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주한美대사 인준청문회 “이사에 지친 딸들이 ‘직업 바꿔보라’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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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혼자 사회-질의 진행… 관례따라 가족도 함께 출석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51)가 한국 부임의 마지막 관문인 상원 인준청문회의 벽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짐 웹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민주·버지니아)은 21일 김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끝난 뒤 “인준은 8월 6일 의회 휴회 이전에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인준 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워싱턴 시내 연방상원 오피스인 덕슨빌딩 419호에서 열렸다. 청문위원들이 앉는 단상에는 청문회를 주재하는 웹 위원장만 참석했을 뿐 다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른 청문위원들은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결국 웹 위원장 혼자 사회를 보고 질의까지 하는 1인 청문회로 막을 내렸다.

대부분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김 지명자와 관련해 논란이 될 만한 문제가 없는 데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최대 현안인 부채한도 인상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지명자는 웹 위원장을 직접 방청석으로 안내해 바로 뒷줄에 앉아 있던 부인 정재은 씨와 두 딸, 조카 및 형 등 가족을 소개했다.

인준 청문회장에 가족들을 동반하는 것은 미 의회의 전통이다. 가족이 청문회에 나와 영광스러운 자리에 지명된 것을 함께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상원의 공직자 인준청문회는 그 대상이 차관보급 이상 공무원 등 600여 자리에 이르는데 결코 호락호락한 형식적 통과의례는 아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뒤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수개월씩 걸리고 청문회가 며칠씩 열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이날 김 내정자 청문회에서 보듯 일단 자격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내정자에 대해서는 앞길을 축하해주고 본인의 다짐을 들으며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김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35년 전 나를 미국으로 데리고 온 부모님은 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첫 주한 미국대사로 일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공직에서 일하기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외교관이 됐을 때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했고 한반도 관련 일을 하게 됐을 때는 무척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김 지명자는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에 경의를 표시했다. 그는 “한국민의 놀랄 만한 성공스토리에는 한미 양국의 강력하고 건설적인 동맹과 파트너십이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교관은 특별한 지위이지만 가족에게는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때때로 두 딸이 ‘이사 그만 다닐 수 있도록 나가서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해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해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웹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북한의 권력 승계 및 주한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간략하게 질문했고 김 지명자는 자신의 소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청문회장에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방청객으로 참석해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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