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피살’ 대선 판도 뒤흔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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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후보 외교역량 시험대로
오바마, 영화 비판하면서도 “주모자 끝까지 찾아내 응징”
롬니는 “정부 대응 틀렸다”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정국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왔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는 외교안보 이슈가 거의 부각되지 않았지만 미국대사가 33년 만에 테러로 사망하자 단번에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외교 역량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두 후보의 대응 방식은 대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를 고려하면서 이번 테러를 강력 비난하는 균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이번 사건을 오바마 대통령의 대중동·북아프리카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발생 10여 시간 뒤 규탄 성명을 냈다. 이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미국은 다른 국민의 종교적 믿음을 모독하는 것을 거부하는 동시에 공직자의 생명을 빼앗는 비상식적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촉발한 반무슬림 영화 ‘무지한 무슬림’을 비판하면서도 미 외교관들의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클린턴 장관도 별도의 성명과 TV 연설을 통해 “가장 강한 톤으로 이번 공격을 비난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 시간) 전했다. 일부에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지만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모으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사태 발생 직후 곧바로 “오바마 행정부의 첫 번째 반응은 공격을 감행한 자들을 동정하는 것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플로리다 유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 방식은 틀렸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경의를 표하지 않아 민주당의 표적이 됐던 롬니 후보가 이번엔 발 빠르게 대응한 것.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은 롬니 후보의 발언에 “외교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거나 “국가 위기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롬니는 ‘우선 쏘고 보자(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보자)’ 식의 무책임한 외교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롬니 계열인 월스트리트저널도 “국가적 비극이 닥쳤을 때는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타임은 “이번 사태로 오바마와 롬니의 외교적 역량의 격차가 더 크게 드러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리비아 피습#미국#롬니#오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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