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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부 도시 페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5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112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1시 30분경(현지 시간) 페름 시의 레임호스 나이트클럽에서 개업 8주년을 맞아 기념 파티가 열리던 도중 무대 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다가 불꽃이 천장으로 옮겨 붙었다. 불이 순식간에 클럽 내부로 번지면서 400m² 규모의 클럽이 거의 전소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검은 연기가 퍼지자 당황한 손님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유독가스 때문에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이날 사고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이 금지된 불꽃놀이를 하다가 발생한 것이며 테러 공격 때문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 클럽 경영진은 소방안전 규정 위반으로 두 차례 벌금을 납부한 적이 있으며 불에 잘 타는 내부장식을 교체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무시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클럽 경영진은 양심도, 머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력 비난하면서 관련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지시했다. 또 “이번 사고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며 소방안전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7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뒤 각종 연설과 기자회견 등에서 ‘비범한’ ‘놀란 만한’ 등의 의미가 담긴 ‘extraordinary’라는 단어를 무려 450차례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인터넷 뉴스매체 허핑턴포스트가 2일 분석했다. 연설 한 번에 7차례 쓴 경우도 있고 심지어 한 문장에서 반복 사용한 경우가 3차례나 있었다. 다음으로 즐겨 쓴 단어는 ‘unprecedented(전례가 없는)’로 지금까지 그의 연설에서 모두 129차례 등장했다. 대선 유세 당시 ‘change(변화)’와 ‘hope(희망)’를 즐겨 말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뒤 이처럼 뜻이 강한 단어와 문장을 자주 사용한 것은 건강보험 개혁 등 각종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절실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매체는 “그의 연설은 점점 다급하고 강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며 “어휘를 다양하게 쓰면 연설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extraordinary와 같은 뜻으로 amazing, bizarre, curious 등 많은 단어가 있다”고 조언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유럽 주요 국가들이 1일 재정적자를 대폭 줄여 나가기로 합의했다. 유럽 차원에서 사실상 첫 ‘출구전략’ 조치가 마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회의인 ‘유로그룹’은 EU 집행위원회가 정한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수용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11일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EU의 규정보다 재정적자 비율이 높은 13개 국가에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정적자 비율을 줄여 규정을 충족하도록 제시했다. 국가별 시한은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2012년,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은 2013년, 아일랜드는 2014년, 영국은 2014∼2015년이다. 이 중 유로존 소속인 11개 국가는 1일 감축 시한에 맞춰 재정적자 비율을 낮추기로 했고, 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과 체코도 조만간 EU 집행위가 제시한 시한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2013년까지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해 감축 합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프랑스는 “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한 2013년을 목표로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초 EU 집행위는 프랑스에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매년 1.25%포인트씩 낮추도록 제시했다가 ‘1%포인트 이상’으로 완화해 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 순회 의장국 스웨덴은 1일 성명에서 “이번 결정이 역내 재정정책 출구전략의 첫 조치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경제침체기에 은행들을 구제하고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입하는 바람에 늘어난 국가채무를 줄여 나가기로 한 중요한 첫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EU 27개국 재무장관은 2일 회의를 열고 각 회원국의 중앙은행 총재 및 금융감독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유럽 금융체계 위기관리위원회(ESRB)’의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SRB는 금융 부문의 안정이 위태로워질 때 각국에 사전경보를 발령함으로써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 기능을 하게 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프랑스의 대표적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퐁피두센터가 노조 파업으로 1주일째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다른 유명 문화·관광 명소들로 파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퐁피두센터 노조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반발해 지난달 2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무원 2명이 퇴직하면 1명만 충원하는 방식의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퐁피두센터의 직원 중 50세 이상이 40%를 넘는데, 정부 계획대로 퇴직자의 절반만 충원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현재 1100명의 직원 중 400명이 감원될 것으로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프랑스 노동단체인 민주노동동맹(CFDT)은 프랑스의 모든 문화예술 관련 기관 및 단체의 노조들이 2일 기관별로 모임을 갖고 파업 찬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이 결정되면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프랑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admonish(훈계하다, 주의를 주다)’가 2009년 미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꼽혔다. 미국의 대표적 사전(事典)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19일 올해 자사 온라인 영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를 살펴본 결과 ‘admonish’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점잖거나 진지하게 혹은 염려하는 태도로 경고나 반대의 뜻을 표현한다’는 뜻의 동사다. 이 단어는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대통령을 향해 “거짓말”이라고 외친 공화당 조 윌슨 하원의원에 대한 반응을 언론이 묘사할 때 자주 쓰이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미 하원은 윌슨 의원에게 ‘주의를 주는(admonishing)’ 공식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메리엄 웹스터 측은 ‘admonish’와 ‘scold(꾸짖다)’ ‘rebuke(비난하다)’ 등 비슷한 단어의 의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사전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단어 외에 ‘올해의 단어’ 후보로 ‘inaugurate(취임식을 거행하다)’, ‘pandemic(대유행병)’, ‘furlough(조업단축 등에 의한 일시휴가)’ 등이 올랐다. 한편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불량해지기(Gone Rogue)’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자서전이 인기를 끌면서 ‘rogue(악한, 건달)’도 후보에 포함됐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팀이 모두 확정됐지만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축구에서 진짜 총성이 울릴지도 모를 태세를 보인다. 이집트와 알제리에서는 연이어 폭력사태가 벌어졌으며 대사 소환 등 외교전으로까지 확산됐다. 또 ‘핸들링’ 반칙 논란이 벌어진 프랑스-아일랜드전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시했지만 아일랜드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19일 이집트 외교부는 카이로 주재 알제리 대사를 불러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8일 수단 하르툼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직후 알제리 축구팬들이 이집트인들을 공격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집트는 사태 협의를 위해 알제리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 평소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았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장남 알라 무바라크 씨도 20일 성명을 통해 “이집트인을 향한 알제리인들의 테러와 적대감, 가혹한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카이로의 알제리대사관 주변에서는 수백 명의 이집트인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최종예선 아프리카 C조에 속한 양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가진 14일 공항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알제리 대표팀 버스를 이집트 축구팬들이 공격해 선수 3명을 다치게 한 것. 이어 경기 결과 이집트가 2-0으로 이기자 알제리 팬들의 분노가 겹치면서 폭력사태로 번져 32명이 다쳤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종예선 결과 승점(13점)과 골 득실(9득점 4실점)이 같아 본선 진출을 놓고 18일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전쟁터는 중립지역인 수단 하르툼. 수단 당국은 경찰 1만5000명을 경기장 주변에 배치했다. 경기 결과 알제리가 1-0으로 이겨 24년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도 이집트 팬들이 공격받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해 21명이 다쳤다. 이에 이집트 팬 2000여 명은 카이로의 알제리대사관 앞에서 알제리 국기를 불태우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집트축구협회는 국제 축구계를 떠나겠다고 엄포를 놨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사이에도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다. 20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핸들링 반칙으로 얻은 프랑스축구대표팀의 골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빼앗긴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아일랜드 국민들이 느꼈을 실망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프랑스가 0-1로 뒤지던 연장 13분 터진 윌리암 갈라스의 동점골을 티에리 앙리가 어시스트하는 과정에서 핸들링 반칙을 범했지만 심판이 지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에서는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까지 나서 분노를 표시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경기를 공식 요청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새 선거법을 둘러싼 종파·종족 간 갈등으로 이라크 정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철군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내 이슬람 수니파를 대표하는 타리크 알하시미 부통령은 18일 새 선거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1월 18일로 예정된 총선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이 각각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8일 통과된 새 선거법안에서는 총의석 323석 중 8석을 해외거주자에게 배정했는데 알하시미 부통령은 24석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약 200만 명의 해외거주자 대부분이 수니파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은 17일 “잘못된 방법으로 유권자 수를 계산해 쿠르드 자치지역에 의석수를 적게 할당했다”며 선거법안을 고치지 않으면 총선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전체 인구의 약 97%가 이슬람 신자이며 이 중 약 3분의 2가 시아파, 3분의 1이 수니파다. 또 종족은 아랍족이 75∼80%, 쿠르드족이 15∼2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종파·종족 간에 권력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정치 안정의 핵심 요소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실망했다. 이라크 지도자들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는 이번 총선을 이라크의 정치통합과 미군 철수를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현재 약 12만 명인 이라크 주둔 병력 중 7만 명을 내년 8월까지 철수시킨 뒤 2011년 말까지 완전 철군할 계획이다. 한편 선거부정 논란 속에 재선에 성공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19일 취임식을 하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5년 안에 아프간이 스스로 치안을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부패사범은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프간 정부가 자체 군경을 양성해 치안을 강화하고, 부패를 척결해 투명성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추진에 맞불… 중동평화 멀어져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지역에 정착촌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을 강행키로 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독자적으로 국가 수립 선포를 추진하고 있어 협상을 통한 중동평화 실현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17일 이스라엘 내무부는 동예루살렘 지역의 길로에 유대인 정착촌 주택 900채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길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이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크게 실망했다. 평화협상을 재개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동평화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고, 영국 정부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평화협상을 재개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이 최근 유엔을 통해 국가 수립 선포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고 뉴욕타임스가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착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관계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뒤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완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예루살렘에서는 주택 건설을 계속하고, 요르단 강 서안 지역 정착촌에서만 당분간 신축을 자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한걸음 물러섰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내년 실시 예정인 수반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팔레스타인의 독자적 국가 선포 추진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정부의 중동평화 정책은 성과도 없이 미국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불신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정부가 12일 미국 내에 있는 이란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에 나섰다. 몰수 대상에는 이슬람 사원과 학교도 포함돼 이슬람권이 반발하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이날 법원에 약 5억 달러(약 5800억 원)에 달하는 알라비재단 자산의 몰수를 신청했다. 몰수 대상에는 뉴욕의 36층짜리 피아제 빌딩, 이슬람 사원과 학교 등으로 이뤄진 ‘이슬람센터’ 4곳, 은행 계좌 등이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관계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1973년 설립된 알라비재단은 홈페이지에서 “이슬람 문화와 페르시아어 전파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라고 적었다. 하지만 미 검찰은 법원에 낸 신청서에서 알라비재단은 이란 고위관료들이 운영에 개입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위장단체’라고 지적했다. 이 재단이 건물 임대수입 수백만 달러를 이란 국영 멜리은행에 넘겨줘 이란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것이다. 또 이란 정부가 알라비재단을 이용해 미국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미국 내 친(親)이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 역사상 반(反)테러와 관련한 가장 큰 몰수 조치 중 하나”라며 “미국에서 종교시설을 몰수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슬람권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5일 포트후드 기지에서 아랍계 군의관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숨진 사건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미국 내 이슬람신자들은 이번 조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이슬람신자들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성명을 통해 “미 정부의 종교시설 몰수 조치는 이슬람권 전체에 부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정부의 강경 조치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란을 핵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미 정부의 노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 정부는 이란에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하겠지만 핵 개발을 계속하려 한다면 우리가 막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이란은 지난달 21일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보내 핵무기용으로 쓸 수 없도록 가공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초안에 합의했지만 이후 이란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양국 정상 교차방문 “1차대전 상처 극복” 한목소리통합유럽 출범 앞두고 ‘든든한 동반자’ 확보 교감“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화해의 힘’은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1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9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시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들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의 묘 앞에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프랑스의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독일 총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영원하라 프랑스, 영원하라 독일, 영원하라 프랑스와 독일의 우정”이라고 외쳤다. 메르켈 총리를 맞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누군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국 모두에 끔찍했던 시련을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날을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의 날로 선포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무명용사의 묘 앞에 나란히 선 두 정상은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년 내내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다시 점화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어 프랑스와 독일의 국기가 함께 내걸린 행사장에서 두 정상은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다시는 상대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양국의 정상이 이처럼 화해를 상징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과거를 잊고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9일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었다. 두 정상의 이런 빈번한 방문 외교는 EU의 정치적 통합을 가속화할 리스본 조약의 발효를 눈앞에 두고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양국의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영국 BBC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다”면서 “내년 영국 총선에서 지금보다 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프랑스는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영국 더타임스는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을 맞아 독일을 유럽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외부 세계로 점차 활동반경을 넓혀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미국의 실업률이 1983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미 노동부는 10월 19만 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해 실업률이 전달 9.8%에서 10.2%로 높아져 1983년 4월 이후 26년 6개월 만에 10%를 돌파했다고 6일 발표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10월 17만5000명이 새로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은 9.9%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분야별로는 건설업에서 6만2000명,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각각 6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 교육·의료 분야에서는 4만5000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22개월 연속 실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 70년 만에 가장 긴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10월 전체 실업자는 1570만 명으로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총 820만 명이 늘어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구직을 단념하거나 임시직에 종사하는 인력까지 감안한 실업률은 17.5%를 기록해 1994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기침체 탈출 패턴을 살펴볼 때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뒤에도 적어도 6개월 정도 실업률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내년 초까지는 실업률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분석가 브라이언 베튠 씨는 “고용시장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경기침체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프가니스탄 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대선 결선투표를 취소하면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사진)의 재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두 달여를 끌어온 아프간의 대선 관련 논란은 일단락됐다. 아지줄라 로딘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결선투표에 유일하게 남은 카르자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유엔은 선관위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카르자이의 당선을 환영하며 앞으로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선관위는 7일 첫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카르자이 대통령과 2위 후보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 사이의 결선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압둘라 후보가 1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카르자이 대통령을 단독 후보로 하는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검토해 왔다. 아프간에서는 8월 20일 대선이 실시된 뒤 부정선거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유엔이 지원하는 선거민원위원회가 재검표를 실시한 끝에 카르자이 대통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1, 2위 후보 간에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가 결선투표를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투표를 실시해도 카르자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데다 탈레반이 “결선투표를 방해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표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압둘라 후보가 사퇴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결선투표 불참을 요구하지 않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도 아프간 정부의 부담을 줄여준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가 치안 불안과 부정선거 의혹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결선투표를 취소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프간을 방문해 “선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유엔은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결선투표 취소로 카르자이 대통령이 입게 될 타격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앞으로 압둘라 전 장관과 연정을 구성해 정국 안정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더 타임스는 반 총장이 양측의 협상을 중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통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부정투표 의혹으로 얼룩진 대선의 합법성을 회복하기 위해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인데 결국 취소된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7일 실시될 아프가니스탄 대선 결선투표를 엿새 앞두고 첫 투표에서 2위였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사진)이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압둘라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한 요구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거부함에 따라 투명한 선거가 불가능해 결선투표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 국민들은 현 선관위가 관리하는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결선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압둘라 후보는 8월 20일 실시된 1차 투표 때 벌어진 선거 부정행위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지줄라 루딘 선거관리위원장을 교체하고, 결선투표를 내년 봄에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헌법에 결선투표 후보 중 1명이 사퇴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릴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아프간 선관위는 “투표는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압둘라 후보도 “지지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 한 명을 놓고 투표를 해봤자 당선될 것이 확실하고, 투표를 방해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탈레반의 테러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압둘라 후보의 사퇴에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한 명의 후보가 사퇴한다고 해도 결선투표의 합법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압둘라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결선투표를 통해 명확한 승자가 가려져 아프간 정국이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미국의 희망은 사라졌으며, 아프간 추가 파병 규모를 둘러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대규모 추가 파병을 하기 위해서는 아프간에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처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아프간에서는 일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건축자재 판매업자인 압둘 마난 씨(38)는 “대선을 둘러싼 혼란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중단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물론이고 소규모 상인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유층은 자녀들과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고, 탈레반의 잇따른 테러로 생필품 수입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통일이냐, 영구 분단이냐.” 35년째 남북으로 분단된 키프로스가 통일협상을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언제 통일이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이달 4일 그리스 총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한 것이 키프로스 통일협상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신임 총리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9일 총리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터키를 찾은 데 이어 19일 남키프로스를 방문해 디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두 지도자는 “원칙적으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했던 이전 그리스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자세”라고 평가했다. 그리스계가 대부분인 남키프로스와 터키계가 대부분인 북키프로스의 통일 여부는 그리스와 터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런데 2004년 통일 국민투표에서 남키프로스가 반대해 통일이 무산되었던 적이 있어 이번에 재개된 통일협상에서 남키프로스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스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EU 가입을 염원하고 있는 터키는 EU가 가입조건의 하나로 내걸고 있는 키프로스 통일 문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남북 키프로스 간에도 활발하게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의 중재 아래 통일협상이 재개된 이후 이달 27일까지 양국 정상은 40여 차례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협상은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키프로스에 주둔하는 3만5000여 명의 터키군 철수 문제, 통일 이후 정부 구성방식 등이 주요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먼저 12월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EU 가입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키프로스 통일에 대한 터키 정부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 4월 실시되는 북키프로스 대선에서 친(親)통일 성향의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 현 대통령이 패배하고, 통일에 반대하는 국민통합당의 데르비쉬 에로을루 대표가 집권할 것이 유력시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발행하는 월간지 월드투데이 11월호는 “탈라트 대통령 집권 중 통일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협상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통일 문제에 적극적인 현 남북 키프로스 대통령들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키프로스의 영구 분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28일 유엔을 직접 겨냥한 테러공격을 감행함에 따라 아프간 사태가 꼬이고 있다. 우선 다음 달 7일 예정대로 대선 결선투표가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미국 정부의 아프간 추가파병 문제를 결정하는 데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범은 파키스탄서 온 학생들” 이날 오전 5시 반경 경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 3명이 수도 카불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다. 이들은 자살폭탄테러용 조끼와 AK-47 자동소총,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 보안군 대위는 AFP통신에 “테러범들은 모두 자살폭탄테러 훈련을 받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온 학생”이라고 말했다. 테러범과 경찰이 교전을 벌이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불길과 연기가 피어올랐고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BBC가 전했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 본 한 주민은 “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린 것이 분명하다. 건물 안에 사람들 살점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참혹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카불의 세레나 호텔도 로켓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궁 외곽에도 로켓이 떨어지는 등 카불에서는 하루 종일 크고 작은 테러 공격이 이어져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카불의 주요 거리 곳곳을 즉각 통제했다. ○ 결선투표 무산시키려는 의도 대선 결선투표를 열흘 앞두고 탈레반이 유엔을 겨냥한 테러를 저지른 것은 선거관리 업무를 마비시키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투표소에 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현재 카불에는 약 2000명의 유엔 직원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선거관리를 돕고 있다. 현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탈레반은 대선이 실시되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탈레반은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결선투표와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8월 20일 대선 첫 투표 실시 전에도 탈레반은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곳곳에서 테러를 저질러 수십 명을 숨지게 했다. 이런 와중에 후보들 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첫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압둘라 압둘라 후보는 26일 부정선거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장 교체 등을 요구했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를 즉각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압둘라 후보가 결선투표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은 28일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이 난 뒤에도 압둘라 후보는 전혀 유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아프간 추가 파병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에 앞서 25일 아프간 주둔 미군 헬기 간의 충돌로 미군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26일에는 탈레반의 공격으로 미군 8명이 숨지면서 10월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27일 현재 53명으로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숙소에 대한 공격으로 아프간의 혼란이 더욱 가중됨에 따라 미국에서는 ‘아프간에서 희생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논쟁이 거세질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파키스탄에선 보복극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파키스탄 방문에 나선 가운데 28일 파키스탄에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92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노스웨스트프런티어 주 페샤와르의 시장에서 발생한 이날 테러로 인근 사원과 시장 안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상점에서 화재가 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통신은 “불길이 대피하려는 부상자들을 집어삼키고, 무너진 건물에 사람들이 생매장되기도 했다. 여성과 어린이들로 붐비던 시장은 지옥으로 변했다”라고 테러 직후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사망자 중 여성이 19명, 어린이가 11명 포함돼 있다고 현지 의료진이 전했다.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이 많아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대한 복수로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저지른 것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보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17일부터 약 3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탈레반의 세력이 강한 남와지리스탄 주 일대에서 작전을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군은 이날 테러가 발생한 직후 남와지리스탄 카니구람의 탈레반 작전기지를 공격해 25명을 사살하는 등 소탕작전이 시작된 이후 모두 264명의 탈레반 대원을 사살했다. 파키스탄 탈레반도 이달 들어 군과 경찰의 주요 시설 등 10여 곳을 공격해 250여 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은 집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농구광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골프 사랑도 남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9개월 동안 골프장을 찾은 횟수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8년 재임 기간에 기록한 골프 라운드 횟수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CBS방송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마크 놀러 씨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6일 첫 라운드를 시작했고 이달 25일 여성과 함께는 처음으로 멜로디 반스 백악관 국내정책보좌관 등과 함께 라운드를 한 것까지 포함해 모두 24차례 골프장을 찾았다고 미 정치 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가 26일 전했다. 2001년 1월 취임한 부시 전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골프를 치느냐”는 비판을 받다가 2003년 8월 24번째 라운드 뒤 전사자(戰死者)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골프를 중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사랑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누리꾼은 유에스에이투데이의 게시판에 ‘내 아버지는 은퇴한 뒤에도 이렇게 자주 골프를 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터로 돌아가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골프 전문잡지 ‘골프 다이제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스타일에 대해 “치밀하고, 경쟁적이며, 모험을 피하지 않는다. 정치를 하는 방식과 같다”고 평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9년 동안 장기집권하고 있는 짐바브웨에 어렵게 출범한 거국정부가 8개월 만에 붕괴 위기에 놓였다. 짐바브웨 경찰은 모건 창기라이 총리가 이끌고 있는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사무실을 24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재무장관이자 MDC 사무총장인 텐다이 비티 씨는 BBC에 “숨겨둔 무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50여 명의 경찰관이 사무실을 샅샅이 뒤진 뒤 MDC의 주요 문건들을 모두 가져갔다”며 “이번 일의 배후는 여당”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창기라이 총리는 16일 “당분간 거국정부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각료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창기라이 총리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MDC 지도자인 로이 베넷 전 의원이 14일 내란 음모 및 불법 무기소지 혐의로 체포되는 등 거국정부 구성 뒤 10여 명의 MDC 전현직 의원들이 체포된 것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짐바브웨는 2008년 3월 대선이 실시된 뒤 개표 부정 의혹과 야당 탄압으로 11개월간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다가 올 2월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ZANU-PF)과 MDC가 거국정부를 구성했지만 군, 경찰, 사법부는 여전히 여당이 장악하고 있다. 거국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중앙은행 총재, 검찰총장 등 요직 인선을 단독으로 강행하고, 새 대통령 선거를 위한 헌법 개정 등 주요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아 여야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23일 TV 연설을 통해 “야당이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도 “여당이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거국정부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되거나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자 사설을 통해 “거국정부가 붕괴되면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짐바브웨 국민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거국정부가 출범하도록 중재했던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아프리카 남부 15개 국가의 협의체)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무가베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대선이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