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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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누비며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고 들으며 글로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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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07~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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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드레아 보첼리 “오페라와 팝, 음악의 두 길 걸어가고 싶어요”

    8년마다 방문하는 산타클로스 같은 음악가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 최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8)가 5월 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2000년 5월, 2008년 4월 이후 8년 만에 다시 방한해 ‘천상의 목소리’ 선물을 한국 팬에게 풀어놓는다. “한국은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고, 좋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활발하고 감성적인 관객이 많은 곳으로 기억해요. 기대가 큽니다.” 그는 12세 때 축구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해 시각을 잃었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목소리 덕분에 생일파티나 결혼식, 교회 행사에서 노래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1996년 발표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팝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팝페라’라는 장르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저는 오페라 가수로 시작했고 공부했어요. 오페라를 조금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팝도 좋아해요. 가능한 한 최고의 성실함으로 오페라와 팝 음악 두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그는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번 공연 수익금 일부를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복지시설에 기부한다. 최근 그를 좋아하고 그와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시각장애아 가수 이소정 양(12)을 공연에 초청한다고 밝혔다.▶본보 2월 4일자 A25면 참조 “이소정 양처럼 어려움이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가 힘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노래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인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래가 그의 특기라면 글을 쓰고 읽는 것은 그의 취미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앞을 못 보는 그가 구술하면 주위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형식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가능하다면 제 작업의 결과물들을 즐기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갖는 것을 좋아해요. 인터넷 덕분에 제 생각을 정기적으로 올릴 수 있어요.” 아기 때 오페라 음악을 들으면 울음을 멈췄다는 그는 음악을 통해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지난해 영화음악을 그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한 앨범 ‘시네마’ 음악들과 함께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르디, 푸치니, 비제 등의 아리아를 준비했어요. 앨범 ‘시네마’의 곡들과 함께 관객이 저에게 기대하는 곡들을 부를 예정입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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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훈 대표 “남성복의 본질은 무난함입니다”

    “남자 옷요? 무난한 것이 좋아요. 그게 남성복의 본질이죠.” ‘클래식 패션 전도사’인 남훈 대표(45)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에스카다 등 세계적인 패션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를 거치며 16년간 패션업체에서 고가 브랜드를 담당했다. 현재는 여러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편집매장 ‘알란스’를 운영하며 패션 컨설턴트, 스타일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클래식 앤드 더 맨’이란 책도 내놓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매장에서 만난 그는 클래식 패션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여성복이 개인적이라면 남성복은 사회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옷이 튀면 본인도, 상대방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클래식이란 것은 단순하면서도 언제 입어도 되는 것을 뜻합니다. 남성복은 과하지 않으면서 무난한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슈트를 잘 입을 수 있나’란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목적이다.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옷을 입을 때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젊어 보이고 싶은지, 날씬해 보이고 싶은지, 배를 가리고 싶은지 등의 목적을 가지고 옷을 고르면 됩니다. 그러면 나에게 맞는 옷을 찾을 확률이 높아져요.” 사회 초년생에게 그는 비싸지는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슈트와 구두 하나를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구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들이 가방에 신경을 쓰는 것은 가방에 따라 옷차림이 달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방을 들면 입은 옷들도 덩달아 좋아 보이는 효과가 나죠. 남성의 구두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좋은 구두는 오래 신을 수 있고, 편하고, 옷을 돋보이게 합니다.”:: 슈트 잘 입기 위해 ‘이것만은 피해라’ ::― 화려한 넥타이는 피해라. 상대방에게 넥타이만 남고 당신의 인상은 사라진다.― 셔츠 안에 소매 없는 러닝셔츠는 피해라. 슈트 밖에 자국이 다 드러난다.― 구두에 ‘불광’을 내지 마라. 가죽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물, 기름, 불이다.― 지나친 액세서리는 피해라. 슈트는 포인트를 주기보다 조화로워야 한다.― 양말, 벨트에 로고가 찍힌 것은 피해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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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수들의 몸과 마음 치유하는 힐링 공간

    3일 막을 내린 발레 ‘라 바야데르’ 출연진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연습을 마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쉬는 시간이 되자 건물 1층의 구석으로 향했다. 칸막이를 쳐놓은 공간 입구에는 ‘재활치료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아한 발레 무대 뒤 재활치료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 국립극장은 길게는 20년 전부터 자체 물리·재활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재활치료실에는 하루 평균 무용수 30여 명이 찾는다. 이들은 치료실에서 공연 전 발목 테이핑은 물론이고 마사지, 재활 치료 등을 받는다. 무용수들은 무대에서는 백조의 모습이지만 무대 뒤 치료실 풍경은 치열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치료실에서 우아한 발레리나는 없다. 두 다리를 테이프로 칭칭 감고 있거나, 벌겋게 달아오른 발목에 얼음찜질을 하거나, 부항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등을 연신 움직여대는 이들만이 있을 뿐이다. 무용수 출신인 국립발레단의 고일안 물리치료사는 “무용수들은 허리, 발목, 발가락, 무릎, 골반, 어깨, 손목 등 모든 관절 부위가 아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치료실을 이용하지 않는 무용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용수들은 크게든 작게든 다치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훈 씨는 “(치료실에 자주 들르다 보니) 치료사들이 나보다 내 몸 상태를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박나리 씨는 “이래서 우리가 신붓감으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치료실은 무용수의 마음을 치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사랑방인 것이다. 무용수들은 자신의 건강이나 연애, 결혼, 진로 등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을 때가 많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방재 물리치료사는 “몸이 아픈데도 공연 캐스팅 때문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애태우는 단원들을 볼 땐 안타깝다. 동료에게도 말하기 힘들어서 치료사에게 한탄하듯 이야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한 단원은 “동료들끼리 하기 힘든 이야기도 치료실에서 말할 때가 있다.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데 이야기하고 쉬러 치료실을 찾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들이 행복할 때는 단원들이 부상 없이 공연을 마칠 때다. 국립극장의 송기현 물리치료사는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 치료해준 뒤 그 단원이 통증 없이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때 내가 대신 박수를 받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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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과 제자 아닌 동료 음악가로 한무대”

    “진짜 피아노를 그만두려 했어요.”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55·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는 4년 전을 회상하며 “아찔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교수의 제자인 문지영(21)은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문지영의 성과보다는 불우한 가정환경이 더욱 부각됐다. 김 교수는 “친구들도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정환경을 알게 된 거죠. 지영이가 충격받고 피아노를 안 하겠다고 했어요. 전 ‘너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몇 달간 설득했죠.” 만약 김 교수의 설득이 없었다면 지난해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문지영은 지금 없었을지도 모른다. 4일 서울 서초구 한예종에서 만난 문지영은 “교수님을 만난 것이 인생에서 큰 행운”이라고 웃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의 피아노 반주를 보고 반해 그 길로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아홉 살 생일에야 낡은 중고 피아노를 선물받고 집에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었다. 열한 살 때 선화예중 수석 입학 기회를 얻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다. 검정고시를 보며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던 그는 김 교수와 두 번의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2008년 영재캠프에서 처음 김 교수를 만나 짧게나마 레슨을 받았다. 지방에 사는 그가 누리기 힘든 기회였다. 1년 뒤 한국메세나협회에서 주최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트드림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특전으로 김 교수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인연이라면 인연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여수에 사는 제가 어떻게 평소에 존경하던 분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었겠어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는 사실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두 달 동안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처음에는 지영이가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힘든 환경이었던 것이 영향이 컸죠. 그 대신 지영이는 피아노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보여줬어요.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엇인가 할 이야기가 많은 아이구나’라고 느껴졌죠.”(김대진) “교수님은 저의 단점을 보완해주려 애쓰셨어요. 제가 당시에는 소심하고 음악도 잔잔하기만 했거든요. 저만의 침체된 소심한 분위기를 수면 위로 띄우려고 노력하셨어요. 정말 딸처럼 대해 주셨어요.”(문지영) 그는 21일 전남 여수시 여수문화예술공원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과 협연을 한다. 스승과 제자에서 동료 음악가로 나서는 무대인 셈이다. “저를 가장 많이 아는 교수님과의 협연이라 편하기도 하겠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어요.”(문지영)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측면이죠. 다만 궁금해요. 제가 몰랐던 어떤 다른 면을 보여줄지.”(김대진) 사실 문지영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선 쇼팽 콩쿠르 본선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부소니 콩쿠르 우승으로 출전을 접었다. 조성진의 우승에 아쉬울 법도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그의 순수함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쉽지 않냐’고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지영이는 ‘너무 좋아서 엄마랑 울었어요’라고 했어요. 천성이 그런 아이예요.”:: 김대진 교수가 말하는 제자들 ::김선욱- 관심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아 어떻게 피아노 앞에 앉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손열음- 순간의 즉흥성이 정말 뛰어나. 연주 때마다 계속 ‘왜’에 대해 캐묻고 따져.문지영- 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스타일. 연주 실력이 드러나는 데도 시간이 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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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무용수들의 가쁜 숨소리-땀내에 가슴 뭉클

    “오케이. 합격입니다. 그 대신 두 번 이상 출연해야 해요.” 오디션을 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단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올해 첫 작품 ‘라 바야데르’에 기자의 출연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라 바야데르’는 발레 작품 중에서도 많은 인원이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111명이 무대에 올랐다. 출연자 중 전문적인 무용이 필요 없는 역할은 딱 4명. 2막에 등장하는 가마꾼 겸 창지기. 보통 무용수 출신인 발레단 사무직원들이 그 역할을 맡아 왔다. ‘무대에 직접 선다는 느낌은 어떨까’와 ‘무대 위에서 보는 무대나 객석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발레단에 출연을 청했다. 오디션을 통과한 뒤 역할을 위해 수염도 길렀다. 맡은 일은 간단했다. 2막이 시작되면 다른 가마꾼과 함께 두 차례 가마를 들고 무대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가면 된다. 이어 창을 든 창지기로 무대 가장 뒤쪽의 왼편(관객 기준)에서 40분간 ‘정말 가만히’ 서 있으면 된다. 2막이 끝나기 전 뒤로 돌아서는 ‘아주 간단한’ 동작이 포함돼 있다. 2차례의 연습실 리허설을 마치고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첫 무대 리허설 날. 창을 들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정현옥 발레마스터가 다가왔다. “창을 비스듬하게 들면 안 돼요. 앞으로 조심하세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를 정도로 창의 각도만 생각했다. 두 번째 무대 리허설은 전날보다 나았지만 40분간 ‘가만히’ 서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함께 창지기로 나선 발레단 직원이 말했다. “관객이 우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게 잘하는 거예요.” 긴장된 다리 근육 탓에 몇 차례 휘청거릴 뻔했다. 공연이 끝날 때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려고 했다. 2막이 끝나고 신무섭 부예술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눈에 띄지 않았어요.” 지난달 30일 첫 실전엔 2000여 명의 관객이 가득 찼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무대는 물론이고 객석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 있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40분간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 강 감독이 안아주며 말했다. “이 정도면 합격점이네요.” 눈물이 날 뻔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고스란히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강 감독이 두 번 이상 무대에 오르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대에선 관객이 볼 수 없는 무용수의 표정과 무대 옆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 주역 무용수는 객석을 향해 미소를 짓다 뒤돌아서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무용수는 실수를 했는지 뒤돌아서면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무대 옆에서 굳은 표정을 짓던 한 무용수는 무대로 들어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웃음을 지었다. 무대 위에선 관객석에선 체험할 수 없는 가쁜 숨소리와 땀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수석무용수 이동훈은 “객석에선 예쁜 표정과 몸짓의 무용수만 보이지만 무대에서 퇴장하면 힘들어 쓰러지는 무용수도 많다”고 말했다. 첫날 공연의 주역인 수석무용수 이은원은 3막 솔로 무대를 마친 뒤 가쁜 숨을 쉬며 들어왔다. “아쉬워요. 며칠 전 발목을 다쳐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아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무용수 뒤로 터지는 박수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PS: 오자현 공연기획팀장이 공연을 끝낸 뒤 “집에 가면 허탈감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단역일 뿐인데 그럴까 싶었다. 며칠 뒤 그 ‘허탈감’이 찾아왔다. 무대의 매력 때문이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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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열 “악단마다 다른 곡 해석… 비교하며 감상하세요”

    “지휘자로 살며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아진 것 같아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최수열 부지휘자(37)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란 질문에 한참 뜸을 들였다. “음악 이외의 것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 다른 문제도 인식하고 있어야 해요.” 지난해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난 뒤 그는 갑작스럽게 1월 정기공연의 대체 지휘자로 나섰다. 호평을 받았지만 부담은 컸다. “상황이 좋지 않았고 제가 하고 싶었던 곡도 아니었고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다른 공연에 비해 아쉬움이 많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죠.” 서울시향은 최근 이스라엘 출신 엘리아후 인발(80)이 지휘자로 나선 공연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강점이었던 현악기에 대한 비판이 뼈아팠다. “1월은 응원에 가까웠다면 2월부터는 사람들이 평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서울시향은 한 감독이 10년간 이끌어왔어요. 그 스타일이 배어있을 수밖에 없죠. 다만 서울시향이 10년간 쌓아온 내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아요.” 그는 서울시향과 함께 4월 1∼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6 교향악축제’에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교향악축제는 서울시향을 비롯해 19개 국내 대표 교향악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다. 교향악축제에는 처음 서는 그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수없이 보러 다닌 무대이기도 하다. “중요한 행사이다 보니 지방 교향악단은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 와요. 좋은 공연보다는 별로 좋지 않은 공연을 보면서 더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는 현대음악에 강점이 많은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때부터 현대음악을 많이 지휘한 것 같아요. 다행히 경험을 많이 쌓다 보니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고, 관심도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들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교향악축제를 여러 번 봤던 그는 이번 교향악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을 알려줬다. “올해가 쇼스타코비치 탄생 110주년으로 그의 곡을 연주하는 악단들이 있어요. 연주자들의 기량이 필요한 곡이라서 유심히 보시면 좋아요. 또 똑같은 곡을 각기 다른 악단이 연주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장 재미있는 것은 저를 포함해 젊은 지휘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이런 큰 무대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지켜봐 주세요. 응원도 함께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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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바람 따라 서울 오는 오페라 ‘투란도트’

    “아무도 잠들지 말라. 잠들지 말라. 그대 또한. 오! 공주여. 차디찬 침실 속에서 사랑과 희망으로 떠는 별들을 보고 있으리.” 오페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노래는 들어봤을 법하다. 이 곡은 오페라 ‘투란도트’의 끝부분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이다. 한국인의 귀에 익은 오페라 중 하나인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4월 밤을 장식한다. 세계 3대 오페라 페스티벌인 ‘토레델라고 푸치니 페스티벌’과 솔오페라단의 공동 제작으로 오페라 ‘투란도트’가 4월 8∼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2014년부터 2년간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공연됐던 버전이다. 국제적인 연출가인 안젤로 베르티니가 무대와 의상 디자인까지 책임졌다. 붉은색과 황금색이 주로 사용돼 세련되면서도 중국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또 이번 공연은 무대와 의상뿐만 아니라 출연진, 연출진, 기술진까지 한국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와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주인공인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다. “더 이상의 투란도트는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현역 최고의 투란도트로 불리고 있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과 화려한 소리로 무대를 장악하는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다. 투란도트 역은 카솔라와 함께 소프라노 이승은, 칼라프 역은 정상급 테너인 루벤스 펠리차리와 신동원, 류 역은 이탈리아에서 떠오르는 소프라노 발레리아 세페가 맡았다. 4월 8,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25만 원. 1544-9373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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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클래식]“브라보! 조성진”“앙코르! 손열음”… 클래식의 봄이 오는 소리

    2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클래식 전용 연주장인 이곳은 공연이 열리더라도 북적임과는 거리가 먼 장소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연주회는 오후 2시부터였지만 오전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콘서트홀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500여 명이지만 로비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날은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의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인 최초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공연은 이날 오후와 저녁 두 차례로 예매 시작 40여 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클래식 공연으로는 드물게 이날 암표상도 등장했다. 아이돌 콘서트가 아니고는 쉽게 보기 힘든, 아니 그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었다. 조성진을 시작으로 국내 클래식 음악계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일명 ‘조성진 신드롬’을 계기로 클래식 음악계도 모처럼 겨울잠을 깨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성진처럼 최근 각종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인들의 수상이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이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콩쿠르에서도 피아니스트 문지영(21)이 아시아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주인들이 늘어나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져 가고 있다.클래식 공연장에 몰리는 20, 30대 우선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조성진이 참가한 쇼팽 갈라 콘서트에서도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직장인 이다호 씨(28)는 “평소 클래식을 듣지는 않지만 조성진의 콩쿠르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온 배수진 씨(31)는 “클래식이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정말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던 음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들과 함께 조성진은 물론 다른 클래식 음악도 찾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생각이 점차 바뀌어가고 있었다. 공연 전문기획사 크레디아 공연기획팀 강민선 부장은 “여러 연주인의 국제콩쿠르 우승이 국내 시장에 활력소를 줬다. 다른 때와 달리 공연이 빨리 매진되기도 하고 기존 클래식 음악 팬들이 아닌 분들의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클래식 전반에 퍼지기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단초가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을 찾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50대 이상이 많이 찾는 외국의 공연장과 달리 국내는 최근 20, 30대의 클래식 공연 예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손열음 등 젊은 연주인들이 주도 2월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열음(29)의 공연은 여느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에 손열음은 앙코르 연주를 10번 넘게 들려줬다. 한 관객은 “클래식 연주회이지만 꼭 아이돌 콘서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공연이라면 10, 20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열음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김선욱(28),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9) 등 20, 30대 젊은 연주인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클래식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유니버설뮤직의 이용식 이사는 “보통 리사이틀은 합창석까지 관객이 들어차기 힘들다. 하지만 손열음 등 젊은 연주인들은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응이나 열기로만 본다면 가요 등 대중 음악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말했다. 클래식 기획사이자 매니지먼트사인 아트앤아티스트 이지혜 팀장은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나오면서 해외에서 한국 연주인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함께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도 많이 오고 유럽, 미국 외에 남미 등에서도 한국 연주인들의 공연을 원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클래식 붐을 일으킬 도화선의 해 클래식 음악이 봄을 맞이한 것은 확실하다. 다만 아직은 출발선에서 막 발걸음을 뗀 정도다. 국내 클래식 공연의 흐름을 주도하는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 대표는 “조성진 등 젊은 연주인들의 활약이 클래식 붐의 도화선인 것은 맞다. 이들은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접해보고 후에 이들의 5∼10%만이라도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는 “국내 클래식 음악의 저변이 넓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올 콩쿠르 우승자들이 더 배출될 것임은 분명하다. 국내의 클래식 음악계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콩쿠르 우승자를 넘어 세계적인 거장을 배출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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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클래식]봄 女心 어루만져줄 클래식 공연들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몸과 마음은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른다. 기지개를 힘껏 켜고,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기대를 채워 줄 멋진 공연들이 기다리고 있다. 금호아트홀에서는 ‘아름다운 목요일’이란 주제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연주회를 연다. 4월 7일 피아니스트 테오 게오르규, 4월 14일 피아니스트 김태형, 4월 21일 시마노프스키 콰르텟, 그리고 4월 28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김재영,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박종해로 구성된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가 목요일 밤의 감성을 충만하게 만들 예정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아르스노바’ 시리즈를 30일과 4월 5일 각각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의 기획으로 국내 음악계에 동시대 음악의 흐름을 소개하는 자리다. 현대음악이 어렵다고 느끼는 관객을 위해 진은숙이 직접 공연 40분전에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두 공연 모두 지히자 크와메 라이언이 나서고 협연자로는 첼로이스트 이상 엔더스가 무대에 오른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다양한 클래식 공연으로 4월을 맞이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브루크너’다. 4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시리즈 두 번째 순서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2번을 임헌정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나선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현악기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를 소유한 음악인들로 구성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의 공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위스 취리히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모여 2007년 구성된 스트라디바리 콰르텟은 4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 슈만, 바버의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부조니국제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4월 21일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 이 밖에도 부천과 성남, 경기 등 각 지역의 교향악단이 봄을 맞이해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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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기획자들 공연-입학 제안할 정도로 수준높아”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11명의 심사위원은 “참가자들 수준이 매우 높았다. 순위를 결정하는 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의 대극장 운영자, 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시상식 뒤 이번 입상자들에게 공연과 입학 등 프로모션을 현장에서 제안할 정도로 입상자들의 높은 수준에 감탄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홍혜경 연세대 교수(사진)를 비롯해 스페인의 유명한 테너 자코모 아라갈, 미국의 저명한 음악학자이자 지휘자인 윌 크러치필드, 전승현 서울대 교수, 워너클래식 사장인 알랭 랑스롱, 비냐스 국제콩쿠르의 기획자인 미겔 레린,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 극장장을 지낸 알브레히트 풀만, 스페인 리세우극장의 예술감독인 크리스티나 셰펠만, 송광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제프리 밴더빈 오퍼스3 아티스트 부사장, 피아니스트 겸 보컬코치인 제임스 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홍 심사위원장은 “참가자들의 음악성은 물론이고 소리와 스타일도 훌륭했다. 앞으로 입상자들이 언어를 완벽하게 배워 자신만의 완벽한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8년 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이번이 두 번째 콩쿠르 심사인 셰펠만 위원은 “8년 전보다 참가자들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 다 잘하는데 여기서 순위를 가려야만 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모든 심사위원이 이번 콩쿠르 준결선 등에 나섰던 피아노 반주자들을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랑스롱 위원은 “모든 심사위원이 피아노 반주자들에게 반했다. 실력은 물론이고 성악가들의 호흡에 맞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피아노 반주자들이 이번 콩쿠르의 숨은 공로자들이다”라고 평가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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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악 개그’하다가… 미래의 거장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바리톤 김기훈(24·연세대)에게 성악은 친구들을 위한 웃음의 소재였다. TV에 나온 성악가를 흉내 내며 약간의 개그를 섞어 친구들을 웃겼다.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때만 해도 성악가는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위로 호명되자 활짝 웃은 김기훈은 시상 소감에서 “현실이 아닌 것 같아 그냥 웃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다시 웃었다. 전남 곡성 출신인 김기훈은 고교 3학년 때 성악에 입문했다. 동네 교회 성가대에 새로 온 선생님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당장 큰 도시에서 성악 테스트를 받아 보라고 권했다. 그는 “별 기대 없이 광주의 음악학원에 갔는데 ‘발성이 정말 좋다’고 해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연세대 음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 국내파다. 해외 콩쿠르에 참가한 적도, 외국 학교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부터 동아음악콩쿠르 등 3개의 국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그에게는 첫 번째 국제 무대였다. 4월 독일 하노버대극장으로 1년 동안 공부하러 떠나는 그에게 심사위원들은 러브콜을 아끼지 않았다. 한 심사위원은 “독일보다 이탈리아로 공부하러 가면 좋겠다. 꼭 다시 만나서 내가 제대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국제콩쿠르에 참가하면 좋겠다. 김기훈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어렸을 때부터 성악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 삶을 바꿔준 고마운 존재가 됐다. 앞으로 내 이름 석 자를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이 열린 콘서트홀에는 1층 객석의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객이 들어찼다. 중간 휴식시간 땐 로비에서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윤호근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맞춰 결선에 진출한 6명은 열띤 경쟁을 펼쳤다. 2위는 김건우(30·마인츠 국립음대), 3위는 몽골의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30·울란바토르 문화예술교육대), 4위는 박기훈(21·서울대), 5위는 길병민(21·서울대), 6위는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말라피(25·리비프 주립음악학원)가 차지했다. 김기훈은 5만 달러(약 5800만 원)의 1등 상금을 받았으며 내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협연 무대를 갖게 된다. 또 리사이틀의 기회도 주어진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한구 LG그룹 상무,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시상자로 나섰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1, 2차 예선과 준결선은 유튜브(검색어 ‘seoul competition’)에 공개됐으며 결선은 29일 공개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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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빛깔 목소리 “내가 피날레 장식”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360여 명의 관객으로 가득 찼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콩쿠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이날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선 13명의 참가자 중 6명이 결선에 올랐다. 이번 콩쿠르에선 19, 20일 11개국 56명이 1차 예선을 치렀고 21, 22일 2차 예선을 거쳤다. 결선에 오른 6명은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성악 부문 2위를 차지한 몽골의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30·울란바토르 문화예술교육대)를 비롯해 길병민(21·서울대), 김기훈(24·연세대), 김건우(30·마인츠 국립음악대),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말라피(25·리비우 주립음악학원), 박기훈(21·서울대) 등이다. 지난해 동아음악콩쿠르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바리톤 김기훈과 베이스 길병민은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서로 껴안았다. 김기훈과 길병민은 지난해 4, 5차례의 콩쿠르를 함께 나서며 친해진 사이. 김기훈은 “준결선에서 ‘가면무도회’를 부르다 가사를 잊어버려 떨어진 줄 알았는데 결선에 진출하게 돼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길병민은 “지난해 함께 콩쿠르에 나섰던 김기훈과 함께 결선에 올라 기쁘다. 누가 우승을 해도 기쁠 것 같다”며 웃었다. 2013년 체코 안토닌 드보르자크 성악주니어콩쿠르 남성부문 1위에 올랐던 테너 말라피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말라피는 “이번 콩쿠르를 포함해 9번 콩쿠르에 나섰는데 이렇게 큰 국제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해 기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콩쿠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성악콩쿠르 1위에 올랐던 테너 김건우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콩쿠르라 그런지 해외 콩쿠르보다 마음이 편했다. 가족들도 함께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제성악콩쿠르 3위를 차지한 테너 박기훈은 “6년 전 이 콩쿠르에서 루마니아의 스테판 마리안 포프가 우승한 것을 보고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목표로 연습해왔다. 이제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마지막 결선 무대는 오페라 아리아 2곡으로 한 곡은 자유 선택, 나머지 한 곡은 심사위원회가 지정한다. 1등에게는 5만 달러(약 5800만 원)가 주어진다. 결선 무대는 26일 오후 3시부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윤호근이 지휘하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열린다. 시상식은 당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 반에 열린다. 2만∼5만 원. 02-361-1415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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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점퍼 입은 ‘복제 인간’들 캠퍼스 점령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대학 캠퍼스. 완연한 봄 날씨에 한결 가벼운 옷차림의 대학생들이 많았다. 오가는 남학생들을 보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옷차림이 있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항공점퍼로 불리는 ‘MA-1’을 입고 있었다. 다른 3곳의 대학 캠퍼스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점퍼가 차지했던 ‘과잠(학과 점퍼)’의 위상을 MA-1에 물려준 곳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MA-1을 입은 한 대학생은 “나만 다른 것을 입으면 좀 이상한 것 같아 유행을 따랐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명동 거리. 봄 신상품이 각 매장에 전시돼 있다. 가장 잘 보이는 매대엔 역시 MA-1이 자리 잡고 있었다. 3만 원대에서 7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한 매장에서 MA-1을 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옷이에요. 이거 없으면 옷 잘 입는다는 얘기 듣기 힘들어요.” 이처럼 MA-1은 올봄 이른바 ‘클론템(clone+item)’으로 등극했다. 클론템은 많은 사람들이 입어 복제한 듯 보이는 옷이라는 의미다. 몇 년 전 루이뷔통의 ‘스피디’ 가방을 든 사람들을 몇 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해서 이 가방을 ‘3초백’ ‘5초백’이라고 불렀던 것과 비슷하다. 보통 클론템은 유명 패션쇼에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파급력이 크다. 2, 3개월 뒤 드라마에서 인기 연예인이 입기 시작하면 후보에 오른다. 이때 필수적인 것이 일반인이 직접 입어보고 인터넷에 올린 후기다.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브랜드 후기까지 등장한다면 클론템에 올랐다는 증거다. 클론템의 유통 기한은 길게 보면 2년이지만 사실 계절 한 철이 전성기다. 4년 전 겨울 클론템이던 자수 장식이 칼라에 달린 코트는 2년 전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해 가을 모나미 볼펜처럼 흰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모나미 룩’은 20대 남성들이 가장 사랑한 패션이었다. 여성보다 남성,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 클론템의 주요 소비층이다. 한 대학생은 “아직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잘 몰라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거나 유행하는 옷을 입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허환 씨는 “아직 한국의 10, 20대 남성들은 자기 취향이 약해 일단 남들을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독 한국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유독 클론템이 계절마다 휩쓰는 국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허 디자이너는 “먼저 유행을 선도하고 싶지만 클론템이 휩쓸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며 “소비자 반응에 맞춰 디자인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조르조아르마니 브랜드에서 4년간 일했던 디자이너 신재희 씨는 “한국은 일본, 유럽에 비해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심하다. 패션은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고해야 하는데 아직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모방과 동조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MA-1 점퍼란 ::1950년대 미국 공군이 개발한 옷. ‘보머 재킷’으로도 불린다. 조종사들은 프로펠러 비행기에서는 가죽 옷을 입었으나 더 빠른 제트 비행기로 바뀌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겉은 면이나 나일론, 안감은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인 MA-1을 보급했다. 1970년대 펑크스타일이 유행하면서 MA-1도 각광받았다. 최근엔 코트처럼 길게 나오기도 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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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과 소리의 대가들 “얼쑤, 한번 놀아보자”

    한국 춤과 소리의 대가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90회를 맞는다. ‘제90회 한국의 명인명무전’이 24, 25일 오후 7시 반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열린다. 1990년 첫 공연 이후 김천흥 박동진 이매방 등 1500여 명의 전통예술 명인들이 무대에 섰다. 인간문화재 등 40명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민족의 한과 설움을 춤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로 ‘한무(恨舞)’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4일 첫 공연에서는 김영희(김영희전통춤연구원장)의 ‘춘앵무’, 윤송미(대구살풀이춤 이수자)의 ‘심향무’ 등이 무대에 오른다. 25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 산조 보유자인 이생강 명인이 전국의 아리랑을 모은 ‘팔도강산 아리랑’의 대금 연주를 들려준다. 또 경북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예능보유자 정순임 명창이 창작 판소리인 ‘안중근의사가’를, 대구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보유자 권명화 명무가 대구살풀이춤을 선보인다. 이 밖에 한량무, 도살풀이춤, 승무, 지전춤 등도 볼 수 있다. 명인명무전의 예술감독이자 해설을 맡은 박동국 동국예술기획 대표는 “24일은 이수자, 25일은 인간문화재 위주로 공연한다. 90회를 맞아 그동안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었던 명인, 명창들이 대거 등장하는 의미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5만∼10만 원. 02-2199-726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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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들고 한국 찾은 필립 글래스

    “처음에 프랑스에서 상영했는데 관객 반응이 싸늘했어요.” 독특하다. 스크린 위로 장 콕토 감독의 1946년 제작 흑백 영화 ‘미녀와 야수’가 돌아간다. 음악과 대사 모두 없다. 다만 스크린 아래 4명의 성악가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오페라를 부른다. 배우들의 입 모양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절묘하게 일치하며 영화와 오페라가 하나가 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립 글래스(79)가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들고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녀와 야수’는 22, 23일 서울 LG아트센터, 25, 26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오른다. 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작품을 먼저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운을 뗐다. “아마 공연이 시작되면 노래와 영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6분 정도 지나면 이해가 되면서, 관객이 다 함께 ‘아’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겠죠. 공연이 끝날 때쯤이면 노래와 영상이 합쳐지는 경험을 할 겁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콕토의 작품에 매료된 그는 ‘미녀와 야수’(1994년) ‘오르페’(1993년) ‘앙팡 테리블’(1996년) 등 콕토의 대표작 세 편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왜 내가 시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놀랐어요. 각 장면의 시간을 측정해 단어마다 음을 붙이고 영상 속 입 모양에 맞게 작업하는 데 2주 정도 걸려요.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정교하게 되지 않아서 몇 주간 리허설을 하며 영상과 노래를 맞춰 나갔어요.”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오페라, 실내악, 심포니 등에서 공연 연출가 로버트 윌슨, 시타르(인도 현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르, 글램 록의 선구자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등과 함께 작업하며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넓혀 왔다. 영화 ‘트루먼쇼’(1998년) ‘디 아워스’(2002년) 등 영화 40여 편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 영화인 ‘스토커’(2013년)에도 참여했다. “제가 영화를 선택하기보단 감독에게서 전화가 오면 작업을 해요. 마틴 스코세이지, 우디 앨런 같은 재능 있는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즐거워요.” 그는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오자마자 20여 분간 자기 이력과 작품 등을 설명했다. 하나의 질문에도 10분 이상 공을 들여 대답했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이지만 화법은 ‘맥시멀리즘’. “제가 좀 말이 많았죠? 할 말이 많다 보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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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 랑스롱 워너클래식 사장

    “참가자들의 높은 수준에 놀랐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2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은 알랭 랑스롱 워너클래식 사장(67·사진)은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차 심사에 들어가기 전 콩쿠르 수준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해 성악 부문에서 경연을 진행하는 콩쿠르는 19, 20일 열린 1차 예선에서 24명이 2차 예선에 진출했다. 21, 22일 2차 예선에서도 13명만이 준결선(24일)에 올랐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는 전 세계 클래식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14년부터 유니버설뮤직과 함께 세계 양대 음반사인 워너클래식 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1972년부터 클래식 업계에 몸담아 왔다. 유명 클래식 음악가와 650개 이상의 녹음 작업을 해왔다.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국가공로훈장을 받을 정도로 프랑스 문화계의 ‘큰손’이다. 그는 유럽에서도 수많은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처음 참가하게 된 계기로 한국 성악가들의 높은 수준을 꼽았다. “2005년부터 프랑스 마르세유의 오페라학교에서 교장으로 있을 때 많은 한국 학생을 봤어요. 정말 수준이 뛰어났죠. 완벽한 준비로 콩쿠르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한국 학생을 보고 도대체 이들이 어떻게 연습하고 배우는지 궁금해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그는 이번 콩쿠르를 경험하면서 궁금증을 풀었다고 말했다. “사실 성악가들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는 않은데 한국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더군요. 그만큼 노력하는데 못할 수가 없죠. 유럽에서도 한국인 성악가들은 인정을 받아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의 느낌까지 잘 표현하거든요.” 그는 음반업계에서 40년 넘게 있으면서 ‘신인 발굴’을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로 생각했다. “프로듀싱 자체도 중요하지만 음악인을 최고의 스태프와 다른 음악인과 연결해주는 것도 제가 할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인 발굴이죠. 다만 신인 한 명을 발굴하면 5∼10년간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책임져야 해요. 그것이 프로듀서의 책임이죠.” 그는 기회가 되면 다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를 원했다. “당연히 다시 올 것입니다. 콩쿠르에 오면 참가자들을 보며 많이 배워요. 그들이 뿜어내는 역량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최고의 기회죠.”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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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와 오페라가 하나로…‘미녀와 야수’ 들고 한국 찾은 필립 글래스

    “처음에 프랑스에서 상영했는데 관객 반응이 싸늘했어요.” 독특하다. 스크린 위로 장 콕토 감독의 1946년 제작 흑백 영화 ‘미녀와 야수’가 돌아간다. 음악과 대사 모두 없다. 다만 스크린 아래 4명의 성악가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오페라를 부른다. 배우들의 입 모양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절묘하게 일치하며 영화와 오페라가 하나가 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립 글래스(79)가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들고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녀와 야수’는 22, 23일 서울 LG아트센터, 25, 26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오른다. 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작품을 먼저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운을 뗐다. “아마 공연이 시작되면 노래와 영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6분 정도 지나면 이해가 되면서, 관객이 다 함께 ‘아’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겠죠. 공연이 끝날 때쯤이면 노래와 영상이 합쳐지는 경험을 할 겁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콕토의 작품에 매료된 그는 ‘미녀와 야수’(1994년) ‘오르페’(1993년) ‘앙팡 테리블’(1996년) 등 콕토의 대표작 세 편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왜 내가 시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놀랐어요. 각 장면의 시간을 측정해 단어마다 음을 붙이고 영상 속 입 모양에 맞게 작업하는데 2주 정도 걸려요.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정교하게 되지 않아서 몇 주간 리허설을 하며 영상과 노래를 맞춰나갔어요.”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오페라, 실내악, 심포니 등에서 공연 연출가 로버트 윌슨, 시타르(인도 현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 글램 록의 선구자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등과 함께 작업하며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넓혀왔다. 영화 ‘트루먼쇼’(1998년) ‘디 아워스’(2002년) 등 영화 40여 편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 영화인 ‘스토커’(2013년)에도 참여했다. “제가 영화를 선택하기보단 감독에게 전화가 오면 작업을 해요. 마틴 스코세이지, 우디 앨런 같은 재능 있는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즐거워요.” 그는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오자마자 20여 분간 자기 이력과 작품 등을 설명했다. 하나의 질문에도 10여 분 이상 공을 들여 대답했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이지만 화법은 ‘맥시멀리즘’. “제가 좀 말이 많았죠? 할 말이 많다 보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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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의 호수’로 새 길 연 韓中 무용수

    발레 ‘백조의 호수’. 발레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제목이다. 이 작품으로 자신의 새 길을 연 두 무용수가 있다. 중국인 발레리나 예페이페이(葉飛飛·28·유니버설발레단)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백조의 호수’로 한국에서 첫 주역으로 나선다. 현대무용수 안남근(30·LDP무용단)도 최근 막을 내린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부제: Swan Lake’를 통해 안무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두 무용수를 최근 차례로 만났다.○ ‘백조의 호수’란? “한국으로 오기 전 홍콩발레단에서 두 차례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았어요. 마지막 무대는 3년 전이었죠. 그때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나 표현력이 더 성숙했다고 생각해요. 감성적인 부분도 좀 더 풍부하게 표현해 보려고 해요. 이번 공연 포스터에 제 사진이 쓰였어요.(웃음)”(예페이페이) “제가 재해석한 작품은 하이힐을 신은 남자 백조가 등장하는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연출이 많아요. 사실 제가 현대무용수임에도 이 작품을 주제로 한 무대에 세 차례 올랐어요. 대학 첫 솔로 작품도 ‘백조의 호수’였어요. 첫 안무작이 ‘백조의 호수’인 것도 우연은 아니죠.”(안남근)○ ‘좋아요’란? “전 한국 드라마 마니아예요. 2006년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어요. 한국에 온 것도 드라마가 많은 영향을 끼쳤죠. 드라마로 한국말을 배웠고 글도 조금 쓸 줄 알아요.”(예페이페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요. 작품에도 클래식 음악을 많이 썼고요. 고전에 저만의 색깔을 입혀요. 그래서 ‘새롭다’ ‘참신하다’는 평을 많이 듣나 봐요. 길을 걷다가도, 물건을 볼 때도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해요. 제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니 아직 아이디어 고갈은 없어요.”(안남근)○ ‘행복’이란? “타지 생활을 오래해서 외롭기는 해요. 하지만 일곱 살 때 제가 좋아서 선택한 발레예요. 다양한 무대에서 주역도 좋지만 저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역할을 많이 맡고 싶어요.”(예페이페이) “현대무용이 어렵다고요? 저는 저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무대는 하지 않아요. 저뿐만 아니라 관객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안남근)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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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억짜리 명품 악기 손에 쥐다니… 꿈만 같아요”

    “어휴, 정말 긴장됐어요. 열심히 하긴 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16)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30분간의 연주 뒤 그는 연주회장을 빠져나와 지친 듯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7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 유망주들의 조그마한 오디션이 열렸다. 6명 참가에 합격률은 50%. 참가자들 모두 “그 어떤 콩쿠르보다 떨렸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았다. 3년간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가 될 악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7)는 “보통 연주인들이 임대가 아니면 좋은 악기를 사용하기 힘들다. 일본에서 5년간 임차한 악기를 올해 반납해야 했는데 오디션이 열려 다행이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장래성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명품 고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과다니니 등 수십억 원에 달하는 명품 바이올린 등 바이올린 8점, 첼로 1점, 피아노 1점 등 총 10점을 보유 중이다. 오래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다른 악기와 달리 바이올린 등 현악기는 17,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악기들이 여전히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가격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해 젊은 연주자들이 명품 고악기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기업 메세나 차원에서 유망주들에게 악기를 대여해 주는 경우가 많다. 김동현은 “지금 쓰고 있는 바이올린도 3개월 전 지인에게 임차했다. 본인 악기가 있어도 콩쿠르나 연주회 때는 쓰기 힘들다”며 “좋은 악기일수록 비교적 적은 힘을 들여 내가 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소리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이수빈(15)은 “1년 반 정도 영국에서 대여해 준 악기를 보험료를 내면서 쓰고 있다.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명품 악기를 임차하더라도 악기 값의 1%를 내야 해 부담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오디션은 올해 초 응모를 받은 뒤 영상 심사로 최종 6명을 뽑았다. 이번에 임대되는 세 바이올린도 유독 국제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왔다. 그래서 경쟁률은 평균 20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높다. 21일 김다미(도미니쿠스 몬타냐나), 김동현(과다니니 파르마), 이수빈(과다니니 크레모나)이 오디션 선정자로 결정됐다. 이번 오디션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지난해까지 재단의 바이올린을 임차해 사용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악기는 연주자에게 실력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다. 선정자들이 앞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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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국제음악제 25일 개막

    ‘통영의 봄은 클래식으로 물든다.’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25일부터 4월 3일까지 ‘2016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린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15회째를 맞아 여느 때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현대음악 조직인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의 ‘2016 세계현대음악제’(28일∼4월 1일)와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윤이상 탄생 10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실험적 성격이 짙은 융합 무대가 풍성하게 준비됐다. 25일 개막 공연 첫 연주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3막 서곡인 ‘성 금요일의 음악’이다.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는 장 콕토 감독의 영화 ‘미녀와 야수’에 음악을 입힌 오페라(25, 26일)로 처음으로 통영을 찾는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다음 달 1일 부소니의 ‘바흐 판타지’ 등을 선보인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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