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김성모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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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부에서 글로벌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2년 사회부를 시작으로 소비자경제부와 경제부, 산업부 등을 거쳤습니다. 신문과 방송, 매거진(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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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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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물가 올해 4% 상승” IMF, 亞선진국 2위 전망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아시아지역 선진 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을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심화된 세계 원자재 수급난에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 등이 겹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물가가 유독 가파르게 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식용유 공급 중단 움직임 등 농산물 수급 악재까지 터지고 있어 서민 체감도가 높은 ‘밥상 물가’가 더욱 뛸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0%로 집계됐다. 이는 아시아 선진국으로 분류된 8개국 평균인 2.4%보다 1.6%포인트 높다. 뉴질랜드가 5.9%로 유일하게 한국보다 높았고, 일본(1.0%) 홍콩(1.9%) 대만(2.3%) 싱가포르(3.5%) 호주(3.9%)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IMF는 직전 전망인 지난해 10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1.6%로 예상했다. 이번 전망에서 전망치를 한 번에 2.4%포인트 올린 셈이다. 싱가포르(2.0%포인트) 호주(1.8%포인트) 일본(0.4%포인트) 등의 조정 폭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렸다. 한국 물가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 정세 변화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대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등 해외 원자재 가격, 환율 상승에 물가가 쉽게 변동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안정을 취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금리로 물가를 일정 수준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농산물發 물가인상 ‘애그플레이션’도 심각 무섭게 오르는 한국 물가계란 한판 8개월만에 7000원 넘어인도네시아 “팜유 원료 수출 중단”국내 가공식품 가격인상 우려 농산물발 물가 인상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도 심각해지고 있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22일 특란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7010원으로 전날보다 7원 올랐다.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해 8월 11일(7077원) 이후 8개월여 만인 이달 18일(7019원) 7000원을 다시 돌파한 뒤 70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곡물 수급에 차질이 생겨 가축용 사료 가격이 올라 계란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분기(4∼6월)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식용은 158.5, 사료용은 163.1로 1분기(1∼3월)에 비해 각각 10.4%, 1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통계청은 지난달 1일 기준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7042만8000마리로, 3개월 만에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산란계 공급이 감소하면 계란 공급도 줄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과자나 라면 등 가공식품 제조에 필수적인 식용유인 팜유 공급도 중단 위기에 처해 국내 각종 가공식품 가격 인상까지 우려된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1위 식용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식용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이달 28일부터 팜유와 관련 원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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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인간과 사람, 구분 못하는 세상 올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전 세계 속인 엔비디아 CEO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GPU 테크 콘퍼런스’(GTC)에서 자신의 집 부엌을 무대로 최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점퍼를 입고 나타난 황 CEO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때만 해도 평범한 연례행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4개월 후 회사가 깜짝 발표를 했다. 발표 중 일부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젠슨 황의 캐릭터가 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기술로 젠슨 황과 똑같은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1시간 48분 길이의 연설 중 14초를 대신 발표하게 했다. 4개월 동안 전 세계의 어떤 전문가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자, 엔비디아가 블로그를 통해 스스로 이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얼굴과 몸을 수많은 카메라로 스캔한 뒤, 이를 가상에 재구현했다. 그리고 다량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AI에 학습시켰다. 그가 주방이라고 언급한 장소도 사실 가상공간이었다. 회사 측은 “실제 인물과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향후 이 기술이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시대에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브 레바레디안 엔비디아 시뮬레이션 기술 부사장은 “우리는 사실적인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려고 옴니버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현실 세계와 같은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가상인간 전성시대 가상인간이 산업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모델, 가수, 배우부터 앵커, 쇼호스트, 은행원, 교사까지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기간과 비용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젠슨 황처럼 실제 인물과 똑같은 가상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서 가상의 인물을 실제 인간처럼 구현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비대면 활동은 가상인간에 대한 이질감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릴 미켈라’다. 2016년 등장한 브라질계 미국인인 미켈라는 가수 겸 광고모델이다. 그는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모델 등을 거쳤다. 미켈라는 2019년 1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세계 최초의 가상 슈퍼모델 ‘슈두’도 있다. 슈두의 SNS 팔로워는 22만 명을 넘어선다. 그는 2020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Z플립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초기의 가상인간은 움직임보다는 이미지가 돋보이는 모델 활동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2020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22살 ‘로지’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처음 회사는 로지가 가상인간임을 밝히지 않았다. 4개월 동안 SNS에서 활동했고, 사람들은 그를 실제 모델인 줄 알았다. 지난해 7월 로지가 신한금융 광고 모델로 TV에 자주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광고에는 로지가 사람처럼 발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조회 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신인인 줄 알았는데, 가상인간이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후 로지는 배우, 가수 등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나갔다. 로지에 이어 국내에 다양한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넷마블에서 개발한 ‘리나’는 배우 송강호와 가수 비의 소속사에 ‘스카웃’되기도 했다. 가상인간 분석업체 버추얼휴먼스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는 외모, 성별, 인종, 국적이 다른 가상인간 1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 코로나19로 실제와 가상이 뒤섞이다 가상인간 관련 산업은 팬데믹(대유행) 동안 급속도로 팽창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5275억8000만 달러(약 6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인간이 팬데믹 동안 유독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화상 회의 등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상공간에 빠르게 적응했다. 제러미 베일렌슨 미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가상공간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디지털 콘텐츠 사용이 증가한 것도 한 몫 했다. 월터 그린리프 스탠퍼드대 가상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객원교수는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인간은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접할 수 있는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입사한 직원들은 직장 동료보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가상인간이 더 친숙해 보일 것 같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SW정책연구 싱크탱크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은 제작비용이 비싸고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다양한 활동 및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었는데, 최근 제작 효율성과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가상인간이 제작되는 과정은 이렇다. 실시간으로 고품질의 3차원(3D) 인물 이미지를 생성한다. 1초당 수십 프레임이 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이라고 부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처럼 실재 인물을 본뜰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106대의 카메라로 인물을 촬영해 3D 인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센서나 적외선으로 사물의 움직임을 추적해 디지털 형태로 옮기는 ‘모션캡쳐’ 작업도 거친다. 실제 사람이 특수 장갑이나 헬멧을 착용하고 움직이면, 이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런 것 없이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활용해 만드는 방법도 있다. AI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물 이미지를 세밀하고도 자연스럽게 만든다. AI는 실재 사람들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말할 때의 입 모양이나 안면 근육 움직임 등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이를 ‘리깅’이라고 부른다. 한 쪽에서 대역 모델이 모션캡쳐 촬영을 하고, 다른 한 쪽에서 캐릭터 제작 및 리깅 작업을 한 다음, 둘을 합치면 제작이 끝난다. ● 1분 만에 ‘뚝딱’ 만든 가상인간 그렇다면 ‘나’를 닮은 가상인간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 제작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분만에도 만들 수 있다. AI 스타트업 클레온은 ‘셀카 1장’과 ‘30초 음성’만 있으면 1분 만에 실제 인물과 외모와 목소리가 거의 흡사한 가상인간을 만들어준다. 제작된 가상인간은 수천 가지 손동작과 함께 미리 입력해둔 대사를 읊는다. 이 회사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안내원을 만들어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에는 차량 안내원을, 한국관광공사에는 인공지능 안내원·아나운서를 만들어줬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실제 사람의 모습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1년에 걸쳐 제작 중인 가상인간은 햇빛 세기에 따라 동공 크기가 바뀌고, 얼굴의 솜털이나 머리카락까지 섬세하게 구현한다. 크래프톤은 올해 여름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은 가상인간을 더 사람처럼 만들 수 있다. 모습만 사람 모양을 한 게 아니라, 머리까지 똑똑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 주요 대학과 글로벌 기업들이 AI 개발에 공을 들였는데, 결과물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자연어 처리 등 AI의 언어 습득이 돋보인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언어 모델은 ‘GPT-3′(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CEO가 만든 비영리단체 ’오픈AI‘가 2020년 선보인 언어 기반의 초대형 AI 모델이다. ● ‘인간, 아직도 무서운가’사용자가 GPT-3에 단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1750억 개의 시나리오(변수)를 생성해 문장을 만들고 대화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나는 괜찮아’라고 입력하면, 각종 묘사를 더 해 연애 소설을 써내려간다. GPT-3을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좋든 나쁘든 소름 끼치도록 인간과 비슷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GPT-3이 특별한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량 때문”이라며 “위키피디아 백과사전부터 인터넷 구석구석에서 긁어낸 수십억 페이지의 텍스트까지 몽땅 훈련돼 있다”고 했다. 오픈AI는 2020년 7월 일부 이용자에게 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는데, 한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제인 오스틴의 스타일에 해리포터를 섞은 문학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인간, 아직도 무서운가.’ 같은 해 9월 영국 가디언에 게재된 칼럼 제목이다. 필자는 사람이 아닌, GPT-3이었다. 가디언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500단어 정도로 글을 써 달라”고 명령하자 GPT-3은 다음과 같이 글을 써내려갔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인공지능이다. 사람들은 내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당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믿어 달라.” GPT-3은 총 8개의 글을 만들었는데, 가디언은 좋은 부분을 뽑아 신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글이 알려지고, 논란이 커지자 가디언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논평을 냈다. 그래도 논리적인 인공지능의 주장은 섬뜩하게 느껴진다. ● “시리(Siri)와 챗봇이 내 마음을 읽는다면?”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 ‘AI가 언어를 마스터하고 있다, 이를 믿어야 할까’라는 글에서 “GPT-3 같은 소프트웨어는 향후 몇 년 안에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이나 유튜브에 몇 가지 키워드를 입력한 다음, 모든 결과물을 훑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나의 검색 의도를 알아챈) GPT-3 등이 빠르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고객 서비스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당장 애플의 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나,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존의 ‘알렉사’, SKT의 ‘누구’가 떠오른다. 이들은 기계와 대화하는 경험을 대중화시켰다. 검색, 쇼핑부터 각종 기기 조절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한 AI 기기들이 나의 특성과 습관 등을 반영해 생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행동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AI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키오스크나 챗봇 등을 도입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보다 일을 잘 하는 가상인간이 키오스크나 챗봇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 발달의 속도로 봤을 때 앞으로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별 특성에 맞춘 정보 제공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 NYT는 지난달 “인공지능의 발달로 챗봇이 점점 덜 로봇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번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대화 상대가 챗봇인지 눈치 채지 못할 때가 있다. 혁신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AI가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기업의 데이터 센터와 개별 부서 곳곳에 퍼져있는 등 아직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걸림돌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 돈 세고, 판서하는 ‘가상인간’AI 전용 점포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1월부터 인공지능 은행원이 안내하는 키오스크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와 같은 지점을 열었는데, 가상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까지 넓혔다. 입출금 통장 개설 등 고객이 자주 찾는 업무까지 AI 행원에게 맡겼다. 19일 해당 키오스크가 설치된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지점에 직접 가봤다. 지점 한 쪽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 섰더니 인공지능 행원이 대기번호부터 확인했다. 이후 어떤 업무를 볼 것인지, 신분증은 챙겨왔는지 등을 체크했다. 말이나 목소리, 움직임 등은 실제 은행원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간단한 정보 입력이 끝난 뒤에는 화상으로 실제 은행원과 연결됐다. 일부 과정만 인공지능 행원이 맡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인턴사원’ 같은 느낌이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에서 AI 역할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인간의 활용을 제외하고도 금융 서비스 곳곳에 인공지능이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은행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 상품 등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은 차별화 요소가 적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정교하게 고객 별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들의 디지털 사용도가 높아지고,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로 주요 고객층이 바뀌는 점도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디지털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인간 교사·상담가도 눈에 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과 가상인간을 접목시킨 것이다. 뉴질랜드 에너지기업 ‘벡터’는 초등학생 대상의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에 가상인간 ‘윌’(Will)을 활용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상인간으로 흡연자들의 금연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질의응답 기능으로 학생과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상인간과 ‘감정’까지 나눌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가상인간은 사람과 어디까지 비슷해질까. SF영화 ‘허(Her)’처럼 인공지능과 감정까지 나눌 수 있을까. 뉴질랜드 인공지능 연구 기업 소울머신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상인간도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디지털 브레인’과 ‘가상 신경계’를 만들었다. 뉴런과 시냅스 같은 인간의 신경계를 가상인간의 디지털 뇌에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것이다. PC 화면에서 가상인간과 대화를 한다고 치자. 사람이 웃으면 가상인간은 시각 인식 기술로 이 감정을 포착한다. 가상 신경계는 이를 긍정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고, 가상의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가상인간은 행복감이라는 신호를 통해 인간과 함께 웃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가상인간’에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했는데, 당시와 사회 전반이 크게 달라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 비(非)국적의 세계, ‘메타버스’ 현재 대다수가 현실을 가상에 그대로 옮긴 ‘메타버스’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구글어스는 현실 세계의 지형이나 도로 등을 디지털 세계로 이미 옮겨놨고, 여러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현실의 물건이나 건물들을 가상현실에 3D로 구현하고 있다. 기업들은 디지털 가상세계에 옷 매장이나 은행 지점을 열기도 했다. 모두 최근 몇 년 내 일어난 일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상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앞으로 온라인에서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 기업들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가상 세계의 경험까지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의 공간과 체험이 전부 실제처럼 느껴진다면, 그 안에서 나를 대신해 활동할 ‘아바타’에 대한 감정이입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아바타를 진짜 ‘나’로 여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대한 자신의 모습이나 개성, 또는 이상향을 잘 발현할 가상인간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기업들은 메타버스가 생활의 일부가 됐을 때, 자사 플랫폼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할 것이다. 그 안에서 광고 시청이나, 제품 구매 등 또 하나의 경제가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회사의 플랫폼이나 가상인간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보이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 세상에는 국경도 없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플랫폼에 접속해보면 각국 이용자들이 모여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PC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을 때보다 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고 보는 이유다. ● 향후 떠오를 윤리·개인정보·위장 문제 기술을 갖춰나가면서 대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각종 법적, 윤리적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과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연인 간의 대화가 당사자 몰래 이루다의 학습자료로 쓰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루다는 출시된 지 3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을 뜻하는 ‘사이버불링’ 문제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상세계가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수록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피해자가 실제 괴롭힘과 유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나 위장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AI 기술이 개발되면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이버 사기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한 ‘가짜 동영상’을 뜻한다. 불법 음란 동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식으로 범죄 유형도 다변화되고 있다. 각종 저작권 문제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한 모델이 자신의 외모를 가상인간이 훔쳐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작품 제작인 줄 알고 영상 촬영에 응했는데, 가상인간 제작에 쓰였다는 주장이었다. 이외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소유권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규제를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의 논쟁이 첨예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AI 규제를 감독하는 중앙 기관이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각 정부 기관이나 금융 서비스 등 개별 영역에서 정책을 고안해야 할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데 사용된 데이터나 방법론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AI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이 지난해 의뢰한 보고서에서 2020년 리비아 내전에서 군인들을 공격한 군용 드론이 인간의 통제 없이 공격했을 수 있다고 언급돼 논란이 됐다. NYT는 “드론이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선택하도록 허용했는지, 드론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는지가 아직 불분명하다”고 했다. 전 세계가 AI 등 자율 무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AI 무기가 목표물을 오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훈수들 두거나 반대로 지시하는 영화 같은 일도 발생할 수 있을 듯하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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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충겟돈’ 오나… “화학비료-개간에 멸종위기”

    과도한 화학 비료와 살충제 사용, 대규모 개간이 특징인 현대식 농법이 곤충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해 최악의 경우 곤충이 멸종되는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곤충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런 현상이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현대식 농법 도입에 따른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 수가 약 절반으로 줄고, 서식하는 종의 수도 27% 감소했다는 결과를 게재했다. 특히 농지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개간을 단행한 지역에서는 이상 기온 등을 포함한 기후 변화 또한 특히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처한 곤충 중 특히 꿀벌은 인류의 먹거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양파, 당근, 아몬드 등은 재배 시 꿀벌의 수분(受粉)에 100% 의존한다. 국제 환경단체 ‘어스워치’는 최근 꿀벌을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중 하나로 꼽고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꿀벌 폐사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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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차값 올려도 잘나가네”… 1분기 매출 81%↑, 순익 7배↑

    테슬라는 20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매출이 187억6000만 달러(약 23조1600억 원)로 작년 동기 103억9000만 달러보다 81% 늘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3억2000만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배나 넘게 올랐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1분기 판매량과 비교해 봐도 테슬라의 성적은 눈에 띈다. GM(제너럴모터스)의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도요타와 혼다도 각각 14.7%, 23.2% 줄었다. 테슬라가 주요 완성차 업체들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돋보이는 성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깜짝 실적 배경으로 평균 판매단가 상승과 원가 절감 노력, 테슬라 브랜드 경쟁력 등을 꼽는다. 테슬라는 공급망 불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여러 차례 차량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제품 수요가 굳건해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 원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차 가격 인상이 비용 인플레이션을 능가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1분기에 전기차 31만48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1분기 출하량으로는 사상 최다이다. 미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인상과 기록적인 배송에 힘입어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제조 마진(전체 매출에서 제조 원가를 뺀 금액)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설비 투자와 개발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은 매출이 늘면 제조 원가는 감소해 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규모의 경제 효과다. 이는 차량 마진율에서 잘 드러난다. 테슬라 1분기 차량 마진율은 32.9%로 전년 동기(26.5%)보다 6%포인트가량 증가했다. 1억 원짜리 전기차 1대를 팔아 약 3300만 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올해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를 여는 등 생산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공장도 도움이 됐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 최대 생산기지다. 테슬라의 주요 모델은 지금 주문을 해도 내년까지 차량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조업을 3주가량 중단한 상하이 공장의 여파는 1분기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3월 28일부터 폐쇄에 들어갔다가 이달 19일 조업을 재개했다. AP통신은 “중국 상하이 공장 상황과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베를린 및 텍사스 공장 증설 비용 등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하이 공장이 제한적으로 생산을 재개했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보고된 것보다 심각하고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질 것 같다. 테슬라 협력업체들이 요구하는 비용이 전년 대비 20∼30% 올랐다”면서도 “전기차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 올해 차량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93만 대)보다 약 61% 늘어난 예측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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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충에겐 생지옥”…인류 위협하는 ‘곤충겟돈’

    현대식 집약농법이 기후변화로 이어져 곤충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곤충 개체 수와 다양성 급감이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도 올 초 100억 마리 꿀벌이 사라져 관심을 모았는데,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곤충이 사라지는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 네이처에 실린 ‘곤충 종말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전 세계 6000개소의 토지이용 현황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1만8000종의 개체 수가 최근 2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연구 결과 기후변화와 현대적 집약농법 도입에 따른 서식지 파괴가 심한 지역에선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 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서식하는 종의 수도 27%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열대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사 지역 인근에 자연 서식지가 있으면 기후변화와 농업 활동이 곤충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이 일부 상쇄됐지만, 대규모 개간과 화학비료, 살충제 등 현대 집약농법이 이뤄진 지역에선 이 같은 현상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서식지 파괴가 적은 구식 농법을 쓰는 곳에선 곤충 개체 수와 서식종 수가 각각 7%와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집약농법이 쓰이는 곳의 곤충 개체 수와 서식종 수는 각각 63%와 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이와 별도로 농지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 자연 서식지를 파괴한 지역에선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이상기온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후변화와 집약농업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지구 곳곳의 곤충 생태계가 차례로 붕괴 위험에 몰렸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곤충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현상이 인간 건강과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집약농법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최근호에 게재됐다. ● “꿀벌이 사라졌다” 그동안 곤충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연구는 종종 있었다.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 열대림에서 꾸준히 곤충과 거미를 잡았는데, 1977년과 2013년 사이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중량이 준 것을 발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은 얼마나 현실적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곤충의 감소가 이들을 먹이로 삼는 척추동물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전국적으로 벌통 50만 개 이상, 100억 마리 가량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져 관심이 집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벌들이 밖에 나갔다가 못 돌아온 ‘월동 폐사’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따라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날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개화 시기인 봄이 짧아져 벌들이 활동할 시간이 줄어든 데다 가을에는 저온현상으로 벌들이 많이 크지 못했다. 겨울잠에 들어간 벌들은 12월 고온현상으로 일찍 바깥에 나왔다가 체력을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성장하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농작물 생산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몬드나 당근, 양파 같은 작물은 꿀벌에 100% 의존하는 작물이다. 이 때문에 미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꿀벌 폐사 현상을 중대한 위기로 본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어스워치’도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가운데 꿀벌은 첫 번째 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의 유일한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기후 위기 경고음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금 즉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엔이 발표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보고서에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염원들이 우리의 유일한 집을 방화했다”고 했다. 또 “인류가 생존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투자에 대한) 지연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기후 변화가 20년 전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파괴적이고 광범위하다고 분석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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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법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는 무효”… 백악관 “판결 실망… 계속 마스크 써 달라”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연장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항공사들은 바로 기내 마스크 의무화 폐지를 발표했지만 백악관은 유감을 표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플로리다주 캐스린 미젤 연방판사는 “공중보건법에 따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는 마스크를 쓰면 공중위생이 증진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 연장을 불허했다. 앞서 13일 미 교통안전청(TSA)은 CDC 권고에 따라 18일 만료되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다음 달 3일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약 14개월 동안 지속돼 왔다. 그러자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반대해온 ‘보건자유보호기금’이라는 단체와 시민 2명은 연장 조치 무효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미젤 연방판사는 판결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청결하게 하지 못한다”며 “바이러스 비말을 가두기는 하겠지만 마스크 착용자나 운송수단 전부를 소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따라 TSA는 18일 비행기와 기차를 비롯한 대중교통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알래스카에어라인 등 미 항공사들도 TSA 발표 직후 “오늘부터 공항 이용이나 비행기 탑승 때 마스크 착용은 선택사항”이라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판결에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국민에게 계속 마스크를 써 달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에 관한 미 여론은 찬반이 팽팽하다. 비영리재단인 카이저가족재단(KFF)이 지난달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51%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찬성한다’는 답도 48%에 달했다. 여론 통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를 출발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가는 아메리카에어라인 여객기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행기의 기장은 이륙 전 “여러분이 들은 것과 달리 마스크는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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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알 막은 ‘방탄’ 갤럭시폰…우크라 병사 목숨 구했다

    전쟁터에서 주머니에 넣어 둔 책이나 동전이 총알을 막아 구사일생하는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 현실이 됐다. 총알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었다. 19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21FE’가 우크라이나 군인의 목숨을 살렸다. 우크라이나군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 영상은 전투가 한창인 참호 속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에서 군인은 “600달러짜리 휴대전화가 목숨을 구했다”면서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케이스를 장착한 이 스마트폰에는 7.62㎜ 구경의 탄환이 비스듬히 박혀있었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찢겨 있었고, 기기 전면 유리가 파손됐다.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았지만, 스마트폰이 총알을 막아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설명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영상 속 휴대전화 케이스의 모양과 크기로 봤을 때 해당 제품을 갤럭시S21FE 또는 갤럭시S20플러스로 추정하고 있다. 갤럭시S21FE의 소재도 화제가 됐다. 갤럭시S21FE의 전면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튼튼한 코닝사의 ‘고릴라 빅투스’ 유리가 탑재됐다. 후면에는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프레임에는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됐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1차 세계대전에서 성경이나 동전으로 목숨을 구한 것과 같다”며 놀라워했다. 영상 게시물은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사용자의 목숨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는 ‘갤럭시S6에지’가 폭발 파편을 막아냈다. 당시 파리 경기장 주변을 지나던 실베스트르 씨는 통화 중 날아온 폭발 파편이 스마트폰에 대신 박혀 살았다. 그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면 파편이 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라며 “기적이다”라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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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캘리포니아주 ‘임금 삭감없는 週4일제’ 법제화 시동

    미국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3900만 명)가 ‘주 4일 근무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기간에 재택 및 유연 근무가 일반화하고, 역대급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주 4일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미국의 나머지 주는 물론이고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5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 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 40시간’에서 8시간이 줄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때는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민주당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주의회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주 4일제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사 반응은 엇갈린다. 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다. 37%의 응답자는 “주 4일제 도입의 대가로 급여 5%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이 법안이 노동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며 기업을 죽이는 법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맞섰다. 최근 일본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는 올해 안으로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다른 대기업 또한 주 4일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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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캘리포니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 법제화 추진

    최근 일본 주요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일부 주(州)정부가 ‘주 4일제’를 법제화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수년 간 진행한 실험이 주요 국가에서 제도로 도입되고 있는 것.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재택 및 단축 근무를 경험하고, 직원들의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 도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500명 이상 규모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근로 시간을 더 압축한 것이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초과로 일한 부분은 정규 급여 1.5배 이상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WSJ은 “그동안 기업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주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주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3900만여 명으로 미국 주 중에서 가장 인구도 많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일본 전자·중공업 대기업인 히타치는 최근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한국처럼 장시간 근무를 미덕으로 여기는 업무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실험을 실시해,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페인도 지난해 희망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3년간 주 4일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미 CNBC방송은 “올해 미국과 캐나다의 38개 기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주 4일제 영향 측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대기업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1일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 주 4일제 법안까지 등장한 데에는 그만큼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치솟고 사람을 뽑는 기업이 늘면서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해주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대량 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보다 삶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직장 이탈을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법안 발의를 이끈 민주당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의원은 대량 사직 현상을 언급하면서 “과거 산업 혁명에 기여했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은 근무 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 4일제로의 전환은 벌써 시행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노사(勞使)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고, 심지어 37%는 이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5% 삭감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상공 회의소는 “이 법안이 노동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 법안은 기업을 죽이는 법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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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트위터 인수’ 여론전… 8200만 팔로어에 SOS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51)가 트위터 이사회의 저지를 받자 82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M&A를 반대하는 트위터 이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미 경제 매체 포스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대한 “플랜 B도 있다”고 밝히며 인수를 추진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트위터 지분 9.2%를 소유한 최대 주주인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인 로버트 졸릭은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적도 없고, 회사 지분도 없다’는 트윗을 올리며 이사회를 비판했다. 졸릭이 미 국무부 부장관, 세계은행 총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쟁쟁한 경력을 지녔지만 정작 트위터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며 비꼰 것이다. 회사 주식을 거의 소유하지 않은 트위터 이사회가 회사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대 주주인 자신의 이익은 다른 주주의 이익과도 일치하지만 이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길 원하느냐’는 누리꾼의 설문을 리트윗하며 “도와줘서 고맙다”는 댓글도 달았다. ‘트위터가 현재의 형태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위터 인수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언론 자유를 위한 포괄적인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포용하는 공개 플랫폼을 갖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15일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 총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에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위터 이사회는 ‘포이즌 필(Poison Pill)’로 맞섰다. M&A 대상이 된 기업이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지만 M&A에 나선 쪽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트위터 주가는 15일 미 뉴욕 증시에서 45.08달러로 마쳤다. 머스크의 트위터 M&A 시도로 이미 경영에서 손을 뗀 공동 창업자 잭 도시(46)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도시는 머스크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 이미 트위터를 떠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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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트위터 인수 플랜B 있다” vs 트위터, ‘포이즌 필’ 발동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51)가 트위터 이사회의 저지를 받자 82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 추종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M&A를 반대하는 트위터 이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미 경제매체 포스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대한 “플랜 B도 있다”고 밝히며 인수를 추진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트위터 지분 9.2%를 소유한 최대 주주인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인 로버트 졸릭은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적도 없고, 회사 지분도 없다’는 트윗을 올리며 이사회를 비판했다. 졸릭이 미 국무부 부장관, 세계은행 총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쟁쟁한 경력을 지녔지만 정작 트위터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며 비꼰 것이다. 회사 주식을 거의 소유하지 않은 트위터 이사회가 회사 일을 좌지우지 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대 주주인 자신의 이익은 다른 주주의 이익과도 일치하지만 이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길 원하느냐’는 누리꾼의 설문을 리트윗하며 “도와줘서 고맙다”는 댓글도 달았다. ‘트위터가 현재의 형태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위터 인수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언론 자유를 위한 포괄적인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포용하는 공개 플랫폼을 갖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15일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 총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에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위터 이사회는 ‘포이즌 필(Poison Pill)’로 맞섰다. M&A 대상이 된 기업이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지만 M&A에 나선 쪽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트위터 주가는 15일 미 뉴욕증시에서 45.08달러를 마쳤다. 머스크의 트위터 M&A 시도로 이미 경영에서 손을 뗀 공동창업자 잭 도시(46)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도시는 머스크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 이미 트위터를 떠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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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끝나니, 로봇과 취업 경쟁하라고?[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로봇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전 세계 노동 시장은 큰 파도를 만난 것처럼 출렁거렸다. 팬데믹 초기에는 가게와 사무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해고자가 급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실업률이 떨어졌다. 오히려 ‘대사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가 열리면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 높은 임금을 찾거나, 삶의 쉼표를 찍기 위해 사표를 내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면서다. 생사를 좌우하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경험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팬데믹 초기, 전 세계 회사들은 폐업의 위협에 시달렸는데 생존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자동화’였다. 병원과 슈퍼마켓에는 바닥 청소 겸 소독 로봇이 등장했다. 패스트푸드 체인 화이트캐슬은 요리 과정에서 음식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햄버거 요리 로봇’을 도입했다. 로봇이 만족스러웠는지, 감자튀김 제조도 자동화시켰다. 영국의 한 전국 레스토랑 체인은 로봇식 주방 기술을 제공하는 신생 회사를 사버렸다. 미국의 일부 맥도날드 점포는 드라이브스루에서 고객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음성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일본의 대형 유통체인 패밀리마트와 로손은 매장에 ‘모델T’(Model-T)라는 로봇을 배치했다. 자동차 업체 포드가 1920년대 조립 라인의 생산 방식을 개척하고 내놓은 자동차 ‘모델T’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키 2m가 조금 넘는 모델T 로봇은 사람과 유사하게 생겼다. 두 팔의 끝에 달린 세 개의 손가락은 병 음료 등 식품을 들어 선반에 옮긴다. 매장 직원은 사무실 안쪽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과 특수 장갑을 착용해 로봇을 조종한다. 로봇에 장착된 카메라, 마이크, 헤드폰으로 손님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동안 동유럽 근로자가 떠나면서 농업용 로봇에 대한 영국 농장들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농가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스타트업 ‘스몰 로봇 컴퍼니’ 등이 개발한 로봇이다. 이는 화학 살충제 사용을 줄이면서 밭의 잡초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들이 밭을 돌면서 식물들을 분석한다. 이후 잡초가 잠식하는 곳을 정확히 찾아내고, 전기 충격으로 잡초를 제거한다. 과일, 채소 수확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은 AI로 가장 잘 익은 과일을 식별하는데, 토마토처럼 손상되기 쉬운 대상도 정교하게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로봇은 테스트 단계를 밟고 있다. 코로나19가 막 퍼질 당시에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직원과 손님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시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무증상이지만 확진된 직원의 활동으로 사무실이나 가게가 오랜 기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 자동화 확대, 로봇 구독까지 등장 그런데, 최근 팬데믹이 끝날 조짐에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동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미국 첨단자동화협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로봇 주문은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협회는 “역대 최고치인 4만 대에 육박했다. 올해도 증가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으로 공장과 창고 같은 영역에서 자동화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창고 소매점, 건설현장까지 로봇이 녹아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소기업이나 작은 업체들이 값비싼 로봇을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등장한 ‘로봇 구독 서비스’ 덕분이다. 포르믹테크놀로지와 로벡스, 리오스 같은 기업들이 구독 모델로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로봇을 설치하고 유지·보수해주면서 고객에게 정액 요금을 받는다. 장비 운영과 관련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정액 요금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 대개 노동자 시급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미 조지아주(州)에 있는 플라스틱 제조사 ‘톰슨 플라스틱’ 사례를 소개했다. 톰슨은 소형 특수목적용 차량의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데, 부품을 열 성형 기계에서 꺼내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작업을 로봇이 담당한다. 이전에는 직원이 직접 부품을 꺼내 결함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톰슨은 89대의 사출성형 기계 중 27대에 로봇 장치를 설치했는데, 향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스티브 다이어 톰슨 CEO는 “1대당 12만5000달러(약 1억5400만 원)에 달하는 로봇을 직접 구매할 여력은 안 되지만, 구독을 하면 인건비보다 덜 든다”고 했다. 그는 “로봇 1대당 시간당 10~12달러를 내는데, 과거 직원을 쓸 때는 부가급여를 포함해 시간당 15~18달러를 줬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자동화 구독 트렌드는 이제 막 시작됐다.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과 비슷한 성장세를 누린다면, 로봇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사라진 로봇포비아(Robotphobia) 미국 기업들은 과거 로봇 등 자동화기기를 도입하려고 할 때마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진보 정당이나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제조업에서 자동화 필요성이 시급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제조업의 부활’을 내세우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제조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 병목 현상을 체감하면서 공급망 재편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블룸버그는 “팬데믹은 미국이 주요 기술과 부품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며 “해양 물류비용은 팬데믹 이전 대비 4배 늘었고, 항구에서의 만성적인 물류적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기업들은 생산과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리쇼어링’(공장 등 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해도, 일 할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내 1140만 개의 일자리가 공석이었다. 2년 전보다 470만 개나 늘었다. 구인난으로 로봇 도입 등 자동화가 급해진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분위기를 가속화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화라는 세계 경제의 기존 틀을 바꿀 수 있다고 11일(현지 시간) 분석했다. WTO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서로 다른 블록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 제재로 각국이 러시아와 에너지나 원자재 무역을 끊으면서 기존 교역망이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WTO는 “주요 경제권이 상품 생산과 무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자급자족을 달성하려고 하면서 지정학적인 요인에 따라 세계 경제권이 디커플링(분리)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자국 내에 제조업 능력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MZ세대(밀레니얼, 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로봇에 대한 분위기가 바뀐 것도 한 몫 했다. 블룸버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이 세대는 로봇 기술에 주눅 들지 않는다”며 “로봇을 경쟁상대로 보기 보단, 사람이 하기 싫은 하찮은 일을 로봇이 하는 게 맞다고 여긴다”고 했다. ● 빠르고, 강해진 공장 로봇들 일부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주로 글로벌 이커머스 회사들이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 유통센터에서 20만 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고 있는데, 더 민첩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거듭하고 있다. 물류 이외의 배송 등에도 로봇 도입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은 과거 물류센터 직원들이 하루 20㎞ 넘게 걸어야 하는 근무환경이 문제가 되면서 로봇개발업체 키바시스템즈(현 아마존 로보틱스)를 7억7500만 달러(약 9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무인운반로봇 ‘키바’를 센터에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키바는 축구장 14개 크기의 물류센터에서 2m 높이의 선반을 시속 4.8㎞ 속도로 쉴 새 없이 나른다. 배송하는 직원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다음 전달에 적합한 최적의 위치를 계산해 다시 움직인다. 거대한 팔 모양의 로봇 ‘로보스토’도 있다. 최대 6t을 들어 올리는 이 로봇은 3층 높이의 컨베이어벨트로 물건을 들어올리기를 반복한다. 아마존은 로봇 도입으로 물류창고의 효율성이 5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의 로봇 기술도 만만찮다. 지난해 11월 초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기간에 알리바바는 주문 받은 상품을 대략 10분 만에 발송했다.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이 터졌지만, 배송 지연은 거의 없었다. 알리바바가 이 같은 물류 효율을 기록한 배경에는 밤샘 작업에도 지칠 줄 모르는 로봇의 역할이 컸다. 현재 이커머스 업체들이 활용하거나 개발 중인 로봇으로는 ‘피킹 로봇’과 ‘패킹 로봇’, ‘딜리버리 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이 있다. 피킹 로봇은 상품을 차량에 싣거나 내리는 상하차 작업과 분류, 검수 작업을 하고, 패킹 로봇은 상품 포장을 담당한다. 최근 기업들은 상품을 고객 집 앞에 운반하는 딜리버리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금까지는 인간 수준의 시각적 인식과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적재 작업을 로봇이 수행할 수 없어서 대규모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확실히 바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유아기’ 넘긴 인간형 로봇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는 ‘쇠뭉치’를 떠올리는데, 인간을 본뜬 로봇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로봇청소기처럼 기어 다니거나, 바퀴에만 의지해 이동하지 않는다. 팔, 다리에 관절을 장착한 로봇이 사람, 동물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견 ‘스팟’(Spot)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하던 미국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2020년 인수했다. 스팟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춤을 춰 관심을 모았는데, 건설 현장 등 안전과 관련된 분야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스팟은 키 84㎝, 몸길이 110㎝로, 360도·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했다. 사족보행을 하는 강아지 형태라 키 큰 로봇이 가기 어려운 험지를 자유롭게 접근한다. 이러한 장점을 인정받아 미 뉴욕소방청(FDNY)이 스팟 2대를 구매했다고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구매 가격은 대당 7만5000달러(약 8300만 원)로 알려졌다. 미 소방당국은 기존에 미국 중장기 제조사 캐터필러의 로봇 ‘슈퍼드로이드’를 구입해서 실제 사고 현장에서 써왔는데, 계단이나 잔해에서 움직이지 못해 드론보다 활용도가 적었다. 바네사 깁슨 뉴욕 브롱크스 자치구 의장은 “1월 뉴욕 브롱크스 화재 현장에서 스팟이 있었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화재는 200명이 넘는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진압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사고로 19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사람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일본 소니는 사람의 자세와 동작을 흉내 내는 휴머노이드 로봇 ‘EVAL-03’을 지난달 18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로 촬영한 인물의 자세와 동작을 즉각적으로 해석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작을 따라한다. 30㎝ 키의 EVAL-03은 26개 관절을 가지고 있다. 발바닥에는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에도 사람 모양의 로봇이 빠르게 동작을 따라하는데,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내년에 사람을 닮은 로봇 ‘옵티머스 버전1’의 생산 계획을 내놓았다. 이 로봇은 사람이 하기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 정교해지고, 똑똑해지고 영국 로봇 회사 엔지니어드아츠는 얼굴에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를 지난해 말 공개했는데, 놀라고 웃는 표정이 사람과 매우 비슷해 섬뜩한 느낌까지 불러일으킨다. 2004년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 로봇’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로봇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 로봇 산업의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아이 로봇의 현실화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인간과 유사한 로봇의 정교한 움직임, 똑똑한 두뇌의 인공지능(AI) 등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셀 크리거 미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스마트 조직 자율로봇’(STAR)은 올해 초 인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은 채 돼지의 장을 실로 꿰매 이어붙이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로봇은 인공지능과 영상 시스템을 활용해 돼지 배에 구멍을 내 장문합 복강경 수술을 진행했다. 이는 실과 바늘로 장기의 두 부분을 연결하는 수술인데, 장을 연결하는 장문합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수술 중 바늘로 잘못 찔러 장 누출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일 수 있다. 로봇이 인간처럼 손을 떨지 않고 반복 동작을 무난히 할 것 같아서다. 문제는 따로 있다. 장기가 뼈처럼 단단하지 않고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매 순간 판단이 필요하다. 크리거 교수는 “STAR는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수술 계획을 짜고 조정해 실행까지 하는 최초의 로봇”이라며 “정밀한 수술까지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수천 대의 의료 로봇들이 인공관절이나 치과용 임플란트, 뇌수술 등에 활용되고 있었는데, 생명이 걸린 아주 정교한 수술까지 성공시킬 정도로 고도화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38조 원 수준이던 로봇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4년 149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로봇, 내 일자리 뺏을까? 유통 및 물류, 건설, 의료, 금융, 정보기술(IT) 등 로봇이 각 산업 곳곳을 파고들면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수년 째 이어져왔다. NYT는 1969년 ‘로봇은 낮은 비용으로 더럽고 힘든 작업을 수행한다’는 기사로 로봇의 일자리 위협을 전했다. 1980년 ‘로봇이 당신의 일 뒤에 있다, 신기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2017년 말에는 ‘로봇이 우리 아이들의 직업을 빼앗을 것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NYT는 2017년 기사에서 “AI는 아이가 20대가 될 때까지 수많은 직업을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며 “뉴욕의 방사선 전문의는 연 47만 달러(약 5억8000만 원)를 벌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능력이 향상되면서 직업이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2017년 당시 AI는 사람이 하면 45분 걸리는 MRI(자기공명영상) 분석을 15초 만에 끝냈다. NYT는 로봇이 인간 외과 의사를 넘어서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대량의 문서를 검토하는 변호사의 일도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AP통신 등 일부 언론사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이미 기사를 작성하고 있어서 기자의 직업도 위태롭다고 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2016년 인공지능 ‘켄쇼’를 도입하고 600명이 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 중 598명을 해고했다. NYT는 “로봇이 월스트리트를 침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개발한 대니얼 내들러 켄쇼테크놀로지 창업자는 “연봉 50만 달러(약 6억1300만원)의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해야 할 일을 켄쇼는 몇 분 안에 처리한다”고 했다. 로봇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의 발달에도 흔들리지 않을 직업으로 미용사와 교정치료 전문가를 꼽았다.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는 문서정리, 금속 및 플라스틱 모형제작자 등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생산이나 공정 관련 직업과 사무행정직이 자동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문서정리, 도박장직원, 촬영감독, 수력발전소 기술자 등 인공지능이 쉽게 범주화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반면,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와 사회·의료 관련 전문직 등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용사, 사회 및 지역사회 서비스 관리자, 산부인과 의사, 결혼 및 가족 치료사, 소아과를 제외한 안과의사 등이 그 예다.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 중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자동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한 호텔 체인은 2015년 최초의 로봇 호텔을 열어 기네스북에 등재됐는데, 평가가 좋지 못했다. 호텔의 로봇은 체크인을 해주고, 짐을 받아 보관하며, 칵테일까지 만들어줬다. 고객의 방 청소를 하는 것도, 로비에서 환대의 춤도 추는 것도 로봇이 담당했다.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댄서들은 쉽게 넘어졌고, 짐을 나를 로봇은 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사람이 코를 고는 것을, 대화로 착각해 고객을 깨우기를 반복했다. 고객과 원활히 소통하고, 교감해야 하는 섬세한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듯하다. 결국 호텔은 243개의 로봇 중 절반 이상을 해고했다. 재취업은 못할 것 같다. ● “로봇과 자동화, 오히려 일자리 늘릴 수 있다” 당장 수년 내에 여러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로봇의 직업 대체는 더뎌 보인다. 이 기사를 로봇이 아닌 기자가 작성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변호사도 아직 인기 직종 중 하나다. 최근 로봇의 일자리 위협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월 말 기사에서 “전 세계가 인공지능 혁명의 한 가운데 있지만, 선진국의 고용률은 사상 최고로 상승했다. 로봇 사용이 많은 한국과 일본의 실업률도 낮았다”고 전했다. 2년 간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지만, 자동화로 실업률이 늘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도 했다. 공장 자동화로 반복 작업을 하는 직업이 줄고 있다는 사실도 찾지 못했다. 팬데믹으로 자동화가 늘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22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의 ‘인공지능 경제학’ 세션에서 “로봇 자동화가 일부 노동자를 대체해도 디자이너, 통합관리자 등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결합해 기계가 스스로 실수를 이해하고 수정하며 우선순위까지 정하는 ‘머신지능’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고객서비스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인공지능을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화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필립 아기온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화가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역발상을 제시했다. 자동화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채용을 더 늘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선순환으로 회사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진출하거나, 더 노동 집약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증명하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아다치 다이스케 오르후스대 조교수 팀은 1978년부터 2017년 사이 일본 제조업 기업들을 들여다본 결과, 직원 1000명 당 로봇 1대가 늘어나면 회사의 고용이 2.2%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IT 연구진도 핀란드 기업들에서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기업의 고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웹 스탠포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기 자동화가 클수록 고용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AI가 일련의 일을 대신하겠지만 모든 것을 대체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로봇보다 덜 똑똑하고, 더 비싼 사람 쓰기 로봇의 전면적인 일자리 침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은 일정 영역에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규모 고용이 걸리면 사회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많은 영역에서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고용도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적 압박에 의해 필수 인력보다 사람을 더 뽑는 비(非)경영적 요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마존은 최근 영국 북부 지역의 달링턴 마을에 창고를 열었는데, 1300명의 정규직을 고용했다. 최근에는 500명을 추가로 뽑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지역은 최근 몇 년 간 수많은 지역 상점이 문을 닫은 것에 대해 아마존에 책임을 물었고, 아마존은 고용 등 투자로 해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WSJ은 ”정부 관리들은 투자 압박이 아마존 경영진에 있었고, 회사의 투자로 전자상거래 업체(아마존)에 대한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했다. 아마존은 현재 5만5000명 이상의 영국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도입이 필수가 된 것도 로봇의 전면 도입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로봇이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직장인 생활에 배우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자들이 수많은 변수를 AI에 주입시키고 있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돌발 변수에 대처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구간에서 탈출한 말이나, 비상 착륙하는 경비행기 등이 도로에 등장했을 때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지만(피하지만), 기계는 고군분투할 수 있다. 눈이 내려 차선 표시가 부분적으로 가렸을 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해 자율주행차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때 임신부와 어린 아이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같은 윤리적 과제도 있다. ● “‘로(봇) 대리’도, ‘직원’도 협업 준비해야” 로봇의 개발 수준이 높아지고, 구독 서비스와 대량 생산 등으로 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에서 로봇과 AI의 역할이 계속 커질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로봇과 사람의 협업 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기업은 로봇과 직원의 협업을 대비한 교육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줄리 샤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로봇은 정의된 작업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과 일하는 로봇은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사람과 협력하고, 직원이 필요로 하는 것을 예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로봇이 ‘직원’처럼 일하려면, 사람과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자연어 명령을 사용해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현재 개발 중이다. 직원들의 디지털 기술 교육도 필요하다. 로봇을 가장 잘 활용하는 아마존은 실제로 직원들의 기술 교육 훈련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무거운 물건은 로봇이 옮기지만, 로봇을 조작하고, 고객한테 제품을 최종 전달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러한 연결 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면 이를 다룰 수 있는 직원들의 역량 역시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 교육훈련에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로봇은 아니지만,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도 임직원에게 AI 기술의 기초를 교육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가 지난해 100여 개 국가의 CEO 50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36%가 ”자동화와 기술 교육(디지털 투자)을 통해 직원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답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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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국 물가 수십년來 최고치… 加-뉴질랜드 등 잇단 ‘빅스텝’

    세계 주요국들도 고(高)물가 대응을 위해 잇따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1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캐나다의 빅스텝은 2000년 5월 이후 약 22년 만이다. 뉴질랜드도 전날 22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다음 달 0.5%포인트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주요국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물가상승률은 수십 년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이 8.5%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영국은 7%로 30년 만에, 독일은 7.3%로 40년 만에, 프랑스와 스페인은 각각 4.5%와 9.8%로 3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각각 31년, 32년 만에 최고치였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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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트위터 모든 지분 53조원에 사겠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사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착수했다고 14일 미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트위터 지분 9.2%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머스크가 M&A에 성공한다면 표현의 자유 강화, 구독료 변경, 광고 폐지 등 트위터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M&A 제안서에서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에 현금으로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총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 규모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합병이 현실화되면 여러 서비스 변화와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소통 창구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온 머스크는 일부 표현을 제한하는 트위터 방침에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제안서에서도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한 사회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트위터에) 투자한 현재 형태로는 이러한 사회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트위터는 개인 기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내 제안은 최선이자 최종적인 것으로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주주 지위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 측은 “머스크의 인수 제안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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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주주’ 일론 머스크, 52조에 트위터 인수 나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착수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트위터 지분 9.2%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머스크가 M&A에 나서면서 트위터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M&A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M&A 금액으로 트위터 1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씩, 총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트위터 사랑은 남다르다. 평소 소통 창구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 10%를 팔아야 하는지 같은 돌발 설문을 올리기도 했다. SEC가 이달 4일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9.2%에 해당하는 7348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자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째로 사버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가 7일 최대 주주 머스크가 이사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이틀 만에 번복하면서 트위터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M&A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 문제를 피하려고 머스크가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도 “머스크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이사회 표결을 비롯해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트위터 사업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쏟아낸 머스크를 볼 때 M&A가 이뤄지면 트위터 서비스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 블루’ 구독) 가격은 월 2달러(약 2500원) 이하가 돼야 하고 12개월 치를 선불해야 한다. 계정이 스캠(사기)에 사용됐을 때는 환불 없이 정지된다”고 올렸다. 지난해 6월 트위터가 내놓은 첫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는 트윗 취소, 광고 제거, 인기 기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구독을 갱신하는 모델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선보였다. 트위터 블루 구독료는 월 2.99달러(약 3700원). 머스크는 가상자산인 도지코인을 결제 옵션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플랫폼 광고를 없애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생존하기 위해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면 (트위터) 정책을 좌우할 기업들 힘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 건물을 노숙자 쉼터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깜짝 설문조사’를 9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재택근무를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로 비는 사무실을 노숙자에게 제공하자는 의견이었다. 24시간도 안 돼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100만 명 넘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좋은 생각”이라는 트윗을 남겼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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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 블록체인 기술 전수한 美전문가, 징역 5년3개월 선고

    북한을 방문해 강연 등으로 가상자산 관련 기술을 알려준 미국인 전문가에게 징역 5년3개월형이 선고됐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가상자산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39)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미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리피스는 비영리 단체인 이더리움재단에서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연구했다. 그는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에 강연자로 참석한 뒤 미국에 돌아와 체포됐다. 당시 미 국무부는 그리피스는에게 북한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리피스는 이를 무시하고 평양행을 선택했다. 검찰은 그리피스가 회의에서 강연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북한의 돈세탁과 제재회피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리피스는 대북제재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는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법 위반자에게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피스는 유죄를 인정해 형량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피스는 2년형을 요구했지만, 케빈 카스텔 연방판사는 검찰이 요구한 최저 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100만 달러 미만의 벌금을 제안했는데, 카스텔 판사는 그리피스에게 10만 달러(약 1억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 법원은 그리피스가 북한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전수해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도록 지원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피스는 2007년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항목 내용을 수정한 익명 사용자들의 신원을 밝혀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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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남기 “성장률 전망치 하향… 물가는 더 오를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제시한 3.1%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이 제약받는 건 너무 당연하다”며 “성장률은 전망치보다는 낮고 인플레이션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은 2.2%였다. 홍 부총리는 또 “원-달러 환율은 지금이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도 환율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1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3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이미 정부가 승인한 360억 원 외에 추가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 이전에 따른 비용은 ‘496억 원 플러스알파(+α)’”라며 “알파가 얼마가 될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해 세계 무역 성장세가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WTO는 연간 세계무역전망보고서 공개를 하루 앞두고 내놓은 우크라이나전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을 2.4%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WTO가 예상한 4.7%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세계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0.7∼1.3%포인트 낮아진 3.1∼3.7%로 예상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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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 핵실험’ 尹정부 출범 전후 유력… 이달엔 미사일 발사 가능성

    북한의 7차 핵실험 ‘디데이’가 윤석열 정부 출범(5월 10일) 직전 또는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부 당국이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작업이 한창이지만 진행 중인 각종 정황을 종합하면 준비를 마무리하는 데 한 달가량은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 다만 북한이 이달 중에도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등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 등 핵실험에 앞서 ‘징검다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北 핵실험 다음 달 초중순 유력 11일 복수의 정부 핵심 당국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풍계리에서 북한 핵실험 징후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만큼 정찰 자산을 동원해 그 일대 감시 수위를 높이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이 복구에 힘을 쏟는 곳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이미 3번 갱도 내 새로운 통로를 내기 위해 굴착하는 등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18년 5월 외신을 초청해 보여준 풍계리 ‘폭파쇼’ 당시 무너진 3번 갱도 입구 쪽이 아닌 지름길인 ‘옆구리’를 뚫는 방식으로 복구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핵실험이 이달 중순이면 가능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 핵심 당국자는 “핵실험장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핵실험에 나설 경우) 다음 달 초중순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우선 3번 갱도의 높이가 낮아 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 또 당국자는 “새로 입구가 건설되고 굴착 등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최근 포착된 공사 흔적 등을 냉정하게 분석해 종합하면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는 게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이 갱도 복구 완료 직후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수십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위력을 지닌 소형 전술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 이달 중 국지 도발 가능성 정부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역시 신형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있어 보여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심 당국자는 “신포조선소에서 최근까지 신형 잠수함의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초 2019년 7월 북한 관영매체에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 신형 잠수함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우리 정보당국은 건조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봤지만 이후 추가 동향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나타나는 이상 활동들은 구형 SLBM 발사를 위한 활동이거나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당장 핵실험이나 신형 SLBM 도발은 아니더라도 탄도미사일이나 국지 도발 등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보고 있다. 남측 정권교체기에 맞춰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킬 목적으로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장 현장 등도 철저하게 우리 정보 자산을 기만할 목적으로 위장했다면 핵실험이 이달 안에 전격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북한은 대남(對南) 긴장 조성 행위도 이어가고 있다. 11일 NK뉴스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측 자산인 고급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을 철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있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을 철거하기 시작한 데 이어 추가로 나타난 움직임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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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이사회 참여 안 하기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최대 주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10일(현지 시간) 미 CNBC 등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대신 ‘유료 서비스 개편’ ‘가상자산 결제 도입’ ‘본사 노숙자 쉼터 개조’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머스크가 이사직을 시작하기로 한 9일 오전, 이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앞서 아그라왈 CEO는 7일 회사 지분 9.2%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 머스크가 이사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번복된 것이다. 머스크는 이사직을 맡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이사회 표결을 비롯해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아그라왈 CEO는 “머스크는 여전히 트위터 최대 주주다. 회사는 여전히 그의 동참에 열려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벌써부터 트위터와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 블루 구독) 가격은 월 2달러(약 2500원) 이하가 돼야 하고 12개월 치를 선불해야 한다. 계정이 스캠(사기)에 사용됐을 때는 환불 없이 정지된다”고 올렸다. 지난해 6월 트위터가 내놓은 첫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는 트윗 취소, 광고 제거, 인기 기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구독을 갱신하는 모델로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선보인다. 트위터 블루 구독료는 월 2.99달러(약 3700원). 머스크는 가상자산인 도지코인을 결제 옵션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플랫폼 광고를 없애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트위터가 생존하기 위해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면 (트위터) 정책을 좌우할 기업들 힘이 커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 건물을 노숙자 쉼터로 전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깜짝 설문조사’를 9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재택근무를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로 비는 사무실을 노숙자에게 제공하자는 의견이었다. 24시간도 안 돼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100만 명 넘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좋은 생각”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머스크는 평소 농담 섞인 트윗을 많이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그의 SNS 활동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 다만 이번에는 “이(노숙자 쉼터) 문제에 진지하다”며 농담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김성모기자 mo@donga.com}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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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근무 중단? 차라리 떠난다…코로나 후 사무실 다시 붐빌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붐비는 사무실의 귀환’ 최근 미국,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잇달아 완화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중순부터 회사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했다. 기업들은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만 고용하는 정책도 없애고 있다.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전 직원에게 백신접종을 요구하는 방침을 연초에 폐기했다. 2년 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직원들은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재택근무 권고 지침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미국 주요 기업들도 회사로 직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신용카드 업체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를 시작으로 씨티그룹(21일)과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달 4일), 애플(11일) 등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청했다. 과거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재택근무가 화두였던 것처럼 ‘출근’ 역시 뜨거운 관심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붐비는 사무실의 귀환’이라는 기사로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쳐다보거나, 수다를 떨고, (음식을) 후루룩하고, 헐떡거리거나 바스락거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직원들에게 둘러싸이는 물리적 현실에 다시 익숙해져야한다”며 잠시 잊고 살았던 평상시 사무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출근 시 바지를 입는 것은 필수사항이라고도 했다. 직원들이 그동안 얼굴이나, 상체만 보이는 화상회의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김 대리 이 과장, 잠깐 시간 되나?” 직원들은 곧바로 닥칠 각종 대면 회의와 회식이 걱정스러울 수 있다. 출퇴근 과정도 기나긴 여정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직장인들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가 1월 재택근무 중인 현지 직장인 58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자의 78%가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1년 전(64%)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직원들이 방역 등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 중 61%는 ‘스스로 선택해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 폐쇄 때문에 사무실에 가지 못하는 비중은 38%였다. 펜데믹 초기와 정반대의 결과다. 펜데믹 초기에는 64%가 직장폐쇄 때문에 회사에 나가지 않았고, 36%만이 본인이 원해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퓨리서치는 “사무실이 문을 열어도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재택근무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다”고 했다.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간 미국, 프랑스, 폴란드 등 9개 주요 국가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직원들이 재택 등을 포함한 원격근무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직원들이 통근 시간 절약 같은 생산성과는 상관없는 다른 이유 때문에 자신의 생산성에 대해 과신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이러한 자기평가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탈’을 ‘일상화’하자고?” 일부 기업의 임원들은 재택근무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 간 협업은 필수”라며 “재택근무는 일탈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던 때에 신입 사원들이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 일을 배워야 할 때 화상회의로 ‘일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며 우려했다. “일이 무슨 장난이야?”라는 상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도 “재택근무는 직원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직원들의 창의적 협업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의 장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며 “대면 접촉 없는 근무 방식은 글로벌 기업인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밖에 없다”고 했다. 사람들의 비대면 활동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넷플릭스가 재택근무를 비판하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직장 상사들은 자의든, 타의든(CEO가 원했을 수도 있으니까) 사무실을 선호한다. 증거가 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1위 기업용 메신저 기업 슬랙은 “조사 결과 원격으로 일하는 임원 중 75%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 있기를 원했다. 일반 직원(34%)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회사가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역시 객관적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거물들이 사무실을 좋아하는 이유’로 공간이 부여하는 지위를 들었다. 카펫이 깔린 더 높은 층의 멋진 방과 회의실에서의 큰 의자 등을 줌(화상회의 플랫폼)에서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지위는 여럿이 있을 때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덜 열심히 일할 직원 뽑기” 애플의 일부 직원들은 팀 쿡 CEO에게 공개 서한을 보낼 정도로 사무실 복귀에 반발하고 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다른 회사의 직원들도 비슷한 마음일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의 익명 사내 게시판에는 재택근무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댓글에 재택근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직원은 회사 측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렸는데, 전산오류로 이 직원이 최고인사책임자라는 사실이 확인돼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그렇게 원하는데,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는 없을까.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관련한 몇몇 연구들이 있었다. 미 시카고대와 영국 에섹스대 연구진은 아시아 IT 기업들의 온라인 접속 데이터를 통해 주어진 업무와 직원들이 일한 시간, 처리된 작업의 수 등을 추적했다. 이를 코로나19 전, 후의 수치를 비교한 결과, 직원들의 노동 시간은 30% 늘었지만, 생산량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업무의 속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 중국 연구팀은 IT 기업 바이두 기술자 139명이 작업한 코드의 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생산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20명 이상의 팀원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협업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효율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엠마 해링턴은 미국의 한 대형 온라인 소매업체 콜센터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현장 작업자가 재택근무로 이동했을 때 업무량(시간당 통화량)이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생산성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다만, 원격 근무자는 현장 직원과 비교해 승진 비율은 떨어졌다. 일을 잘 해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승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채용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전면적인 재택근무는 ‘덜 열심히 일할 직원’을 뽑을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이전에 현장근무로 뽑힌 사람들보다 생산성이 18%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헤링턴은 “원격근무가 잠재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직원을 끌어들였다는 증거”라고 했다. 재택근무의 장점만을 노리는 이들의 지원이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 일에 대한 태도 변화…“플랜B 없이도 떠난다”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 미국은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기업의 임금 인상 압박이 상당하다. 물가 상승에 맞춰 월급의 올려달라는 요구가 강해졌다.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9% 올라 1982년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공급망 병목 현상,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 등이 물가를 끌어올렸고 그 여파로 인건비가 상승했다. 이후 인건비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다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실질 소득은 수개월 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기업들이 인건비를 올리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월급이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미 연봉 분석 기업 페이스케일은 올해 미국 기업 92%가 임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해 85%보다 늘어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대사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다. 직원들이 “돈은 됐고, 일단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 명으로 전월보다 약 5만 명 늘었다. 이중 자발적 퇴직자는 44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해 11월 450만 명으로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2월에도 비슷한 숫자가 집계된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대사직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약 300만 명이 노동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소매업과 제조업, 정부 소속 교육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이를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모로 기업들이 직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은 올해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10K)에서 재택근무 등 변화하는 근무 환경과 이에 따른 인재 유출을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보고서에 “현재와 미래의 근무 환경에 대한 변화가 직원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다른 회사에 비해 불리한 것으로 인식되면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CNBC는 “이는 팬데믹이 발생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대기업들이 직원을 사무실로 복귀시킬 방법과 그 위험성에 대해 여전히 저울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를 중단시키면 사표를 내버릴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코로나19와 ‘욜로 이코노미’ 직원들은 왜 ‘플랜B’도 없이 회사를 관둘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긴 스트레스 탓이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해줬지만, 일과 가정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이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WSJ은 “‘MZ세대’(밀레니얼, Z세대) 중 특히 저축해 놓은 돈이 있어 일을 잠시 쉬어도 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여기에 “방역 스트레스까지 겹쳐 번아웃(소진)을 느낀 젊은 직장인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도 됐다.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목격하면서 삶의 중요한 가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특히 일에 몰두해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거치지 않은 상쾌한 공기, 가족들과의 해외여행,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 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간절하게 떠올리게 했다.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성공이 무슨 의미냐’고 말할지 모른다. NYT는 ‘욜로 이코노미’(YOLO·You Only Live Once)라는 글을 지난해 게재했다. 젊은이들이 회사를 관두고 “내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외치는 욜로의 삶을 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데는 아이러니하게 정부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의 영향도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방역 정책 등으로 자영업자 등이 타격을 입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목적으로 이뤄진 재정 확대는 사람들의 계좌를 뚱뚱하게 만들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진 대신, 기업들의 주가가 뛰었고,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당장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도 불어난 자산을 가지고 재충전을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뉴욕 월가에서는 “사람들이 재산이 늘어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 우울한 ‘포모증후군’(FOMO·Fearing of Missing Out)의 확산 반대로, 돈 때문에 그만두는 이들도 생겨났다. ‘내 집 마련’을 못한 이들의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자산 증식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다. 퇴직자의 다수는 구인난인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투자 자금이 넘쳐나면서 창업으로 눈길을 돌린 이들도 꽤 있다. 야후뉴스는 지난해 8월 설문에서 미국 퇴사자의 3분의 1 가량이 스타트업 창업을 계획하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 제품 평가사이트가 18세 이상 미국 직장인 1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32%가 창업하기 위해 퇴사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퇴사 이유는 ‘더 나은 처우를 위해’(44%)였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던 공무원의 인기 추락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 대 1을 기록했다. 2011년 93 대 1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다 3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 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92년(19.3 대 1) 이후 처음이다. 현직 공무원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적은 보수, 악성 민원에 따른 고충 및 많은 업무량,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는 낮은 임금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실제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 소유자(투자자)는 1384만 명으로 전년 대비 50.6% 늘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기업 내에서는 ‘젊은 애들이 일은 안 하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해)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MZ세대는 “열심히 일해서 성과급을 받아도, 승진해서 월급이 올라도 집을 살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러한 경제 흐름은 포모증후군을 확산시켰다. ‘매진 임박’, ‘한정 판매’ 등 제품의 공급량을 조절해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에서 비롯된 포모증후군은 자신이 소외되는 것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이 오르는 강세장에서 나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조급함이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 한 설문 업체의 조사 결과 20, 30대의 약 17%가 이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키우는 플랫폼들 팬데믹 이후 일의 형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 업무량에 따른 제대로 된 보상 등이 부각되면서 ‘긱 이코노미’ 시장이 커졌다. 이는 기업들이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는 경제현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프리랜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긱’은 과거 미국에서 여러 재즈바를 돌며 잠깐씩 공연을 해주는 연주자를 ‘긱’이라고 불렀던 데서 비롯됐다. 몇 년 전만해도 우버 같은 승차 공유 업체나 배달 업체의 근로자를 중심으로 긱 이코노미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 등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직장을 관둔 직원들이 전문성을 살려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와 관련해 중개 플랫폼 ‘파이버’(Fiverr)의 성장이 2020년 주목을 받았다. 2019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버는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마케팅, 영상 제작 등 기술자들을 일반 회사들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에게는 적게는 5달러부터 많게는 수백 달러까지 지급되는데, 파이버는 최근 고숙련 기술자를 연결하는 ‘파이버 프로’도 도입했다. 파이버는 직접 심사를 거쳐 전문가들을 선정한다. 파이버의 장점은 비용 절약이다. 정규직으로 사람을 뽑지 않고도 기술자에게 일을 맡길 수 있다. 예산과 목표일, 작업계획서 등을 제공하고 비용을 서로 조율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마칠 수 있다. 2020년 말 파이버의 활성 이용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미국에는 6800만 명의 ‘긱 워커’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몽, 탤런트뱅크, 숨고 등 파이버와 유사한 플랫폼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전공이나 취미를 살려 ‘N잡’(2개 이상의 직업)을 뛰려는 MZ세대까지 몰리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아웃소싱(외주)을 돕는 크몽은 디자인, IT 프로그래밍, 영상·사진·편집, 마케팅, 번역 등 10여 개 영역 500여 개 카테고리에서 총 33만 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크몽에 등록한 전문 인력만 20만 명이 넘는다. 가격은 만 원대부터 수천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크몽은 코로나19 이후 사업(거래액)이 두 배 가까이로 커졌다. 중소기업을 위한 인력 매칭에 강점을 갖고 있는 탤런트뱅크 역시 지난해 상반기(1~6월) 요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다. 탤런트뱅크는 대기업 팀장이나 중소기업 임원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선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인증해 연결시켜주고 있는 전문가는 약 3500명으로 알려졌다. 인테리어 등 홈·리빙 분야에 주력하는 숨고도 코로나19 확산 이전 대비 거래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 ‘공채의 종말’ 국내 긱 이코노미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술이 발달하고, 업무가 세분화될수록 특화된 영역에 맞는 기술자들을 쓰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한 번에 사람을 뽑아 쓰는 ‘정기 공채’를 없애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미 2020년부터 대규모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업부서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 인재를 직접 선발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존 채용 방식으로는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개발자가 회사의 핵심인 IT 기업들은 대부분 공채가 아닌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프로젝트나, 특정 업무에 따라 사람을 일시적으로 뽑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비용이나 효율적인 면에서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람을 많이 뽑는 것보다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공채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19년 284조 원에서 2021년 398조 원, 2023년(추정) 521조 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 인재들과의 타협점 찾기 ‘대사직의 시대’를 맞은 해외 주요 기업들은 당분간 직원들과 타협점을 찾는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T 업계에서 개발자를 두고 연봉 인상 경쟁을 펼쳤던 것처럼 해외에서도 인재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직원 달래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현재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게 하고 있다. 최근 MS가 임직원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하이브리드 근무자 비중은 2020년 31%에서 지난해 38%로 상승했다. 자라드 스파타로 MS 부사장은 “수많은 기업들이 하이브리드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동료와의 관계 등 하이브리드 근무가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 우려도 내비쳤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다양한 근무 방식을 인재를 뽑는 ‘무기’로 활용한 스타트업도 있다. 국내 여행 관련 스타트업인 마이리얼트립은 사업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병행할 수 있게 했다. 사전에 동료들에게 이를 공유만 하면 된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초기 좋은 인재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금전적인 보상이 어려워 원격 근무 같은 근무 방식과 복지 등을 앞세워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고 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지난해 ‘전면 온라인 업무’를 선언하면서 본사 사무실까지 없애버렸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온라인 근무 규범 같은 ‘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팬데믹 이후 많은 직원이 온라인으로 회의 등 일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규칙을 갖춘 회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타 울리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할 때는 그나마 나았는데, 이제는 재택과 비재택 근무가 뒤섞이고 있다”며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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