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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8월 말까지 신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거나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대출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6월 말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전면 중단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 간의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담당 임원들을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대비 0.6% 이내로 줄이라고 요청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지속적인 검사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농협은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 및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중단한다. 신한은행은 10여 가지 신용대출 중 일반신용대출,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론, 일반 급여생활자를 대상으로 한 샐러리론 등의 대출도 중지했다. 농협과 신한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6월 말보다 1.4%, 1.0%씩 늘어 다른 은행보다 상당히 높았다. 우리은행도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대출 심사도 대폭 강화했다. 하나은행도 과거 거래 실적이 우수하거나 다른 상품을 동시에 구입했더라도 대출 때 우대 금리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 증가 억제 효과가 따르는 방식이다. 18일 주요 시중은행들이 갑작스럽게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 창구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정말 안 되는 것이냐, 언제쯤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 “대출 언제 받을 수 있나” 은행에 문의 빗발 ▼금융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6월 말 종합대책 발표 이후 줄곧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달라고 요청해왔는데도 시중은행들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결국 은행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니 이를 잘 관리해달라는 뜻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전면 중단으로 당국이 이를 지시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야지 일방적으로 이달 말까지 중단하면 갑자기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안정대책과는 반대 방향이어서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중단되면 주택매매 감소, 전세수요 증가로 연결돼 전세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주택경기의 경착륙 가능성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은 “0.6%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부여받았는데 이 수치를 지키려면 일시적 대출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희망홀씨, 전세자금대출 등 서민금융상품의 대출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12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부가 애초부터 민영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유은행인 우리금융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규정을 지켰다’고 변명하기 위해 형식적인 입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우리금융 매각 입찰을 한 결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한 곳만이 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유효경쟁’ 원칙에 위배돼 유찰됐다. 법적으로는 MBK파트너스와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보인 다른 사모펀드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우리금융의 성장에 도움을 줄 만한 전략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인수자금 조성액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입찰서를 내지 못했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2001년 3월 부실이 심했던 한일 상업 평화 광주 경남은행을 합쳐 우리금융을 설립한 뒤 줄곧 민영화 의지를 피력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구미에 맞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의 국유은행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7년 11월 당시 재정경제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시한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부칙 6조를 삭제한 개정법을 입법 예고하고 2008년 3월 이를 확정하면서 민영화 속도가 느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각 시한은 없어진 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은 그대로 남아 정부로선 주가 수준에 따라 매각 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5월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도록 최소 지분 인수한도를 현행 ‘95%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해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영화 작업이 이미 중단됐다고 본다. 자금력 있는 금융지주회사가 주체가 돼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모펀드만 대상으로 한 입찰은 일종의 ‘면피 행정’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를 배제한 현행 법 체계를 정비해 매각을 재추진하려면 여론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새 틀을 짜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금융 지분 매각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입찰 무산 직후 연기금, 각종 공제회, 국부펀드 등 잠재적 투자자집단을 지정한 뒤 이들이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금융 지분을 분산 매각해 과점적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 부각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적자금 회수라는 재정적 목표와 은행업 발전이라는 금융 정책적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매각 후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을 공적자금으로 환수하는 식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민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12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부가 애초부터 민영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유(國有)은행인 우리금융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규정을 지켰다'고 변명하기 위해 형식적인 입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우리금융 매각 입찰을 한 결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1곳만이 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유효경쟁' 원칙에 위배돼 입찰은 유찰됐다. 법적으로는 MBK파트너스와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보인 다른 사모펀드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우리금융의 성장에 도움을 줄 만한 전략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인수자금 조성액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입찰서를 내지 못했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2001년 3월 부실이 심했던 한일 상업 평화 광주 경남은행을 합쳐 우리금융을 설립한 뒤 줄곧 민영화 의지를 피력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구미에 맞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의 국유은행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7년 11월 당시 재정경제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시한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부칙 6조를 삭제한 개정법을 입법예고하고 2008년 3월 이를 확정하면서 민영화 속도가 느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각시한은 없어진 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은 그대로 남아 정부로선 주가 수준에 따라 매각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분을 쪼개 팔 때마다 '혹시 나중에 주가가 더 오르면 감사를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겨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계에는 5월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도록 최소 지분 인수한도를 현행 '95%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해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영화작업이 이미 중단됐다고 본다. 자금력 있는 금융지주회사가 주체가 돼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모펀드만 대상으로 한 입찰은 일종의 '면피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과거 하나은행이 미국의 소규모 은행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부가 하나은행 대주주가 싱가포르 국부펀드라며 제동을 걸었다"며 "신뢰도가 높은 국부펀드가 작은 은행을 사는 것도 안 되는데 사모펀드가 큰 은행을 인수하는 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를 배제한 현행 법 체계를 정비해 매각을 재추진하려면 여론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새 틀을 짜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금융 지분 매각방식을 다양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입찰 무산 직후 연기금, 각종 공제회, 국부펀드 등 잠재적 투자자집단을 지정한 뒤 이들이 참여하는 경쟁 입찰을 통해 우리금융 지분을 분산 매각해 과점적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 부각되고 있다. 2003년 말 정부가 갖고 있던 국민은행 주식을 팔 때 적용한 '지명식 경쟁입찰' 방식로 한 회사가 우리금융 지분을 통째로 사기 힘든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적자금 회수라는 재정적 목표와 은행업 발전이라는 금융 정책적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매각 후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을 공적자금으로 환수하는 식의 보완책을 두고 민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골프선수로는 또래인 신지애 최나연만큼 성공하지 못했지만 프라이빗뱅킹(PB) 업계에서는 꼭 최고가 되고 싶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선수 출신이자 대우증권 PB 마케팅부의 마스코트인 한현정 프로(23)의 당찬 포부다. 증권회사 마케팅부에 왜 골프선수가 일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한 프로는 어지간한 PB를 능가하는 뭉칫돈을 유치하는 마케팅의 귀재다. 대우증권은 VIP 고객에게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 말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골퍼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당시 한 프로와 윤지원 프로가 발탁됐다. 이들은 주중에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주말에는 필드에서 VIP 고객을 만나 스윙이나 어드레스 자세를 교정해주고 장타를 치는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이들이 응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큰 키(168cm)를 비롯한 좋은 체격 조건과 젊은 나이 등의 요소를 갖춘 한 프로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만 240∼250야드여서 장타를 원하는 젊은 자산가들이 특히 만나고 싶어 했다. PB 몇 명이 몇 달간 공을 들이며 ‘제발 돈을 맡겨 달라’고 애원해도 냉담하던 고객들의 마음이 눈 녹듯 풀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한 VIP 고객은 한 프로와의 라운드 직후 무려 2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맡기기도 했다. 대우증권 내부에서도 “PB 900명보다 프로 1명이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 프로의 성과를 주목한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그의 고과를 평가하는 PB부서 임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한 프로는 1988년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박세리 선수가 외환위기 당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휩쓰는 모습을 보고 프로의 꿈을 키운 ‘박세리 키드’다. 주니어 시절에는 웬만한 국내 대회를 휩쓸 만큼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06년 프로에 입문한 뒤에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는 “우승은 고사하고 국내 대회에서 7위를 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며 “주니어 시절 같이 뛰었던 또래 선수들이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져 당연히 성적은 더 안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방황을 하던 중에 대우증권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대우증권 면접은 프로 입단시험 못지않게 까다로웠다. 2, 3개월에 걸쳐 골프실력은 물론이고 매너 외모 평판 고객응대법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발했다. 그는 “프로선수로 활동할 때도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이 플레이를 하는 프로암(Pro-AM) 대회를 자주 뛰었기 때문에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라운드를 마친 뒤 ‘꼼꼼한 지도가 큰 힘이 됐다’며 휴대전화를 선물하신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아직도 그가 프로선수로 대성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아 그는 1년에 한두 차례 공식경기에 출전한다. 대우증권이 프로골퍼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에도 많은 금융회사가 자체 골프대회를 개최하거나 프로암대회를 열어 일시적으로 프로선수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회성 만남은 프로선수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골프 초보인 일부 고객은 한 홀에서 무려 20가지 질문을 퍼붓는 ‘진상’을 부리기도 한다. 송석준 대우증권 PB마케팅부 부장은 “일회성으로 초청한 프로선수에게 이런 까다로운 고객을 맡기긴 힘들다”며 “돈은 좀 더 들더라도 기존 VIP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고 신규 고액자산가를 유치하려면 이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선수이기 이전에 회사 직원이다 보니 고객들이 더 편하게 느낀다는 것. 대우증권의 프로골퍼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자 몇몇 증권사도 뒤따라 프로골퍼를 채용했다. 같이 입사했던 윤 프로가 결혼 후 퇴사하면서 이제 한 프로는 어린 나이에도 증권업계 프로골퍼 영업우먼 중 최고참이 됐다. 그는 “입사 직후 금융상품에 관해 간단하게 공부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다양한 증권 관련 자격증도 딸 계획”이라며 “단순히 고객에게 골프 노하우만 알려드리는 게 아니라 금융상품 지식과 골프 노하우를 같이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PB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금융시장이 공포에 질렸던 5일. 강승호 씨(46·개인사업)는 정기예금 만료 후 보통예금에 넣어뒀던 2500만 원을 증권계좌로 옮겼다. 실적은 괜찮은데 증시에 퍼진 공포감 때문에 주가가 갑자기 내린 종목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한 이달 초, 한국의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가 은행에서 자금을 빼 주식 매수를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2일부터 9일 연속 5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 때 개인들이 3조 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했던 배경에는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개인들, 주가 폭락할 때 움직였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민간은행의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을 합친 요구불예금은 77조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 원가량 감소했다. 반면 주식 매수에 앞서 증권계좌에 넣어두는 예탁금 규모는 7월 말 17조 원에서 이달 11일 22조 원으로 5조 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 같은 단기자금이 이동하는 주요 경로인 자산관리계좌나 머니마켓펀드(MMF)의 잔액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 매수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부 투자자가 폭락장에서 주식을 일단 판 뒤 증시에서 발을 빼지 않고 증권계좌에 자금을 묻어두면서 예탁금 규모가 불어나기도 했다. 금융계는 개인이 현금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이른바 ‘장롱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도 주가 폭락 때 증시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인들이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 한국 증시가 곤두박질쳤지만 결국 정상궤도를 되찾은 기억을 떠올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증시 폭락의 기미를 눈치 채기 힘들었던 1일, 박지연 씨(38·서울 마포구)는 남편 명의의 보장성보험 중 하나가 같은 질병을 보장하는 것이어서 비효율적이라는 설계사의 말을 듣고 8년간 불입했던 보험을 해지했다. 중도해지 수수료를 내고 남은 500만 원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주가가 더 떨어진 9일 박 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너무 떨어진 것 같다”며 펀드에 100만 원을 더 넣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9월 한 달 동안 개인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5500억 원가량의 주식을 매도했다. 불안심리로 2개월 만에 주가가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지만 이후 반년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주식을 헐값에 판 개미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외국 투자자보다 용감한 한국 개미 이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행보는 공포에 질려 안전자산만 찾아다니는 외국 투자자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세계 펀드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시장이 불안했던 4∼10일(한국 시간) 세계 각국의 펀드 환매액은 161억 달러로 2008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 펀드 환매금액은 금리가 낮지만 손실을 볼 위험이 적은 MMF로 흘러갔다. 반면 현재 한국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미국발 위기라는 악재가 증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7월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MMF에 들어온 자금은 11일 기준 52조 원으로 7월 말보다 오히려 1조 원 안팎 줄었다. 주가 급락을 투자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일부 PB 고객들은 주가지수가 4% 가까이 하락한 8일과 9일 집중적으로 주식형 펀드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혁 외환은행 PB팀장은 “외환보유액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해 이른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개인들의 이런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각국의 재정 부실 때문에 촉발된 현 상황은 몇몇 은행의 부실이 원인이 됐던 2008년 금융위기보다 파장이 광범위하고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에서 고수익을 내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냈던 3개 사모펀드인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가운데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의 예비입찰 참가가 어렵게 됐다. 민유성 티스톤파트너스 대표는 “17일로 예정된 예비입찰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며 “약 4조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은 마련했지만 전체 자금에서 차지하는 외국계 투자자금 비율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사모펀드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거세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16일 밝혔다. 보고펀드 역시 전략적 투자자(SI) 유치가 어려워 예비입찰 불참을 고려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금융시장이 공포에 질렸던 5일. 강승호(46·개인사업) 씨는 정기예금 만료 후 보통예금에 넣어뒀던 2500만 원을 증권계좌로 옮겼다. 실적은 괜찮은데 증시에 퍼진 공포감 때문에 주가가 갑자기 내린 종목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한 이달 초, 한국의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가 은행에서 자금 빼 주식 매수를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2일부터 9일 연속 5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 때 개인들이 2조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배경에는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개인들, 주가 폭락할 때 움직였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민간은행의 보통예금과 당좌예금을 합친 요구불예금은 77조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 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주식 매수에 앞서 증권계좌에 넣어두는 예탁금 규모는 7월 말 17조 원에서 이달 11일 22조 원으로 5조원이 늘었다. 요구불예금 같은 단기자금이 이동하는 주요 경로인 자산관리계좌나 머니마켓펀드의 잔액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 매수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부 투자자가 폭락장에서 주식을 일단 판 뒤 증시에서 발을 빼지 않고 증권계좌에 자금을 묻어두면서 예탁금 규모가 불어나기도 했다. 금융계는 개인이 현금 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이른바 '장롱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도 주가 폭락 때 증시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인들이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 한국 증시가 곤두박질쳤지만 결국 정상궤도로 되찾은 기억을 떠올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증시 폭락의 기미를 눈치 채기 힘들었던 1일, 박지연(38·서울 마포) 씨는 남편 명의의 보장성보험 중 하나가 같은 질병을 보장하는 것이어서 비효율적이라는 설계사의 말을 듣고 8년 간 불입했던 보험을 해지했다. 중도해지 수수료를 내고 남은 500만 원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주가가 더 떨어진 9일 박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너무 떨어진 것 같다"며 펀드에 100만 원을 더 넣었다. ●외국 투자자보다 용감한 한국의 개미들 이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행보는 공포에 질려 안전자산만 찾아다니는 외국 투자자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세계 펀드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시장이 불안했던 4~10일(한국 시간) 세계 각국의 펀드 환매액은 161억 달러로 2008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 펀드 환매금액은 금리가 낮지만 손실을 볼 위험이 적은 머니마켓펀드(MMF)로 흘러갔다. 반면 현재 한국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미국 발 위기라는 악재가 증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7월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MMF에 들어온 자금은 11일 기준 52조 원으로 7월 말보다 오히려 1조 원 안팎 줄었다. 주가 급락을 투자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일부 PB 고객들은 주가지수가 4% 가까이 하락한 8일과 9일 집중적으로 주식형 펀드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혁 외환은행 PB팀장은 "외환보유액이 늘고 기업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해 이른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개인들의 이런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각국의 재정 부실 때문에 촉발된 현 상황은 몇몇 은행의 부실이 원인이 됐던 2008년 금융위기보다 파장이 광범위하고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에서 고수익을 내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긴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하정민기자 dew@donga.com}

“‘신이 내린 직장’에 입성한 비결요? 남북한 공통의 아줌마 정신 덕분이죠. 회계학원을 다닐 때도, 회사에서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창피해하지 않고 큰 소리로 물어본 것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 수석연구원(46·사진)의 말이다. 2002년 8월 북한을 탈출한 그녀는 탈북 4년 6개월 만인 2007년 2월 한국 젊은이들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2010년 9월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면서 현재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에서 북한 동향 분석, 북한 경제 연구, 남북 경제협력 등에 관한 자료 조사 및 보고서 발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많은 탈북자가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대부분 블루칼라 직종에서 근무하는 걸 감안할 때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정착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북한 원산경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탈북 직전까지 회계 업무를 담당하며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다. 괜찮은 이력을 지녔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직장을 잡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았다. 2003년 초 그녀는 북한에서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겠다는 마음에 한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회계학원에 등록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해당 센터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학원비나 얻어가겠다는 심보인가요? 아줌마가 회계는 무슨….” 그녀는 남한에 있는 대학의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김 연구원은 2004년 3월 경남대 북한대학원에 진학했다. 냉대를 받았던 기억을 떨치고 회계학원에도 등록했다. 학원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났지만 새벽 2시까지 교재와 씨름했다. “수업이 끝나면 같이 수업을 들은 20대 아가씨를 거의 매일 집으로 데려와 수업 시간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물어봤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원 강사들에게도 걸핏하면 전화를 걸었고요. 한번은 한 강사가 ‘우리는 시간이 돈인 사람들인데 그만 좀 물어보라’고 농담조로 얘기하더군요. ‘그럼 다른 수업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 집으로 찾아가서 물어봐도 되느냐’고 대꾸했어요.” 이런 열성 덕에 그녀는 전산회계, 세무회계, 관리회계 등 3과목의 시험을 모두 한 번에 통과했다. 2006년 2월 대학원도 무사히 졸업했다. 2007년 산업은행은 북한 연구를 담당할 직원을 특별 채용했다. 그녀는 지인의 연락으로 얼떨결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다. “왜 사람들이 산업은행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며 부러워하는지 몰랐어요. 건물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싶었죠.” 당시 같이 응시한 47명의 지원자 중 석사 학위 소지자는 그녀가 유일했다. 그 덕에 남한 사람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산업은행 직원이 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일은 쉽지 않았다. 업무 자체보다도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루는 일이 특히 힘들었다. 팩스 1장 보내는 것도, 간단한 문서 1장을 워드로 작업하는 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하루에 열 번이고 되풀이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저는 나이도 많고, 더구나 한국에 온 지 몇 년밖에 안 됐으니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는 게 서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대학생 인턴들도 팩스를 잘 다루지 못해 쩔쩔매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자신감도 커졌다. 김 연구원은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여러 강연회 및 세미나의 단골 연사다. 그녀는 후배 탈북자에게 일상생활을 할 때도, 구직 인터뷰를 할 때도 항상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 이력을 말하면서 ‘남한 여자가 46년 만에 할 일을 북한 여자는 3년 만에 했다. 우리가 더 똑똑한 거 아니냐. 당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적극 홍보하라’고 주문해요.”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외환은행은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수재민을 돕기 위해 성금 5억 원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고 15일 밝혔다. 외환은행은 성금 기탁 외에도 이달 초부터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개인 고객, 개인 사업자, 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사업본부와 사전에 협의해 수재민들의 기존 대출 및 신규 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까지 인하해주기로 했다. 송금수수료,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 등의 감면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불똥으로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인수에 따른 투자매력도도 동반 추락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우리금융 인수에 뛰어들어 향후 상황 전개가 주목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금융 인수후보자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골드만삭스가 MBK파트너스와 힘을 합칠 확률이 80∼90%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김성삼 신용·공제사업 대표도 이날 “골드만삭스와 부산은행이 1조 원대의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부산은행은 MBK 컨소시엄에 각각 6000억 원과 50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MBK파트너스는 이를 통해 최소 4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부산은행이 합쳐 1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단위 새마을금고가 7000억∼9000억 원을 모아 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새마을금고연합회는 이번 주 초 1500여 개 단위 금고에 우리금융 인수 참여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보냈으며 단위 금고의 대부분이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나머지 금액은 MBK파트너스와 새마을금고연합회가 직접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의 자금 유치가 눈앞에 와 있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며 “우리 컨소시엄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7일 제안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 폭락세로 먹구름이 끼었던 우리금융 예비입찰전도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 인수에는 MBK파트너스와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의 3개 사모펀드가 경쟁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MBK 컨소시엄에 미국 투자은행은 물론이고 지방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연합회가 참여해 자금과 명분을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컨소시엄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새마을금고 기존 조직과 우리금융 영업망이 전혀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한편 티스톤파트너스도 투자자를 모두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스톤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과 투자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이끄는 보고펀드도 막바지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이끄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금융의 최대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이순우 은행장이 우리카드 분사(分社),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올해 5월 취임한 이순우 행장은 1999년 두 은행의 합병 후 등장한 최초의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고, 이팔성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인수와 국민주 발행 등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조직 내부에 갈등 조짐이 보이면서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인 민영화 작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카드 분사 놓고 신경전 이팔성 회장은 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우리금융 미소금융재단 수혜 점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안에 우리카드를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성이 없는 우리은행 직원이 카드 업무를 맡아 가뜩이나 우리금융에 대한 수익 기여도가 3%에 불과한 우리카드의 경쟁력이 더 하락했다”고 직설적인 평가를 내렸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내에 카드사가 있으면 은행법에 따라 마케팅 면에서 여러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3월 KB국민은행으로부터 분사를 마친 KB국민카드를 거론하며 전문 인력의 영입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카드사의 실적을 높이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양대 수익원은 이자와 수수료인데, 카드 부문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런 수익구조는 은행과 카드사 모두의 장기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2002년 초 독립한 우리카드가 카드대란을 겪으며 불과 2년 만에 우리은행의 품으로 돌아온 전례를 잊었냐고 반박한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이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강화돼 분사해도 강도 높은 영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사 후 실적이 좋지 않으면 은행이 다시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직원들의 반발도 문제다. 분사 뒤 카드부문 전문가를 영입한다 해도 우리은행 직원의 일부는 카드사로 옮길 수밖에 없다. KB국민카드의 분사 당시 약 1300명이 KB국민은행에서 카드로 옮겼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카드사로 가지 않으려고 해 뒷말이 있었다.○ 매트릭스 조직 도입도 난항 두 사람은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개별 금융회사가 각각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지주사 산하 여러 계열사의 비슷한 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체제를 말한다. 2008년 초 하나금융지주가 은행권 최초로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뒤 최근 신한금융지주도 이를 도입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매트릭스 조직 도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를 통해 9월까지 도입 여부와 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우리금융이 이 조직을 들여온다면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내의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프라이빗뱅킹(PB) 같은 사업부문은 모두 우리금융의 통합 관리를 받게 된다. 매트릭스 조직의 강점은 고객 편의 향상과 시너지 효과 창출이다. 기존에는 기업 고객이 대출, 채권, 주식, 파생상품, 인수합병(M&A) 등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은행과 증권사 등을 각각 찾아야 했지만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기업금융 비즈니스유닛(BU)에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은행, 증권, 카드, 보험사의 비중이 비슷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성과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 측은 현재 우리은행이 지주사 수익의 89%를 거두고 있는 우리금융 현실에서 매트릭스 조직 도입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계열사 임원과 BU 임원의 관리를 동시에 받게 돼 해당 직원들의 보고 및 책임 체계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금융 측은 매트릭스 도입은 금융지주사의 대세이며 성장통이 없는 새 제도는 없다고 반박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장 전면적인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점진적 도입을 추진할 뜻을 드러냈다. 이 밖에 두 사람은 우리금융의 민영화 추진 주체에 대해서도 다른 속내를 비치고 있다. 이순우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주회사에서 큰 방향은 제시하겠지만 우리은행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융인으로서의 마지막 과제를 민영화로 설정해온 이팔성 회장에게는 주도권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신한은행이 달러가 부족해지는 위기상황에 대비해 일본과 유럽지역에 있는 9개 은행과 10억 달러 규모의 비상외화공급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농협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최악의 상황에서 급하게 빌려올 수 있는 1억 달러 안팎의 자금을 확보했거나 자금 확보를 위한 약정체결을 앞두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상황이 와도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대비하라는 지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수립했다. ○ 위기 때 외국은행서 외화긴급대출 비상외화공급약정은 국내 은행이 달러가 부족해지는 비상상황이 닥쳤을 때 외국은행이 반드시 약속한 금액만큼 달러를 꿔주도록 한 계약으로 ‘커미티드라인’이라고 불린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1억 달러짜리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비상외화공급약정 규모를 총 10억 달러로 맞췄다. 종전에 일본 미즈호, 미쓰비시은행 등과 체결한 9억 달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봤지만 ‘외화유동성을 챙기라’는 당국의 주문에 따라 비상금을 늘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일본계 은행과 1억 달러짜리 약정을 맺었고 농협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3000만 달러 규모의 약정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중국 공상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과 체결한 1억6500만 달러 규모의 공급약정이 만료되자마자 1억 달러 안팎의 새로운 계약을 하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이달 몇몇 외국계 은행과 5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비상시에 공급받는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종전에는 달러 공급원이 미국과 유럽에 편중돼 있었지만 최근 이 지역의 위기가 가중됨에 따라 일본 중국 중동 등지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꼭 연장하라’ 외환은행은 올 11월까지 6억 달러에 이르는 달러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전액 만기 연장하기로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만기 도래한 차입금 가운데 연장하는 비율(차환율)이 60%대로 떨어져 은행들이 갚아야 할 돈이 늘어 자금경색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해 조건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만기 연장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상반기나 7월에 중장기 채권을 발행해 수억 달러를 조달한 만큼 3개월 정도는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장기 외화자금을 조달해온 덕에 최근 외화자금을 여유 있게 운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한은행은 4월 5억 달러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6월에는 1억5000만 유로를 조달했다. 우리은행도 1월 사무라이본드 500억 엔어치를 발행했고 하나은행은 이달 초 300억 엔의 사무라이본드를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농협도 5억 달러짜리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달러 자금을 확보했다. 이 밖에 기업은행은 비상시를 대비해 8일 3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을 외국계 은행과 맺었다. 국민은행은 위기 때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대출인 신용공여한도계약을 50개 외국계 은행과 체결했다. ○ 불만 토로하는 은행들 일부 은행은 외화사정이 양호한데도 금융당국이 과거의 사례를 들어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국내 은행의 외채가 6월 말 기준 1970억 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228억 달러(10.3%)나 감소했고 외화 관련 건전성지표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비상외화공급약정을 체결하면 국내 은행은 연간 0.2∼0.7%에 이르는 수수료를 외국계 은행에 내야 한다. 1억 달러어치의 약정을 유지하려면 연간 200만∼700만 달러가 든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당국이 외화조달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외화의 총액만 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민영화 논란 이후 칩거해온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우리카드 분사(分社)와 활발한 해외시장 공략 등을 통해 우리금융지주를 세계 50위 안에 드는 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회장은 9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우리금융 미소금융재단 수혜 점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말까지 우리카드를 분사시켜 카드 전문가들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회사가 금융지주 전체의 수익성과 고객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카드업 전문성이 약한 우리은행 직원들이 우리카드를 운영하다 보니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한카드가 신한금융 전체 수익의 24∼25%를 담당하는 것과 달리 우리카드는 전체 수익의 3%에 그치고 있다며 우리카드의 대대적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반대로 우리금융의 미국 LA한미은행 인수가 무산된 점과 관련해 일본 미쓰비시UFJ가 2008년 인수한 미국 유니언뱅크를 언급하면서 해외 진출을 다시 시도할 뜻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미국인들이 유니언뱅크라는 이름 때문에 모회사가 일본 은행인지를 모른다”며 “한미은행은 단순한 교포은행이 아니라 우리금융 해외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쉽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현재 세계 72위인 우리금융을 세계 50위권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서도 “우리금융이 글로벌 회사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주주들이 민영화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주 전 이사회에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10억 달러 정도의 외화를 항상 여유자금으로 확보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에서 정치, 경제적 급변이나 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 세계의 자금은 언제나 미국으로 몰려갔다” 며 “이번 위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대안으로 엔, 유로, 위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기축통화로서는 미흡하다며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금융결제원 △상무대우 박광헌 ◇KB국민은행 ▽전보 △압구정 PB센터장 이현경 ◇신한은행 ▽전보 △석남동 지점장 이연호 △CIB영업본부 팀장 오한섭◇동양그룹 △동양시멘트 대표이사 부사장 최경덕 △핀튜브텍 이사대우 김관엽 ◇우리개발 △대표이사 송동수}

산은금융지주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추진해온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성장 모델을 접고 2020년까지 한국의 JP모건체이스가 되겠다는 장기 성장 계획을 마련했다. JP모건체이스를 벤치마킹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해 씨티,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상업투자은행(CIB)이 되겠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CIB 모델은 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의 장점을 혼합해 안정적 성장과 위기관리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산은금융지주의 판단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8일 장기계획 수립 배경에 대해 “몇 년마다 경영진이 바뀌는 데다 민영화 논란에 휩쓸리다 보니 향후 10년간 은행이 갈 방향이 담긴 성장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장기계획을 수립하면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어도 은행 경영의 큰 틀이 유지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금융지주가 국내 시장에서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기존 시중은행과 다른 전략을 채택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은행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이상적 모델이 JP모건 산업은행 관계자는 JP모건체이스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산은지주의 현실상 검증이 되지 않은 길은 가기가 부담스럽다”며 “지금 세계 금융회사 중 가장 성공적이고 이상적인 모델은 누가 뭐래도 JP모건체이스”라고 말했다. 민영화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DBS,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 분야에서는 독일 도이체은행, 부동산 금융 부문에서는 호주 맥쿼리은행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종합 전략에서는 JP모건체이스 식 CIB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19세기 중반 상업은행(CB)으로 출발한 JP모건은 월가 금융회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2000년 체이스맨해튼은행, 2004년 뱅크원과 합병하며 미국 소매금융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고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대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JP모건은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등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이 서브프라임 투자를 비롯한 고수익 사업에 매진할 때 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 대신 서브프라임 광풍이 지나가자 싼값에 알짜 IB 및 모기지 회사를 사들였다. JP모건은 2009년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같은 해 9월 모기지회사 워싱턴 뮤추얼을 인수하며 월가 CIB 최강자로 위상을 굳혔다. 고수익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은행 본업에다 충실하다 기회가 오자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한 게 산은지주에 매력적으로 비친 셈이다. 특히 같은 CIB 모델을 채택했던 씨티가 금융위기 와중 미국 1위 금융회사 자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내주면서 JP모건체이스의 위상이 더욱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위해 산은 고위 임원들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론 처노가 지은 ‘금융제국 JP모건(원제 The House of Morgan)’을 열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쟁에 연연 않겠다’ 이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외에 다른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며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때도 2개 정도의 후보군이 더 존재했다”며 M&A를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산은지주가 M&A를 추진하는 건 국내 경쟁이 아니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산업은행의 지점 개설 및 수신고 확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 산은의 지점이 57개이고 1년에 최대 20개 정도 늘릴 수 있는데 1000개 내외의 지점을 갖고 있는 4대 은행과 경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사업은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특히 초기 위험을 감당해낼 수 있는 완충 장치가 필요하며 그게 자국 내의 튼튼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산은지주만의 2대 강점은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기업 구조조정 금융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내 시장의 85%를 점유할 정도로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 SOC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앞세워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성장을 이어가는 아시아 각국의 인프라 건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산업은행의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HSBC, 바클레이스 등 유럽 대형 금융회사들이 재정위기로 타격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산은이 아시아 인프라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데 최적기”라고 강조했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A은행에 2009년 이후 입사한 신입직원의 연봉은 2008년 입사한 선배보다 700만∼800만 원 적다. 은행들이 2009년부터 신입직원의 연봉을 줄여 확보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라는 정부 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지금 A은행이 신입직원과 기존 직원의 연봉 격차를 줄이려면 45억 원 정도가 든다. 지난해 1조 원대의 순이익을 낸 이 은행은 신입직원 연봉을 당장 메워주고 싶고 여력도 충분하지만 ‘정부에 밉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초임을 20% 정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신입직원 채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기존 직원의 임금인상 폭을 줄여 신입직원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전체 임금인상률이 4%라면 기존 직원 임금은 2%만 올리고 신입직원은 6% 올려 보전하는 방식이다. 또 신입직원 초임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정부는 신입직원이 연봉 격차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을 줄이려는 ‘정책 수정’이라고 하지만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했던 ‘정책 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패한 잡 셰어링, 밀어붙이는 정부 당초 잡 셰어링은 기획재정부가 297개 공공기관 중 대졸 초임이 2000만 원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했지만 업무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은행들도 이 정책에 포함됐다. 당시 기존 직원 임금은 그대로 두고 신입직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009년 일주일에 3일 근무하는 인턴사원 600명을 뽑아 6개월 정도 채용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채용실적은 미미하다. 하나은행 인턴채용 규모는 2009년 506명에서 지난해 23명으로 급감했다. 인턴 근무 후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예를 들어 4대 시중은행 인턴 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율은 평균 2%에도 못 미친다. 4대 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규모는 2008년 1550명에서 2010년 1319명으로 되레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잡 셰어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입직원의 임금 복원은 필요하지만 초임 삭감조치 자체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직원의 임금을 줄여 1∼3년 차 직원에게 임금을 더 주더라도 매번 회계연도를 넘겨 새로 입사하는 직원은 전년도에 들어온 직원보다 20% 덜 받는 모순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2년 전 정부가 아랫돌(신입직원 임금) 빼서 윗돌(기존 직원 임금)을 괴더니 이제는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 상처 받은 신입들, 가슴에 독을 품다 입사 2년 차인 C은행의 한 여직원은 “1, 2년 선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도 많은데 20%나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임금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이미 깎인 연봉은 영원히 못 돌려받는다는 점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D은행의 3년 차 직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일 기존 직원에게 낮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초임 복원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것에 대해 “기존 직원이 대다수인 노조가 수수방관하다 기존 직원이 손해를 볼 것 같으니까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들은 이런 상황이 기존 직원과 신입직원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중대한 국가 문제를 신입직원 초임 삭감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접근한 게 문제”라며 “이러다 신입행원들만의 노조가 새로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9일 만나 신입직원 초임복원 문제를 올해 임금·단체협상 안건에 넣을지를 논의한다. 은행연합회는 개별 은행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 반면 노조 측은 임금협상 때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대외 상황이 급변한 점 때문에 임금복원작업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지금 당장 어떤 나라도 미국을 대체할 순 없다. 금융시장의 반응이 다소 과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격적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에 대해 국제 금융계의 거물들은 강등의 영향이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S&P가 4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후 줄곧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즉각적인 악재라기보다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의 징후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문제점은 이미 알려진 뉴스이며 강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국채나 금을 대신할 투자 수단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보였다. 버핏 회장은 등급 강등 직후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S&P의 조치는 실수이며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트리플A가 아니라 쿼드러플A(AAAA) 등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신용등급 변경을 이유로 주식매매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는 만큼 이번 등급 강등 때문에 주식을 팔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과 우울한 시장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은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발행인도 저점매수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흥시장 투자로 명성을 쌓은 모비우스 회장은 “세계 주요국의 실질 금리가 대부분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증시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파버 발행인까지도 “투자자들이 너무 과하게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급반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안 대표는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시장이 아직 신용등급 강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더블딥 및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엘에리안 대표는 S&P가 미국 외에 현재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영국, 독일 등 18개 국가 중에서 추가로 등급을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AAA에서 강등되면 그렇지 않아도 재정위기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우리은행 ▽개설준비위원장 △음성 고승찬 △율하 성낙수 ▽기업영업지점장 △중앙 이성원 △종로 박도영}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로 얼어붙자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온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리먼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 사태와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 상황이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닮은 점리먼 사태와 이번 폭락 장세는 경제주체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닮았다. 나흘 만에 코스피가 230포인트 하락한 현재의 상황이 사흘 만에 257포인트 떨어진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하다.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당시에는 ‘문제’를 몰라서, 지금은 ‘해답’이 없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상품이 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줬는지 잘 몰랐다”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다루느라 공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리먼 사태 때와 닮은 점이다.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거시지표로 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4%로 다소 낮았지만 올해 전체로는 4%대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도 2008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점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하던 월가 금융회사들의 파산 위험이라는 실질적인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때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서로 얼마나 부실을 숨기고 있는지 몰라 서로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불신이 극에 달했다. 돈을 풀지 않는 은행들 때문에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돼 중소기업과 가계가 돈을 구하지 못해 난리였다.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리 인하 같은 정책 수단이 있었지만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가 촉발한 이번 장세에는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도 큰 차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로 얼어붙자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온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리먼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 사태와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 상황이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닮은 점 리먼 사태와 이번 폭락 장세는 경제주체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닮았다. 나흘 만에 코스피가 230포인트 하락한 현재의 상황이 사흘 만에 257포인트 떨어진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당시에는 '문제'를 몰라서, 지금은 '해답'이 없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서브프라임과 파생상품이 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줬는지 잘 몰랐다"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다루느라 공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리먼 사태 때와 닮은 점이다.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거시지표로 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4%로 다소 낮았지만 올해 전체로는 4%대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도 2008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올해 주요 개발도상국의 GDP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은 6.6%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점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하던 월가 금융회사들의 파산 위험이라는 실질적인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때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서로 얼마나 부실을 숨기고 있는지 몰라 서로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불신이 극에 달했다. 돈을 풀지 않는 은행들 때문에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돼 중소기업과 가계가 돈을 구하지 못해 난리였다. 이번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데 대한 두려움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리인하 같은 정책 수단이 있었지만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가 촉발한 이번 글로벌 폭락 장세에는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도 큰 차이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