 제3부 ‘풍요와 삶, 바다’ 코너에서는 바다제사의 대표적인 유적인 부안 죽막동 유적 출토품, 제4부 ‘풍요를 기원하다’ 코너에서는 부여 논치 제사유적이 선보인다. 공주박물관은 24일부터 8월 26일까지 ‘타임캡슐을 열다-색다른 고대 탐험’전을 열어 백제에서 신라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혼란스러웠던 신라 말기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우물과 쇠솥에 담아두었던 1200년 전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신라 우물에 담긴 죽음’ 코너에서는 국립경주박물관 용지 내에서 확인된 2개의 우물 속에서 발견된 어린아이 뼈(7∼10세 추정)와 30여 종, 2300여 점의 동물뼈, 530여 점의 토기와 금속제품, 목제품 등이 전시된다. 과연 우물에 빠진 아이의 죽음이 사고였는지, 제사의 희생물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코너다. 절터로 추정되는 창녕 말흘리 유적에서 발굴된 작은 쇠솥 이야기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은 쇠솥에 풍탁(법당 처마에 매단 종), 향로, 부처님이 새겨진 화려한 금동장식판을 넣어둔 까닭을 살펴본다. 500여 점의 불교 관련 금동제품을 쇠솥에 넣어둔 것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성경 학예사는 “보물을 감추고 떠날 수밖에 없는 어떤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 추론해보면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 차관의 수혜를 본 포스코가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100억 원의 사회공헌금을 내놓기로 결정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일본 차관 수혜 기업이 일제의 강제 동원 책임을 이유로 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 이외의 수혜 기업들도 공헌금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조사지원위원회는 포스코가 3월 16일 이사회에서 사회공헌금 명목으로 100억 원을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는 회신 공문을 보내왔다고 25일 밝혔다. 위원회가 정부 지원금 175억 원과 공공기관 출연금 125억 원 등 300억 원의 출연금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포스코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코레일 KT 외환은행 KT&G 수자원공사 등 10여 개 일본 차관 수혜 기업에 출연 요청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도로공사도 ‘재단 출연에 긍정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공문을 위원회에 보낸 뒤 출연금 액수를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한전은 출연금 출연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도의원의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을 둘러싼 충남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충남도의 추가경정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충남도는 ‘민생을 외면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반발했고 도의회는 ‘방만한 예산을 삭감했다’고 맞섰다.○ 도의회 추경 예산의 20% 대폭 삭감 도의회는 23일 추경예산 계수 조정위원회를 열어 도가 편성한 3000여억 원의 20%가량인 600억여 원(306건)을 삭감했다. 농수산경제위원회와 교육위원회는 각각 160억8000만 원, 30억7000만 원, 행정자치위원회도 237억 원을 깎았다. 건설소방위원회는 자유선진당과 민주통합당 의원들 간의 예산 삭감에 대한 이견으로 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206억 원을 삭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추경의 전체 삭감액이 20억∼30억 원에 불과했던 예년과 비교해 이번 예산 삭감액은 사상 최대 규모”라며 “장애인과 노인, 도청이전 사업 등 소외계층의 복지와 현안 예산이 줄줄이 깎여 각종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삭감된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은 국비 매칭 사업 예산이어서 국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병기 충남도의회 의장은 “예산안 심사 등을 통해 도의원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다.○ 소규모 숙원사업비 둘러싼 갈등이 원인 대규모 예산 삭감은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을 둘러싼 충남도와 도의회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충남도가 당초 예산에 5억 원을 반영한 이 예산의 추가분 2억 원을 추경 예산에 편성하지 않자 도의회가 발끈 하고 나선 것. 소규모 숙원사업비는 도의원이 시장군수와 절반씩 부담해 마을의 용수로 및 배수로 개선, 마을 경로당 경비 지원, 소하천 정비, 문화재 정비, 도시계획도로 건설 등에 쓰는 예산을 말한다. 이 예산은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도의원이 도나 시군의 예산에 정식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사업을 해결하는 데 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도의원들이 주민들과 사전에 약속한 사안에 집행하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이라고 지적한다. 엄밀한 예산 심사보다는 1인당 일정액(올해의 경우 추경에 반영됐으면 1인당 7억 원)을 일률 배분하는 측면이 강해 ‘재량사업비’라는 부정적인 별칭도 붙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소규모 숙원사업비 편성의 문제점을 적발한 뒤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 지역 주민을 위한 선심성 사업으로 편성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권고한 것은 이 예산의 선심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런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추경에 편성하지 않았더니 예산 삭감으로 보복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계절 꽃축제인 태안꽃축제를 만든 태안의 화훼농가들이 축제 수익금 일부를 소아암 환자 성금으로 냈다. 태안꽃축제추진위(위원장 한상률)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렸던 태안튤립꽃축제 수익금 가운데 500만 원을 태안군에 기탁했다고 22일 밝혔다. 한 위원장은 “태안기름유출사고 때 태안을 찾아준 많은 이들에게 보답코자 꽃축제 기획단계부터 입장권 수익 중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었다”며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축제장을 찾아주어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약속한 대로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유료입장객 1인당 120원(태안의 기름유출 자원봉사자 120만 명 상징)을 떼어 지역발전기금과 소아암 환자 성금으로 내기로 축제 전에 약속했었다. 이번에 모아진 1400여만 원 가운데 성금 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여름축제 이후 지역발전기금으로 내기로 했다. 태안꽃축제는 6월 20일부터 7월 1일까지 백합꽃축제(여름),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달리아꽃축제(가을), 12월 20일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빛과 노을 꽃축제(겨울) 등 연중 열린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금산군 군북면 서대산 자락의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학교’로 소문이 나면서 도시 학생이 전학을 오는 학교가 됐다. 2009년 15명까지 규모가 줄었다가 지금은 32명으로 늘었다. 교실 한쪽 벽을 황토로 바르고 교실 안 화분에 벤자민과 폴리시아스 등 아토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식물 40여 종을 심는 ‘교실 공원화 사업’ 덕분이었다. 금산군은 이 학교를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지정한 뒤 충남도교육청과 협조해 학교 용지나 주변에 전학생 학부모를 위한 ‘아토피 빌리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남도교육청은 2016년 이 학교를 군북초등학교에 통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체 학생수가 통폐합 대상인 60명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의회 박찬중 의원(금산)은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학교로 알려져 농어촌학교 살리기의 모범 사례인데 통폐합 대상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충남도의회는 도교육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의회는 “충남도교육청이 도내 759개 학교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학생수 60명 이하 초중학교 184개교를 통폐합하기로 한 정책은 농어촌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도교육청은 “주민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획일적 적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 도의회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폐합 실적 우수 시도교육청에 대한 행정 재정적 지원 등을 약속하자 충남도교육청이 학교 통폐합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학교 통폐합 전담부서를 설치하면 4급 직원 정원과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교과부 제안을 받아들여 부서 설치 희망신청서를 냈다. 앞서 지난달 24일 일선 시군교육청에 구체적인 통폐합 대상을 보고하도록 했다. 도의회 임춘근 의원은 “충남도교육청이 2004년 이후 유지해온 ‘1면 1교’ 통폐합 정책을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통폐합은 통학버스와 예산 지원, 공모 및 전문직 교장 집중 배치, 소규모 학교 교직원 인센티브 부여 등 특단의 대책을 실행해 본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대전 KAIST 학생들이 중간고사 시작일인 21일 오전 10시 본관 앞과 내부 복도에 책상과 의자 100여 세트를 가져다 놓았다. 얼핏 야외수업 준비로도 보였던 이날 퍼포먼스는 국내 첫 ‘공부 시위’였다. 학생 120여 명(주최 측 주장)이 서남표 총장 퇴진 구호를 외친 뒤 시험공부를 시작했고 구호를 외치고 나서 공부를 마치는 식이다. 시위를 주도한 ‘KAIST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임’ 측은 “서 총장이 한때 ‘대학 개혁의 전도사’였지만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갈등과 문제를 양산해 퇴진해야 한다”며 “시험기간이라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학교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험공부가 급하다”며 시위는 이날 하루로 끝냈다. 학교 측은 “20여 명으로 급조된 단체의 행동이 다수의 의사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학부 총학생회는 이와는 별도로 21, 22일 총장 거취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김도한 학생회장은 “총장은 우리가 말하는 ‘소통’이 어려운 분”이라며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교수협의회도 감정적일 뿐 아니라 학생을 걱정하지 않아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네팔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대전 충남고 OB산악회 대원이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실종됐다. 충남고 동창회는 졸업생들로 이뤄진 OB산악회의 에베레스트 원정대(대장 박계훈) 대원 10명 가운데 송원빈 씨(44·24회·사진)가 19일 오전 7시경(현지 시간) 정상(해발 8850m)에 올랐다가 내려오던 중 실종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동창생 김영일 씨와 정상을 밟았던 송 씨는 19일 밤에서 20일 새벽 사이 정상에서 서남벽 쪽으로 250m가량 내려온 지점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는 지난해 일본 중부의 험준한 산악인 ‘북알프스’에 오를 정도로 등반을 즐겼지만 본업은 자영업으로 프로 산악인은 아니었다. 김 씨는 에베레스트(2006년)와 K2(2010년) 등 세계적인 고봉을 4곳이나 등정한 전문 산악인이다. 최태수 대원(17회)은 “하산 당시 바람이 극심하게 부는 가운데 김 씨가 앞서 내려와 보니 송 씨가 보이지 않아 산소통을 들고 다시 올라갔지만 발견할 수 없는 데다 날이 저물어 내려왔다”고 동창회 측에 전해왔다. 원정대는 송 씨가 해발 8600m 부근에서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어 티베트 쪽 절벽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는 19일 원정대들이 한꺼번에 몰려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원정대 이주찬 추진단장은 “에베레스트 등정 적기인 5월 초순 산악의 토네이도라는 ‘Z기류’가 기승을 부려 전 세계의 원정대들이 베이스캠프만 지키고 있다가 이날 날씨가 좋아지자 일제히 등정에 나섰다”며 “이로 인해 오르내리는 길이 정체돼 산소통의 산소가 떨어지면서 송 씨를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말했다. 충남고 OB산악회는 3월 9일 모교에서 에베레스트 등정 발대식을 연 뒤 지난달 14일 에베레스트 해발 54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며 등반을 준비해왔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씨(사진) 등 세계적인 기업인과 경제 석학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가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시는 22∼24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제9회 세계과학도시연합(WTA) 대전 하이테크 페어’와 ‘제8차 중소기업국제네트워크(INSME) 연차 총회’,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 2012’를 동시에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첨단기술 교류 촉진 및 혁신을 통한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모색하는 이 행사들에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인, 국제기구 전문가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산·학·연·관 네크워크 결성 및 주요 혁신사례를 발표한다. 또 신기술의 세계적인 혁신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INSME는 2004년 세계 중소기업 간 국제협력과 공공 및 민간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 32개국에서 가입했다. 이노비즈는 중소기업청 산하 사단법인으로 5월 현재 회원사 9213곳이 가입해 있다. 개막일인 23일엔 애플의 공동설립자인 워즈니악 씨가 60분 동안 ‘기술환경에서 창조력과 혁신조성 방안’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할 예정이다. WTA 대전 하이테크 페어에선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BT) 등 첨단 분야의 중소기업 부스 129개가 설치돼 제품 전시와 기술설명회, 비즈니스 상담 등이 열린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로 충남도와 자매도시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의 30년 우정이 위기에 처했다. 구마모토 현이 관내 일부 현립 중학교들이 채택한 독도영유권 왜곡 교과서 부교재를 사용하지 않게 해달라는 충남도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구마모토 현지사가 “일본에서는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교육위원회가 (교과서 채택을) 결정하게 돼 있어 현지사가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회신을 최근 보내왔다고 17일 밝혔다. 충남도는 지난달 19일 남궁영 충남도경제통상실장을 특사로 구마모토 현에 보내 “역사 왜곡 교과서 부교재가 채택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채택된 교과서가 사용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항의 겸 당부 서한을 전달했다. 교육위원회가 독립돼 있어도 현지사가 실제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당부를 했지만 현지사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힌 것. 구마모토 현립 중학교 3곳은 올해 독도(獨島)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고 ‘시마네(島根) 현에 위치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영토’라는 왜곡된 주장을 담은 이쿠호샤(育鵬社)판 공민교과서 부교재를 채택했다. 하지만 본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아직 없다. 충남도는 일본 측이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장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30일 도청 소회의실서 도의회, 교육청, 시민단체, 학계, 전문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일본 구마모토 현 역사 왜곡 교과서 부교재 채택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올해 구마모토 현과 예정된 한일 청소년 환경캠프 등 민간 차원의 교류사업을 잠정 보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980년대 초 서산AB지구방조제 건설 이후 자취를 감춘 천수만 새꼬막 되살리기 사업이 시작됐다. 충남도 수산관리소 태안지소는 천수만 새꼬막자원 회복을 위한 양식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새꼬막은 서해와 남해 갯벌 조간대에서부터 수심 10m 전후의 조하대까지 분포하며, 길이 5cm 전후로 성장한다. 현재는 전남 고흥에서 가장 많이 자라고 있다. 천수만 일대에서는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새꼬막이 다량 서식해 어업 소득에 큰 도움이 됐지만 AB지구방조제 건설 등으로 바다 환경이 바뀌면서 점차 사라졌다. 수산관리소는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 상펄어장을 시험양식장으로 선정해 최근 새꼬막 종패 800kg을 살포했다. 신동용 지원계장은 “천수만이 방조제 건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생태 환경이 많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새꼬막이 다시 서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종패가 성패로 자라는 과정을 살피면서 최적의 대량 양식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이 ‘내 고장 학교 다니기’에 동참해 줄 것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문할 때 주로 애향심에 호소한다. 아니면 장학금으로 우수 학생들을 붙잡는다. 충남 아산시가 지역 고교 졸업생을 고교 또는 대학 졸업 후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는 ‘하이 스쿨(Hi-School)’ 제도를 자체 시책으로 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하이 스쿨 제도는 단순한 취업 지원뿐 아니라 아산시의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인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인 만큼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최근 시민과 기업체에 보냈다. 이를 위해 아산시는 순천향대와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센터와 협약을 맺어 지역 고교 출신을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로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1차로 25명을 모집해 내달부터 10월까지 총 360시간의 직무교육과 현장실습을 하기로 했다. 순천향대 임한열 취업지원팀장은 “맞춤형 교육인 만큼 교육 과정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꿔 아예 기업체에서 교육 내용을 제시하고 대학은 교육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업체의 하이 스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기업-대학 포럼 및 협의체 구성에는 선문대와 호서대, 한국폴리텍Ⅳ대학도 참여한다. 아산시는 지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의 기업에 취업을 알선하기로 했다. 지역 고교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낮아 하이 스쿨 제도가 정착되면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디스플레이기업체협의회 박창현 회장은 “아산에는 40여 개의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업체가 있어 지원자는 많지만 적합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며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요건을 갖춘 인재가 있다면 적극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문의 041-540-2048(아산시 경제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아산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충남 천안시 분식회계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는 감사원에서 분식회계 지적을 받은 성무용 천안시장을 비롯한 예산 관련 전현직 공무원 10명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에 의해 2006년부터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자행되어온 위법한 예산 편성 및 분식결산 등으로 지방의회의 정당한 예산 심의 및 결산심사권이 방해받았으며 그 결과 천안시에 막대한 재정 적자를 발생시켜 시민에게 재산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장의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분식결산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행정 최고 책임자인 천안시장의 지시나 승인 없이 실무자 선의 단독 결정으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성 시장의 관련 여부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천안시가 2006∼2010년 5년간 발생한 1073억 원의 순세계잉여금(세입예산에서 세출예산을 뺀 나머지) 결손을 감추기 위해 매년 가공의 이월금을 계상하는 등 분식결산으로 5년간 마치 총 14억 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처럼 결산서를 작성해 시의회에 제출한 사실을 올 1월 적발해 시정을 요구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작은 픽셀 이미지를 세포처럼 구성해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픽셀 모자이크 회화’ 기법으로 유명한 목원대 김동유 교수(48·서양화가·사진)가 아시아 작가로는 유일하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전에 초청 받았다. 목원대는 김 교수가 1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국립초상진열관에서 막을 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년 기념 및 런던 올림픽 개최 기념전에서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치안 프로이트, 길버트 앤드 조지 등 세계적인 대가들과 나란히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전시할 김 교수의 작품은 유명을 달리한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1106개 작은 얼굴 이미지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큰 얼굴 이미지를 나타낸 작품이다. 가까이서 보면 많은 다이애나 빈이 나타나지만 작품에서 멀리 떨어지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미지만 보인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 천하장사 씨름선수인 이준희 씨(55)가 포함된 건강식품 사기단 7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전국의 농촌 노인 5000여 명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팔아 19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14일 사기단의 총책인 이모 씨(55)와 1980년대 천하장사로 씨름판을 주름잡던 이준희 씨 등 8명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6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충남 금산군 등지에 건강기능식품 판매점을 차린 뒤 노인들에게 이들 식품을 10배 가까이 비싸게 판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19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재건축 등으로 빈 사무실을 싸게 임대해 ‘떴다방’처럼 활용한 뒤 도주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인들에게 시·군청이나 사회복지시설, 택시조합 등이라며 속여 전화를 걸어 노인들을 모은 뒤 관광버스로 축제장 등을 돌며 식사를 제공해준 다음 건강기능식품 판매장으로 데려가 효능을 과장해 제품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죽으면 돈을 싸가지고 갈 것이냐”는 등의 말까지 하며 노인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기도 했다. 한때 좋은 경기매너로 ‘모래판의 신사’로 통하던 이준희 씨는 사기 조직의 ‘바지사장’으로 활동하며 시연 강사로 나서 식품의 효능을 과장 선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이 대부분 정이 그리워 작은 호의에도 현혹될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해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범죄”라며 “이런 사기 판매가 과도한 비용청구 등으로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사와 홍보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명창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판소리 5바탕의 완창 가도를 달리고 있는 고향임 명창(55·사진)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12일 장장 4시간여짜리 사은(師恩)의 춘향가 발표회를 열었다. 2009년 8시간 30분짜리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한 그가 스승인 오정숙 명창의 5주기를 기려 춘향가 발표를 연 것. 올해 말 심청가 완창을 앞두고 이번에는 4시간 40분만 불렀다. 발표회가 열린 이날 오후 2시 대전 중구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소극장. 20대부터 80대까지 관객 15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고 명창은 사철가로 목을 푼 뒤 춘향가를 시작했다. 시종일관 추임새로 같이 호흡한 관객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더하는 목소리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수를 교체하고 무대복을 갈아입기 위한 10분이 휴식의 전부였다. 소리를 끝내고 앙코르 요청을 받자 곧바로 어사또(이몽룡)와 춘향의 재상봉을 월매가 기뻐하는 대목을 불러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부분은 스승 오 명창이 가장 잘 불렀다는 대목이다. 판소리 전문가인 목원대 최혜진 교수(국문학 박사)는 “고 명창을 곁에서 지켜 봐 오고 있지만 오늘 소리는 최고의 소리였다. 2009년 완창 발표 때보다 더욱 성숙하고 성량과 기량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고 명창은 “스승이 불렀던 대목들을 재현하면서 마음이 찡했다”며 “판소리 5바탕 가운데 남은 심청가와 적벽가를 연말과 내년에 연이어 완창해 스승과 판소리 마니아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스승의 날’이 처음 시작된 충남 논산에서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충남도는 11일 논산시건강관리센터에서 ‘선생님과 만남의 광장’ 행사를 연다. 스승과 제자, 학부모 등 800여 명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스승의 날 기념식과 사은의 편지 낭송,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논산시 연무읍 구자곡초등학교 재학시절 은사인 고정희 선생님(76·여)이 참석한다. 12일 오후 스승의 날 발원지인 강경여중고 스승의 날 기념탑 광장에서는 전국 초중고교생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회 전국 청소년적십자(RCY) 백일장’이 열린다. 충남도는 다음 달 15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스승 존경과 제자사랑 글 및 편지’를 공모한다. 스승의 날은 1958년 당시 강경여고(현 강경고) RCY 단원들이 병환 중인 선생님을 위문하고 퇴직한 은사들을 찾아 인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해마다 이런 행사를 이어오다 1963년 초 ‘은사의 날’ 제정을 결의했고, 그해 5월 26일 첫 행사를 가졌다. 1964년 은사의 날이 스승의 날로 바뀌고 날짜도 5월 26일로 정해져 제1회 스승의 날 기념식이 거행됐다. 1965년에는 민족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기념일이 바뀌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