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도 술익는 마을마다 다른 맛… 그게 내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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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도심서 술빚는 ‘느린마을양조장’… 5년 만에 방문객 100만명 넘어

“막걸리 양조장, 꼭 시골에 있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전통 막걸리는 집에서 신선하게 빚어 만들어 먹는 게 핵심이었어요. 손맛이 다르니 마을마다 다른 술맛이 났지요.”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56·사진)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센터원에 위치한 ‘느린마을양조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배상면주가가 2010년 첫선을 보인 도심양조장인 느린마을양조장은 최근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느린마을양조장은 현재 서울에서 3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배 대표는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둘째 아들로 형(배중호 국순당 대표)과 국순당에서 함께 일하다가 1996년 “막걸리도 와인처럼 고급화, 다양화되는 시대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독립해 배상면주가를 설립했다.

느린마을양조장은 수제맥주처럼 매장에서 막걸리를 양조해 판매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제막걸리’를 육성하겠다고 했을 때 모범 사례로 꼽혔다.

“막걸리는 대표적인 슬로푸드예요. 김치가 겉절이부터 푹 익은 김치에 이르기까지 발효시기에 따라 다른 맛을 내잖아요. 막걸리도 풋풋한 막걸리부터 완숙한 막걸리까지 다양한 맛이 납니다.”

실제로 발효시간이 짧은 막걸리는 순한 대신 단맛이 강하고 발효시간이 긴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톡 쏘는 맛이 강하다.

“한때 막걸리 붐이 일었지만 최근 맥주, 와인 등에 밀렸잖아요. 소비자 입맛은 고급화, 다양화하는데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막걸리가 획일화된 맛을 내는 원인으로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와 수입쌀을 지목했다. ‘막걸리=싸구려 술’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비용을 낮추려고만 하다 보니 많은 제조업자가 쉽고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첨가물을 넣지 않고 국내산 쌀과 물, 누룩, 효모만으로 양조한다는 배 대표는 “막걸리를 세계화하려면 막걸리에 ‘막걸리 순수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국 300여 개 막걸리 양조장은 엄청난 자산인데 이를 놀리고 있다”며 “국내외 관광객을 겨냥해 이를 관광 포스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다만 “막걸리 산업을 키우려면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 금지와 과실주의 수제 제조 금지 등의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 대표는 2013년 ‘밀어내기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대리점주들과의 마찰과 관련해서는 “대리점주들과 주기적인 자리를 갖는 등 상생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배영호#배상면주가#느린마을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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