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통령 후보 토론 ‘박진감은 대통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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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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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나선 41세 댄 퀘일, 케네디 빗대며 비전 역설
67세 벤슨 “내가 그를 아는데,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의 토론은 ‘메이저리그’ 대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야구 경기에 비유된다. 부통령 토론은 ‘선수’들의 스타성은 떨어지지만 단어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대통령 토론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예측하기 힘든 설전이 오간다.

11일 켄터키 주 댄빌에서 열리는 토론에서는 올해 70세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토론 부진을 거울삼아 아들 격인 42세의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게 치열한 공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88년 부통령 토론에서 당시 41세이던 공화당의 댄 퀘일 후보는 자신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비교해가며 미국의 비전을 역설했다. 그러자 아버지뻘인 67세의 로이드 벤슨 민주당 후보는 “나는 케네디를 알아. 케네디는 내 친구였어. 하지만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당황한 퀘일은 “부당한 공격”이라고 받아쳤지만 유권자들에게 ‘경박하다’는 인상만 남겼다.

1984년 조지 부시 부통령은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인 제럴딘 페라로 민주당 하원의원을 공식 직함인 ‘페라로 의원’으로 부르지 않고 ‘페라로 여사’라고 부르며 얕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부시 부통령이 외교정책 경험이 적은 페라로 후보에게 “이란과 레바논은 다른 나라”라고 공격하자 발끈한 페라로는 “지금 나를 가르치려는 거냐”며 쏘아붙였다.

2004년 토론에서 딕 체니 부통령은 존 에드워즈 민주당 후보에게 “나는 오늘 당신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당시 상원의원이던 에드워즈가 외부 행사를 쫓아다니느라 거의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비꼰 것. 에드워즈는 체니가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에도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것을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체니는 “우리 딸에 대해 그렇게 친절하게 얘기해줘서 고맙다”면서 재차 비꼬았다.

1976년 밥 돌 공화당 후보는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를 “과거 민주당 정권이 참전한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의 미군 사상자가 디트로이트 시를 채울 만큼 가득하다”는 잔인한 비유로 맹공격했다. 먼데일 후보는 “역시 돌 후보는 공화당의 ‘해결사’라는 명성을 얻을 만하다”고 받아쳤다. 2008년 토론에서 ‘정치적 무게감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세라 페일린 공화당 후보는 갑자기 바이든 후보에게 “‘조’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말해 토론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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