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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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m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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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구속’ 외신도 주목…“‘VIP1 김건희, VIP2 尹’ 농담 돌아”

    “한국인들 사이에선 ‘VIP 1은 김건희’, ‘VIP 2는 윤석열’이라는 농담이 돌았다.”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전 영부인, 부패 혐의로 구속’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뇌물수수, 주가 조작, 정치적 영향력 행사 혐의 등으로 체포된 김건희 여사는 한국 역사상 수감된 ‘유일한 전직 영부인(only former first lady)’”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이날 외신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을 비중있게 다뤘다.NYT는 한국의 다른 전직 대통령 네 명의 구속 때와는 달리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건 한국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원은 김 여사가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다고 봤다”며 “그는 지난주 법원 출석에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묘사하며 혐의를 부인할 뜻을 내비쳤다”고 구속 배경을 설명했다. AP통신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가 아닌, 남부구치소에 수감된다고 전했다.특히 외신들은 김 여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그림자 권력’으로 통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가 권력의 배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편의 대통령 재임 시절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여겨졌다”며 “‘디올백 논란’을 포함해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논문 표절로 김 여사의 석·박사 학위가 잇달아 취소됐다고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여사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에 주목했다.김 여사 논란이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확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크게 패했다”며 “(김 여사 논란이)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진단했다. CNN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뜻밖이면서도 준비가 부족한 권력 장악 시도를 감행했다”며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아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야당에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준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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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워싱턴, 노숙-범죄자로부터 해방” 800명 軍투입 밝혀

    “피에 굶주린 범죄자들과 노숙인들이 워싱턴을 점령했다. 오늘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숙인 및 범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에 주(州)방위군을 투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달 초 미 연방정부 공무원의 폭행 사건을 계기로 워싱턴의 치안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전날 노숙인 텐트 사진을 올리며 도심 미화를 문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군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그가 워싱턴을 집중 겨냥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데 대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간 민주당 텃밭인 수도를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올 6월 로스앤젤레스에도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이로 인해 과도한 군 투입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은 “우리나라 수도에서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관세·의료·교육·이민 정책에서 무능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도 범죄·더러움에서 구하는 행동”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워싱턴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에 두고, 주방위군을 치안 강화를 위해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 규정을 발동하겠다며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에 서명했다. 워싱턴의 치안 자치권을 한시적으로 중지하고, 군을 투입하는 강경 조치를 공식화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일차적으로 주방위군 800명을 배치하고 필요하면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팸 본디 법무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국방, 치안 분야 참모들을 대동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오늘 아침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수주 내 주방위군이 워싱턴의 거리로 들어오는 것을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수도를 범죄와 유혈 사태, 대소동, 더러움에서 구하는 역사적 행동”이라며 “우리의 수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모든 지역 경찰청은 각 주정부나 시정부 관할하에 있다. 다만 1973년 제정된 워싱턴 자치법에 따라 워싱턴에서는 비상 상황이 인정되면 대통령이 경찰권의 일시적 이양을 지시할 수 있다. 이는 최대 30일간 유지되고, 워싱턴 시의회 승인으로 연장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안 악화를 비상 조치의 근거로 들었다. 앞서 그는 3일 정부효율부(DOGE) 출신의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워싱턴에서 10대 청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해 피범벅이 된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코리스틴은 DOGE 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발탁돼 ‘머스크 키즈’로 불린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회견에서 이를 언급하며 “아주 혼쭐을 내야 한다. 역겹다”며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사는 슬럼가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지역치안 업무 군 장악, 권위주의 전조” 민주당이 장악한 워싱턴 시당국과 의회는 워싱턴의 범죄율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트럼프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 시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 권한에 대한 인위적 침해”라며 “폭력 범죄율이 30년 만에 최저인 상황에서 연방 경찰화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슈왈브 워싱턴 법무장관도 “이번 조치는 전례 없고, 불필요하며, 불법”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뮤리얼 바우어 워싱턴 시장은 “대통령의 권한이 꽤 광범위하다”며 이번 조치에 즉각 불응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의 권위주의 통치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CNN은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동원해 전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을 겨냥했고, 텍사스에서 공화당 하원 의석 5개를 새로 만들려 했다. 또 실업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최고 통계 전문가까지 해임했다”며 “이전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장악 시도들과 함께 보면 이번 일은 단순한 사건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W)는 “위험하고 정당성 없는 조치”라며 “지역 치안 업무를 군이 장악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전조”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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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노숙인 빌미로 워싱턴에 軍투입…‘텃밭’ 장악당한 민주당 반발

    “피에 굶주린 범죄자들과 노숙자들이 워싱턴을 점령했다. 오늘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숙인 및 범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에 주(州) 방위군을 투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달 초 미 연방정부 공무원의 폭행 사건을 계기로 워싱턴의 치안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전날 노숙인 텐트 사진을 올리며 도심 미화를 문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군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그가 워싱턴을 집중 겨냥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선 데 대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간 민주당 텃밭인 수도를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올 6월 로스앤젤레스에도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이로 인해 과도한 군 투입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은 “우리나라 수도에서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관세·의료·교육·이민 정책에서 무능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도 범죄·더러움에서 구하는 행동”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워싱턴 경찰 업무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에 두고, 주방위군을 치안 강화를 위해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 규정을 발동하겠다며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메모에 서명했다. 워싱턴의 치안 자치권을 한시적으로 중지하고, 군을 투입하는 강경 조치를 공식화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일차적으로 8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필요하면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회견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팸 본디 법무장관, 캐쉬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국방, 치안 분야 참모들을 대동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오늘 아침 주방위군을 동원했다. 수주 내 주방위군이 워싱턴의 거리로 들어오는 것을 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수도를 범죄와 유혈 사태, 대소동, 더러움에서 구하는 역사적 행동”이라며 “우리의 수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의 모든 지역 경찰청은 각 주정부나 시 정부 관할 하에 있다. 다만 1973년 제정된 워싱턴 자치법에 따라 워싱턴에서는 비상 상황이 인정되면 대통령이 경찰권의 일시적 이양을 지시할 수 있다. 이는 최대 30일간 유지되고, 워싱턴 시의회 승인으로 연장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치안 악화를 비상조치의 근거로 들었다. 앞서 그는 3일 정부효율부(DOGE) 출신의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워싱턴에서 10대 청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해 피범벅이 된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코리스틴은 DOGE 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발탁돼 ‘머스크 키즈’로 불린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회견에서 이를 언급하며 “아주 혼쭐을 내야 한다. 역겹다”며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사는 슬럼가도 없앨 것”이라고 했다.● “지역치안 업무 군장악, 권위주의 전조”민주당이 장악한 워싱턴 시당국과 의회는 워싱턴의 범죄율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트럼프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 시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 권한에 대한 인위적 침해”라며 “폭력 범죄율이 30년 만에 최저인 상황에서 연방 경찰화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슈왈브 워싱턴 법무장관도 “이번 조치는 전례 없고, 불필요하며,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뮤리얼 바우어 워싱턴 시장은 “대통령의 권한이 꽤 광범위하다”며 이번 조치에 즉각 불응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의 권위주의 통치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CNN은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동원해 전임인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을 겨냥했고, 텍사스에서 공화당 하원 의석 5개를 새로 만들려 했다. 또, 실업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최고 통계 전문가까지 해임했다”며 “이전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장악 시도들과 함께 보면 이번 일은 단순한 사건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W)는 “위험하고 정당성 없는 조치”라며 “지역 치안 업무를 군이 장악하는 것은 권위주의의 전조”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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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연계’ 의심받는 인텔 CEO, 결백 호소하려 백악관行[지금, 이 사람]

    중국과의 연계 의혹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66·사진)가 11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0일 보도했다. 올 3월부터 인텔을 이끌고 있는 탄 CEO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화교로 현재는 미 시민권자다. 그가 2009~2021년 CEO로 재직했던 반도체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를 제작하는 중국 대학 등에 기술을 이전해 수출 통제 규제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1억40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탄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중국 연계 의혹을 해명하고 인텔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임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소식통은 “탄이 미국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고 인텔의 제조 능력을 유지하는 게 국가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앞서 공화당의 대(對)중국 강경파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6일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와 인민해방군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탄 CEO가 인텔 CEO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코튼 의원은 “탄은 수십 개 중국 기업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수백 개 중국 첨단 제조 및 반도체 기업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최소 8개는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7일 트루스소셜에 “탄은 즉시 인텔을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논란이 커지자 탄 CEO는 직원들에게 “미국은 내가 40년 이상 살아온 고향이며, 최고 수준의 법적·윤리적 기준을 지켰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1959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태어난 탄 CEO는 싱가포르 난양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했다.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사 ‘월든인터내셔널’을 운영했는데 코튼 상원의원은 이 회사와 중국의 연계 의혹 또한 제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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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옆나라는 폭우… “기후재난 없었다면 운이 좋았던 것”[글로벌 포커스]

    # 지난달 4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5명이 숨졌다. 당시 이 지역에선 3시간 만에 3개월 치 강수량(250mm)에 해당하는 비가 내렸다. 인근 과달루페강 수위는 약 1시간 반 만에 1m에서 10m로 급상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거의 1000년에 한 번 있을 폭우”라고 전했다. # 지난달 27일 튀르키예 남부 도시 실로피의 기온은 50.5도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온(49.5도)을 뛰어넘었다. 고온 건조한 날씨는 산불로 이어졌고, 이날 하루에만 이 지역에서 8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대형 화재에 소방관과 구조대원 등 최소 17명이 숨지고, 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 중국 베이징에서도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어진 폭우로 4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폭우로 약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가옥 2만4000여 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지난달 폭우, 홍수, 폭염 등 극한 ‘이상 기후’가 지구촌을 덮었다. 기후학자인 존 닐슨개먼 텍사스A&M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텍사스의 폭우 강도가 2036년까지 10%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텍사스 폭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이상 기후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 켄 쿤켈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기후학)는 “다른 지역이 과거 20∼30년간 비슷한 재난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단지 다른 곳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에너지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2017∼2021년) 때부터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 왔다. 그는 올해 재집권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중국은 지난달 유럽연합(EU)과 기후협력을 맺었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2030년 이후에야 탄소 저감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각국 간 복잡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 탄소 배출 줄이기 등에서 국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시에 기후 위기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U집행위원회가 지난달 유럽 시민 2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85%가 “기후변화 대처를 국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퇴보하는 美 기후 위기 대응전 세계적으로 극한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지만 기상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연구력을 갖춘 미국의 기후 위기 대응은 퇴보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화석에너지 개발을 강조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 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1기 시절부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폄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재집권 직후부터 연방정부 구조조정이란 명분으로 관련 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대대적으로 감축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후 위기 관련 재난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기상예보와 기후 연구·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미 해양대기청(NOAA)에선 약 2000명, 국립기상청(NWS)에선 약 600명이 구조조정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텍사스주 과달루페강 범람 당시 NWS에서 홍수 경보를 발령했지만 이 지역을 관할하는 샌안토니오 지역 사무소가 곧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재난경보의 공지 시점과 대피 계획 등을 조율하는 ‘경보 조정 기후학자’가 올 4월 퇴직해 공석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선 NOAA 예산이 27% 삭감되는 등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기후과학 연구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주기로 발행돼 정책·재난 대응의 기반이 되는 국가기후평가(NCA)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 400명도 모두 해고됐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개발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부터 “우리 발밑에 있는 ‘액체 금(liquid gold)’이 다시 미국을 부유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개발을 강조했다. 반면, 태양광·풍력 에너지는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며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4일 시행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도 청정에너지 지원은 끊고, 화석연료에 힘을 싣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미국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가를 낮춰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을 가져오고,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석유 재벌 출신인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화석연료 개발을 늘려야 인공지능(AI)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 악당’서 ‘기후 리더’로 변신 노리는 중국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한때 ‘기후 악당’으로도 불린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국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64%를 중국이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에너지 전기 생산능력은 887GW(기가와트)로 미국(177GW)의 5배 이상에 달한다. 풍력에너지 전기 생산능력도 522GW로 미국(153GW)의 3배 이상이다. 지질학자 출신으로 2003년 취임한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중국 총리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밀어붙였다. 수입 원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동 정세 불안, 미국에 의한 에너지 수송로 봉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중국 지도자들이 대안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중국의 전략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지렛대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보조금과 생산 독려로 중국은 전기차를 비롯해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청정에너지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경제 동력으로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 중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압도적 선두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여전히 중국은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도 아직 절대적으로 높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82%였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산업 기반과 사회구조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는 화석연료를 포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 대응, 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야”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00년에 지구 표면 온도가 최대 4.4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기근으로 최대 300만 명이 사망하고, 연 1억6000만 명이 해안 침수로 피해를 볼 수 있다. 각국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기후 재앙을 막을 마지노선으로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평균 1.5도 상승’을 제시했지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뤼커 흐란트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02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겪게 될 기후 재난의 빈도가 이전 세대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할 거라고 전망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시대 이전 대비 1.5도 오른 현 상태가 유지되면, 2020년생의 절반 이상은 전례 없는 수준의 폭염에 평생 시달린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기후 재난은 산업화 이전 시대를 살던 1만 명 중 1명만 겪을 가능성이 있는 극단적인 기후 환경을 뜻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손실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인 뮌헨재보험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로 전 세계에서 약 1310억 달러(약 181조3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1995∼2024년까지 30년간 상반기 자연재해 손실액 평균은 약 790억 달러(약 109조3000억 원)로 올 상반기의 65.8% 수준이었다. 환경 경제학자인 박지성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1도의 가격’에서 “평균 기온이 1도 더 높은 국가의 1인당 소득은 평균 8%가량 낮다”고 밝혔다. 자연재해에 따른 손실뿐 아니라, 기후 변화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실제로 미 시카고대 연구진이 인도 제조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공장 실내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생산성이 2∼4%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올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이끄는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의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 대응이 경제적 이점과 직결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때”라고 가디언에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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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라운드 덕 美증시 반등”… “경제충격 이제 시작” 반론도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턴베리 체제여러 국가가 다자협상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 투자 등을 합의한 방식. 턴베리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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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제 트럼프 ‘턴베리 체제’… ‘WTO 30년’ 종료”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 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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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 채찍’으로 美중심 무역질서 새판…자유무역 회귀 힘들듯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을 각각 0.5%포인트씩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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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트럼프 라운드”…美, WTO 30년 체제 종식선언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기고문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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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반도체 관세전쟁’ 시작… “美공장 못짓는 中이 진짜 타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상호관세’에서 ‘품목관세’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 동부 시간 7일 0시 1분(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된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 전쟁 2라운드’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 기반이 있거나 생산을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혀 각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은 이 발언의 정확한 의미와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 “행정명령 나오기 전까진 불확실성 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관련 발언은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신규 투자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6000억 달러(약 834조 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투자를 단행하는) 애플 같은 기업들에 희소식은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약속했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유명했던 터라 관세 면제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만 관세가 면제되는지,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한 기업이라면 미국 외 생산 물량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면제 혜택을 받는지 등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본보 인터뷰에서 “(미국 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 관세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과 타결한 통상 협상에서 “반도체·바이오 분야는 미국의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혜국 대우 약속을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 뒤집기 등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혜국 대우 약속에 따르면 우리는 당연히 최소한의 반도체 관세를 부과받아야 하지만 한미 무역 합의 관련 문서가 나오거나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투자가 충분한 것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의존하는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이 있을 만큼 재정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진짜 목표는 中” 분석도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TSMC를 보유한 대만 또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류징칭(劉鏡清)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은 7일 국회에서 “TSMC는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면제 대상”이라며 “선두 주자가 경쟁자들과 같은 출발선에 선다면 결국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TSMC는 올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3개, 첨단 패키징 시설 2개 및 연구개발 센터를 추가로 건설해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30조9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화웨이,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미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해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이번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들은 면제 대상이 아니기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나 화웨이가 만든 제품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에 적극적으로 생산시설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기업이 관세 면제 혜택을 볼 경우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어려움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WP, “소비재 가격 인상시킬 수 있어” 반도체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도체 관세가 스마트폰, 주방용품, 자동차 등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소비재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기업들이 결국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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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 기존 관세에 15% 추가” 日 “합의와 달라” 뒤늦게 비상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이틀 앞둔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등이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대미(對美) 투자가 “미국에 주는 선물이자 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관세 여파로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소비 및 고용이 위축되는 ‘관세발(發) 경제 충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세이고, 제조업 부문 고용은 올 4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경고음도 나온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일본에선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일괄 15%가 아닌 기존 관세에 15%를 더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무역 합의 내용이 문서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이 같은 논란이 더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 美 실효 관세율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7일 발효되는 관세율을 반영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을 18.4%로 집계했다.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에 25% 이상의 상호관세율을 통보한 뒤 시장 개방과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지난달 말 무역 합의를 맺었다. 최근 경제지표상 고관세가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5일 미 상무부는 6월 무역 적자가 602억 달러(약 83조7000억 원)로 전달보다 16%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도 6월 관세 수입이 272억 달러(약 37조8000억 원)로 1년 전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하지만 미국의 관세 수입 증가는 기업들이 더 큰 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한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업들이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상품 비축을 서둘렀다”며 “그 결과 상품 수입이 급증해 3월 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인 1383억 달러(약 192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또 갈수록 기업들의 상품 주문이 줄면서 미국의 6월 수입은 전월 대비 4%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 4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들어 2.7%로 높아진 것. 특히 장난감과 의류같이 주로 미국 밖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관세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점차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성장·고용지표 적신호고관세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경제 성장률과 제조업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1∼6월) 미국 경제 성장률은 1.2%(연율 환산 기준)로 1년 전(2.8%)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미국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수도 지난달 1만1000개가 줄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재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은 연간 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도 이어져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이 각각 0.5%포인트씩 낮아지고, 국내총생산(GDP)도 0.4%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미 제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는 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부과로 자동차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등에서 차를 만들거나, 부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는 뜻이다.● 日, ‘일괄 15%’ 아닌 ‘15% 추가 관세’에 비상일본은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일괄 15%’가 아닌 ‘기존 관세에 15% 추가’인 것으로 확인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아 품목마다 각각 다른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FTA체결로 사실상 무관세였기 때문에 15% 관세를 제외하면 추가관세는 없다.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양측이 기존 관세와 상호관세를 합해 최대 15%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대통령령과 5일 연방관보를 통해 공표한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르면 일본은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특별 조치 대상에 들지 못했다. 이에 일본은 미국에 수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5일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난달 31일 대통령령이 나온 뒤) 미국 측으로부터 ‘EU와 같은 대우(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를 받게 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며 “미국 측에 설명을 요구하고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금융기관의 융자나 대출 보증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일본 기업에 장점이 없으면 협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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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15%’ 트럼프 상호관세 오늘부터 발효

    미국이 전 세계 68개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취임 직후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한 고율의 ‘트럼프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도 10%에서 15%로 오른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7일 발효되는 관세율을 반영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18.4%에 달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1∼6월) 미국 경제성장률은 1.2%(연율 환산 기준)로 1년 전(2.8%)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재의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오르고,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은 0.5%포인트씩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로 큰 고비는 넘겼다. 특히 4월부터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됐던 주력 수출품 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이 15%로 낮아진다. 다만 비관세 장벽, 농산물 개방, 대미 투자 펀드 등을 놓고 미국과의 추가 협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중 반도체 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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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의약품 관세 최고 250%까지 올릴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대해 최고 2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5일(현지 시간) 밝혔다. 또 지난달 30일 미국이 한국과 타결한 무역 협상을 통해 한국이 자동차 시장을 개방했고 이 덕분에 “앞으로 미국산 자동차를 많이 팔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수입) 의약품에 처음에는 소액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 혹은 1년 반 안에 150%로 올리고, 그 다음엔 250%까지 갈 것”이라며 “의약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초에도 “의약품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인터뷰에선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거론한 것이다. 그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음 주 안에 새로운 반도체 관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주요국과 맺은 무역 합의 결과를 자찬하며 한미 무역 협상 결과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폐쇄된 국가였는데 이제 우리는 한국에 자동차,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팔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정말로 한국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나라들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약속한 대(對)미국 투자가 ‘미국에 주는 선물이자 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날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6월 무역적자가 602억 달러(약 83조7000억 원)로 한 달 전보다 16% 줄었다고 발표했다. 2023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적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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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베이다이허 비밀회의’ 돌입… 시진핑 4연임 등 권력구도 논의

    중국 최고 지도부가 여름휴가를 보내며 비공개로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위직 인사, 대미 무역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다음 달 초 전승절 행사 등의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비리 등으로 숙청된 인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주요 보직에 어떤 인사들이 기용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월 시작된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절반이 지난 가운데 그의 4연임 여부를 포함해 향후 중국 권력 구도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질지도 관심이다.● 휴가지서 모여 비공개 현안 논의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는 3일 시 주석의 위임을 받아 베이다이허에서 휴가 중인 전문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이날 전했다. 차이 서기는 중국 서열 5위로,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최측근이다. 그는 “전문가 인재는 당과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교육·인재·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해 당과 국가사업 발전에 새로운 더 큰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첨단기술, 철학,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와 기초연구 분야 청년 인재들이 베이다이허에 초청됐다고 CCTV는 전했다.베이다이허는 중국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km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의 바닷가 휴양지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겸한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열흘 동안 중국 최고 지도부와 국가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사, 외교, 경제 등 각종 국가 현안을 논의한다. 참석자와 의제는 물론이고 개최 여부조차 알리지 않은 채 비공개로 진행된다. 다만, 고위급 인사가 베이다이허에 모인 전문가들에게 인사를 전했다는 보도로 개최 사실을 짐작해 왔다. 이날 차이 서기의 동향 보도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시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 대부분이 베이다이허에 모이는 만큼, 회의 기간 중국 최고 지도부의 공개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다. 중국 외교부도 매일 진행하던 정례 브리핑을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엔 열지 않는다. 올해 브리핑 중단 기간은 4일부터 15일까지다.● 10월 열릴 4중전회 ‘사전 회의’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선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공산당은 10월 말쯤 최고 권력 기구인 중앙위원회의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열기로 했다. 4중전회에서 제15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을 다룰 예정인 만큼, 사전 회의 성격의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이 내용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대미 무역 협상 및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논의될 수 있다.4중전회에서도 다뤄질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리 혐의로 낙마한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원회 주임과 3월 이후 자취를 감춘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거취와 후임자 임명은 향후 중국 군부 내 권력 구조를 전망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2028년 3월까지 임기인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나 후계자 임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다만, 베이다이허 회의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시 주석 집권 뒤 당내 집단 지도 체제가 약화됐고, 원로들의 발언권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오랫동안 베이다이허는 정치 일정이 한산한 시기에 중국 지도자들이 모여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됐지만, 이제는 여름휴가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매년 8월 허베이성 친황다오 바다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열리는 비공식 중국 지도부 회의. 국가의 중대한 정책과 인사 등을 열흘간 비공식적으로 논의. 구체적인 회의 일정과 의제는 비공개.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여름휴가를 겸한 회의를 베이다이허에서 처음 가지면서 중국 지도부의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음.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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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TT→WTO→FTA→美 관세… ‘美우선주의’로 무역질서 재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으로) 우리가 과거에 가졌던 무역 체제를 되찾지 못하게 됐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 모두 교역과 정보기술 등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경제 정책의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1947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을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WTO·1995년), 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거치며 확장된 80여 년간의 다자간 자유무역주의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맞았다는 점을 뜻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힘의 논리’에 기반한 양자 협상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지만 각국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크루그먼 교수 또한 “최근 캐나다와 유럽이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자 협정이 많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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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전 세계 68개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각기 다른 상호관세를 부과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동부 시간 7일 0시(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부터 발효된다. 올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외치며 예고했던 고율 관세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했던 다자간 자유무역주의 체제가 사실상 끝나고 각자도생의 보호무역주의가 중심인 새로운 국제 통상 질서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트럼프식 ‘국가별 맞춤형 관세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하루 전 무역협상을 타결한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15%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불공정한 무역 체계로 인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그 원인은 전부 또는 대부분 해외에 있다”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특정 국가가 자국 상품을 제3국으로 보내 미국으로 ‘우회 수출(transshipping)’하는 일을 막기 위해 40%의 징벌적 관세 조항까지 신설했다. 우회 수출을 즐겨 활용하는 중국을 겨냥한 동시에 중국 제품의 핵심 경유지인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를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진단했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인도, 캐나다, 브라질, 중국, 멕시코 등은 아직 관세 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韓-日-EU ‘15% 관세’ 7일 시작… 타결 못한 캐나다 35%-브라질 50%[트럼프 관세 시대] 다자간 무역주의 대신 ‘새 통상 질서’러 원유 대거 수입 인도엔 25% 관세… 美가 무역 흑자 낸 英엔 10% 부과‘트럼프식 경제동맹 지도’ 새로 그려美 물가와 내년 중간선거 승패따라, 관세 정책 기조 달라질 가능성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서명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을 통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한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EU)처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나라 △인도 캐나다 브라질 대만처럼 아직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나라 △중국 멕시코처럼 협상 타결을 유예한 나라 등 세 그룹으로 사실상 분류했다. 기존 통상 및 외교 문법을 무시하고 관세 중심의 ‘트럼프식 경제 동맹 지도’를 새롭게 그린 것이다. 그는 올 1월 재집권 후 동맹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대대적인 통상 압박을 이어 왔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는 모두 교역국의 불공정한 무역 체계 때문이므로 미국에 대한 각종 관세, 비(非)관세 장벽을 철폐하라고 압박했다. 미국 동부 시간 7일 0시(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부터 적용될 상호관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유지됐던 다자 무역주의 체제 대신 ‘누가 미국에 이익이 되는가’를 새 무역 규범으로 삼은 ‘트럼프식 무역 정책’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식 국제 무역 질서 도래 백악관은 지난달 31일 웹사이트에 세계 69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공개했다. 다만 이 69개국에서 관세 협상을 체결한 나라와 아직 협상을 체결하지 못한 나라는 구분하지 않았다. 기한을 정해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 올 4월 관세보다 관세율을 더 올린 캐나다 등도 69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전 세계적으로 200개국 이상의 통상·관세팀이 (우리에게) 접촉을 시도했다”며 “우리는 핵심 무역 파트너를 (협상)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했고, 18개국 가운데 3분의 2와 맞춤형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부과된 관세를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각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많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으로 미국 투자를 늘리고 미국산 상품과 에너지 또한 대거 구입하기로 한 한국 일본 EU 등은 비교적 낮은 15%의 관세를 책정했다. 역시 무역 합의를 완료한 베트남(20%)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이상 19%) 등 또한 올 4월 부과된 관세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았다. 미국의 핵심 동맹이며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은 가장 낮은 10%의 관세로 결정됐다.반면 인도는 올 4월 발표된 25%의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며 러시아 제재에 나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캐나다는 아예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오른 35%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마약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는데도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려는 시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이며 중국과 밀착 중인 브라질에도 50%의 관세가 적용됐다. 중국과 멕시코는 일단 현재의 관세를 잠시 유지하되 기한을 갖고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28, 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현재의 관세 유예 조치를 이달 12일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에도 올 10월 말까지 현재의 25% 관세를 적용하고 협상 실패 시 3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美 물가-중간선거 등이 관세 지속 강도 결정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9년 1월 임기 만료까지 현재의 통상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로 인한 미국 수입물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 정도,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의 성적 등에 따라 압박 강도가 조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국 우선주의, 중국과의 패권 경쟁 기조 등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면 하상응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 의회가 비준한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관세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질적으로 ‘국내 정치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관세 합의를 맺은 많은 나라들이 투자 규모, 세부 이행 방식 등을 놓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세부적인 숫자보다는 내가 이렇게 다른 나라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시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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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무역 시대 막 내리나…크루그먼 “예전 체제 되찾지 못할 것”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으로) 우리가 과거에 가졌던 무역 체제를 되찾지 못하게 됐다.”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 모두 교역과 정보기술 등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경제 정책의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1947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을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WTO·1995년), 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거치며 확장된 80여 년간의 다자 간 자유무역주의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맞았다는 점을 뜻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 주도로 출범한 GATT는 현재 세계 무역질서의 기초를 확립했다. 다자 협상, 최혜국 대우 등이 모두 GATT 체제의 부산물이다.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하고 각국이 사실상 무관세 거래를 펼치면서 글로벌 교역량 또한 급증했다. 한국은 WTO 체제의 대표적 수혜국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한국의 상품 수출은 1251억 달러(약 175조2000억 원)였지만 2023년 5배 이상인 6436억 달러(약 910조2000억 원)로 늘었다.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힘의 논리’에 기반한 양자 협상으로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지만 각국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크루그먼 교수 또한 “최근 캐나다와 유럽이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자 협정이 많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장기적으로는 ‘트럼프표 관세’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이번 관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 가구가 연 2400달러(약 330만 원)의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부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의 제조비용 또한 4.5%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올해 미국 실업률 역시 연말까지 0.4%포인트 상승해 최소 49만4000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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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커버그 “초지능 AI 눈앞… 개인 역량 높일것”

    “업무 효율성보다 개인의 일상과 삶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AI 서비스와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챗GPT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메타는 이와 다른 방향으로 AI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임을 강조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초지능 AI 개발이 이제 눈앞에 와 있다. 이 AI는 ‘개인 역량 강화(personal empowerment)’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지난달 초 인간을 뛰어넘는 역량을 갖춘 초지능 AI를 개발하겠다며 ‘메타 초지능 연구소’를 설립했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AI 인재 수십 명을 영입했다. 여기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출신의 자오성자도 포함돼 있다. 그는 메타 초지능 연구소에 합류한 뒤 수석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초지능 AI 개발 방향성에 대해 “업계의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지능 AI를 갖게 되면) 모든 사람이 각자 목표를 달성하고 세상에 원하는 것을 창조하며, 더 나은 친구가 되고 스스로 바라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도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초지능 연구소를 통해 어떤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안경 같은 개인용 기기가 일상생활 속 초지능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다. 메타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 개발에 공을 들여 왔는데, 이 같은 일상 용품이 AI와 결합해 생활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메타는 손의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손목밴드를 지난달 23일 공개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앞으로 남은 10년은 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초지능이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사회의 대다수를 대체하는 힘이 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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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만원에 산 그림, 알고보니 달리의 진품

    영국의 한 주택에서 진행된 주택 정리 경매에서 150파운드(약 28만 원)에 낙찰된 그림이 스페인의 유명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1966년 미완성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한 60세 골동품 상인은 2년 전 케임브리지의 주택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는 당시 그림 오른쪽 하단의 달리 서명에 주목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후 미술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이 그림이 1990년대 소더비 경매에 오른 적이 있는 가로 29cm, 세로 38cm 크기 달리의 진품 ‘베키오 술타노’(사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10월 케임브리지의 셰핀스 경매소가 주관하는 경매에 오를 예정인 이 수채화의 예상 판매 가격은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에 달한다. 달리는 1960년대 이탈리아 부호 주세페·마라 알바레토 부부의 요청으로 중동 민담집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 속 장면을 담은 연작 500점을 제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점만 완성됐고, 이 중 절반은 알바레토 부부가 갖고 있다 딸이자 달리의 대녀인 크리스티나에게 상속됐다. 나머지 절반은 출판사가 소유하던 중 파손되거나 분실됐다. 셰핀스 측은 이번에 경매에 오르는 작품을 출판사가 보유하다 분실한 그림으로 추정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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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만원에 산 그림, 알고보니 살바도르 달리의 분실된 작품

    영국의 한 주택에서 진행된 주택 정리 경매에서 150파운드(약 28만 원)에 낙찰된 그림이 스페인의 유명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1966년 미완성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3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한 60세 골동품 상인은 2년 전 케임브리지의 주택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작품을 낙찰받았다. 그는 그림 뒤편에 남아 있던 소더비 경매 스티커 흔적에 주목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후 미술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이 그림이 1990년대 소더비 경매에 오른 적이 있는 가로 29㎝, 세로 38㎝ 크기 달리의 진품 ‘베키오 술타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10월 케임브리지의 셰핀스 경매소가 주관하는 경매에 오를 예정인 이 수채화의 예상 판매 가격은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에 달한다. 달리는 1960년대 이탈리아 부호 주세페·마라 알바레토 부부의 요청으로 중동 민담집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 속 장면을 담은 연작 500점을 제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점만 완성됐고, 이 중 절반은 알바레토 부부가 갖고 있다 딸이자 달리의 대녀인 크리스티나에게 상속됐다. 나머지 절반은 출판사가 소유하던 중 파손되거나 분실됐다. 셰핀스 측은 이번에 경매에 오르는 작품이 출판사가 보유하다 분실한 그림으로 추정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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