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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橫濱) 시에 사는 70대 재일교포 2세는 올해 처음 얻은 한국 대통령 선거권을 포기했다. 시내에 총영사관이 있지만 선거인 등록 및 투표 절차가 번잡해 의욕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인 등록하러 영사관에 가야 하고 투표할 때 또 가야 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다리품을 두 번씩 팔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달 2일부터 e메일 등록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려주자 “e메일 아이디가 없는 노인들에게 무슨 소용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12월 치러지는 18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 등록 마감(20일)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4·11총선에 비해 관심이 높아 11일 현재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3193명 가운데 국외부재자(유학생 주재원 등 일시체류자) 10만7610명, 재외선거인(영주권자) 2만4490명 등 모두 5.91%인 13만2100명이 등록을 마쳤다. 4·11총선 때 등록자 12만4424명(5.6%)을 이미 넘어섰지만 이번은 대선임을 감안할 때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등록자 가운데 얼마가 실제로 투표장에 갈지도 미지수다. 특히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인터넷 등록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투표제도 개선이라는 핵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10일 미국 워싱턴의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 마트 앞에 마련된 순회등록 창구. 1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은 2명으로 그나마 한 명은 문의만 하고 등록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총선 때 투표하기 위해 맨해튼에서 하룻밤을 묵는 유권자가 나오면서 ‘1박 2일, 2박 3일 투표여행’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뉴욕 맨해튼 총영사관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등 5개 주를 담당하면서 생긴 말이다.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한인회의 정익영 회장은 “투표를 하려면 도로 기준으로 3470km 떨어진 베이징(北京)까지 가야 한다. 이번에도 등록은 하겠지만 몇 명이나 투표하러 가겠느냐. 지난 총선 때도 한 명도 안 갔다”고 말했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배철은 조직국장은 “일본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좁다지만 도쿄 북쪽의 군마 현에 사는 교포가 투표하려면 기차로 왕복 6, 7시간은 잡아야 한다. 인터넷 투표가 어렵다면 우편투표라도 가능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4·11총선 때는 등록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5만6456명이 투표해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대비 투표율이 2.5%에 그쳤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토론은 ‘메이저리그’ 대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야구 경기에 비유된다. 부통령 토론은 ‘선수’들의 스타성은 떨어지지만 단어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대통령 토론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예측하기 힘든 설전이 오간다. 11일 켄터키 주 댄빌에서 열리는 토론에서는 올해 70세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토론 부진을 거울삼아 아들 격인 42세의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게 치열한 공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88년 부통령 토론에서 당시 41세이던 공화당의 댄 퀘일 후보는 자신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비교해가며 미국의 비전을 역설했다. 그러자 아버지뻘인 67세의 로이드 벤슨 민주당 후보는 “나는 케네디를 알아. 케네디는 내 친구였어. 하지만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당황한 퀘일은 “부당한 공격”이라고 받아쳤지만 유권자들에게 ‘경박하다’는 인상만 남겼다. 1984년 조지 부시 부통령은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인 제럴딘 페라로 민주당 하원의원을 공식 직함인 ‘페라로 의원’으로 부르지 않고 ‘페라로 여사’라고 부르며 얕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부시 부통령이 외교정책 경험이 적은 페라로 후보에게 “이란과 레바논은 다른 나라”라고 공격하자 발끈한 페라로는 “지금 나를 가르치려는 거냐”며 쏘아붙였다. 2004년 토론에서 딕 체니 부통령은 존 에드워즈 민주당 후보에게 “나는 오늘 당신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에드워즈가 외부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거의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비꼰 것. 에드워즈는 체니가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에도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것을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체니는 “우리 딸에 대해 그렇게 친절하게 얘기해줘서 고맙다”면서 재차 비꼬았다. 1976년 밥 돌 공화당 후보는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를 “과거 민주당 정권이 참전한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의 미군 사상자가 디트로이트 시를 채울 만큼 가득하다”는 잔인한 비유로 맹공격했다. 먼데일 후보는 “역시 돌 후보는 공화당의 ‘해결사’라는 명성을 얻을 만하다”고 받아쳤다. 2008년 토론에서 ‘정치적 무게감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는 갑자기 바이든 후보에게 “‘조’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말해 토론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빅 버드’ 발언 이후 공영방송 PBS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롬니 후보는 3일 1차 TV토론에서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PBS도 좋아하고 ‘빅 버드’도 좋아하지만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PBS를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빅 버드는 PBS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은 9일 빅 버드를 등장시켜 “롬니는 금융위기 주범인 월스트리트는 봐주고 세서미 스트리트는 죽이려 한다”는 TV광고를 선보였다. 그러자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사 측은 “빅 버드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며 “빅 버드 광고를 중단하라”고 오바마 진영에 요청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오바마가 경제로는 안 되니 빅 버드까지 이용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PBS는 354개 지역 공영 방송국을 회원으로 거느린 전국 네트워크 체제다. 시청료와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KBS와는 달리 연방정부 지원금, 시청자 기부금, 기업보조금 등으로 운영된다. 올해 PBS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4억4500만 달러(약 4957억 원)로 전체 PBS 예산의 15%를 차지한다. 오바마 캠프와 진보진영에서는 “정부 예산에서 PBS 지원금의 비중은 0.012%에 불과하다. PBS 때문에 재정적자가 쌓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또 “토론 당시 오바마의 교육 지원을 높게 평가했던 롬니가 교육 프로그램에 강점을 지닌 PBS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PBS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비롯해 ‘노바(NOVA)’ ‘프런트라인’ 등 양질의 교육·시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보수진영에선 “1969년 PBS 설립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케이블과 위성 등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데 정부가 PBS에만 지원금을 대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거나 “프로그램 대부분이 좌편향인 PBS에 국민의 세금이 배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9일 워싱턴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PBS 지원 중단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고 33%는 지원 중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강한 미국의 부활’을 주창하며 대화와 화해를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온건한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8일 버지니아 주 렉싱턴 군사학교에서 생도 400여 명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희망과 변화’를 빗대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 not strategy)”라고 말했다. 롬니 후보는 특히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좀 더 확고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이란에 금융·에너지 관련 제재를 뛰어넘는 새롭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지나친 긴장관계였다. 나의 목표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빛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지중해와 걸프 만에 항공모함을 영구히 배치하고 이스라엘과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시리아 반군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탱크 헬리콥터 전투기를 격퇴시킬 무기를 얻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씨는 “냉전시대를 연상케 하는 롬니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은 C학점”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외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꽤 좋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수사와 진부한 표현이 많다”며 “롬니는 국제무대에서 이를 작동시킬 방법과 사용할 수단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롬니의 외교정책자문그룹을 이끄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와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사이의 노선 갈등 때문에 그의 외교정책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볼턴은 미국이 북한 이란과의 대결에서 군사력에 바탕을 둔 강경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온건파 졸릭은 군사력보다 대화를 선호한다. 양측은 경쟁적으로 외교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고 있지만 외교를 잘 모르고 유세에 바쁜 롬니는 이를 읽지도 않는다고 NYT는 꼬집었다. 이런 논란에도 롬니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8일 퓨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첫 TV토론 전 오바마에게 5%포인트 뒤지던 롬니는 토론 뒤 49 대 45로 4%포인트 앞섰다.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도 롬니는 49 대 47로 오바마를 눌렀다. ‘대선 토론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는 갤럽의 질문에선 롬니가 72%의 지지를 얻어 사상 최대 격차인 52%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뒀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 1차 TV 토론을 앞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은 토론 장소인 콜로라도 덴버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7770건의 TV광고를 쏟아 부었다. 하루 260건꼴. 광고 횟수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연 우세했다. 롬니 광고가 5번 나갈 때 오바마 광고는 7번 나갔다. 더 치열한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는 광고 격차가 더욱 컸다. 오바마는 롬니보다 두 배 더 많은 광고를 내보냈다. 오바마는 TV광고에서 롬니를 압도하고 있다. 웨슬리안미디어프로젝트(WMP)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미국 전역에서 방송된 오바마 광고는 40만 건으로 롬니보다 10만 건 정도 많았다. 뉴욕타임스는 “적어도 TV광고전에서는 롬니의 완패라고 할 수 있다”고 5일 분석했다. 광고지출액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크지 않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2억9000만 달러(약 3225억 원), 롬니는 2억5000만 달러를 광고에 투입했다. 지출액 차가 별로 없는 반면 광고 횟수가 월등히 많은 것은 오바마가 지출 대비 효과에서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는 일찌감치 광고에 집중 투자했다. 캠페인 초기부터 TV광고에서 롬니를 ‘부정직한 기업인’으로 규정짓는 전략을 활용한 것. 오바마는 낮은 가격으로 광고를 대량 선매했으며 주요 지지층인 주부와 젊은층 대상 프로그램 전후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배치했다. 또 20여 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언제 어느 지역에 광고를 내보낼지 결정했다. 반면 롬니 캠프에서는 광고담당 인력이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홀했다. 오바마보다 광고에 뒤늦게 뛰어든 롬니는 1.5∼2배 높은 가격에 광고를 사야하는 불리한 처지다. 오바마는 철저히 상대 비방광고에 집중하며 메시지 효과에서도 롬니를 앞서고 있다. 비방광고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유권자에게 긍정광고보다 최고 3.5배 더 각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WMP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오바마가 지지율 경쟁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광고투자 효과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TV광고가 중요해진 것은 후보들이 길거리 유세, 우편 캠페인 등 전통적인 유세 방식보다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할 때 TV광고는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등 외부그룹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TV광고가 증가한 요인이다. 슈퍼팩이 가장 쉽게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 TV광고이기 때문이다. 올 대선에서 지금까지 오바마와 롬니가 지출한 돈은 각각 6억1200만 달러와 5억3400만 달러에 이른다. 두 후보의 지출액 중 TV광고 비중은 47∼50%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광고 지출 비중은 35∼37%였으며 2004년과 2000년에는 25∼30% 수준이었다. 대선까지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TV광고 횟수는 벌써 2004년, 2008년 대선 때와 맞먹는다. 올해 TV광고 횟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회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바마 재선 캠프는 지난달 선거자금 모금액이 1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현재까지 모은 선거자금은 9억4700만 달러로 이달까지 포함하면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할리우드의 명물인 ‘HOLLYWOOD’ 표지판(사진)이 34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다. 미국 할리우드 문화의 대표적 상징인 이 표지판은 내년으로 다가온 탄생 90주년을 앞두고 8일부터 10주 동안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과거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을 덧칠하는 공사는 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글자의 페인트를 완전히 벗겨내고 새로 칠한 뒤 광택을 입히는 대대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표지판 외관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자가 훨씬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 감독기관인 할리우드사인기금(HST) 측은 밝혔다. 보수에 필요한 돈은 할리우드 지역 상점들이 마련했다. 표지판은 ‘할리우드 랜드’라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홍보용으로 1923년 2만1000달러를 투입해 할리우드 언덕에 세워졌다. 당시에는 ‘HOLLYWOOD LAND’라는 13글자였는데 1949년 할리우드 상공회의소가 표지판을 보존물로 지정하면서 ‘LAND’를 빼버려 지금의 9자로 줄었다. 1940, 5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전성기에 접어들면서 표지판은 로스앤젤레스는 물론이고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적 상징물이 됐다. 수십 년 동안 비바람을 맞은 표지판에서 ‘O’와 ‘D’가 떨어질 정도가 되자 1978년 플레이보이 회장 휴 헤프너가 유명 연예인 9명에게서 2만8000달러씩 기금을 모아 보수공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후 대규모 보수공사는 이번이 처음이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아버지와 한국인의 공통점은 기업가정신이 뛰어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인들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아버지는 한인 유권자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셋째 아들 조시 씨와 넷째 아들 벤 씨는 6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시 루터잭슨중학교에서 기자와 만나 “아버지는 미국 경제를 재가동시킬 가장 적합한 지도자”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이곳에서 열린 한인정치연합 주최 ‘대통령 및 상하원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한인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따로 시간을 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이 무척 익숙해 보였다. 의사인 벤 씨는 토론회 직전 연단에 등장해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벤 롬니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는 조시 씨는 ‘강남스타일을 부른 한국 가수 싸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잘 안다”며 즉석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말춤 동작을 선보였다. 벤 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을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FTA는 미국 경제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기회이고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프로그램도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 씨는 아버지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사람을 한데 모으는 리더십이 뛰어난 지도자”라고 대답했다. 그는 “아버지는 미국을 경제 부흥국가로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1차 토론회 후 캠프 내 분위기가 무척 좋아졌다. 나라를 위한 비전을 충분히 전파한 훌륭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미국의 경기회복 방안을 내놓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 기반의 원동력이 됐다”며 “아버지는 합법적인 이민을 장려하고 자유무역 증진을 위해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아들은 롬니가 다시 대통령에 도전한 과정도 소개했다. 롬니가 4년 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실패하자 부인 앤 여사는 “당신이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간다면 반드시 말릴 것”이라며 이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아들들에게 이 말을 비디오로 촬영하도록 했다. 2년 뒤인 2010년 경제가 엉망이 됐다고 생각한 롬니가 앤 여사에게 ‘대통령 선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생겼다’고 말하자 앤 여사는 “당신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롬니는 “경제를 살릴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고 앤 여사는 “그렇다면 대통령에 다시 출마하라. 우리가 응원하겠다”고 했다는 것. 한편 1차 TV 토론 후 롬니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초박빙권으로 좁혀졌다. 라스무센, 클래러스 리서치그룹의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각각 49% 대 47%, 47% 대 46%로 오바마를 눌렀다. 갤럽, 로이터 입소스, 랜드연구소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롬니에게 우위를 유지했지만 격차가 5∼6%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줄었다. 측근들에 따르면 오바마는 1차 토론 직후 패배를 직감하고 화가 나서 말도 안 하고 부인 미셸 여사와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직행했다고 폴리티코가 6일 전했다. 오바마는 토론 내용보다 풀 죽거나 뚱한 모습을 보인 자신의 수동적인 스타일에 더 화를 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오바마는 2차 토론 열흘 전인 6일부터 버지니아 윌리엄스버그에 토론캠프를 차리고 맹연습에 돌입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가 보도했다.페어팩스=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다시 살아났다. 롬니는 콜로라도 주 덴버 시 덴버대에서 3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열린 첫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궁지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CNN은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 결과 롬니가 잘했다는 의견이 67%로 오바마(25%)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롬니의 창, 오바마의 방패 뚫다 롬니는 오바마의 경제정책과 건강보험개혁 및 재정적자 문제 등 4년 동안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자신이 집권하면 미국을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으로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롬니가 집권할 경우 중산층의 희생을 담보로 부자들만 더 부유해지는 경제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힘이 달렸다. 오바마가 먼저 “최근 30개월 동안 민간부문에서 50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자동차 산업은 되살아났으며 주택시장도 회복되기 시작했다”며 공적을 과시하자 롬니는 “대통령은 4년 전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은 미국을 위한 답이 아니다”며 “오바마 체제에서 중산층은 매장됐고 무너지고 있으며 소득이 이전보다 4300달러(약 479만 원)나 깎였다”고 반박했다. 오바마는 “롬니 후보는 부유층만을 위한 ‘톱다운’ 방식의 경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중산층에 피해를 주지 않고 국방비를 유지하면서도 5조 달러에 이르는 감세를 한다는 약속은 산수만 할 줄 알면 금방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반격을 시도했다. 롬니는 “중산층 가정에 대한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5조 달러의 감세를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응수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집권 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롬니는 “건강보험료 상승만 초래하는 법안을 취임 첫날 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롬니 후보가 이끌었던 매사추세츠 주도 민주당과 같은 건강보험개혁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은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강조했지만 힘이 없었다. 이날 토론회는 공영방송 PBS의 유명 앵커인 짐 레러가 경제분야(3개) 건강보험개혁(1개) 정부의 역할(1개) 통치(1개) 등 모두 6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각 후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자유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 언론 롬니 손들어 이날 오바마는 큰 실수 없이 롬니의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작심한 듯 집요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토론 중에 심각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등 집중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 반면 롬니는 다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줬지만 시종 미소를 지으며 정면을 응시해 대조를 이뤘다. 오바마는 롬니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인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롬니의 대표적인 말실수인 ‘47% 발언’도 거론하지 않고 토론 내내 롬니의 페이스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줬다. 미국 언론들은 말실수로 점수를 잃던 롬니가 대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일제히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롬니 후보는 토론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대통령을 적극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CNN 여론조사 결과 호감도에서도 롬니가 56%로 오바마(49%)를 앞섰다.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MSNBC의 한 옵서버는 “오늘밤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론의 여지없이 오바마는 비틀거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롬니가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토론에서 승리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토론회 전날인 2일 밤에는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인 2007년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버지니아 주 햄프턴대에서 연설하면서 인종문제를 언급한 동영상이 공개돼 오바마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대책을 비판하면서 불만을 가진 흑인사회에서 ‘조용한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미국 대선의 중대 분수령이 될 3일 첫 TV 토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10%포인트 전후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여론조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 CBS,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연구소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3개 경합 주(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게 최대 12%포인트 앞서는 등 4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를 전체적으로 7∼1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퀴니피악대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 56%의 지지를 얻어 38%에 그친 롬니 후보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딕 모리스 등 유명 보수 전략가들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후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진 반면 롬니 후보는 말실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과연 유권자 표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맞느냐는 ‘여론조사 회의론’을 처음 제기했다. 이런 의혹이 일반인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 3일 진보 언론단체 데일리코스와 서비스노조 SEIU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2%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오바마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표본 추출을 왜곡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왜곡을 믿지 않는다”고 답한 유권자는 40%였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론조사 왜곡을 믿는 비율이 71%에 달했다. 여론조사 왜곡 논란의 핵심은 응답자 표본을 추출할 때 친오바마 성향의 소수인종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는 ‘오버 샘플링’의 경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론조사 단체 대부분이 진보 성향의 언론사나 연구소여서 응답자 표본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포함되는 것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유도하기까지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최근 오바마 우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언론사들은 “여론조사 왜곡은 있을 수 없다”는 장문의 반박성 기사를 내놓았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프랭크 뉴포트 사장은 “민주당 유권자가 표본에 많이 포함됐다는 것은 그만큼 오바마 지지자가 늘었다는 증거이지 여론조사 기관의 의도적 조작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두 후보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앤 롬니 여사가 2일 각각 CNN에 출연해 남편들의 1차 TV 토론의 전초전을 벌였다. 3일 20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CNN 백악관 출입기자인 제시카 옐린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체조 평균대에 올려놓고 지켜보는 심정”이라며 “그렇지만 남편은 훌륭한 토론자다. 재미있게 그리고 느긋하게 토론에 임하라고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앤 여사도 CNN에 나와 “남편은 토론 전 연단에 올라 언제나 종이에 ‘아버지’라고 쓴다”며 “롬니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두 후보의 부인은 각각 남편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두 여사의 인터뷰를 3일 오후 7시부터 방영할 예정이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3일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리는 첫 TV 토론에서 맞붙는다. 11월 6일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아직 당선에 필요한 안정적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는 이번 토론회가 30%에 이르는 부동층의 표심을 얻을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는 지난달 28∼30일 공식 선거유세 일정 없이 각각 라스베이거스와 보스턴에 비밀 토론 캠프를 차리고 맹연습을 했다. 대통령 후보 TV 토론은 16일과 22일까지 모두 세 차례, 부통령 후보 TV 토론은 11일 한 차례 열린다.○ 롬니 “오바마 외교정책 실패” vs 오바마 “롬니 세금 의혹 밝혀라” 민주당 전당대회와 ‘47% 발언’ 공개 후 오바마에게 승기를 빼앗긴 롬니는 TV 토론을 막판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롬니는 토론에서 당초 오바마의 경제 실정과 고실업률을 집중 부각할 예정이었으나 백악관이 주리비아 미국영사관 피습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외교정책으로 공격 목표를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롬니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바마가 영사관 피습사건, 시리아 내전, 이란 핵개발 위협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통해 선전포고를 했다. 반면 오바마는 롬니의 납부 자료 공개 후에도 의혹이 커지고 있는 세금 문제와 베인캐피털 경영 부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롬니가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때리기’ 정책이 외교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거론하고 미국인 47%를 ‘정부 의존형 인간’으로 비하한 롬니의 발언도 문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지율에서 앞서는 오바마는 토론 연습 중 TV 미식축구 중계를 시청할 정도로 느긋한 편이라고 폴리티코는 1일 전했다.○ “토론은 결정적 변수 아니다” 전문가들은 토론이 대선 당락을 가를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진행했던 그웬 아이필 PBS 여성 앵커는 지난달 30일 WP 기고에서 “토론회를 전후해 유권자 표심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며 “토론회는 선거광고와 캠페인 유세와 비교했을 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1일 “토론이 승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례는 존 F 케네디가 리처드 닉슨을 이긴 1960년과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를 꺾은 2000년 두 차례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일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롬니 토론 대결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점치는 응답자가 56%로 롬니(29%)보다 월등히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다섯 차례 토론회를 겪은 경험이 있고 8월 말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부터 곧바로 토론 준비에 돌입한 롬니의 실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는 탁월한 연설가이지만 토론에서는 이야기를 질질 끌고 상대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롬니 지지율 다시 박빙 잇단 말실수와 선거 지도부의 갈등으로 지난달 하순 부진에 빠졌던 롬니는 지지율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 사이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 월스트리트저널·NBC 등 5개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오바마에게 모두 뒤지기는 했지만 10%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2∼4%로 줄이며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러나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경합주(스윙스테이트)에서는 대부분 오바마가 롬니에게 크게 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ABC의 9개 경합 주 대상 조사에서 오바마는 롬니에게 52% 대 41%로 우세를 보였다. 1일 뉴햄프셔 WMUR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롬니에게 52% 대 37%로 앞섰다. 지난달 30일 퍼블릭폴리시폴링(PPP) 여론조사에서는 오하이오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49% 대 45%로 앞섰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둘 다 48%로 막상막하였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영토 분쟁이나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 국가들 간에 중재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과 일본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국무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중국과 일본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자제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것이 양측에 보내는 미국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중국과 일본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센카쿠 영유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이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센카쿠 문제 이외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 측에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들은 북한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티베트 인권, 경제협력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클린턴 장관은 양제츠 외교부장을 만난 데 이어 28일 오전 뉴욕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클린턴 장관이 양국 장관들과의 연쇄 회담에서 독도 분쟁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는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7일 미국 대형 의료보험 회사 멀티플랜의 설립자인 도널드 루빈 회장의 뉴욕 맨해튼 아파트.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 금융계 부자 20여 명을 상대로 민주당의 비공개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민주당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단체들이 공동 개최한 행사의 진행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달 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 지지 연설로 인기 상한가를 친 그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기 위한 거액 기부자의 도움을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25만∼100만 달러(약 2억7800만∼11억1200만 원)를 내놓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롬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늘리자 그동안 부진했던 민주당 슈퍼팩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이날 오바마 지지 슈퍼팩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대형 헤지펀드 회사 유클리안 캐피털의 제임스 시먼스 회장, 인권운동재단 아르커스의 제임스 스트라이커 회장 등은 각각 200만 달러를 이 슈퍼팩에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지지 슈퍼팩에 10만 달러 이상 내놓은 고액 기부자는 9월에만 20여 명이라고 27일 전했다. 지지자들로부터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외곽조직인 슈퍼팩은 올해 미국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거액 기부자가 많은 공화당 슈퍼팩에 밀렸던 민주당 슈퍼팩은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전의 계기는 민주당 전당대회. 오바마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고 롬니가 잇단 실언으로 위기에 빠지면서부터다. 총 모금 실적에선 7400만 달러인 민주당 슈퍼팩이 3억 달러를 넘어선 공화당 슈퍼팩에 아직 크게 뒤지고 있다. 그러나 9월 모금 실적만으로 보면 민주당 슈퍼팩이 공화당 슈퍼팩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예상했다. 연예인, 노조단체 등이 주도했던 민주당 슈퍼팩 기부자들이 최근 한두 달 새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금융계 법조계 인사와 로비스트로 물갈이되는 질적인 변화를 거쳤다. 교사노조 파업으로 발이 묶였던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모금에 합세하면 실적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슈퍼팩에 몰리는 돈이 오바마 진영에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캠페인이 소액 풀뿌리 기부자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슈퍼팩을 통한 거액 기부가 늘어나면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7일 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약이 아니라 독?” 미국 대선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섣부른 후보 지지 발언이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팝가수 마돈나는 24일 워싱턴 공연 중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흑인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고 부르며 관중을 향해 “그에게 투표하라”고 말했다. 마돈나는 기독교도인 오바마를 무슬림이라고 한 것에 대해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부 보수 진영에서 퍼뜨리는 ‘오바마는 무슬림’이라는 소문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유명 연예인들의 지지 발언이 오히려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명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올 3월 오바마 지지 행사에서 부인 미셸 여사를 띄워주기 위해 “과연 미국이 백인 영부인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느냐”고 했다가 오히려 ‘인종 역차별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바마 지지자인 흑인 배우 새뮤얼 잭슨은 지난달 트위터에서 “허리케인 아이작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피해 가다니 신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가 “자연재해까지 동원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컨트리 가수 테드 뉴전트는 4월 전미총기협회(NRA) 연설에서 “오바마가 재선되면 나는 죽어버리거나 감옥에 가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가수 셰어는 5월 트위터에 “롬니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것조차 싫다”는 메시지를 올렸다가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단순한 이분법적 발언 구조와 비속어가 포함된 발언 스타일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돈나, 새뮤얼 잭슨, 셰어 등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띄우기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해 욕설이 섞인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자신의 팬에게는 통할지 모르지만 일반 유권자에게는 거부감을 준다는 것.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유명인들의 후보 지지 발언은 오히려 해당 후보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드니로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했으며 롬니도 뉴전트의 발언에 대해 “무례한 발언”이라며 거부감을 표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요즘 미국 워싱턴의 수많은 싱크탱크에 ‘저팬 리바이벌’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2주일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외교협회(CFR) 등 유수의 싱크탱크는 대대적으로 일본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는 미국과 일본의 외교, 군사, 경제 동맹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중국에 가려 찬밥 신세였던 일본이 워싱턴 정책전문가들의 인기 주제로 급부상한 것은 중-일 영토분쟁이 불붙으면서부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뿌리 깊은 경계심과 일본의 전방위 대미 로비전이 접점을 찾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일 갈등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분쟁의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는 형국이라는 점에서다. 어니스트 보어 CSIS 동아시아 국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미국이 아시아 중심 전략을 선언하면서 잠재됐던 중-일 갈등 기류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미국은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고 중재에 나서면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다층적 외교 시그널을 보내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각축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 시대에도 동북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만큼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와 롬니는 외교정책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21세기 미국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 쇠퇴론’을 부정하는 데 정확하게 의견이 일치한다. 중-일 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미일 안전보장조약’ 발언을 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중국과의 타협과 대화를 중시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상당히 강도 높은 일본 편들기에 나선 것. 물론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어 국장은 “중-일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조정자 역할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연일 ‘중국 때리기’ 발언을 쏟아내는 롬니가 당선되면 중-일 분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단순히 친구와 적의 이분법적 구도로 보지 말고 친구인 동시에 적이 될 수 있다는 ‘프레너미(frenemy)’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미국은 중-일 대결 구도에서 섣불리 입장을 취하지 말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6일 대선의 중요 승부처인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 등 3개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모두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3개 주 전화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는 오하이오 주에서 50%를 기록해 롬니(43%)보다 7%포인트 앞섰다. 플로리다 주와 버지니아 주에서도 각각 49% 대 44%로 롬니를 따돌렸다. 대표적 접전지역인 이들 3개 주를 오바마가 모두 차지한다면 다른 경합 주인 아이오와 콜로라도 뉴멕시코 네바다 뉴햄프셔에서 모두 지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따라서 두 후보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TV 광고 전쟁을 벌이고 수시로 직접 방문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는 이들 3개 주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모두 근소한 표 차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뉴욕타임스(NYT)와 CBS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바마(49%)가 롬니(46%)를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교정책 분야에서는 오바마 49% 대 롬니 39%로 10%포인트 차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롬니 지지자가 52%로 많았지만 여성의 53%는 오바마를 지지했다. 오바마는 18세부터 64세까지의 청년과 중장년층에서 앞섰으며 롬니는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그동안 경제 문제의 해결사라고 자임했던 롬니가 침체된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오바마보다 더 적합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WSJ 조사에서 ‘경제에 강한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플로리다 주에서만 롬니(47%)가 오바마(46%)를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다. NYT 조사에서도 실업 등 경제정책 분야에서 오바마(47%)가 롬니(46%)에게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이 신문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부진을 오바마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줄고 있다”며 “두 후보가 다음 달 3회 열리는 TV토론에서 자신을 어떻게 인식시키느냐에 향후 대선 판도가 달려 있다”고 전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벵가지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지지해준 미국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벵가지 법원청사 앞 자유의 광장에 미국 국기도 꽂았습니다.” 벵가지 시위대의 영사관 공격으로 11일 사망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대사(사진)는 9개월 전 국무부 월간 간행물 ‘스테이트(State)’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원활동을 벌였고 시민들도 미국을 적극 지지했던 벵가지에서 피살되는 운명을 맞았다. ‘스테이트’는 지난해 4월 리비아 반군단체인 과도국가위원회(NTC)에 특사 자격으로 급파돼 벵가지에서 수개월 동안 목숨을 걸고 반군 지원 업무를 완수한 스티븐스 대사의 활약상을 지난해 12월호에 자세히 소개했다. 스티븐스 대사의 인터뷰에는 리비아의 자유화를 위해 일한다는 미국 외교관의 자부심과 리비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 있다. 스티븐스 대사를 비롯한 10명의 벵가지 특파팀은 몰타에서 그리스 화물선에 몸을 싣고 벵가지에 잠입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벵가지에 도착한 뒤 숙소가 없어 외국인들이 묵다가 떠난 호텔에 여장을 풀었으나 정부군의 폭격으로 거처를 옮겨 다녀야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NTC 지도자들과 정부군 반격 계획을 세우고 벵가지 시민들에게 인도적 지원 물자를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전쟁에서 버려진 대량살상무기(WMD)를 수거하는 임무도 맡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벵가지에 급파된 다음 달인 지난해 5월 주리비아 미국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대사에 임명된 뒤에도 계속 벵가지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트리폴리 대사관으로 들어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정국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왔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는 외교안보 이슈가 거의 부각되지 않았지만 미국대사가 33년 만에 테러로 사망하자 단번에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외교 역량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두 후보의 대응 방식은 대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를 고려하면서 이번 테러를 강력 비난하는 균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이번 사건을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동·북아프리카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발생 10여 시간 뒤 규탄 성명을 냈다. 이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은 다른 국민의 종교적 믿음을 모독하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공직자의 생명을 빼앗는 비상식적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촉발한 반무슬림 영화 ‘무지한 무슬림’을 비판하면서도 미 외교관들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클린턴 장관도 별도의 성명과 TV 연설을 통해 “가장 강한 톤으로 이번 공격을 비난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 시간) 전했다. 일부에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지만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모으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사태 발생 직후 곧바로 “오바마 행정부의 첫 번째 반응은 공격을 감행한 자들을 동정하는 것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플로리다 유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틀렸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경의를 표하지 않아 민주당의 표적이 됐던 롬니 후보가 이번엔 발 빠르게 대응한 것.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은 롬니 후보의 발언에 “외교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거나 “국가 위기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롬니는 ‘우선 쏘고 보자(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보자)’ 식의 무책임한 외교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롬니 계열인 월스트리트저널도 “국가적 비극이 닥쳤을 때는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타임은 “이번 사태로 오바마와 롬니의 외교적 역량의 격차가 더 크게 드러나게 됐다”고 분석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그를 ‘설명 장관(Secretary of Explaining Stuff)’에 임명하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역할에 대해 이 같은 농담을 던졌다. 클린턴이 5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의 경제 정책을 조목조목 칭찬한 뒤 일거에 오바마 지지율이 급등했기 때문. 클린턴은 오바마 지원 유세에 본격 합류한 지 20여 일 만에 550만 달러(약 62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완도 발휘했다. 11일부터는 스윙스테이트(접전 주)를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다. 클린턴처럼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 지원 유세의 ‘비밀병기’가 되기도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사례도 있다고 CBS 인터넷판은 11일 분석했다. 1960년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 후보의 지원 유세에 각각 나섰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닉슨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이젠하워는 “닉슨의 장점을 생각해내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며 닉슨에게 해가 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젊은 나이에 가톨릭 신자인 케네디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트루먼은 “케네디를 찍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과격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전임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고 퇴임한 경우에만 후임자 지원이 효과를 낼 수 있다. 20%대의 최악의 지지율로 퇴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는 아무도 지원 유세를 요청하지 않는다. 또 대선후보가 요청해야만 지원에 나설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후보를 도우려고 했지만 고어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8일 미국 플로리다의 ‘게이터 덕사이드’ 스포츠 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두 손을 위아래로 쭉 뻗고 박수 치는 시늉을 했다. 이른바 ‘악어 씹기(Gator Chomp)’라는 플로리다대 미식축구팀 특유의 응원 제스처. 주말마다 시민들이 스포츠 바에 모여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즐겨 본다는 것을 아는 오바마의 유세 아이디어였다.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오바마는 맥주와 스포츠를 활용해 ‘평범남(regular guy)’ 이미지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7월 이후 오바마가 유세 중 방문한 스포츠 바는 10여 곳. 방문 지역마다 한 곳의 스포츠 바에 들른 셈이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 분석했다. 오바마는 스포츠 바에서 일반 시민들과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스포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오늘 경기 시작 전에 내 연설을 끝마치겠다”며 자신이 스포츠팬임을 과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핵심 유권자층인 백인 남성들이 선호하는 맥주와 스포츠를 무시해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오바마가 할리우드 백만장자들과 어울리며 정치자금 모금에 열을 올리면서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의 스포츠 바를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평범남 전략”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반면 모르몬교 신자인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술을 마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별 관심이 없다. 올해 2월 인디애나의 내스카(자동차 경주대회) 경주장에 유세차 들른 롬니는 “자동차 경주 팬이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별로 팬은 아닌데 몇몇 내스카 팀의 소유주가 내 친구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평범한 미국인의 정서를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 여름휴가 땐 가족과 함께 제트스키와 요트를 타며 시간을 보내 ‘서민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귀족남’ 이미지를 보여줬다. 한편 10일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당대회 직후 오바마가 5%포인트까지 앞섰던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오바마 49% 대 롬니 48%로 다시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돌아섰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역사적으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국가 번영과 경제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각각 자유로운 기업 활동의 보장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대조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올해 미 대선에서 이런 이분법적 공식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큰 정부’를 공격하고 기업 활동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방침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과거 정부의 역할을 옹호해 온 민주당에서 ‘정부(Government)’는 전당대회 등 공식적인 발표에 사용하지 말아야 할 ‘회피 단어’ 1순위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루스벨트식 실험’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케인스식 해법’을 에둘러 말하면서 정부의 역할이라는 단어를 비켜 간 것이다. 그는 4월 AP통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나는 정부가 결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 외에도 “나도 사실은 기업 활동 지지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민주당 정치인이 늘고 있는 것은 빠르게 보수화하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7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정부가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경기침체의 해결책’이라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또 75%는 ‘미국인들이 정부에 너무 의존한다’고 답했다. 줄리언 젤리처 프린스턴대 공공정책학 교수는 “미국은 원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정부의 과도한 역할을 경계했지만 요즘처럼 반(反)정부 분위기가 심했던 적은 없다”고 진단했다. 공영방송 NPR는 2일 “공화당은 정부를 비난하기 바쁘고 민주당은 이를 피해 나가기 바쁘다”며 “정부는 ‘더러운 단어(Dirty Word)’가 됐다”고 지적했다. 1930년대 대규모 경기 부양과 사회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공황을 이겨 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지지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정부의 섣부른 개입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미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시각은 변하기 시작했고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가 문제의 근원이다”라며 큰 정부 비판론에 불을 붙였다. 1993년 취임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도 “큰 정부의 시대는 지났다”며 여기에 가세했다. 2000년대 테러 위협과 경기 침체로 미국인들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정부 비판론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정부는 규제, 간섭, 관료주의 등 비효율과 일맥상통하는 단어가 됐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공화당과의 어젠다 전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인 정부 역할론과 큰 정부 비판론의 관계를 정교하게 정립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정미경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