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구독 68

추천

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m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국제경제87%
경제일반7%
국제일반6%
  • 파우치의 경고 “올가을 美서 코로나 재확산될 수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사진)은 올가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등이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을 기대하는 가운데 미국 대표적인 감염병 권위자가 이런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6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현재 미국의 면역 수준을 고려할 때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나 다른 변이로 재확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향후 몇 주간 확진자가 소폭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에) 충분한 집단면역이 형성돼 많은 사람이 입원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미국이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뒤따르고 있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실내 방역 규제를 대거 해제했으며 백신 면역 효과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며 이를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좋은 여건으로 꼽았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가 퍼졌던 2020년, 2021년 가을과 마찬가지로 올가을도 코로나19가 다시 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가을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확진자가 어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식품의약국(FDA)과 자문위원회가 만나서 전략을 짜고 국립보건원(NIH)이 최선의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뭐가 될지 결정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지율 45%’ 바이든, 백악관 찾은 오바마에 “옛날이 좋았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을 찾아 자신이 집권할 당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를 계승한 ‘전 국민 건강보험(ACA)’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다시 찾은 것은 2017년 퇴임 후 처음이다. 이날 먼저 연단에 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부통령’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좋았던 옛 시절이 생각난다”며 “ACA는 많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오바마케어’가 가장 맞는 말”이라고 전임자를 치켜세웠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대혼란, 4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 잦아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이날 로이터통신 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45%를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5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건강보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통령” 농담 건넨 오바마에…바이든 “좋았던 시절 생각나” 화답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을 찾아 자신의 집권 당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를 계승한 ‘전국민건강보험(ACA)’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다시 찾은 것은 2017년 퇴임 후 처음이다. 이날 먼저 연단에 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부통령’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좋았던 옛 시절이 생각난다”며 “ACA는 많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오바마케어’가 가장 맞는 말”이라고 전임자를 치켜세웠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정치적 동반자가 아닌 ‘진짜 친구’(actual friends)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당시 대혼란, 40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 잦아들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이날 로이터통신 조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45%를 기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5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한 기자에 “건강보험을 이야기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 中, 수출막힌 러 LNG 헐값매입 추진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대거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4일 보도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자회사 페트로차이나 등 대형 국영기업이 앞장서서 러시아산 LNG 현물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는 방안을 공급업체와 논의하고 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세계 주요 LNG 수입업체는 국제사회의 제재 및 평판 손상을 우려해 러시아산 LNG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일부 수입업체는 러시아산 가스를 산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 기업을 통해 LNG 구매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수입업자들은 이미 지난 몇 주간 러시아산 LNG를 활발히 구매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LNG 현물 시장에서 러시아산 LNG는 시세보다 1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산 LNG를 대폭 할인해 구매하면 중국의 냉방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가스 가격이 오르기 전 LNG 비축량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계산에 따른 행동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이런 행보를 불만의 눈초리로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인도 등 러시아와 교역을 이어가는 기업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역시 최근 한 달간 러시아 원유를 1300만 배럴이나 사들였다. 미국과 유럽이 강하게 비판했지만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인도는 원유를 헐값에 구매할 기회라며 개의치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달리프 싱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정부 관계자와 만나 “우리는 인도가 에너지 등 러시아산 수입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트코인 채굴 1900만개 돌파… 200만개 남았다

    총 발행 개수가 2100만 개로 정해진 가상화폐 비트코인 채굴량(생산량)이 1900만 개를 넘어섰다고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일 비트코인 채굴업체 ‘SBI 크립토’가 1900만 번째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이로써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은 200만 개 이하가 됐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2008년에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자산이다. 비트코인은 국가 화폐를 발행, 관리하는 중앙은행을 대신해 이용자들이 비트코인 전체 거래를 약 10분에 한 번씩 기록한다. 기록이 제대로 됐는지 입증하고 가장 먼저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푼 사람에게 그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지급한다. 이를 채굴이라 부른다. 블록체인은 10분마다 생기는 거래 기록(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2009년 시작됐다. 비트코인 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채굴업자 수에 따라 수학 연산 난이도가 바뀌도록 설계돼 있다. 복잡한 연산을 풀기 위해 컴퓨터 수백 대를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채굴업자들은 채굴 보상 및 거래 수수료 등을 받는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이 같은 조정은 2주 간격으로 이뤄진다. 가상자산 업계는 비트코인 채굴 완료 시점을 214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시점 이후 비트코인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전체 채굴이 끝나면 기록해야 할 동기가 사라져 비트코인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비트코인 희소성이 커져 가격이 상승해 수수료 기반 수익만으로도 채굴업자가 존재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견해도 있다. 해외에서는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을 국가별 전력 사용량과 비교하면 세계 27위 수준이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앞선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이달부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신문과 소셜미디어에 비트코인의 생성 방식을 비판하는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궈룽 살아온듯, AI로 되살린 ‘마지막 콘서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산하 텐센트미디어랩이 홍콩 영화배우이자 가수 장궈룽(張國榮·1956∼2003)의 생전 콘서트를 고화질(4K 해상도)로 복원해 방송했다. 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텐센트미디어랩은 장궈룽의 마지막 콘서트인 2000년 ‘레슬리 청 패션 투어’ 영상 화질을 대폭 개선해 그의 기일(忌日)인 1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텐센트비디오 등에서 공개했다. 텐센트미디어랩 측은 인공지능(AI) 기술로 당시 콘서트 영상 화질을 6배 더 선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콘서트장 어두운 조명 아래 흐릿하게 보이던 장궈룽의 얼굴과 머리카락 등을 AI가 더욱 또렷하게 만든 것이다. 이날 영상 조회수는 3시간 만에 1740만 회를 기록했다. 가수로 데뷔한 장궈룽은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패왕별희’ ‘해피투게더’를 비롯해 숱한 히트작을 남겼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그는 2003년 4월 1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의 팬들은 매년 4월 1일 홍콩을 비롯해 각지에서 그를 추모한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쟁으로 우려되는 ‘공유지 비극’[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포성 커지자 재무장 나선 선진국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군비를 늘리고 있다. 이웃 국가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보고, ‘무기 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국가안보 예산을 올해 7820억 달러(약 953조4144억 원)보다 4%가량 늘어난 8134억 달러(약 991조6973억 원)로 편성했다. 이중 국방부 예산은 올해보다 8% 이상 증가한 7730억 달러(약 942조2097억 원)인데, 1459억 달러(약 177조7500억 원)를 F-35 전투기와 B-21 폭격기 구입 등에 쓸 방침이다. 미 행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3.5% 줄인 긴축 예산으로 편성하면서도 국방 관련 예산은 늘린 것이다. 중국 재정부도 지난달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보다 7.1% 늘린 1조4504억5000만 위안(약 277조1085억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4년 12.2%를 정점으로 2015년 10.1%, 2016년 7.6%, 2017년 7.0%, 2018년 8.1%, 2019년 7.5%, 2020년 6.6% 등 매년 하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6.8%)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대강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잠자던 독일’마저 깨웠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으로서 반성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군비 강화를 자제해왔다. 그런데, 전쟁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독일은 최근 F-35 전투기 35대 구매 계약을 거의 마무리했고, 탄도미사일 방어망 구매도 타진 중이다. 또 올해 국방비를 1000억 유로(약 134조1790억 원)로 늘리고,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연간 방위비 지출 비중도 2024년까지 2%로 올리기로 했다. 이외에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등이 국방 예산을 GDP의 2%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경우 1980년대 초반 GDP 대비 3% 수준이었던 국방비 지출을 1% 수준까지 낮췄는데, 다시 이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생각지도 못한 우려해외에서는 뜻밖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군비 경쟁이 기후 변화와 환경 개선에 대한 각국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쟁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행동을 탈선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군대는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라며 국방비 예산의 증가는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를 의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가마다 쉬쉬하고 있지만, 군대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국방부가 자국 군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 300만 t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100만 t에 이른다고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GR) 단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평균 크기의 자동차 600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규모다. 미국 정부 역시 자국 군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5600만 t이라고 밝히지만, SGR은 그 양을 2억500만 t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브라운대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연구소는 2017년 미 국방부의 온실 가스 배출량이 스웨덴과 덴마크, 포르투갈 등의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을 더한 것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군수 산업의 첨단화 속에도 기름을 먹는 전차나 항공모함, 전투기는 여전히 핵심적이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전기차가 우리에게 익숙해졌지만, ‘전기 탱크’나 ‘전기 전투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각국 정부는 2015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있는데, 군수 시설은 각국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태다. 가뜩이나 국방 분야가 사각지대로 꼽혀 왔는데, 이번 전쟁으로 ‘구멍’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계화는 끝났다”이번 전쟁으로 ‘탈세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세계화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쟁은 수면 아래서 진행되던 탈세계화를 물 밖으로 꺼내버렸다. 각국이 마스크 대신 ‘방패’를 손에 쥐게 만든 것이다. 대놓고 “우크라 전쟁으로 세계화가 끝났다”고 비관하는 전문가도 있다. 연 10조 달러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30년 간 이어진 세계화에 마침표가 찍혔다”고 했다. 그는 주주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이후 유지되던 세계 질서를 뒤엎었다”며 “팬데믹 위에 겹겹이 쌓인 전쟁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이 수십 년간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전쟁 이후 경제의 중심축이 ‘세계화’에서 ‘온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탈세계화는 환경 문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먼저 자원 공급의 병목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병목 현상이 생기면 공장이 멈추니 환경에 좋은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맞다. 그런데, 전기 자동차, 풍력발전기 부품 공장 같은 친환경 산업까지 정지시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으로 친환경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과 같거나 적어 순 배출이 0인 상태)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이 10배, 충전소는 31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발전소 역시 3배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중요 원재료 생산량이 500% 증가해야 하는데, 병목 현상으로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차가워지는 국제정세, 뜨거워지는 지구탈세계화로 각국의 협력이 차가워지면 펜데믹이 끝나도 공급 병목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가 중국, 러시아 같은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원 부국’들의 갈등이 커질수록 공급망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비(非) 동맹 국가로부터는 아예 원하는 자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코발트, 리튬, 니켈,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핵심 재료인 리튬(호주, 칠레, 중국)과 코발트(콩고민주공화국, 러시아, 호주)가 상위 3개국에서 전체 물량의 80%가 생산되고 있다. 전기차 내부를 채우는 구리 역시 칠레와 페루, 중국의 생산량이 절반이나 된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니켈 값이 폭등하기도 했는데, 니켈의 주요 생산지가 인도네시아(30%)와 필리핀(13%), 러시아(11%)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미사일’보다 ‘러시아 니켈’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설비 수요가 늘어날수록 배터리나 모터, 전선 등에 사용되는 광물 자원의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107m짜리 탄소섬유 재질의 해상 풍력 발전기(할리에이드-X) 터빈에는 희귀금속 소재의 자석이 100개가 넘게 들어간다. 구리선도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입된다”고 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인 우드맥킨지는 2040년 리튬 수요가 2020년의 12.5배인 375만 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물 자원의 편향된 공급은 이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탈세계화 분위기가 강해질수록 각국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산유국이 여러 대륙에 걸쳐있음에도 석유를 두고 벌어진 패권다툼이 얼마나 살벌했는지를 고려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형편없는 재정 지원”탈세계화로 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공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 문제만큼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분야가 없다. 일부 국가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소비의 60%는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기타 개발도상국들이다. 선진국들끼리 아무리 애를 써도 이들의 참여 없이는 화석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석유 수요가 2020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들은 그나마 개발도상국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면서 참여를 독려해왔는데, 최근 이 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올해 예산안 1조5000억 달러(약 1830조7500억 원)에는 10억 달러(약 1조2200억 원)의 기후 원조가 포함돼 있다. 기존에 언급됐던 규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NYT는 최근 보도에서 “백악관이 요청한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까지 매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114억 달러(약 13조9100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부분 빈곤 국가에서 가속화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이다. 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데 쓰인다. 이 때문에 유엔 ‘지속가능한 에너지 부문’ 특별대표를 지낸 레이철 카이트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은 미 의회의 예산안을 두고 “형편없는 수준, 누구 코에 붙이냐”고 꼬집었다. 전 세계 기후 재정에서 ‘축’ 역할을 기대했던 미국에 실망감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목동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워 양들에게 풀을 배부르게 뜯게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공유지인 목초지가 황폐해지다 못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는 개념이다. 당장의 성장이 급한 개발도상국이 목동처럼 화석 연료를 사용하다가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 환경 활동가는 “미국이 재정 약속을 다시 한 번 지키지 않으면, 이들 국가가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 정부 대신 나서는 글로벌 ‘큰 손’들최근 몇 년간 글로벌 금융 시장을 휩쓴 ESG 투자(환경·사회·지배구조)를 떠올릴 수도 있다. ‘큰 손’들이 정부 대신 지원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4년 21조4000억 달러에서 2020년 6월 말 기준 35조3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올해는 41조 달러, 2030년에는 130조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단위가 ‘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와 관련된 채권 발행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29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2018년 1조 원에 불과했던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도 2021년 87조 원으로 급증했다. 펀드, 채권 이외에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까지 등장하는 등 ESG 투자가 금융 시장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힘을 발휘할 만큼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논란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금융판 그린 워싱’(친환경 위장 전략)이다. 친환경에 투자하는 것처럼 포장이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지원 받아야 할 친환경 산업으로 돈이 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는 “매일 2개의 새로운 ESG 펀드가 출시되고 있는데, 그린 워싱이 동반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가 전 세계 상위 20개의 ESG 펀드를 뜯어본 결과, 펀드들은 평균 17개의 화석 연료 생산 업체에 투자하고 있었다. 미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같은 업체다. 한 펀드는 중국의 탄광 회사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성을 위해 환경 개선에 역행하는 회사들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외에 도박이나 술, 담배 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었다.● “허풍 가득한 포트폴리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줄곧 있었다. 국내에는 90여 개의 ESG 주식형 펀드가 있는데, 해당 상품의 3분의 2 가량이 삼성전자를 2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SK하이닉스나 카카오, 네이버, 삼성SDI, 현대차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대부분 구성돼 ‘무늬만 ESG 펀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국내 ESG펀드 순자산은 약 8조 원 규모다. ESG 투자의 효과성도 논란의 대상이다. 글로벌 상장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꼼꼼하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환경과 관련된 부분을 상장 회사의 자발적인 보고에 맡기는 현재의 시스템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이와 관련해 통제하지 않는 상장 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석유화학, 유틸리티, 시멘트 회사 등 5%의 회사가 전체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녹색 투자’는 해답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ESG 투자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있다. 친환경 산업에만 투자를 집중하다보면 ‘더러운 자산’이 감시망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각국의 연기금, 기관 투자자들이 석탄 회사의 투자를 철회하고 자산을 매각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나 민간 기업에서 해당 자산을 매입할 것이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길지 모른다. 기관 투자자가 자산을 팔아 치웠지만, 결과적으로 탄광은 폐쇄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회사의 수익성을 요구하는 개인 주주들에 못 이겨 생산량을 줄이지 못할 수도 있다. 수익성과 지구의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 애플처럼 글로벌 기업이 나서야정부보다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들은 ‘톱다운 방식’으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제조 공급망과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75%를 직접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5%는 2억 달러(약 2400억 원)의 복원 기금을 활용해 탄소를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이 ‘애플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따라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급망 업체는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후방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ESG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기술력을 제품 재활용에도 활용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직접 개발한 로봇 ‘데이지’로 시간당 200개의 아이폰을 분해하고 있다. 폐기된 아이폰에서 배터리와 카메라, 나사, 회로판 등을 떼어내 부품별로 분류한다. 이와 함께 금이나 은, 알루미늄, 코발트, 팔라듐 등의 소재도 다시 나눠서 새 아이폰 제작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아이폰 10만 개당 금 2파운드(약 0.9㎏)와 은 16.5파운드(약 7.5㎏), 알루미늄 2t을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품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애플은 재활용 공정에서 추출한 알루미늄을 새 제품처럼 재가공하는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 “우리는 오늘만 살지 않는다” ‘펩시콜라’로 잘 알려진 미국 식음료 제조업체 펩시코도 눈여겨볼만하다. 달고 짠 가공식품을 팔던 펩시코는 2000년대 중반부터 ESG를 비즈니스에 녹이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건강을 신경 쓰는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펩시코를 이끈 인드라 누이 전 CEO는 ‘목적 있는 성과’(PwP)라는 프로그램으로 회사를 바꿔나갔다. 우수한 재무적 성과(재무 지속가능성)와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인간 지속가능성), 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제한하기(환경 지속가능성) 등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었다. 펩시코는 매출에서 건강에 좋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6년 38%에서 2017년 절반까지 늘렸다. 같은 기간 물 사용량은 25%로 줄였다. PwP를 실시한 이후 펩시코의 순매출액은 80% 성장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플라스틱’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전 세계 쓰레기 브랜드조사’에서 펩시코는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올랐다. 펩시코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생원료 50%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펩시코의 이 프로젝트는 기업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산업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ESG 추구와 수익성이 상극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은 매년 더해질 것 같다.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SG를 ‘의무방어’가 아닌, ‘선제공격’ 전략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3
    • 좋아요
    • 코멘트
  • 말을 잃은 ‘다이하드’… 스크린 떠난다

    ‘다이하드’ ‘식스센스’ 같은 영화로 잘 알려진 미국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67·사진)가 실어증(失語症)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윌리스의 전 부인 영화배우 데미 무어와 현 부인인 모델 에마 헤밍 윌리스, 그리고 다섯 자녀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윌리스의 가족은 “브루스가 건강 문제를 겪었고 최근 실어증 진단을 받아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 일을 같이 헤쳐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어증은 주로 왼쪽 뇌 부위 이상으로 언어기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질병이다. 언어 처리 과정의 장애로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실어증이 얼마나 심하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P통신은 “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머리 부상 때문에 생기지만 느리게 자라는 뇌종양이나 퇴행성 질환 등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었던 윌리스는 고등학교 때 말더듬 습관을 고치기 위해 연극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 TV 드라마 ‘블루문 특급’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연기 인생 전환점이자 출세작은 존 맥티어넌 감독의 ‘다이하드’(1988년)다. 이 영화로 그는 단번에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떠올랐다. 5편까지 제작된 다이하드 시리즈에서 윌리스는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die hard)’ 뉴욕 경찰 존 매클레인을 연기해 인간미 물씬 나는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13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한 윌리스는 ‘아마겟돈’ ‘제5원소’ ‘식스센스’ ‘씬시티’를 비롯한 많은 영화를 흥행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연기력도 인정받아 골든글로브상 에미상 등을 받았고 2006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겼다. 윌리스의 가족은 “여러분에게 브루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소식을 공유한다. 브루스가 항상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그것(인생을 즐기는 일)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은퇴…가족들 “함께 헤쳐나갈 것”

    ‘다이하드’ ‘식스센스’ 같은 영화로 잘 알려진 미국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67·사진)가 실어증(失語症)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윌리스의 전 부인 영화배우 데미 무어와 현 부인인 모델 에마 헤밍 윌리스, 그리고 다섯 자녀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윌리스의 가족은 “브루스가 건강 문제를 겪었고 최근 실어증 진단을 받아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 일을 같이 헤쳐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어증은 주로 왼쪽 뇌 부위 이상으로 언어기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질병이다. 언어 처리 과정의 장애로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실어증이 얼마나 심하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P통신은 “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머리 부상 때문에 생기지만 느리게 자라는 뇌종양이나 퇴행성 질환 등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었던 윌리스는 고등학교 때 말더듬 습관을 고치기 위해 연극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 TV 드라마 ‘블루문 특급’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연기 인생 전환점이자 출세작은 존 맥티어넌 감독의 ‘다이하드’(1988)다. 이 영화로 그는 단번에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떠올랐다. 5편까지 제작된 다이하드 시리즈에서 윌리스는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die hard)’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을 연기해 인간미 물씬 나는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13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한 윌리스는 ‘아마겟돈’ ‘제5원소’ ‘식스센스’ ‘신시티’를 비롯한 많은 영화를 흥행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연기력도 인정받아 골든글로브상 에미상 등을 받았고 2006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겼다. 윌리스의 가족은 “여러분에게 브루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소식을 공유한다. 브루스가 항상 ‘인생을 즐겨라’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그것(인생을 즐기는 일)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31
    • 좋아요
    • 코멘트
  • 美물리화학자 마틴 포프 별세, OLED 탄생의 기반 마련

    휴대전화와 TV 등에 쓰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탄생의 기반을 마련한 미국 물리화학자 마틴 포프 박사(사진)가 27일(현지 시간)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향년 104세로 숨을 거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 2세인 포프 박사는 1918년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시립대(CUNY) 졸업 후 뉴욕대에서 연구 활동에 임했다. 1950년대 말부터 실리콘과 달리 휘어지는 소재인 안트라센과 테트라센을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1963년 전기를 이용해 안트라센에서 빛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내용을 담은 논문 ‘유기결정체의 전기장 발광’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고품질 디스플레이의 뿌리가 된 기념비적인 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프 박사는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전도성(傳導性) 고분자를 발명한 앨런 히거와 시라카와 히데키 등은 200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포프 박사는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 영국 학술원이 매년 가장 뛰어난 화학자에게 주는 데이비 메달을 받았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트렌드세터 뉴욕, ‘패션법’ 본격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년 11월 25일,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낸 광고다. 자사 제품을 구매하지 말라는 내용을, 돈을 들여 가장 유명한 매체에 광고를 내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것도 1년 중 제품이 최고로 잘 팔릴 날에 말이다. 파타고니아는 제품 생산부터 판매, 매출의 활용까지 수익보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광고도 물건을 구매할 때 깊이 생각하고 적게 소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지구는 목적이며 사업은 수단”이라는 사명과 맞아떨어진다. 앞으로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파타고니아의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전 세계 패션 수도’로 꼽히는 미국 뉴욕주(州)가 패션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입법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뉴욕주 상원과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패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법’(패션법)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법에 따르면 의류 회사는 원자재 생산부터 제조, 배송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온라인에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만 한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의류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의 관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점검하고 알려야 한다. 또 기업들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매년 사용하는 목화와 가죽, 폴리에스터 등 원자재의 양도 공개해야 한다. 근로자에게 적절한 임금을 제공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사실상의 ‘패션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다. 법을 위반한 사례가 드러나면 연 매출의 2%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샤넬의 깜짝 CEO 발탁 패션법은 본사 소재지와 무관하게 연 매출이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이고 뉴욕에서 영업을 하는 모든 의류업체에 적용된다. 샤넬, 루이비통의 LVMH그룹, 프라다 등 유럽 명품업체뿐만 아니라 패스트패션(SPA·제조유통일괄형) 업체도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알레산드라 비아지 뉴욕주 상원의원은 “뉴욕은 세계 패션의 수도로서 패션 업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규제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법이 환경뿐만 아니라 패션업계의 노동과 인권 등도 보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아지 의원은 6월 전에 법안의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NYT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노예 노동을 규제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패션 업계를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법이 통과된 국가는 없다. 뉴욕주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세계에서 첫 번째 사례가 된다는 것이다. 의류 산업에서도 ESG 경영이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샤넬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프랑스 명품 기업 샤넬은 지난해 말 인도계 영국인인 리나 나이르(53)를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샤넬 역사상 최초의 비(非)백인 CEO다. 더 놀라운 건 나이르의 이력이다. 그는 패션 업계 근무 경력이 없는 인물이다. 나이르는 바세린 로션, 도브 샴푸 등으로 유명한 영국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에서 30년을 근무했다. 유니래버는 2010년 기업 경영 가치인 ‘지속가능한 삶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친환경 생산을 도입하고, 포장재를 감축해왔다. 나이르는 유니래버에서 인사관리자를 거쳐 최연소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직원 관리와 친환경적인 생산 등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샤넬은 나이르 CEO에 대해 “진보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리더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장기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 떨어진 패스트패션 업계 사실 패션법은 명품업계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에게 발등의 불이다. 싼 가격에 물건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급 몇백 원 수준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 환경, 어마어마한 양의 원자재 투입, 각국 배송에 따른 탄소 배출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한 패스트 패션 업체의 하청사인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이 무너져 1100여 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저렴한 SPA 브랜드의 대명사인 스웨덴의 H&M(2020년 매출, 약 24조5500억 원)이나 스페인의 자라(약 3조 원)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이외에 여러 중견 업체들도 규제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옷 때문에 법까지 만들어야할까.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옷을 만드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재료들이 들어간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목화밭에 뿌려진 살충제부터 청바지 세탁물 등으로 1㎏의 직물을 만들 때 평균 23㎏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섬유 소재도 문제다. 현재 거의 모든 의류는 폴리에스터 등을 포함한 혼합 재료로 만들어진다. 천연 소재보다 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활용을 하려면 이를 분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화학적으로 분리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버리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의류 회사들이 재활용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버려지는 의류폐기물은 약 9200만 t에 달한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쾌락의 쳇바퀴’를 달리고 있다 의류 업계도 ‘지속가능성’을 약속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케네스 퍼커 플레처스쿨 교수는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지속가능한 패션은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팀버랜드의 임원(COO)이었던 퍼커 교수는 “탄소중립, 유기농, 비건부터 버섯으로 만든 요가 매트, 사탕수수로 만든 운동화 등 패션만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산업도 없다”면서 “재활용, 대여, 재사용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등장했지만 환경 개선에는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셔츠와 신발은 25년 간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 중 4분의 3은 소각되거나 매립지에 묻힌다. 개인적인 실패로도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재활용으로 재탄생한 의류는 1%가 안 된다. 중고 거래를 통한 탄소 배출량 감소율 역시 지난 10년간 연평균 0.01% 미만에 그쳤다. 패션계의 환경 개선 노력이 허울이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패션의 속성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등 기술을 향상됐지만, 유행을 예측하긴 어렵다. 무엇을 갖고 싶은지 고객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패션 재고는 불가피하게 축적된다. 상품의 일부는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를 자극한다. 마이클 스탠리 존스 유엔 지속 가능패션연합 공동 사무국장은 “더 많이 팔고 소비자들이 더 많이 구매하도록 하려는 욕구는 여전히 업계의 DNA에 남아 있다”며 “옷은 수명이 매우 짧아서 결국 쓰레기 더미로 가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패션 기업은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된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고객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퍼커 교수는 “더 효율적인 블라우스, 핸드백, 양말을 만드는 것으로는 소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더 나은 게 아니라 단지 다르거나, 저렴하거나, 빠른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기업은 성장 압박에 빠른 트렌드 변화로 고객의 소비를 부추기고, 고객은 유행에 뒤쳐지기 싫어서 또는 그냥 갖고 싶어져서 물건을 사게 된다. 그는 이처럼 원하는 만족 수준을 얻어도 곧 새로운 상태에 익숙해지며 만족 수준이 떨어지는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표현했다. 패션업계의 무한한 창의력과 고객의 욕구는 쳇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옷장을 열어본다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15년 전과 비교해 의류 보관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 낭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빨라지는 유행만큼 버려지는 옷도 많다는 의미다. 매체는 “가장 빠르게 유행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1년 내에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 ‘북한산 사나이’가 만든 파타고니아 의류 기업들도 억울할 수는 있다. 고가 브랜드도 아닌데, ‘박리다매’를 포기하라니. 조금 먹고 배 부르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를까. 파타고니아와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 속에 해답이 있다. 이들은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라는 상극을 맞대는데 성공한 회사들이다. 파타고니아는 암벽 등산가 겸 환경 운동가인 이본 쉬나드가 1973년 창업한 아웃도어 브랜드다. 원래 그는 원래 암벽 등반용 쇠못인 강철 피톤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이 피톤을 암벽에 박고 빼는 과정에서 산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루미늄 너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쉬나드는 1960년대 초반 서울에서 군복무를 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당시 틈만 나면 그는 북한산 인수봉을 올랐다고 한다. 쉬나드가 북한산에 개발해 놓은 등반 코스 두 개는 지금까지 ‘쉬나드 A길’, ‘쉬나드 B길’로 불리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2000년대 중후반부터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매출 성장률 50%를 달성했다. 2013년 이후 미국 아웃도어 시장 2위로 올라섰고,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2010년대 후반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인들 사이에서 파타고니아 플리스(Fleece) 조끼가 유행처럼 번져 ‘교복’이 된 것. 당시 “월스트리트를 걸을 때 이 조끼만 보면 누가 금융업 종사자인지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9년 일부 금융권 직원들이 이 옷을 단체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회사와 일하겠다”며 대량 주문을 거절했다. 기업의 무한 성장을 부추기는 업계에서 ‘우리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회사에 푹 빠졌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파타고니아의 ‘배기스 팬츠’의 인기를 조명하기도 했다. WSJ은 “이 재활용 나일롱 반바지는 1982년부터 파타고니아의 주류였다”며 “최근 배기스를 색상별로 모으는 수집가들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컨테이너 박스가 본사인 프라이탁프라이탁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르쿠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스위스 가방 브랜드다. 형제가 살던 낡은 아파트 창밖에는 화물용 고속도로가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먼지를 풍기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들을 주시했다. 그리고 트럭들이 덮고 있는 방수포에서 영감을 얻었다. 방수포를 재단해 가방의 몸통을 만들고, 어깨끈으로는 자동차 안전띠를 이용했다. 올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전거 바퀴의 내부 튜브로 가방 덮개의 모서리를 둘렀다. 프라이탁에서 1년에 가방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하는 재료는 트럭 천막 200t, 자전거 튜브 7만5000개, 차량용 안전벨트가 2만5000개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화물용 트럭에서 출발했지만, 프라이탁의 디자인은 현대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수포마다 광택이나 색깔, 무늬가 다르고, 거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똑같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 Z세대)가 여기에 푹 빠졌다. 이 때문에 중고 거래에서도 사용감이 있는 제품도 정가와 비슷한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프라이탁은 사업 기간이 30년이 채 안 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22개국에서 47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품질, 디자인은 기본 이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을까. 품질, 디자인부터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품질에 굉장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쉬나드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는 ‘제품 디자인 철학’이 맨 앞에 등장한다. 쉬나드와 수석 디자이너였던 케이트 라라멘디와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라라멘디는 “우리가 최고의 옷을 만들려고 한다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셔츠는 이탈리아산”이라고 했다. 그러자 쉬나드가 “그 셔츠를 세탁기와 건조기에 넣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되묻는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제품 범주를 만들고, 그 안에서 최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답게 필요한 기능을 갖췄는지, 다 기능적인지, 내구성이 있고, 수선이 가능한지 등을 세밀하게 살폈다. 프라이탁은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디자인이 더 부각되는 편이다. 스위스 ‘2011 디자인 프라이스’ 등을 비롯해 각종 디자인 대회에서 상을 탔고, 미국 현대미술관에 제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지금은 스위스 국민가방으로 불린다. 젊은층 못지않게 중장년층의 제품 구매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저렴한 제품도 20만 원이 넘어 ‘감성 쓰레기’로 불리지만, 젊은층은 이러한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 환경에 ’진심‘인 브랜드들 하지만 품질과 디자인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것들을 갖춘 제품은 수두룩하다. 답은 ‘진성성’에 있다. 환경에 ‘진심’인 회사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심한다는 것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차세대 소비자로 꼽히는 Z세대 중 90%가 ‘브랜드가 환경 이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ESG의 정석’으로 불릴 만하다.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선언한 파타고니아는 1993년 플라스틱 빈 병으로 신칠라(인조 양모) 재킷을 만들었고, 1996년에는 모든 면제품을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직물로 대체했다. 또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재품 재사용과 수선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연 매출액의 1%를 매년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제품이 많이 팔리는 만큼 기부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또 사내 임팩트 투자펀드를 통해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전반에서 ESG가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한다. 쉬나드는 “공급업자에게 ‘유기농’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목화나 기타 농산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목화를 키운 농부부터 조면공, 방적공, 후가공 업자까지 모두 체크해야 한다는 의미다. 파타고니아는 이를 제3자 인증까지 받고 있다. 불의를 참지 않는 자세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2018년 1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가량을 기업 감세 정책으로 절세하자, 1000만 달러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 단체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의 안녕과 건강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세금을 줄였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직원들에게 환경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환경 캠페인을 위해 전 세계 직원이 문을 닫고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회사는 환경 문제와 관련된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걸 용인해준다. 심지어 비폭력 평화 시위를 하다 잡혀가면 회사에서 보석금을 대신 내 줄 정도다. ● “우리 재킷은 준비됐는데, 로켓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진 용감한 창업가도 있다. 영국의 쌍둥이 형제 닉과 스티브 티드볼이 2015년 창업한 의류 브랜드 볼레백(Vollebak)은 2019년말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본사 앞 옥외광고판에 “우리 재킷은 준비됐는데, 로켓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라는 내용의 광고를 올렸다. 자사의 제품을 ‘화성 여행’ 때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처럼 읽힌다. 볼레백의 ‘숙면 보호막 재킷’은 빛과 소리, 불필요한 자극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어서 숙면을 돕는다. 하루 16번 일출을 경험하느라 심각한 수면장애를 안고 사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이 탐낼 만하다. 디자이너 겸 운동선수였던 이 쌍둥이 형제는 의류 업체 대표보다 발명가에 가까워보인다. 낮에 태양광을 충전하고 밤에는 체온을 보호해주는 ‘태양열 충전 재킷’은 2018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 ‘그래핀 재킷’도 있다. 이는 높은 열전도성을 가진 그래핀 소재를 섬유에 코팅해 만들어졌다. 네팔에서 어떤 사람이 트레킹을 하다가 길을 잃었는데, 이 재킷 덕분에 밤을 무사히 보냈다는 일화도 있다. 타임이 2020년 꼽은 혁신 제품 ‘풀 메탈 재킷’도 볼레백 제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구리에 닿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옷은 11㎞의 구리 원사로 만들어졌다. 금속이라 딱딱할 듯한데, 부드럽고 신축성도 좋은데다가 방수와 방풍까지 된다고 한다. 인류의 구할 재킷으로 불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쌀 것 같다. 이 쌍둥이 형제의 철학도 파타고니아, 프라이탁 못지않다. 인류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들은 ‘100년 컬렉션’을 만들었다. 100년 동안 입을 수 있는 후드티, 조끼 등을 제조한 것이다. 엄청난 내구성을 지녀서 칼로도 찢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2019년에는 식물성 티셔츠까지 내놓았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 티셔츠에는 유칼립투스, 너도밤 나무, 미세조류 등이 소재로 사용됐다. 땅에 묻으면 12주 안에 완전히 생분해돼 곤충이나 지렁이의 밥이 된다. 심지어 미세조류는 직접 재배했다. 옷이 해졌거나 싫증이 나서 더 입고 싶지 않을 때는 집 앞 마당의 흙 속에 묻으면 된다. ● “우리의 유일한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력이 더 빛나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만, 황사가 짙게 낀 날만, 코로나19 같은 질병이 불어 닥쳤을 때만 진심으로 지구를 걱정한다. 지난달 유엔이 발표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직설적이다. ‘언제까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염원들이 우리의 유일한 집을 방화했다”고 했다. 또 “인류가 생존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투자에 대한) 지연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기후 변화가 20년 전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파괴적이고 광범위하다고 분석했다. IPCC의 보수적인 추정에 따르면 세계는 100년 전보다 1.1도 따뜻해졌다.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5년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점검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치를 1.5도로 삼고 있는데, 각국이 NDC를 달성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 말이 되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이 2.4도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이 30% 가량 뚝 떨어지는 우리 몸처럼, 생태계도 온도 변화에 따라 엄청난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모든 육지 종의 18%가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한다. 4도 올라가면 50%가 생존을 위협받는다.● 곤충겟돈(insectageddon)과 경제학자 생태계에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 이변 탓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전국적으로 벌통 50만 개 이상, 100억 마리가량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졌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벌들이 밖에 나갔다가 못 돌아온 ‘월동 폐사’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따라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날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개화 시기인 봄이 짧아져 벌들이 활동할 시간이 줄어든 데다 가을에는 저온현상으로 벌들이 많이 크지 못했다. 겨울잠에 들어간 벌들은 12월 고온현상으로 일찍 바깥에 나왔다가 체력을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성장하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농작물 생산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더 심층적인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곤충겟돈은 얼마나 현실적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곤충겟돈’(insectageddon)은 곤충과 ‘선과 악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이라는 의미의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조어로 보인다.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 열대림에서 꾸준히 곤충과 거미를 잡았는데, 1977년과 2013년 사이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중량이 준 것을 발견했다. 끈끈이로 포획한 곤충의 양도 30분의 1∼60분의 1로 감소했다. 곤충의 감소는 이들을 먹이로 삼는 척추동물에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는 어느 하나 단순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고스란히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와인 생산자들은 기온 변화로 포도 재배지를 조금씩 옮기고 있다. 와인 포도가 기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파 밸리 와인 업계는 최악의 더위와 물 부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ESG를 신경 쓰지 않거나, 정부 규제·여론을 피하기 위해 ‘그린 워싱’(친환경 위장 전략)을 펼친 일부 기업들이 뜨끔할만한 대목이다. 어쩌면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ESG 관련 항목이 생겨날지 모른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판단될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서 성장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유럽연합은 해외 기업들에게까지 ESG 규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의 저서에 언급된 내용 중 인상 깊은 한 줄을 전한다. “유한한 지구 위에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친 사람이거나 경제학자일 것이다.” (미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25
    • 좋아요
    • 코멘트
  • 베이조스 前부인, 해비탯에 5300억

    미국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8)의 전부인 매켄지 스콧(52·사진)이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해비탯에 4억3600만 달러(약 5300억 원)를 기부했다고 AFP통신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콧이 2019년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최대 규모다. 스콧의 기부금은 미국의 84개 자매 기구로 분산돼 유색 인종 거주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조너선 렉퍼드 해비탯 국제본부 CEO는 “그의 기부는 인류를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이든, 러 제재 발빼는 인도에 공개불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초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에 가입한 인도가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바이든 행정부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도는 국경을 맞댄 중국과 파키스탄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러시아와 손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전투기 250대, 잠수함 7척, 탱크 1200대 등을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태평양에는 통일 전선이 있다. 인도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는 강경한 입장”이라며 쿼드 가입국 중 유일하게 인도가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사실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또한 19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인도가 러시아에 한층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모디 총리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유엔에서 수차례 발의된 러시아를 규탄하는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 나토,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동맹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인도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3번의 전쟁을 치렀다. 북부 라다크에서는 중국과 국경분쟁도 벌이고 있다. 원유 소비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 또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척을 질 수 없게 만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모디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나타난 유가 상승이 인도의 도전을 가중시켰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뜻을 비쳤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쿼드’ 동맹국, 러 제재 가담해야”…美, 인도에 공개적 불만 표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초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에 가입한 인도가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바이든 행정부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인도는 국경을 맞댄 중국과 파키스탄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러시아와 손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전투기 250대, 잠수함 7척, 탱크 1200대 등을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태평양에는 통일 전선이 있다. 인도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는 강경한 입장”이라며 쿼드 가입국 중 유일하게 인도가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사실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기시다 후미오(田文夫) 일본 총리 또한 19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인도가 러시아에 한층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모디 총리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유엔에서 수차례 발의된 러시아를 규탄하는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 나토,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동맹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인도는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3번의 전쟁을 치렀다. 북부 라다크에서는 중국과 국경분쟁도 벌이고 있다. 원유 소비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 또한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척을 질 수 없게 만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모디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나타난 유가 상승이 인도의 도전을 가중시켰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뜻을 비쳤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22
    • 좋아요
    • 코멘트
  • ‘디Z털 세대’의 시간은 ‘틱톡’ 흐른다[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원정 씨(26)는 1년 반 만에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전세계 4060만 명(팔로워)을 홀렸다. 틱톡에서 ‘원정맨’으로 불리는 그의 무기는 ‘15초’짜리 영상들. 서 씨는 하루 2번 영상을 올린다. 대단한 기법은 없다. ‘유쾌’와 ‘재미’가 전략이라면 전략이랄까. 해외에서 올라온 가벼운 실험들을 재치있게 따라하거나 K팝, 남미풍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영상을 올리면 멕시코, 독일 등 각국 이용자들이 댓글과 이모티콘을 단다. 수많은 ‘리액션’들이 순식간에 꼬리를 문다. 10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서 씨는 “Z세대는 재미를 공유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며 “평범한 청년들이 틱톡에서는 특별해진다”고 했다. ● 스타벅스 CEO보다 더 번 ‘틱톡 스타’ 찰리 디아멜리오(18)는 2019년부터 춤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그의 팔로워는 1억3780만 명. 디아멜리오가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1750만 달러(약 217억 원)에 달한다. 수익은 자신의 의류 브랜드와 여러 광고에서 나왔다. 그의 언니 딕시(21)도 틱톡 스타다. 지난해 1000만 달러(약 124억 원)를 벌어들였다. 틱톡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인플루언서 1, 2위를 이 자매가 차지했다. 디아멜리오의 수입은 글로벌 대기업 CEO들을 넘어선다. 지난해 미국 석유 업체 엑손모빌의 데런 우즈(1560만 달러),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1470만 달러)보다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아멜리오의 지난해 수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소속된 기업 CEO의 보수 중간값인 1340만 달러(약 167억 원)보다 25% 높다. 보수는 연봉, 보너스, 퇴직금,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WSJ은 “틱톡 스타가 TV, 영화에 진출하는 등 틱톡이 성공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숫자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 10억 명을 홀린 ‘15초’ 플랫폼 전세계가 틱톡으로 난리다.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2016년 9월 선보인 짧은 동영상(숏폼·Short-form) 플랫폼이다. 15초 전후의 영상들을 찍어 서로 공유한다. 틱톡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틱톡에 매달 접속하는 이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가 나오고 5년 만의 기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10억 명의 사용자를 달성하는데 약 9년 걸렸다. 인스타그램은 8년, 유튜브도 7년이 걸렸다. 지난해 웹사이트 방문자 수 1위도 틱톡이 차지했다. 글로벌 콘텐츠전송망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틱톡이 구글을 밀어내고 2021년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2020년 7위에서 대폭 순위가 상승했다. 현재 틱톡에는 시간당 5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405조 원까지 뛰었다. 틱톡은 2017년 11월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월간 순 이용자수는 300만 명 수준. 국내 Z세대 인구가 대략 5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2~3명 중 한 명은 틱톡을 쓰고 있는 셈이다. ● “페이스북은 ‘나이든 사람’의 영역”여기까지 읽고 ‘틱톡이 그렇게 인기가 많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젊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9년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세대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을 두고 ‘나이든 사람(old people)의 영역이 됐다’고 표현했다. 매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텍스트(글자)보다 시각적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는 경향인데, 특히 ‘영상’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전을 경험한 세대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2019년에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설문한 내용을 보면 10대의 60% 이상이 매일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유튜브를 본다고 답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쓰는 비율은 각각 34%, 23%에 불과했다. 이후 3년 동안 틱톡은 인스타그램을 넘어선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페이스북은 10대를 통째로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전 페이스북) CEO는 최근 “틱톡이 이미 경쟁자로 자리 잡았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개별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텍사스A&M대와 중국 저장대(浙江大)가 지난해 발표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소셜미디어의 성공에 관한 연구’ 논문은 페이스북이 네트워크 관리나 사회적 감시 성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인스타그램은 인상 관리나 창의성 표현이 집중돼 있고, 트위터는 정보 수요에 따라 주도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동기가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2004년 미 하버드대에서 ‘대학생 인맥 쌓기용’으로 탄생한 페이스북의 이용자들이 더 이상 10대가 아니라는 점도 반영된 듯하다. ● ‘숏폼 시대’글자에서 사진, 영상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소비 트렌드도 틱톡의 성장 배경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짧은 동영상’을 추구하는 Z세대의 잠재 수요를 틱톡이 잘 파고들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영상이 대세가 된 건 유튜브가 먼저 증명했다”며 “젊은층은 영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는 전반적으로 콘텐츠를 쪼개서 제공하는 추세가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웹툰’이다. 웹툰은 종이로 된 만화책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꾼 뒤, 이를 나눠서 연재하는 콘텐츠다. 한 편을 보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몇 편을 모으면 만화책 한 권 분량이 된다. 물론 현재는 웹툰 작가가 따로 있고, 처음부터 웹툰용으로 제작된다. 이 같은 짧은 콘텐츠는 이동 시간이나 잠들기 전 등 ‘틈새시장’을 꿰뚫고 있다. 영상 소비도 비슷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숏폼’(10분 이하 영상) 시청 비율은 2019년 71%에서 2020년 82%까지 늘었다. 물론 Z세대가 극단적으로 짧은 영상만 보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롱폼’(10분 이상 영상) 시청 비율도 10%에서 52%로 껑충 뛰었다. 한 시장조사업체(Horowitz Research)의 최근 연구에서도 Z세대가 짧은 영상 못지않게 긴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선도자’가 ‘추격자’로어찌됐든 짧은 영상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메타와 유튜브도 숏폼 트렌드에 합류했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 8월 미국, 브라질 등 50여 개 나라에 숏폼 서비스인 ‘릴스’를 내놨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 앱에서 릴스 기능을 통해 15~30초 분량의 영상을 촬영·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을 검색해 삽입할 수 있다. 증강현실(AR) 필터로 배경을 바꾸고, 특수효과 기능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2월 한국에 릴스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도 ‘쇼츠’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숏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0년 인도에서 초기 버전을 출시하고, 지난해 3월 미국을 거쳐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쇼츠의 최소 영상 길이는 5초에서 1분으로 다른 플랫폼보다 훨씬 짧다. 유튜브 음악 라이브러리에 있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역시 지난해 3월 숏폼 동영상 서비스 ‘패스트 래프’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내놓았다. 넷플릭스 영화나 TV 프로그램 중 회사가 고른 영상을 30초가량 요약해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방식이다. ● 속도로 대변되는 ‘디Z털 세대’그렇다면 Z세대는 왜 짧은 영상을 선호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Z세대의 특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Z세대에게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연결돼 있었다. 또 언제든,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존재했다. ‘본투비 소셜’과 ‘모바일 네트워크’ 속성이다. 온라인에서 외국인과 소통하고 해외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하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Z세대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참상이 이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바로 디지털 세상에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모바일과 PC를 함께 쓰면서 자라나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Z세대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책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저자 제프 프롬 퓨처캐스트 대표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Z세대는 실제로 뇌 구조가 그 이전 세대와 다르다”며 “밀레니얼이 2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고 12초의 집중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Z세대는 5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면서 8초 정도의 집중력을 가진다”고 했다. 강력한 디지털 제어 능력을 가지지만 집중력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웬만큼 흥미롭지 않으면 Z세대를 오래 잡아 두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틱톡 팔로워 4060만 명을 보유한 서원정 씨는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짧은 단위인 15초를 안 넘기려고 한다”며 “더 길어지면 영상을 보다가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젊은층의 ‘초 단위 인내심’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의 물류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부터 창고를 곳곳에 두는 등 물류망을 공격적으로 확보했다. 제품이 배송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젊은층의 ‘주문 취소’가 많아 손실이 발생한 것이 배경이었다.● Z세대가 틱톡과 사랑에 빠진 이유Z세대가 틱톡을 사용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는 지난해 틱톡의 3가지 강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엔터테인먼트 가치’다. Z세대는 재미있고, 단순한 경험을 즐기는데, 틱톡이 이를 잘 만족시켜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틱톡 앱을 들어가 보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동법이 단순하다.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나온다. ‘좋아요’나 ‘댓글’도 곧바로 누를 수 있다. 전성민 교수는 “시가총액 47조 원의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데이팅 앱 ‘틴더’를 보면 ‘좋아요’, ‘싫어요’, ‘채팅창’ 이렇게 조작법이 굉장히 간단하다”고 했다. 이렇게 단순한 조작법은 즉각적인 피드백과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더 많은 활동을 유발한다. 전 교수는 “유튜브 역시 영상 하단에 바로 반응을 전달할 수 있는 ‘좋아요’, ‘싫어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짧은 형태의 다양성’이다. 짧은 비디오 클립의 끝없는 스크롤은 Z세대를 오랜 시간 앱에 머물게 만든다. 포레스터는 틱톡 영상을 ‘끝없는 강과 같다’고 표현했다. 1분도 안 되는 영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서원정 씨는 “15초라는 시간에 ‘맥락’을 고민해서 담는다”며 “수많은 영상들에 제각각의 개성이 담겨있다”고 했다. 심지어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재테크 등 재정 조언을 받기도 한다. WSJ은 16만3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22세 청년 롭 실즈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인기 있는 주식과 좋은 주식을 찾는 방법, 거래 전략 등을 틱톡에서 전하고 있다. 미국 어린이 용돈관리앱 ‘그린라이트’ 설립자인 팀 시핸은 “젊은이들이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질만한 금융 교육 자료가 거의 없다”며 “소셜미디어로 눈을 돌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고, 이를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포레스터가 꼽은 틱톡의 마지막 장점은 ‘긍정적인 자기 표현’이다. 포레스터 조사에서 Z세대 응답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틱톡의 긍정성”을 꼽았다. 이들은 “앱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틱톡에서는 가수 지코의 노래 ‘아무노래’의 안무를 따라하는 ‘아무노래 챌린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Z세대의 창의력이 발현된다.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노는 세대다. 더 재밌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콘텐츠를 재가공한다.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기에 ‘틱톡’이 제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악도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영상에도 음악을 많이 입힌다. 일부 가수들은 신곡 발표를 틱톡에서 먼저 하기도 한다. ● 해외서 커지는 중독 걱정긍정적인 부분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걱정이다. 올해 초 미국의 한 리서치 기업은 “Z세대의 20%가 틱톡에서 매일 5시간 이상을 보낸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디지털을 ‘공기’처럼 여기는 세대다. 틱톡 이외에 유튜브 사용량도 많다. 다른 연령대가 카카오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과하다고 비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유해한 콘텐츠’다. 해외에서는 틱톡이 미성년자를 성(性)이나 마약, 극단적인 콘텐츠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은 “틱톡의 많은 (성적인) 동영상에 ‘18세 이상’이라고 달려있는 태그가 거의 없었다”며 “틱톡에서는 현재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13세인지 21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섭식장애가 급증해 문제가 됐는데, 틱톡이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산되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증가하면서 신체 이미지에 더 집중하는 청소년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트레이시 리치몬드 하버드 의과대학 소아과 교수 겸 보스턴 아동병원 섭식장애 프로그램 책임자는 “섭식장애 환자의 입원이 전염병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전염병 기간 동안 사회적 고립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유명인사들의 미디어 게시물이 영향을 미친듯하다”고 했다. 미 의회 의원들도 지난해 말 열린 청문회에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틱톡의 즉각적인 대처틱톡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틱톡은 유해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틱톡은 지난해 2분기(4~6월)에만 전체 게시 영상의 약 1%인 8150만 개의 동영상을 커뮤니티 기준과 서비스 약관 위반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중 94.1%는 사용자가 신고하기 전에 틱톡 자체 모니터링으로 제거했다. 또 87.5%는 게시 이후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거했다고 틱톡은 설명했다. 이 수치는 직전 분기(81.8%)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다. 이외에도 부정확한 소식의 확산을 막고, 온라인 언어폭력 등을 막기 위해 댓글 여러 개를 한 번에 삭제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틱톡 약관에는 사용자가 최소 13세 이상이어야 하고, 18세 미만 사용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특정 콘텐츠 종류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콘텐츠를 계속적으로 보게 되는 우려가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유출보다는 알고리즘에 대한 걱정이 훨씬 많은 편이다.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꺼지지 않는 ‘알고리즘 논쟁’ 불씨WSJ은 지난해 틱톡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영상을 얼마나 오래 보는지에 따라 계속 스크롤 할 수 있는 더 많은 영상이 노출되며, 이 과정에서 자살이나 자해를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해 말 ‘틱톡 알고리즘 101’이라는 제목의 틱톡 내부 문서를 공개하면서 알고리즘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내보냈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고 트랜스패런시’를 설립한 기욤 샬로는 “이 시스템은 시청 시간이 핵심이란 것을 의미한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보다 사람들을 중독시키려고 한다”고 NYT에 우려를 전했다. 그는 알고리즘이 몇 시간 안에 이용자의 음악적 취향이나, 신체적 매력, 기분 상태, 마약 복용 여부 같은 민감한 정보 등을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보는 이용자를 더 구체적으로 공략할 수 있고, 더 중독 되게 만드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틱톡의 내부 문서를 검토한 NYT는 틱톡의 시청 시간이 알고리즘이 고려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동영상에 점수를 매기는 간단한 방정식을 제시했다. ‘이용자의 좋아요 × 영상의 좋아요 + 이용자의 댓글 × 영상의 댓글 + 평균 재생시간 × 해당 동영상의 재생시간 + 이용자의 재생 × 영상의 재생’ 이는 기계 학습과 실제 사용자 행동에 대한 예측이 좋아요와 댓글, 재생 시간의 연산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방정식을 기반으로 모든 동영상에 점수가 부여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동영상을 사용자에게 내보낸다.(실제 방정식은 더욱 복잡하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이용자가 특정 동영상을 좋아해도 앱은 계속 비슷한 영상만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재밌어도 계속 보면 지루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틱톡이 ‘마법의 코드’를 해독했다?알고리즘에 대한 의심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NYT의 요청으로 내부 문서를 검토한 줄리언 맥올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컴퓨터과학 전공 교수는 “추천을 위해 (틱톡이) ‘마법의 코드’를 해독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본 대부분은 꽤 정상적인 것 같다”며 틱톡의 알고리즘이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NYT도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없었다고 마무리 지었다. 틱톡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콘텐츠 안전성 문제나 알고리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틱톡 같은 글로벌 미디어를 통해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틱톡은 이에 대해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가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며, 싱가포르에 추가 서버를 두고 미국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틱톡은 최대 동영상 제한 시간을 3분에서 10분으로 늘리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어른’들의 우려 속에서도 당분간 Z세대들은 이곳을 ‘일상의 놀이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소셜미디어가 숏폼 경쟁에서 승리할 때까지.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9
    • 좋아요
    • 코멘트
  • ‘거짓말로 인터뷰’ BBC, 다이애나빈 비서에 배상

    영국 공영방송 BBC가 거짓말로 성사시킨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사진) 인터뷰와 관련해 잘못된 취재를 인정하고 다이애나의 비서에게 배상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BBC는 이날 성명에서 “1995년 마틴 바시르 기자의 인터뷰로 인해 다이애나의 당시 비서 패트릭 제퍼슨이 입은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제퍼슨은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마침내 결론에 도달해 안도가 된다”고 밝혔다. 당시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된 이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는 남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현 부인)와 불륜 관계라고 밝혔다. 인터뷰 이후 퇴직 대법관인 존 다이슨 경이 조사를 한 결과 해당 인터뷰가 거짓말로 성사됐다는 사실이 지난해 5월 드러났다. 당시 바시르는 가짜 은행 입출금 명세서를 만들어 다이애나의 동생 스펜서 백작에게 접근해 “다이애나 측근들이 돈을 받고 그녀를 감시하고 있다”고 속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스펜서 백작이 누나인 다이애나에게 바시르 기자를 소개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이 가짜 서류에 도용된 이름이 제퍼슨 비서였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 “中, 러 지원땐 책임 물을 것”… 中 “허위사실로 압박”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중 정상의 접촉은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 시간)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양국 간 경쟁의 관리 방안 등 공통의 우려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입장을 가늠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美 “러 지원 안 돼” vs 中 “중립적 위치”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이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거나, 서방 제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통화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제재 등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부른 데 이어 17일에는 ‘살인 독재자’ ‘폭력배’라고 칭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러시아 지원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은 지속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 주석이 자신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러시아를 지원하다가 서방의 제재를 불러와 경제난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할 것이란 미 국무부 발표에 “미국의 일부 인사가 허위 사실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열거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식품과 침낭인가, 기관총과 포탄인가”라고 반문했다.○ 北 미사일 도발-대만 문제도 논의이날 통화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한반도 안보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 동참하고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지역 내 안보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관심이 고조되는 대만 문제 등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이번 미중 정상의 통화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화상회담에서 양국이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했지만 인권, 무역 등 구체적인 의제에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두 정상은 각각 부통령,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즈음 여러 차례 회담을 나누는 등 안면이 깊은 사이지만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바이든 “中, 러 군사·경제 지원 안돼”…시진핑 “우린 중립적 위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 시간) 오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중 정상의 접촉은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 시간)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양국 간 경쟁의 관리 방안 등 공통의 우려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입장을 가늠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美 “러 지원 안 돼” vs 中 “중립적 위치”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이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거나, 서방 제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통화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제재 등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부른 데 이어 17일에는 ‘살인 독재자’, ‘폭력배’라고 칭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러시아 지원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은 지속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 주석이 자신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러시아를 지원하다가 서방의 제재를 불러와 경제난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할 것이란 미 국무부 발표에 대해 “미국의 일부 인사가 허위 사실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열거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식품과 침낭인가, 기관총과 포탄인가”라고 반문했다.● 北 미사일 도발-대만 문제도 논의이날 통화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한반도 안보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 동참하고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지역 내 안보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관심이 고조되는 대만 문제 등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이번 미중 정상의 통화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화상회담에서 양국이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했지만 인권, 무역 등 구체적인 의제에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두 정상은 각각 부통령,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즈음 여러 차례 회담을 나누는 등 안면이 깊은 사이지만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 거짓말로 인터뷰 성사…BBC, 다이애나비 비서에 사과하고 배상

    영국 공영방송 BBC가 거짓말로 성사시킨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인터뷰와 관련해 잘못된 취재를 인정하고 다이애나비의 비서에게 배상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BBC는 이날 성명에서 1995년 BBC의 마틴 바시르 기자의 인터뷰로 인해 다이애나비의 당시 비서 패트릭 제프슨이 입은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제프슨은 “25년도 더 지나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마침내 결론에 도달해 안도가 된다”며 “다이애나비를 기려 배상금을 어린이 호스피스병원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상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된 이 인터뷰는 시청자가 22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세간을 이목을 끌었다. 다이애나비는 인터뷰에서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 복잡했다”며 남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현 부인)와 불륜 관계라고 밝혔다. 인터뷰 이후 다이애나비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은 취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BBC의 요청으로 퇴직 대법관인 존 다이슨 경이 조사를 한 결과 해당 인터뷰가 거짓말로 성사됐다는 사실이 지난해 5월 드러났다. 당시 바시르는 가짜 은행 입출금 내역서를 만들어 스펜서 백작에게 접근해 “다이애나비 측근들이 돈을 받고 그녀를 감시하고 있다”고 속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스펜서 백작이 누나인 다이애나비에게 바시르 기자를 소개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이 가짜 서류에 도용된 이름이 제프슨 비서였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 러 볼쇼이 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푸틴의 우크라 침공 비판 후 망명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로 꼽히는 올가 스미르노바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31·사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뒤 네덜란드로 망명했다고 영국 BBC 등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2011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볼쇼이 발레단에 입단해 주역으로 활약했다. 조부가 우크라이나인인 스미르노바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전쟁에 반대한다. 다른 러시아 발레리나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자신 또한 4분의 1이 우크라이나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국에 대한 실망감도 내비쳤다. 그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이 세계적인 재앙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며 “내가 러시아를 부끄럽게 여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이날 “스미르노바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리나이며 함께해서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3-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