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大法 “2007년 자르다리 사면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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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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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대통령’ 피의자 전락… 美, 탈레반소탕 악재 우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54·사진)에 대한 사면조치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자르다리 대통령이 큰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친미 성향의 자르다리 대통령이 흔들릴 경우 알카에다 및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협조를 받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 대통령직 사퇴 압력 가중

파키스탄 대법원은 16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2007년 5월 8000여 명에 대해 단행한 대규모 사면조치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법원은 이날 “모든 위법 사례는 명령 발동 이전 상태로 복원된다”고 밝혔다.

당시 사면 대상 중에는 자르다리 대통령과 레만 말리크 현 내무장관 등 측근들이 포함돼 있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부인인 고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집권하던 1990년대 환경장관 등을 지내며 각종 이권사업의 계약금 10%를 리베이트로 받는 것으로 악명을 떨쳐 ‘미스터 10%’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면조치가 이뤄질 당시에도 스위스에서 자금 세탁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부토 전 총리가 2007년 12월 살해된 뒤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끌게 됐다. 2008년 2월 총선에서 PPP가 승리하면서 같은 해 9월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의회해산권, 최고 군사령관 임명권 등 막강한 권한을 계속 행사하려다 야권의 반발을 샀으며 국민들의 지지도 잃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대통령의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자리가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야당은 사면을 받지 못했다면 대통령이 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므로 당선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 미국, 파키스탄과의 관계 악화 우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파키스탄 서북 지역을 은신처로 삼고 있으므로 이를 소탕하지 않고는 아프간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의 협조가 절실한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접경 지역에서 탈레반 소탕전을 시급히 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고, 미국 외교관 및 군 관계자 100여 명에 대한 비자 발급과 연장을 중단하는 등 미국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군이 파키스탄 내에서 무인공격기 폭격을 자주 실시하면서 반미(反美)감정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의 주권을 강조하는 군부의 입김이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런 시점에 자르다리 대통령까지 몰락한다면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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