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공백 CJ, 글로벌 도약 쓴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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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 인수 실패… 물류전략 차질 불가피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던 CJ그룹의 시도가 무산됐다. 23일 재계와 CJ그룹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달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공격적인 베팅’을 앞세운 일본 물류기업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 APL로지스틱스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 무산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의 기반 마련을 위한 첫 번째 시도에서 고배를 마셨다.

CJ그룹은 그동안 식품·문화산업 위주인 그룹의 사업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물류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물류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첫 시도가 무산돼 전략 실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재계에서는 일본 기업이 인수금액을 공격적으로 제시한 데 반해 올해로 오너 부재 3년째인 CJ대한통운은 과감한 베팅을 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 2013년 7월 구속된 이재현 회장은 같은 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대법원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KWE는 2013년 기준 연매출 2조7000억 원에 시가총액이 1조3000억 원인 운송 전문기업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1조3500억 원가량의 금액을 제시해 CJ대한통운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은행(IB) 업계가 예상했던 적정 인수가격(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을 20%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KWE는 엔화 가치 하락과 금리 하락 등으로 자본조달이 유리해지자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APL로지스틱스는 세계 64개국 110개 물류거점을 통해 지난해 1조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거점이 탄탄한 데다 자동차 및 의류 산업의 글로벌 유명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APL로지스틱스의 인수는 이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M&A에서 중요한 요인은 가격인데,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과감한 베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에도 미국 종합물류업체와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지난해 수도권에 구축하려던 물류허브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CJ#인수#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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