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金이사장 “총장 잘 부탁” 의원에 돈 주려다 거절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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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건국대 이사장 횡령-배임혐의 수사

검찰이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배임 횡령 의혹과 관련해 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재단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물품이 든 박스를 버스에 싣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검찰이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배임 횡령 의혹과 관련해 5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재단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물품이 든 박스를 버스에 싣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일 검찰이 건국대 법인과 부속 사업체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66·여)의 추가 비리 의혹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 건국대 교직원노조와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교육부의 회계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았던 또 다른 비리 의혹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에 접수시켰다.

○ 추미애 “검은돈 제의 거절했다”


학내에서는 그동안 김 이사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얘기들이 파다했다. 2012년 여야 중진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네려 했다는 것. 검찰도 수사 착수에 앞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가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달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2012년 총선이 끝난 뒤인 5월 초쯤 학교 인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19대 총선 당선을 축하하는 ‘축하금’을 주겠다고 제안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정식 후원금이면 공식 후원계좌로 보내면 될 일인데 (그런 취지가 아니어서) 받아선 안 되는 ‘검은돈’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김 이사장이 이 자리에서 ‘김진규 총장이 학교를 개혁하려고 하는데 반대 세력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니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장은 교직원노조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다가 2012년 5월 말 임기를 4개월 정도 남기고 사퇴했다.

건국대 측은 “김 이사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해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지인이 수십억 원대 미술품 독점 납품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Y갤러리 대표 정모 씨(67·여)는 김 이사장이 서양화가로 미술계에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어 수십 년간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다. 검찰은 건국대 법인이 2007년경부터 Y갤러리에서 미술품 198점(28억4526만 원 상당)을 평균 거래가보다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이 ‘건국대 법인 미술품 관리대장’을 입수해 건국대 법인이 Y갤러리에서 사들인 미술품 가운데 26점의 매입가를 서울옥션 등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낙찰된 가격과 비교한 결과 절반(13점)이 낙찰가보다 3배 이상으로 비쌌다. 회화품은 1cm², 조형물은 1cm³당 가격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법인은 2009년 10월 이정자 작가의 조각품 ‘토르소’(가로 30cm×세로 37cm×높이 102cm)를 정 씨로부터 3500만 원에 사들여 법인이 운영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더클래식500’에 설치했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꿈꾸는 소녀’(55×48×144cm)는 2008년 6월 서울옥션에서 630만 원에 낙찰됐다. 1cm³당 가격이 18.6배에 이른다. 도모에 요코이 작가의 회화 ‘판화’(55×48cm)는 같은 해 K옥션에서 낙찰된 ‘바이올린’(30×34.5cm)보다 1cm²당 가격이 5.7배로 비쌌다. 분석대상 26점 중 건국대가 경매 낙찰가보다 싼값에 산 작품은 2점뿐이었다.

정 씨는 “미술품 가격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책정된 것이고, 판매 대금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부 작가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 점포 임대료 특혜 의혹

김 이사장이 지인들에게 건국대병원과 더클래식500에 점포를 내주며 주변 상점의 18.5∼49.9%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만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등의 임대차 계약 자료에 따르면 Y갤러리(65.55m²)는 더클래식500 2층에 입주하며 보증금 2억 원에 월 임대료 10만 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갤러리와 마주보고 있는 W투자증권(294.32m²)이 보증금 27억 원에 월 임대료 78만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1m²당 환산임대료(월 임대료에 100을 곱하고 보증금을 더해 면적으로 나눈 값)가 29.5%에 불과하다. 정 씨가 건국대병원 지하 1층에 입주시킨 T음식점도 주변 A커피숍이나 S편의점과 비교했을 때 환산임대료가 각 18.5%, 34.4%에 불과했다.

정 씨뿐만 아니라 김 이사장의 고교 동창 J 씨, 옛 비서실장의 고향 후배 S 씨 등도 주변 상점보다 훨씬 싼 임대료로 계약을 맺었다. 비대위는 법인 소유 건물에 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점들의 임대료 손실이 한 해 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건국대 측은 “점포의 위치와 수익성을 고려해 임대료를 정했다”며 “특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박준회 채널A기자
#건국대#이사장 횡령#배임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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