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빅 버드’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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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롬니, 공영방송 PBS 지원 논쟁… 여론 엇갈려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빅 버드’ 발언 이후 공영방송 PBS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롬니 후보는 3일 1차 TV토론에서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PBS도 좋아하고 ‘빅 버드’도 좋아하지만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PBS를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빅 버드는 PBS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은 9일 빅 버드를 등장시켜 “롬니는 금융위기 주범인 월스트리트는 봐주고 세서미 스트리트는 죽이려 한다”는 TV광고를 선보였다. 그러자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사 측은 “빅 버드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며 “빅 버드 광고를 중단하라”고 오바마 진영에 요청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오바마가 경제로는 안 되니 빅 버드까지 이용하고 있다”며 가세했다.

PBS는 354개 지역 공영 방송국을 회원으로 거느린 전국 네트워크 체제다. 시청료와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KBS와는 달리 연방정부 지원금, 시청자 기부금, 기업보조금 등으로 운영된다. 올해 PBS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4억4500만 달러(약 4957억 원)로 전체 PBS 예산의 15%를 차지한다.

오바마 캠프와 진보진영에서는 “정부 예산에서 PBS 지원금의 비중은 0.012%에 불과하다. PBS 때문에 재정적자가 쌓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또 “토론 당시 오바마의 교육 지원을 높게 평가했던 롬니가 교육 프로그램에 강점을 지닌 PBS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PBS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비롯해 ‘노바(NOVA)’ ‘프런트라인’ 등 양질의 교육·시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보수진영에선 “1969년 PBS 설립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케이블과 위성 등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데 정부가 PBS에만 지원금을 대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거나 “프로그램 대부분이 좌편향인 PBS에 국민의 세금이 배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9일 워싱턴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PBS 지원 중단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고 33%는 지원 중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PBS 정부 지원#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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