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美 경기회복 확신” vs 소로스 “악마의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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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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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거물 상반된 세계경제 진단

“악마의 시대가 다가왔다.” “아니다. 세계경제는 다시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세계 경제의 두 거물이 엇갈린 진단을 내렸다. ‘가치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 SFM(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최근 각각 세계 경제위기와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함의에 대한 소신을 역설했다.

소로스 회장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혼돈과 충돌이 난무하는 ‘악마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최악의 경우 세계 금융시스템 붕괴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마르크시즘의 몰락과 비교될 만한 경제적 혼란”이라며 “서구사회는 향후 10년간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로스 회장은 미국보다 유럽 회복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유럽이 무너지면 모든 게 붕괴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은 환부를 수술하지 않고 봉합하기에만 급급하다”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받아들이고 중국엔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조언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지난해 분노와 저항의 파장이 점점 거세져 계급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며 비관론을 보였다.

반면 버핏 회장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비판적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그는 “미국이 갈수록 나아질 것을 100% 확신한다”며 “주택시장이 활기를 찾으면 미국 경제는 급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경제 부흥은 유럽과 제3세계에도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경제 회생을 위한 해법으로 ‘희생의 공유(shared sacrifice)’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버핏세’로 불린 부자 증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자유시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와 상위계층이 나서 경제 회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하게 세금을 걷고 이익을 적절히 분배하면 자본주의는 여전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스템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단이 엇갈리며 두 거물의 투자 처방 역시 달랐다. 소로스 회장은 금 관련 자산을 대폭 처분하고 금융주도 상당수 매각했다. 수동적으로 기존 자산을 사수하려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현재의 재앙을 모면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유럽 회생은 확신한다”며 유럽, 주로 이탈리아 장기채권은 20억 달러를 사들였다. 단기투자의 귀재답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버핏 회장은 철도 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IBM 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착실히 이윤을 낼 건실한 회사에 투자한다는 철칙은 변함없다”는 의미다.

두 거물에게서 몇 가지 닮은 점도 엿보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두 사람 모두 ‘매우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산을 최대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열정도 같았다.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인 두 사람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도 낙관했다. 버핏 회장은 “몇 가지 실수가 있었지만 무난히 재선에 성공해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로스 회장은 “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행보지만 재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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