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외국민 등록률 올랐다더니… 마감 8일 앞두고 5.9%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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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橫濱) 시에 사는 70대 재일교포 2세는 올해 처음 얻은 한국 대통령 선거권을 포기했다. 시내에 총영사관이 있지만 선거인 등록 및 투표 절차가 번잡해 의욕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인 등록하러 영사관에 가야 하고 투표할 때 또 가야 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다리품을 두 번씩 팔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달 2일부터 e메일 등록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려주자 “e메일 아이디가 없는 노인들에게 무슨 소용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12월 치러지는 18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 등록 마감(20일)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4·11총선에 비해 관심이 높아 11일 현재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3193명 가운데 국외부재자(유학생 주재원 등 일시체류자) 10만7610명, 재외선거인(영주권자) 2만4490명 등 모두 5.91%인 13만2100명이 등록을 마쳤다. 4·11총선 때 등록자 12만4424명(5.6%)을 이미 넘어섰지만 이번은 대선임을 감안할 때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등록자 가운데 얼마가 실제로 투표장에 갈지도 미지수다. 특히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인터넷 등록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투표제도 개선이라는 핵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10일 미국 워싱턴의 한인 밀집지역인 애넌데일 마트 앞에 마련된 순회등록 창구. 1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은 2명으로 그나마 한 명은 문의만 하고 등록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총선 때 투표하기 위해 맨해튼에서 하룻밤을 묵는 유권자가 나오면서 ‘1박 2일, 2박 3일 투표여행’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뉴욕 맨해튼 총영사관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등 5개 주를 담당하면서 생긴 말이다.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한인회의 정익영 회장은 “투표를 하려면 도로 기준으로 3470km 떨어진 베이징(北京)까지 가야 한다. 이번에도 등록은 하겠지만 몇 명이나 투표하러 가겠느냐. 지난 총선 때도 한 명도 안 갔다”고 말했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배철은 조직국장은 “일본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좁다지만 도쿄 북쪽의 군마 현에 사는 교포가 투표하려면 기차로 왕복 6, 7시간은 잡아야 한다. 인터넷 투표가 어렵다면 우편투표라도 가능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4·11총선 때는 등록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5만6456명이 투표해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대비 투표율이 2.5%에 그쳤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재외선거#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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