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입는 합성섬유, 돌고 돌아 몸에 쌓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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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때 나오는 미세입자 전세계 바다서 다량 검출… 물고기 먹는 인간도 피해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지대를 항공 촬영한 모습(위). 거대 쓰레기의 약 60%가 마이
크로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아래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출처 세일월드닷컴 BBC뉴스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지대를 항공 촬영한 모습(위). 거대 쓰레기의 약 60%가 마이 크로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아래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출처 세일월드닷컴 BBC뉴스
빨래를 할 때마다 옷에서 떨어져 나오는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뉴스는 27일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인 마크 브라운 박사팀과 영국 호주 연구진의 공동조사 결과, 합성섬유 미세물질인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인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저널 ‘환경 과학·기술’ 최신호에 실렸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크기 1mm 이하 미세 플라스틱 잔해물로 의복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 나일론 등이 주요 성분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복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최대 1900개가 배출된다. 일반 가정에서 빨래 한 번 할 때마다 수만 개씩 플라스틱 미세물질을 쏟아내는 셈이다. 이렇게 배출된 마이크로플라스틱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이번 조사 결과 남극과 북극, 적도, 영국, 인도, 싱가포르 등 18개 해안지역 모두에서 발견됐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의 눈에 띄는 피해는 일명 ‘쓰레기 섬’이나 ‘쓰레기 소용돌이(trash vortex)’로 불리는 해양 쓰레기 지대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조류를 타고 뭉쳐서 떠도는 해양쓰레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이 북단에 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경우 한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해역에 쓰레기가 퍼져 떠다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다로 흘러든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미세물질 상태로 어패류 등 해안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소화기나 호흡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스펀지처럼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에 달라붙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생물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것이다. 결국 먹이사슬을 거쳐 상위 생물로 올라가면 유해물질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생물농축’ 현상을 일으킨다. 공동 연구자인 영국 플리머스대의 리처드 톰프슨 교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인 인간이나 포유류에게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생존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을 운반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운 박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하수처리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하수처리 방식으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 조사를 벌인 호주 연구진이 사우스웨일스 주에서 벌인 실험에 따르면 세탁 직후의 생활하수와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을 비교한 결과 마이크로플라스틱 함유량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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