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7“세계인구 80%에 고통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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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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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합의문 초안 공개… 선진국 탄소배출 허용치, 개도국의 1.8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유엔기후회의)의 주최국인 덴마크가 작성한 합의문 초안이 공개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줘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초안 둘러싼 신경전 가열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입수해 9일 전문을 공개한 덴마크의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은 “모든 당사국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을 기준으로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에 동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맞추려면 개도국은 2050년까지 1인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4t으로 줄여야 한다. 반면 선진국은 1.8배인 1인당 2.67t까지 배출할 수 있다. 이 초안은 지난달 27일 작성돼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 비공식적으로 회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보 더부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이 초안은 공식 협상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강력 반발했다. 개도국들의 모임인 G77의 루뭄바 디아핑 의장(수단 대표)은 “G77이 회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개도국을 더욱 큰 고통으로 몰아넣는 합의안에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체 작성한 초안에서 37개 선진국들에 대해서만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했던 교토의정서처럼 이번 회의에서도 선진국에는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개도국은 감축을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쑤웨이(蘇偉) 대표는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제안은 불충분하며, 2020년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17% 줄이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는 “한참 모자란다”고 공격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 지원할 자금의 규모도 논란의 대상이다. 디아핑 의장은 “선진국들이 앞으로 3년간 지원하겠다는 100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적어도 1조 달러는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런 갈등에 대해 “새 협약의 내용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차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협약에는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 등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개도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후난민 급증 우려

각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0년 단위로 볼 때 최근 10년 동안 세계 기후가 185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따뜻했으며 올해는 역대 5번째로 기온이 높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고 8일 발표했다. WMO는 “과거에는 자연발생적으로 기온이 올라갔던 것에 비해 현대사회는 인류의 활동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때문에 최대 10억 명이 고향을 떠나 이주하는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20년간 자연재해 발생 건수는 배로 늘었으며 사막화, 수질오염 등으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이 점점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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