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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2024-05-08
칼럼100%
  • 제약업계 年5조원 복제약 특허전쟁 막 올라

    연매출 3000억 원대의 중견 제약기업 A사는 최근 변호사를 특별 채용했다. 채용 주체는 법무팀이 아닌 특허팀이었다. 이는 제약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A사 특허팀의 변호사 채용은 제네릭(복제약) 허가 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데 따른 조치다. 회사 관계자는 “제네릭 특허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쟁사들도 제네릭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특허 정보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제네릭 특허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제네릭 허가 체계가 전면 개편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골자는 오리지널 약을 만든 제약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리한 제네릭 제약사에 일정 기간 동안 판매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특허 침해” 이의 없으면 판매 금지 15일부터 시행되는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있다. 후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네릭 생산 허가를 받을 때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침해받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9개월 동안 제네릭 시판이 금지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어떤 제약사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와 무관하게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특허침해 논란이 생기면 당사자들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업체는 복제약 허가 신청 사실을 의무적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침해받았다고 제기해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하면 제네릭 판매가 금지된다. 이것은 원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사항 중 하나다. 협상 당시에도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논란이 일어 한미 양국은 협정 발효(2012년 3월 15일) 3년 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제네릭 제약사가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이길 경우 9개월간 제네릭 판매 독점권을 주는 ‘우선 판매 품목 허가제도’다. 결과적으로 특허 소송에서 이긴 제네릭은 9개월간 오리지널 약과 일대일로 경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유식 한미약품 상무는 “소수의 제약사가 특허를 무력화시키면 다수의 제약사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제네릭을 출시해온 게 업계 관행이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무임승차’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소 업체들은 “대형 회사들의 입장만을 생각한 제도”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제네릭의 약값 인하 효과 줄어들 수도” 새 제도의 시행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연간 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제네릭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제대로 된 특허전략을 세우지 못한 회사는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와 보령제약 등 제약사들은 특허 관련 인력을 10∼20%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허 소송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릭에 대한 특허권을 남들보다 빨리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에 도전해 성공한 제네릭 회사(퍼스트제네릭)은 9개월 동안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황금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있다. 인텔리콘법률사무소의 임영익 변호사는 “우선판매품목 허가 제도는 ‘1등 독식제’와 다름없어 특허심판청구와 허가신청을 먼저 하는게 중요하지만, 최초로 심판 청구를 하지 않아도 심판 결과가 먼저 나오면 우선 판매권을 얻을 수 있는 등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며 “이 제도는 예상 외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교한 특허 전략이 필요하며, 제네릭 회사간의 공동 특허 소송 현상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우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복제약 출시가 지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는 복제약의 시장 진입 지연 기간을 9개월로 가정할 경우 제네릭업체들의 매출 손실액은 연간 370억∼79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 소송을 이용해 복제약 출시를 최대한 늦추려 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오리지널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 기간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도 “시장에 오리지널 약과 소수의 제네릭만 유통되면 약값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가격 인하라는 제네릭의 순기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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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네릭 특허전쟁’ 시작되나…허가체제 개편 앞두고 업계 분주

    연 매출 3000억 원대의 중견 제약기업 A사는 최근 변호사를 특별 채용했다. 채용 주체는 법무팀이 아닌 특허팀이었다. 이는 제약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A사 특허팀의 변호사 채용은 제네릭(복제약) 허가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데 따른 조치다. 회사 관계자는 “제네릭 특허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쟁사들도 제네릭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특허 정보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제네릭 특허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제네릭 허가체제가 전면 개편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골자는 오리지널 약을 만든 제약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한 제네릭 제약사에 일정 기간 동안 판매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특허침해” 이의 없으면 판매 금지 15일부터 시행되는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있다. 후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네릭 생산허가를 받을 때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가 침해받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9개월 동안 제네릭 시판이 금지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어떤 제약사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와 무관하게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특허침해 논란이 생기면 당사자들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 업체는 복제약 허가신청 사실을 의무적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침해받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의를 제기하면 제네릭 판매가 금지된다. 이것은 원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사항 중 하나다. 협상 당시에도 오리지널 제약사의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논란이 일어 한미 양국은 협정 발효(2012년 3월 15일) 3년 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제네릭 제약사가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소송에서 이길 경우 9개월 간 제네릭 판매독점권을 주는 ‘우선 판매 품목 허가제도’다. 결과적으로 특허 소송에서 이긴 제네릭은 9개월 간 오리지널 약과 일대일로 경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유식 한미약품 상무는 “소수의 제약사가 특허를 무력화시키면 다수의 제약사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제네릭을 출시해온 게 업계 관행이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무임승차’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소업체들은 “대형회사들의 입장만을 생각한 제도”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제네릭의 약값인하 효과 줄어들 수도” 새 제도의 시행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연간 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제네릭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제대로 된 특허전략을 세우지 못한 회사는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와 보령제약 등 제약사들은 특허 관련 인력을 10~20% 가량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허 소송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제네릭에 대한 특허권을 남들보다 빨리 무력화시키면 9개월 동안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없던 ‘합종연횡’ 가능성도 있다. 인텔리콘법률사무소의 임영익 변호사는 “특허 소송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우선 판매품목 허가를 가져갈 수 있다”며 “수십 개 업체가 공동으로 뭉쳐서 공동 특허 소송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연구개발 역량이 막강한 글로벌 제네릭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1위 제네릭업체인 테바는 이미 2012년 한독과 손잡고 ‘한국테바’를 설립했으며, 미국 제네릭 업체인 알보젠도 근화제약과 드림파마 등을 인수하며 치를 키웠다. 한편 우선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복제약 출시가 지연된다는 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보건복지부는 복제약의 시장 진입 지연 기간을 9개월로 가정할 경우, 제네릭 업체들의 매출 손실액은 연간 370억~79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 소송을 이용해 복제약 출시를 최대한 늦추려 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오리지널 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기간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도 “시장에 오리지널 약과 소수의 제네릭만 유통되면 약값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가격 인하라는 제네릭의 순기능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과도하게 방어해 고의적으로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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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유영]한식, 싸거나 비싸거나

    “오늘 점심에 뭘 드시나요?” 비즈니스 런치(업무상 점심) 자리를 자주 갖는 지인 10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한식을 먹는다는 사람은 2명뿐이었다. 파스타가 2명, 중식 3명, 일식 2명, 스테이크 1명이었다. 간이 설문이었지만 대부분의 비즈니스 런치 메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의 주식인 한식 비중이 낮은 이유가 궁금했다. 40대 마케터인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걸 보면 수저를 들기 전부터 압도당하기 일쑤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리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절반은 버릴 수밖에 없는 반찬을 보고 혹시 이 반찬도 재활용된 게 아닐지 의심까지 든다.” 해외 영업을 하는 30대 여성 B 씨의 대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정식은 대부분 방에서 먹는데, 치마 입은 여자들이나 좌식 테이블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발이 저려 고통스럽다. 심지어 가격도 비싸다.” 백반집이나 일품(一品)요리집에서도 한식을 판다. 하지만 이런 식당에 대한 C 씨(50대·외국계 기업 상무)의 대답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맛집’일 수는 있다. 한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쫓기듯 식사해야 한다. 그런 곳에서 한식을 즐겼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 한정식집은 과시가 넘쳐나고 백반집은 초라하다. 한식이 건강식으로 꼽히면서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한식당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식 뷔페의 인기는 고무적이다. 2013년 문을 연 CJ푸드빌(계절밥상)에 이어 이랜드그룹(자연별곡), 신세계푸드(올반)가 한식 뷔페 사업에 뛰어들었다. 1인당 가격은 1만∼2만 원대. ‘뷔페=서양식 음식’이란 고정관념을 깬 이들은 기존 한식당이 한정식과 백반집으로 양극화된 데에 착안해 ‘틈새시장’을 발굴했다. 또 국산 제철 재료를 쓰면서 음식에 스토리를 담았다. 보은 선씨 종갓집 메뉴(올반)나 계절 나물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골동반(자연별곡), 뻥튀기 아이스크림 같은 추억의 간식거리(계절밥상)가 그 예다. 그 덕분에 요즘 한식 뷔페는 예약 없이 가면 2시간은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한식 뷔페의 성공은 일반 한식집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집 사장님은 대표적인 자영업자로 꼽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한식집은 전국 음식점의 절반에 육박하는 29만3239곳(48.7%·지난해 2월 기준)이나 있다. 퇴직자들이 많이 차린다는 치킨집(3만3152곳·5.5%)보다 약 9배나 많지만 상당수는 경영난을 겪는 게 현실이다. 물론 한식 뷔페가 한식집 사장님들의 ‘교과서’가 될 수는 없다. 한식 뷔페를 하려면 자본력이 받쳐줘야 한다. 식자재 유통의 규모와 질도 영세 한식당과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한식 뷔페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한식을 내놓는 과정에서 이용한, 혁신을 접목한 사고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골목 안 작은 한식당의 음식이 비즈니스 런치의 인기 메뉴로 등극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싸거나 혹은 비싸거나’라는 기존의 ‘한식 공식’을 약간만 비틀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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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랄 김치-한식… 18억 무슬림 밥상 잡아라

    #1. 식품기업인 아워홈은 한국을 찾는 이슬람교도를 겨냥해 올해 9월 인천국제공항에 ‘할랄 푸드코트’를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카레는 물론이고 한식도 선보이게 된다. 아워홈은 이 푸드코트를 ‘할랄 한식’의 홍보관으로 삼고, 할랄 식품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미영 아워홈 연구기획팀장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18억 명의 이슬람교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2. 제네시스BBQ는 싱가포르에선 고추장이 들어간 한국형 양념치킨과 함께 고추장이 없는 ‘이슬람용’ 양념치킨을 판다. 알코올을 금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발효식품인 고추장 대신 칠리소스로 매운맛을 냈다. 또 닭도 꾸란의 기도문을 암송한 뒤 도축한 할랄 의식을 거친 것을 사용한다. 회사 측은 “이슬람국가에서 KFC 못지않은 치킨체인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할랄 식품 분야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운데 할랄 식품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식품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 정체에 빠진 식품기업들은 연 10% 안팎으로 고속 성장하는 할랄 식품 시장에서 신(新)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880억 달러(약 1195조 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6.6%를 차지한다. 2018년엔 1조6260억 달러(약 1706조 원)로 6년 만에 4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의 구매력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일찌감치 할랄 식품 전쟁에 뛰어들어 현재 할랄 식품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는 1980년대부터 할랄 전담팀을 꾸리고 전 세계 86개 공장에서 커피 과자 등 할랄 인증을 받은 15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다농은 생수 브랜드인 ‘아쿠아 워터’를 할랄 기준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 KFC는 영국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육류를 사용해 만든 ‘할랄 버거’ 매장을 100여 곳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후발주자에 속한다. 할랄 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6억8000만 달러(약 7470억 원)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할랄 인증을 잇달아 받는 등 할랄 식품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할랄 인증은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인증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수출을 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120여 개 업체가 43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아워홈은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할랄 인증 한식 메뉴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워홈은 우선 김치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발효음식의 특성상 알코올이 자연스레 포함되는데, 숙성 조건을 달리 해서 알코올이 나오지 않게 한 것. 아워홈은 향후 불고기·닭고기 양념장과 깍두기나 총각김치 등도 할랄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SPC그룹도 바게트 고구마파이 소보로빵, 우유, 식빵 등 60여 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도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에 인증을 받아 현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으며 향후 인도네시아와 중동에도 수출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풀무원도 ‘자연은 맛있다’란 라면에, 크라운제과도 죠리퐁과 콘칲, 카라멜콘과 땅콩에 각각할랄 인증을 받았다. 대상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갖추고 무슬림 전용 브랜드인 ‘마마수카’를 만들어 김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현지 매출액은 16억 원에 그쳤지만 이곳을 할랄 식품 수출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할랄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전북 익산시 국가 식품클러스터(2017년 예정)에 할랄 식품 전용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 이달 중으로 한국식품연구원에 할랄 식품 연구사업단을 꾸려 할랄 식품 개발 방안 연구 등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할랄 인증기관이 전 세계에 300여 개에 이르는 가운데 각국 소비자별로 선호하는 인증기관이 서로 다르며, 각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인증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할랄 식품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 적지 않다.김유영 abc@donga.com·김범석 기자}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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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칩 열풍에 수입 감자만 콧노래

    전남 해남군의 박모 씨(53)는 겨울에도 감자를 수확한다. 국내 농가들은 통상 5월이 되어야 감자를 거둬들이니 흔하지 않은 사례다. 박 씨는 정부가 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한 가공용 감자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종자를 구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심이 크다. 당초에는 수확한 감자를 감자칩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납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관세가 없어지자 국산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았던 외국산 수입 감자 값이 국산보다 30%가량 싸졌다”며 “식품회사들에 국산임을 내세워도 별수가 없었다”고 말았다. 결국 그는 감자를 공판장에 헐값으로 넘기고 말았다. 최근 허니버터칩을 필두로 감자칩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감자는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해태제과와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감자칩 원료로 수입 감자를 쓴다. 시기상 국산 감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겨울에 수입 감자만 쓰는 현상을 개선하고 국내 감자 재배농가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겨울(11∼12월)에도 수확할 수 있는 ‘고운’과 ‘새봉’ 감자를 개발해 2011년부터 보급했다. 하지만 이들 신품종 감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600t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수입된 가공용 감자 물량(2만1212t)의 2.8%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는 국산 감자가 수입 감자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해외에서도 겨울에는 감자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고율의 관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미국산 감자에 붙던 관세(304%)가 겨울철(12∼1월)에 한해 0%로 낮아졌다.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국산 감자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와서 ‘타이밍’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밭농사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논의 기계화 비율은 94%인 반면 밭은 56%에 그친다.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박사는 “국내의 감자밭은 경지 정리가 잘 안 되어 있고 사실상 손으로 심고 주워 담는 수준이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높다”며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만 해도 수입 감자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내년부터 감자 저장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감자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산 감자를 쓰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식품업계가 앞장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 저장시설을 만들어 연중으로 국산 수미 감자를 쓰는 농심 수미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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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업계, 수입만 쓴다?…감자칩 열풍 속 눈물 흘리는 국산 감자

    전남 해남군 한이면의 박 모씨는 겨울에도 감자를 수확한다. 국내 농가들은 통상 5월에 감자를 거둬들이니 흔하지 않은 사례다. 박 씨는 정부가 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한 가공용 감자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종자를 구해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심이 크다. 당초에는 수확한 감자를 감자칩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납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관세가 없어지자 국산보다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던 수입산 감자 값이 국산보다 30% 가량 싸졌다”며 “식품회사들에 국산임을 내세워도 별 수가 없었다”고 말았다. 결국 그는 감자를 공판장에 헐값으로 넘기고 말았다. 최근 허니버터칩를 필두로 감자칩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감자는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4일 농림축사식품부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해태제과와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감자칩 원료로 수입산 감자를 쓴다. 시기상 국내산 감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겨울에 수입산 감자만 쓰는 현상을 개선하고 국내 감자농가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겨울(11~12월)에도 수확할 수 있는 ‘고운’과 ‘새봉’ 감자를 개발해 2011년부터 보급했다. 하지만 이들 신품종 감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600t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수입된 가공용 감자 물량(2만1212t)의 2.8%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는 국내산 수입 감자가 수입산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해외에서도 겨울에는 감자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300%가 넘는 관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감자에 붙던 관세(304%)가 겨울철(12~1월)에 한해 0%로 낮아졌다.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국산 감자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와서 ‘타이밍’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밭농사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기계화 비율은 논이 94%인 반면 밭은 56%에 그친다.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박사는 “국내의 감자 밭은 경지 정리가 잘 안되어 있고 사실상 손으로 심고 주워 담는 수준이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높다”며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만 해도 수입산 감자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내년부터 감자 저장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감자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국산 감자를 쓰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식품업계가 앞장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 저장 시설을 만들어 연중으로 국산 수미 감자를 쓰는 농심 수미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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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서 일하고 회의… 우리는 ‘서서族’

    2일 서울 중구 소공로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내 회의실. 다른 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스탠딩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직원 10여 명은 모두 일어선 채였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회의 참가자들이 의자에 기대 늘어지지 않아 좋다. 또 회의시간이 길어지면 다리가 아프니 잡담을 거의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된다. 이병엽 커피리더십 파트장은 “서서 회의를 하니 종전에 1시간 정도 걸리던 회의 시간이 20분 안팎으로 줄었다”며 “집중력이 높아져 딴짓이나 딴생각을 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서 회의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이른바 ‘서서족(族)’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서서 일하기 열풍은 원래 3∼4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에서 시작됐다. 건강에 좋은 데다가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7월 회의실 14곳 중 10곳에서 기존 의자와 테이블을 모두 없앴다. 그 대신 성인 남성의 배꼽 높이(약 110cm)만큼 올라오는 높은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랩 구성원들도 2013년부터 서서 회의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정신이 맑아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차원에서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증가세다. 변동식 CJ오쇼핑 사장은 집무실에 연설 등을 할 때 쓰는 강연대를 들여놓았다. 자료를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보고도 강연대 앞에서 받는다. 변 사장은 “척추가 튼튼해지고 복부 근육이 긴장돼 배가 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서서 일하기 관련 용품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스탠딩 데스크나 기존 책상에 올려둘 수 있는 높이 조절용 노트북 지지대의 올해 1, 2월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5%로 급증했다. 서서 일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걸으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에서 일하는 엄위상 수석연구원은 사무실에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들여놓고 그 위에 책상을 설치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산책하는 기분으로 일한다”며 “만성 소화 불량과 허리 통증이 개선됐고, 집중도 잘되고 스트레스의 강도가 낮아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서 일하기가 각광받는 것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당뇨와 심혈관 및 척추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하루 3시간 미만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사망률보다 여성은 40%, 남성은 20% 높다. 이런 이유에서 장시간 앉아서 일하기는 ‘흡연’과 같다는 비유도 나온다. 서서 일하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척추 등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10분 앉았다가 40분 서서 일하는 방식으로 하거나, 바닥에 푹신한 발판을 마련해 발목이 받는 충격을 줄이라고 조언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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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3.0]한식의 재발견… 뷔페에서 우린 ‘정성’을 먹는다

    “동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시끌벅적하잖아요.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다 나오죠. 가격이 비싸진 않아도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식을 즐겼다고 하기엔 좀….”(주부 김성혜 씨·43) “한정식 집에 가면 신발을 벗고 앉아야 하지요. 치마 입은 여자들이나 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앉기가 불편할 수밖에요. 게다가 한상 가득 차려지는 음식의 절반 이상은 남기는데 가격은 비싸잖아요.”(회사원 이경모 씨·38) 최근 건강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며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식을 파는 식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불만을 느낀다. 중식이나 일식 등이 체계적인 메뉴와 서비스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유독 한식당은 그런 추세를 맞추지 못해왔다. 요즘 이슈인 ‘한식 뷔페’는 한식당에 대한 이런 불만에 착안해 메뉴와 서비스를 혁신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체계적인 노하우를 가진 CJ그룹과 이랜드그룹,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한식 뷔페 시장에 일제히 뛰어들어 가히 ‘한식대첩’이라고 부를 만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단골 외식 장소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무대가 한식 뷔페로 바뀌고 있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식 뷔페는 대형 외식업체의 운영 노하우를 집약하고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한식 뷔페의 가격은 성인을 기준으로 점심은 1만 원대 초반, 저녁은 2만 원 안팎이다. 그러면서도 100개에 이르는 메뉴를 선보인다. 담백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에 목말라하는 도시인들의 깐깐한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한식 뷔페들을 소개한다. 올반 신세계푸드는 2014년 10월 서울 여의도에 올반 1호점을 내면서 한식 뷔페 사업을 시작했다. 올반은 ‘올바르게 만들어 반듯하게 차린다’라는 뜻이다. 올반은 콩과 쌀, 장, 채소를 핵심 식재료로 쓴다. 각 지역의 먹거리를 발굴하고 종갓집의 한식 메뉴를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강원 철원 오대미를 매장에서 직접 도정해서 갓 지은 밥, 경기 파주 장단콩을 바로 갈아서 만든 손두부가 대표적이다. 또 충북 충주의 장안농장에서 자연퇴비로 기른 로메인 상추와 쌈케일, 쌈배추, 백로즈잎 등 쌈채소류 30여 종도 선보이고 있다. 창녕 조씨 명숙공가의 ‘길경탕’과 보은 선씨의 ‘선영홍 종가 닭구이’ 등 종갓집 음식도 인기가 높다. 화산석으로 만든 가마에서 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고기를 구워 기름을 빼고 담백한 맛을 낸 ‘고추장 가마 삼겹살 구이’와 오동통한 새우를 간장 소스에 재운 ‘간장 새우장’도 별미로 꼽힌다. 동시에 시골콩탕이나 장터국밥 등 서민적인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아삭 장아찌 5종’도 일품이라는 게 올반 측의 설명. 일반 장아찌는 일주일 이상 장에 담가 주재료가 물컹해진다. 반면 아삭 장아찌는 2, 3일 안에 장맛이 배게 해서 아삭함이 살아 있다. 매장에서 만드는 식혜인 ‘제대로 식혜’도 인기. 강원 철원 오대쌀과 엿기름으로 만들었으며 시중 식혜보다 당도가 25%가량 낮다.계절밥상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2013년 7월 경기 판교신도시에 1호점을 개설해 국내에서 본격적인 한식 뷔페 열풍을 이끌었다. 계절밥상이라는 이름대로 계절별로 제철 메뉴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놓는다. 25일부터는 주꾸미와 민들레, 미나리 등 봄철 식재료를 쓴 메뉴를 선보인다. 향긋한 미나리와 바지락을 듬뿍 넣고 부쳐 쫄깃한 맛을 더한 ‘바지락 미나리전’과 주꾸미를 고소하게 구운 ‘주꾸미구이’, 상큼한 봄나물인 민들레잎을 넣고 새콤하게 무친 ‘민들레 국수무침’이 봄철 메뉴 대표 주자다. 상시 메뉴 역시 시골 밥상처럼 푸짐하다. 충남 서산과 경기 여주 등에서 기른 신선한 쌈채소와 경기 이천의 느타리버섯을 올린 비빔밥 등이 대표적이다. 뻥튀기 아이스크림과 씨앗 호떡 등 추억의 간식거리도 후식으로 맛볼 수 있다. 계절밥상은 매장 입구에서 한국벤처농업대학 출신의 농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파는 ‘계절장터’를 운영한다.자연별곡 이랜드그룹이 2014년 4월부터 운영하는 자연별곡은 식당 이미지를 ‘왕의 밥상’으로 정했다. 자연별곡도 제철 재료를 쓰는 점을 강조한다. 계절 나물을 고추장에 비벼 먹는 골동반, 살짝 절여 아삭한 맛을 살린 오이 고추에 부추 소를 채워 넣은 별미 김치, 고추 소박이 등이 대표 메뉴다. 또 왕의 밥상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조선시대 영조 임금의 입맛을 돋우던 고추장 양념 삼겹살 구이와 정조의 버섯 탕평채 등을 선보인다. 전통 주전부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후식도 있다. 쫄깃한 찹쌀경단을 달콤한 팥죽에 찍어 먹는 ‘단팥 퐁듀’, 셔벗으로 재탄생한 오미자 등이 그것이다. 살짝 단 간장 양념에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 서울식 불고기 전골, 정성껏 빚은 떡갈비를 직화로 구운 뒤 잣가루로 고소함을 더한 남도식 떡갈비, 향긋한 국내산 멍게에 각종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통영식 멍게 비빔밥 등 팔도 진미도 맛볼 수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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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도 술익는 마을마다 다른 맛… 그게 내 꿈”

    “막걸리 양조장, 꼭 시골에 있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전통 막걸리는 집에서 신선하게 빚어 만들어 먹는 게 핵심이었어요. 손맛이 다르니 마을마다 다른 술맛이 났지요.”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56·사진)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센터원에 위치한 ‘느린마을양조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배상면주가가 2010년 첫선을 보인 도심양조장인 느린마을양조장은 최근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느린마을양조장은 현재 서울에서 3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배 대표는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둘째 아들로 형(배중호 국순당 대표)과 국순당에서 함께 일하다가 1996년 “막걸리도 와인처럼 고급화, 다양화되는 시대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립해 배상면주가를 설립했다. 느린마을양조장은 수제맥주처럼 매장에서 막걸리를 양조해 판매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제막걸리’를 육성하겠다고 했을 때 모범 사례로 꼽혔다. “막걸리는 대표적인 슬로푸드예요. 김치가 겉절이부터 푹 익은 김치에 이르기까지 발효시기에 따라 다른 맛을 내잖아요. 막걸리도 풋풋한 막걸리부터 완숙한 막걸리까지 다양한 맛이 납니다.” 실제로 발효시간이 짧은 막걸리는 순한 대신 단맛이 강하고 발효시간이 긴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톡 쏘는 맛이 강하다. “한때 막걸리 붐이 일었지만 최근 맥주, 와인 등에 밀렸잖아요. 소비자 입맛은 고급화, 다양화하는데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막걸리가 획일화된 맛을 내는 원인으로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와 수입쌀을 지목했다. ‘막걸리=싸구려 술’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비용을 낮추려고만 하다 보니 많은 제조업자가 쉽고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첨가물을 넣지 않고 국내산 쌀과 물, 누룩, 효모만으로 양조한다는 배 대표는 “막걸리를 세계화하려면 막걸리에 ‘막걸리 순수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국 300여 개 막걸리 양조장은 엄청난 자산인데 이를 놀리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해 이를 관광 포스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다만 “막걸리 산업을 키우려면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 금지와 과실주의 수제 제조 금지 등의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 대표는 2013년 ‘밀어내기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대리점주들과의 마찰과 관련해서는 “대리점주들과 주기적인 자리를 갖는 등 상생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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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너 공백 CJ, 글로벌 도약 쓴잔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던 CJ그룹의 시도가 무산됐다. 23일 재계와 CJ그룹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달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공격적인 베팅’을 앞세운 일본 물류기업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APL로지스틱스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 무산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의 기반 마련을 위한 첫 번째 시도에서 고배를 마셨다. CJ그룹은 그동안 식품·문화산업 위주인 그룹의 사업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물류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물류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첫 시도가 무산돼 전략 실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재계에서는 일본 기업이 인수금액을 공격적으로 제시한 데 반해 올해로 오너 부재 3년째인 CJ대한통운은 과감한 베팅을 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 2013년 7월 구속된 이재현 회장은 같은 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KWE는 2013년 기준 연매출 2조7000억 원에 시가총액이 1조3000억 원인 운송 전문기업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1조3500억 원가량의 금액을 제시해 CJ대한통운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은행(IB) 업계가 예상했던 적정 인수가격(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을 20%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KWE는 엔화 가치 하락과 금리 하락 등으로 자본조달이 유리해지자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APL로지스틱스는 세계 64개국 110개 물류거점을 통해 지난해 1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거점이 탄탄한 데다 자동차 및 의류 산업의 글로벌 유명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APL로지스틱스의 인수는 이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M&A에서 중요한 요인은 가격인데,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과감한 베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에도 미국 종합물류업체와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지난해 수도권에 구축하려던 물류허브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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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까지 점심예약 끝난 식당이 있다?

    17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 1층. 개장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지만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뷔페 ‘올반’의 대기 고객은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으러 온 20∼40대 여성이 상당수였다. 이 매장의 평일 점심식사 예약은 벌써 올해 6월분까지 마감됐다. 올반 관계자는 “콩과 쌀, 장(醬), 채소 등 한식의 핵심 식재료를 이용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장 포화로 고심하던 외식업체들이 한식뷔페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 이랜드그룹 등 대기업 외식 계열사가 일제히 한식뷔페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출사표를 냈다. 여기에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식뷔페는 비싸고 양이 많다는 불만을 들어온 기존 한정식의 ‘거품’을 빼고 ‘집밥’ 콘셉트의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 1인당 가격은 대부분 점심은 1만 원대, 저녁은 2만 원대다. 특히 ‘건강족’들을 겨냥해 제철 식재료와 지역별 특산물을 쓴 100여 종의 음식을 뷔페식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한식뷔페 시장은 CJ와 이랜드가 주도했다. CJ 계열의 CJ푸드빌은 2013년 7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계절밥상’ 1호점을 열었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지난해 4월 ‘자연별곡’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매장 수를 21개로 늘리며 계절밥상(7개)을 추월했다. 이에 맞서 계절밥상도 이달 17일과 27일에 각각 경기 고양시 일산과 안양시에 잇달아 추가 매장을 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점을 시작으로 센트럴시티점, 세종시 세종점, 경기 김포점 등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인 롯데리아는 올해 안에 한식뷔페 1호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소화를 돕는 효소를 메뉴에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견 외식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놀부는 지난해 3월 직영 한식뷔페 ‘화려한식탁 n테이블’을 선보였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한식브랜드인 ‘엠도시(M℃)’를 통해 한식시장에 진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답게 참숯에 구운 닭고기 등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채선당은 샤부샤부에 한식 샐러드바를 접목한 ‘채선당 플러스’ 매장 5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한식뷔페 붐이 곧 지방의 주요 도시로도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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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밥’ 콘셉트 한식뷔페…인기비결은?

    17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센트럴시티 1층. 개장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지만,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뷔페 ‘올반’의 대기 고객 숫자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으러 온 20~40대 여성들이 상당수였다. 이 매장의 평일 점심식사 예약은 벌써 올해 6월분까지 마감됐다. 올반 관계자는 “콩과 쌀, 장(醬), 채소 등 한식의 핵심 식재료를 이용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장 포화로 고심하던 외식업체들이 한식뷔페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 이랜드 등 대기업 외식 계열사가 일제히 한식 뷔페 시장에 진출한 데에 이어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식뷔페는 비싸고 양이 많다는 등의 불만을 들어온 기존 한정식의 ‘거품’을 빼고 ‘집밥’ 콘셉트의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인 1인당 가격은 대부분 점심은 1만 원 대, 저녁은 2만 원대다. 특히 ‘건강족’들을 겨냥해 제철 식재료와 지역별 특산물을 쓴 100여 종의 음식을 뷔페식으로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한식뷔페 시장은 CJ그룹과 이랜드가 주도했다. CJ 계열의 CJ푸드빌은 2013년 7월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 ‘계절밥상’ 1호점을 열었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지난해 4월 ‘자연별곡’ 브랜드를 선보인 후 매장 수를 21개로 늘리며 계절밥상(7개)을 추월했다. 이에 맞서 계절밥상도 이달 17일과 27일에 각각 경기 일산시와 안양시에 잇달아 추가 매장을 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점을 시작으로 센트럴시티점, 세종시 세종점, 경기 김포점 등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는 올해 안에 한식뷔페 1호점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소화를 돕는 효소를 메뉴에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견 외식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놀부는 지난해 3월 직영 한식뷔페 ‘화려한식탁 n테이블’을 선보였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 한식브랜드인 ‘엠도시’(M℃)를 통해 한식 시장에 진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답게 참숯에 구운 닭고기 등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채선당은 샤브샤브에 한식 샐러드바를 접목한 ‘채선당 플러스’ 매장 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와 불황으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던 외식업체들이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한식뷔페 붐이 곧 지방의 주요 도시로도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김유영기자 abc@donga.com}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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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원에서도 구제역 확진 판정

    충북 청주시의 한 농업고등학교가 실습용으로 기르는 돼지 중 일부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청주농업고등학교 오창실습장에서 기르는 돼지 30여 마리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 검사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17일 밝혔다. 학교 측은 전날 구제역 의심 신고를 했다. 청주농고는 실습장에서 돼지 382마리와 소 67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들을 도살처분 하고 이동제한 조치 등 방역 강화에 나섰다.김유영기자 abc@donga.com}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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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서도 AI 발생…가금류 160여 마리 도살 처분

    울산에서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울산 남구 상개동 전통시장 안의 닭 판매업소 2곳에서 판매 중인 토종닭에서 15일 AI 바이러스(H5N8)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우선 이들 업소에서 판매·사육 중인 닭 등 가금류 160여 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정밀검사 결과는 18일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판정을 받은 닭은 외부 지역에서 들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닭의 유입경로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시민들에게 “이동이 많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철새 도래지나 양계농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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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돔 이어 착한 ‘잼’… 박서원 부사장의 두번째 도전

    “상품성이 떨어져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과일도 잼을 통해서라면 백조로 재탄생할 수 있지요. 제값을 못 받는 못난이 과일을 가공해 농가를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콘돔을 시판해 화제가 됐던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CCO) 부사장(사진)이 이번에는 잼을 내놓았다. 그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15일 오리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수확 전 떨어진 밤과 배 등 낙과(落果)나 상처가 난 과일로 만든 잼 제품인 ‘이런쨈병’을 개발해 설 이후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품 이름은 잼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쨈’과 ‘이런 젬병!’이라는 감탄사를 합쳐 만든 것이다. 오리콤 관계자는 “과일에 상처가 나거나 낙과가 생길 때 안타까워지는 농민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의 부친인 박용만 회장은 2012년 태풍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낙과를 사서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오리콤은 이 경험이 이런쨈병 개발의 모티브가 됐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천연재료로 잼을 만드는 식품업체인 ‘인시즌’과 잼 만들기 사업을 함께 한다. 인시즌의 이소영 대표는 못난이 과일을 떨이로 판매하면서 속상해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다. 잼을 담은 병에는 ‘다람쥐도 욕심 낸 꿀밤으로 만든 잼’ ‘참새가 찜 했던 꿀배로 만든 잼’ 등을 주제로 한 삽화가 들어갔다. 이런쨈병 사업은 박 부사장이 오리콤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사회적책임(CSR) 프로젝트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미혼모를 돕고 바른 성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든 ‘바른생각 콘돔’을 판매해 나온 수익금을 미혼모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이런쨈병은 곧 서울 시내 보육원 등에 전달되며 설 연휴 이후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오리콤은 판매 수익금을 태풍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농가에 지원할 예정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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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쨈병!’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콘돔 이어 잼 내놓아

    “상품성이 떨어져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과일도 잼을 통해서라면 백조로 재탄생할 수 있지요. 제값을 못 받는 못난이 과일을 가공해 농가를 돕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콘돔을 시판해 화제가 됐던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CCO) 부사장이 이번에는 잼을 내놓았다. 그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15일 오리콤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수확전 떨어진 밤과 배 등 낙과(落果)나 상처가 난 과일로 만든 잼(jam) 제품인 ‘이런쨈병’을 개발해 설 이후에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품 이름은 잼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쨈’과 ‘이런 젬병!’이라는 감탄사를 합쳐 만든 것이다. 오리콤 관계자는 “과일에 상처가 나거나 낙과가 생길 때 안타까워지는 농민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의 부친인 박용만 회장은 2012년 태풍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낙과를 사서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오리콤은 이 경험이 이런쨈병 개발의 모티브가 됐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은 천연재료로 잼을 만드는 식품업체인 ‘인시즌’과 잼 만들기 사업을 함께 한다. ‘인시즌’의 이소영 대표는 못난이 과일을 떨이로 판매하면서 속상해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다. 잼을 담은 병에는 ‘다람쥐도 욕심 낸 꿀밤으로 만든 잼’, ‘참새가 찜 했던 꿀배로 만든 잼’ 등을 주제로 한 삽화가 들어갔다. 이런쨈병 사업은 박 부사장이 오리콤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사회적책임(CSR) 프로젝트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미혼모를 돕고 바른 성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든 ‘바른생각 콘돔’을 판매해 나온 수익금을 미혼모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이런쨈병은 곧 서울 시내 보육원 등에 전달되며, 설 연휴 이후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오리콤은 판매 수익금을 태풍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본 농가에 지원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세계 유수의 광고인들을 배출한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으로 2006년 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에 합류해 광고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다.김유영기자 abc@donga.com}

    •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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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물 전문 홈쇼핑 6, 7월경 개국… 특산물 홍보로 농가소득 향상 기대”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TV 홈쇼핑 채널(가칭 ‘공영홈쇼핑’)을 올해 6, 7월경에 개국할 예정입니다. 농산물 판로를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청송 사과’ ‘나주 배’ ‘순창고추장’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효과가 클 겁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사진)는 1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이 출자한 농산물 전문 홈쇼핑 채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제7홈쇼핑 사업자로 선정된 공영홈쇼핑에는 농협이 45%, 수협중앙회가 5%,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의 지분을 출자했다. “그동안 TV 홈쇼핑에서 농산물은 ‘찬밥’ 취급을 당해왔습니다. 부피가 크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판매자가 홈쇼핑에 내는) 수수료 부담도 커 대부분의 농민들은 홈쇼핑에서 농산물을 팔 엄두도 못 냈습니다.” 이 대표는 “공영홈쇼핑은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각종 비용을 아끼겠다”며 “이렇게 하면 궁극적으로 농가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공영홈쇼핑의 판매 수수료를 기존 홈쇼핑(매출의 32∼35%)보다 낮은 20∼23%로 책정할 예정이다. 또 농민들에게 포장비와 물류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이 예상하는 공영홈쇼핑의 매출은 2016년 1600억 원, 2020년 3000억 원이다. 농협은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홈쇼핑 전용 농산물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기존보다 포장 단위를 더 작게 만들고, 포장 디자인도 세련되게 개선하는 식이다. 또 이 대표는 “공영홈쇼핑이 출범하면 현재 농협이 추진하는 택배 사업과도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농산물은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데, 우체국 택배가 주5일 근무로 토요일에 운영이 되지 않다 보니 농산물 전용 택배사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택배업계가 농협의 진출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국내의 연간 택배 물량인 16억 박스 중 농협이 취급하게 될 것은 2000만 박스로 전체 물량의 1.25% 규모에 그친다.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이 시장을 교란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설 명절을 앞둔 소비자들에게 “국산 농산물을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과일 풍년 때문에 사과나 배의 가격도 많이 내렸습니다. 설 명절에 대형마트들이 망고, 오렌지, 용과 등 수입산 과일을 적극 판매하는 형국이지만, 국산 과일의 품질이 수입산 과일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농민들을 위해 국산 과일을 많이 구입해 주십시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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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한 코리아 가이드 매거진 ‘니하오’]한국에서 더 깊이 즐기는 영국의 멋과 정통, 버버리

    아시아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159년 전통의 버버리는 설을 맞이해 소중한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영국 전통의 고급스러움 버버리는 그동안 다양한 가방 제품을 내놓으며 영국의 고급스러움을 선보였다. 유행을 좇지 않는 브랜드 고유의 디테일을 선보이는 백(Bag)들은 ‘클래식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트렌치코트와 함께 버버리가 계속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 이다. 버버리의 ‘배너(The Banner)’ 백은 심플한 디자인의 토트백이다. 연령과 관계없이 무난하게 들 수 있는 클래식한 느낌의 제품으로 승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배너 백에는 가죽 표면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버버리 고유의 ‘그레이니 가죽’이 사용됐다.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를 옆면에 넣어 버버리만의 정통성을 은은하게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어깨끈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숄더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색상은 블랙, 화이트 등 기본 색상부터 네이비, 그린, 연한 핑크, 트렌치 색상, 아이보리 등까지 다양하다. ‘알체스터 백(Alchester Bag)’은 버버리 제품을 상징하는 벨트 장식을 단 제품이다. 가방에 달려 있는 금속 자물쇠와 가죽 소재의 열쇠고리는 영국의 전통적인 여행가방의 느낌을 준다. 손바느질로 완성한 둥근 모양의 가죽 손잡이 역시 기품을 더한다. 크기는 스몰과 라지 등 두 가지가 있다. 버버리 관계자는 “화려한 색상과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 디자인의 알체스터 백은 인기 있는 선물용 핸드백으로 손꼽힌다“고 말했다.아시아 최초 ‘버버리 뷰티박스’ 방문해 볼만 버버리 제품은 가방뿐 아니라 향수나 화장품도 인기다. 버버리의 향수 ‘마이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향수병 등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쇠뿔로 제작한 향수병의 뚜껑은 트렌치코트 특유의 단추를 떠올리게 한다. 또 향수병에 달려 있는 매듭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묶은 것으로 1879년 버버리의 창시자인 토머스 버버리가 즐겨 쓴 잉글랜드산 개버딘 소재를 사용했다. 마이 버버리는 비에 젖은 런던식 정원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다. 향은 플로럴 계열로 영국적인 감각의 화려함을 드러낸다. 버버리는 마이 버버리 90mL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향수병에 영문 이니셜을 새겨 주는 모노그래밍(monogramm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버버리 관계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새긴 마이 버버리는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버버리의 립 제품인 ‘립 커버 유니언 레드’는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레드 립스틱이다. 영양 성분이 많은 오일과 젤 피그먼트를 가볍게 섞어 입술에 수분을 공급한다. 노화 방지 세라마이드도 함유되어 있어 입술에 볼륨감을 준다. 이 제품은 일반 립스틱처럼 바르거나 손가락에 흡수시켜서 사용하면 된다. 마땅한 선물 아이템을 정하지 못했다면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위치한 ‘버버리 뷰티박스’를 방문해 보자. 이곳은 버버리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뷰티 매장으로 화장품과 스카프, 파우치 등을 판매한다. 버버리 뷰티박스에서는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방문자가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 등을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향수 코너에서는 향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문의 : 버버리 뷰티박스 02.6002.3200 / 영업시간 : 월~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10시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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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음악-게임 한류콘텐츠 거점 마련… 창조경제 뒷받침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빅뱅’을 통해 문화 융성을 이루고 경제 혁신과 국민 행복을 구현하자”고 말했다. 이는 국가 정책, 특히 창조경제의 무게중심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술 중심에서 문화콘텐츠로 확대된다는 것을 뜻한다. “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는 전제이자 창조경제 성장의 촉매제다. 40여 년 전 제조업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듯 이제는 문화융성을 통해 우리 경제가 대도약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문화산업을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문화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했고 일본도 ‘쿨 저팬’을 내세우며 문화를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 만든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프로젝트는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 같은 글로벌 문화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984년 캐나다 퀘벡의 작은 거리 공연으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발레와 연극, 뮤지컬을 서커스에 접목해 고급 예술로 승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획자인 기 랄리베르테의 열정과 퀘벡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현재 연간 1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메가 콘텐츠’가 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 프로젝트는 민관이 함께 문화융성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랄리베르테처럼 아이디어는 좋지만 돈이 없는 창작자와 문화 투자자·마케터 등을 연결해 상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심이다. 우선 2017년까지 융·복합 문화콘텐츠의 ‘기획→제작→구현→재투자(연구개발·인력 육성)’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문을 여는 4개의 거점(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을 통해 구현된다. CJ E&M센터에 조성돼 이날 개관한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부화시키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창작의 ‘씨앗’이 되는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하고, 방송계의 스타 PD나 작가가 작가 지망생에게 멘토링을 하는 식이다. 초대 센터장은 신형관 CJ E&M 상무가 맡는다. 올해 말에는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콘텐츠 제작과 사업화를 위한 ‘문화창조벤처단지’가 들어선다. 이곳에는 문화 벤처 기업도 입주하며, 이 기업들의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어 2016년 말 서울 동대문구 산업연구원(KIET) 터에 들어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민간이 담당하기 힘든 이종(異種) 분야의 교차 교육과 실습, 융합기술 개발 지원 등을 맡는다. 마지막으로 2017년 말에는 경기 고양시에 한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K-컬처밸리’가 조성된다. 경기도와 고양시, CJ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33만 m²의 터에 약 1조 원을 투자한다. 태양의 서커스나 난타 같은 대형 콘텐츠를 선보일 1500석 규모의 상설 공연장과 한류 콘텐츠를 숙박 식음료 서비스와 접목한 한류거리, 한류 콘텐츠 파크가 들어선다. 정부는 K-컬처밸리 완공 후 10년간 총 25조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와 17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분야 최대 규모 MOU 정부가 이처럼 문화콘텐츠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은 제조업 성장이 한계에 이르러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다양한 문화융성 사업의 재원은 유망 콘텐츠 프로젝트와 기업 육성을 위한 2600억 원 규모의 투융자펀드를 통해 마련된다. 문화체육관광부(100억 원)와 중소기업청(100억 원), CJ(100억 원) 등이 펀드를 조성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도 2000억 원을 지원한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서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잇달아 체결됐다. MOU를 맺은 기업은 영화·영상(롯데시네마, 쇼박스, CJ E&M), 음악공연(SM YG JYP엔터테인먼트), 패션(제일모직, LF), 음식(신세계푸드, 제네시스, CJ푸드빌), 게임·플랫폼(네이버, 다음카카오, 넥슨코리아, 넷마블게임즈) 분야의 64곳에 이른다. 문화콘텐츠 분야의 MOU로는 최대 규모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김유영 abc@donga.com·최고야·이재명 기자}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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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김유영]“페미니스트가 싫어요”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그 덕분인지, 운이 좋았는지, ‘여자라서…’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이 크게 좌초된 적이 아직까지는 별로 없다. 제삿날에 남자 사촌들과 나란히 절했고, 남녀 공학인 학교에서 남학생들과 무난하게 지냈으며, 남자 기자가 여전히 많은 신문사에서 1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해 왔다. 여자의 참정권과 교육권이 ‘사치’로 여겨지던 100여 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내 삶의 일부 궤적은 페미니즘에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건 ‘커밍아웃’ 수준의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배우 에마 왓슨도 지난해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며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할수록 그것이 남자를 증오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여자에게 전투적이고 기가 세다는 시선이 뒤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오해를 넘어서 혐오로 치닫는 듯하다. 지난해 과격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가입을 위해 터키로 간 것으로 알려진 김모 군은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는 글을 남겼다. 최근에는 한 팝 칼럼니스트가 여성 잡지에 ‘IS보다 페미니즘이 위험하다’는 궤변을 펼쳤다. “여성이 남성을 공격해 현재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면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빌어먹을 페미니즘’의 배경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서천석 씨는 “상당히 많은 남학생이 자신들이 여학생들보다 유리한 점이 거의 없고, 나중에 군대에도 가야 하며, 오히려 불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은 팍팍해진 삶 속에서 일종의 ‘선 긋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내 것’,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이들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손쉽게 공격성을 표출할 대상을 여성에게서 찾았을 개연성이 높다. 인터넷 일베 게시판에서 ‘페미충’(페미니스트와 벌레를 결합한 말),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 등 여성 비하 단어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당연하지만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차이(difference)를 차별(discrimination)로 연결하지 말자’는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여성 문화 잡지인 ‘IF’는 1997년 창간사에서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인간의 잠재성을 실현할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여자라서…’라며 주저하는 사람은 ‘장애인이어서…’, ‘외국인이어서…’, ‘가난해서…’, ‘가방끈이 짧아서…’라는 사람과 충분히 손잡을 수 있다. 그게 당신일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페미니즘의 시선은 사람을 향한다.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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