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 수만명 반정부 시위… 정국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개혁 수장 몬타제리 장례식 운집
무사비 前총리 참여 경찰과 충돌
NYT “27일 대규모 시위 예정”

이란 개혁파의 최고 성직자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타계를 계기로 개혁파 진영이 결집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이란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21일 시아파 성지 콤에서 열린 몬타제리의 장례식에는 개혁파 지지자 수만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 상당수는 개혁파의 상징인 녹색 깃발을 들고 손목에는 녹색 밴드를 끼고 나타났다. 이들은 또 몬타제리의 시신이 콤 거리를 지나 장지로 운반될 때에는 자신들의 가슴을 치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AFP통신은 개혁파 웹 사이트들을 인용해 장례식이 끝난 뒤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몬타제리는 살아있다, 죽은 것은 정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또 해산시키려는 경찰에 돌을 던지며 충돌해 일부는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바시즈 민병대를 비롯한 친정부 및 보수파 인사 수백 명은 몬타제리의 집 근처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장례식에는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21일은 애도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는 진보적 성직자인 아마드 카벨 씨 등이 장례식에 가던 도중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20일 테헤란에서 몬타제리의 사진을 든 지지자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몬타제리의 고향인 나자파바드에서도 수천 명이 거리행진을 하며 “핍박받은 몬타제리여, 당신은 지금 신과 함께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버스 2대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테헤란과 콤 등에 경찰을 추가 배치했고, 개혁성향의 신문 ‘안디셰 노’의 발행을 중단시켰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으며, 외국 언론의 취재도 금지되고 있다. 이란의 보안당국은 통상의 장례 절차에 따라 일주일간 지속될 애도 기간에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아슈라(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 행사)를 맞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정부 시위로 투옥된 재소자 3명이 교도관들의 구타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것과 몬타제리의 타계 소식이 동시에 나오면서 개혁파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몬타제리와 정적 관계였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몬타제리의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미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몬타제리는 자유와 인권을 옹호했던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