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들의 몸과 마음 치유하는 힐링 공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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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발레 무대뒤 재활치료실 엿보니…

3일 막을 내린 발레 ‘라 바야데르’ 출연진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연습을 마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쉬는 시간이 되자 건물 1층의 구석으로 향했다. 칸막이를 쳐놓은 공간 입구에는 ‘재활치료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아한 발레 무대 뒤 재활치료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 국립극장은 길게는 20년 전부터 자체 물리·재활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재활치료실에는 하루 평균 무용수 30여 명이 찾는다. 이들은 치료실에서 공연 전 발목 테이핑은 물론이고 마사지, 재활 치료 등을 받는다. 무용수들은 무대에서는 백조의 모습이지만 무대 뒤 치료실 풍경은 치열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치료실에서 우아한 발레리나는 없다. 두 다리를 테이프로 칭칭 감고 있거나, 벌겋게 달아오른 발목에 얼음찜질을 하거나, 부항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등을 연신 움직여대는 이들만이 있을 뿐이다.

무용수 출신인 국립발레단의 고일안 물리치료사는 “무용수들은 허리, 발목, 발가락, 무릎, 골반, 어깨, 손목 등 모든 관절 부위가 아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방재 물리치료사(뒤)가 발레리나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프로농구단에서 물리치료사로 있었던 그는 “무용수들이 농구 선수보다 몸을 더 많이 쓰고 근육 피로도도 높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방재 물리치료사(뒤)가 발레리나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프로농구단에서 물리치료사로 있었던 그는 “무용수들이 농구 선수보다 몸을 더 많이 쓰고 근육 피로도도 높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치료실을 이용하지 않는 무용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용수들은 크게든 작게든 다치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훈 씨는 “(치료실에 자주 들르다 보니) 치료사들이 나보다 내 몸 상태를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박나리 씨는 “이래서 우리가 신붓감으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치료실은 무용수의 마음을 치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사랑방인 것이다. 무용수들은 자신의 건강이나 연애, 결혼, 진로 등 사적인 고민도 털어놓을 때가 많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유방재 물리치료사는 “몸이 아픈데도 공연 캐스팅 때문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애태우는 단원들을 볼 땐 안타깝다. 동료에게도 말하기 힘들어서 치료사에게 한탄하듯 이야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한 단원은 “동료들끼리 하기 힘든 이야기도 치료실에서 말할 때가 있다.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데 이야기하고 쉬러 치료실을 찾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들이 행복할 때는 단원들이 부상 없이 공연을 마칠 때다. 국립극장의 송기현 물리치료사는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 치료해준 뒤 그 단원이 통증 없이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때 내가 대신 박수를 받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무용수#재활#물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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