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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A기업 오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영계획 회의에서 계열사 사장 한 명이 “자동화기기를 더 들여오자”는 말을 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계열사 사장의 ‘아이디어 제안’은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5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었다. A기업은 경영 여건상 직원을 더 뽑기 힘들고 임금을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계열사 사장은 ‘자동화기기를 도입해 사람을 줄이는 대신 임금을 올려 정부에 성의 표시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는 정부 정책에 의문을 표시했다. 소비 회복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임금 인상이 과연 진정한 해법이겠냐는 것이었다. 일부 기업이 당장 사람을 덜 뽑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편법을 쓸 수도 있고, 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을 큰 기업의 근로자(정규직)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7%에 그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기업 오너는 “정책 당국자들이 바둑으로 치면 두세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펴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는 ‘듣기 좋은 말’이 때로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2013년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커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될 때도 그랬다. 이디야커피는 당시 가맹점이 급증하는데도 직원을 제대로 못 뽑아 ‘속앓이’를 해야 했다. 중소기업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 200명 이상 또는 연 매출 2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직원 수가 200명에 육박하던 이디야커피는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채용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14년 6월 커피업종의 중기적합업종 신청이 철회된 뒤에야 공개 채용에 나설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규제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요즘 유행처럼 일고 있는 일부 ‘반값’ 정책도 다르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에 추진한 ‘저축 식당’ 정책은 서울 영등포시장역 주변에 식당을 열고 빈곤층의 밥값 절반을 적립한 뒤 당사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인근 상인들이 강력 반발했다. 결국 서울시는 반값 식당 정책을 포기하고 인근에 복지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임금을 올려주고 빈곤층에 반값 식사를 제공한다…. 언뜻 보면 달콤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을 덜 뽑을 수도 있고, 주변 상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당장 4·29 재·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4·30 총선도 있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발언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달콤함 속에 감춰진 이면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1980년대 중반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애물단지’와 다름없었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 재배 농가에 적지 않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을 기대하는 농민들이 생산을 늘리자 키위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다. 보조금 증가로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뉴질랜드 정부는 결국 ‘극약처방’을 내렸다. 키위 재배 농민에게 주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뉴질랜드 키위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질랜드 농민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최근 방한한 피터 맥브라이드 제스프리인터내셔널 회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보조금이 끊긴 뉴질랜드 농민들이 고심 끝에 1997년 설립한 것이 협동조합 형태 회사인 ‘제스프리인터내셔널’”이라며 “농민들이 보조금을 포기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에만 기대는 구조를 혁신하지 않았다면 뉴질랜드에서는 키위 산업 자체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스프리는 농민이 100% 주주인 회사로 키위의 마케팅과 영업을 전담한다. 농민들은 생산에만 전념한다. 현재 제스프리 키위는 연 매출 1조1300억 원(2014 회계연도 기준)을 올리며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매출 중 95%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대개의 농산물은 범용품(commodity)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중요해요. 소규모로 싸우면 비용이 높아져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요. 브랜드 구축 등으로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가 힘듭니다.” 제스프리는 차별화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조합장 역할은 농민 출신이 맡도록 했지만 마케팅과 영업 등의 업무를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레인 제이거 현 대표이사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호텔 리조트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글로벌 환경기업인 비올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뉴질랜드 최대 철강회사인 뉴질랜드스틸에서 왔다. 제스프리는 일반 소비자와 도매상,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마케팅을 한다. TV 광고를 집행하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키위의 효능을 입증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간 마케팅 비용은 15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뉴질랜드 정부가 키위 재배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없다. 정부는 제스프리의 연구개발(R&D)만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맥브라이드 회장은 “‘보조금으로 버티는 농업’은 가격을 왜곡시키고 궁극적으로 시장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협동조합 운영 역시 온정주의와 정치성을 배제해야 재무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브라이드 회장은 “협동조합도 하나의 기업인만큼 소비자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소비자들이 맛있고 영양가 높은 키위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품질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스프리는 매출액의 2.5%를 R&D에 투자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CJ그룹이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를 개발하는 법인을 설립해 종자산업에 진출한다. CJ제일제당은 26일 서울 중구 필동로 CJ인재원에서 우수 농산물 종자 개발을 위한 전문법인 ‘CJ브리딩’의 출범식을 열였다. 이 자리에는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이영식 한양대 분자생물학과 교수를 비롯한 CJ브리딩 자문위원단이 참석했다. CJ브리딩은 쌀, 콩, 녹두 등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농산물 종자를 연구개발하고 그 종자를 계약재배 농가에 보급해 상품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가 개발해 지난해 즉석밥(‘큰눈영양쌀밥’) 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서농 17호’ 쌀과 같은 신품종이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농 17호는 영양가 높은 쌀눈의 크기가 일반 품종의 3배인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종자에 대한 기초연구는 학계와 정부기관이 수행하고, 시험재배 등의 연구개발은 CJ브리딩이 담당하며, 상품화 재배는 농민이 맡는 사업구조가 새로운 상생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앞으로 3년 안에 회사를 농민들이 참여하는 ‘종자농업법인’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종자시장 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이 CJ브리딩을 설립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 종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토종 종자 개발은 성과가 미흡한 데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내 종자시장의 절반은 다국적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종자업체들은 외환위기 이후 잇달아 다국적 업체에 인수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172억 원이었던 해외 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이 2020년 79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CJ브리딩이 개발하는 우수 종자가 국내 농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그동안 축산농가들이 제기해 온 ‘물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백신) 논란’이 사실로 드러났다. 농민들의 이의 제기를 무시해 온 정부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산하의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로부터 ‘한국에서 사용 중인 기존 백신 균주(오 마니사·O manisa)와 최근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0.1∼0.3)이 낮은 수준’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백신 접종 효과는 면역학적 상관성이 1에 가까울수록 높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상관성이 0.3을 넘어야 구제역 방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지난해 12월 초 충북 진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계속해서 백신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백신 접종을 한 돼지에서도 연거푸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접종을 받아도 일부 개체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을 잘 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심지어 백신 접종 후 항체(면역체)가 생길 때까지의 2주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거나, 백신을 1번 접종하면 항체가 잘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백신 효과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농식품부는 올해 2월 기존 백신에 ‘오(O) 3039’ 균주를 추가한 새로운 백신을 수입해 구제역 발생 지역에 한해서만 우선 접종해 왔다. 물백신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자 농식품부는 26일 브리핑을 갖고 “과거에 발생했던 구제역의 바이러스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백신을 사용해야 할지 예상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2월에 들여온 백신을 상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 백신 재고(500만 마리분)는 돼지가 아닌 소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 등으로 이미 과태료를 부과받은 축산 농가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 1위 가구 전문 기업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76·사진)이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을 개발하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사재 4600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조 명예회장의 출연금은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는 뉴딜 정책과 마셜 플랜, 주요 20개국(G20) 체제 등 수많은 정책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한샘은 26일 조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 534만 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260만 주를 공익재단인 ‘한샘드뷰(DBEW) 연구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은 세계 변화를 예측하고 열강의 각축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조 회장이 2012년 5월 설립했다. 조 명예회장이 출연하는 한샘 주식 260만 주의 가치는 26일 종가(17만6500원) 기준으로 4589억 원에 이른다. 그는 우선 이날 60만 주(1059억 원)를 기부했으며 나머지 200만 주(3530억 원)도 순차적으로 재단 운영을 위해 내놓을 예정이다. 1939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국내 주거문화에 혁신적 변화를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설계사무소를 다니다 1970년 한샘을 창업했다. 아궁이가 있는 전통가옥이 점차 입식 부엌이 있는 아파트 등 서구식 주택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싱크대 같은 부엌 가구 제작에 집중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4년 조 명예회장은 세 딸 중 한 사람이 아닌, 직원 출신의 최양하 현 회장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이후 2012년 한샘드뷰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드뷰(DBEW·Design Beyond East & West)는 ‘동양과 서양을 뛰어넘는 디자인’이라는 한샘의 디자인 철학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샘드뷰 연구재단은 그동안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국의 역사 관련 연구 등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샘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평소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서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한일강제병합이나 남북 분단, 6·25전쟁 같은 비극을 겪은 만큼 과거와 미래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재 출연도 능동적으로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싱크탱크가 우리나라에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조 명예회장은 “르네상스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경험한 유럽처럼 아시아가 문예부흥을 맛보려면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나와야 한다”며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처럼 우리도 국가를 위해 헌신할 지도자를 키워 미래를 대비하는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이 주목한 브루킹스연구소는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과학 연구소이자 싱크탱크로 꼽힌다. 1916년 설립됐으며 1927년 경제연구소와 대학원 기능을 보강해 현재와 같은 조직을 갖췄다. 마셜 플랜(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재건 계획), 유엔 설립 등의 초안을 만들었다. 브루킹스연구소 외에도 미국에는 전 세계 싱크탱크(5500여 개)의 3분의 1인 약 1830개가 몰려 있다. 미국에서 싱크탱크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의 권력기관’으로 불릴 정도다. 고급 인재들이 공직을 마친 뒤 싱크탱크에서 국가 발전 전략을 만들고 실행 방안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가 이미 정착돼 있다. 국내에도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이 개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가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보다는 글로벌 경영 환경 파악과 자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싱크탱크와 차이가 있다.박창규 kyu@donga.com·김유영 기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변신로봇 장난감 ‘또봇’이 중국계 펀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봇의 제작사인 영실업 인수를 추진하는 곳은 중국계 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다. 2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영실업의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헤드랜드캐피털 파트너스(헤드랜드)가 최근 PAG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25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실업은 1980년 김상희 전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레고코리아에 이어 국내 2위 규모의 완구업체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12월 경영권과 지분을 헤드랜드에 매각하며 영실업에서 손을 뗐다. 당시 헤드랜드는 영실업(지분 96.5%)을 600억 원에 사들였다. 따라서 이번 매각으로 헤드랜드는 2년 만에 1900억 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영실업은 2009년 기아자동차의 견인차 등을 모티브로한 변신로봇 완구 또봇의 대성공으로 급성장했다. 또봇은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785만 개가 팔려나갔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덕분에 2011년 349억 원에 그쳤던 영실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3배인 1100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실업 매출 중 또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이른다.김유영 abc@donga.com·박창규 기자}

삼진제약의 중앙연구소는 제약업계에서 ‘강소 연구소’로 꼽힌다. 2013년 9월 판교로 이전한 이 연구소에서는 3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소 안에는 합성연구실과 천연물연구실, 약리독성연구실, 바이오신약연구실, 제제연구실, 정보행정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삼진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용 안구건조증치료제’(SA-001)는 삼진제약 중앙연구소가 거둔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삼진제약은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안과학회’(Asia-ARVO)에서 이 약의 효능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삼진제약은 당시 학회에서 SA-001이 세계 최초의 먹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는 대다수 안구건조 환자들이 인공눈물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SA-001은 눈에 넣지 않고 간편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안구건조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 치료제는 보건복지부 혁신형제약기업 국제공동연구과제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SA-001은 눈의 결막에서 점액물질(mucin)을 분비하는 술잔세포(goblet cell)를 증식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삼진제약 측의 설명이다. 안구건조증 환자에서 점액물질 분비가 촉진되면 손상된 안구치료는 물론이고 항염증 작용, 눈물량 증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안구건조증과 관련한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연간 2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며 “경구용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이 미국에서 개발 중인 에이즈 예방제도 주목받고 있다. 삼진제약은 이미 항에이즈 신약 후보물질인 ‘피리미딘다이온’(pyrimidinedione) 기술을 미국에 수출한 바 있다. 삼진제약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미국의 임퀘스트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피리미딘다이온 화합물’을 탑재한 겔타입의 여성용 에이즈 예방제(미국 개발명 IQP-0528)의 개발 임상 승인을 받았다. 피리미딘다이온 항에이즈 화합물은 숙주 세포 내에 바이러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는 등 에이즈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변종 에이즈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여성 생식기 내의 유익한 유산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에이즈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킨다는 게 삼진제약 측의 설명이다. 신희종 삼진제약 중앙연구소장(전무이사)은 “삼진제약은 현재 서울대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 가천의대, 캐나다의 ITR사 등 국내외 유수한 연구 조직들과 폭넓은 연구 협력을 하고 있다”며 “중앙연구소는 신약 개발을 통해 삼진제약이 글로벌제약사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동국제약의 ‘인사돌’은 1978년 출시된 뒤 국내의 대표적인 잇몸약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에는 10여 년간의 산학 연구를 거쳐 개발한 ‘인사돌플러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의 개발에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학연구팀과 충남대 약학대학 생약연구팀이 참여했다. 인사돌플러스는 잇몸의 겉과 속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생약복합성분을 넣어 항염·항균 효과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배기환 충남대 명예교수는 “인사돌플러스에는 생약복합성분이 들어 있어서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잇몸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국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잇몸의 날’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 잇몸의 날은 2009년 동국제약이 대한치주과학회와 손잡고 매년 3월 24일로 정했으며, 3월 24일은 ‘삼(3)개월마다 잇(2)몸을 사(4)랑하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도 건강보험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치주질환(치주염, 치은염 등)으로 치과를 찾은 우리 국민은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잇몸 속의 혈관으로 침투해 심혈관계 질환, 폐질환 들을 일으키거나 췌장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는 치주질환은 전신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대한치주과학회와 함께 소비자들이 올바른 잇몸관리법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잇몸건강지수인 ‘PQ(Perio-Quotient)지수’를 개발하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구강검진 등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동국제약은 올해 잇몸의 날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잇몸, 건강한가요?’라는 캠페인을 열었다.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은 간단한 설문을 통해 본인의 PQ지수를 직접 점검했다. 동국제약은 참가자들에게는 양치용 머그컵을 주고 올바른 양치습관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또 한양여대에서 대한치주과학회 및 ‘인사돌 사랑봉사단’과 함께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스케일링’ 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 자리에는 대한치주과학회 회원과 치위생과 학생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동국제약과 대한치주과학회가 개발한 PQ지수는 12개 문항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일반인들도 간편하게 자신의 잇몸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지표는 다음과 같다. 이 테스트는 치주질환의 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형적인 증상에 높은 배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한 상태, 낮을수록 건강한 상태를 뜻한다. 각 점수 구간별로 △건강한 편(0∼25점) △적극적 관리 필요(26∼50점) △적극적 치료 필요(51∼75점) △중증의 치주질환(76∼100)으로 구분해 본인의 잇몸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대한치주과학회 홈페이지(www.kperio.org)나 인사돌플러스 브랜드사이트(www.insadolplus.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에서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즉석밥 시장은 급팽창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즉석밥 시장 규모는 1810억 원으로 전년(1676억 원)보다 8.0%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소비 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의 쌀 소비량은 최근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02년 278억 원 규모였던 즉석밥 시장은 올해는 7배가 넘는 규모인 2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석밥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1996년만 해도 즉석밥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밥에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즉석밥의 식감과 영양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동안 즉석밥의 소비 행태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즉석밥을 놀러 갈 때 먹거나 비상식량으로 집 안에 저장해 두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상자째 사다놓고 주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1996년 92%였던 즉석밥의 낱개 구매 비중은 지난해 26%로 낮아졌다. 즉석밥 시장이 급팽창하자 식품업계는 ‘즉석밥 전쟁’을 벌이고 있다. 흰 쌀밥 위주였던 즉석밥은 흑미밥, 검정콩밥, 오곡밥, 발아 현미밥 등 잡곡으로 다변화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조리 형태를 채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전투식량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밥솥 없이 바로 짓는 밥’을 내놓았다. 전자레인지 없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게 특징. 컵라면과 비슷한 컵국밥도 인기다. 대상은 건조된 밥과 액상 양념을 용기에 넣은 제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정통 컵국밥’을 판매 중이다. 건강 즉석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풀무원은 ‘곤드레보리밥컵’과 ‘현미취나물솥밥컵’ 등 건강 나물컵밥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슈퍼곡물로 불리는 렌틸콩과 키노아로 만든 ‘햇반 슈퍼곡물 렌틸콩밥’, ‘햇반 슈퍼곡물 퀴노아밥’을, 동원F&B도 ‘쎈쿡 퀴노아 영양밥’을 최근 내놓았다. 즉석밥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희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 담당 상무는 “한국과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즉석밥 시장은 1조 원에 이른다”며 “일본의 1인당 즉석밥 섭취량이 연간 11개로 한국(4.5개)의 2배 이상인 만큼 국내 즉석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에서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즉석밥 시장은 급팽창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즉석밥 시장 규모는 1810억 원으로 전년(1676억 원)보다 8.0%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소비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지는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의 쌀 소비량은 최근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02년 278억 원 규모였던 즉석밥 시장은 올해는 7배가 넘는 규모인 2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석밥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1996년만 해도 즉석밥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밥에는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즉석밥의 식감·영양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동안 즉석밥의 소비 행태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즉석밥을 놀러 갈 때 먹거나 비상식량으로 집안에 저장해두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상자 째 사다놓고 주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1996년 92%였던 즉석밥의 낱개 구매 비중은 지난해 26%로 낮아졌다. 즉석밥 시장이 급팽창하자 식품업계는 ‘즉석밥 전쟁’을 벌이고 있다. 흰 쌀밥 위주였던 즉석밥은 흑미밥, 검정콩밥, 오곡밥, 발아 현미밥 등 잡곡으로 다변화된 데에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조리형태를 채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전투식량처럼 뜨거운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밥솥 없이 바로 짓는 밥’을 내놓았다. 전자레인지 없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게 특징. 컵라면과 비슷한 컵국밥도 인기다. 대상은 건조된 밥과 액상 양념을 용기에 넣은 제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정통 컵국밥’을 판매 중이다. 건강 즉석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풀무원은 ‘곤드레보리컵밥’과 ‘현미취나물컵솥밥을’ 등 건강 나물컵밥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슈퍼곡물로 불리는 렌틸콩과 퀴노아로 만든 ‘햇반 슈퍼곡물 렌틸콩밥’, ‘햇반 슈퍼곡물 퀴노아밥’을, 동원F&B도 ‘쎈쿡 퀴오아 영양밥’을 최근 내놓았다. 즉석밥 시장은 앞으로도 한동안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권순희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 담당 상무는 “한국과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즉석밥 시장은 1조 원에 이른다”며 “일본의 1인당 즉석밥 섭취량이 연간 11개로 한국(4.5개)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만큼 국내의 즉석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CJ그룹은 이달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미생, 내:일을 말하다’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는 취업준비생들이 각 계열사의 글로벌 직무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실제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tvN의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인턴사원들처럼 참가자들은 사원, 대리, 팀장 등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된 멘토들과 팀을 이뤄 프로젝트 기획안을 만들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오전부터 점심시간까지 멘토들과 함께하면서 조직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그룹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비전도 공유했다”고 전했다.인재 전문화와 성과위주 인사 시스템 추진 CJ그룹은 ‘인재제일’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채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채용설명회의 경우 행사를 대규모로 열기보다는 취업준비생들과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밀착형 멘토링을 실시하는 게 원칙이다. CJ그룹은 21일에는 온라인 화상 채용설명회를 실시간으로 열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 메신저 ‘구글 플러스 행아웃’을 활용해 취업준비생들이 그룹의 인사담당자와 화상채팅으로 만나서 채용과 관련한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는 자리였다. CJ그룹은 또 인력의 전문화에도 힘쓰고 있다. 2011년부터 지역전문가 제도인 ‘GE(Global Expert) 제도를 운영해 글로벌 인력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GE들은 파견국의 환경과 어학, 그룹 사업 등에 대해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파견돼 특정 과제를 수행한다. 현재 GE들은 중국, 베트남, 칠레, 폴란드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활약 중이다. CJ그룹은 앞으로 GE 제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CJ그룹은 대졸 신입사원에서 임원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을 20년에서 최단 10년으로 단축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 승진 제도도 운영해 역량 있는 젊은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공서열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성과와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20대 그룹 중 고용계수 1위 CJ그룹은 여성 인력 활용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3년 6월부터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인턴 제도인 ‘리턴십’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리턴십은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인력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재취업 프로그램으로, 현재 총 360여 명이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 E&M, CJ CGV 등 CJ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이와 함께 CJ그룹은 여성 인력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산부 유연 근무시간제, 난임 부부를 위한 시술 비용 지원, 유산 휴가 보장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지원책으로 직원 개인과 회사가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인사 정책을 바탕으로 CJ그룹은 국내 20대 그룹 중 고용계수 1위를 차지했다. 고용계수는 1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때 그룹 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근로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용계수가 크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다는 뜻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식품사업에 주력했던 기존 사업군을 식품서비스, 신유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으로 확장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해서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 주요 그룹 계열 상장사 400여 곳이 20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경영진과 2대 주주가 의견이 엇갈린 기업들에선 주주들이 경영진의 손을 들어 줬다. 기아자동차 주총에서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7.0%)이 반대 입장을 밝혔던 김원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본사 터 매입 과정에서 이사들이 경영진에 대한 감시, 감독 의무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며 재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일동제약 주총에서는 녹십자의 일동제약 이사회 진입 시도가 불발됐다. 일동제약은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서창록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에,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감사에 각각 선임했다. 모두 일동제약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다. 일동제약 2대 주주(지분 29.4%)인 녹십자는 지난달 초 일동제약 경영권 참여를 위해 사외이사와 감사를 자사 추천 인사로 선임해 달라는 주주 제안을 냈다. 재계 3세들의 경영 보폭도 확대됐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은 세아특수강의 기타 비상무이사(오너 일가이거나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비상근이사)로 선임돼 3세 경영의 보폭을 넓혔다. 이 전무는 현재 세아홀딩스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이순형 현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27일 세아R&I 주총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SPC그룹 계열사 삼립식품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차남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를 등기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일부 재계 총수는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SKC 주총에서는 최신원 회장과 최 회장의 매제인 박장석 부회장이 등기임원과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최 회장은 회장직을 그대로 맡는다. 박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최근 대기업 총수와 오너 일가가 5억 원 이상 보수 공개 제도를 의식해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잇따라 사퇴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은 계열사는 CJ㈜와 CJ제일제당 2곳으로 줄어들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이 회장의 병세가 깊어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CJ E&M, CJ오쇼핑, CJ CGV 등 3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김유영 기자}

충남 공주시에서 블루베리농장을 운영하는 금승원 씨(48)는 한때 잘나가는 증권사 직원이었다.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퇴직 후 진로가 막연하다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금 씨는 40대 초반이던 2009년 조기 퇴직해 귀농했다. 현재 그는 재배한 블루베리를 팔면서 농장 방문객들에게 블루베리 잼 만들기 등을 가르쳐주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증권사 연봉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죽기 전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직장생활보다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귀농·귀촌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4만4586가구로 종전 사상 최대치였던 2013년(3만2424가구)보다 37.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4067가구에 그쳤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구주의 연령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귀농·귀촌이 증가세다. 가구주가 40대 이하인 2014년 귀농·귀촌 가구(1만7611가구)는 2013년(1만2318가구)보다 43.0%나 급증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귀농·귀촌 가구 평균 증가율(37.5%)보다도 5.5%포인트 높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고용 여건이 불안정해진 청·장년층이 농촌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귀농·귀촌이 베이비부머 이외의 세대로 확산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귀농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의 인구는 2010년 5만3000명에 그쳤지만 귀농·귀촌 가구가 몰리면서 2014년 6만 명으로 늘었다. 고창군 관계자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일자리가 늘고 지방세 세수도 늘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이나 관광 등의 요소를 농업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도 많다. 귀농·귀촌이 늘어난 데에는 가치관의 변화도 깔려 있다. 2013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귀촌한 황선주 씨(40)는 그동안 꿈꿔왔던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 중국어 강사였던 그는 현재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황 씨는 “경기 용인에서 전세 아파트를 얻어서 각박한 생활을 했던 것에 비하면 생활 수준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3년 1월 귀농·귀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귀농·귀촌의 이유로 ‘경제적인 목적’(45.4%) 이외에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17.3%),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11.4%), ‘건강을 위해’(7.0%) 등의 응답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은퇴자가 많아지고 기대 수명도 늘어나면 도시인들의 귀농·귀촌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오 귀농귀촌진흥원장은 “젊은층의 귀농·귀촌은 농촌 지역 활성화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이나 국가의 복지 지출 축소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충남 공주시에서 블루베리농장을 운영하는 금승원 씨(48)는 한 때 잘나가는 증권사 직원이었다. 직장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퇴직 후 진로가 막연하다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금 씨는 40대 초반이던 2009년 조기 퇴직해 귀농했다. 현재 그는 재배한 블루베리를 팔면서 농장 방문객들에게 블루베리 잼 만들기 등을 가르쳐주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증권사 연봉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죽기 전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직장생활보다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귀농·귀촌자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교적 이른 나이에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가구는 4만4586가구로 종전 사상 최대치였던 2013년(3만2424가구)보다 37.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4967가구에 그쳤던 귀농·귀촌가구는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구주의 연령별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귀농·귀촌이 증가세다. 가구주가 40대 이하인 2014년 귀농·귀촌 가구(1만7611가구)는 2013년(1만2318가구)보다 43.0%나 급증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귀농·귀촌가구 평균 증가율(37.5%)보도 6.5%포인트 높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고용 여건이 불안정해진 청·장년층이 농촌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귀농·귀촌이 베이비부머 이외의 세대로 확산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귀농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의 인구는 2010년 5만3000명에 그쳤지만 귀농·귀촌 가구가 몰리면서 2014년 6만 명으로 늘었다. 고창군 관계자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일자리가 늘고 지방세 세수도 늘었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이나 관광 등의 요소를 농업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도 많다. 귀농·귀촌이 늘어난 데에는 가치관의 변화도 깔려 있다. 2013년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귀촌한 황선주 씨(40)는 그동안 꿈꿔왔던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 중국어 강사였던 그는 현재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기 용인에서 전세 아파트를 얻어서 각박한 생활을 했던 것에 비하면 생활수준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3년 1월 귀농·귀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귀농·귀촌의 이유로 ‘경제적인 목적’(45.4%) 이외에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17.3%),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11.4%), ‘건강을 위해’(7.0%) 등의 응답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은퇴자가 많아지고 기대 수명도 늘어나면 도시인들의 귀농귀촌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오 귀농귀촌진흥원장은 “젊은층의 귀농·귀촌은 농촌지역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이나 국가의 복지지출 축소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김범석기자 bsism@donga.com·김유영기자 abc@donga.com}
SPC그룹 오너 3세들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 SPC그룹은 20일 열리는 주력 계열사 삼립식품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 허영인 회장(66)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38)와 차남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37)를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허진수, 허희수 전무는 각각 2005년, 2007년에 SPC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으며 지난해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삼립식품은 SPC그룹의 모태(母胎)로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대주주의 경영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립식품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SPC그룹 3세들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조 주지홍 총괄본부장… 27일 등기이사 선임 ▼사조그룹이 오너 3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사조그룹은 27일 열리는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오양 등 4개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66)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38)을 이들 회사의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주 본부장은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가 사조그룹 상장 계열사의 등기이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는 이번 등기이사 선임이 주 본부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의 가속화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풀이하고 있다. 주 본부장은 동생인 주제홍 전 이사가 지난해 러시아 출장 중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주 전 이사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으며 지분을 늘려 왔다. 주 회장이 최근 보통주 5만 주를 장내 매도한 것도 상속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디야커피는 이달 중 전국 매장이 1500호점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는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이디야커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2001년 1호점을 시작으로 2003년 100호점, 2013년 1000호점을 내는 등 점포 수를 꾸준히 늘려 왔다. 회사 측은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커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며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이면도로에 중소형 매장(약 66m²)을 내는 전략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디야커피는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주관한 커피전문점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1162억 원)보다 약 40% 늘어난 1600억 원으로 잡았다”며 “고객과 가맹점주 위주의 경영을 통해 2017년까지 2000호점을 내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오비맥주가 올해 카스와 OB 브랜드 제품의 수출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 해외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수입 맥주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44·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같은 해 11월 오비맥주 사장에 취임해 이번에 처음 간담회를 열었다. 브라질 출신의 프레이레 사장은 AB인베브에 1996년 입사해 영업·생산·물류·구매 등을 거쳐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의 부사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는 “오비맥주가 기존에는 다른 맥주 브랜드의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제조업자개발설계(ODM) 방식 위주로 수출했지만, 올해부터는 카스·OB 등 고유의 브랜드 맥주 수출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OB맥주의 수출량인 1000만 상자(한 상자는 500mL 맥주 20병) 중 카스·OB 브랜드 수출량이 150만 상자에 그쳤는데, 올해에는 이를 300만 상자로 늘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이레 사장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맥주 판매 순위에서 2013년 카스가 스노(중국), 칭다오(중국), 아사히(일본) 등에 이어 15위였다”며 “이를 2∼3년 안에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프레이레 사장은 오비맥주가 수입 맥주 브랜드도 늘릴 계획임을 내비쳤다. 그는 “국내 맥주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규모 양조장도 활성화되고 있다”며 “한국 맥주시장이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반길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비맥주도 현재 수입하는 ‘코로나’와 ‘스텔라’를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우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어떤 맥주가 추가로 필요한지 시장 조사를 거쳐 수입 맥주를 추가로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현재 코로나와 스텔라 이외에도 버드와이저, 호가든, 벡스, 레벤브로이, 레페브라운 등 10여 종을 수입 및 판매하고 있다. 맥주업계는 오비맥주의 모(母)회사인 AB인베브가 이미 200여 종의 글로벌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오비맥주가 수입 맥주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프레이레 사장은 이날 한국메세나협회와 청소년 음주예방 운동 협약식을 갖고 지난해 시작한 청소년 음주예방 운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의 하나로 ‘무역이득 공유제’를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무역이득공유제는 FTA로 수혜를 보는 산업의 순이익 중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중 FTA 발효로 발생할 수 있는 농·어업 분야의 피해를 보전할 대책 중 하나로 무역이득공유제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6월 한국농업경제학회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유관 부서와 협의해 최종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FTA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역이득공유제 시행을 충실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전남도와 경북도는 농식품부가 4일 개최한 시도농정국장회의에서 “한중 FTA 국내 대책의 핵심 사안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무역이득공유제와 관련해서는 논란과 산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독립적 경제주체인 기업의 이익을 다른 곳에 나눠주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무역이득공유제를 포함한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특별법 개정안’은 2012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산업별, 기업별 이익 산출이 힘들다는 점과 개별 기업의 이득을 산출하더라도 그것이 FTA에 따른 것인지, 기술 혁신 등 기업의 노력에 따른 것인지를 명확히 가리기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무역이득공유제는 현재 논란이 되는 ‘초과이익 공유제’(대기업이 초과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처럼 과잉 입법이자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11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지하철역 3번 출구를 나와 수제화 가게와 아파트형 공장, 자동차정비소, 금형공장을 지나 도착한 카페의 외관은 낡고 거칠었다. 카페 옆에 있는, 녹슨 철문이 달린 물류창고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골목길에는 드럼통이 늘어서 있었다. ‘자그마치’란 이름을 가진 이 카페에선 수입 신발 브랜드가 주최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카페 안엔 스팽글(반짝거리는 얇은 장식 조각)을 단 캔버스화 등 실험적인 디자인의 운동화들이 놓여 있었다. 골목에선 쇳조각 깎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카페로 들어온 소음은 DJ가 틀어대는 클럽 음악에 묻혀버렸다. 패션 디자이너들과 바이어들은 삼삼오오 모여 칵테일을 마시거나 춤을 췄다. 이처럼 낡은 공장과 문화 공간의 ‘어색한 동거’가 오히려 매력을 뿜어내는 동네, 이곳은 성수동이다. 회색빛 공장이 가득했던 성수동 일대는 요즘 힙스터(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로 변신 중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갤러리는 물론이고 디자이너들의 작업실과 소셜벤처기업들이 속속 성수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성수동이 다른 카페골목 동네와 다른 점은 단순히 가게나 업체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 협업과 공유를 매개로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활발히 형성되고 있다는 데 있다.회색지대, 문화지대로 자그마치 카페는 문화 공간을 표방한다. 디자이너와 사진가, 건축가들이 ‘동네’나 ‘건축’을 주제로 세미나를 종종 연다. 카페 한쪽에서는 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하며 지난해 11월 열린 과자 전시회에는 이틀 만에 4000여 명이 다녀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카페 안에서는 이탈리아 ‘아르테미테’, 핀란드 ‘아르텍’ 등 다양한 브랜드의 조명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다양한 디자인 서적이 눈에 띈다. 카페 주인장인 정강화 건국대 산업디자인전공 교수(조명설계 전문가)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다. 정 교수는 서울시 야경계획 등 다수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학교에서 멀지 않은 성수동 일대에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2013년 11월 카페를 열었다. “서울시 유일의 준공업 지역인 성수동에는 기술가들이 몰려 있어요. 이분들은 문화적인 잠재력이 뛰어난 ‘자산’이지만 그동안 부각이 안 됐었죠. 우리는 이런 기술자들, 즉 장인의 작업에 예술가들의 창조적 협업을 더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겁니다. 우리 카페 이름(자그마치)에 담긴 ‘대단해 보인다’는 뜻처럼요.” 정 교수는 카페를 성수동 사람들의 구심점으로 삼아볼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주변의 인쇄소와 제조업체, 식품회사 등의 디자인 작업과 브랜딩을 도와주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역량과 성수동 공장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자그마치에서 20∼30m 떨어진 지점에는 ‘대림창고’라는 글씨가 흰색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1960년대부터 정미소와 창고 등으로 쓰였던 건물을 행사장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 건물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올해 1월 스포츠카 ‘올 뉴 머스탱’의 발표회를 여는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행사장으로 쓰이고 있다. ‘버버리’와 ‘샤넬’ ‘앱솔루트’도 이곳에서 행사를 열었다. ‘송지오’ ‘앤디앤뎁’ ‘슈콤마보니’ 등 패션 브랜드들은 아예 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수동은 과거와 현재의 접점이 맞닿아 공간을 재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문화 예술 실험이 이뤄지다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 일대가 변화하기 시작한 건 2011년경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도심과 비교적 가까우면서 임차료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홍대에서 오랜 작업 후 새벽에 허기를 달래러 거리로 나가면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어요. 행인들은 젊은 사람 일색이었고요. 반면 성수동에 이사 와서는 여유로움을 많이 느끼죠. 서울숲에서 나무 크기와 생김새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죠.”(김다정 일러스트레이터) “차가 안 막히면 서울 웬만한 곳으론 20분 안팎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미팅 가거나 재료 사러 갈 때 편하죠. 홍대와 광흥창에 살다가 2011년 성수동으로 왔는데 후회하지 않아요.”(이광호 금속작가)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는 만큼 갖가지 ‘실험’이 이뤄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독립 디자이너들이 만든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중간 유통망 없이 직접 판매한다. 성수동의 청바지 워싱공장을 개조한 보부상회에서는 주얼리, 화분, 한지 제품, 신발, 쿠션, 조명, 지갑, 가구, 목공예품, 일러스트 등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판매된다. “독립 디자이너가 시중에 물건을 팔려면 유통업체에 상당한 수수료를 떼어줘야 해요. 우리가 뭉쳐서 제품을 함께 알리고 직거래 판로를 뚫어 보자는 취지에서 조합을 만들었어요. ‘공정한 방법’으로 디자이너들의 권리와 행복을 찾는 게 최종 목표죠.”(황병준 보부상회 이사장) 보부상회 조합원은 50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방문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자기 만들기와 플로리스트 과정 등 다양한 워크숍을 열고, 소규모 공연도 한다. 수익 중 일부는 다른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에 쓰인다. 젊은 예술가들이 안착하자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카페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성수동이 가로수길과 도산공원 근처, 경리단길 등과 차별화되는 점이다.커지는 소셜클러스터 최근에는 뚝섬역 8번 출구 인근도 ‘소셜클러스터’(사회적 기업이 모여 있는 곳)로 변모하고 있다. 카페 ‘디웰(D-Wel)살롱’에선 10일 성실화랑의 김남성 대표가 ‘디자이너가 멸종 위기의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과 디자이너, 교수, 사회적 기업가 등 20여 명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강의를 경청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착한 배터리팩’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배터리팩에 반달가슴곰, 황제펭귄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그림을 넣어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생명을 충전하다(Charge the Life)’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디웰살롱의 모임은 ‘세상을 1%씩 변화시키는 사람’을 초청해 사회적인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 위한 것이다. 가끔 영화 상영회도 열린다. 이달 12일에는 로드킬(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후 영화감독이 참석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디웰살롱은 3층짜리 다세대주택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위층에는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합숙을 하는 커뮤니티 하우스인 디웰하우스가 있다. 현대가의 정경선 씨가 대표로 있는 비영리재단인 ‘루트임팩트’가 두 곳을 운영한다. 디웰살롱 주변에는 저소득층 중고생을 가르치는 ‘공신닷컴’과 사회적 이슈를 예술과 연계하는 ‘위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 등 다양한 소셜벤처들이 몰려들고 있다.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협업(코워킹) 카페인 ‘카우앤독(CoW&DoG)’도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이곳의 이름은 ‘함께 일하면서 좋은 일을 하라(Co-Working & Do Good)’는 영어 문장의 약자다. 별칭은 ‘개나소나 카페’로 소셜벤처 육성기업인 ‘소풍’이 ‘예비창업가들이라면 아무나 와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하라’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성수동이 소셜벤처의 실리콘밸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성수동의 키워드는 ‘우연한 만남에서 찾을 수 있는 뜻밖의 재미’를 나타내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성수동 공장과 대학생 간 협업 프로젝트인 ‘메이드 인 성수’를 기획한 장영철 WISE건축사무소장은 “성수동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인연’들이 기존과는 다른 가치를 만들려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 브루클린 ‘덤보’… 베이징 798 예술구… 서울엔 성수동▼문화지대로 변신 ‘도심 재생’의 아이콘들 서울 성수동에는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란 카페가 있다. 카페 주인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맨해튼다리 아래 지역을 가리키는 ‘덤보(Dumbo·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란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국의 덤보도 낡은 공장과 창고를 갤러리로 개조해 문화지역으로 변모한 곳이다. 성수동에서 진행 중인 ‘도심 재생’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난 현상이다. 낡은 기차 차고를 개조해 만든 프랑스 파리의 ‘라 알프레시네’에서는 장 폴 고티에와 지방시 랑방 등의 패션쇼가 열린다. 냉전시대에 무기공장과 창고 밀집지역이던 중국 베이징(北京)의 ‘798 예술구’도 지금은 갤러리들이 들어선 문화지대로 꼽힌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화력발전소가 대형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성수동 일대에는 대형 창고들이 들어섰다. 김영규 성동구 자치행정과 마을공동체팀장은 “예전에는 뚝섬나루터에 한강변과 중랑천에서 운반되는 농산물과 목재를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1960년대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성수동은 본격적인 공장지대로 변했다. 1960년대의 철공장과 염색공장, 도금공장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가발공장이, 1980년대에는 봉제공장이 차례로 들어섰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구두공장과 인쇄업체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성수동의 제조업은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을 잃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5년 서울시가 성수동에 서울숲을 조성하며 유동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한 채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며 유명해졌고, 서울숲 주변에 현대자동차 본사가 들어서고 뉴타운 사업까지 진행된다는 풍문이 돌면서 땅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업들이 무산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성수동 개발붐은 주춤하게 됐다. 이는 성수동 일대에 의도치 않은 활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편리한 교통에 비해 싼 임차료 덕에 카페와 디자이너 작업실, 사회적 기업 등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성수동 사람들은 임차료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한 카페 주인은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까 걱정”이라며 “성수동 특유의 문화 생태계가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이 “이스라엘의 공동농업 경영체인 모샤브와 키부츠에서 우리 농가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취임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한국 농업이 어떻게 해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이스라엘 창조농업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수행 후인 이달 8∼10일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 장관은 가느다란 튜브를 통해 각각의 나무에 개별적으로 물과 비료를 공급하는 ‘점적관수(dripper)’와 50마리로 된 1세트 가격이 50∼100달러에 이르는 식물 수분용 호박벌 사육 등을 대표적인 창조농업의 사례로 소개했다. 이어 “우리 농업의 6차 산업화(1차 산업인 농업에 2차, 3차 산업의 특징을 가미하는 것)가 이스라엘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는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우리 농업도 이스라엘처럼 조직화와 첨단 기술 접목, 젊은 인력 확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