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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기홍 대기자입니다.

sechepa@donga.com

취재분야

2025-07-06~2025-08-05
칼럼100%
  • [광화문에서/이기홍]매보다 무서운 교사 추천서

    “디스 이즈 더 라스트데이. 리브 인 언 아워(This is the last day. Leave in an hour·해고됐으니 방 빼).” 미국 텍사스 주의 소규모 업체에 다니던 A 씨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인간적이고 무례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순순히 짐을 꾸렸다. 보스의 멱살을 잡는 대신 “그동안 고마웠다. 다시 고용을 확대하게 되면 불러 달라”고 인사했다. 왜 속 터지게 참았을까. “새 직장 취업 인터뷰를 하면 분명 인사담당자가 전 직장에 나에 대한 평판을 물을 텐데, 좋은 인상을 남겨야지요.” 서구사회에서 평판과 추천의 힘은 막강하다. 취업은 물론이고 대학입시에서도 교사가 추천서에 써넣는 한마디가 수능 성적보다 중요하다. A 씨 에피소드를 듣는 순간, 체벌금지 이후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통솔할 무기로 교사 추천서를 대폭 활성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입·대입 지원 때 추천서는 물론이고 저학년 때부터 교사들이 작성해 놓은 행동·품성 관찰기록을 첨부해 입학사정의 필수자료로 삼도록 의무화하면 어떨까. ‘2학년 1학기-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교사 지시를 거부’란 내용이 대입원서에 따라가리란 걸 안다면 안하무인의 행동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 이런 의견을 몇몇 교육전문가에게 얘기했더니 다들 웃었다. 현실을 모르는 생각이란 거다. “교사가 공정하게 추천서를 써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다.” “점수가 아닌 추천서상의 평가로 인생이 뒤바뀐다면 소송이 난무할 것이다.” 선진국 일부 사회도 교권 상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선 교사에게 윽박지르는 학부모를 일컫는 ‘몬스터 페어런츠’란 말이 있을 정도다. 영국에서는 학생의 비행에 못 견뎌 사직하는 신임 교사가 속출한다. 하지만 체벌 없이도 교권을 지켜가는 사회도 많다. 미국에서 일부 낙후한 학교를 제외하면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미 텍사스대의 이길식 교수는 가정교육에서 원인을 찾는다. “얼마 전 (미국)교회에서 한 아이가 정신없이 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자칫하면 차에 치일 수 있는 위험한 장난이어서 따끔히 야단쳤다. 그랬더니 그 어머니가 와서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하더라. 한국 식당에선 정신없이 뛰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 부모에게 욕설을 듣기 십상이었다.” 교사의 권위와 자긍심이 높은 나라로 핀란드가 꼽힌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레이코 라우카넨 씨에게 비결을 물어봤다. “1주 동안 매끄럽게 수업을 진행해야 교원실습 과정을 통과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교사에게 대드는 상황이 빚어질 때 적절히 대처하는지 본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면 실습생은 대학(원)으로 돌아가 교육을 다시 받는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학생을 다스리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실 현장 혼란의 1차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병원 응급실을 생각해 보자.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환자도 있을 것이고, ‘왜 우리 아이부터 치료 안 하느냐’고 억지 쓰는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이들 때문에 응급실이 소란스럽다면 이건 의사, 간호사 잘못이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한 번에 풀 비책은 없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체벌 부활은 ‘글로벌 코리아’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교사 추천서 강화 등 모든 보완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선진국 사회들을 벤치마킹하면서 풀어가야 한다.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 20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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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광저우 한국인경영 핸드백공장 무슨 일이…

    “더는 화를 참을 수 없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한국인이 경영하는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의 한 핸드백 제조공장에서 근로자 4000여 명이 벌이고 있는 파업을 보도하면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근로자들은 최소 2명이 보안 요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한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여성 근로자(26)는 “잔업 4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을 일해야 1900위안(약 31만 원)을 받는데 회사는 매달 월급에서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200위안을, 식대로 100위안을 공제하고 있다”며 “식사는 거의 쓰레기 수준으로 사람이 먹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남성 근로자(26)는 “한국인 관리직들은 우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한국인 남자 관리자들이 여자화장실을 맘 내키는 대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장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악의적인 보도다. 보도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장은 미국 바이어들이 정기적으로 작업환경을 점검해온 곳”이라며 “처우가 나쁘면 어떻게 납품을 하냐”고 반문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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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군은 소총으로 여객기 쏘는 연습하나”

    ‘한국군에서는 보병이 소총으로 비행기 쏘는 연습을 하는가.’ ‘역사상 여객기가 오인 사격을 당한 적은 있지만 소총을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여객기와 전투기 구별이 그렇게 모호한가.’ 17일 있었던 인천 강화도 해병대 초병의 민간 여객기 오인 사격 사건을 놓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20일 사용한 표현들이다. 이 신문은 이 사건을 ‘여객기 사격으로 한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한국의 방공(防空) 능력이 국내적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군인의 전투정신을 강조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신문은 “소총으로 비행기를 맞히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으면서 “북한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김일성 장군이 소총으로 미국 비행기를 떨어뜨렸다는 내용이 있지만 요즘은 비행 기술이 발달해 소총으로 비행기를 떨어뜨리기는 점차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공산당이 발간하는 광밍(光明)일보의 웹사이트 ‘광밍(光明)망’은 평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슬프면서도 우스꽝스럽다’고 논평하면서 “이번 사건이 슬픈 이유는 한국이 자국 민간 항공기를 향해 총을 발사했기 때문이며, 만약 항공기에 명중했다면 천안함 사건처럼 진상은 귀신만이 아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천안함이 남측의 실수로 침몰했다는 뉘앙스를 깔고 있는 것이다. 광밍망은 이어 이번 사태가 우스꽝스러운 이유는 ‘한국군 병사의 수준이 낮다는 점과 한국군의 지휘 계통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9일에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중국어 신문인 밍(明)보, 빈과일보, 원후이(文匯)보 등이 1면 머리기사 또는 국제면 톱기사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 가운데는 한국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거림을 담은 대목이 많다. 미국이나 일본 언론이 이 사건을 팩트 위주로 객관적으로 전달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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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기홍]해외 입양은 고아 수출이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해외 입양을 ‘고아 수출’이라고 비하하는 걸까? 기자는 미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한국 등에서 입양한 자녀들을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는 부모를 많이 만났다. 일부러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는 가정도 적지 않다. 아동병원 가운데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동아일보 취재진이 만난 멀그루 씨 부부는 중국에서 입양하려는 아기가 입천장이 갈라지는 기형을 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민 끝에 부부는 입양을 결행했고 아기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병원에는 해외에서 입양돼온 아이 환자가 많다. 부모들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일부러 골라 입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장애를 안고 태어난 운명이라면 중국보다는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사는 게 아이를 위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먼 나라의 장애아를 데려다 정성을 기울여 키우는 이런 부모에게 한국에서는 해외 입양을 ‘고아 수출’이라고 비난한다고 하면 얼마나 상심할까. 우리 사회 해외 입양의 시작은 ‘고아 수출’의 측면이 컸다. 6·25전쟁 뒤 아이들을 거둘 여력이 없던 가난한 조국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 아기가 해외로 입양된다고 해서 이를 고아 수출로 볼 그런 삐딱한 외국 사회는 없다. 해외의 입양희망 부모 사이에서 한국 아이 선호도는 매우 높다. 엄밀한 관리,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수한 자질 등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국 아이 입양은 조금 과장하면 ‘하늘의 별따기’로 불린다. 한국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쿼터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는 입양될 가정을 찾지 못해 기다리는 아기가 넘쳐난다. 지난해 말 현재 입양가정을 찾지 못한 대기아동이 1800명에 달한다. 생후 3개월 이내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남아들은 시간이 갈수록 입양될 가능성이 희박해져간다. 특히 장애아의 국내 입양 기회는 정말 희소하다. 지난 10년간 국내 입양아 1만300명 가운데 장애아는 248명에 불과했다. 해외로 입양된 장애아는 5300명으로 전체 해외 입양아의 30%에 달한다. 장애아는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는데 쿼터에 묶여 장애아들이 새 가정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입양정책의 1순위인 국내 입양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한국 가정이 가장 바람직하다. 견제장치가 아예 없으면 일부 입양 알선 기관들이 국내 입양은 뒷전에 돌리고 수수료가 높은 해외 입양에만 매달릴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2007년 정부가 ‘국내 입양 활성화 대책’으로 쿼터제를 강화한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국내 입양은 연간 10명 안팎 증가에 그쳤다. 해외 입양을 막는다고 국내 입양이 느는 것은 아닌 것이다. 결국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자”는 이데올로기에 발목 잡혀 수많은 아이가 입양 기회를 놓친 채 보육원에서 자라게 되는 구조다. 온 사회가 꾸준히 노력하면 장기적으론 국내 입양이 점차 늘겠지만, 아기들은 정책의 과도기적 기간에도 자란다. 각자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소(小)우주들이다. 국가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아기들의 인생이 더 소중하다. 해외 입양은 ‘고아 수출입’이 아닌 국적과 인종을 넘어선 사랑이다. 한 미국인 부모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지구 저 건너편에 데려다 놓으신 우리 아이를 찾아온 겁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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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기홍]그들의 본색이 드러날 때

    “김정일 위원장은 식견이 있는 지도자입니다. 얘기가 되는 사람입니다.” 2001년 3월 8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김대중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김정일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권했다. 비단 이때뿐 아니라 DJ는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고 온 뒤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김정일을 만날 기회를 얻었던 다른 인사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외부세계에서는 독재자, 테러리스트로 찍혀 있지만 직접 만나본 사람들로부터는 호평을 받는 지도자는 김정일만이 아니다. 과거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만난 사람들은 그의 카리스마와 민중 사랑을 칭송했다.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같은 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많은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오사마 빈라덴 역시 일부에선 우상처럼 칭송돼 왔다. 남미 민중 해방에 삶을 바친 체 게바라에 비유하는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는 지도자가 죽음이나 파멸 등 한계상황에 닥쳤을 때 본색이 드러남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례는 메인스트림의 평가가 옳았음을 증명해준다. 비디오 메시지 속에서 산악지대 동굴을 배경으로 등장했던 빈라덴은 부촌의 저택에서 여러 부인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엔 부인보다 뒤에 있었다. 설사 부인이 인간 방패를 자처한 것이라 해도, 동네 깡패조직의 보스 정도만 되어도 “나만 죽여라”라고 나서며 아내를 옆으로 밀쳐내지 않았을까. 빈라덴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가 항상 부드럽게 악수했다고 전한다.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이라는 평판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의 넷째 아들의 증언이 담긴 책은 자녀들을 자주 때리고 애완동물을 사격 연습 대상으로 삼는 빈라덴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카다피는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시민을 파리 목숨 취급하고 있다. 합리적인 성품의 서구 유학파로 묘사됐던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은 1982년 4만 명을 죽인 아버지의 ‘학살 유전자’를 세습한 듯 시위대를 무차별 사살하고 있다. 비록 오류로 드러난 이념이었지만 진정성을 갖고 사회주의 이상을 꿈꾸며 마지막까지 신독의 삶을 산 혁명가라면 베트남의 호찌민, 남미의 체 게바라 정도가 꼽히지 않을까. 드러나는 빈라덴의 실체 앞에서 체 게베라 운운했던 지식인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아무리 독재자라고 해도, 국가나 거대한 조직의 지도자가 호의를 베풀며 인간적 매력을 살짝 보여주면 사람들은 쉽게 감동한다. 미국의 지도자론 연구자들은 ‘Dictators can be charming’이란 말을 자주한다. 베일 속의 독재자는 멋있게 보이기 쉽다는 뜻이다. 1972년 평양을 방문한 일본 잡지 ‘세카이’의 야스에 료스케 편집장은 김일성이 숙소까지 찾아와 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눠주자 ‘따뜻한 포용력, 인자하신 인품’이라며 김일성을 극찬했다. 반면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인은 멋있게 보이기 힘들다. 장단점이 모두 투명하게 드러나고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DJ로부터 김정일 칭찬을 들은 부시의 반응은 어땠을까. 기자는 미국의 정통한 외교관계자로부터 당시 오간 비공개 대화 내용을 전해 들었다. 부시는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귀하나 저나 정치를 하는 사람 아닙니까?” 부시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정치를 합니까. 정치라는 건 국민을 편안히 잘살게 해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김정일이 정치지도자라 할 수 있습니까. 자기 국민을 굶어 죽게 만들고….”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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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기홍]리비아전쟁 속의 인간들

    “리비아전쟁은 부족 간 내전인데 왜 유럽과 미국이 개입합니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해본다. 훗날 역사는 이번 전쟁을 어떻게 규정할까…. 누구도 미래의 평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가까운 진실은 일단 현장에 있지 않을까. 영국 신문 가디언에 실린 한 아버지의 사진이 생각난다. 리비아 동부 라스라누프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56세 남자다. 목에 건 종이에는 ‘내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자와 아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화물차 운전사였던 그와 28세의 아들은 민주화 시위 초기 거리로 나섰다. 공권력이 이웃을 학살하는 걸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다. 어느새 반군 병사가 된 것이다. 카다피군의 반격이 시작되자 아들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 하지만 18개월짜리 아기 아빠인 아들은 “비겁해지기 싫다”며 다시 전장으로 달려갔고 실종됐다. 병원에서 시신을 뒤지면서 그는 카다피군에 잡힌 사람들이 어떻게 처형됐는지를 보고 몸서리쳤다. “다들 귀가 잘리고 입술이 잘리고 손톱이 뽑혀 있었습니다. 아들이 죽었다면, 그런 식으로 죽음을 맞지는 않았기만을 기원할 뿐입니다. 내가 바란 건 그저 자유였고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바라는 건 내 아들입니다.” 분명 리비아전쟁에는 부족 간 내전의 성격이 깔려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전쟁을 촉발한 시위의 본질이다. 전쟁의 도화선은 2월 15일 벵가지에서 열린 작은 시위였다. 이집트 민주혁명에 놀란 카다피 정권이 인권변호사를 연행했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분노한 시민들이 무기고로 몰려가면서 무장투쟁으로 이어졌다. 1980년 5월 18일 아침 비상계엄 확대에 항의하는 전남대생들을 공수부대원들이 무차별 구타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이 촉발된 상황을 연상시킨다. 당시 광주의 시민군은 대부분 평범한 시민이었다. 만약 5·18민주화운동 당시 외국 언론이 ‘영호남 지역갈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거나 ‘북한 공작원이 섞여 있다’고 보도했다면 그것이 본질을 얘기한 것이었을까. 리비아 반군이 초심을 잃고 부족 간 암투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알카에다가 반군 속에서 암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민주화운동도 100% 순수한 참가자들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학생운동 지하지도부의 상당수는 주사파였다. 하지만 6월 민주항쟁을 급진좌파 주도의 민족해방 투쟁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항쟁의 본질은 무수한 학생이 고문을 받아 숨지고 최루탄에 쓰러지는 걸 보다 못한 동료 학생,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화를 염원한 것이었다. 세상에 ‘좋은 전쟁’은 없다. 하지만 덜 나쁜 전쟁이라는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당한 전쟁’의 필요조건인 정의로운 동기, 합법적 수행주체 등의 요건을 리비아 무장투쟁과 유엔 군사개입은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다. 정당한 전쟁과 반란·침략의 경계선은 아슬아슬하다. 반군이 부족 이기주의적 권력욕을 앞세우거나, 다국적군 오폭 등의 부작용이 심해지면 선악의 구도에서 이전투구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순수했던 시위대만 억울한 희생양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중립적이어야 하는 기자의 신분을 벗어나, 민주화 격동기를 먼저 겪은 사회의 시민으로서 리비아를 지켜보는 심정은 조마조마하고 안타깝다. 매일 전해지는 수십, 수백 명이라는 희생자 숫자가 단순한 아라비아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다 소(小)우주였던 귀중한 인명들임을, 죽음이 두려워 떨면서도 인간적 분노와 정의감에서 떨쳐 일어섰던 생명들임을 알기에….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 20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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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브리핑]서방 다국적군, 미스라타 해역 카다피군 해상경비선 공격 外

    △서방 다국적군, 미스라타 해역 카다피군 해상경비선 공격△카다피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고향인 수르트 시 외곽에서 반카다피군 격퇴△리비아 야권 국내외 인사들, 카다피 원수에게 맞설 독립위성채널 ‘리비아 TV’ 곧 출범△반카다피군 약진에 국제유가 하락 지속△수전 라이스 미국 유엔대사, “반카다피군에 무기 제공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북대서양조약기구, 다국적군의 군사작전 지휘권을 31일 오전 6시 인수키로 결정}

    • 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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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군 리비아 공습]다국적군 사흘째 공습

    사흘 연속 이어진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미군 전폭기가 야간 공습 과정 중 추락했다. 고장에 의한 것이고 일단은 조종사도 구조됐지만 그렇지 않아도 군사작전에서 2선으로 발을 빼려는 미국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 일이 터진 것이다. 특히 다국적군이 비행금지구역 범위를 트리폴리 인근까지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다국적군 공군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리폴리의 카다피 원수 관저는 20일에 이어 21일 밤에도 다국적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날 오후 9시경 관저 인근에서 다시 거대한 폭발음과 대공화기 소리가 들렸으며 적어도 한 발은 관저를 명중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 원수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한 조종사의 자살특공 공격을 받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보도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카미스 사망설을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반군 측 일부 웹사이트에는 정부군 전투기를 몰고 기수를 돌려 카다피 관저로 돌진했다는 ‘무함마드 무크타르 오스만’이라는 조종사의 이름과 얼굴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밑에는 “그의 희생이 자유민주주의 리비아에 의해 보상받기를…”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카다피의 행방 역시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일부 전문가는 카다피가 20일 다국적군의 관저 공습으로 실제 신변의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첫 공습 직후인 20일 전화 녹음으로 국영 TV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그가 지하 벙커에 몸을 숨겼거나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서부 지역 모처에 머물고 있을 공산이 크다. 동부 벵가지를 공격하려다 다국적군의 공습을 받고 퇴각한 카다피군은 21일 탱크를 몰고 트리폴리 동쪽 미스라타 시내로 진입했다. 건물 지붕에선 정부군 저격수들이 발포해 시민 수십 명이 사망했다. 반군 대변인은 “정부군은 미스라타에서 정전 약속을 깨고 있다”며 “이곳의 파괴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카다피 축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영국은 지상군 파견 문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인디펜던트지 인터뷰에서 “유엔의 이름하에 전면적인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과 민간인 보호를 위해 제한적으로 필요한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며 지상군 파병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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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日本 대지진]소방팀장 3인 눈물의 회견

    “무엇보다 대원들의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한다.” 19일 밤 도쿄소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지긋한 소방대원 세 명이 눈물을 흘렸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막 돌아온 사토 야스오(佐藤康雄·58) 총대장과 도미오카 도요히코(富岡豊彦·47) 제6방면대 총괄대장, 다카야마 유키오(高山幸夫·54) 제8방면대 총괄대장이었다. 도쿄소방청 특별구조대의 현장 팀장인 이들은 방사선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19일 0시 30분경 원전 3호기의 턱밑까지 다가가 ‘10시간 살수작전’을 진두지휘하며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도미오카 대장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나’란 질문에 “대원(의 안전)이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남겨진 (대원들의) 가족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했다.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지휘한 도쿄소방청 특별구조대원 139명은 모두 자원자였다. 이들은 가족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안심하고 기다려라. 꼭 돌아온다”고 통보했다. 남편을 사지로 보내면서도 용기를 북돋워준 아내들의 격려도 돋보였다. 사토 총대장의 아내는 남편에게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 돌아오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고, 다카야마 대장의 아내는 “안심하라”는 남편의 e메일에 “당신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답을 보냈다. 대원들은 해변에서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해 700kg이 넘는 350m짜리 소방호스를 손으로 직접 소방차에 연결했다. 도로 곳곳에 폭발로 인한 파편이 널브러져 있어 호스 연결 작업은 더뎠다. 19일 0시 30분.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조 지붕을 향해 살수차가 물을 뿜었다. 전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보며 가슴을 졸였다. 1분에 3t의 바닷물이 정확하게 수조에 명중했다. 현장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60mSv(밀리시버트)에서 거의 ‘0’으로 내려갔다. 작전은 성공이었다.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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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기홍]政-敎공존하려면 제자리로

    어제 프랑스에서 들어온 짤막한 외신이 눈에 띄었다.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복장인 부르카나 니캅,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프랑스는 이 법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여성인권 보호라는 명분과 종교 자유 침해라는 이슬람 측의 비판이 격렬히 맞섰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법안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은 더해졌고 에펠탑 테러 위협설 등이 나도는 가운데 결국 법안은 10월 통과됐다. 하지만 막상 프랑스 기독교계는 이 문제에 절대적 중립을 지켰다. 시종일관 아무런 의견표명도 하지 않았다. 교회가 현실 정치 문제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미국도 지난해 이슬람과 관련된 홍역을 앓았다. 미국 내 이슬람 신자들이 9·11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커뮤니티 센터를 지으려 하자 기독교계가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그는 “무슬림은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종교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는 사유지에 신앙의 장소를 지역 법령에 부합되게 건립하는 권리를 포함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미국이며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에피파니성당의 이덕효 신부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종교의 자유를 강조한 원론적인 내용이지만 실제론 대단히 용기 있는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나라고 보수의 나라다. 가뜩이나 이슬람교도라는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말을 한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퓨리서치 조사 결과 여전히 18%의 미국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교도라고 믿는 게 현실이다. 사르코지와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관련 대응을 단순 비교할 생각은 없다. 우연인지 어제 두 나라에서는 내년 대선 전망에 대한 외신이 동시에 들어왔다. 내년 4월 재선에 도전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우파에 대한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극우정당 후보에게 밀려 3위로 처져 있다. 곧 재선 캠프를 가동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가운데 탄탄한 재선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 사회도 요즘 일부 종교 간 마찰음이 커지고,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궁극적 해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어제 종교담당 기자에게 부탁해 종교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는 “공직자들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특정 종교색을 띠어서는 안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몸에 특정 종교가 배어 있다. 그런 게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자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치에 간여하기 시작한 종교가 ‘쿨’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 국가원수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치유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대통령, 그리고 일부 교계 인사는 미국 최초의 로마가톨릭신자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말을 새겨보기 바란다. “미국은 정교분리가 절대적인 나라임을 나는 믿는다. 그 어떤 가톨릭 고위성직자도 (설령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여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얘기할 수 없으며, 어떤 목사도 신도들에게 누구에게 투표하라고 얘기하지 않으며, 어떤 교회나 교구도 어떤 공적인 기금이나 정치적 혜택을 받지 않는 곳임을 나는 믿는다.”(1960년 9월 12일 연설)이기홍 국제부장 sechepa@donga.com}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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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日 이달말 교과서 검정 앞두고 ‘진정성 있는 행동’ 강조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등 ‘화사한 봄’을 예고하던 올 상반기 한일 관계가 독도 교과서 문제라는 복병에 위협받고 있다. 3월에 일본은 독도 문제를 다루는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다. 지금 양국 관계는 사상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만 교과서 검정을 앞두고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 1일 3·1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특히 강조한 것도 양국 앞에 놓인 이 같은 암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대거 통과시키면 양국 관계가 냉각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독도 문제와 관련 있는 것은 사회과 교과서로 역사 8종, 공민 8종, 지리 5종의 교과서가 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극우 성향 출판사인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가 포함돼 있다. 지유샤는 2004년 황국사관에 의거해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었던 후소샤(扶桑社)판 교과서를 집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손잡은 출판사다. 이쿠호샤는 후소샤의 자회사. 특히 올봄 교과서 문제가 우려되는 것은 2008년 개정된 일본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독도 문제를 일본이 러시아와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 해설서는 ‘사회(지리영역)’에서 ‘우리나라(일본)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취급, 북방영토와 동일하게 우리나라의 영토 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침을 제시했다. 해설서는 교과서가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조만간 검정 결과가 발표될 교과서들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2008년 해설서는 자민당 정권 때 만들어졌지만 현 민주당 정권도 태도에 큰 차이는 없다. 일본 정치상황도 독도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실각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민감한 영토 문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들고, 나아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 정권은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분쟁에 미숙하게 대응해 국민의 격한 반발을 부른 경험이 있어 독도 문제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동시에 영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는 되도록 분쟁을 피하려 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달 말이나 늦어도 4월 초까지 검정 결과가 발표되는 교과서는 5월경 일반에 공개되고 8월 지역별 교육위원회와 일선 학교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도부터 정식으로 사용된다.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MB 日국빈방문도 어려워지나 ▼日 작년부터 타진… 韓“가시적 성과 필요”, 교과서문제 등 여론 살핀후 검토할 듯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자신의 일본 ‘국빈 방문(State Visit)’이나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방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담화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교환 방문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타진해 왔다. 지난해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가 있는 만큼 과거사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일본을 국빈 방문하려면 그에 걸맞은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념사에선 이런 우리 정부의 태도를 더욱 확고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간 총리는 지난해 8월 10일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더불어 조선왕조의궤 반환 등을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일본으로 반출된 도서 1205책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지만 일본 의회 비준 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빈 방문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최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입국한 권철현 주일대사는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통과시기에 따라 도서 반환이 약간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결정짓는 보다 중요한 변수는 3, 4월에 몰린 일본 정부의 중학교 검정 교과서 채택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정부는 일본 의회의 조선왕실의궤 반환 비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검정 교과서 채택 여부 등을 지켜보며 국내 여론을 살핀 뒤 일본 국빈 방문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월 일본에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이 같은 민감한 현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201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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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카다피’ 윤곽… 떠오르는 3인

    《 카다피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림에 따라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반대파를 철저히 억압해온 카다피 정권의 특성상 아직 뚜렷한 조직이나 인물이 드러나지는 않는 상황. 하지만 카다피 체제의 고위 관료와 부족장들이 하나둘 반정부 시위대 편으로 돌아서면서 새 체제를 이끌 얼굴들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 ▼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 ▼과도정부 지도자로 추대 전면부상 카다피 정권의 유혈진압을 비난하며 21일 법무장관직을 내던진 그는 25일 벵가지 시평의회에서 과도정부 지도자로 추대돼 새로운 리비아 건설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장관직 사퇴 후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카다피가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하는 등 연일 폭로전을 펴고 있으며 “자유화된 리비아의 영토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타리크 사드 후세인 대령 ▼반정부 시위대 트리폴리 진격 지휘 이번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트리폴리 진격을 위해 벵가지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25일 이번 시위를 ‘카다피 대령과 후세인 대령의 대립’으로 묘사하기 까지 했다. 후세인 대령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는 군사쿠데타가 아닌 젊은이들의 봉기(uprising)”라며 “카다피 체제가 무너진 후 일시적으로 군대가 큰 역할을 하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이지 군사체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 압델 살람 잘루드 ‘마가리하’ 부족장 ▼관료 많은 ‘제2부족’ 수장포스트 카다피 체제에서 리비아의 특성상 군대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부족장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리비아 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우리는 이제 카다피의 형제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던 알와르팔라 부족이 주목된다. 600만 인구 중 100만여 명이 소속된 최대 부족이다. 1988년 팬암기 폭파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압델바세트 알메그라히가 속했던 제2부족 마가리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일간 ‘더내셔널’은 “마가리하 부족에 고위급 정부관료와 보안 기관 출신이 많다”고 전했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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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유혈진압 용납못해”… ‘카다피 응징’ 착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국제사회도 카다피 원수와 리비아 정부에 대한 제재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리비아의 유혈진압은 국제규범 위반”이라며 “행정부에 이번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대처방안(full range of options)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해오던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내 미국인들을 소개(疏開)하기 위한 선박이 트리폴리 항에 도착한 직후인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첫 연설을 했다. 그는 “리비아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유혈사태는 너무도 충격적인 것(outrageous)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며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 국가원수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거나 그의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8일 스위스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카다피 원수와 가족이 유럽 각국에 갖고 있는 재산을 동결하고 리비아에 대한 각국의 경제협력 금지와 금수 조치 등을 담은 제재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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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도 사격훈련 단행]李대통령 “주권국의 당연한 영토방위 훈련”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영토 방위를 위해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는 누구도 개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사격훈련 결과 보고를 받고 이같이 강조한 뒤 “훈련이 끝난 후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춰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행정안전부의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방력이 아무리 강하고 우월해도 국론이 분열되면 상대(북한)는 그걸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가장 강한 안보, 최선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국론이 분열됐을 때 우리를 넘본다. 튼튼한 안보는 튼튼한 국방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이 하나가 될 때 가장 튼튼한 안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201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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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 ‘예산 누락’ 논란]내년 예산 309조 중 114억 빠졌다고… 당정청이 뒤집어졌다

    《 당정청 수뇌부는 10일 일제히 새해 예산안 국회통과 및 후속조치 준비과정에서 나타난 공직사회의 ‘무신경함’을 질타했다. 청와대는 내년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짓는 후속 국무회의를 이달 하순으로 잡으려던 당초 계획을 문제 삼았다. 여기엔 안보위기 속에 여야가 예산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대격돌을 벌이는 비상한 상황에 걸맞은 공직사회의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여권 수뇌부의 공감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 여당 지도부의 불호령에 부랴부랴 추가지원 결정 안상수 대표가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중점적으로 문제 삼은 사업은 △템플스테이 지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지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 등이다. 안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불교계에 직접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약속한 예산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깎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것이 사실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불교계의 강한 반발에 봉착한 여당은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관광기금에서 추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성 기금은 증액이나 감액이 전체 기금의 20%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경우 국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 재일민단 지원 사업의 경우 올해 예산은 73억 원이었으나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18억8500만 원만 편성됐다. 그러자 외교통상통일위 예비심사에서 의원들은 올해 수준으로 예산을 늘릴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2012년부터 실시될 재외국민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8일 국회를 통과한 최종 예산안에는 최초 정부안보다 32억2500만 원 늘어난 51억1000만 원만 반영됐다. 결국 정부는 10일 재외동포재단 예산의 일부를 전용해 재일민단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경우 한나라당은 30억 원의 신규 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최종 예산에서 이 사업 지원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차관회의 건너뛰고 국무회의 앞당겨 정부는 통상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하루 앞당겨 월요일인 13일에 열기로 결정했다. 또 국무회의 안건 조율을 위해 사전에 열던 차관회의도 생략하기로 했다. 국회가 홍역을 치러 가며 통과시킨 예산의 배정계획을 하루라도 먼저 결정짓고 내년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 때문이다. 청와대의 속도감 있는 후속조치 요구는 규정을 거론해 가며 ‘느긋하게’ 일정을 짠 행정부처의 일처리 방식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제동을 걸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국무회의 일정을 12월 하순으로 잡으려 했다. ‘차관회의=목요일’이란 관행 및 시행령에 필요한 입법예고 기간 등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국무회의를 28일에 열 계획도 갖고 있었다. ‘난장판 국회통과’(8일) 후 무려 20일 뒤에야 내년도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짓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임 실장은 9일 이 같은 보고를 받고 “하루라도 빨리 예산을 확정짓기 위해 국회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이래선 안 된다. 주말에 차관회의를 열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국무회의를 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부 검토 끝에 ‘차관회의는 생략 가능하다’고 결론짓고 국무회의 날짜를 13일로 잡았다.○ 김 총리, 공직기강 확립 촉구 김황식 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 부처는 내년 예산이 조속히 집행되고, 중점법안 후속조치가 바로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안보상 엄중한 상황이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라며 “전 공직자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책임감 있는 근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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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위 의원들, 지역구 민원예산 3조 늘리려다 무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충돌하느라 정부 예산안을 전혀 심의하지 않은 채 예산결산특위로 넘겼다. 하지만 국토위 소속 31명의 여야 의원 가운데 대다수가 뒤늦게 자신들의 지역구 이해관계가 걸린 예산을 챙겨달라고 예결위에 ‘민원’을 했다 거부당한 사실이 5일 밝혀졌다. 국토위는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건설사업 예산안에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을 끼워넣을 수 있어 ‘노른자위’로 통한다. 국토위는 여야 의원들의 지역예산 배정안을 담은 자료를 예결위에 급하게 제출했으나 예결위의 자료집을 인쇄 및 제본하는 데드라인(지난달 30일)을 이미 놓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예결위에 ‘참고자료’ 형태로 3조 원이 훨씬 넘는 예산증액 자료를 제출했다. 이어 세부적인 예산안 조정을 시도하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이 자료를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도 지역의 하천공사 사업 관련 예산의 증액을 많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해당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심사도 하지 않고 나중에 예결위에 이런 식으로 자료를 제출해 반영해달라고 하면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국토위의 요청을 거부했다. ‘참고자료’를 반려한 것이다. 국토위 차원의 자료 제출이 무산되자 국토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과 개별 접촉해 “핵심적인 지역구 사업 예산만큼은 반영해 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위는 일단 상임위 차원의 예결소위를 가동해 4대강 사업 예산 이외 일반 예산은 모두 심사한 뒤 예결위로 넘겼다. 지난해 국토위 여야 의원들은 상임위 차원에서 지역구 민원 예산은 반영한 셈이다. 논란이 된 4대강 사업 예산은 국토위에서 야당의 반대가 거세자 한나라당이 이를 단독 처리한 이후 예결위로 넘겼다. 국토위 관계자는 “예결위에서 심사를 한 차례 하겠지만 전문성을 가진 소관 상임위가 정쟁 때문에 두 손을 놓은 채 예산심사를 하지 않고 뒤로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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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연평도 포격 도발]20대 44% - 30대 35% “김정일 체제유지 돕는 지원 반대”

    ■ 대북 대응정책 기조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로 햇볕정책 및 대북지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남북 간 긴장상태를 감내하더라도 ‘대화’보다는 ‘제재’의 대북 강경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2030세대가 근본적 해법을 더 선호 11월 30일과 12월 1일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안보 불안 상황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강력한 대북압박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압박책에 57.0%가 손을 들어줬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특사 등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기대감을 표시한 응답은 38.7%에 그쳤다. 이처럼 강경한 응답은 남성(62.9%)이 여성(51.4%)보다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65.6%), 대전·충청(62.0%), 대구·경북(61.9%) 거주자에게서 많이 나왔다. 반면 광주·전라 거주자는 정상회담 및 대북특사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원하는 의견(54.5%)이 압박책(38.6%)보다 많았다. 이런 응답 분포는 호남지역에 햇볕정책을 주창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자가 많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북한 핵 위기 속에서도 ‘남북 추가경협은 반대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찬성’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지만 이 같은 대북 접근방식 인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강력한 ‘반(反)김정일’ 답변이 36.2%였고 “북한 정권이 사과할 때까지는 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다”는 답변도 33.9%였다. 현실적으로 북한 정권의 사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70.1%가 상당 기간 어떤 형태의 대북 지원에도 반대하는 강경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일 체제 유지에 도움 되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는 응답은 젊은층에서 많이 나왔다. 20대(43.5%)와 30대(35.0%)의 젊은층이 40대(32.9%)는 물론이고 전통적으로 반북정서가 높았던 ‘50대 이상’(35.0%)보다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직업별로는 학생 응답자(55.9%) 사이에서 이런 응답이 가장 높아 젊은층의 대북인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은 6자회담-햇볕정책 지지 북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이 최근 제안한 ‘6자회담 재개’ 구상에 대해서도 찬성(29.3%)보다 반대(60.8%) 응답이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서울 및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들이 지금 시점에서의 6자회담 가치를 낮게 봤다. 서울에선 64.5%가 반대했고, 24.2%가 찬성했다. 그러나 광주·전라에서는 찬성(43.6%)이 반대(41.6%)보다 약간 많았다. 강원·제주에서는 찬성(47.8%)과 반대(48.9%)가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철회하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햇볕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응답자는 26.7%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20대(67.7%)와 50대(66.2%) 순으로 햇볕정책으로의 회귀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햇볕정책 복귀 지지가 47.7%로 반대(40.6%)보다 높았을 뿐 전 지역에서 햇볕정책 복귀 반대 의견이 높았다. 직업별로는 학생(82.4%) 응답자 사이에서 햇볕정책으로의 복귀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가장 높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또 도발하면… “교전규칙 따라야” 46% “몇배로 응징” 45% ▼1일 본보의 여론조사 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우리 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국민 여론이 거듭 확인됐다. “전투기로 폭격하는 등 더욱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답변이 53.1%나 됐다. 대체로 동의한다는 응답(30.3%)까지 합치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전투기를 동원해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의견인 셈이다. 이런 의견은 영호남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구·경북이 86.5%이고 광주·전남북 86.1%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이런 의견이 84.9%로 50대(87.8%)에 이어 높았다. 향후 북한의 유사한 도발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물음의 답변에는 우리 국민의 다층적 심경이 담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군사력을 동원해 몇 배 더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응답(44.9%)과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하되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군사행동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45.5%)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불만을 갖는 것과 더불어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전면전까지 감수하는 대대적인 군사행동에는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서해에서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에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찬성한다”는 답변(84.3%)이 “북한을 자극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답변(12.2%)을 압도했다. 지역·연령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 北도발 원인… “햇볕정책 탓” 36% “MB강경책 탓” 15% ▼ 여야 및 진보-보수 진영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과 농축우라늄 핵개발의 책임소재 논쟁에 응답자의 39.1%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에 따른 것으로 남한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성별로는 남자(45.6%)가 여자(32.8%)보다 이런 인식이 높았다. 다만 연령과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정책 때문이라는 응답은 35.8%에 달했다. 특히 대구·경북(55.6%)과 50대 이상(44.2%)에서 이런 견해가 높았다. 이명박 정권이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5.4%였다. 호남권(30.2%)에서 상대적으로 이 같은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 및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보인 반응 및 행보를 놓고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문제 해결보다는 정부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응답이 65.9%였다. 반면 “당파적 입장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잘 대응하고 있다”는 답변은 19.1%였다. 민주당의 대응 태도에 비판적 견해는 연령별로는 20대(75.0%), 30대(67.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75.8%)과 서울(71.4%)에서 높고 광주·전라(51.0%)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여론조사 문항 및 답변 결과 (단위: %)문1) 지난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우리 군이 전투기로 폭격하는 등 더욱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전적으로 동의한다(53.1) ②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30.3)③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10.5) ④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3.6)⑤ 모름·무응답(2.5)문2) 향후 북한의 유사한 도발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① 군사력을 동원해 몇 배 더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44.9)②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하되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군사행동은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45.5)③ 군사적 대응 없이 대화 또는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8.4)④ 모름·무응답(1.2)문3)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로서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보십니까?① 매우 그렇다(9.0) ② 대체로 그런 편이다(34.1)③ 대체로 그렇지 않은 편이다(34.2) ④ 전혀 그렇지 않다(17.0)⑤ 모름·무응답(5.7)문4) 북한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도발, 농축우라늄 핵개발 등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① 김정일 정권의 속성에 따른 것으로 남한 측의 정책과는 무관하다(39.1)② 이명박 정권이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15.4)③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정책 때문이다(35.8) ④ 모름·무응답(9.7)문5)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전개되는 안보 불안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①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38.7)② 강력한 대북 제재 압박을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57.0) ③ 모름·무응답(4.3)문6)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재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모두 즉각 재개해야 한다(9.0)② 인도적 지원만 재개해야 한다(17.3)③ 북한 정권이 사과할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33.9)④ 김정일 체제 유지에 악용될 수 있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36.2)⑤ 모름·무응답(3.6)문7)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6자회담 즉각 재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찬성한다(29.3) ② 반대한다(60.8) ③ 모름·무응답(9.9)문8)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당파적 입장을 떠나 국익 차원에서 잘 대응하고 있다(19.1)② 문제 해결보다는 정부 비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65.9) ③ 모름·무응답(15.0)문9) 현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를 철회하고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찬성한다(26.7) ② 반대한다(63.9) ③ 모름·무응답(9.4)문10) 서해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찬성한다(84.3)② 북한을 자극하는 것으로 반대한다(12.2)③ 모름·무응답(3.5)}

    • 20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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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류원식]민주당 ‘한미FTA 오락가락’ 언제까지

    누군가 이런 퀴즈를 낸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문제) 다음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은? ①폐기 ②현 협정문(2007년 타결) 비준 ③전면 재협상 뒤 비준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무도 모른다”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스스로도 답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당내에 통일된 의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민주당 내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있다. 바로 “절대 비준 불가”다. 한미 FTA 추가쟁점 1차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11일 의원총회 때부터 ‘비준 불가론’이 나오더니 협상 결렬이 공식화된 12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비준 불가가 당론’임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협상 보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겼다. 사실 야당이 비준 불가를 외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에 낳은 작품인 한미 FTA를 결국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주요 당직자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선 대책’을 강조한 손 대표는 당초 “재협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가 대표 취임 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자 재협상 쪽으로 무게를 옮기면서도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협정문 체결 당시 주무 장관(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재협상에 나설 경우 자동차 섬유 등에서 양보만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재협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 ‘쇄신연대’ 소속 최고위원들은 기존 협상안 중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외국 투자자가 해당 투자국 정부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독소조항’으로 간주하고 이를 철폐하는 내용으로 협정문을 수정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거부하는 민주노동당 등과도 비준 반대를 위한 공조를 하고 있다. 이제 민주당은 ‘비준 불가’라는 간단한 구호만 외치기보다는 한미 FTA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당론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당론이 이명박 정부의 방침에 비해 국익에 어떤 점에서 더 도움이 되는지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한미 FTA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 비준 반대만 외치는 것은 수권정당의 모습답지 못하다.류원식 정치부 rews@donga.com}

    •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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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본보 단독 인터뷰]“한국 역할 입증한 G20… 中 ‘신흥국이 해냈다’”

    ▲배인준 주필=G20 서울 정상회의, 큰 일 끝내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예측은 했지만, 해보니까 정말 만만치 않더구먼요. APEC ASEM 이런데 다 다녀봤지만, 나라마다 각종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참 쉽지 않았어요. 이런 회의를 선진국에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국가적 영향력이 없으면 힘듭니다. 주최하는 나라에 국력이 없으면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대해 사전에 설득하려 해도 안 되니까요. 특히 금융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더 그래요. 그래서 영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에서 개최하는구나, G7이 모여서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배 주필=이번에 많은 정상들을 설득해서 효과 보신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이 대통령=그렇지요, 이번에 다급했으니까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게 많이 있었어요. 참가국들끼리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면 양쪽과 대화하면서 의사를 대신 전해주고, 그렇게 해서 좁혀 들어가고 말이지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G20 정상회의를 아시아에서 처음, 특히 서울에서 하는데 이거 성공해야 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구요. 우리 아시아에서 한다, 신흥국가에서 주최한다 하는 데 대해 뭐랄까 이해도가 훨씬 있는 거지. 만약 이것이 이번에 유럽이나 미국이나 이쪽에서 열렸으면 협의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배 주필=그밖에 특별히 도움을 많이 주신 정상이 있습니까.▲이 대통령=이번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분이 좀 많이 도와주셨어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구요. 우리가 중국 의견을 좀 반영하고 독일 의견을 반영하려면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하는데, 미국도 우리가 이야기하니까 양보하지, 맞붙어서 중국하고 바로 하면 둘 다 조금도 양보를 안 할 거 같더라구요. 마지막날인 12일 새벽 4시까지 셰르파(사전 교섭대표)들이 겨우 합의했는데, 또 후진타오 주석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새벽에는 자는 시간이니까 잠을 깬 뒤에 전화했겠죠. 또 비토하는 거예요. 그래서 합의문에 못 들어가게 되는 거 아니냐, 절망적이었어요. 다시 미국하고 붙으면 도저히 안 되겠고 해서, 나중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내 옆에 앉은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좀 움직이고 노력했어요. 그 바람에 회의 속개가 좀 늦어졌지요. 회의 끝나는 시간에 맞추려면 어떻게 해요. 미국은 자신들이 말하면 (중국을)납득시키기 어려울지 모르니까 독일을 보내고, 또 내가 가서 이야기 하고 해서 합의문이 됐어요. ▲배 주필=중국이 막판에 어느 부분에 제동을 걸었습니까.▲이 대통령=(경상수지 흑자 적자폭의) 가이드라인을 경주에서 만들어서 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기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만 해서는 효력이 약하잖아요. 기준을 정하는 데는 실무회담도 해서 만들어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리죠. 그러나 그냥 기준을 만들자고만 해서는 무슨 소용 있어요? 언제까지 하자는 것을 넣는 게 힘들었던 거지요.▲배 주필=좀더 구속력 있는 타임라인을 정하는 문제였군요.▲이 대통령=그게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한다 하니까 19개 나라는 이해를 하고 나중에 중국이 합의했는데 또 다시 뒤집어졌던 겁니다. 여러 나라가 도와줬어요. 한국이 애쓰는 거 보고 대단히 감동적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처음에는 한국이 그냥 대회나 열지, 그렇게 내용에서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거 같아요. 센 사람들이 모이니까. 어떻게 보면 한국의 역할이 되게 커진 거에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고마워요. 어제(1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첫 발언을 하면서 G20 서울 정상회의를 평가했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때 서울에서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와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본에 왔습니다만.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고 서울 다녀간 정상들이 다 우리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힘을 실어줬어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회의 다녀봤지만 이렇게 한국이 역할을 할 줄 몰랐다. 한국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역할을 좀 도와야 한다"면서 거들었어요.▲배 주필=우리나라에 대한 주요국 정상들의 인식이 더 새로워진 면이 있군요.▲이 대통령=그 분들은 한국이 자기들끼리 열심히 해서 소득이나 올려서 사는 나라다 이 정도 생각을 한 경우도 있었던 것이지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남을 위해서 역할을 해온 게 없잖아요. 우리가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국으로 바뀐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를 위해 영향을 미치고 거기에 기여하게 되었잖아요.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런 역할은 다 남이 하는 거고 우리는 따라가는 거다 생각했는데, 이번엔 그 일을 헌신적으로 하니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기여를 한다는 점을 직접 본 셈이지요. 어떻게 보면 원조를 받다가 준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절차로, 우리가 잘 살게 되니까 준다 하는데, 이번에 이 일(G20에서의 역할)을 보고 '한국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기여를 하는구나'라는 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게 많이 감동을 준 거 같아요. 사실 우리도 이제는 구경만 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세계경제가 잘 돼야 그 효과를 우리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고.▲배 주필=동아일보 윤종구 동경지국장 말에 따르면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에 관한 보도와 논평, 드라마 이런 것들이 넘쳐나는데, 과거에도 그러한 때가 있었지만 상당부분 네거티브한 쪽이던 것이 지금은 양도 양이지만 질에 있어서 한국을 포지티브한 쪽으로 평가하는, 그런 점이 달라졌다고 합니다.▲이 대통령=맞아요. 요즘은 세계 어느 신문이든 세계 일류신문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다 크게 다루는데, 이럴 때 잘 해야 돼요. 남이 인정해주고 평가해주고 이럴 때 우리가 잘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잘해야 돼요. 88 서울올림픽 때 교통질서나 이런 것을 얼마나 잘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끝나고 다시 그전처럼 되돌아가니까 문제죠.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하고 난 다음에 그때 사회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회질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죠. 우리도 어떤 계기를 만나면 그것을 잘 활용해서 유지 발전시키는 게 참 중요해요.▲배 주필=동아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잘 치러지도록 한 시민정신이 빛났고 경찰과 군도 애썼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이 대통령=예, 봤습니다. 정말 우리 국민, 우리 시민이 잘 해주셨습니다. 그 덕에 된 거죠. 이번에 시민의식이 좋아졌으니까 잘 되었죠. 또 준비한 사람들도 각자 맡은 역할을 다 잘 해주니까 나는 지휘자로서 거저 득을 본 거죠. 나는 점수를 국민 모두에게 드리고 싶습니다.▲배 주필=차량 2부제 같은 것을 강제는 안 했지요?▲이 대통령=과거에는 행사 있으면 일방적으로 차량 2부제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금지 이런 걸 했는데 이번에는 사실 풀었어요. 이번엔 내가 "시민 자율에 맡기는 게 좋겠다. 2부제도 자율에 맡기자"고 그러니까 교통 전문가나 관료들은 부정적이더라구요. '막상 자율에 맡기고 보면 잘 안됩니다'라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당신들이 잘 알아서 하시오" 이렇게 해놓고, 하룻밤 자고 그 다음날 나와서 다시 자율로 하라고 했어요. 우리 국민의 수준이 과거와 다르다, 믿어봐라, 맡겨보자, 좀 막히면 막히더라도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굉장히 달라졌더라구요.▲배 주필=저도 시민의식을 매우 긍정적으로 봤습니다.▲이 대통령=과거에 어떤 행사가 있을 때는 강제로 통제를 했기 때문에 강제 기간이 지나고 나면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나는 정부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고 봅니다. 이번에 우리가 국민수준을 믿고 자율에 맡겼더니 역시나 그렇게 잘 되었다 이거죠. 그러니까 나는 국민의 수준이 정책을 펴는 정부 수준을 앞서가고 있다, 더 국제화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봅니다. 물론 우리는 분단된 나라니까 안보 면에서 각국 정상들의 안전 문제가 더 심각했지요. 그렇지만 기초질서에서 시민들의 협조는 자발적이었습니다. 그게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굉장히 고마운 마음을 느낍니다. G20이라는 것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또 다른 거니까. 앞으로 1, 2년 계속되면 한국이 이런 역할을 그때 했구나, 이렇게 될지 모르지만, 이 어려운 회의에 임하고 협력하는 우리 국민들의 자세를 보았습니다.▲배 주필=G20 회의 반대시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 대통령=시위 문제도 아마, 각국에서 회의를 할 때마다 이렇게 조용하게 한 나라는 없을 겁니다. 물론 이번에도 (시위를) 조금 하긴 했지만, G20 회의 시작 전에 국제 노동계 인사들을 만났을 때도 이야기 했습니다. "G20 회의가 일자리를 만들고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분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니 G20 회의를 권장하고 격려를 해야지 반대할 일은 아니다. 협력해 달라"고 했습니다. 노동단체장들에게도 요청하고 해서, 어떻든 회의 당일, 이틀간은 시위가 없었잖아요.▲배 주필=정부도 많은 경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이 대통령=회의는 의제를 어떻게 한다는 거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운영 아니겠어요? 해당 분야 공무원들도, 경찰도 자기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잘 해주었어요. 다른 정상들이 "아 정말 놀랍다" "아무 불편 없이 돌아간다"고 칭찬을 많이 했어요. 회의 의제들이 난제들인데도 회의 자체도 계획한 대로 진행됐어요.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회의한 경험으로는 진행 차질이 적지 않았는데 우리는 이번에 잘 맞춰냈습니다. 그래서 내가 고맙고 미안해서 정상들에게 "협조해주셔서 고마운데, 한 가지 얻은 교훈이 있다. 의장이 진행하는데 여러분이 조금씩 양보하고 협조해서 회의 전체가 다 계획대로 됐다. 국제문제도 조금씩만 양보하면 세계가 균형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고 했더니 서로 웃는 거에요.▲배 주필=김윤옥 여사님도 역할과 고생을 많이 했지 않습니까.▲이 대통령=부인들 파급효과가 큽디다. 정상들이 부인들한테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지요. 남편들이 약하긴 약해요. 이번에 다들 이야기를 하는데, 역시 우리가 보여주는 것은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이런 큰 행사에서는 퓨전문화보다는, 그건 그것대로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문화도 음식도 100% 순수하게 우리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정상 부인들이 한국이 아주 훌륭한 고유문화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고, 창경궁 비원 이런 데 가보면서,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에 감동을 받은 거예요. 첫날 우리(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각각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행사를 했는데, 그러니까 국립, 민간 다 잘 돼 있는 것을 외국 정상들과 부인들이 알고 감동을 받았다는 겁니다. 또 날씨도 많이 도와줬어요. 황사가 온다 했는데 바로 그쳐 다음날 날씨가 또 봐줬어요. 그런 면에서 가끔 일기예보가 틀리는 것도 좋더라구요(웃음). 행사가 운도 있었어요.▲배 주필=G20 서울회의 경험을 앞으로 계속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이 대통령=이번에 나는 사실 지휘자니까 각 분야에서 그 의제를 만들고 실무적으로도 장관은 장관의 역할, 셰르파는 셰르파의 역할을 어떻게 하는지 보았습니다. 이 역할들이 굉장히 성공적으로 되었어요. 물론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보니까 공직사회에도 인재가 많다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외부에서 참여한 전문가들도 잘 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많이 모이면 서로 협력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아주 협력도 잘 되고….▲배 주필=이번에 G20 회의에 참가하지 못한 나라들에게 한국의 역할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있겠지요.▲이 대통령=지금 신흥국들은, 중국까지도 덩달아 좋아하지요. 신흥국이 해냈다 하는 동료의식을 느낀다고요. 이번에 G20 회원국 이외에 아프리카 대표국들을 초대했는데, 제 손을 잡고는 놓지 않아요, 이제까지 많은 국제회의를 다녔지만 정말 한국이 진심으로,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해서 액션플랜을 만들었거든요. 그걸 감동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신흥국, 개발도상국들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다른 개도국들은 한국의 역할에 대리만족을 하는 거죠, 한국이 했다라는 거보다 "우리가 했다"고 하는.▲배 주필=일종의 신흥국 역할 모델로 봤을까요.▲이 대통령=나는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는데,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그분들이에요.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우리 책임감이 크죠. 그냥 우리가 원조 받다가 준다 하는 것은 우리 이야기고, 남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일 수 있죠). 이번에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을 의제로 올렸다는 것 그 자체로, 어제 요코하마 APEC에서도 '한국이 개발 문제를 넣었다'고 각국 정상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서 내가 너무 고맙고 송구해서 일어서서 45도로 인사를 했다고요.▲배 주필=이제 기업들도 G20 회의 성과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대통령=나는 기업 금융 이런 쪽이, 변화하는 추세를 알아서 이 기세를 타야 한다고 봐요. 이 조류, 이 기세를 타야 되는데 그래서 나는 우리 국민들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기업인, 국민, 관광객이 나가더라도 한국이 어깨를 펼 만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목에 힘을 줘선 안 되죠. 목에 힘주는 것은 교만이니까, 교만은 실패를 부르니까 교만하지 말자는 것입니다만, 목에 힘을 빼고 겸손하게 하면서도 가슴을 펴고 어깨를 펴자는 겁니다.▲배 주필=기업들은 어떤 점에 착안해야 할까요.▲이 대통령=이제 G20이나 이런 데에서 토론되고 논의되는 게 강제규범이 되거든요. 금융제재를 만들면 그게 바로 우리 한국의 금융기관에도 해당되고, 또 앞으로 녹색성장이나 이러한 것들도 논의가 많이 되었는데 잘 적응해야 하겠습니다. 세계가 앞으로, 예를 들어 네슬레 같은 기업은 자기들이 농산물 원료를 수입하는데, 그것도 말하자면 녹색성장 기준에 맞는 것을 수입하고, 그리고 구매하는 나라에 감시단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비즈니스 서밋에서 이야기되었다고 하거든요. 그럼 결국 세계가 그런 추세로 갈 것이다 하는 것을 알고 대응해야지요.우리가 회의를 주최만 하면 뭐해요. 각 분야에서 나아가는 방향을 알고 선점을 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를 모든 분야에서 활용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된 이야기지만 정치도 걸맞게…. 이번에 반부패 관련 세션이 있었는데 내가 공정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했어요. 거기에 또 관심을 갖더라구요. 나는 "공정사회가 굉장히 필요하다. 그래서 성숙한 단계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앞서서 스스로 이것을 계기로 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국민보고대회 형식을 밟아서 여러 계층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냥 '우리가 잘했다'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를 찾아나가겠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도 더 발전시켜 주셨으면 합니다.▲배 주필=G20 서울 정상회의 국민보고대회군요.▲이 대통령="우리가 잘 했습니다" 이거보다는, "이걸 계기로 우리가 어떻게 합시다" 이게 중요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있는 분들은 지금 세계에 나가면 스스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걸맞게 우리가 하자, 그냥 '좋다 좋다'고만 해선 안 되고 선점을 하는 게 중요해요.▲배 주필=이제 또 오늘(14일) 귀국하시면 국내 문제도 많을 텐데요. 임기 3년차 마무리, 그리고 내년이 중요할 텐데요.▲이 대통령=내년도 일 하는 해지 뭐 허허.▲배 주필=그래도 국정구상을 가다듬고 계실 텐데, 특히 우선과제로 어떤 것들을 어떻게 이번에 한번 잘 마무리 해 보겠다고 생각하십니까.▲이 대통령=나는 아직 마무리할 단계는 아니고…. 나는 그저 목표가, 내 임기 중에 뭐 큰 성과를 만들어서 이뤄내 놓겠다 이거보다는, 우리가 선진국가가 되는 분야별로 기초는 닦아놓고 나가겠다 그것입니다. 우리가 정치를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죠. 그러나 나는 내 임기 중에 하기 위해서 무리를 하기 보다는 내가 한 것이 모든 분야의 기초를 다져놓고 나가자 하는 겁니다. '공정사회'를 부르짖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뭐 공안정치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전혀 거기에서 출발한 게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기초를 닦아 놓고 나가자, 그래서 차기 정권이 들어오면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자 이게 큰 목적이에요. 내가 내 일만 그저 해서 성과 내겠다고만 하면 이 다음 정권도 그렇게 하게 되죠. 예를 들어 복지도 포퓰리즘에 빠져서 해선 안 됩니다. 우리 복지정책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강화되고 있잖아요. 속도로는 1등입니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도 우리 같은 상황과 경제수준에서 어떻게 했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속도 빠릅니다. 물론 빈부격차가 벌어진 측면, 이것도 어느 정도 복지정책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복지가 포퓰리즘에 빠지면, 지금 앞서간 선진국들이 빠진 것과 같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지요. 그러면 얼마나 우리가 어리석어요. 남의 성공과 실패를 보고 다 배워야지, 우리가 후발이면서 똑같이 실패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보육이나 교육 이런 몇 가지 측면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특별히 정말, 보수정당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했는데, 교육의 기회를 주고 보육의 기회를 줘서 이제 여성들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자 하는 정책에서 합니다. 그래서 복지의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복지가 아직 효율이나 전달과정에서 보면 어떤 데는 혜택이 가야 될 곳에 가지 않는 데가 있고 또 이중 삼중 가는 곳이 있습니다. 1차 전산화로 점검해 보니까 벌써 그런 것이 많이 나왔죠. 앞으로 차근차근, 그것도 기초를 다져서, 모든 분야를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정치분야까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는 스스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배 주필=정치에서 기대하는 바가 없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이 대통령=크죠. 모든 분야가 사실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으니까 정치가 앞서주면 좋은 거죠.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정치를 바꾸는 것도 누군가가 옛날 독재시대같은 그런 발상으로는 안 되고 스스로 해야 한다 봅니다.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에서 말할 것이라면, 당당하면 밖에 나와서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법률도 시대에 맞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지요. 어제 법률을 붙들고 맞지 않는 것을 하는 동안 시간은 지나 버리고…. 그런 문제를 정치권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고 있죠, 그래서 나는 내 임기 중에 뭘 어떻게 중점적으로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나는 취임할 때 그렇게 생각하고 했습니다. 그런 일에 언론이 많이 협조해주면 좋겠습니다.▲배 주필=특히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신 말씀인지요.▲이 대통령=예를 들어 선거제도와 공천제도에서부터 말입니다. 지역에서 사람을 뽑을 때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이 한 명도 안 되고 또 영남에선 민주당이 한 명도 안 되고, 부분적으로 그런 것은 모르지만 우리같이 이렇게 되어서는 문제지요. 이런 것도 선거법을 좀 바꾸고 하면…. 이런 것도 우리가 요구하고 있고, 행정도 100년 전 GDP의 대부분을 농업이 차지하던 시대의 것이니까, 경제성장을 행정구역에 맞춰 하려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행정구역을 떠나 광역으로 하자는 것도 거기에 베이스가 있는 거죠. 그런 것에 기초해서 하나씩 해 나가고 있죠.▲배 주필=그런 문제를 올해에서 내년 사이에…?▲이 대통령=네 그렇죠. 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해서….▲배 주필=변화를 낙관하십니까?▲이 대통령=낙관이다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기보다는 우리 국민 전체의 바람이랄까 수준이랄까 이러한 것들을 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정권이 혼자 나라를 끌고 나갈 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해가 높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배 주필=안보 시스템이랄까 안보 체제에 대해서 여러 형태의 불안이 국민 사이에 있습니다만.▲이 대통령=남북문제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나는 지금이 남북관계도 가장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내가 과거와 같은 남북관계를 답습하면, 그러면 우리도 영원히 평화를 갖지 못하고 북한도 영원히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거죠. 이번에 우리가 크게 깨달은 것은 빈국에게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원조만 받는 나라는 영원히 가난하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G20에서 주장한 게, '자생력을 키워주자 스스로 일어나게 해주자, 식량도 대주지만 시한을 정해서 언젠가 자립해서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이 옳다고 지지하는 게 그 부분이거든요. 남북관계가 정상궤도로 가는 과정은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게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봐줘야 하거든요. 그러나 지금도 소리가 많죠. 무조건 도와줘라 하는데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배 주필=조금 더 설명해주십시오.▲이 대통령=이번 천안함 사태를 보면, 북한이 사과를 잘 안할 겁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이 시인과 사과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우리 쪽의 핑계를 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 소행임을 믿으면서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것을 달리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안에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그것을 믿고 버티는데, 버티면 버틸수록 그쪽이 손해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하면 남북관계가 정상화로 가는데 지장이 있는 거죠. 나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상적으로 안 되어 있었거든요. 정상적 관계가 아닌데 거기에서 개선은 임시방편이죠. 여기 메우면 또 다른 데가 터지는 식이어선 곤란합니다. 그렇게 미봉해서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같잖아요. 좀 퍼주면 좀 조용하다가 또 시끄럽고, 또 좀 도우면 조용하다가 다시 시끄럽고 그런 것을 반복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빨리 진정한 의미에서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정상화된 관계에서 대화도 하고 협력도 하고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나는 봅니다. 남북관계는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인정해주시고 언론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배 주필=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한 정보는 들어옵니까.▲이 대통령=남북관계니까 정보가 있다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고요. 나는 북한 내부의 일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뭐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김정일 위원장이 있는 한 김 위원장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우리가 세습에 대해서 너무 지나친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죠. 관심은 북한 주민들이 갖는 거죠. 이제 북한 주민들도 옛날 주민이 아니지 않겠어요.▲배 주필=북한 주민이 변했다는 건가요.▲이 대통령=변하는 과정이죠. 북한 사회도 바람직하게 바뀌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북한에 "변하라 개방하라"고 하면 오히려 변하지 않고 개방하지 않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중국을 배워라"고 하는 것이고, 같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성공한 사례니까 중국을 배우라 하는 것은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아요. 이제까지 개방하라 변하라 하니까 반발심이 생기는데…. 나는 북한 주민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긍정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작지만 변화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죠.▲배 주필=정치권 변화를 언급하셨는데 국회에서 당면한 예산 문제, 4대강 문제가 있는데요. 일부 반대를 위한 반대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야당과의 대화를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이 대통령=대통령이 나설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그렇게 (대화를) 하는 거죠. 내가 온 세계 사람하고 대화하고, 풍속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외국 정상들하고도 친하게 이야기하는데, (야당과 대화를)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요. 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면 대화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예산 문제는 국회가 알아서 할 것이고 4대강 사업도 모르긴 몰라도 반대하는 사람들도 '하긴 해야 할 일이다'고 생각할 거예요.▲배 주필=주민들도?▲이 대통령=과거에 보면 인천공항, 경부고속도로, 고속전철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계속 반대하거든요. 4대강 예산의 국회통과 문제는 당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법안들은 (처리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민간이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또 요즘 감세 정책 때문에 시끄러운데, 세계 모든 나라들의 추세는 감세를 하는 거죠. 그런데 지난번에 우리가 감세를 했잖아요. 하나는 보류가 되었고. 감세하면서 오히려 세원이 좀 늘어났어요. 세수가 3조원 이상이 더 늘어났잖아요. 결국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납세가 공정하게 집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이것은 대기업도 포함해서 소상공인까지 납세를 100%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세율이 높으면 자꾸 절세하고 탈세할 생각을 한다 이거죠. 심리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절세를 하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탈세까지 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세율을 가지고 세원은 넓히고 납세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거죠.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거의 이제까지 무풍지대로 왔잖아요. 그런 쪽의 세원을 좀 포착을 하고…. 가장 성실한 사람들은 봉급생활자입니다. 뭐 탈세도 절세도 어렵죠. 또 세수를 거두는데 비용도 안 들어요. 자진납부를 하니까.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개인이 원천소득세를 내는 그런 수준에 가면 지금보다 세율이 훨씬 떨어져도 돼요.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겨요. 그러면서도 우리가 유보된 세율(인하)을 2012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 시기에 맞춰서 (판단해야죠). 그러나 그걸 조정한다고 해서 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은 (감세로) 가고 그러나 유보된 것을 이번에 실천할 거냐 1,2년 연장할 것이냐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자,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지금 재정건전화를 하려면 세수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무엇으로 거두느냐 하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게 이념적 논쟁으로 가선 안 됩니다.▲배 주필=그동안 시련도 있었고 영광도 있었는데, 정상회의를 다니고 하면서 새로운 잠재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신 게 있는지, 또 인사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요.▲이 대통령=인사는 자주 해선 안 됩니다. 지금은 경제가 외교이고, 외교가 경제인 시대이고 서로 구분이 없거든요. 그래서 외교관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상들이 하는 일이 전부 경제지요. 외교에는 인맥이 또 중요합니다. 일본이 지금 가장 그런(아쉬운) 것은 어제 만난 장관이 그 다음에 또 바뀌고 하는 거죠. 어느 장관이 그래요 '내 재임 중에 5번째 (일본 장관을) 만난다'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인사는 안 하려고 하죠. 적재적소에서 바뀌어야 할 직책이 있거나 새로운 업무에 따라 (필요가 있으면) 하지 일률적인 개각은 없어요. 그게 실용이고 그것이 실제 국제사회에도 일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보죠. 안정감을 주거든요. 그래서 그 점은 좀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고요. 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어떻고 하는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사람이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나는 그걸 잘 이해를 못해요. 내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건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의 이야기죠. 나는 힘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힘을 가지고 안하는 사람이 힘이 빠질 일이 뭐 있어요. 난 그걸 납득을 못해요. 서울시장 때도 오전 10시에 퇴임식 한다고 하길래 임기가 언제까지냐고 물었더니 퇴근시간까지라고 해요. 그래서 퇴임식이 뭐 필요한가 하고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나왔죠. 공무원들, 시민들과 함께 인사하고. 사실 들어오는 기관장은 반겨도 나가는 사람은 안 쳐다보는데, 그만두고 나오니까 공무원직장협의회, 환경미화원, 청계천 상인들이 감사패를 들고 왔더라구요. 일하는 사람은 끝까지 일하다 나오잖아요. 독재정권이 힘을 휘두르면 힘이 빠지지만, 일하는 사람은 자꾸 힘이 더 나죠. 그 점을 언론이 알아줬으면 해요. 레임덕이다 반환점을 돈다 하는데 우리사회가 아직 독재시대, 3김 시대를 못 벗어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권력을 안 휘두르는데 무슨 레임덕이 있어요. 힘 가지고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는 거지, 일하는 사람은 갈수록 더 힘을 내는 거죠. 그게 평소 생각이고 또 그렇게 실제 살아왔고, 그냥 맹탕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그런 점에서 언론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남북문제 국제관계는 국익측면에서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하죠. 지난번 리비아 (외교마찰) 사태를 보니까 국내언론 1면에 돈을 몇 십억 원 준다 이렇게 났더라구요. 너무 큰 오보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우리한테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오느냐'고 하는 거죠.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을 보니 언론도 국익 관련해선 참 신중하더라구요. 언론이 쓰는 정론은 매일 정독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참고를 합니다.요코하마=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동영상=李대통령 “G20에서 역사적 성과 냈다”}

    •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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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장엽 사망]민주당 등 야권, 1년전과 다른 애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빈소 조문, 김정은으로의 후계 세습 등 최근 북한 관련 문제를 놓고 민주당 등 야권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12일 오전 양승조 대표비서실장이 손학규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황 전 비서의 빈소를 조문한 데 이어 오후엔 박지원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직접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표비서실장이 대신 (조문을) 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측근은 “황 전 비서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이라기보다는 원내대표로서 온 것”이라며 “생전 고인과 많이 껄끄러웠다. 고인에 대한 역사적 개인적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망자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으로 분단국가에서 어려움을 당했다가 작고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이를 놓고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역할 분담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가 나서는 형식을 통해 당의 공식적인 조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직접 조문할 경우 당 내부에서 손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황 전 비서는 분단체제의 희생자이지만 국장(國葬)도 아닌데 당의 공식 조문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당 차원에서 조문을 전면 거부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 내부, 국민 여론, 북한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날도 황 전 비서 조문에 대해 “계획이 없다”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해 6월 우리민족연방통일추진회의(연방통추) 초대 의장 강희남 목사가 자살했을 때엔 앞 다퉈 애도했다. 연방통추는 북한이 주도하는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단체로 2005년엔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을 주도했고 강 목사는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적화통일을 가로막아 남한이 양키의 식민지가 됐다” “민족의 정통성은 북에 있다”는 등의 주장을 끊임없이 펴 종북(從北)주의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그럼에도 당시 민주당은 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 “평생을 우리 민족의 통일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고 정세균 당시 대표는 조화를 보냈다. 민노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한평생 오직 민족의 하나 됨과 민중이 주인 되는 새 세상을 꿈꿨던 순수하고 진실했던 선배 운동가였다”며 강 목사의 사망을 ‘순절’로 규정했고 진보신당도 “고인이 평생 몸으로 실천했던 민주화와 평화통일의 길에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논평했다.한편 이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민노당은 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지난달 30일자 논평에서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5일자 보고서에서 “과연 현재 후계자로 부각되고 있는 김정은이 이러한(북한의) 후계자론에 비추어 합당한 내용과 절차를 거쳐 후계자로 등장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후계자로 확정된다면 그것이 과연 세습인지에 대해서는 심중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세습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진보정치 세력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이 확인된 직후 즉시 논평을 내고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 국가로 가는 것”이라며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민족해방(NL)을 표방하는 민노당과 민중민주(PD)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은 2008년 종북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갈라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동영상=故 황장엽 빈소, 조문행렬 이어져}

    •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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