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내 이란재단 자산 몰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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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정부가 12일 미국 내에 있는 이란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에 나섰다. 몰수 대상에는 이슬람 사원과 학교도 포함돼 이슬람권이 반발하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이날 법원에 약 5억 달러(약 5800억 원)에 달하는 알라비재단 자산의 몰수를 신청했다. 몰수 대상에는 뉴욕의 36층짜리 피아제 빌딩, 이슬람 사원과 학교 등으로 이뤄진 ‘이슬람센터’ 4곳, 은행 계좌 등이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관계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1973년 설립된 알라비재단은 홈페이지에서 “이슬람 문화와 페르시아어 전파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라고 적었다. 하지만 미 검찰은 법원에 낸 신청서에서 알라비재단은 이란 고위관료들이 운영에 개입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위장단체’라고 지적했다. 이 재단이 건물 임대수입 수백만 달러를 이란 국영 멜리은행에 넘겨줘 이란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도왔다는 것이다. 또 이란 정부가 알라비재단을 이용해 미국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미국 내 친(親)이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 역사상 반(反)테러와 관련한 가장 큰 몰수 조치 중 하나”라며 “미국에서 종교시설을 몰수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조치로 미국과 이슬람권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5일 포트후드 기지에서 아랍계 군의관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숨진 사건으로 크게 위축돼 있는 미국 내 이슬람신자들은 이번 조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이슬람신자들의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성명을 통해 “미 정부의 종교시설 몰수 조치는 이슬람권 전체에 부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정부의 강경 조치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란을 핵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미 정부의 노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 정부는 이란에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하겠지만 핵 개발을 계속하려 한다면 우리가 막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이란은 지난달 21일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보내 핵무기용으로 쓸 수 없도록 가공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초안에 합의했지만 이후 이란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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