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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사진)의 부인 황모 씨(58)가 자살을 기도하려 한 일이 벌어졌다. 황 씨는 3일 오후 6시경 서울 한남대교에서 만취한 채 자살 소동을 벌이다 행인의 신고로 인근 파출소로 인계됐다가 오후 9시경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황 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황 씨는 이날 오후 자신이 대주주인 ㈜HH개발의 광주 동구 금남로2가 사무실에 국세청 직원들이 세무조사를 나오자 주변 인사에게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황 씨는 자신이 소유한 전남 담양다이너스티 골프장 지분 50%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차입금을 확보해 허 전 회장의 벌금을 대납하려 했으나 국세청이 세무조사까지 나오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 전 회장은 3일 광주지검에 미납 벌금 224억 원 중 50억 원을 처음 납부했다. 허 전 회장은 4일 나머지 벌금 174억 원의 자진납부 계획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다. 자진납부 계획서에는 검찰의 요구대로 구체적인 벌금 납부 시기와 절차, 담보 제공 여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황제 노역’ 파문 이후 허 전 회장 측이 처음 벌금을 자진납부함에 따라 벌금 징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S철강 대표 남모 씨(72)가 허 전 회장 소유의 롯데화재보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50억 원 상당의 차명 재산을 찾아냈다. 허 전 회장 측은 부인 황 씨가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HH레저의 담양다이너스티 골프장을 담보로 돈을 빌려 벌금을 낼 계획이다. 허 전 회장 측은 골프장을 매각할 경우 최소 200억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별도로 부담해야 해 매각보다는 골프장을 담보로 자금을 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사표가 수리된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60)은 3일 퇴임식을 가졌다. 그는 광주지법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민의 생각과 눈높이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 정성을 다한다고 했지만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판하면서 증거와 자료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절실한 호소를 외면한 일이 있어 그 업보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후임 광주지법원장에는 대구 출신인 김주현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14기)가 임명됐다.조동주 djc@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사진)의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해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10여 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 허 전 회장 측이 뉴질랜드 현지법인과 수백만 달러를 주고받으면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포착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2002∼2009년 허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A 씨 등 10여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변호사, 대주그룹 하청업체 대표, 전 언론계 인사 등 지역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검찰조사에서 “명의를 빌려줬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차명재산을 보유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없는 만큼 차명재산을 사들인 자금이 불법으로 조성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허 전 회장 부부와 대주그룹 계열사들이 뉴질랜드 현지 법인과 자금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250만 달러(약 26억 원)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허 전 회장 측의 해외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 가나다개발, KNC건설 등 11개 법인을 설립하면서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도 검찰은 확인했다. 변찬우 광주지검장은 “우선 벌금 환수에 주력하겠지만 조사 과정에서 별건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허 전 회장 측은 검찰이 이번 주 안에 미납벌금 224억 원 납부계획 제출을 요구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허 전 회장 측은 허 전 회장의 부인 황모 씨(58)가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HH레저의 담양다이너스티 골프장을 담보로 차입금을 확보해 벌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건희 기자}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31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의 부인 황모 씨(58)를 불러 조사했다. ㈜HH레저 대주주인 황 씨는 검찰 조사에서 “HH레저 소유인 골프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매각을 해서라도 허 전 회장의 벌금을 대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HH레저의 골프장을 처분하더라도 잔여 벌금 224억 원을 모두 징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HH레저의 단기자금 214억 원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10∼2011년 허 전 회장에게 차명주식과 부동산 등 은닉 재산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5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건설시행업자 백모 씨(63)를 이날 구속했다. 검찰은 백 씨가 허 전 회장에게 보낸 협박 편지를 확보했으며, 백 씨가 실제로 돈을 받아낸 것으로 미루어 폭로하려던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한편 관세청은 대주그룹 계열사들이 외환거래 과정에서 수출대금이나 투자 수익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허 전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외환거래 내역 조사에 들어갔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건희 기자}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로 아파트 시행업자 1명을 체포했다. 광주지검 특별수사부(부장 김종범)는 30일 아파트 시행업자 백모 씨가 허 전 회장의 자금을 건네받아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등 재산을 은닉한 혐의를 포착하고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31일 백 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백 씨는 충남 아산시에 500∼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허 전 회장의 재산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을 30일 오후 다시 불러 백 씨가 제3자 명의로 보유한 아파트 부지가 허 전 회장의 재산이 맞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가족들을 설득해 미납 벌금 224억 원을 가능한 한 빨리 납부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납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100억 원 정도여서 과거 대주그룹이 시행사를 통해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해온 전국 40여 곳의 부동산 가운데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최근 허 전 회장의 아들 등이 뉴질랜드에서 급히 귀국했지만, 가족들 간에 벌금 분담액을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광주지법 파산부에 과거 대주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자료를 요청해 허 전 회장의 또 다른 횡령 또는 배임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은 2008년 2700억 원을 무담보로 대주건설에 빌려 주고 2조 원대의 지급보증을 선 뒤 자금 압박으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 같은 계열사 간 비정상적 거래에서 허 전 회장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법정관리 자료를 통해 그룹의 자금 흐름과 재산 빼돌리기 여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두 계열사를 법정관리했던 당시 재판부는 무너져 가는 대주건설에 대한페이퍼텍 등이 자금을 몰아준 것은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려 했지만 회사 경영진이 160억 원을 변제키로 합의해 고발을 취소했다. 검찰은 또 31일 오전 11시 광주지검, 광주지방국세청, 광주본부세관, 광주시 등이 참여하는 2차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달 26일 1차 회의 후 재산 추적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국내에 은닉하거나 국외로 빼돌린 재산의 추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2007년 허 전 회장이 수백억 원대의 조세 포탈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단체 등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구명운동을 벌인 사실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건희 기자}
탈북자 출신 사업가로 유명한 H무역 대표 한모 씨(49)가 귀환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투자금 120억 원가량을 빼돌려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로 27일 피소됐다. 한 씨는 국군포로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보상금 3억∼6억 원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식으로 받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처음부터 이를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27일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장(84) 등 국군포로 10명은 투자금 20억 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사기)로 한 씨 등 H무역 관계자 7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들 외에도 탈북자 400여 명이 투자금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투자액이 밝혀질 경우 정착 지원금이 끊길 것을 우려해 고소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 등은 경기 파주시의 생활용품 수출업체 H무역에 1억∼4억 원을 빌려주고 매달 원금 1.5%(연 18%)를 수익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2010년 한 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달 19일 중국 선양(瀋陽) 출장 도중 회삿돈을 챙겨 잠적했다. 유 회장 등에 따르면 한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H무역 본사 사무실 건물에 ‘국군포로 쉼터’를 만들어 숙식을 제공하고 팔순 잔치와 국내 여행을 주선했다. 국군포로 이모 씨(81)는 “한 씨가 마치 친아들처럼 우리를 극진히 대접했고, 투자 수익금도 은행 금리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국군포로들의 H무역 투자 사실을 알고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물정 모르고 거액의 일시 보상금을 탈북 브로커나 친인척에게 뜯기고 외롭게 지내 사기에 취약한 국군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부 탓도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2003년 4월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으슥한 골목.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62)가 언뜻 여유로워 보이는 뒷짐 자세로 담장을 향해 서 있었다. 하지만 안색은 창백하고 입은 바싹 마른 상태였다. 선양에서 활개 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에게 붙들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납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1973년 서해안에서 납북됐다가 열흘 전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지(延吉)에 숨어든 어부 김병도 씨(61)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가정보원 요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국정원 요원이 최 대표에게 김 씨의 한국 여권과 여행증명서를 쥐여주고 잽싸게 사라졌다. 탈북한 김 씨가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까지 무사히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요원은 김 씨가 대사관을 지키는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손을 써두는 등 김 씨의 귀국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나 “그때 만난 요원이 바로 최근 ‘간첩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52·대공수사국 전 파트장·4급)이었다”고 회상했다. 권 과장은 27일 현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최 대표 등 납북자 가족들은 “증거 조작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납북자 구출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던 권 과장이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납북됐다가 돌아온 김 씨도 “당시에는 나를 도와준 요원이 누군지 몰랐지만 권 과장이 없었더라면 중국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뒤 처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증거 조작 사건 이후 탈북자 구출을 돕던 중국 내 협조자나 탈북자 은신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통’ 권 과장이 무너진 여파는 북한과의 ‘정보 전쟁’뿐만 아니라 탈북자 구출 활동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은 26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권 과장의 회복을 기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모델을 꿈꾸던 대학 휴학생 A 씨(22·여)는 지난해 인터넷 모집 공고를 보고 11월 M연예기획사 면접에 응했다. 방송계 유력 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대표 설모 씨(39)는 “모델이 되려면 성형수술도 하고 방송사에 로비도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A 씨는 설 씨가 안내한 대부업체에서 연이율 39%의 고리로 1100만 원을 빌려 설 씨에게 건넸다. 설 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공하려면 나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A 씨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성폭행까지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력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두라”며 A 씨를 싱가포르로 보내 원정 성매매를 알선했고, 올해 1월에는 불법 인터넷 성인방송의 ‘맛보기 영상’ 촬영까지 강요당했다. A 씨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로 밝혀진 성폭행 및 성매매 피해 여성은 A 씨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델 데뷔를 빌미로 설 씨가 성폭행한 여성이 7명, 국내외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은 여성이 12명이었다. 그중에는 20대 가정주부도 있었다.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설 씨와 동료 김모 씨(25)를 성폭행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M업체 관계자 및 성매수 남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직원들이 ‘위기의 탈북 챔피언’의 방어전 준비를 돕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세계복싱협회(WBA) 여자부 페더급(57.15kg) 챔피언 최현미(24·동부은성체육관)에게 성금 700만 원을 전달했다(사진). 최현미가 4월 29일 1차 방어전을 준비할 비용이 모자라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동아일보를 통해 전해지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것이다. 이날 한 위원장은 “방어전 스폰서도 구하기 어려운 소외 종목에서 챔피언 자격을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을 온 국민과 더불어 응원한다”며 최현미를 격려했다. 최현미는 13일 가수 설운도, ‘국악소녀’ 송소희와 함께 국민대통합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대기업 계열 식자재 유통업체가 원산지를 속이거나 유통기한을 조작한 축산물을 대량으로 팔다가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대상그룹 계열 유통업체 ‘대상베스트코’의 강원지사장 김모 씨(51) 등 2명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운영실장 양모 씨(45)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제조일자를 폐기하고 유통기한을 변조한 축산품 29t(4억3960만 원 상당)을 강원 원주시 유명 리조트인 H리조트와 뷔페식당, 정육매장 등 강원 지역 매장 수백 곳에 팔았다. 이 중에는 유통기한이 1년 이상 지난 돼지갈비와 한우 차돌박이도 있었다. 이들은 일반 돼지고기에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20%가량만 섞은 뒤 ‘친환경 삼겹살’ 등으로 둔갑시켜 25t(2억5858만 원 상당)을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항생제를 넣지 않고 생산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kg당 1000∼3000원 비싸다는 점을 악용한 것. 검찰은 김 씨 등이 미국산 돼지갈비 1.7t을 국내산으로 꾸며 유통시킨 혐의도 확인했다. 대상베스트코 측은 “지점 직원 개인의 배임 행위로 보고 직무정지 처리를 했다”며 “해당 지점을 닫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조건희 becom@donga.com·최고야 기자}
17일 0시경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털모자를 눌러쓴 조모 씨(38)가 다가섰다. 그가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5만 원짜리 지폐가 ATM 위에 수북이 쌓여갔다. 700만 원, 800만 원…. 야심한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뽑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조사해보니 조 씨가 돈을 뽑던 계좌는 ‘대포’였고 돈의 출처도 대지 못했다. 경찰은 일단 조 씨를 보이스피싱 사기단 일당으로 의심하고 체포했다. 경찰은 다른 일당까지 검거하기 위해 조 씨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다. 조 씨는 응암동의 한 월세방으로 안내했는데 먹다 만 컵라면과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 병만 뒹굴 뿐 사람 사는 흔적이 없었다. 수상히 여긴 경찰은 조 씨 휴대전화 발신 위치를 토대로 실제 거주지로 추정되는 갈현동의 한 빌라에 쳐들어갔다. 놀랍게도 그곳엔 인터넷 방송용 서버 16대와 PC 19대가 가득 들어찬 65m² 크기의 사무실이 있었다. 조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아니라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열고 고객을 늘리기 위해 생중계 인터넷 방송국까지 운영하던 업주였던 것. 응암동 방은 그가 예전에 살던 곳이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012년 2월부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퓨마’와 인터넷 생중계 방송국 ‘플러스티비’를 운영하며 10억 원가량을 챙긴 조 씨를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곽모 씨(22)를 불구속 입건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월 경기 오산시의 A종합병원. PC 20대에서 응급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요령을 설명하는 동영상 강의가 재생되고 있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들어야 하는 직업훈련 원격 강의의 일부다. 그런데 PC 앞에는 간호사가 단 1명도 앉아 있지 않았다. 강의를 제대로 들었는지 점검하기 위한 문제풀이 화면이 나오면 B위탁교육업체 직원 정모 씨(33)가 PC를 오가며 정답을 입력할 뿐이었다. 이 병원과 B업체는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같이 간호사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했다는 거짓 서류를 제출해 국고보조금을 받고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평가 인증에서 가점까지 챙겼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런 방식으로 의료기관 7곳의 간호사 등 교육생 995명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한 것처럼 꾸며 국고보조금 2억6200만 원을 빼돌린 B업체 대표 강모 씨(53·여)를 구속하고 A병원 관계자 정모 씨(58)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병원 등은 B업체처럼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업체의 위탁교육을 받으면 정부 평가 인증에서 가점과 훈련비를 보조받을 수 있지만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실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고용부는 B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종합병원 7곳이 부정 수령한 국고보조금을 2배로 환수하고 교육생들의 수료 인증을 취소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7일 수업을 마친 서울의 모 대학 2학년생 남모 씨(20)가 찾은 곳은 1.6m²에 못 미치는 화장실 칸이다. 편의점에서 산 김밥 한 줄과 음료수가 남 씨의 점심 메뉴였고 뚜껑을 닫은 세라믹 변기가 식탁이었다. 학과 및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아 친구가 적은 남 씨는 신입생이었던 지난해부터 이렇게 화장실에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선택한 습관이지만 간혹 ‘왜 숨어서 식사해야 하나’라며 서러워할 때가 있다. 새 학기를 맞아 활력이 도는 캠퍼스의 한구석에는 점심을 ‘혼밥(혼자 먹는 밥을 뜻하는 은어)’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이나 빈 강의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다. 이런 ‘혼밥족’ 중에는 남 씨처럼 또래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같은 일정으로 생활했던 중고교 시절에 익숙해져 있다가 대학 생활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지난 학기 복학생 임모 씨(25)는 “정신을 차려 보니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휴대전화에 대학 친구의 전화번호가 10개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가 점차 개인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식사는 여럿이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과 충돌을 일으킨 탓에 몰래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식재료 보관이 어려워 여럿이 함께 밥을 먹었던 과거 습관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혼자 식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탓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자발적 혼밥족’도 많다. 이들은 밥을 혼자 먹으면 △식사 약속을 잡거나 식당을 찾는 데 허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성균관대 재학생 김누리 씨(24·여)는 “‘혼밥’에 익숙해지면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 데 쓸 에너지를 아끼고 수업준비 등 생산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는 이런 ‘혼밥족’을 위한 식당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가 ‘혼밥족’의 모습은 자신의 생활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인증 놀이’와 결합해 ‘혼밥 인증’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장실과 벤치 등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밥은 식당에서 여럿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쾌감을 느끼려는 행위”라고 진단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뙤약볕이 쏟아진 인천 월미도 분수공원. 주최 측이 미처 체육관을 빌리지 못해 야외에 마련한 특설링에는 그늘 한 점 없었다. 이곳에서 ‘새터민 여성복서’ 최현미(24·동부은성체육관)는 10라운드의 혈투 끝에 일본의 라이카 에미코(37)를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여자부 슈퍼페더급(58.97kg) 챔피언에 올랐다. 기쁨은 잠시였다. 당장 다음 방어전 비용을 대줄 스폰서를 구하지 않으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WBA 소속 국내 선수 중 유일한 세계 챔피언인 최현미가 4월 29일 슈퍼페더급 1차 방어전을 앞두고 대회 개최 비용 걱정에 빠졌다.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스폰서가 적은 여자 복싱은 선수 측이 직접 후원자를 구해 방어전 개최 비용 1억2000만 원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경기는 충남 예산군 윤봉길 문화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될 예정이지만 비용이 충분하지 않다. WBA 규정상 챔피언 획득 9개월 내에 방어전을 치르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최현미는 2008년 10월 페더급(57.15kg) 챔피언에 오른 뒤 지난해 8월 체급을 올리기 전까지 7차례 방어전을 치르며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경기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한다. 2011년 5차 방어전 때에는 예정됐던 경기가 비용 부족 때문에 무산됐다. WBA로부터 ‘자격 박탈 경고’를 받고 아버지 최영춘 씨(49)가 기한을 연장해가며 스폰서를 구한 끝에 간신히 방어전을 치렀다. 지난해 4월 페더급 7차 방어전에서는 스폰서가 대전료와 훈련비 7000만 원을 주지 않고 달아나는 아픔까지 겪었다. 최현미는 훈련비를 아끼기 위해 체육관 인근 고시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서러움을 견뎌냈다. 최현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스포츠팬의 제안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소액을 후원하는 자금조달방법) 업체 ‘유캔펀딩’이 지난달 26일 슈퍼페더급 1차 방어전 개최 비용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국민 모금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 11일 현재까지 모금액이 97만4000원에 그쳐 목표액(1500만 원) 달성이 불확실하다. 유캔펀딩은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의 훈련비 7000만 원을 모금했던 업체다. 최현미는 “실력을 키우면 언젠가 여자 복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라 믿는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 최 씨는 “미국과 일본에서 귀화 제의가 온 적도 있다. 물론 현미는 (그런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애비로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는 유캔펀딩(ucanfunding.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횡령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가 6일 김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인 Y갤러리 대표 정모 씨(67·여)의 은행 대여금고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스타시티몰 S은행 내 정 씨의 개인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현금과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5일 건국대 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이사장과 정 씨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과 정 씨 간에 오간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건국대 법인에 미술품 28억 원어치를 비싼 값에 독점 납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일 검찰이 건국대 법인과 부속 사업체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66·여)의 추가 비리 의혹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 건국대 교직원노조와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교육부의 회계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았던 또 다른 비리 의혹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에 접수시켰다. ○ 추미애 “검은돈 제의 거절했다” 학내에서는 그동안 김 이사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얘기들이 파다했다. 2012년 여야 중진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네려 했다는 것. 검찰도 수사 착수에 앞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가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달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2012년 총선이 끝난 뒤인 5월 초쯤 학교 인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19대 총선 당선을 축하하는 ‘축하금’을 주겠다고 제안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정식 후원금이면 공식 후원계좌로 보내면 될 일인데 (그런 취지가 아니어서) 받아선 안 되는 ‘검은돈’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김 이사장이 이 자리에서 ‘김진규 총장이 학교를 개혁하려고 하는데 반대 세력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니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은 교직원노조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다가 2012년 5월 말 임기를 4개월 정도 남기고 사퇴했다. 건국대 측은 “김 이사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해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인이 수십억 원대 미술품 독점 납품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Y갤러리 대표 정모 씨(67·여)는 김 이사장이 서양화가로 미술계에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어 수십 년간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검찰은 건국대 법인이 2007년경부터 Y갤러리에서 미술품 198점(28억4526만 원 상당)을 평균 거래가보다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이 ‘건국대 법인 미술품 관리대장’을 입수해 건국대 법인이 Y갤러리에서 사들인 미술품 가운데 26점의 매입가를 서울옥션 등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낙찰된 가격과 비교한 결과 절반(13점)이 낙찰가보다 3배 이상으로 비쌌다. 회화품은 1cm², 조형물은 1cm³당 가격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법인은 2009년 10월 이정자 작가의 조각품 ‘토르소’(가로 30cm×세로 37cm×높이 102cm)를 정 씨로부터 3500만 원에 사들여 법인이 운영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더클래식500’에 설치했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꿈꾸는 소녀’(55×48×144cm)는 2008년 6월 서울옥션에서 630만 원에 낙찰됐다. 1cm³당 가격이 18.6배에 이른다. 도모에 요코이 작가의 회화 ‘판화’(55×48cm)는 같은 해 K옥션에서 낙찰된 ‘바이올린’(30×34.5cm)보다 1cm²당 가격이 5.7배로 비쌌다. 분석대상 26점 중 건국대가 경매 낙찰가보다 싼값에 산 작품은 2점뿐이었다. 정 씨는 “미술품 가격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책정된 것이고, 판매 대금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부 작가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점포 임대료 특혜 의혹 김 이사장이 지인들에게 건국대병원과 더클래식500에 점포를 내주며 주변 상점의 18.5∼49.9%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만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등의 임대차 계약 자료에 따르면 Y갤러리(65.55m²)는 더클래식500 2층에 입주하며 보증금 2억 원에 월 임대료 10만 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갤러리와 마주보고 있는 W투자증권(294.32m²)이 보증금 27억 원에 월 임대료 78만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1m²당 환산임대료(월 임대료에 100을 곱하고 보증금을 더해 면적으로 나눈 값)가 29.5%에 불과하다. 정 씨가 건국대병원 지하 1층에 입주시킨 T음식점도 주변 A커피숍이나 S편의점과 비교했을 때 환산임대료가 각 18.5%, 34.4%에 불과했다. 정 씨뿐만 아니라 김 이사장의 고교 동창 J 씨, 옛 비서실장의 고향 후배 S 씨 등도 주변 상점보다 훨씬 싼 임대료로 계약을 맺었다. 비대위는 법인 소유 건물에 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점들의 임대료 손실이 한 해 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건국대 측은 “점포의 위치와 수익성을 고려해 임대료를 정했다”며 “특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박준회 채널A기자}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건국대 재단 사무실과 이사장 집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는 5일 오전 9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본관에 있는 김 이사장의 집무실과 건국대법인 자산관리위탁회사(AMC) 및 주상복합아파트 ‘더클래식500’ 사무실, 종로구 가회동 김 이사장 자택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이사장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Y갤러리 대표 정모 씨(67·여)의 사무실과 자택도 포함됐다. 이날 압수수색은 1월 교육부가 회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이사장을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김 이사장이 학교 법인 재산 수백억 원을 자의적으로 관리해 손해를 끼치고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교비 12억6100만 원을 횡령했다”며 이사장직 승인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동아일보가 건국대 법인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 이사장이 학교 재산으로 지인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정황도 새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학교 법인이 운영하는 상가에 입주한 지인들에게 주변 매장의 3분의 1 수준의 임대료만 받았다. 또 김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정 씨는 2007년경부터 건국대 법인에 미술품 28억 원어치를 독점 납품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빵 금지 귀 찢져짐(찢어짐).’ 서울 중구 을지로2가 교차로의 한 구둣방에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다. 구두를 닦는 김모 씨(60)가 2012년 3월부터 귀가 찢어질 듯한 경적 소음에 시달리다 못해 걸어둔 것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구두를 닦으며 하루 종일 경적을 듣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도 귀가 멍멍하고 귓밥이 굴러다니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린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3일 오후 3시 김 씨의 구둣방에서 1시간 동안 소음을 측정해 보니 을지로3가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과 남산 1호 터널 방향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뒤엉켜 수십 차례 귀를 때리는 경적이 들려왔다. 구둣방 문을 닫고 안에서 측정을 했는데도 85∼90dB(데시벨)이 나왔다. 김 씨처럼 거리에서 생업을 잇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출퇴근 시간마다 혼잡한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에게도 운전자들이 무분별하게 울리는 경적 소음은 심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일부 운전자는 “멋있게 들린다”는 이유로 차량을 불법 개조(튜닝)해 소리와 울림이 법으로 정한 기준(110∼112dB)보다 더 큰 경적을 장착한다. 회사원 김모 씨(31)는 최근 자신의 ‘모닝’ 경차에 중형차 ‘제네시스’의 경적을 달았다. “‘띡’ 하는 경차의 경적 소리가 경박하게 들리는 것 같다”는 이유였다. 자동차 튜닝 카페에는 전자식 경적보다 소리가 큰 버스의 공기압식 경적(에어혼)을 승용차에 달고 싶다는 글도 하루 10여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불법 경적을 단 ‘반칙운전자’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경적 검사는 자동차 정기검사의 필수 항목이 아니며 배기 소음이 유난히 큰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사차량 305만 대 중 소음 기준에 맞지 않는 경적을 장착했다가 단속된 차량은 339대뿐이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성진 기자}
2010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척추전문병원 원장 권모 씨(47)가 환자 문모 씨(41)의 무릎에 수술용 메스를 댔다. 권 씨는 이어 문 씨의 멀쩡한 십자인대를 뜯어내고 인조인대를 집어넣었다. 또 다른 환자 서모 씨(38)의 건강한 목뼈 사이에는 쇠핀을 박았다. 후유장애를 인정받으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멀쩡한 몸에 가짜 수술까지 하다가 적발된 보험전문사기범들의 행태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근로복지공단 전·현직 직원과 권 씨 등 병원 관계자들을 끼고 산업재해로 위장해 근로복지공단과 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 67억 원을 타낸 일당 150여 명을 검거해 그중 40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23명은 보험금뿐 아니라 후유연금까지 타내기 위해 허위 수술도 받았다. 일용직 근로자 홍모 씨(50)는 2007년 11월 실제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바꿔치기해 제출하고 멀쩡한 허리에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2008년 7월 보험금 1억1100만 원을 받고 장해등급 7급 판정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는 건당 2000만∼50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면 일반 보험사가 별다른 심사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반 보험 10∼20개에 가입했다”며 “산업재해 보험 심사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청소년 강간미수범이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동아일보 보도로 드러나 폐원 처분된 컴퓨터 학원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현재도 그대로 영업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성범죄자 A 씨(37)도 그대로 근무 중이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이 지난달 18, 27일 이틀에 걸쳐 경기 수원시 ‘A컴퓨터 아카데미’ 현장을 확인한 결과 A 씨는 상담석에서 ‘김○○ 실장’이라는 가명으로 수강생을 상담하거나 외부 업자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A 씨는 2011년 3월 B 양(당시 14세)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신상정보 공개 4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교육지원청과 고용노동부 수원고용센터에 따르면 2012년 9월 수원교육지원청이 A아카데미에 ‘폐원 요구’를 통지하자 A 씨 측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이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뒤에도 학원은 문을 닫지 않았다.A아카데미 측은 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7월 시설 형태를 교육부 소관인 ‘평생직업교육학원’에서 고용부 소관인 ‘직업훈련시설’로 바꿔 수원고용센터로부터 새로 영업을 인가받았다. 직업훈련시설은 미성년자도 수강할 수 있지만 ‘성인 수강생이 더 많다’는 이유로 평생직업교육학원과 달리 성범죄자 취업 제한 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다. 수원고용센터 관계자는 “A 씨 어머니 명의로 영업을 인가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따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성훈 인턴기자 한양대 사학과 4학년}

서울 D대 4학년 재학생 김모 씨(27)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는 순간 ‘고려대 미디어학부 최○○ 씨(26·여)’가 된다. 김 씨는 최 씨와 일면식도 없지만 최 씨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드나들고 열람실 좌석도 예약한다. 학번만 넣으면 학생증 바코드를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덕이다. 안암동 집에서 가까워 고려대 도서관을 이용하는 김 씨는 “옆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는 것이 귀찮을 땐 학생증 바코드를 4, 5개 만들어 주변 좌석을 전부 예약해버린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바코드 생성 앱을 이용해 다른 학생의 신분으로 대학가를 활보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면서 개인정보 도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서관 등 대다수 대학교 시설은 학생증에 부착된 고유 바코드를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에 갖다 대면 얼굴 확인 없이 출입할 수 있는데 앱을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의 학생증 바코드도 손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장터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바코드 생성 앱은 20종이 넘는다. 20, 21일 취재팀이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대학교 네 곳의 도서관에서 시험한 결과 스마트폰 앱으로 위조한 바코드는 전부 실제 학생증과 다름없이 작동했다. 앱에 미리 양해를 구한 재학생들의 학번을 입력하니 도서관 출입은 물론이고 열람실 좌석 예약까지 가능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의 무인 대출기에서는 도서까지 빌릴 수 있었다. 학번을 제공한 중앙대 재학생 최모 씨(27)는 “누군가가 내 신분을 도용해 학교에 돌아다닐 수 있다니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학번을 몰라도 바코드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학교 측이 학번을 부여할 땐 입학연도 4자리(20××)와 학과 고유번호 2∼3자리, 개인 고유번호 2∼4자리 등 일정한 규칙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학번 패턴’을 공유하는 글이 쉽게 검색됐다. 취재팀이 성균관대에서 해당 패턴으로 추정한 학번을 바코드 생성 앱에 입력해 키오스크에 갖다대니 2008년에 입학한 육모 씨의 이름이 화면에 나타났다. 소지품 도난 문제도 유발할 수 있는 이런 학생증 바코드 도용은 형법상 사문서 위조 및 부정행사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앞자리에 다른 학생이 앉으면 다리를 쭉 펴기 힘들다’거나 ‘도서관에서 혼자 모의 토익시험을 치를 때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바코드를 위조해 주변 좌석을 독차지하고 있다. 고려대 재학생 박모 씨(26)는 “친구 5명과 ‘자리 맡아주기’ 당번을 정하고 매일 아침 좌석을 10여 개씩 무더기로 예약한다”며 “떳떳하진 않지만 편리함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외부인이 학교 시설에 자유롭게 출입하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조가 어려운 ‘무선 주파수 검지(RFID)’ 방식 학생증을 발급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해당 학생증에 맞게 키오스크를 교체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김재형 monami@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