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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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유영 부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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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18~2024-04-17
칼럼100%
  • 프라이팬 100여 개와 맞바꾼 ‘불맛’…‘짜왕’, 연 매출 1000억 노린다

    농심이 올해 4월 내놓은 짜장라면 ‘짜왕’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짜왕이 농심의 영업이익을 최대 10%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농심은 짜왕의 5월 매출이 100억 원(출고가 기준)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라면 업계에서는 통상 신제품의 월 매출액이 20억~30억 원이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짜왕은 굵은 면발로 유명한 농심의 ‘너구리’보다도 큰 3㎜의 면발과 함께 진한 풍미의 짜장 소스로 ‘중국집 간짜장’ 맛을 잘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짜장계의 허니버터칩’, ‘중국집 사장님을 긴장케 하는 맛’ 등의 시식기가 올라오고 있다. 농심은 경기 안성과 부산공장뿐 아니라 신라면을 만드는 경북 구미공장까지 동원해 짜왕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농심은 짜왕이 올해 ‘연 매출 1000억 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연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라면은 신라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4가지다. 농심 내부에서는 “1986년 신라면 출시 이후 29년 만에 히트라면이 나왔다”며 고무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짜왕이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짜장라면 시장 1위인 짜파게티의 시장점유율을 깎아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1500원짜리 짜왕이 900원짜리 짜파게티를 대체하면 농심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최근 짜왕이 짜파게티의 판매량을 단순 대체하기만 해도 농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짜왕 개발은 2013년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열풍이 불던 때 시작됐다. 당시 농심 내부에도 ‘제살 깎아먹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농심은 소비자들이 고급 짜장라면을 원하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개발을 강행했다. 그리고 단순한 짜장라면이 아닌 ‘중국집 간짜장’에 가까운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특히 짜파구리는 짜장수프에 너구리의 매운 맛 수프를 넣었다는 점에 착안해 짜왕에도 은은한 매운 맛을 나게 했다. 윤상혁 스프개발팀장은 "양파 마늘 대파 등 매운 맛 채소를 이용해 중국집 간짜장의 불맛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여기에 100개가 넘는 프라이팬을 폐기처분해가며 ‘불맛’을 더했고 다시마 우린 물을 넣은, 쫄깃한 면발을 만들어냈다. 농심 관계자는 “짜왕은 기업의 힘은 혁신적 신제품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알게 해준 제품”이라고 자평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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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創農시대… 농식품 스타벤처 2년내 30개 키운다

    2일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한 가운데 정부가 대표적인 1차 산업인 농업에도 창조경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농식품(농업과 식품을 아우르는 개념)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하는 등 농업을 통한 창조, 즉 창농(創農)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연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의 농업기업 ‘네타핌(Netafim)’과 같은 스타 농업벤처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농식품 벤처 창업 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가 농식품 벤처 육성에 나선 것은 성장 여력이 큰 농식품 벤처 분야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농식품 벤처 수는 1200여 개로 전체 벤처의 4.6%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 벤처 창업 건수도 2012년 144건, 2013년 103건, 2014년 63건으로 계속 감소세다. 이는 농식품 분야가 여전히 전통산업이라는 인식이 큰 데다 아이디어와 사무실만 있으면 창업이 쉬운 다른 분야에 비해 작물재배 공간 등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 첨단기술을 결합하고,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충분히 우량기업들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민연태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BT), 문화 콘텐츠 등과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젊은 인력의 유입은 농업이 미래 산업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혁신적 농업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타핌은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 여건을 역(逆)이용해 세계 최초로 점적관수(땅속에 파이프를 묻어 식물 뿌리에 필요한 만큼의 물만 공급해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기술을 개발해 9200억 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제2의 네타핌’을 육성하기 위해 우선 전남 여수의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농식품 벤처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농식품 벤처창업 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나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추진했던 농식품 창업지원 사업을 통합해 창업 정보 제공과 창업 실습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또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농식품 제품 개발과 유통을, 네이버가 맡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농업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받는 등 지역별 창조센터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또 농식품부는 100억 원 규모의 ‘농식품 아이디어 창업 펀드’를 GS그룹과 함께 조성해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지닌 농식품 벤처에 쉽게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펀드 수익이 나지 않아도 투자운용사에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펀드 운용 조건을 완화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 벤처가 일반 투자자로부터 십시일반으로 가칭 ‘티끌모아 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크라우드 펀딩(소액 투자자들의 인터넷을 통한 투자)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농식품 창업 경진대회를 통해 2017년까지 ‘농식품 스타벤처’ 30개와 우수 6차 산업(1, 2, 3차 산업의 특징을 모두 가진 산업) 종사자 등을 발굴해 육성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20년까지 전체 벤처기업 중 농식품 벤처 비중이 10%로 높아지고 신규 일자리가 1만2000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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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 MOU… 2016년 4월부터 생산 2배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생산량이 내년 4월부터는 두 배로 늘어난다. 해태제과는 1일 강원 원주시청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원창묵 원주시장,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이 ‘허니 열풍’을 일으키며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기술 제휴를 한 일본 가루비사와 함께 240억 원을 투자해 원주시 문막읍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새 공장은 7월 착공해 내년 4월 완공된다. 공장 완공 시 허니버터칩 생산량은 현재 월 75억 원어치에서 150억 원어치로 늘게 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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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료 어디에 더 줄까”… 드론이 척척 찾아내

    “우웅∼.” 26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금화친환경재배단지’. 보라색 꽃이 만발한 너른 밭에서 드론(무인비행장치)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250m 높이에 다다른 드론은 사방으로 날면서 밭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꽃은 ‘헤어리베치’라는 비료작물이다. 스스로 질소를 생성해 저장한다. 모내기 전에 이 작물이 심어진 논을 갈아엎으면 토양이 비옥해진다. 문제는 논에 질소가 적정량만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헤어리베치가 많이 자라 질소가 충분한데도 질소 비료를 더 주면 오히려 모가 잘 자라지 않는다. 이날 드론의 임무는 특수 촬영장비를 이용해 헤어리베치에서 반사되는 근적외선을 분석해 헤어리베치의 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드론과 무선으로 연결된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파란색과 녹색 점들이 나타났다. 파란색이 짙을수록 질소 비료를 더 줘야 한다는 뜻이다. 농부 김약수 씨는 “기존에는 눈대중으로 판단해 질소 비료를 줘서 벼의 품질이 고르지 않았다”며 “드론 촬영을 통해 언제 얼마나 비료를 줘야 할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고품질의 쌀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하는 ‘똑똑한 농업’이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론 빅데이터와 광학기술을 드론에 접목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농부를 대신할 농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중이다. 드론은 비행 설정에 따라 150∼250m 높이로 띄울 수 있다. 위성이나 무인비행기보다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농업 현장에서 드론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넓은 지역에서 재배 중인 작물의 생육 정도를 분석해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홍석영 연구관은 “드론을 이용하면 개별 농가가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소규모 경작지에 비료를 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증가세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은 최근 “2015년은 미국 농업에서 드론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용 드론 사용이 사업화된 경우도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에리노브(Airinov)는 광학 장비를 장착한 드론을 이용해 작물의 생육 상황을 정밀 분석해 농가 3000여 곳에 ‘빅데이터 처방전’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농진청을 중심으로 농업용 로봇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농가 인구가 고령화되고 농촌 노동력이 부족한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김매는 일은 고되지만, 이를 대신할 제초용 로봇이 등장했다. 위성항법장치가 달려 있는 이 로봇은 벼가 심어져 있는 줄을 감지한 뒤 스스로 주행하면서 제초작업을 한다. 농진청이 개발한, 과일이나 채소 모종을 접목하는 로봇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차세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했으며 현재 수출까지 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수박과 고추 토마토 등의 접목 작업을 사람보다 16배나 빨리 처리한다. 이 로봇은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의 농업용 로봇 산업은 2020년 191억 달러(약 21조13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로봇과 드론 등을 이용한 스마트 농업을 적극 육성해 농업 개방 본격화에 대응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김유영 abc@donga.com / 서천=이상연 기자}

    •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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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원대 커피시장 잡아라” 커피전문점 低價 브랜드 붐

    ‘비싼 커피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잔에 1000∼2000원대의 저가(低價) 커피가 인기다. 27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특히 최근에는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기존 브랜드보다 가격을 내린 서브 브랜드(sub-brand)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카페베네는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저가 커피브랜드인 ‘바리스텔라’ 매장을 열었다. 바리스텔라의 아메리카노는 2900원으로 카페베네(4100원)보다 약 30% 싸다. 할리스커피를 운영하는 할리스F&B는 올 3월 저가 커피브랜드인 ‘디초콜릿커피앤드’를 선보였다.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점과 서울 성북구 고대중앙광장점 등 6곳의 매장이 있으며, 연말까지 그 수를 6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가격 역시 2900원이다. 이렇게 유명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저가 커피 부문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가 커피 시장의 대표주자 격인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매출액은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커피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가 커피는 맛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기존 커피 가격의 거품이 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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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매거진]“샴페인은 Excellence… 맛보면서 마법 같은 순간을 즐기세요”

    남편은 6대째 내려오는 프랑스 샴페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아내는 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일손이 딸리는 포도 수확기에 일꾼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1991년 남편이 지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자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주변에서는 회사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집안 대대로 내려온 회사를 뺏길 수는 없었다. 아내는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했다. “앞으로 이 회사는 제가 경영할 겁니다. 누구에게도 회사를 팔 생각이 없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샴페인업체인 ‘듀발 르로아’의 카롤 르루아 대표의 이야기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남편의 뒤를 이어 회사를 맡아 당시 2500만 유로였던 매출액을 6000만 유로로 늘리는 등 회사를 두 배 이상으로 키워냈다. 르루아 대표는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프랑스 샴페인 사업자들의 연합체인 ‘AVC’(Association Viticole Champenoise)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최근 방한한 르루아 대표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봤다. 그는 1991년 듀발 르로아 대표로 취임했던 때 눈앞이 깜깜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쟁 회사들과 다르게 사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은 확실했다. 르루아 대표는 취임 즉시 품질관리자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다. 가내 수공업 형태로 만들던 샴페인의 제조 공정을 첨단화하고 신뢰도를 높여 매출액을 늘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단기적인 목표는 국제표준(ISO) 9002라는 인증을 받는 것이었다. 샴페인의 품질과 생산, 애프터서비스 등에 이르는 공정에서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했고 퇴근 시간은 따로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남편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샴페인 실무 지식이 전무했지만 인증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는 실무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밀려오는 슬픔을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어린 세 아들에게 온전하게 샴페인 회사를 물려주려면 회사를 잘 키워 놓아야 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일에서 위안을 받았어요. 우울증, 상실감을 일로 극복했답니다.” 이런 노력은 꼭 3년 뒤인 1994년 빛을 발했다. 듀발 르로아가 ISO 인증을 받은 첫 샴페인 회사가 된 것이다. 이후 해외에서 듀발 르로아의 샴페인을 사고 싶다는 수입업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듀발 르로아는 프랑스의 지역 슈퍼마켓에 샴페인을 파는 게 전부였던 내수 기업이었지만 ISO 인증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 샴페인을 수출하고 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르루아 대표는 샴페인의 개념도 바꾸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식전주(aperitif)로 마시는 술이었다. 그러나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샴페인을 요리와 곁들여 마시는 ‘미식주(gastronomy champagne)’로 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셰프와 소믈리에를 일종의 홍보대사(brand ambassador)로 활용했다. 소믈리에, 셰프, 파티셰 등 식음료 전문가들은 어떤 음식과 샴페인이 좋은 ‘궁합(mariage)’을 갖고 있는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르루아 대표는 또 아예 소믈리에를 회사에 채용해서 소비자들이 어떤 맛의 샴페인을 원하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샴페인은 기포가 많기 때문에, 기름진 육류를 먹을 때 마시면 느끼함과 더부룩함을 줄여 줄 수 있어요. 샴페인 재료로 많이 쓰는 포도 품종인 피노누아의 단단하고 묵직한 바디감은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줍니다. 단맛의 샴페인은 한과와도 궁합이 맞을 수 있어요.” 이런 노력은 좋은 결실로 이어졌다. 르루아 대표는 현재 미슐랭 스타 등급을 받은 식당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고급 레스토랑 250여 곳에 샴페인을 납품하고 있다. 또 프랑스 소믈리에 연합에 가입해 젊은 소믈리에를 발굴하는 ‘듀발-르로아 트로피’라는 상을 만들고, 프랑스의 올해의 디저트 대회(Dessert of the Year Competition)에서 ‘카롤 듀발-르로아 트로피’를 주는 등 음식과 샴페인의 궁합을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르루아 대표는 남편과 추진했던 ‘미완성 프로젝트’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남편과 ‘언젠가 마법 같은 순간을 맛볼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어보자’고 약속했었어요.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에 최고급인 그랑크뤼급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샴페인을 만들었어요.” 그는 이렇게 해서 태어난 샴페인에 ‘팜므 드 샹파뉴(Femme de Champagne)’라는 이름을 붙였다. 르루아 대표 자신이 여성인 데다 샴페인의 우아하고 섬세한 맛이 여성과 같다는 뜻에서였다. 또 병의 목 부분에는 세 아들인 쥘리앵과 샤를, 루이의 이니셜을 새겼다. 현재 세 아들은 모두 듀발 르로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쥘리앵은 경영 총괄을, 샤를은 커뮤니케이션을, 루이는 대외 업무를 각각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르루아 대표에게 샴페인을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최고의 품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탁월함(Excellence)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샴페인은 부자만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럭셔리라고 하고 싶진 않군요. 샴페인은 결혼이나 승진 등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시는 술이지요. 탁월함을 맛보면서 마법과 같은 순간을 즐기세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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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도 종갓집 메주와 10년간 동침했죠”

    종부(宗婦)는 완고했다. 남도(南道)에서 된장이 맛있기로 소문난 종가(宗家)의 며느리는 “메주만큼은 비밀이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된장 개발에 필요한 메주를 얻어오려던 사나이는 꾀를 냈다. 메주가 보관된 방의 창틀을 여행용 티슈로 쓱 닦은 후 그것을 얼른 호주머니에 넣었다. 메주를 발효시키는 종균은 된장의 맛과 향을 좌우한다. 사나이는 밀봉한 티슈를 들고 실험실로 직행해 곧장 분석에 들어갔다. 이것은 샘표식품 된장공장장인 이생재 이사(57)의 이야기다. 국내 정상급의 발효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샘표식품 임원 10여 명 중 유일한 고졸 출신이다. 그는 우리 전통 방식으로 익힌 된장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메주 100여 개를 구해 연구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10년 동안 갖다버린 콩만 200t 분량에 이른다. 이 이사는 원래 샘표식품 간장공장 직원이었다. 전북 익산공고 졸업 직후 미생물연구실로 배치된 그는 고졸 사원이 대졸 사원에게 승진에서 밀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학에 가려고 밤마다 공부를 했다. 그런데 그만 몸에 무리가 와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생각이 바뀐 계기는 회사 상사의 호통이었다. 상사는 “연구실에서 충분히 실전형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왜 공부를 따로 하느냐”고 했다. 이 이사는 “공부할 열정을 일에 쏟자”고 다짐했다. 이후 ‘발효강국’인 일본의 논문을 읽기 위해 일본어를 배워가며 논문에 나온 미생물 배양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미생물과 가족이 됐죠. 종국(種麴·누룩의 씨)을 배양하려고 아예 회사에 침대를 갖다 놓고 밤을 새우며 동고동락했어요. 이젠 메주를 만지기만 해도 간밤을 잘 보냈는지 알 수 있죠. 잘 배양된 메주는 촉촉하면서도 뽀송뽀송해요. 그렇지 않은 메주는 거칠고 투정부리는 듯하죠.” 열정을 인정받은 그는 2002년 또래보다 빨리 부장으로 승진했다. 동시에 회사는 그에게 일본 도쿄농대 연수라는 선물을 줬다. 한국에 돌아온 이 이사는 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2006년 이사로 승진하면서 된장공장으로 간 그에게 전통식으로 발효한 된장을 개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개발을 시작했지만 난관이 적지 않았다. 우선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메주에는 소금이 균일하게 스며들지 않아 한 달 이상 숙성은 무리였다. 다시 ‘메주와의 동침’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그는 우리 조상들이 가마솥에 쪄낸 콩을 절구로 찧었던 것을 떠올렸다. 기계로 누른 콩알에 미생물을 접종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소금물이 메주에 고루 스며들면서 장기 숙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올해 2월 ‘백일된장’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옛날 된장 중에는 해물 맛이 나는 것도 있었고, 산나물 맛이 나는 것도 있었어요. 아직도 전통 된장의 다양한 맛을 재현하기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제 꿈은 전통 된장을 대량 생산해 세계화시키는 거예요. 발효는 ‘시간과의 싸움’으로 일컬어지는데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반드시 해낼 겁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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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뉴스서 ‘비비고’ 한식혁명 주인공으로 등장

    CJ그룹의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가 미국의 주요 뉴스 채널인 CNN인터내셔널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차세대 한류 열풍을 이끌어갈 주인공으로 소개됐다. 25일 CJ그룹에 따르면 CNN인터내셔널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CNN 투데이’는 22일(현지 시간) ‘한식혁명(K-Food Revolution)’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비비고를 집중 조명했다. 방송은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등 CJ그룹 식품 계열사들의 비빔밥과 불고기버거, 고추장 닭강정, 만두샐러드 등을 소개했다.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를 둘러본 마이클 홈스 CNN인터내셔널 앵커는 방송에서 “현재의 한류 열풍이 케이팝,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위주지만 앞으로 K푸드로 확장할 수 있다”며 “한식이 전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비고는 ‘비빔밥을 비비다’에서 따온 한식 브랜드다. CJ그룹은 비비고를 비롯한 한식 브랜드를 미국과 중국 영국 등 20여 개국의 6000여 개 마트에서 선보이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한식을 단순한 식품이 아닌 한국의 식문화(食文化)로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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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짜 숙박-홍보대사 선정 미끼… 유사 콘도 회원권 주의하세요”

    ‘무료 콘도회원권 당첨’, ‘홍보대사 선정’ 등을 미끼로 장기 숙박권(유사 콘도 회원권)을 정식 콘도 회원권인 것처럼 판매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4년여(2011년 1월∼2015년 3월) 동안 접수한 콘도 회원권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 2086건을 분석한 결과, 유사 콘도 회원권과 관련된 피해가 전체의 79.6%인 1660건에 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유사 콘도 회원권은 관광진흥법상의 콘도 회원권이 아닌, 일종의 장기 숙박권이다. 정식 회원권과 달리 회원 가입 해지 때 입회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이 경우 법적 구제도 받기 힘들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유사 콘도 회원권 피해자들은 무료 회원권이 당첨됐다거나 신용카드 우수 고객 혜택을 준다는 전화 설명에 이끌려 영업사원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상당수는 정상가보다 싼 입회비만 부담하면 회원권을 살 수 있다고 소비자를 유인한 뒤 환불을 거부했다. 게다가 같은 소비자가 비슷한 피해를 두세 차례 본 경우도 전체의 16.2%(338건)나 됐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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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3.0]족편·라후테·바이주러우… 영양만점 돈육요리 삼국지

    Q: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 ①쇠고기 ②닭고기 ③돼지고기 ④양고기 답은 ‘③돼지고기’다. ‘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연간 20kg에 이른다. 이는 전체 육류 소비량(42.7kg)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돼지고기 소비량은 닭고기(11.5kg)와 쇠고기(10.3kg)의 두 배 정도다.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은 것은 상당 부분 한국인 특유의 삼겹살 사랑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겹살 이외의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척이나 많다. 돼지고기에 기름이 많다고 기피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돼지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해 적절하게 요리하면 보양식·건강식이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허약한 사람을 살찌게 하고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좋다. 또 노인의 기력 회복은 물론이고 보혈 작용을 해 빈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정상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돼지고기를 장시간 삶거나 끓인 후 기름을 걷어내 동물성 지방 함량을 줄이면 영양 만점의 요리가 된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의 독특한 돼지고기 건강식 요리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봤다.한국: 임금부터 서민까지 먹었던 족편 족편(足片)은 원래 소의 발, 가죽, 꼬리 등을 오랫동안 고아서 양념을 한 뒤 고명을 뿌려 식힌 다음 굳혀서 묵처럼 만든 음식이다. 콜라겐을 장시간 가열하면 가용성 젤라틴으로 바뀌며 굳어진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족병(足餠)이나 우족교(牛足膠), 교병(膠餠), 우두병(牛豆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족편은 본래 쇠고기를 주(主)재료로 하지만 때에 따라서 돼지고기를 쓰기도 한다. 옛 문헌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저피수정회법(猪皮水晶膾法)’이라 하여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엉기게 하는 음식의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이 음식의 이름은 푹 고아진 돼지껍질이 묵처럼 굳어진 모습이 마치 맑은 수정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족편은 차게 식혀 굳어진 상태로 먹어야 쫄깃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겨울 음식으로 많이 먹었다. 더운 날씨에는 족편을 아무리 정성스럽게 만들어도 굳힐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어 여름철에도 차게 식혀 굳힌 족편을 맛볼 수 있다. 궁중에서는 족편을 크고 작은 행사의 잔칫상에 올리곤 했다.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진연의궤(進宴儀軌)’를 보면 족병(足餠)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는 족편이 궁중연회용 음식으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족편은 서민의 음식이기도 했다. 특히 서민들은 족편의 재료로 비싼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즐겨 썼다. 그들은 돼지족을 삶아서 건져 낸 후 긴 뼈를 버리고 양념에 재웠다가 구운 족구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일본: 장수마을 오키나와에서 먹는 라후테 일본의 오키나와(沖繩)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로 꼽힌다. 3대 성인병인 암, 심장병, 뇌중풍으로 죽는 여성의 비율이 일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볼 때 일본 본토와는 다른 점이 많은 곳이다. 1871년까지는 류큐왕국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식생활 역시 일본 본토와 차이 나는 점이 적지 않다. 이런 오키나와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게 돼지고기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불교 신자가 많아 돼지고기를 잘 안 먹는 데 비해 오키나와에는 상대적으로 불교문화가 적게 전파돼 예전부터 주민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어왔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일본에서 돼지고기 캔의 소비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을 동물성 지방을 없애는 특유의 조리법에서 찾는다. 구체적으로는 돼지고기를 충분히 삶거나 끓이면서 기름을 걷어낸다. 실제로 오키나와에 가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굽거나 튀긴 요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키나와의 대표적 향토음식으로 꼽히는 것은 돼지고기를 깍두기처럼 썬 후 간장과 술 양념을 넣고 푹 고아 만든 라후테(ラフテ一)다. 라후테는 보쌈용 돼지고기를 물에 넣고 50∼60분 정도 삶아서 1∼1.5cm 두께로 썬 뒤 냄비에 자른 돼지고기와 국물, 아와모리(泡盛·오키나와 전통 소주)를 넣고 중불로 가열해 만든다. 나중에 설탕과 간장을 넣고 다시 푹 삶으면 완성된다. 이 외에도 삶은 돼지고기를 가늘게 채를 쳐서 오이나 무채 등을 섞어 초장으로 무친 미미나회, 삶은 돼지고기와 다시마를 채쳐서 볶는 가시마 이리지, 돼지고기에 다시마와 무를 함께 넣고 끓이는 소도키탕 등도 오키나와에서 인기 있는 돼지요리 요리로 꼽힌다.중국: 베이징의 돼지고기 수육 바이주러우 중국 베이징(北京)의 돼지고기 수육인 바이주러우(白煮肉)는 수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요리다. 이 음식은 명나라 때 만주족의 요리에서 유래했다. 당시 “겨울에 수육을 먹지 않으면 여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청나라 때 베이징으로 전파되면서 아직까지 베이징을 대표하는 돼지고기 요리로 꼽힌다. 바이주러우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뼈를 저민 삼겹살을 큰 덩이로 잘라서 껍질 부분이 위로 올라오게 끓는 물에 넣고 가마의 뚜껑을 덮는다. 이 고기를 센 불에서 익힌 다음 약한 불에서 2시간 더 끓인다. 이후 젓가락이 들어갈 정도가 되면 삼겹살 덩이를 가마에서 꺼내 식힌다. 그 다음으로 껍질을 벗기고 엷게 저민 후 간장, 마늘, 두부소스, 고추기름 등을 얹어 식탁에 올린다. 베이징에서는 1741년 문을 연 돼지고기 수육집인 ‘사궈쥐(砂鍋居)’가 유명하다. 당시 사궈쥐는 지름 1m가 족히 넘는 큰 가마를 걸어놓고 매일 돼지 한 마리씩을 잡아서 수육을 만들어 팔았다. 장사가 잘되어 점심 전에 돼지 한 마리가 다 팔려나가면 오후엔 가게 문을 닫고 쉬었다고 한다. 항간에서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두고 “사궈쥐의 간판이냐, 오후면 보이지 않게”라고 할 정도로 사궈쥐의 유명세가 대단했다고 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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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 적게 넣어도 짠맛 낼 수 있어요”

    음식에 소금을 적게 넣어도 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54·사진)은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모두가 함께, 싱거운 콘서트’에서 “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다양한 ‘비법’을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대표적인 방법은 소금 대신 조선간장을 음식에 넣는 것. 조선간장에는 음식의 짠맛을 높여주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적절한 짠맛은 식품 맛을 결정하는 요인이죠. 짠맛을 유지하면서 소금을 덜 섭취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발견했어요.” 류 연구원은 “멸치와 다시마처럼 감칠맛을 내는 음식이나 치즈와 새우젓을 비롯한 발효식품, L-글루탐산나트륨 등에도 소금 함량이 낮은데도 짠맛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성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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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유영]각자도생의 시대

    화석선배 [명사] 취업 전까지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한없이 미루는 사람. 대학가 은어다. 학교에서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오래 전에 움직임을 멈춰 버린 화석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1년간 졸업을 미루는 ‘5학년’으로도 모자라 수년째 학교에 붙어 있는 ‘화석선배’라니.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단어다. 경제가 한창 성장할 때, 그러니까 외환위기 전 화석선배란 없던 시절에 대졸 신입 사원에게는 ‘평생직장’이 있었다. 그들은 여러 부서를 거치며 일을 배웠다. 학교로 치면 회사가 짠 커리큘럼대로 교육받았다. 때가 되면 승진했고 연차가 오르면 연봉도 올랐다. 지금은 어떤가. 저(低)성장 시대에 접어들며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고 승진 누락은 다반사가 됐다. 회사가 직원을 키워주기 힘들다 보니 ‘일률적인 경력 경로(career path)’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국내 대기업 마케팅팀에 취재 갔을 때다. 한 직원은 “공채 출신이 경력직에게 역(逆)차별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팀원 절반은 경력직이었고, 경력직의 승진이 더 빨랐다. 대부분 중견 기업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옮겨 왔다. 학생으로 치면 각자 알아서 공부한 셈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신입 직원 채용에 몸을 사린다. 취업 정보 업체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경력직 채용 공고가 신입 채용 공고보다 4.6배나 많았다. 이 배수는 2013년 3.4배, 2014년 3.9배 등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입 직원의 등용문이 좁아진다는 뜻이다. 이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신입 직원에게 투자할 여력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신입 직원 1명이 회사에 정착하기까지 1년 반 동안 평균 6000만 원이 투입된다. 더욱이 내년부터 정년 연장으로 신입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더 줄어든다. 이처럼 고용 환경이 바뀌는데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직돼 있다. 연차가 높아지며 연봉이 올라가는 호봉제도 굳건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20∼30년 차 근로자는 신입직원보다 2.83배나 많은 임금을 받는다. 연차보다는 직무에 따라 임금을 주는 스웨덴(1.13배)과 영국(1.50배), 독일(1.88배)보다 훨씬 높다. 기업들은 신입 직원을 뽑으면 고(高)비용을 치러야 하니 채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경력직 선호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잔인하리만치 높다. 4월 청년 실업률이 10.2%로 치솟으며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청년 실업률이야 소폭 오르내릴 수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연 7∼8%대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의 경직성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취업 준비생도 언제까지 ‘실업률이 최악이어서’ ‘신입을 뽑는 기업이 적어서’ 등의 볼멘소리를 할 수는 없다. 냉혹하지만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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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이라 더 안 팔리는… 아이스크림 값의 역설

    #1. 친구네 집에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사가려고 슈퍼에 간 회사원 김모 씨(38)는 계산대 앞에서 움찔했다. 자신의 동네에서 4800원을 주고 사 먹던 아이스크림이 친구네 동네에선 5300원이었다. 더 싼 곳을 찾으려고 또 다른 슈퍼에 갔더니 이번에는 5800원이었다. 그는 “제품에 가격이 써 있지도 않아서 정가를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2. 주부 성모 씨(52)는 슈퍼에서 바(bar)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무더기로 샀다. 가격표에는 700원이라고 씌어 있었지만 그가 낸 가격은 1개당 190원. 70% 넘게 할인되는 셈이었다. 성 씨는 “아이스크림을 제값 주고 사면 손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가격 표시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할인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탓에 빙과업계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대목을 맞이했는데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3일 빙과업계와 AC닐슨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시장은 지난해 1조7698억 원(소매가 기준)으로 전년(1조9371억 원)보다 8.6% 줄었다.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은 한때 알짜 사업부로 통했지만 최근 5, 6년 사이에는 시장이 쪼그라들어 애물단지가 됐다. 이는 ‘반값 아이스크림’으로 상징되는 과다한 할인으로 일부 제품은 팔수록 손해인 역(逆)마진이 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데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할인 관행을 깨기 위해 2011년 권장소비자가격 제도를 도입했고 2012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아이스크림 가격 표시에 나섰지만 동네 슈퍼 등 소매점에서 가격이 표시된 아이스크림을 반기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 빙그레에서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은 전체 38개 중 33개로 86.8%에 이른다. 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제품이 해태제과와 롯데푸드, 롯데제과도 각각 66.7%, 42.3%, 33.3%나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마트 확산과 연관이 깊다. 아이스크림은 녹기 쉬운 특성상 동네 슈퍼의 판매 비율이 전체의 80%이고, 대형마트 판매 비율은 10% 미만이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동네 슈퍼가 사실상 유일하게 제조사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품목인 셈”이라며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내걸기 위해 제조사에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후식 아이템이 바뀐 것도 한 요인이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아이스커피 등을 즐겨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주로 먹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여기에 배스킨라빈스 등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업체가 등장하고 심지어 커피전문점도 아이스크림 판매에 나서면서 빙과업체의 입지가 좁아졌다. 사정이 어렵다 보니 아이스크림 베스트셀러는 부라보콘(해태제과·1970년), 월드콘(롯데제과·1986년), 메로나(빙그레·1992년), 구구(롯데푸드·1985년) 등 ‘고령화된 아이스크림’이 주류를 이룬다. 빙과업계는 신제품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 리뉴얼에 주력하고 있다. 빙과업계는 고육지책 마련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다한 할인을 요구하는 대리점과 관계를 끊는 등 납품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각각 마카롱 아이스크림과 빙수류 등 고급 디저트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강화하고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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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兆시장 꿈틀… 말, 高부가 산업으로 달린다

    10일 제주 한림읍 금악리 ‘녹원목장’. 너른 초원 위에선 말들이 목초를 먹고 있었다. 개인 마주(馬主)나 마사회 등에 판매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경주마들이었다. 녹원목장이 3년 가까이 키운 말을 판매할 때 받는 돈은 한 마리당 평균 5000만 원에 이른다. 이런 점이 바로 말 관련 산업이 고(高)부가가치 업종으로 꼽히는 이유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말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요즘엔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였던 승마를 일반인들도 즐기기 시작했다. 말기름을 이용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등 관련 산업도 커지는 추세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의 말 산업 규모는 2013년 기준 3조2094억 원에 이른다. 또 예전에는 말 산업이라고 하면 경마가 거의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말 사육과 승마장 운영, 말고기 판매, 말 부산물을 이용한 가공품 제조 등으로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녹원목장은 말 사육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 목장의 씨수말을 다른 곳의 암말과 교배시키는 대가를 받거나 목장의 말을 경주마로 내보내 상금을 타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연간 매출액이 15억 원에 이른다. 지성배 녹원목장 상무는 “해외에서는 혈통이 좋은 말 한 마리가 교배로 연간 500억 원을 벌어 중견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의 말 사육 마릿수는 2013년보다 5.5% 늘어난 2만5819마리에 달했다. 이런 증가세는 특히 승마의 활성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에 있는 ‘홀스메이트’ 승마장은 이달 말 인근의 원평리로 확장 이전한다. 방문객이 3년 전보다 20∼30% 많은 매월 600여 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경기 용인시와 수원시 동탄신도시 등에서 오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김기천 홀스메이트 대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골프가 확산되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승마의 인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의 승마시설 수(395곳)는 전년보다 19.3% 늘었으며, 승마 인구는 4만 명을 돌파해 4만596명으로 집계됐다. 말 부산물을 활용한 가공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 바오젠거리의 화장품 가게에서는 마유(馬油)크림을 10∼20개씩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적잖이 눈에 띈다. 말기름으로 만든 이 크림은 건성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토니모리가 제주산 마유를 20% 함유한 마유크림을 만들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 마유크림을 출시한 업체 수만 100곳에 육박한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말 산업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제주=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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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일기획 ‘룩앳미 캠페인’ 원쇼 광고제서 호평

    엄마와의 눈 맞춤을 계속 피하는 한 자폐 어린이.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은 피하지 않는다.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룩앳미(Look At Me·나를 보라)’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이 앱은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이 함께 제작한 ‘룩앳미 캠페인’ 관련 영상에 등장한다. 두 회사는 디지털 기술로 자폐 아동들을 돕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기획했다. 스마트폰 앱은 다른 사람과의 대면 접촉을 어려워하는 자폐 아동들이 디지털 기기와는 쉽게 친숙해진다는 점에 착안해 치료용으로 만든 것이다. 제일기획은 이달 4∼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5 원쇼(The One Show)’ 광고제에서 룩앳미 캠페인 등으로 본상 9개 부문에서 금상 2개와 은상 1개, 동상 3개 등을 수상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수상 기록은 2013년 제일기획이 세운 국내 광고업계 최다 수상 기록(7개)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룩앳미 캠페인의 경우 정보기술(IT)의 사회적인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1973년 시작된 원쇼 광고제는 프랑스 칸 광고제와 영국의 런던 디&애드(D&AD)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광고제로 꼽힌다. 올해는 65개국의 광고회사들이 필름,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 13개 분야에서 2만여 편을 출품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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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기획]너 없으면 4년내 멸망? 꿀벌아 지구를 지켜줘

    지난달 15일 전남 나주시의 ‘한배농원’. 하얀 꽃봉오리가 터져 오르는 배나무 사이로 인부들이 면봉을 들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배꽃의 암술머리에 면봉으로 꽃가루를 조심스레 발랐다. 원래 꿀벌들이 배꽃 사이를 오가면서 해야 할 꽃가루받이, 즉 수분(受粉)을 사람이 하는 것이었다. 한배농원이 이렇게 인공수분을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벌들은 날씨가 따뜻해야 잘 날아다니며 수분을 한다. 그러나 봄철 한파 등 이상기온이 이어지자 벌 대신 사람이 나서야 했다. 이날 역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 지난 지 열흘이나 됐는데도 공기 중에는 한기(寒氣)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농원이 꽃가루받이에 동원한 인부는 30여 명. 인공수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이슬이 남아 있거나 비가 와도, 바람이 많이 불어도, 너무 어두워도 안 된다. 게다가 배꽃의 개화부터 낙화까지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인공수분을 끝내려면 서둘러야 한다. 이 때문에 농장 측은 광주까지 가서 인부들을 불러왔다. 권상중 한배농원 사장(53)은 “벌을 이용한 수분이 최선이지만 사람이 날씨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비싼 인건비 때문에 인공수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꿀벌의 경제적 가치 이는 꿀벌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사례다. 꿀벌은 배뿐만 아니라 사과 배 참외 고추 수박 등 꽃을 피우는 대다수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인류가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꿀벌 등 곤충의 수분활동을 필요로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산물의 양과 종류가 그만큼 줄어들고 인류가 식량 부족에 처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말한 것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한배농원처럼 인공수분을 하는 배 농가가 많아지면서 배 꽃가루 수입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배 꽃가루의 경우 9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2012년 1297kg이었던 배 꽃가루 수입량은 2013년 1822kg, 2014년 2170kg(1∼8월)으로 늘었다. 요즘엔 자연수분을 이용하려는 농가들이 다른 곳에서 양봉 꿀벌을 가져와 농장에 풀어놓곤 한다. 꿀벌의 활동 반경은 보통 최소 2km 정도 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벌들이 벌통 주변만 맴돌고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농가들은 꿀벌 임대에 연간 약 300억 원을 쓰고 있다. 실제로 꿀벌의 ‘노동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정철의 안동대 교수팀의 2008년 연구에 따르면 국내 농작물의 수분과 관련한 꿀벌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이는 16개 주요 과수 및 채소류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분 가치가 최소 2650억 유로(약 3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과 임업 관련 생물자원 중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소, 돼지에 이은 3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꿀벌 실종 사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면서 꿀벌이 수분해야 할 작물도 많아졌지만 꿀벌이 여러 이유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꿀벌 개체 수가 줄었다는 관측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22개 주에서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꿀벌의 수가 25∼4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집단벌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오로지 꿀벌에만 수분을 의존하는 아몬드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흉년이 든 아몬드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과자와 사탕 등 아몬드가 들어간 먹을거리 가격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사과와 블루베리 농가도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농무부 장관과 환경보호청장을 공동 의장으로 하는 ‘꽃가루 매개자 건강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약 5000만 달러를 투입해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의 보존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CCD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농약 중독, 밀집 사육, 전자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약 중에서는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꿀벌 떼죽음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농약이 흡수된 식물의 꽃가루를 먹은 꿀벌은 신경계 이상 증세를 보이며 바로 죽는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농약의 사용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 외에도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인지하고 이동하는 꿀벌이 무선통신 장비의 전자파로 인해 벌집에 되돌아가지 못한다거나 밀집 사육으로 꿀벌의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잘 걸리게 됐다는 등의 가설도 있다. 국내에서도 CCD는 아니지만 ‘꿀벌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확산하면서 토종벌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이 병으로 인해 토종벌 개체 수가 전년보다 75%나 감소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토종벌 수는 현재 회복세에 있지만 살충제와 이상 기후 등에 따른 꿀벌 감소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달콤한 꿀벌들의 도시… ‘작은 변화 꿈꾼다’ 한편 이처럼 꿀벌들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시에서 벌을 키워 보자는 움직임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 최대의 도심 농장인 ‘브루클린 그레인지’에 들어서면 붕붕거리는 꿀벌의 날갯짓 소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미국 뉴욕의 이스트 강을 끼고 있는 11층짜리 건물 옥상에 펼쳐진 약 4만 m² 규모의 텃밭이 벌들의 활동 무대다. 텃밭에 놓은 벌통은 30개. 브루클린 그레인지 농장은 이 벌통에서 생산된 벌꿀과 프로폴리스(꿀벌이 만들어 내는 항염·항산화 물질) 등을 파머스마켓(농부들의 직거래 장터)에 판다. 또 뉴욕 맨해튼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옥상 등에서도 꿀벌을 기르며 뉴욕 시민들에게 양봉을 가르치고 꿀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도심이 오히려 꿀벌을 기르기에 좋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프랑스양봉협회에 따르면 겨울 동안 꿀벌의 생존율은 도시에선 62.5%이지만 농촌에선 40%에 그칩니다. 도시에서는 열섬 현상이 일어나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기 때문이죠. 또 농촌에는 작물의 수가 한정적이지만 도시에는 공원이 많아 꽃과 식물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만큼 벌들의 먹이가 다양해 벌꿀의 질도 좋습니다.”(벤 플래너 브루클린 그레인지 대표) 일본 도쿄(東京)의 쇼핑거리인 긴자(銀座)는 어느새 ‘꿀벌 천국’이 됐다. 2006년부터 건물 옥상에서 양봉을 하는 ‘긴자 꿀벌 프로젝트’가 시작된 덕분이다. 긴자에서는 연간 300kg의 벌꿀이 생산된다. 이 꿀은 인근의 화과자(和菓子·일본 전통과자) 전문점과 프랑스 레스토랑 등의 식재료로 쓰이거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재료로 팔린다. 판매 수익은 긴자의 환경 보호와 무농약 농가 지원 등에 쓰인다. 영국 런던에서도 현재 자연사박물관과 테이트모던미술관, 런던 주식거래소, 포트넘앤드메이슨백화점 등 건물의 옥상에서 벌을 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남산과 서울 강동구 도심텃밭,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 등에서 도심양봉을 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이라는 단체는 서울시내 12곳에서 벌을 기르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잼 제조업체인 슈퍼잼에 국내 판매용 벌꿀을 납품하기도 한다. 대전에도 도심 양봉장이 10여 곳이 있으며 인천 송도고는 학생들에게 꿀벌 키우기를 가르치는 등 일선 학교도 양봉에 나서고 있다. 시민들이 벌을 기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반비즈서울이 양봉 교육 희망자 230여 명을 대상으로 양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32.0%), ‘꿀벌을 살려 지구를 지키고 싶어서‘(21.0%) 등의 답변이 나왔다. 서울 강동구의 도심텃밭에서 취미 삼아 양봉을 하다가 ’강동도시양봉농업협동조합‘을 꾸리고 양봉사업에 뛰어든 신만희 씨(56)는 이렇게 말한다. “꿀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매일 먹는 과일이나 채소도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 양봉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내가 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할 수밖에요.”▼꿀벌 수 세계 12위… 양봉농가는 10여년새 반토막▼한국 양봉의 현주소 현재 국내에서 벌을 키우는 농가는 2만 곳 안팎이다.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양봉 농가는 2002년 4만5100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세를 보여 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낭중봉아부패병 피해로 토종벌 농가가 줄어든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토종벌 감소가 국내 생태계와 양봉산업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내의 양봉 벌은 유럽이 원산지인 서양종 꿀벌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 토종벌 사육 규모(9만8000통)는 전체(175만6000통)의 5.6%에 그쳤다. 서양종 꿀벌은 1910년대 독일계 신부가 일본을 통해 벌통을 수십 통 들여온 것이 시초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은 꿀벌 수가 많은 편(12위·이하 모두 2012년 기준)이며, 특히 단위 면적당 꿀벌 사육 개체 수는 세계 1위다. 한국의 km²당 벌통은 18.5개로 2위 그리스(10.4개), 3위 헝가리(8.2개), 4위 터키(7.8개)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 양봉업은 생산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국내의 벌통 1개에서 생산되는 꿀은 14.02kg으로 베트남(70.86kg), 호주(60.40kg), 중국(41.87kg)보다 훨씬 적다. 이는 꿀벌의 먹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자연환경 때문이다. 국내 꿀벌의 70%가량은 아까시나무를 밀원(蜜源)으로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상기온으로 아까시 꽃이 전국에서 동시에 피면서 양봉업자들이 예전처럼 벌통을 트럭에 싣고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명렬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농업연구관은 “꿀벌이 제대로 먹이를 섭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꿀벌의 밀원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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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폰이라더니… 어르신 울리는 ‘요금 폭탄폰’

    “고객님은 장기간 가입한 우수 고객이세요. 저희가 최신형 휴대전화를 공짜로 드려요.” 서울에 사는 김모 씨(73)는 이런 내용의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고 바로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 매월 전화요금이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2만7000원이라는 점도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청구서를 받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상담원의 말과 달리 김 씨는 유명 이동통신사가 아닌 알뜰전화(MVNO)에 가입돼 있었다. 전화 요금이 매월 5만∼6만 원씩인 데다가 기기 값도 함께 청구되고 있었다. 김 씨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따졌지만 상담원은 서비스를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알뜰폰 구매 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시는 5월을 맞이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알뜰폰 사기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6일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알뜰폰 관련 민원은 최근 계속 증가세다. 지난해 서울시가 접수한 알뜰폰 피해 건수는 78건으로, 전년(36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알뜰폰 서비스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제외한 사업자가 대형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알뜰폰 사업은 통신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2011년 7월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애초의 취지와 달리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가 총 27곳이며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달 500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뜰폰 피해자의 60% 가까이가 60대 이상 고령자란 사실이다. 서울시에 알뜰폰 피해를 신고한 사람들의 연령은 60대가 19.3%, 70대가 33.3%, 80대 이상이 7%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59.6%에 달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상담원들이 전화로 거짓 정보를 주며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소비자원에 따르면 알뜰폰 피해자의 대부분은 유명 이동통신사를 사칭하거나 요금이 실제보다 싸다고 속이는 영업사원에게 속아 알뜰폰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전화를 통한 비(非)대면 판매의 경우 판매자가 말을 바꿀 수 있고 계약서가 없는 사례가 많아 가입자가 피해 사실을 명확히 증명하기 어렵다”며 “가급적 판매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리점에서 가입하되 계약서를 반드시 받아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과 서울시는 또 사업자가 문제 해결을 거부할 경우에는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에 도움을 청할 것을 당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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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한 코리아 가이드 매거진 ‘니하오’]인천공항에서 바로 1km, 천국 같은 즐거움 파라다이스 시티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류’ 영향이 적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봤던 유명 한류 공간을 직접 방문해서 또 다른 감동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다. 문화레저기업인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인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는 이런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2017년까지 ‘파라다이스시티’를 조성한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국제업무단지(IBC-Ⅰ)에 조성된다. 면적은 33만 6000m²로 축구장 47개 크기에 이르며 총사업비도 1조9000억 원이나 된다.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존에 한류 문화를 즐기기 위해 국내 각지를 버스나 열차 등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함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인천국제공항의 가까운 곳에 파라다이스시티를 조성했다.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천국제공항의 직선 거리는 불과 1.1km이다. 회사 측은 “모노레일을 이용할 경우 여객터미널로부터 3번째 역에서 내리면 되고, 공항과 파라다이스시티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새로운 한류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파라다이스시티는 다양한 한류 문화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한국형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로 조성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파라다이스시티에 머물면서 한국의 케이팝, 케이뷰티 등을 경험하고 카지노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컨벤션센터도 함께 들어선만큼 컨벤션 참석차 오는 외국인들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각종 문화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파라다이스시티의 대표 시설은 ‘K-플라자’. 이곳에서는 한국 패션과 미용, 한식 등 다양한 한국의 문화가 소개된다. ‘K-웨이브 테마 파크’에는 한류 스타들의 홀로그램 공연을 통해 콘서트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과 특별전시장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미디어 아트 존’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한국 사회의 다채로운 모습이 나온다.파라다이스시티는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도 변모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전용 카지노(영업장 면적 기준 1만3000m²)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수익창출은 주로 카지노 영업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회의가 가능한 규모의 컨벤션센터(2만 4266m²)와 각종 비즈니스시설 등도 함께 마련된다. 이와 함께 특1급 호텔과 부티크 호텔이 동시에 들어선다. 또 실내 테마파크, 레스토랑, 고급 스파도 갖추게 된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관계자는 “파라다이스시티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동북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카지노로 유명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도 컨벤션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각지의 비즈니스 고객들을 함께 유치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한국의 마이스(MICE·기업 회의 및 전시 박람회)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관계자는 “파라다이스그룹은 40여 년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쌓은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순간부터 출국할 때까지 한국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명품 리조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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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쇼핑업체, 백수오 환불 ‘버티기’

    올 1월 홈쇼핑에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궁’을 구매한 직장인 최모 씨(28). 그는 내츄럴엔도텍 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환불을 요구했다가 마음만 상했다. 가까스로 연결된 콜센터 직원은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 삼은 제품은 3월 말에 입고된 것”이라며 “그 이전에 판매된 제품은 가짜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환불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홈쇼핑과 오픈마켓 등에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환불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홈쇼핑 업체들에 환불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나섰지만, 업체들은 전면적인 환불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4일 서울 강남구 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CJ오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등 6개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짜 백수오 관련 소비자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소비자원은 이 자리에서 “소비자원과 식약처의 조사 이전에 유통된 제품이나 개봉된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모두 환불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권고했다. 이남희 소비자원 피해구제국장은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90%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나왔기 때문에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이엽우피소가 포함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기존에 판매된 백수오 제품의 결함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관련 매출(1240억 원) 중 940억 원어치(75%)가 홈쇼핑을 통해 팔렸을 정도로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홈쇼핑 업체들은 ‘배송받은 지 30일 이내에 개봉하지 않은 경우에만 환불해 준다’는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백수오 판매량이 많지 않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백수오 제품을 모두 환불해 주기로 했다. 소비자원은 7일까지 홈쇼핑 업체 의견을 취합한 후 8일에 2차 간담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하고, 오픈마켓 판매분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소비자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이날 오전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을 압수수색해 이 회사가 언제부터 이엽우피소를 혼입했는지 등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6일 식약처로부터 가짜 백수오 사태에 대한 경위를 보고받고 식약처의 관리 감독 부실을 추궁할 예정이다.김유영 abc@donga.com·최고야 기자}

    •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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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 측 “‘가짜 백수오’ 환불” vs 홈쇼핑 측 “규정은 30일 이내”

    올 1월 홈쇼핑에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궁’을 구매한 직장인 최모 씨(28). 그는 내츄럴엔도텍 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환불을 요구했다가 마음만 상했다. 가까스로 연결이 된 콜센터 직원은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 삼은 제품은 3월 말에 입고된 것”이라며 “그 이전에 판매된 제품은 가짜인지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환불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홈쇼핑과 오픈마켓 등에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홈쇼핑 업체들에 환불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나섰지만, 업체들은 전면적인 환불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4일 서울 강남구 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CJ오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등 6개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짜 백수오 관련 소비자 피해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소비자원은 이 자리에서 “소비자원과 식약처의 조사 이전에 유통된 제품이나 개봉된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모두 환불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권고했다. 이남희 소비자원 피해구제국장은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90%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나왔기 때문에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이엽우피소가 포함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기존에 판매된 백수오 제품의 결함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관련 매출(1240억 원) 중 940억 원어치(75%)가 홈쇼핑을 통해 팔렸을 정도로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홈쇼핑 업체들은 ‘배송 받은 지 30일 이내에 개봉하지 않은 경우에만 환불해준다’는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백수오 판매량이 많지 않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백수오 제품을 모두 환불해 주기로 했다. 소비자원은 7일까지 홈쇼핑 업체 의견을 취합한 후 8일에 2차 간담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하고, 오픈마켓 판매분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6일 식약처로부터 가짜 백수오 사태에 대한 사안을 보고 받고 식약처의 관리감독 부실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의뢰한 백수오 수사는 현재 대검찰청 관할로 넘어간 상태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내츄럴엔도텍의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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