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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의 대명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사진)이 244년 만에 종이책 발행을 중단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문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가 2011년 수정판을 끝으로 더는 인쇄본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32권으로 발행된 마지막 수정판에는 지구온난화와 인간유전자 프로젝트가 마지막 ‘새로운 주제’로 추가됐다. 1768년 영국에서 세 권 분량으로 처음 발행된 브리태니커 사전은 19세기 후반까지 일부 학자의 전유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1900년 미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일반인을 위한 교육용 대백과사전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950년대 미국에서는 차고의 스테이션왜건과 거실의 제니스 흑백TV, 서재의 브리태니커를 ‘중산층 3대 필수품’으로 여겼다”며 “방문 판매와 월부 납입이 익숙했던 20세기 학술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브리태니커의 종이 출판 중단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1990년까지 미국에서만도 해마다 12만 세트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인터넷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등장은 결정타였다. “사람들은 ‘깊고 정확한 유료지식’보다는 ‘폭넓고 빠른 무료정보’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리 마르키오니니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분석을 입증하듯 브리태니커 2010년판은 전 세계에서 겨우 8000세트가 팔렸다. 브리태니커가 쇠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을 고집하며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을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는 시민단체’라 설명한 20세기 초 정의(定意)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한 게 대표적이다. “위키피디아는 자료당 평균 4개, 브리태니커는 평균 3개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2005년 발표도 브래태니커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그러나 호르헤 카우스 브리태니커 회장은 “절판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며 “출판은 총매출의 1% 수준으로 큰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교육교재 판매(85%)와 온라인 구독(15%)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로 체질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카우스 회장은 “전문가들의 통찰이 담긴 지식을 제공한다는 브리태니커의 이념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한편 미 폭스뉴스는 “절판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마켓 이베이 등에서 브리태니커 중고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슬로바키아에서 고릴라와 말미잘을 몰아내자.” 10일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야당인 ‘스메르 사회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스메르당이 지지율 44.4%를 얻어 전체 의석 150석 가운데 83석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바키아에서 단일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우파연정이 이끌던 집권세력의 성적은 참혹했다. 2010년 총선 당시 합계 79석을 얻었던 연정은 핵심세력인 ‘슬로바키아민주기독연맹(SDKU)’이 득표율 6.1%로 원내 진입 기준인 5%를 겨우 넘겼을 정도. SDKU 총재인 이베타 라디초바 현 총리는 11일 “모든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권의 몰락은 지난해 터진 ‘고릴라 스캔들’의 영향이 크다. ‘고릴라’는 슬로바키아 저널리스트 톰 니콜슨이 10여 년 전 쓴 책의 제목으로 소수 정치엘리트 집단을 빗댄 말이다. 오랜 세월 부정부패 의혹은 컸지만 증거가 없어 고릴라는 ‘어둠 속 성역’처럼 여겨졌다. 말미잘은 뇌물을 받은 고릴라가 특정기업에 여러 분야의 정부사업을 맡기는 비리 행태를 풍자한 은어다. 무성하게 나돌던 고릴라와 말미잘 소문은 지난해 말 이 커넥션의 구체적 정황이 담긴 정부 문서가 유출되며 실체를 드러냈다. 특히 현 정권의 상당수 인사가 연루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번 선거 역시 수도 브라티슬라바 등에서 갈수록 시위가 거세지자 여권이 조기총선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뉴욕타임스는 “고릴라는 과거 공산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비밀경찰세력이 모태”라며 “숨겨져 있던 역사의 매듭이 가닥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권교체가 비리 척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스메르당도 고릴라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신임총리로 내정된 스메르당의 로베르트 피초 총재(사진)도 2006∼2010년 총리 재임 당시 고릴라와 연계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또 스메르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말미잘로 지목된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30층 건물 보름 만에 완공” 中호텔 안전성 논란중국에서 30층짜리 호텔이 보름 만에 완공돼 화제다. 미국 ABC뉴스는 9일 “중국 건설업체 브로드그룹(BG)이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 외곽지역에 30층 호텔 ‘T-30’(사진)을 15일 만에 세웠다”고 전했다. 지난달 완공된 이 건물은 내부마감도 끝나 곧 투숙객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BG가 밝힌 초고속 건축 노하우는 첨단 조립식 공법 및 대규모 인력 투입이다. 일단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지반 토대작업을 며칠 만에 끝냈다. 그 뒤 건물을 구성하는 건축자재의 90% 이상을 미리 공장에서 제조해 건설지로 싣고 와 설계도대로 이어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다른 나라에선 당연한 ‘안전 감리’ 과정이 통째로 빠져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했다”며 “개발 성과에 몰입해 나머지를 경시하는 중국의 풍조가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BG 측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 선보인 6층 건물은 하루 만에 지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며 “100층 이상 건물을 한 달 안에 짓는 데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바-비타민음료 등 건강식품도 남용 말아야”‘참살이(웰빙) 음식이 당신의 몸을 해칠 수도 있다.’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서비스센터가 ‘남용을 피해야 할 다섯 가지 건강식품’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 전했다. 먼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비타민음료’는 비타민 알약을 설탕물과 함께 마시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월터 윌렛 하버드대 교수는 “비타민음료의 효과는 체질과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더 낫다”고 권고했다. 근육을 키우고 다이어트를 돕는다는 ‘에너지 바’도 기본적으로 설탕이나 유사 성분이 상당량 들어가 ‘칼로리폭탄’으로 지적됐다. ‘잡곡(멀티그레인) 시리얼이나 빵’도 조심해야 한다. 잡곡제품이 꼭 100% 잡곡만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의 성분표기를 보면 ‘강화 밀가루’란 거창한 성분이 흔히 들어있는데 그냥 밀가루와 별 차이가 없다. ‘저지방 땅콩버터’도 마찬가지다. 영양학자 보니 리브먼 박사는 “일부 저지방 음식은 지방이 낮은 대신 칼로리와 설탕 함유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과일-야채 많이 먹으면 피부 매력적으로 보여”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이 18∼25세 백인과 아시아인 35명에게 6주 동안 과일과 야채 섭취량을 늘리도록 한 결과 피부에 빨간색과 노란색 색소가 증가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7일 전했다. 연구진은 일반인들에게 실험 참가자들의 외모 평가를 요청했다. 과일과 야채를 하루 평균 섭취 권장량의 2.9배를 섭취하자 더 건강해 보인다는 평가가 많아졌고, 섭취량의 3.3배를 추가로 더 섭취하자 훨씬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구진은 과일과 야채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피부의 빨간색과 노란색 색소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카로티노이드는 토마토와 고추, 브로콜리, 호박, 시금치, 당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도 피부 표면의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그는 실패했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세네갈 가수 유수 은두르(52). 국내엔 낯설지만 월드뮤직계의 거성이다. ‘세븐 세컨즈’ ‘인 유어 아이즈’ 등으로 영미 차트에도 자주 올랐다. 2005년 아프리카인 최초로 그래미상 수상. 지난해 예일대는 음악적 공로를 인정해 명예박사학위를 줬다. 스무 살 데뷔 후 그는 줄곧 상한가였다. 내는 앨범마다 히트를 쳤다. 수완도 남달라 손댄 사업은 모두 성공했다. 아프리카 빈곤 퇴치에 적극 나서 칭찬도 자자했다. ‘세네갈의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의 마이클 잭슨’. 부와 명예를 양껏 거머쥐었다. 승승장구하던 은두르의 시련은 지난해 시작됐다. 뜬금없이 정치에 뛰어들어 올해 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치판이 만만한 곳인가. 온갖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겨우 꾸려가던 선거운동도 1월 폭탄을 맞았다. 대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후보 등록을 무효화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치러진 대선엔 출마조차 못했다. 부러울 게 없던 슈퍼스타는 왜 하필이면 대통령 자리를 넘봤을까. 은두르는 “진짜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라고 술회했다. “세네갈은 밖에서 보면 ‘아프리카치곤 안정된 국가’란 이미지가 강합니다. 큰 내전이나 유혈충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이번 대선으로 자칫 ‘장기독재’란 나락에 빠질 수도 있어요. 이를 세상에 알리려 출마한 겁니다. 유명 가수가 나오면 최소한 관심은 모으잖아요. 전 이 땅에 ‘빚’이 있거든요.” 은두르가 말한 장기독재의 장본인은 압둘라예 와데 현 대통령(85)이다. 2000년 집권해 재선을 거쳐 12년째 권좌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3선 금지법을 무시하고 또 대선에 출마했다. 2001년 법이 제정돼 자신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단 논리였다. 응당 저지에 나서야 할 야당은 사분오열돼 서로 물어뜯기 바빴고…. 국민들은 ‘국민 가수’가 나서주길 원했다. 처음엔 은두르도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빚 부담이 컸다. 그는 사실 현 집권세력의 조력자였다. 야권 인사 시절엔 청렴과 개혁을 표방한 와데를 그는 ‘세네갈의 희망’이라 불렀다.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투사’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밀실인사와 이권개입, 야권탄압을 저질렀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아들에게 세습까지 준비 중이다. 더는 묵과할 수 없었던 은두르는 국민의 뜻을 따랐다. 하지만 정부가 사주한 걸로 추정되는 법원의 결정에 출마 기회마저 막혔다. 그의 부채 탕감은 이대로 끝이 날까. 미 CNN뉴스는 1일 “현 대통령이 과반수를 획득해 1차 투표로 끝나리란 예상은 빗나갔다”고 전했다. 와데가 1위는 했으나 득표율이 약 30%에 그쳐 결선투표가 불가피하다. 여전히 그가 우세하지만 15명의 야당 후보가 난립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처음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지 언론은 “은두르의 출마를 저지한 게 국민적 공분을 샀다”고 분석했다. 은두르는 대선에 출마하진 못했지만 계속 유권자와 만났다. 그리고 하나만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도 재스민 혁명을 꽃피울 수 있다. 당신은 그 씨앗을 손에 쥐고 있다.” ‘세네갈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푸틴 사단과의 ‘리치나야 스뱌지’(‘친분’을 뜻하는 러시아어)가 없으면 어떤 일도 계속하기 힘들어요.”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자본금 30만 루블(약 1100만 원) 규모의 작은 통신장비 회사를 운영하는 드미트리 소콜로프 씨(42)는 반푸틴 시위에 참가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자란 그는 지난해 기지국 운용 장비 입찰에 참가했으나 탈락했다. 러시아 3대 이동통신사인 메가폰이 실시하는 공개 입찰이었는데 탈락 후 “너는 피테르(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별칭)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삭일 수 없었다. 메가폰의 주요 주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사진)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페테르부르크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출신 기업인이 아무리 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장비를 납품해도 ‘페테르부르크 문지기들’에게 가로막힌다고 소콜로프 씨는 분개했다. 소콜로프 씨는 “푸틴이 대선에 당선되면 6년 임기를 두 번이나 할 수도 있는데 푸틴과 어떤 인연도 없는 절대 다수의 중산층은 푸틴 사단의 부패와 장기집권 앞에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4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푸틴이 블루칼라 노동자와 농촌 유권자 등의 두터운 지지로 당선이 유력하지만 ‘깨어있는 지식인과 중산층이 밀집한 모스크바’에서는 이처럼 ‘푸틴 시대의 정경유착과 부패’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탈리야 티모노바 러시아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산층이 인구의 30%(약 3600만 명)를 훌쩍 넘었는데 푸틴 사단의 인맥에 기회가 막히면 부패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틴 사단의 부패로 인력채용에서 경쟁이 배제돼 자원배분에서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는 것이 반부틴 세력의 시각이다. 2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만난 안나 마테고랴 씨(27·여)는 “푸틴 사단의 부패는 러시아 발전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 중부 노보시비르스크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리나 오를료바 씨(23·여)는 올해 러시아 최대 국영기업인 가즈프롬 신입사원 채용에 3번 응시해 고배를 마셨다. 그는 “가즈프롬은 푸틴 사단의 직계 가족이거나 이들과 관계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고리 이바노프 씨(45)는 “푸틴이 2004년부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결하는 2차로를 넓히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아직도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모든 게 다 공사대금을 가로 챈 푸틴 사단의 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력 대신 ‘푸틴 친분’을 중시하는 풍토는 검찰 경찰 연방보안국(KGB의 후신) 등 공안기관 직원 채용에서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푸틴과의 연줄이 ‘미다스의 손’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전직 유도 코치였던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씨는 유도를 통해 푸틴과 관계를 맺은 뒤 가즈프롬에 석유관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수십억 달러의 거부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푸틴은 2000년 처음 집권하면서 옛 소련 시대의 정경유착으로 부를 축적한 ‘올리가르키’에 대해 대대적인 숙정작업을 벌였지만 푸틴 집권 후에도 많은 사람이 연줄을 타고 졸부 신화를 만들어냈다. 한편 러시아 대선 후보들은 2일까지 선거 운동을 마무리했으며 선거 하루 전인 3일엔 ‘정적의 날’을 준수한다. 일체의 선거 운동이 금지되는 것이다. 앞서 푸틴 총리는 1일 모스크바 교외 관저에서 서방 언론 편집인들과 면담을 갖고 이번에 당선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총리에 임명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결정을 메드베데프 대통령와 함께 지난해 말에 내렸다고 공개했다. 모스크바=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꾸란 소각 항의시위가 보복살인과 유혈충돌로 이어지며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수도 카불의 내무부 청사에서 파견 활동 중이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미 자문관 2명이 아프간인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23일 바그람 미군기지에서 미 국적의 나토군 2명이 숨진 데 이어 두 번째다. 한 아프간 병사가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탈레반은 e메일 성명을 통해 “두 사건 모두 우리가 주도한 일”이라고 밝혔다. NYT는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이 합동 경계를 맡아 ‘카불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여겨졌던 내무부에서 테러가 벌어진 건 큰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나 군부 내에 ‘내부 협력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아프간 정부청사 등에 파견됐던 나토 관계자들에게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아프간 시민들의 시위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곳곳에서 시위대가 나토군 기지 인근으로 몰려들어 경찰과 충돌했다. 북부 쿤두즈 주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유엔 사무실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했다. 독일 DPA통신은 “5일 동안 양측 합계 최소 3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인류와 지구에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가 아수라장에 빠져버렸다.”(미국 공영라디오 NPR) 대기오염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관련해 한 과학자의 폭로가 미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20일 “기후변화가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하트랜드연구소의 자금 조달 및 사용 명세를 담은 내부문건을 저명한 기후학자가 폭로했다”고 전했다. ‘대응 전략 및 방안’이란 제목의 이 문건에 따르면 시카고에 본부가 있는 하트랜드연구소는 에너지기업들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위 관리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건네왔다. 또 정부 산하 에너지단체가 하트랜드연구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왔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기후변화가 꼭 인간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교육 관계자들도 포섭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연구소는 익명의 단체들로부터 6년 동안 1600만 달러(약 180억 원)의 기부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은 “소문으로 떠돌던 반(反)기후변화 세력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많아 정부의 공식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했다. 문건을 폭로한 피터 글리크 박사도 비난에 휩싸였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연구소인 ‘퍼시픽 인스티튜트’ 소속으로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윤리위원이며 2003년 맥아더재단이 수여한 ‘올해의 천재’상을 받은 글리크 박사가 문건을 입수한 방식 때문이다. 그는 연구소 이사회 임원으로 위장하고, 연구소 공식문건으로 위조한 e메일을 보내 문건을 얻어냈다. 이에 대해 하트랜드연구소의 조지프 바스트 소장은 “이번에 벌어진 부도덕한 범죄를 즉시 검찰에 고소하겠다”며 “공개한 문건 역시 조작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난해 11월 권력 이양에 합의한 예멘에서 21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실시돼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70)의 34년 독재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법상 공식 개표 결과는 열흘 뒤에 나오지만 단독 입후보한 압드라보 하디 부통령(67·사진)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로써 예멘은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아랍의 봄’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네 번째 국가가 된다. AP통신은 이날 투표는 시작 전부터 많은 국민이 투표소 밖에 장사진을 이룰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합의된 절차에 따라 독재자가 물러나게 됐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날 남부 일대에서 분리주의 세력이 주도한 대선 반대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달아 최소 4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남부 최대 도시인 아덴 시는 이들의 방해로 투표소의 절반 이상이 선거 도중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주의자들은 살레 대통령 면책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자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며 선거 전부터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새 지도자가 될 하디 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1990년 예멘의 남북통일 뒤 국방장관으로 발탁됐다. 1994년 부통령으로 지명된 뒤 18년 동안 살레 대통령을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살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선거가 민주주의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대통령은 앞으로 2년 동안 과도정부 수반으로 활동한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1일 세상을 떠난 미국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49)의 장례식이 18일 고인의 고향 뉴저지 주 뉴어크의 교회에서 엄수됐다. 휴스턴이 어린 시절 성가대로 활동했던 뉴호프 침례교회에는 이날 전국에서 1500여 명의 팬이 몰려들어 고인을 애도했다. 그러나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가족들의 바람에 따라 초대된 사람 외엔 모두 입장이 통제됐다.장례식에선 휴스턴과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했던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휴스턴이 천국에 가면 신도 노래를 듣고 탄복할 것”이라며 추도사를 했다. 가수 얼리샤 키스는 “많은 후배에게 영감을 준 디바”라며 추모곡을 열창했다.휴스턴의 전 남편인 가수 보비 브라운도 모습을 드러냈으나, 보안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10분 만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은 장례식이 끝난 뒤 교회 묘지에 있는 아버지 존 휴스턴의 묘소 옆에 안장됐다.한편 휴스턴의 사인은 갈수록 오리무중이라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당초 약물중독과 익사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수사당국은 휴스턴이 묵었던 호텔 방에서 발견된 처방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반응 검사를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는 최소 6주 뒤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묘한 ‘특별판’ 하나를 내놓았다. 태블릿PC 독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인데, 1962년 발행호를 디지털 복원한 것이다. 최신 사안을 다루는 시사지가 뜬금없이 반세기 전 잡지를 재발간한 이유가 뭘까. 타임 측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23년 출범한 타임은 최근 그간의 모든 기사를 디지털화한 기념으로 당시 혁신적이었던 1962년 3월 2일호를 다시 출간합니다. 여기엔 현재 공화당 대권후보 누군가의 아버지인 조지 롬니가 주지사 선거에서 모르몬교도여서 논란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해 세계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돈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을 다룬 커버스토리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지구는 우주란 새로운 바다를 발견했다. 미국의 역할은 닻을 올리고 나아가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그러하듯이.” 우연의 일치일까. 같은 날, 다른 미 언론에도 ‘미국의 역할’과 ‘혁신’이란 표현이 함께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서평으로, 영국의 한 역사학자가 쓴 ‘제국의 망령(Ghosts of Empire)’에 대한 기사였다. 두꺼운 역사비평서지만 주장은 심플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국은 끝내 종언을 고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대처가 느슨했고, 지도국가로서 유연성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런데 현 상황이 너무나 닮았다. 미국에서 쇠락하던 대영제국의 망령이 보인다는 진단이다. WSJ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논쟁거리다”라며 “그러나 한 가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평했다. WSJ가 지적하는 문제란 ‘미국과 영국의 차이’다. “물론 현실은 순탄치 않다. 그러나 당시 영국과 달리, 미국은 자유시장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다. 그리고 어느 나라보다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많은 나라다. 세계 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드는 건 중요하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혁신을 꿈꾸고 있다.” 두 매체의 속내는 명확지 않다. 하지만 최근 미 정가에서 ‘미국의 역할’은 뜨거운 이슈다. 이라크 철수나 군비 축소 등을 이끈 현 정부가 자국의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시킨다는 주장이다.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커지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최근 “우리 지도자는 미국이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논쟁을 거들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 연설에서 “쇠퇴를 거론하는 이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미국의 리더십은 회복됐다. 미국은 다시 돌아왔다”고 응수했다. 솔직히 말하자. 팍스 아메리카가 건재할지 못할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좋건 싫건,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다. 물론 공적만큼 과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대신했으면 더 나아졌을 거라 상상하긴 힘들다. ‘제국의 망령’에도 엇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어느 시대를 봐도 패권을 차지하는 나라는 있었다. 벨기에 제국이 흥했던들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까. 대영제국은 존재했고 그 가치를 부정할 순 없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런 논쟁을 대하는 미국의 자세다. 바깥에서 보자면 거만에 가까운 당당한 자부심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을 자신들이 이뤄낸 ‘혁신’에서 찾으려 한다. 때론 역사를 되짚으며, 혹은 자가 발전한 논쟁을 통해 그들은 주도적으로 담론을 생산하고 변화를 꾀한다.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1등은 쉽사리 따라잡기 어렵다.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한국의 고등훈련기 ‘T-50 골든 이글’이 이스라엘의 차세대 훈련기 입찰에서 결국 탈락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012년 10억 달러(약 1조1330억 원) 규모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 계약을 검토한 결과 이탈리아의 ‘M-346 마스터’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1967년부터 운용해온 미국제 훈련기를 대체할 새 훈련기 도입을 놓고 한국의 T-50과 이탈리아의 M-346을 최종 후보로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이스라엘이 위성프로젝트 공동 진행 등 추가 거래를 조건으로 이탈리아와 이미 구두합의를 끝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를 이스라엘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당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당신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을 주나요?” “물론이죠.”(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 “글쎄요….”(한국 시민) 한국인들은 배우자나 연인을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시장조사회사 ‘입소스’가 14일 발표한 ‘23개국 시민들이 생각하는 파트너와의 관계’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인은 40%만 “배우자(미혼인 경우는 연인)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응답해 일본인과 함께 꼴찌(공동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23개국 평균인 6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국 일본과 함께 중국(46%)과 폴란드(48%), 이탈리아(49%)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배우자를 행복을 주는 요소로 가장 많이 꼽은 사람은 남아공 국민이었다. 무려 82%가 “그렇다”고 답했다. 터키(80%)와 멕시코(79%), 헝가리(71%)도 상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6∼19일 23개국 2만1248명을 대상으로 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누가 미국의 리더십이 저물고 있다고 말하는가. 미국이 없다면 세계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신작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가 전환기 미국 리더십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14일 발간 예정으로 아직 전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린폴리시 등 주요 언론이 내용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케이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현재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선거캠프에서 외교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외교정책 입안을 총괄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외교정책 자문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아내 빅토리아 뉼런드는 클린턴 장관이 지휘하는 국무부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특히 이 책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뉴리퍼블릭이라는 보수 매체에 13쪽에 걸쳐 소개된 요약본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고 측근들과 책 내용에 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강조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 대목이 책의 중심사상과 일맥상통한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PBS와의 인터뷰에서 케이건의 저서를 가리키며 “대통령의 외교적 비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 책은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미국의 영향력 퇴조에 대해 “미국의 군사 정치 경제적 리더십은 쇠퇴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는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이다.케이건은 우선 미국이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절대 권력을 휘두른 적이 없으므로 과거가 ‘미국의 세기’였다고 보는 시각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즉 절대파워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늘 시대적으로 옛 소련, 일본, 중국 등과 대결해가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이어 케이건은 미국이 이렇게 경쟁국들과 싸워가면서 만든 세계질서가 평화적이고 영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민주적 정치제도, 자유시장경제, 반보호무역주의 등의 가치 속에서 세계가 큰 전쟁 없이 평화적 시대를 구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파워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이 만든 평화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위험을 세계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의 내용도 화제지만, 네오콘 이론가 출신인 케이건의 주장이 오바마 백악관에서도 공감을 얻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공화 민주 양당의 시각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이건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정책에 관한 한 공화 민주 진영의 시각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타임지 최근호는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미국의 역할이라는 ‘빅 아이디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결국은 엇비슷한 외교 인력 풀과 사상들이 겹치는 ‘스몰 월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한 종업원이 한국인들에게 인종차별 행동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 주간지 OC위클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종업원이 한국인 A 씨 등 2명이 주문한 음료 컵에 ‘찢어진 눈’(사진)을 그려 넣었다. 스타벅스는 컵에 주문자를 식별하기 위해 이름을 적는데, 백인 종업원은 이름 대신 그림을 그린 것. 이에 A 씨는 강력히 항의했으나 해당 종업원과 매장 매니저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본사 역시 항의 전화를 받은 뒤 “상품권을 선물로 주겠다”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A 씨가 페이스북에 이 사실을 띄우며 한인사회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스타벅스 본사도 무마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OC위클리에 보낸 공개 답변에서 “우리는 인종차별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A 씨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관련자들은 해고할 방침”이라고 알려왔다. 인권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 법률자문센터’는 “아시아계가 미국으로 이민 오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국 아시아 미디어 단체 등과 협의해 공론화하겠다”고 논평했다. 올해 초 뉴욕 피자체인 파파존스에서도 한 종업원이 한국인이 주문한 영수증에 ‘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이라고 적어 논란이 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곳은 화약 냄새에 익숙한 땅이었다. 이스라엘 북부, 키리아트 슈모나. 레바논 국경과 3km 남짓 떨어진 도시다. 이스라엘이 아랍 진영과 다툴 때마다 포격과 총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1974년 어린이 18명이 미사일 요격에 숨진 이래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주민에게 전쟁은 ‘일상’이었다. 사정이 그러니 도시는 메말라갔다. 농사 말곤 별 산업기반도 없고, 그 흔한 영화관도 없다. 2만 명 남짓의 주민들 얼굴엔 우울만 가득했다. 젊은이들의 소원은 언제나 ‘탈출’. 이곳에서 애향심이란 떠난 자들이나 느끼는 사치였다. 하지만 최근 키리아트 슈모나는 바뀌고 있다. 시민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길가에서 환호와 노래가 들려온다. 사실 생활수준은 별반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도시가 생기를 되찾은 이유. 바로 ‘축구’ 덕분이었다. 사실 이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하포엘 이로니’는 과거 도시만큼 엉망이었다. 5부 리그까지 있는 이스라엘에서 4부와 5부 하위권을 전전했다. 이스라엘 1부 리그는커녕 3부 리그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조기축구회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느 드라마가 그렇듯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했다. 이름은 이지 셰라츠키. 어린 시절 도시를 떠났던 그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거부가 된 셰라츠키는 언제나 그늘이 드리운 고향을 구하고 싶었다. 이곳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리라. 어린이병원을 지을까, 아님 학교를 세울까. 이내 셰라츠키는 이 도시에 진짜 필요한 걸 깨달았다. “그것은 ‘긍지’였습니다. 스스로 삶의 터전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한 이곳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1999년 백만장자는 동네 축구팀을 인수했다. 그 뒤 이 스포츠클럽은 기적을 써내려갔다. 차례로 상위 리그로 승격하더니 올해는 1부 리그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우승하면 내년엔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게 된다. FC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을 수도 있단 소리다. 이들의 성공담에선 놓쳐선 안 될 키워드가 있다. ‘인내’와 ‘공평’이다. 먼저 그들은 서두르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았다. 몸값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유소년 축구교실에 투자했다. 눈앞의 성과보단 미래를 선택했다. 10년 넘게 걸려 지역 출신 선수들을 키워냈다. 현지신문 예루살렘포스트는 “하포엘 이로니의 최고 슈퍼스타는 오랜 시간 빚어낸 팀워크”라고 평했다. 더 중요한 건 ‘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진리를 실천했다는 점이다. 이곳 태생 이슬람 선수가 6명이나 뛰고 있는 게 증거다. 이스라엘 축구계에서 이교도 기용은 금기시되는 게 현실. 그러나 그들은 실력만으로 선수를 공정하게 평가했다. 요시 에드리 단장은 이를 ‘신뢰의 시너지’라 표현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출전에 어떤 편견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믿습니다.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가 경기장에 나선다는 걸 안다는 얘기죠. 필드엔 인종도 정치색도 필요 없습니다. 함께 뛰는 11명의 동료가 있을 뿐이죠.” 지난해 이후 이스라엘은 상당히 불안하다. 주택시장 붕괴로 중산층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한 극우 종교단체인은 종아리를 드러냈다고 여덟 살 여자애에게 침을 뱉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전쟁 채비에 여념이 없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적 해결 요구에도 올봄 단독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곳 정치인들도 키리아트 슈모나 축구클럽을 보고 깨닫는 게 있으면 좋겠다.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프랑스 후기인상주의 미술가 폴 세잔의 그림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사진)’이 1억5800만 파운드(약 2800억 원)에 팔리며 세계 미술품 판매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이전 기록은 2006년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유작 ‘No. 5’로 당시 환율로 1400억 원 정도에 거래됐다. 1890년대 작품인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5개 연작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 선박재벌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다 지난해 미술시장에 내놓았다. 구매자는 카타르 국왕의 딸인 셰이카 알마얏사 공주(28)로 알려졌다. 카타르국립박물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몇 년 전부터 세계 미술계의 큰손으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에도 영미권 화가 마크 로스코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거금에 매입했다. 석유재벌인 카타르 왕가는 2010년 런던 해러즈 백화점을 150억 파운드에 사들여 유명세를 떨쳤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빨래를 할 때마다 옷에서 떨어져 나오는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영국 BBC뉴스는 27일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인 마크 브라운 박사팀과 영국 호주 연구진의 공동조사 결과, 합성섬유 미세물질인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인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저널 ‘환경 과학·기술’ 최신호에 실렸다.마이크로플라스틱은 크기 1mm 이하 미세 플라스틱 잔해물로 의복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 나일론 등이 주요 성분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복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최대 1900개가 배출된다. 일반 가정에서 빨래 한 번 할 때마다 수만 개씩 플라스틱 미세물질을 쏟아내는 셈이다. 이렇게 배출된 마이크로플라스틱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이번 조사 결과 남극과 북극, 적도, 영국, 인도, 싱가포르 등 18개 해안지역 모두에서 발견됐다.마이크로플라스틱의 눈에 띄는 피해는 일명 ‘쓰레기 섬’이나 ‘쓰레기 소용돌이(trash vortex)’로 불리는 해양 쓰레기 지대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조류를 타고 뭉쳐서 떠도는 해양쓰레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이 북단에 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경우 한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해역에 쓰레기가 퍼져 떠다닌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다로 흘러든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미세물질 상태로 어패류 등 해안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소화기나 호흡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스펀지처럼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에 달라붙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생물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것이다. 결국 먹이사슬을 거쳐 상위 생물로 올라가면 유해물질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생물농축’ 현상을 일으킨다. 공동 연구자인 영국 플리머스대의 리처드 톰프슨 교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인 인간이나 포유류에게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생존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을 운반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브라운 박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하수처리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하수처리 방식으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 조사를 벌인 호주 연구진이 사우스웨일스 주에서 벌인 실험에 따르면 세탁 직후의 생활하수와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을 비교한 결과 마이크로플라스틱 함유량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악마의 시대가 다가왔다.” “아니다. 세계경제는 다시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세계 경제의 두 거물이 엇갈린 진단을 내렸다. ‘가치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 SFM(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최근 각각 세계 경제위기와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함의에 대한 소신을 역설했다. 소로스 회장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혼돈과 충돌이 난무하는 ‘악마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최악의 경우 세계 금융시스템 붕괴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마르크시즘의 몰락과 비교될 만한 경제적 혼란”이라며 “서구사회는 향후 10년간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로스 회장은 미국보다 유럽 회복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유럽이 무너지면 모든 게 붕괴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은 환부를 수술하지 않고 봉합하기에만 급급하다”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받아들이고 중국엔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조언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지난해 분노와 저항의 파장이 점점 거세져 계급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며 비관론을 보였다. 반면 버핏 회장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비판적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그는 “미국이 갈수록 나아질 것을 100% 확신한다”며 “주택시장이 활기를 찾으면 미국 경제는 급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경제 부흥은 유럽과 제3세계에도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경제 회생을 위한 해법으로 ‘희생의 공유(shared sacrifice)’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버핏세’로 불린 부자 증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자유시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와 상위계층이 나서 경제 회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하게 세금을 걷고 이익을 적절히 분배하면 자본주의는 여전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스템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단이 엇갈리며 두 거물의 투자 처방 역시 달랐다. 소로스 회장은 금 관련 자산을 대폭 처분하고 금융주도 상당수 매각했다. 수동적으로 기존 자산을 사수하려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현재의 재앙을 모면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유럽 회생은 확신한다”며 유럽, 주로 이탈리아 장기채권은 20억 달러를 사들였다. 단기투자의 귀재답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버핏 회장은 철도 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IBM 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착실히 이윤을 낼 건실한 회사에 투자한다는 철칙은 변함없다”는 의미다. 두 거물에게서 몇 가지 닮은 점도 엿보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두 사람 모두 ‘매우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산을 최대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열정도 같았다.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인 두 사람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도 낙관했다. 버핏 회장은 “몇 가지 실수가 있었지만 무난히 재선에 성공해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로스 회장은 “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행보지만 재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레닌의 부활은 결코 아니다. 자유시장경제가 종말을 맞은 건 더더구나 아니다. 그러나 태생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영이면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혜택은 맘껏 누리는 ‘신(新)국가자본주의 기업’들이 21세기 들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사실 국가자본주의는 그다지 신선한 개념은 아니다. 레닌이 사회주의 건설의 토대로 산업 국유화를 주창했을 때 국가자본주의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단계로 찬양됐다. 이어 냉전시대에 공산진영이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제3세계 국가를 비난할 때 국가자본주의는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모델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다 1991년 소련 해체 뒤 시장경제가 승리를 선언하며 국가자본주의는 자연스레 역사의 유물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는 최근 다시 돌아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3∼2010년 세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자본투자 총액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국영기업들로부터 나왔다. 2010년 기준 수익대비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무려 4곳이 국영이거나 정부가 주도하는 반민영기업이다. 신국가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주자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다.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자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약 80%를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도 2005년 이후 기업공개(IPO)를 시도한 회사 가운데 15위 안에 중국 국영기업이 5개나 된다.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만만치 않다. 각각 자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62%와 38%를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국영기업 비율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높아졌다. 공산국가였던 중국 러시아와 달리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21세기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기업이 운영하던 에너지나 금융 부문을 국가에 귀속시켜왔다. 이를 바탕으로 브라질은 지난해 세계 경제 순위에서 영국을 제치고 6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브라질의 선전에 영향을 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말레이시아 등도 적극적인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붐’처럼 일어난 새로운 국가자본주의는 과거 자본주의 대척점에 섰던 공산주의 계획경제와는 전혀 다르다. 굳이 따지면 ‘하이브리드(이종 혼합)’에 가깝다. 정부가 소유하거나 자본을 댔지만 사실상 자유시장 경제 체제 아래에서 민영기업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시기적으로 이들 국영기업은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덕을 많이 봤다. 기존 거대 민영기업들이 부침을 겪는 사이 국가의 비호 아래 최대한 한파를 피하면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신국가자본주의가 당분간 위세를 떨치겠지만 결국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시장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국가자본주의 모델을 채택하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지만 세계시장을 이끌 ‘창의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유시장의 종말’(한국판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저자 이언 브레머 씨는 “이들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자유시장의 이점만 챙겼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글로벌 경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양자역학의 기본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가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피직스(물리학)’ 인터넷판은 16일 “오스트리아 빈 공대의 하세가와 유지(長谷川祐司) 조교수와 일본 나고야대 오자와 마사나오(小澤正直) 교수 공동연구진이 이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1927년 발표해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와 중성자 같은 미세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입자의 위치나 속도를 재려면 빛을 입자에 닿도록 해야 하는데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파장이 짧은 빛을 사용하면 빛의 에너지로 입자가 튕겨나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를 재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쓰면 위치의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치와 속도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재려고 하면 다른 한쪽의 오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 원리.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측정 대상의 위치나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예언한 중력파를 현대까지도 검출하지 못한 것도 이 이유다.그러나 연구진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의 ‘스핀’이란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위치와 속도에 해당하는 두 종류의 스핀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했으며 오차는 불확정성 원리를 나타내는 수식의 허용 범위보다 작았다. 이는 오자와 교수가 2003년 스스로 만든 수식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오자와 교수는 “작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양자역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