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피의 아슈라’… 보수층까지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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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 무사비 조카 등 15명 사망

이란 개혁파 최고 성직자 그랜드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타계 이후 다시 점화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 기념일인 ‘아슈라’ 기간에 이란 당국이 무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보수층까지 분노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시민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고 비판했고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도 일제히 이란 정부의 강경진압을 비난했다.

27일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15명이 숨졌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반면 이란 프레스TV는 총 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또 이날 시위자 300여 명이 체포됐으며 28일에는 개혁파의 원로인 에브라힘 야즈디 씨와 개혁파 대선후보였던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고문 등 개혁파 인사 7명이 검거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무사비 전 총리의 조카인 세예드 알리 무사비 씨가 포함돼 있다. 한 웹사이트는 친정부 민병대인 바시즈가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란의 반체제 인사 모센 마크말바프 씨는 뉴욕타임스에 “다른 희생자들과 달리 무사비 전 총리 조카의 죽음은 정치적인 암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란 경찰은 “시위대에 발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경찰서를 불태우고 경찰 차량과 오토바이를 향해 돌을 던지는가 하면 바시즈 대원을 공격하는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다. 숨진 시위대의 시신을 옮기던 이들이 “내 형제를 죽인 사람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외치는 장면도 찍혔다. 진압에 나섰던 경찰관 중 일부가 오히려 시위대에 합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통적으로 아슈라 기간에는 전쟁 중이라고 해도 살상행위를 중단해 왔다”며 아슈라의 마지막 날이자 존경받는 성직자 몬타제리의 애도 기간에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그동안 시위를 관망해온 중장년층 보수 성향의 시민들도 격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은 28일 “이슬람혁명으로 무너진 샤 왕조보다 더 폭력적인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는 이란 정부가 앞으로 반정부 시위를 더욱 강경하게 진압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인명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은 개혁파를 지지해온 시아파 성지 콤의 성직자 연합 사무실을 급습했으며, 몬타제리의 고향인 나자파바드에는 계엄령이 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중심지인 테헤란의 이맘 후세인 광장에는 3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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