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브리태니커’ 2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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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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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인쇄본 발행 중단… 온라인판 업데이트로 전환

백과사전의 대명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사진)이 244년 만에 종이책 발행을 중단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영문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가 2011년 수정판을 끝으로 더는 인쇄본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32권으로 발행된 마지막 수정판에는 지구온난화와 인간유전자 프로젝트가 마지막 ‘새로운 주제’로 추가됐다.

1768년 영국에서 세 권 분량으로 처음 발행된 브리태니커 사전은 19세기 후반까지 일부 학자의 전유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1900년 미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일반인을 위한 교육용 대백과사전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950년대 미국에서는 차고의 스테이션왜건과 거실의 제니스 흑백TV, 서재의 브리태니커를 ‘중산층 3대 필수품’으로 여겼다”며 “방문 판매와 월부 납입이 익숙했던 20세기 학술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브리태니커의 종이 출판 중단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1990년까지 미국에서만도 해마다 12만 세트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인터넷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등장은 결정타였다. “사람들은 ‘깊고 정확한 유료지식’보다는 ‘폭넓고 빠른 무료정보’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리 마르키오니니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분석을 입증하듯 브리태니커 2010년판은 전 세계에서 겨우 8000세트가 팔렸다.

브리태니커가 쇠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을 고집하며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을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는 시민단체’라 설명한 20세기 초 정의(定意)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한 게 대표적이다. “위키피디아는 자료당 평균 4개, 브리태니커는 평균 3개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2005년 발표도 브래태니커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그러나 호르헤 카우스 브리태니커 회장은 “절판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며 “출판은 총매출의 1% 수준으로 큰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교육교재 판매(85%)와 온라인 구독(15%)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로 체질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카우스 회장은 “전문가들의 통찰이 담긴 지식을 제공한다는 브리태니커의 이념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한편 미 폭스뉴스는 “절판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마켓 이베이 등에서 브리태니커 중고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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