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 열풍에 수입 감자만 콧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제과업체 12∼4월 외국산 주로 사용

충남 아산시의 농심 공장에서 직원들이 과자 재료로 쓸 감자를 살펴보고 있다. 농심 제공
충남 아산시의 농심 공장에서 직원들이 과자 재료로 쓸 감자를 살펴보고 있다. 농심 제공
전남 해남군의 박모 씨(53)는 겨울에도 감자를 수확한다. 국내 농가들은 통상 5월이 되어야 감자를 거둬들이니 흔하지 않은 사례다. 박 씨는 정부가 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한 가공용 감자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종자를 구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심이 크다. 당초에는 수확한 감자를 감자칩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납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관세가 없어지자 국산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았던 외국산 수입 감자 값이 국산보다 30%가량 싸졌다”며 “식품회사들에 국산임을 내세워도 별수가 없었다”고 말았다. 결국 그는 감자를 공판장에 헐값으로 넘기고 말았다.

최근 허니버터칩을 필두로 감자칩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감자는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해태제과와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감자칩 원료로 수입 감자를 쓴다. 시기상 국산 감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겨울에 수입 감자만 쓰는 현상을 개선하고 국내 감자 재배농가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겨울(11∼12월)에도 수확할 수 있는 ‘고운’과 ‘새봉’ 감자를 개발해 2011년부터 보급했다. 하지만 이들 신품종 감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600t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수입된 가공용 감자 물량(2만1212t)의 2.8%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는 국산 감자가 수입 감자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해외에서도 겨울에는 감자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고율의 관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미국산 감자에 붙던 관세(304%)가 겨울철(12∼1월)에 한해 0%로 낮아졌다.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국산 감자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와서 ‘타이밍’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밭농사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논의 기계화 비율은 94%인 반면 밭은 56%에 그친다.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박사는 “국내의 감자밭은 경지 정리가 잘 안 되어 있고 사실상 손으로 심고 주워 담는 수준이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높다”며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만 해도 수입 감자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내년부터 감자 저장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감자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산 감자를 쓰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식품업계가 앞장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 저장시설을 만들어 연중으로 국산 수미 감자를 쓰는 농심 수미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감자칩#수입 감자#제과업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