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암살’ 舊怨을 끊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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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총리, 시리아 첫 방문… 양국 관계 회복 길 터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39)가 ‘아버지를 죽인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인 시리아에 첫발을 디뎠다. 1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하리리 총리는 20일까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기로 알아사드 대통령과 합의했다”며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아사드 대통령 측도 “아주 건설적이고 솔직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하리리 총리의 측근은 AP통신에 “이번 방문은 지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2005년 하리리 총리의 아버지인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암살 사건에 시리아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레바논과 시리아는 오스만 제국에 이어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해서 각각 독립했다. 시리아는 1976년 레바논에서 기독교-이슬람 간 내전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군대를 레바논에 주둔시켜 사실상 레바논을 식민 통치했다.

그런데 반시리아, 친서방 성향의 라피크 하리리가 2000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가 2004년 10월 친(親)시리아 성향인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임기 연장 문제를 놓고 충돌 끝에 사임했다. 이후 그는 반시리아 진영에 합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2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하리리 전 총리가 폭탄공격을 받아 암살되자 ‘시리아가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이후 결국 레바논 국민의 시위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시리아는 같은 해 4월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철군 운동을 주도한 사드 하리리는 2005년 총선과 올해 6월 총선에서 친서방 정파 그룹인 ‘3·14동맹’을 이끌고 승리했으며 지난달 마침내 총리 직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올해 3월 두 나라는 상대국의 수도에 각각 대사관을 설치해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교를 정상화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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