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WBA 女 슈퍼페더급 챔프 ‘새터민’ 최현미, 방어전 비용마련 국민모금

세계복싱협회(WBA) 소속 국내 선수 중 유일한 세계 챔피언인 ‘새터민 복서’ 최현미. 그는 지난해 8월 슈퍼페더급에서 챔피언 벨트를 따냈지만 4월로 예정된 방어전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경비를 구하지 못해 타이틀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최현미 선수 제공
세계복싱협회(WBA) 소속 국내 선수 중 유일한 세계 챔피언인 ‘새터민 복서’ 최현미. 그는 지난해 8월 슈퍼페더급에서 챔피언 벨트를 따냈지만 4월로 예정된 방어전을 치르는 데 필요한 경비를 구하지 못해 타이틀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최현미 선수 제공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뙤약볕이 쏟아진 인천 월미도 분수공원. 주최 측이 미처 체육관을 빌리지 못해 야외에 마련한 특설링에는 그늘 한 점 없었다. 이곳에서 ‘새터민 여성복서’ 최현미(24·동부은성체육관)는 10라운드의 혈투 끝에 일본의 라이카 에미코(37)를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여자부 슈퍼페더급(58.97kg) 챔피언에 올랐다. 기쁨은 잠시였다. 당장 다음 방어전 비용을 대줄 스폰서를 구하지 않으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WBA 소속 국내 선수 중 유일한 세계 챔피언인 최현미가 4월 29일 슈퍼페더급 1차 방어전을 앞두고 대회 개최 비용 걱정에 빠졌다.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스폰서가 적은 여자 복싱은 선수 측이 직접 후원자를 구해 방어전 개최 비용 1억2000만 원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경기는 충남 예산군 윤봉길 문화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될 예정이지만 비용이 충분하지 않다. WBA 규정상 챔피언 획득 9개월 내에 방어전을 치르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최현미는 2008년 10월 페더급(57.15kg) 챔피언에 오른 뒤 지난해 8월 체급을 올리기 전까지 7차례 방어전을 치르며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경기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한다. 2011년 5차 방어전 때에는 예정됐던 경기가 비용 부족 때문에 무산됐다. WBA로부터 ‘자격 박탈 경고’를 받고 아버지 최영춘 씨(49)가 기한을 연장해가며 스폰서를 구한 끝에 간신히 방어전을 치렀다. 지난해 4월 페더급 7차 방어전에서는 스폰서가 대전료와 훈련비 7000만 원을 주지 않고 달아나는 아픔까지 겪었다. 최현미는 훈련비를 아끼기 위해 체육관 인근 고시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서러움을 견뎌냈다.

최현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스포츠팬의 제안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소액을 후원하는 자금조달방법) 업체 ‘유캔펀딩’이 지난달 26일 슈퍼페더급 1차 방어전 개최 비용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국민 모금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 11일 현재까지 모금액이 97만4000원에 그쳐 목표액(1500만 원) 달성이 불확실하다. 유캔펀딩은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의 훈련비 7000만 원을 모금했던 업체다.

최현미는 “실력을 키우면 언젠가 여자 복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거라 믿는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 최 씨는 “미국과 일본에서 귀화 제의가 온 적도 있다. 물론 현미는 (그런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애비로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는 유캔펀딩(ucanfunding.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새터민#WB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